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난 허니문’ 문 정면돌파 플랜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6.07 10:04:45
  • 호수 11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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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밀리면 계속 밀린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문재인정부의 허니문이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다. 장관 인선 과정서 각종 의혹이 쏟아지면서 야권의 맹공을 받고 있는 탓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면 돌파에 나서면서 반전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문 대통령의 위기극복 플랜을 들여다봤다. 
 

문 대통령은 청와대 입성 후 새 정부 내각 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요 인선안을 대통령 본인이 직접 발표하는 등 지난 정부와 차별성을 부각시킨 모양새다. 대통령의 ‘탈권위’ ‘소통행보’는 국민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키기에 충분했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은 80%를 돌파했다.

쏟아지는 의혹들
무너진 인사기준

정치권에선 문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해 ‘기대 이상이다’ ‘사람을 잘못 봤다’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다만 내각 인선과 관련된 문제들이 불거지면서 문 대통령의 허니문 기간이 짧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내정자와 강경화 외교부장관 내정자는 ‘의혹 백화점’을 방불케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김 내정자는 ‘위장전입’ ‘부인 취업특혜’ ‘논문 자기표절’ ‘다운계약서’ ‘아들 군대보직 특혜’ 등 의혹을 받고 있다. 강 내정자는 ‘위장 전입’ ‘증여세 탈루’ ‘딸 이중국적’ ‘박사 논문표절’ 등 논란에 휩싸여 있다. 

각종 의혹은 문재인정부의 인사원칙 위배 논란으로 번졌다. 앞서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병역면탈 ▲부동산투기 ▲세금탈루 ▲위장 전입 ▲논문표절 등 5대 비리 관련자는 고위공직서 배제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위 두 사람은 5대 원칙에 최소 2개 이상이 위배되는 상황이다. 논란이 일자 청와대는 지난달 29일 2005년 7월 이후 위장 전입자에 대해서는 사안의 경중을 따지지 않고 공직후보서 원천 배제하는 기준안을 제시했다.

공직후보자들의 위장 전입 사례가 과거 부동산투기형 위장 전입과는 질적으로 다른 사안인 만큼 법 위반의 경중을 따져봐야 한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청와대는 위장 전입뿐 아니라 다른 공직인선 기준도 여야가 머리를 맞대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향후 어느 진영서 정권을 잡더라도 정쟁을 줄이는 방향으로 나가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야권 일각에선 청와대가 ‘눈 가리고 아웅’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제가 되고 있는 후보자들의 위장 전입이 2005년 이전에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해 새 기준안을 들이밀며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것이다. 

총리 통과했는데…김상조·강경화 첩첩산중
야3당 “안 봐 준다”…깨지는 협치 분위기 

문 대통령은 직접 “5대 비리에 관한 구체적인 인사기준을 마련한다는 것은 결코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됐다거나 또는 후퇴시키겠다는 뜻이 아니다”며 진정성을 호소했다. 또 “구체적인 인사 기준을 마련하면서 공약의 기본정신을 훼손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임을 다시 한 번 약속드린다”고 철저한 인사검증을 약속했다.

야권에선 청와대 내각 인선과 관련해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낙연 국무총리의 경우 새 정부 초기 대승적 차원서 통과시켰지만 다른 장관 및 주요부처 인사는 개별적으로 판단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미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3당은 김상조, 강경화 두 내정자 인준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은 지난달 31일 의원총회서 “두 후보자에 대해 책임 있는 결단이 있어야 한다고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다”며 자진사퇴를 촉구했다.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개별 장관은 국정 혼란 부분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에 확실히 검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만약 김 내정자가 낙마할 경우 국정 초기 문재인정부에 큰 부담으로 다가올 가능성이 크다. 재벌개혁의 선봉장에 설 것으로 예상된 김 내정자가 부재한다면 문 대통령발 ‘재벌개혁’은 방향과 속도서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스텝 꼬인 인사
문 노리는 야당

인선 과정서 정치권의 불협화음을 의식한 듯 청와대는 지난달 30일 국회의원 출신 4명을 장관에 중용했다. 인선 정국을 정면돌파하고 강력한 개혁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특히 김, 강 내정자에 집중된 인사 청문 검증 공세를 분산시키기 위한 의도로도 보인다. 

두 번째 내각 인선의 특징은 4명 모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현역의원이라는 점이다. 

