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발목 잡는 자유한국당 진짜 노림수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6.07 09:59:22
  • 호수 11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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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홍 대 비홍 갈등이 본질”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정국이 급속히 얼어붙었다. 당초 예상된 3개월의 허니문 기간조차 채우지 못하고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은 문재인 대통령을 향해 총부리를 겨눴다. 한국당이 이처럼 빠른 기간에 공세로 돌아선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권에선 국정 발목을 잡기 위함보다 더 복잡한 이유가 숨겨져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때 시작된 한국당의 공세는 시간이 지날수록 거세지고 있다. 한국당 소속 의원들은 이 총리 후보자 인준안의 국회 표결이 있던 날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 모여 피켓 시위를 펼치며 극렬히 반대했다. 한국당 정우택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국회 정론관서 가진 기자회견서 “모든 문제의 근본 원인은 (문) 대통령 본인에게 있다”고 날을 세웠다.

“문재인 때문”

야당의 총리 인준 반대는 사실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이를 당론으로 정하는 것은 흔히 볼 수 없는 일이다. 지난달 29일 정 원내대표는 의원총회를 거친 뒤 인준안 ‘수용 불가’ 입장을 표명, 사실상 인준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이러한 반대가 한국당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당권 전쟁 때문이라는 해석이 정치권서 나오고 있다. 지난달 30일 이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특위 관계자는 “정우택 지도부 측의 반대는 홍 대 비홍 구도서 선명성을 드러내기 위함이 본질”이라며 “지도부는 홍준표 전 경남도지사를 막겠다는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즉, 비홍(비 홍준표) 성향의 현 정우택 지도부가 오는 7월3일로 예정된 한국당 전당대회(이하 전대)를 앞두고 선명성을 드러내기 위해 문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당에선 친홍(친 홍준표) 대 비홍이 나뉘어 치열한 당권 전쟁을 펼치고 있다. ‘바퀴벌레’ ‘육모방망이’ ‘낮술’ 등 낯 뜨거운 발언이 오갈 정도로 진흙탕 싸움이 한창이다.

현재 자천타천 당권 도전자로 분류되는 인사는 홍 전 지사 외에도 홍문종 의원, 유기준 전 해양수산부장관, 원유철·정진석 전 원내대표 등이다.

이 중 홍 의원, 유 전 장관, 원 전 원내대표가 비홍 성향으로 꼽힌다. 반면 정 전 원내대표는 최근 “홍 전 지사에게 당권 도전 기회를 주는 것이 마땅하다”는 입장을 전하는 등 친홍 성향을 내비치고 있다.

친박은 비홍, 비박(비 박근혜)은 친홍으로 각각 진화하는 모양새다. 비박계와 초선, 복당파 의원들은 ‘홍준표 추대론’을 주장하며 친홍 대열에 합류했다. 초선 의원들은 앞서 “계파 패권주의를 배격하자”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고 친박(친 박근혜)계의 2선 후퇴를 요구했다. 현장서 참석자들은 홍 전 지사에게 힘을 실어주는 발언을 쏟아냈다.

반면 친박 성향의 재선의원들은 홍 전 지사의 당권 도전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며 비홍 성향을 보이고 있다. 홍 전 지사가 대선 패배 책임을 져야 한다는 ‘책임론’을 내세우며 ‘홍준표 추대론’에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우현 의원은 재선 의원 모임서 “당 지도부가 새롭게 변신하는 모습을 보여야지, 책임을 회피해선 안 된다”며 “참패했으면 참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뜻 정우택 지도부를 겨냥한 발언으로 보이지만, 실상 이번 대선서 저조한 득표율로 참패한 홍 전 지사에게 책임론을 제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청과 대립각 세워 선명성 부각
후속 청문회도 반대 입장 분명

앞서 대선 책임론을 둘러싸고 홍 전 지사와 정 원내대표 간 갈등이 촉발된 바 있다. MBC 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정 원내대표는 “홍 전 지사가 당권 도전을 하지 않을 것이라 본다”며 “(대선에 출마했는데) 또 당권에 도전하겠다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홍 전 지사가 당권 의사를 내비치고 있어 정 원내대표의 예상은 빗나갔다.


또 정 원내대표는 “여태까지 대통령 후보로 나왔다가 낙선했던 사람들은 자중하거나 정계은퇴를 했다”며 홍 전 지사를 비난했다. 일각서 제기되고 있는 추대론에 대해서도 정 원내대표는 “맞지 않다고 본다”며 비홍 색깔을 분명히 했다.
 

최근 SNS 정치를 펼치고 있는 홍 전 지사는 정 원내대표 부친을 저격하며 응수했다. 

