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적’ 강화산성 훼손사건 전말

성벽 허물고 절 지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강화도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성이 있다. 이 성의 이름은 강화산성. 사적 제132호로 지정돼 있을 만큼 중요한 문화재다. 이 강화산성에 여러 문 중 ‘서문’ 쪽 성벽을 훼손하고 그곳에 절을 지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일요시사>에서 제보자를 만나 문화재 훼손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봤다.
 

지난달 23일 강화도에 거주하는 A씨로부터 제보가 들어왔다. A씨는 “누군가 강화산성의 성벽을 허물고 절을 지었다”고 주장했다.

마음대로 
부수고 짓고

훼손 논란에 휩싸인 강화산성은 강화도를 방어하기 위해서 쌓은 산성으로 강화읍과 내가면, 하점면 일대에 걸쳐 있으며 성문 4곳과 첨화루·안파루·진송루 등의 문루, 암문·수문·장대 등의 방어시설이 갖춰져 있다.

현재 강화읍 동쪽의 성벽은 없어졌지만 남쪽과 북쪽의 성벽은 잘 보존돼있다. 몽골군의 침입, 병자호란, 병인양요, 신미양요 등 수많은 외세 침략의 현장으로 알려져 있다. 강화산성은 1964년 6월10일 사적 제132호로 지정됐다.

이번에 문제가 된 곳은 ‘서문’이다. 서문의 왼쪽으로는 성벽으로 갈 수 있는 언덕이 있다. 가는 길에 설치된 안내문에는 “이곳은 문화재 보호법서 정하는 문화재보호 구역 및 국유재산입니다. 무단으로 점유하거나 사용하면 관계 법령에 의해 법적 조치를 받을 수 있습니다”라고 쓰여 있다.


언덕 위로 올라가 보니 훼손된 성벽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문제는 성벽의 훼손된 부분이 한 절로 이어지는 통로로 쓰이고 있다는 점이다. 훼손된 성벽 안쪽으로는 누군가 관리를 하는 듯한 경작지와 가건물로 세워진 절이 있었다. 안내문이 무색해지는 광경이다.

문화재 보호법 제13조(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의 보호)에 따르면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의 범위는 해당 지정문화재의 역사적·예술적·학문적·경관적 가치와 그 주변 환경 및 그 밖에 문화재 보호에 필요한 사항 등을 고려해 그 외곽 경계로부터 500m 안으로 한다. 하지만 누가 보기에도 경작지와 절의 거리는 성벽과 50m도 채 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관계자는 “성벽은 누군가에 의해 훼손된 것이 아니라 복구가 그곳까지만 진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세한 사항은 강화군청에 문의해보면 알 것”이라고 말했다.
 

강화군청 문화재관리과 관계자도 성벽에 대해서 “훼손된 것이 아닌 복구된 것”이라고 밝혔고 “지어진 절은 불법이 맞다. 현재 원상복구 명령을 내린 상태”라고 말했다.

문화재 보호법 제42조(행정명령)에 따르면 문화재청장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국가지정문화재의 현상을 변경하거나 보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행위 등을 한 자에 대한 행위의 중지 또는 원상회복 조처를 내릴 수 있다.

하지만 A씨는 “강화도서 오래 사신 분들에게 물어봐도 분명히 성벽은 이어져 있었다”고 반박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절이 세워진 지 5년이 지난 시점에 원상복구 명령이 내려졌다는 데 있다. A씨는 문화재청과 강화군청의 관리 부실을 탓했다.

지붕 없는 박물관
관리가 부실해∼


문화재 보호법 제44조(정기조사)에 따르면 문화재청장은 국가지정문화재의 현상, 관리, 수리, 그 밖의 환경보전상황 등에 관해 정기적으로 조사해야 한다. 문화재청장은 정기조사 후 보다 깊이 있는 조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그 소속 공무원에게 해당 국가지정문화재에 대해 재조사하게 할 수 있다.

강화군청 문화재관리과 관계자는 “예전에 불법으로 지어진 절에 대해 시정명령이 내려졌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내려진 원상복구 명령의 기한은 지난달 31일까지였다. 아직 절은 그대로 남아 있다.

일각에선 사적지 주변서 개발행위를 어느 정도 용인하는 ‘문화재 형상변경 허용기준안’이 너무 느슨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기준안으로 인해 국가 지정 문화재가 오히려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것. 당초 사적지 주변 500m 이내에선 건축이 거의 불가능했지만 이제 강화대교 주변의 강화 외성 경계 20∼30m(1구역)만 벗어나도 건물 신축이 수월해졌다.

