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사천국’ 대한민국 현주소 ③기업의 역습



“더 이상은 앉아서 당하지 않는다”

기업의 역습이 시작됐다. 온갖 공세에 항상 앉아서 당하기만 했던 기업들이 소극적 태도에서 벗어나 적극적이고 대담한 행동을 보이고 있다. 이들의 무기는 법이다. 돌발 위기가 발생하면 지체 없이 원인 제공자를 찾아내 예외 없이 ‘법적 대응’이란 칼을 꺼낸다. 그 대상도 광범위하다. 타사는 물론 언론을 불문하고 공정위 등 정부기관도 막론한다. 막대한 피해를 입고도 고소·고발을 꺼려온 과거와 비교하면 확실히 다른 양상이다.

지난 5월 삼성그룹에 한 통의 협박 전화가 걸려왔다. “비밀 자료를 폭로하겠다”는 내용이었다. 홍모씨는 ‘삼성비자금’을 폭로한 김용철 변호사의 후배를 사칭해 수십억원을 요구했지만 결국 회사 측 고발로 쇠고랑을 찼다. 당시 삼성그룹은 ‘삼성 특검’사태로 뒤숭숭한 시점이었지만 홍씨와 일체 거래(?)없이 바로 검찰에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7월, 농심에도 수상한 소비자 불만이 접수됐다. 허모씨는 농심 제품에서 애벌레가 나왔다며 무작정 돈을 요구했다. 무려 1억원이었다. 그는 만약 돈을 주지 않으면 언론사와 소비자단체 등에 알리겠다고 협박했다.
농심 측은 긴장했다. 잇단 이물질 파문 탓이었다. 그러나 농심은 자체 조사 결과 A씨가 제품에서 이물질이 나왔다고 주장하며 회사에 과도한 보상을 요구하는 ‘블랙 컨슈머(black consumer)’로 확인, 바로 검찰에 고발했다.
농심 측은 “실제로 제품에서 이물질이 나온 경우는 몰라도 일부러 이물질을 넣은 뒤 돈을 요구하는 사례가 극성을 부리고 있다”며 “옛날 같으면 이미지 타격을 우려해 어떡해서든 합의했지만 최근에는 샘플 조사 등 정확한 경로와 경위 조사를 통해 법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내외 공세에 대처하는 기업들의 자세가 달라졌다. 소극적 태도에서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서고 있는 것. 기업 및 브랜드 이미지 훼손 등을 우려해 ‘벙어리 냉가슴’앓던 과거와 달리 경·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등 적극 대응하고 있다.
대응 방법은 십중팔구 형사상 고소·고발 또는 민사상 손해배상청구 소송이다. 돌발 위기에 상시적으로 노출돼 있는 기업들은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입을 모은다.