4선의 김부겸 의원을 비롯해, 3선 김현미, 김영춘, 재선 도종환 의원 등이 중용됐다. 4명 후보자들의 지역도 영남, 수도권, 충청 등이기 때문에 탕평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각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김부겸 후보자에 대해선 ‘지방분권, 균형발전, 국민통합 목표 실현 적임자’로 표현했고, 도종환 후보자는 ‘문화적 통찰력과 의정 경험’, 김현미 후보자는 ‘일자리 창출 등 국토교통부 주요 과제들의 차질 없는 추진’, 김영춘 후보자는 ‘지역주의 타파와 정치혁신’을 이야기했다.  

청와대는 인사 배경과 관련해 “이미 내정된 것으로 보도돼 더 이상 늦출 수가 없었다”며 “청문회 통과 가능성도 어느 정도 고려됐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허니문 기간 동안 빠르게 새내각을 구성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진다. 

일단 이낙연 총리가 국회를 통과한 만큼 문 대통령은 한시름 던 모양새다. 

지난 1일 오전 청와대 수석비서관·보좌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서 문 대통령은 “인준 과정서 진통이 없지는 않았지만 청문회가 활성화된 이후 최단 시일 안에 인준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총리가 인준됐으니 제가 약속했던 책임 총리제가 실현될 수 있도록 청와대 비서실서도 최대한 협조해달라”고 주문했다. 

막막한 추경안 통과
청 잡고, 야당 조율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 각부를 통괄하는 국무총리 인선이 완료됨에 따라 청와대의 개혁 및 과제 수행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다만, 이번 총리 인선 과정서 자유한국당의 불참으로 국정초기 여·야·정 협치는 금이 갔다.


한국당은 지난 1일 문 대통령이 지난달 제안했던 여야정 협의체 불참 의사를 밝혔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제1야당이 반대했고 불거진 의혹에 대해 충분한 해명이 없는 상태서 인준을 정부여당이 강행처리한 것은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이 총리인준에 대한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국회를 예방한 이 총리를 향해 “이 총리가 오전에 우리당을 방문하겠다는 요청이 있었으나 이런 상황서 만나기 대단히 불편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문재인정부의 독선과 독주, 협치 실종이 현실화하고 있는 상황서 전혀 진정성 없는 언론 사진찍기용 회동에 응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국무총리 인선 과정을 둘러싸고 온전한 의미의 여야정 협치는 깨졌지만 한국당을 제외한 나머지 당과의 협치 가능성은 남아 있다. 또 여소야대 국면서 국민의당의 의석수는 과반수 찬성을 필요로 하는 법안 통과에 있어 절대적 힘을 발휘한다. 앞으로 문 대통령은 민주당을 필두로 국민의당, 정의당과 협조 체제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사활 건 일자리
국방개혁 신호

현재 문 대통령은 일자리 만들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대통령 집무실에 TV상황판을 설치해 실시간으로 일자리 현황을 살피기도 한다. 특히 일자리 추가경정예산 편성안(이하 추경안) 통과는 문 대통령 제1공약인 일자리 만들기의 마중물 역할을 한다.

지난 1일 청와대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 모두발언서 문 대통령은 “일자리 추경안을 최대한 빠르게 국회에 제출해달라”고 말했다. 이어 “일자리 추경서 국회와의 협력이 가장 중요하다”며 “국회를 설득하는 데 필요하다면 추경안이 제출된 후 적절한 시기에 국회에 가서 시정연설 형태로 의원들께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추경안 국회 통과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추경안이 문 대통령의 바람대로 흐를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등 야3당은 지난달 29일 문재인정부가 세금을 통해 공공일자리 확대를 추진할 경우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당은 정부가 추진하는 추경 편성이 국가재정법상 요건이 되는지부터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가재정법은 전쟁이나 대규모 재해 발생, 경기침체·대량실업·남북관계의 변화·경제협력과 같은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추경안을 편성토록 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근본적 일자리 대책 없이 추경안만 바라는 것은 혈세 낭비라고 지적하고 있고, 바른정당도 재원조달 방안을 꼼꼼이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일자리 추경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할 경우 오는 9월초 국회에 제출되는 내년도 본예산 편성에도 지장이 생길 수 있다. 결국 추경안 통과 여부에 따라 문재인정부가 야심차게 준비한 일자리 공약의 성패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우려스러운 부분은 문 대통령이 과거정부의 적폐를 재조사할 것을 지시하고 있어 자유한국당의 동의를 끌어내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국민의당도 국무총리의 경우 대승적 차원서 통과시켰지만, 이 밖에 현안 및 인사에 대해서는 봐주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고히 하고 있다. 