유서 깊은 ‘강화도 문화재’ 훼손 논란
관리 부실…5년간 원상복구 명령 전무

문화재청 관계자는 “강화도서 문화재 훼손 사건이 자주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강화도 자체가 문화재가 많은 지역이라 건축물을 짓고 경작할 때 자신도 잘 모르는 사이에 문화재가 훼손된다”고 이유를 밝혔다.
 

강화군 일대는 지리적 입지조건의 영향으로 국가 사적 및 시 지정 유형 문화재, 기념물 등이 다수 위치하고 바다의 조망과 천혜의 자연조건이 어우러져 경관이 수려하고 환경적 보전가치가 매우 높은 곳이다.

인천광역시 소재 문화재 현황서 강화군 지역은 시 전체의 국가지정 문화재로 총 140건 중 65건, 시지정문화재는 90건 중 40건으로 절대다수를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이 때문에 강화도는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고도 불린다.

문제는 이런 문화재들이 방치되거나 훼손되고 있다는 데 있다. 사적지로 지정돼 있어 건축물 신축이 불가능한 문화재보호 1구역서 산허리를 자르고 도로 개설공사가 이뤄졌는가 하면 건축 제한지역(보호 2∼4구역)에선 건물 신축이 무분별하게 진행됐다.

인천 강화군 선원면 신정리 가리산 돈대로 이어지는 산등성이는 산허리가 잘려나간 모양새다. 5년 전 가리산 돈대 주변 사유지의 진입도로를 개설하기 위해 이 돈대와 외성을 잇는 주요 지점서 포클레인이 산등성이를 파헤쳤기 때문이다.

당시 강화군 문화재 관리 담당자는 “보호 1구역서의 문화재 형상변경 없이 도로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데, 이미 건축허가를 받아 공사를 하는 개인 땅이기 때문에 제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리산 돈대 성벽 주변서도 문화재가 훼손됐다. 성벽 인근에 6·25전쟁 참전 기념비가 들어서 있고 2000년 해안도로 공사로 인해 성벽 동측이 잘려나갔다. 한 향토사학자는 “고려 때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강화 외성의 길이가 23km나 되는데 곳곳서 훼손 행위가 이뤄지고 있어 복원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계속되는 훼손
방치가 원인


강화읍 갑곶리의 갑곶돈대 일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강화의 남대문과 같은 성루인 ‘진해루’가 있었던 곳이어서 복원이 시급하지만 오히려 신축 건물이 계속 들어서고 있다. 1만4255m²의 터에 지하 1층, 지상 3층의 3개동 건물(총면적 1631m²)이 들어섰다.

이곳은 문화재보호 4구역에 속해 있지만 천주교 인천교구가 문화재 형상변경 허가를 받아 성당과 영성수련관을 짓고 순교성지를 조성했다. 주민들은 “이로 인해 강화 외성과 진해루, 갑곶돈과 제물진, 총제영학당, 갑곶나루 선착장 석축로 등의 역사유적 복원은 이제 완전히 ‘물 건너 갔다’”고 말한다.
 

수도를 옮겨와 항진을 지휘했던 고려궁궐 옛터는 발굴이 중단되면서 궁궐터는 파헤쳐진 채 방치되고 있다. 관리도 허술할 뿐만 아니라 발굴 작업을 통해 나온 것으로 보이는 기왓조각들도 곳곳서 방치되고 있다.

또 해안으로 들어오는 적군을 막기 위해 세워진 돈대는 조선시대 50여 개나 세워졌지만 현재 제대로 보존되는 곳은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사유지라는 이유로 혹은 군부대 초소라는 이유로 절반 정도가 형체를 찾기 어렵다. 민족의 자주정신과 국난극복의 역사적 교훈을 지니고 있는 강화유적 곳곳이 관리부실로 흔적을 잃어가고 있다.

“맘대로 부쉈다” vs “나중 복구” 
불법 점유 두고 엇갈린 주장들


지난해 1월 강화도에선 굴착기로 문화재를 훼손한 50대 6명이 검거됐다. 이들은 강화 중성(총 길이 145m) 성곽을 굴착기로 훼손하고 인근 참나무 100여 그루를 전기톱으로 무단 벌목했다.

강화 중성은 강화산성을 둘러싸고 있는 성곽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비지정 문화재다.이를 주도한 B씨는 자기 소유 땅이라는 이유로 문화재청의 인허가 절차를 밟지 않고 성곽을 훼손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452호 강화 외성의 현상변경허용기준 1구역에 무단으로 주택과 비닐하우스를 지어 구역을 훼손한 혐의로 C씨 등 6명이 경찰에 검거되기도 했다.