언론·정부기관 불문 외부 공세에 지체 없이 ‘법적대응’
“음해세력 추적”수사 의뢰 봇물… 수십억원 민소 뒤따라

한 대기업 관계자는 “경제 불안정 속에서 효과적인 위기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홍보전략을 대대적으로 수술하고 있다”며 “그중 가장 큰 변화는 부당한 입김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속으로만 끙끙 앓던 대외 대응을 강경하게 대처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기업들의 역습 타깃은 광범위하다. ‘끽해야’ 타사에 그쳤던 소송장 남발은 언론을 불문하고 심지어 공정위 등 정부기관도 막론한다. 한마디로 물불 가리지 않는다.
이중 눈에 띄는 것은 언론을 상대로 한 법적대응이다. 그동안 언론에 대해 수세적 태도를 보였던 기업들은 공세적 태도로 급선회하고 있는 양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3월 한 인터넷 매체를 상대로 10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자사에 악의적 보도를 했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전자는 이 언론사에 “정정보도문을 1개월 동안 게재할 것,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이행 완료일까지 매일 5백만원을 지급할 것, 이와 별도로 10억원의 손해배상금 및 소장 송부 다음날부터 지급일까지 연 20%의 이자를 지급할 것”등을 요구했다.
농협도 최근 한 주간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역시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허위사실을 유포, 자사의 명예와 신용을 훼손했다는 까닭이다. 농협은 신문사와 기자에게 각각 5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의 언론 소송, 특히 기하급수로 늘고 있는 인터넷 매체를 상대로 한 소송이 줄을 잇고 있다”며 “기업으로선 넋 놓고 있으면 순식간에 확대 해석되거나 지나친 유추를 통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게 되는 점에서 충격이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법적 대응이란 최후의 카드를 주체 없이 꺼내드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재계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회도 예외가 아니다. 공정위 제재에 불복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란 게 재계의 중론이지만 대부분 공정위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한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 삼성화재, 현대해상, LIG, 동부화재 등 10개 손보사들이 보험료 자율화가 시행된 2002년 4월부터 2006년까지 8개 일반손해보험상품의 보험료율 합의를 통해 공동 결정한 혐의(부당공동행위)를 적발해 총 5백억여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삼성화재와 메리츠화재는 이와 관련 “독자적 부가율을 결정했고, 할인·할증률도 다른 손보사와 현저히 다르게 적용했다”며 공정위 처분 취소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대우건설과 삼성물산, GS건설, SK건설 등 4개 건설사도 공정위의 담합 처분에 항의, 시정명령 및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공정위가 꼬리를 내린 기업도 있다. 바로 신세계다. 공정위는 2006년 11월 신세계의 월마트코리아 인수로 인천·부천, 안양·평촌, 포항, 대구 시지·경산 등 4개 지역에서 경쟁제한성이 있다고 판단해 점포매각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신세계는 이 처분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지난 9월 공정위 양도명령이 위법하다며 신세계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8월 화장품 업체들도 방문판매가 실질적으로 다단계판매라는 공정위의 시정조치처분을 받았으나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공정위의 처분이 불합리하다는 취소 처분을 받아낸 바 있다.
기업들은 특히 루머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번지면서 유동성 관련 악성루머는 더더욱 그렇다.
악성루머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대림산업을 꼽을 수 있다. 증권가를 중심으로 유동성 위기설이 돌았다. 시중에 ‘대림산업이 산업은행의 차입금 만기 연장 거절로 새마을금고에 화의를 신청하면서 파산 절차를 밟을 것’이란 터무니없는 부도설이 퍼진 것.

