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적’ 강화산성 훼손사건 전말

성벽 허물고 절 지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강화도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성이 있다. 이 성의 이름은 강화산성. 사적 제132호로 지정돼 있을 만큼 중요한 문화재다. 이 강화산성에 여러 문 중 ‘서문’ 쪽 성벽을 훼손하고 그곳에 절을 지었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일요시사>에서 제보자를 만나 문화재 훼손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봤다.
 

지난달 23일 강화도에 거주하는 A씨로부터 제보가 들어왔다. A씨는 “누군가 강화산성의 성벽을 허물고 절을 지었다”고 주장했다.

마음대로 
부수고 짓고

훼손 논란에 휩싸인 강화산성은 강화도를 방어하기 위해서 쌓은 산성으로 강화읍과 내가면, 하점면 일대에 걸쳐 있으며 성문 4곳과 첨화루·안파루·진송루 등의 문루, 암문·수문·장대 등의 방어시설이 갖춰져 있다.

현재 강화읍 동쪽의 성벽은 없어졌지만 남쪽과 북쪽의 성벽은 잘 보존돼있다. 몽골군의 침입, 병자호란, 병인양요, 신미양요 등 수많은 외세 침략의 현장으로 알려져 있다. 강화산성은 1964년 6월10일 사적 제132호로 지정됐다.

이번에 문제가 된 곳은 ‘서문’이다. 서문의 왼쪽으로는 성벽으로 갈 수 있는 언덕이 있다. 가는 길에 설치된 안내문에는 “이곳은 문화재 보호법서 정하는 문화재보호 구역 및 국유재산입니다. 무단으로 점유하거나 사용하면 관계 법령에 의해 법적 조치를 받을 수 있습니다”라고 쓰여 있다.


언덕 위로 올라가 보니 훼손된 성벽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문제는 성벽의 훼손된 부분이 한 절로 이어지는 통로로 쓰이고 있다는 점이다. 훼손된 성벽 안쪽으로는 누군가 관리를 하는 듯한 경작지와 가건물로 세워진 절이 있었다. 안내문이 무색해지는 광경이다.

문화재 보호법 제13조(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의 보호)에 따르면 역사문화환경 보존지역의 범위는 해당 지정문화재의 역사적·예술적·학문적·경관적 가치와 그 주변 환경 및 그 밖에 문화재 보호에 필요한 사항 등을 고려해 그 외곽 경계로부터 500m 안으로 한다. 하지만 누가 보기에도 경작지와 절의 거리는 성벽과 50m도 채 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문화재청 관계자는 “성벽은 누군가에 의해 훼손된 것이 아니라 복구가 그곳까지만 진행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세한 사항은 강화군청에 문의해보면 알 것”이라고 말했다.
 

강화군청 문화재관리과 관계자도 성벽에 대해서 “훼손된 것이 아닌 복구된 것”이라고 밝혔고 “지어진 절은 불법이 맞다. 현재 원상복구 명령을 내린 상태”라고 말했다.

문화재 보호법 제42조(행정명령)에 따르면 문화재청장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국가지정문화재의 현상을 변경하거나 보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행위 등을 한 자에 대한 행위의 중지 또는 원상회복 조처를 내릴 수 있다.

하지만 A씨는 “강화도서 오래 사신 분들에게 물어봐도 분명히 성벽은 이어져 있었다”고 반박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절이 세워진 지 5년이 지난 시점에 원상복구 명령이 내려졌다는 데 있다. A씨는 문화재청과 강화군청의 관리 부실을 탓했다.

지붕 없는 박물관
관리가 부실해∼


문화재 보호법 제44조(정기조사)에 따르면 문화재청장은 국가지정문화재의 현상, 관리, 수리, 그 밖의 환경보전상황 등에 관해 정기적으로 조사해야 한다. 문화재청장은 정기조사 후 보다 깊이 있는 조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그 소속 공무원에게 해당 국가지정문화재에 대해 재조사하게 할 수 있다.

강화군청 문화재관리과 관계자는 “예전에 불법으로 지어진 절에 대해 시정명령이 내려졌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내려진 원상복구 명령의 기한은 지난달 31일까지였다. 아직 절은 그대로 남아 있다.

일각에선 사적지 주변서 개발행위를 어느 정도 용인하는 ‘문화재 형상변경 허용기준안’이 너무 느슨하게 만들어졌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 기준안으로 인해 국가 지정 문화재가 오히려 허술하게 관리되고 있다는 것. 당초 사적지 주변 500m 이내에선 건축이 거의 불가능했지만 이제 강화대교 주변의 강화 외성 경계 20∼30m(1구역)만 벗어나도 건물 신축이 수월해졌다.

유서 깊은 ‘강화도 문화재’ 훼손 논란
관리 부실…5년간 원상복구 명령 전무

문화재청 관계자는 “강화도서 문화재 훼손 사건이 자주 발생한다”고 말했다. 그는 “강화도 자체가 문화재가 많은 지역이라 건축물을 짓고 경작할 때 자신도 잘 모르는 사이에 문화재가 훼손된다”고 이유를 밝혔다.
 