그는 “박정희정권 말기 김영삼 총재를 제명하고 허수아비 지도부를 세웠다”며 “강력한 지도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홍 전 지사가 말한 허수아비 지도부의 주인공은 신민당 정운갑 전 총재 직무대행이다. 정 전 직무대행은 정 원내대표의 부친이다.

전대 전까지 당권을 둘러싼 친홍 대 비홍의 갈등은 계속될 것이다. 이에 문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운다는 정우택 지도부의 선명성 기조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김이수 헌재소장 후보자 청문특위 위원 중 한 명은 “첫 소집 때부터 한국당 소속 위원들이 반대 의사를 보였다”며 “무조건 (김 후보자를) 낙마시키겠다는 입장이더라”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산 넘어 산

문 대통령 입장에선 산 넘어 산이다. 이낙연 총리 인준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김이수 후보자 외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과 강경화 외교부, 김부겸 행정자치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김현미 국토교통부, 김영춘 해양수산부 등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예정돼있다. 한국당 당권 전쟁의 불똥이 애먼 방향으로 튄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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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리면 철퇴’ 대법정 417호의 저주

‘걸리면 철퇴’ 대법정 417호의 저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법원은 내란 혐의로 기소된 전직 대통령에게 철퇴를 내렸다. 2024년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400여일 만이다. 이날 선고로 서울중앙지법 대법정 417호는 ‘전직 대통령의 무덤’이라는 악명을 이어가게 됐다. 5명의 전직 대통령에게 가해진 ‘대법정의 저주’를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지난달 19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운명의 날’이었다. 각종 혐의로 받는 재판 중에 가장 핵심 사안에 대한 법원의 첫 번째 판결이 이날 나왔다. 1심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앞서 관련자들에 대한 판결이 나오는 족족 유죄였기에 반전이라고 할 만큼 놀라운 결과는 아니었다. 443일 걸렸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부 지귀연 부장판사는 지난달 19일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선고 공판에서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내란 우두머리죄의 법정형은 사형, 무기징역, 무기금고로 윤 전 대통령은 최고형을 피해갔다.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이 형법상 내란죄가 맞다고 판시했다. 지 판사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자체는 헌법상 권한 행사로서 내란죄에 해당할 수 없고 사법 심사의 대상이 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그 목적에 따라 내란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했다. 비상계엄의 목적이 국회나 행정·사법의 본질적 기능을 침해했다면 내란죄가 성립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사실관계의 핵심으로 군을 국회로 보낸 점을 꼽았다. 지 판사는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국회를 제압해야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에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게 실체에 부합한다”고 밝혔다. 결국 군을 국회로 보낸 행위 자체가 내란죄 성립 요건인 ‘국헌문란 목적’과 ‘폭동’에 부합한다는 취지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은 국회에 군을 보내 봉쇄하고 주요 정치인 등을 체포하는 방법으로 국회 활동을 저지·마비시켜 국회가 상당 기간 기능을 제대로 할 수 없게 하려는 목적을 내심으로 갖고 있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며 “군대를 보내 폭동을 일으킨 사실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야당의 연이은 탄핵, 예산 삭감 등에 따른 국가 위기를 타개하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한 비상계엄이었다는 윤 전 대통령 측 주장에는 “명분과 목적을 혼동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이 대목에서 지 판사는 “성경을 읽는다는 이유로 촛불을 훔칠 수는 없다”고도 언급했다. 전두환·노태우·박근혜·이명박 법정에 선 전직 대통령 5명 국가 위기 상황 타개는 명분에 불과할 뿐 본질은 헌법기관의 마비였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재판부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의 내란죄 수사에 대해서도 인정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공수처가 내란죄를 수사할 권한이 없다며 수사의 적법성을 문제 삼아 왔다. 재판부는 “공수처에 내란죄 수사권이 없다고 하더라도 검찰은 공수처 송부 기록 외 다른 증거들을 종합해 기소한 것으로 보이고 공수처가 수집한 증거를 다 빼더라도 피고인에 대해 유죄 판단을 할 증거가 충분하다”고 정리했다. 검찰과 조은석 내란특별검사팀(이하 내란 특검)의 주장 중 윤 전 대통령이 장기 독재를 하기 위해 2023년께부터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국회를 제압할 의도로 내외적 여건을 조성했다는 공소 사실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보기엔 지나치게 준비가 허술했다는 것이다. 