이 구역은 문화재 주변을 계획적으로 보존·관리하고자 지정하는 것으로 역시 문화재청의 현상변경허가를 얻어야 건축물 등을 지을 수 있다. 대부분 자영업자인 이들은 이곳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등 영업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처벌 강화해도
훼손 사례 증가

문화재 보호법 제99조(무허가 행위 등의 죄)에 따르면 지정문화재(보호물, 보호구역과 천연기념물 중 죽은 것을 포함한다)나 가지정문화재의 현상을 변경하거나 그 보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한 자, 허가 없이 명승, 천연기념물로 지정 또는 가지정된 구역 또는 보호구역서 동물, 식물, 광물을 포획·채취하거나 이를 그 구역 밖으로 반출한 자,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영업행위를 한 자에 해당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경찰 관계자는 “강화에는 역사적 가치가 높은 문화재가 많은 만큼 문화재 보호법을 위반한 경우가 또 있는지를 계속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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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여당 최대 변수 송영길,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돌아왔다. 3년의 옥살이 끝에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명분과 서사를 모두 거머쥐었다. 두 팔 벌려 환영했지만 송 전 대표를 바라보는 정청래 지도부의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앞으로 치러질 각종 선거의 변수가 된 송 전 대표의 쓰임새는 무엇일까? 지난달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의 무죄가 확정됐다. ‘돈봉투 사건’을 주도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검찰이 상고를 포기하면서다. 송 전 대표는 “돈봉투 의혹 사건, 2심 무죄에 이어 최종 무죄가 확정됐다”며 “긴 시간 함께 걱정해 주시고, 흔들림 없이 믿어주시며 끝까지 곁을 지켜주신 많은 분의 성원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진실은 결국 가려지지 않았다. 이제 더 단단해진 마음으로, 책임 있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돌아온 큰형님 송 전 대표는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을 앞두고 6000만원의 상당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역 본부장에게 현금이 든 돈봉투를 건네고, 민주당 윤관석 의원을 통해 국회의원에게 나눠줄 돈봉투 6000만원을 제공하는 데 개입한 혐의 등을 받았다. 아울러 그의 외곽 후원 조직인 ‘사단법인 먹고사는문제 연구소(이하 먹사연)’를 통해 기업인 7명으로부터 후원금 명목의 불법 정치자금 총 7억6300만원을 챙긴 혐의 등도 있다. 당초 1심 재판부는 송 전 대표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으나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윤성식)는 이를 뒤집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이 돈봉투 사건과 먹사연 사건 범죄 사실의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먹사연 사건 관련 공소 사실의 경우 압수물이 영장 없이 증거로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송 전 원내대표의 복귀는 화려했다. 무죄가 선고된 날 서울고등법원 현장에는 민주당 강득구·김교흥·김상욱·박선원·부승찬·전현희 의원 등 10여명이 모였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역시 자신의 SNS에 “송 대표의 무죄 판결을 축하한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다”며 “검찰 전횡을 바로잡는 검찰개혁에 더 매진하겠다”고 작성했다. 이 판결로 송 전 대표는 ‘정치 검찰의 희생양’이라는 강력한 명분을 얻었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정치 검찰의 서슬 퍼런 칼날을 이겨내고 돌아오신 송 전 대표를 환영한다”며 “이재명정부 성공을 향해 연대와 통합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송 전 대표는 이날 민주당 인천시당을 찾아 복당 신청서를 제출했고, 그달 27일 최종 의결됐다. 정 대표는 “송 전 대표의 복당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며 “앞으로 민주당 발전과 이정부의 성공을 위해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또한 정 대표는 “탈당 후 당의 요청이 아니면 다른 경선에서 20% 감산되는 불이익을 받는데, 당 대표인 제가 요청해 (감산이 없도록) 처리하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인천시당에 복당을 신청한 것이 서울시당으로 이첩됐던 것을 중앙당 당원자격심사위원회로 보내라고 지시해 복당했다”고 말했다. “정치 검찰 피해자” “이재명의 은인” 정점 찍은 서사…‘송 사용법’ 고심 송 전 대표는 2021년 전당대회서 당의 주류였던 친문(친 문재인)계를 꺾으며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났다. 그런 그에게는 이재명 대통령과 끈끈한 연결고리가 있다. 같은 해 치러진 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서 두 사람의 관계가 본격화됐고, 송 전 대표가 당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밀어줬다는 이른바 ‘이심송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후보를 국회로 이끈 인물 역시 송 전 대표다. 