‘끝난 허니문’ 문 정면돌파 플랜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6.07 10:04:45
  • 호수 11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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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밀리면 계속 밀린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문재인정부의 허니문이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장관 인선 과정서 각종 의혹이 쏟아지면서 야권의 맹공을 받고 있는 탓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면 돌파에 나서면서 반전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문 대통령의 위기극복 플랜을 들여다봤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입성 후 새 정부 내각 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요 인선안을 대통령 본인이 직접 발표하는 등 지난 정부와 차별성을 부각시킨 모양새다. 대통령의 ‘탈권위’ ‘소통행보’는 국민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80%를 돌파했다.

쏟아지는 의혹들
무너진 인사기준

정치권에선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기대 이상이다’ ‘사람을 잘못 봤다’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다만 내각 인선과 관련된 문제들이 불거지면서 문 대통령의 허니문 기간이 짧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와 강경화 외교부장관 내정자는 ‘의혹 백화점’을 방불케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김 내정자는 ‘위장전입’ ‘부인 취업특혜’ ‘논문 자기표절’ ‘다운계약서’ ‘아들 군대보직 특혜’ 등 의혹을 받고 있다. 강 내정자는 ‘위장 전입’ ‘증여세 탈루’ ‘딸 이중국적’ ‘박사 논문표절’ 등 논란에 휩싸여 있다. 

각종 의혹은 문재인정부의 인사원칙 위배 논란으로 번졌다. 앞서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병역면탈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위장 전입 ▲논문표절 등 5대 비리 관련자는 고위공직서 배제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위 두 사람은 5대 원칙에 최소 2개 이상이 위배되는 상황이다. 논란이 일자 청와대는 지난달 29일 2005년 7월 이후 위장 전입자에 대해서는 사안의 경중을 따지지 않고 공직후보서 원천 배제하는 기준안을 제시했다.

공직후보자들의 위장 전입 사례가 과거 부동산투기형 위장 전입과는 질적으로 다른 사안인 만큼 법 위반의 경중을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위장 전입뿐 아니라 다른 공직인선 기준도 여야가 머리를 맞대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향후 어느 진영서 정권을 잡더라도 정쟁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가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야권 일각에선 청와대가 ‘눈 가리고 아웅’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제가 되고 있는 후보자들의 위장 전입이 2005년 이전에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해 새 기준안을 들이밀며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총리 통과했는데…김상조·강경화 첩첩산중
야3당 “안 봐 준다”…깨지는 협치 분위기 

문 대통령은 직접 “5대 비리에 관한 구체적인 인사기준을 마련한다는 것은 결코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거나 또는 후퇴시키겠다는 뜻이 아니다”며 진정성을 호소했다. 또 “구체적인 인사 기준을 마련하면서 공약의 기본정신을 훼손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임을 다시 한 번 약속드린다”고 철저한 인사검증을 약속했다.

야권에선 청와대 내각 인선과 관련해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낙연 국무총리의 경우 새 정부 초기 대승적 차원서 통과시켰지만 다른 장관 및 주요부처 인사는 개별적으로 판단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미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3당은 김상조, 강경화 두 내정자 인준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은 지난달 31일 의원총회서 “두 후보자에 대해 책임 있는 결단이 있어야 한다고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다”며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개별 장관은 국정 혼란 부분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에 확실히 검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만약 김 내정자가 낙마할 경우 국정 초기 문재인정부에 큰 부담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 재벌개혁의 선봉장에 설 것으로 예상된 김 내정자가 부재한다면 문 대통령발 ‘재벌개혁’은 방향과 속도서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스텝 꼬인 인사
문 노리는 야당

인선 과정서 정치권의 불협화음을 의식한 듯 청와대는 지난달 30일 국회의원 출신 4명을 장관에 중용했다. 인선 정국을 정면돌파하고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특히 김, 강 내정자에 집중된 인사 청문 검증 공세를 분산시키기 위한 의도로도 보인다. 

두 번째 내각 인선의 특징은 4명 모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현역의원이라는 점이다. 