대림산업의 사실 무근이란 적극적인 해명에도 헛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퍼졌다. 대림산업은 결국 보이지 않는 손을 색출하기 위해 최근 서울 종로경찰서 사이버 수사대에 수사를 의뢰했다. 
회사 관계자는 “특정한 의도로 음해성 루머와 괴담을 퍼트리는 세력을 끝까지 추적해 엄단할 것”이라며 진원지가 밝혀지는 즉시 법적인 책임을 물을 뜻을 밝혔다.
한국 맥도널드도 지난 6월 촛불정국 당시 “미국산 쇠고기 반대시위가 격화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매출이 급격히 줄고 있다”는 루머에 시달리고 홈페이지가 해킹당하는 등 사이버 공격이 계속되자 경찰에 수사를 의뢰한 바 있다.
이처럼 기업이 고소·고발하는 사례와 반대로 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소비자 권리 찾기’를 표방한 피해자들이 해당 기업에 보상을 요구하는 집단·단체소송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3월부터 시행된 집단분쟁조정제는 50명 이상의 소비자가 같은 제품이나 서비스로 피해를 입었을 때 구제를 신청하는 제도다.
지난 1월부터 시행된 단체소송제는 피해 소비자들을 대신해 소비자단체가 사업자를 대상으로 위법행위를 금지 또는 중지할 것을 요구하는 소송을 말한다. 이들 소송은 소액의 피해를 입은 소비자가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기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도입됐다.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 진행되고 있는 소송이 같은 맥락의 사건이다. 지난달 박상돈(자유선진당) 의원이 국감에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옥션이 중국인 해커에게 1천만명의 회원 정보를 해킹 당했고, 하나로텔레콤 6백만명, GS칼텍스 1천1백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이들 3사를 상대로 소송중인 건만 47건으로, 17만여 명이 1천9백억원에 달하는 손해배상 청구를 요구하고 있다.
앞서 지난 9월 해상 유조선 충돌 사고로 기름 유출 피해를 본 충남 태안군 주민 6천8백64명은 15개월간 매달 20만원씩(총 2백5억원)의 생계비를 지급하라며 삼성중공업을 상대로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기업을 상대로 승소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운 게 현실이다. 대기업과 가장 많은 소송을 벌이고 있는 참여연대의 실적(?)을 보면 이를 알 수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유관단체인 자유기업원의 ‘참여연대 소송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참여연대는 1994년 설립 이후 지난 5월말까지 총 2백37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이중 43.2%인 1백4건이 기업과 기업인이 대상이다.
절반이 넘는 53.8%(56건)가 회사 경영 및 지배구조 문제다. 유형별로는 형사 87건(36.7%), 민사 73건(30.8%), 행정 45건(19.0%), 헌법소원 32건(13.5%) 등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피소된 기업은 삼성그룹. 기업소송 1백4건 중 39건으로 34.5%가 삼성그룹 및 계열사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제기된 소송이다. 범현대가는 10.6%인 12건으로 뒤를 이었다. LG그룹, SK그룹, 신세계그룹 등도 참여연대와 악연을 갖고 있다.
자유기업원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기업을 압박하기 위해 고소·고발을 남발하고 있다”며 “기업소송 행위는 기업의 부담을 가중시키며 기업 활동을 위축시켜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승소율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1백4건 중 종결된 사건을 기준으로 참여연대가 승소한 사건은 31건(29.8%)으로, 패소사건(46건·44.2%)보다 적었다. 기소·불기소 인원의 비율도 마찬가지다. 참여연대의 기소 비율은 10.3%에 불과하다. 불기소 인원은 89.7%에 이른다. 참고로 검찰의 전체사건 기소·불기소 인원 비율은 각각 52.5%, 47.5%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기업소송에서 승소율보다 패소율이 높은 것은 사법기관의 재벌 봐주기의 전형이자 단면으로 볼 수 있다”며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처벌은 대부분 집행유예로 끝나는 등 면죄부를 주는 온정적 판결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 최대 기업소송은?
정보유출 땐 ‘수만명에 수천억’
국내 최대 규모의 기업소송은 무엇일까.  바로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한 소송이다. 고객정보 유출사고를 일으킨 옥션과 하나로텔레콤, GS칼텍스 등 3개사를 상대로 한 집단손해배상 소송은 모두 47건으로, 17만여명이 소송에 참여했다. 소송금액은 2천억원에 달한다.
지난 2월 중국인 해커에 의해 1천만명 이상의 회원 정보를 해킹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던 옥션의 경우 총 19건의 손해배상 소송이 접수된 상태. 소송 인원은 14만여명으로, 소송금액은 1천5백70억원이다. 옥션의 지난해 수수료 매출(1천7백억원)과 맞먹는 액수다.
지난 4월 고객 6백만명의 정보를 제휴 업체에 제공한 하나로텔레콤의 정보유출 사건은 총 18건의 소송이 접수됐다. 1만1천여명의 소송인원이 1백23억원을 청구했다.