또 문 대통령이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개혁 드라이브를 걸고 있기 때문에 한국당 등 야당 입장에선 크게 반대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만, 문 대통령의 ‘강공 정치’를 ‘일방통행’이라며 비판하는 목소리는 꾸준히 들려오고 있다. 

국방부 국기문란 지적
주도권 싸움 들어갔다

최근 문 대통령은 정부 내 기강확립에도 힘쓰는 모양새다. 청와대는 국방부의 ‘사드 4기 추가반입’ 보고 누락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청와대는 국방부의 행위가 국기문란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한민구 국방장관과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은 줄줄이 청와대 조사를 받았다. 

이는 단순히 사드 반입과 관련된 진상을 규명하기 위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정부 초기 기강을 잡아 국정운영에 동력으로 삼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국방개혁의 신호탄이라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문 대통령은 방산비리를 적폐청산 대상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초기부터 국방개혁특별위원회를 설치하면서 1년 안에 국방개혁안을 내놓기로 했다. 국방비 증가율에 있어서는 참여정부의 국방개혁 수순을 따라가는 움직임이 보인다. 문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의 4% 수준의 국방비를 참여정부 때와 같은 7∼8% 수준으로 높이겠다고 공언했다.
 

앞서 참여정부는 국방개혁 2020을 발표하면서 전시작전권 환수, 국방부 문민화, 3군 균형발전과 신무기체계 적극 도입을 추진했다.

 하지만 국방부와 육군, 예비역 장성 등의 강한 반발에 부딪히면서 계획은 어긋났다. 정치권은 문 대통령이 사드배치 보고 누락 사태로 국방부와의 기 싸움서 우위를 점했기 때문에 정권 초기 국방개혁을 추진할 토대는 마련됐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선 국정 초기 개혁에 힘쓰고 있는 문 대통령이 자칫 인사과정으로 인해 동력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국민적 기대감이 높은 만큼 한국당을 비롯한 야당이 문 대통령의 행보에 무리하게 발목을 잡진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국정초기 바짝
개혁 드라이브 

한 정치평론가는 “대통령과 청와대는 인사 문제서 한번 밀리면 계속 밀린다는 일종의 강박증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인사청문회 때마다 거의 예외 없이 여당은 대통령의 논리로 총대 메기에 나서곤 했다”며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직 후보자 몇 사람을 구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문재인정부의 성공적인 협치와 그를 통한 안정적 국정 운영을 위해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한국당, 청와대와 각 세우기 왜?

‘강한 야당’을 모토로 내세운 자유한국당이 문 대통령의 개혁 드라이브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특히 인사, 추경, 사드 추가반입 진상조사 등에 반발하는 모양새다. 

한국당은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다양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청와대서 이에 대한 해명이나 자료제출 없이 일방적으로 인준 통과만 이야기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또 각종 의혹에 시달리고 있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와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도 사퇴를 요구했다. 

최근 문 대통령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반입에 대해 진상조사를 지시한 것과 관련해선 대통령의 ‘자해행위’라며 맹비난했다. 일각에선 문재인정부 출범 불과 2주 만에 한국당이 비난 어조로 나오는 것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 이 같은 한국당의 움직임은 한국당이 정권초기 적폐청산을 강조하며 맹활약하는 문 대통령과의 주도권 경쟁서 지지 않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기사 속 기사> 군 사조직 ‘알자회’ 정체

청와대가 사드 발사대 4기 보고 누락 파문으로 국방부를 정조준하고 있는 가운데 사드 보고 누락 배후설에 ‘알자회’가 거론되고 있다. 알자회는 육사 34기부터 43기까지 120여명이 활동했던 군내 사조직이다. 알자회는 군내 핵심 보직을 독점한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사드 배치와 추가 반입 과정서 군내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보고 누락 문제가 생겼고, 그 배경에 알자회를 비롯한 군내 사조직이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사드 배치를 총괄하는 국방부 정책실의 장경수(육사 41기) 정책기획관도 알자회 소속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알자회 처단을 촉구했다.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인 홍익표 의원은 지난 1일 정책조정회의서 “사드 추가 반입 보고 누락 과정과 관련해 세 가지 국내 문제가 있다”며 “알자회가 해체된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명박·박근혜정권서 부활한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국회 최순실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서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안봉근 전 비서관이 추명호 전 국정원 국장을 통해 알자회의 뒤를 봐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국방부는 입장자료를 통해 “알자회는 1992년 이미 해체됐다. 군내 파벌이나 비선에 의한 인사 개입은 있을 수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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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