그는 2022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인천 계양을 지역구에서 사퇴했고, 그때 이 후보가 보궐선거를 통해 당내에 입성했다. 당시 그는 이 후보의 전략공천을 환영하는 입장을 밝히며 “당의 단단한 결정과 이재명 (당시) 상임고문의 결단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됐다. 이 상임고문은 우리 민주당과 현재 한국 정치에 큰 자산”이라고 치켜세우며 “이번 지방선거 승리의 큰 구심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후보가 국회 입성에 성공하고 당 대표직을 따내는 등 정치인으로서 성공가도를 걸었던 반면, 송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패배하며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이때부터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송 전 대표가 ‘자신을 희생하고 후배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정치인’이라는 인식으로 남았다. 2023년 두 사람에게 본격적인 위기가 찾아왔다. 돈봉투 의혹 수사가 송 전 대표를 덮쳤고, 이재명 대표는 거리를 두는 전략을 택했다. 민주당은 당 전체의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송 전 대표의 자진 탈당을 압박했고, 송 전 대표 역시 당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3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은 송 전 대표가 자신의 서사를 어떻게 활용할지 이목이 쏠린다. 과거의 영광을 누렸던 그가 복귀하자 현 수장인 정 대표의 셈법만 복잡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방선거, 전당대회, 나아가 다음 대선까지 송 전 대표가 차후 진행될 모든 선거의 변수가 됐다. 6월 치러지는 지방선거 및 재보궐선거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복당 이후 송 전 대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계양을로 이사오면서 이곳에서 치러질 보선에 출사표를 던질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계양구는 송 대표의 정치적 고향으로, 지난 2000년 해당 지역에서 당선돼 16대 국회에 입성한 뒤 17·18·20·21대 총선까지 내리 승리했다. 이때 쌓은 조직력을 기반으로 2010 민선 5기 인천시장에도 당선됐다. 굴리는 주판알 인천 계양에 출마가 유력한 김남준 청와대 대변인과의 교통정리 여부가 변수다. 송 전 대표는 YTN과의 인터뷰서 김 전 대변인도 계양을 출마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당 지도부가 잘 판단하고 결정할 것”이라며 “지역구라는 게 정치인들이 마음대로 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고, 국민과 당원의 뜻이 중요하다. 당 지도부가 여러 가지를 검토해서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중진과 대통령의 최측근인 신인 정치인의 대결구도가 예상되는 만큼 시선은 지도부의 교통정리에 쏠렸다. 정 대표와의 신경전도 예상된다. 정 대표가 당 대표 연임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가운데 송 전 대표가 국회에 입성하면 차기 당권을 노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다. 송 전 대표가 실제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정 대표를 비롯해 ‘차출설’이 제기되는 김민석 총리와 함께 3파전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여론조사에서는 벌써 송 전 대표의 이름이 거론된다. 지난달 26일 <뉴스토마토>가 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34명을 대상으로 ‘민주당 8월 전당대회에서 다음 세 사람이 맞붙는다면, 누가 민주당을 이끌 차기 당대표로 적합하다고 보는지’를 묻는 말에 답변은 ▲정청래 대표 21.6% ▲송영길 전 대표 19.4% ▲김민석 국무총리 18.8%로 집계됐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0%이며 ARS(RDD) 무선전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8%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강경 개혁파로서 외연 확장성이 부족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정 대표의 강경 노선이 지지층 결집에는 효과적이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을 포섭해야 하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는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비슷한 중도·실용주의적 성향인 송 전 대표는 민주 당원의 또다른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미 온라인 공간에서는 ‘뉴이재명’ 그룹이 송영길 역할론에 불을 지피면서 그의 존재감을 키워주는 상황이다. 