강화군 일대는 지리적 입지조건의 영향으로 국가 사적 및 시 지정 유형 문화재, 기념물 등이 다수 위치하고 바다의 조망과 천혜의 자연조건이 어우러져 경관이 수려하고 환경적 보전가치가 매우 높은 곳이다.

인천광역시 소재 문화재 현황서 강화군 지역은 시 전체의 국가지정 문화재로 총 140건 중 65건, 시지정문화재는 90건 중 40건으로 절대다수를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이 때문에 강화도는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고도 불린다.

문제는 이런 문화재들이 방치되거나 훼손되고 있다는 데 있다. 사적지로 지정돼 있어 건축물 신축이 불가능한 문화재보호 1구역서 산허리를 자르고 도로 개설공사가 이뤄졌는가 하면 건축 제한지역(보호 2∼4구역)에선 건물 신축이 무분별하게 진행됐다.

인천 강화군 선원면 신정리 가리산 돈대로 이어지는 산등성이는 산허리가 잘려나간 모양새다. 5년 전 가리산 돈대 주변 사유지의 진입도로를 개설하기 위해 이 돈대와 외성을 잇는 주요 지점서 포클레인이 산등성이를 파헤쳤기 때문이다.

당시 강화군 문화재 관리 담당자는 “보호 1구역서의 문화재 형상변경 없이 도로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데, 이미 건축허가를 받아 공사를 하는 개인 땅이기 때문에 제지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리산 돈대 성벽 주변서도 문화재가 훼손됐다. 성벽 인근에 6·25전쟁 참전 기념비가 들어서 있고 2000년 해안도로 공사로 인해 성벽 동측이 잘려나갔다. 한 향토사학자는 “고려 때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강화 외성의 길이가 23km나 되는데 곳곳서 훼손 행위가 이뤄지고 있어 복원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계속되는 훼손
방치가 원인


강화읍 갑곶리의 갑곶돈대 일대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강화의 남대문과 같은 성루인 ‘진해루’가 있었던 곳이어서 복원이 시급하지만 오히려 신축 건물이 계속 들어서고 있다. 1만4255m²의 터에 지하 1층, 지상 3층의 3개동 건물(총면적 1631m²)이 들어섰다.

이곳은 문화재보호 4구역에 속해 있지만 천주교 인천교구가 문화재 형상변경 허가를 받아 성당과 영성수련관을 짓고 순교성지를 조성했다. 주민들은 “이로 인해 강화 외성과 진해루, 갑곶돈과 제물진, 총제영학당, 갑곶나루 선착장 석축로 등의 역사유적 복원은 이제 완전히 ‘물 건너 갔다’”고 말한다.
 

수도를 옮겨와 항진을 지휘했던 고려궁궐 옛터는 발굴이 중단되면서 궁궐터는 파헤쳐진 채 방치되고 있다. 관리도 허술할 뿐만 아니라 발굴 작업을 통해 나온 것으로 보이는 기왓조각들도 곳곳서 방치되고 있다.

또 해안으로 들어오는 적군을 막기 위해 세워진 돈대는 조선시대 50여 개나 세워졌지만 현재 제대로 보존되는 곳은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사유지라는 이유로 혹은 군부대 초소라는 이유로 절반 정도가 형체를 찾기 어렵다. 민족의 자주정신과 국난극복의 역사적 교훈을 지니고 있는 강화유적 곳곳이 관리부실로 흔적을 잃어가고 있다.

“맘대로 부쉈다” vs “나중 복구” 
불법 점유 두고 엇갈린 주장들


지난해 1월 강화도에선 굴착기로 문화재를 훼손한 50대 6명이 검거됐다. 이들은 강화 중성(총 길이 145m) 성곽을 굴착기로 훼손하고 인근 참나무 100여 그루를 전기톱으로 무단 벌목했다.

강화 중성은 강화산성을 둘러싸고 있는 성곽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비지정 문화재다.이를 주도한 B씨는 자기 소유 땅이라는 이유로 문화재청의 인허가 절차를 밟지 않고 성곽을 훼손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국가지정문화재 사적 제452호 강화 외성의 현상변경허용기준 1구역에 무단으로 주택과 비닐하우스를 지어 구역을 훼손한 혐의로 C씨 등 6명이 경찰에 검거되기도 했다.

이 구역은 문화재 주변을 계획적으로 보존·관리하고자 지정하는 것으로 역시 문화재청의 현상변경허가를 얻어야 건축물 등을 지을 수 있다. 대부분 자영업자인 이들은 이곳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등 영업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처벌 강화해도
훼손 사례 증가

문화재 보호법 제99조(무허가 행위 등의 죄)에 따르면 지정문화재(보호물, 보호구역과 천연기념물 중 죽은 것을 포함한다)나 가지정문화재의 현상을 변경하거나 그 보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한 자, 허가 없이 명승, 천연기념물로 지정 또는 가지정된 구역 또는 보호구역서 동물, 식물, 광물을 포획·채취하거나 이를 그 구역 밖으로 반출한 자, 허가를 받지 아니하고 영업행위를 한 자에 해당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경찰 관계자는 “강화에는 역사적 가치가 높은 문화재가 많은 만큼 문화재 보호법을 위반한 경우가 또 있는지를 계속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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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