또 국회를 무력화할 계획 등에 관한 별다른 증거나 자료,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 무기징역 선고 외에도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내란 중요임무종사죄가 인정돼 징역 30년,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은 징역 18년, 조지호 전 경찰청장은 징역 12년, 김종식 전 서울경찰청장은 징역 10년, 목현태 전 서울경찰청 국회경비대장은 징역 3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최고형 피했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선고 닷새 만인 지난달 24일 항소했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법정의 기록은 물론, 훗날 역사의 기록 앞에서도 이번 판단의 문제점을 분명히 남겨야 할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특검의 무리한 기소, 그 전제 위에서 이뤄진 1심의 모순된 판단과 그 정치적 배경에 대해 저희는 결코 침묵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윤 전 대통령이 중형을 선고받으면서 서울중앙지법 대법정 417호의 ‘저주’가 이번에도 나타났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대법정 417호는 150석 규모의 형사 법정이다. 대법정 417호가 주목받는 이유는 이곳에서 윤 전 대통령을 포함한 전직 대통령 5명이 재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전직 대통령의 ‘무덤’이라는 별칭이 생길만한 대목이다. 전두환씨, 노태우 전 대통령의 하늘색 반팔 수의 차림은 국민의 뇌리에 깊게 남아 있다. 최고 권력이라 할 수 있는 대통령이 법정에 서서 판결을 듣고 있는 모습 자체가 충격인 시대였다. 12·12 군사반란과 5·18 광주민주화항쟁 관련 내란 우두머리(당시 내란 수괴) 등 혐의로 넘겨진 전직 대통령은 대법정 417호에서 중형을 선고받았다. 1996년 당시 검찰은 반란 및 내란 수괴 외에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 등 총 10개 죄목으로 전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노 전 대통령에게는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9개 죄목으로 기소,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전 씨는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았으나 2심에서 무기징역으로 감형됐고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다. 노 전 대통령은 1심에서 징역 22년6개월, 2심에서 징역 17년, 이후 대법원에서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국정 농단 다스 재판 그로부터 30여년 뒤 윤 전 대통령이 같은 장소에서 같은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검찰 측 구형도 사형으로 같았다. 내란 특검은 지난 1월13일 “법률가로서 검찰총장까지 지낸 피고인은 대통령으로서 누구보다 앞장서 헌법을 준수하고 헌법 질서를 수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잘 알면서도 헌법 질서 파괴로 나아간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다”며 “피고인은 반성하지 않는다. 양형에 참작할 사유가 없고 오히려 중한 형을 정해야 한다”고 구형 배경을 밝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국정 농단 사건의 1심 선고도 대법정 417호에서 이뤄졌다. 박 전 대통령은 헌정사상 처음으로 탄핵으로 지위를 잃고 구속 기소됐다.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국정을 좌지우지하는 등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사적으로 남용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국민의 공분이 하늘을 찌르던 시기였다. 2018년 4월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는 대기업 등으로부터 231억9427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2016년 10월 이후 불거진 국정 혼란의 장본인으로 박 전 대통령을 지목했다. 박 전 대통령이 국정 농단 사태에 궁극적인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였다. 그러면서 “국정 혼란과 대통령 파면의 주된 책임은 피고인과 최순실에게 있다”며 “그럼에도 잘못을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일관하면서 책임을 주변에 전가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박 전 대통령이 받던 18개 혐의 중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 등 16개를 유죄로 봤다. 150명 규모 방청석 역사적 재판의 현장 이명박 전 대통령도 ‘저주’를 피하지 못했다. 자동차 부품업체 ‘다스’ 자금을 횡령하고 삼성 등에서 거액의 뇌물을 챙긴 혐의로 기소된 이 전 대통령은 2018년 10월5일 1심 재판에서 징역 15년, 벌금 130억원을 선고받았다. 법원이 다스의 실소유주를 이 전 대통령으로 결론 내리면서 ‘다스는 누구 겁니까’라는 논란에 종지부가 찍힌 순간이었다. 당시 재판부는 “2007년 대통령선거 기간 내내 피고인에 대한 각종 의혹이 제기됐지만 피고인의 결백을 믿는 다수의 국민 덕분에 피고인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며 “피고인은 대통령으로서의 막강한 권한을 오직 헌법과 법률에 따라 국민 전체를 위해 행사해야 할 책무를 부담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재판 결과 피고인이 친인척 명의를 빌려 다스를 설립해 실소유하면서 246억원가량 횡령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범행 기간이 길고 이득액이 상당하며 범행 당시 이미 국회의원, 서울시장으로 활동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나쁘다”고 비판했다. 또 “의혹만 가득했던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는 과정에서 대통령 재임 시절 저질렀던 다른 범행이 함께 드러남으로써 당시 피고인을 믿고 지지했던 국민은 물론 사회 전반에 큰 실망과 불신을 안겼다”며 “그런데도 친인척이나 측근이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는 등 책임을 전가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되풀이된 30년 역사 전직 대통령 관련 재판 등 사회적 관심이 높은 사건이 대법정 417호에서 열리는 건 규모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사람이 방청을 원하기에 대형 법정에서 재판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5명의 전직 대통령은 방청석의 150여명과 실시간으로 중계된 재판을 본 국민 앞에서 단죄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