4선의 김부겸 의원을 비롯해, 3선 김현미, 김영춘, 재선 도종환 의원 등이 중용됐다. 4명 후보자들의 지역도 영남, 수도권, 충청 등이기 때문에 탕평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각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김부겸 후보자에 대해선 ‘지방분권, 균형발전, 국민통합 목표 실현 적임자’로 표현했고, 도종환 후보자는 ‘문화적 통찰력과 의정 경험’, 김현미 후보자는 ‘일자리 창출 등 국토교통부 주요 과제들의 차질 없는 추진’, 김영춘 후보자는 ‘지역주의 타파와 정치혁신’을 이야기했다.  

청와대는 인사 배경과 관련해 “이미 내정된 것으로 보도돼 더 이상 늦출 수가 없었다”며 “청문회 통과 가능성도 어느 정도 고려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허니문 기간 동안 빠르게 새내각을 구성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진다. 

일단 이낙연 총리가 국회를 통과한 만큼 문 대통령은 한시름 던 모양새다. 

지난 1일 오전 청와대 수석비서관·보좌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서 문 대통령은 “인준 과정서 진통이 없지는 않았지만 청문회가 활성화된 이후 최단 시일 안에 인준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총리가 인준됐으니 제가 약속했던 책임 총리제가 실현될 수 있도록 청와대 비서실서도 최대한 협조해달라”고 주문했다. 

막막한 추경안 통과
청 잡고, 야당 조율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괄하는 국무총리 인선이 완료됨에 따라 청와대의 개혁 및 과제 수행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다만, 이번 총리 인선 과정서 자유한국당의 불참으로 국정초기 여·야·정 협치는 금이 갔다.


한국당은 지난 1일 문 대통령이 지난달 제안했던 여야정 협의체 불참 의사를 밝혔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제1야당이 반대했고 불거진 의혹에 대해 충분한 해명이 없는 상태서 인준을 정부여당이 강행처리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이 총리인준에 대한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국회를 예방한 이 총리를 향해 “이 총리가 오전에 우리당을 방문하겠다는 요청이 있었으나 이런 상황서 만나기 대단히 불편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문재인정부의 독선과 독주, 협치 실종이 현실화하고 있는 상황서 전혀 진정성 없는 언론 사진찍기용 회동에 응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국무총리 인선 과정을 둘러싸고 온전한 의미의 여야정 협치는 깨졌지만 한국당을 제외한 나머지 당과의 협치 가능성은 남아 있다. 또 여소야대 국면서 국민의당의 의석수는 과반수 찬성을 필요로 하는 법안 통과에 있어 절대적 힘을 발휘한다. 앞으로 문 대통령은 민주당을 필두로 국민의당, 정의당과 협조 체제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사활 건 일자리
국방개혁 신호

현재 문 대통령은 일자리 만들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대통령 집무실에 TV상황판을 설치해 실시간으로 일자리 현황을 살피기도 한다. 특히 일자리 추가경정예산 편성안(이하 추경안) 통과는 문 대통령 제1공약인 일자리 만들기의 마중물 역할을 한다.

지난 1일 청와대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 모두발언서 문 대통령은 “일자리 추경안을 최대한 빠르게 국회에 제출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일자리 추경서 국회와의 협력이 가장 중요하다”며 “국회를 설득하는 데 필요하다면 추경안이 제출된 후 적절한 시기에 국회에 가서 시정연설 형태로 의원들께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추경안 국회 통과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추경안이 문 대통령의 바람대로 흐를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3당은 지난달 29일 문재인정부가 세금을 통해 공공일자리 확대를 추진할 경우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당은 정부가 추진하는 추경 편성이 국가재정법상 요건이 되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가재정법은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발생, 경기침체·대량실업·남북관계의 변화·경제협력과 같은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추경안을 편성토록 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근본적 일자리 대책 없이 추경안만 바라는 것은 혈세 낭비라고 지적하고 있고, 바른정당도 재원조달 방안을 꼼꼼이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일자리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오는 9월초 국회에 제출되는 내년도 본예산 편성에도 지장이 생길 수 있다. 결국 추경안 통과 여부에 따라 문재인정부가 야심차게 준비한 일자리 공약의 성패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려스러운 부분은 문 대통령이 과거정부의 적폐를 재조사할 것을 지시하고 있어 자유한국당의 동의를 끌어내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국민의당도 국무총리의 경우 대승적 차원서 통과시켰지만, 이 밖에 현안 및 인사에 대해서는 봐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고히 하고 있다. 