거침없는 저격수 따라서 송 전 대표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 대표의 리더십에 불만을 가진 세력이 정청래 VS 송영길 구도를 만드는 등 당내 경선을 앞두고 판이 깔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결국 모든 권력투쟁의 종착지가 그렇듯 그가 2027년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까지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송 전 대표는 복귀와 동시에 활발한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 친청(친 정청래)·친문으로 분류되는 김어준씨의 유튜브 채널 ‘뉴스공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는가 하면,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두고 ‘대국민 사기’라며 문재인 전 대통령의 책임을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한 라디오를 통해 ‘이재명 대통령 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인 ‘뉴스공장’을 향해 “괴물과 싸우다가 괴물이 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라”고 충고했다. 송 전 대표는 “(‘뉴스공장’에) 섭외를 받아도 안 나가고 싶다”며 “특정 언론 유튜브에 국회의원들이 줄 서서 알현하듯이 있는 모습이 좋은 건 아니다. 우리가 국민의힘에 대해서 고성국이나 전한길 비판하듯이 우리 스스로도 돌이켜볼 면이 있다”고 꼬집었다. 여기에 친명인 강득구 의원도 김씨의 방송에 출연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에게 힘을 실었다. 강 의원은 “큰 틀에서 송 전 대표의 문제 제기에 뜻을 같이 한다”며 “(최근) 김씨는 김 총리의 미국 출장을 두고 ‘차기 주자 육성 프로그램처럼 보인다’고 해석했다. 해석은 자유이지만 다소 자의적인 판단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8월 전대 ‘정·송·김’ 3파전? 6월 지선·재보선 첫 번째 관문 코로나 백신 논란에 대해서는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조국 대표가 참전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조 대표는 “송 전 대표는 두 가지 음모론을 여전히 믿고 주장하고 있다. 첫째, 극우 변희재가 주장한 최순실 태블릿 PC 조작론. 둘째, 코로나 백신 국가적 사기론”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송 전 대표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순실 태블릿PC 조작설’을 주장해 온 변희재씨와 손을 잡은 이유를 묻는 질문에 “(JTBC와 검찰, 특검이 태블릿 PC 조작을 통해 박근혜 탄핵 수사에 활용했다는 의혹이) 법률가인 제가 보기에도 일리 있는 주장이라 공감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조 대표의 부산 출마’ 필요성을 언급한 송 전 대표를 비판했다. 조 대표는 “최근 송 전 대표께서 느닷없이 저와 혁신당을 향해 ‘호남 이삭줍기 말고 영남으로 가라’고 말씀하셨는데, 호남 출마자들이 어떻게 이삭이냐”며 “모욕과 폄훼”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혁신당 후보들은 지난 총선 시기에 송 전 대표가 손을 잡았던 극우 인사 변희재·최대집씨보다 훨씬 훌륭한 사람들”이라며 다시 한번 송 전 대표의 과거 행적을 거론했다. 광폭 행보를 보이는 송 전 대표는 ‘뉴이재명 바람’에 올라탔다. 지난 15일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이 개최한 ‘뉴이재명 토론회’ 현장에 나타나 지지자와 인사를 나눴다. 송 전 대표의 축사가 끝나자 지지자들은 연신 “송영길”을 외치기도 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송 전 대표는 이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최고의 칼”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송 전 대표와 이 대통령, 두 사람은 혁신과 쇄신을 강조하는 등 성격이 비슷하다”며 “정부·여당에 타격을 입히는 ‘당정 갈등설’을 부인하는 것도, 논란을 만드는 것도 정 대표다. 이정부의 성공을 바라는 지지층이 봤을 때 이 대통령이 어떤 의중을 전달할 때 정 대표가 아닌 송 전 대표의 입을 빌리는 편이 쉬울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쏘리재명’ ‘쏘리영길’ 그러면서 “뉴이재명은 송 전 대표에 대한 부채 의식이 있다. 3년 동안 옥살이를 하게 했다는 미안함과 이 대통령에게 지역구를 물려준 일 등, 송 전 대표의 희생정신을 높게 평가할 것”이라며 “이런 여론이 확산하면 앞으로 치러질 모든 당내 선거에서 송 전 대표가 승산이 있다고 계산해 어떤 방식이든 (출마를) 결심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송영길 소나무당 어디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 2024년 옥중 창당했던 소나무당이 해체했다. 송 전 대표는 무죄를 선고받자 “소나무당을 해산하고 더불어민주당으로 복당하겠다”고 말했다. 소나무당 시도당위원장 협의회(이하 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의 결정을 받아들였다. 협의회는 “송영길 대표의 소나무당 해산 및 더불어민주당 복당 천명은 바로 그 위임에 따른 책임 있는 정치적 결단”이라며 “이는 개인의 정치적 유불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소나무당이 존재했던 이유와 역할을 다른 방식으로 완성해 나가겠다는 결정이라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소나무당은 해산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들어진 정치적 신뢰와 연대의 경험은 각자의 자리에서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송 대표의 정치적 결단을 존중하며 그의 정치적 행보를 함께 지켜보고 응원하는 시민들과 새로운 방식의 역할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