또 문 대통령이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기 때문에 한국당 등 야당 입장에선 크게 반대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만, 문 대통령의 ‘강공 정치’를 ‘일방통행’이라며 비판하는 목소리는 꾸준히 들려오고 있다. 

국방부 국기문란 지적
주도권 싸움 들어갔다

최근 문 대통령은 정부 내 기강확립에도 힘쓰는 모양새다. 청와대는 국방부의 ‘사드 4기 추가반입’ 보고 누락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청와대는 국방부의 행위가 국기문란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한민구 국방장관과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은 줄줄이 청와대 조사를 받았다. 

이는 단순히 사드 반입과 관련된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정부 초기 기강을 잡아 국정운영에 동력으로 삼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국방개혁의 신호탄이라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문 대통령은 방산비리를 적폐청산 대상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초기부터 국방개혁특별위원회를 설치하면서 1년 안에 국방개혁안을 내놓기로 했다. 국방비 증가율에 있어서는 참여정부의 국방개혁 수순을 따라가는 움직임이 보인다. 문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의 4% 수준의 국방비를 참여정부 때와 같은 7∼8%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공언했다.
 

앞서 참여정부는 국방개혁 2020을 발표하면서 전시작전권 환수, 국방부 문민화, 3군 균형발전과 신무기체계 적극 도입을 추진했다.

 하지만 국방부와 육군, 예비역 장성 등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면서 계획은 어긋났다. 정치권은 문 대통령이 사드배치 보고 누락 사태로 국방부와의 기 싸움서 우위를 점했기 때문에 정권 초기 국방개혁을 추진할 토대는 마련됐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선 국정 초기 개혁에 힘쓰고 있는 문 대통령이 자칫 인사과정으로 인해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국민적 기대감이 높은 만큼 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이 문 대통령의 행보에 무리하게 발목을 잡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국정초기 바짝
개혁 드라이브 

한 정치평론가는 “대통령과 청와대는 인사 문제서 한번 밀리면 계속 밀린다는 일종의 강박증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인사청문회 때마다 거의 예외 없이 여당은 대통령의 논리로 총대 메기에 나서곤 했다”며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직 후보자 몇 사람을 구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문재인정부의 성공적인 협치와 그를 통한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한국당, 청와대와 각 세우기 왜?

‘강한 야당’을 모토로 내세운 자유한국당이 문 대통령의 개혁 드라이브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특히 인사, 추경, 사드 추가반입 진상조사 등에 반발하는 모양새다. 

한국당은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다양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청와대서 이에 대한 해명이나 자료제출 없이 일방적으로 인준 통과만 이야기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 각종 의혹에 시달리고 있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와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도 사퇴를 요구했다. 

최근 문 대통령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반입에 대해 진상조사를 지시한 것과 관련해선 대통령의 ‘자해행위’라며 맹비난했다. 일각에선 문재인정부 출범 불과 2주 만에 한국당이 비난 어조로 나오는 것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 이 같은 한국당의 움직임은 한국당이 정권초기 적폐청산을 강조하며 맹활약하는 문 대통령과의 주도권 경쟁서 지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기사 속 기사> 군 사조직 ‘알자회’ 정체

청와대가 사드 발사대 4기 보고 누락 파문으로 국방부를 정조준하고 있는 가운데 사드 보고 누락 배후설에 ‘알자회’가 거론되고 있다. 알자회는 육사 34기부터 43기까지 120여명이 활동했던 군내 사조직이다. 알자회는 군내 핵심 보직을 독점한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사드 배치와 추가 반입 과정서 군내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보고 누락 문제가 생겼고, 그 배경에 알자회를 비롯한 군내 사조직이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사드 배치를 총괄하는 국방부 정책실의 장경수(육사 41기) 정책기획관도 알자회 소속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알자회 처단을 촉구했다.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인 홍익표 의원은 지난 1일 정책조정회의서 “사드 추가 반입 보고 누락 과정과 관련해 세 가지 국내 문제가 있다”며 “알자회가 해체된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명박·박근혜정권서 부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국회 최순실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서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안봉근 전 비서관이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을 통해 알자회의 뒤를 봐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국방부는 입장자료를 통해 “알자회는 1992년 이미 해체됐다. 군내 파벌이나 비선에 의한 인사 개입은 있을 수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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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