옥션, 14만여 명에 1천5백70억원
하나로텔, 1만1천명에 1백23억원
GS칼텍스, 3만명에 2백억원 소송

최근 1천1백만여명의 개인정보가 샌 GS칼텍스 고객정보 유출 사건은 현재까지 10건의 소송이 접수됐다. 3만여명이 소송에 참여중이며 소송가액은 2백억원 정도다. 여기에 소송 준비 중인 인원도 1만명에 육박해 소송금액은 늘어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집단소송이 확산되면서 소송 제기 인원도 최소 수천명에서 수만명 단위로 확대되고 있다”며 “앞으로 추가 소송 가능성도 있고, 판결 결과에 따라 청구 금액을 올릴 가능성도 있어 소송가액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집단소송 확정판결 사례를 보면 ▲2005년 5월 회원 28만여명 명의가 도용된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명의도용 사건은 49명의 소송인원에 1인당 10만원 ▲2006년 3월 3만여명의 고객 이름이 유출된 국민은행의 고객정보 유출 사건은 1천여명의 소송인원에 1인당 20만원 ▲2006년 9월 입사지원자 응시정보 일부가 유출된 LG전자 채용 사이트 해킹 사건은 30여 명의 소송인원에 1인당 70만원 등의 피해배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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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국힘 축출’ 가시화 한동훈 광야에 서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가족의 당원 게시판 연루 의혹 가능성을 사실로 확정 짓고 있다. 같은 당 장동혁 대표도 한 전 대표 축출 의지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상황에서 한 전 대표는 점점 광야로 내몰리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2일,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사실상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축출 의지를 드러냈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었으나 ‘걸림돌’이라고 호칭했다. “제거돼야 통합 가능” 장 대표는 이날 “당내 통합에 걸림돌이 있다면 제거돼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표는 개인적 감정에 따라 움직이거나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며 “당원과의 관계를 해결해야 할 당사자인 어떤 걸림돌은 그걸 해결하지 않고는 연대·통합을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최근 국민의힘의 주요 화제 중 하나는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됐다”는 당원 게시판 의혹이다. “한 전 대표 가족들의 명의를 이용한 아이디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 비난 글을 다수 작성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당무감사위는 이날 “비난 글을 작성한 문제 계정들은 한 전 대표 가족 5인의 명의와 같고, 전체 87.6%는 2개의 IP로 작성된 여론조작 정황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언론 보도 후 연루자들의 탈당·대규모 게시글 삭제가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도 별도의 자료를 발표했다. 그는 “해당 IP를 사용한 계정 10개 중 4개는 같은 휴대전화 뒷번호·같은 선거구(서울 강남병)을 공유한다”며 “동명이인이 이 모든 조건을 우연히 공유할 확률은 사실상 0%고, 탈당 시점도 4일 이내로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제는 당 대표 본인·가족 명의 계정을 이용해 다수 당원이 지지하는 것처럼 위장한 것”이라며, “당심을 왜곡한 후 언론을 통해 확대 재생산해서 일반 여론까지 움직이려 했다면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한 범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을 드루킹 사건과 비교했던 사람은 장예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이다. 장 부원장은 지난달 15일 임명된 후 장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는 지난 2024년 11월 이 사건을 일컬어 ‘온가족 드루킹’ 혹은 ‘한가족 드루킹’ 등 표현을 사용하면서 한 전 대표를 비난했다. 장에 한은 당내 통합 걸림돌 취급 “게시글, 드루킹 사건보다 더 심각” 한 전 대표와 가족을 강하게 비판한 장 부원장이 사용하는 표현을 위원장 발표 자료에 담은 것을 봐선, 이날 당무감사위의 발표는 “국민의힘에서 한 전 대표를 확실하게 내보내겠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당무감사위에 따르면, 한 전 대표에게 소명을 요구하는 질의서를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한 전 대표는 방송 출연으로써 하루 격차를 두고 상반된 의견을 냈다. 그는 지난달 30일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에 출연해 “당시엔 저와 제 가족에 대한 입에 담을 수 없는 욕설 게시물이 당원 게시판을 뒤덮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 가족이 익명 보장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윤 전 대통령 부부에 대한 비판적 사설·칼럼을 올렸단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한 전 대표는 이날 “가족이 게시물을 올렸다”고 처음 인정하면서도 “저는 글을 쓴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가족 명의로 게시물을 올리는 게 비난받을 일이라면 가족이 아닌 저를 비난하라고 말하고 싶다”면서도 “제가 제 이름으로 글을 쓴 게 있는 것처럼 발표한 것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한 전 대표는 다음 날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위원장이 ‘동명이인 한동훈’ 게시물을 제 가족 게시물인 것처럼 조작해서 발표했다”면서 이 위원장에 대한 법적 조치를 예고했다. 이어 “게시물 작성 시기는 제가 정치를 시작하기 전·최근 등 무관한 것을 대표 사례라고 조작해 발표했는데, 저는 당원 게시판에 아예 가입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런 가운데 장 대표는 지난 7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이기는 변화’ 기자회견에서 윤 전 대통령이 자행한 12·3 비상계엄 사태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다. 장 대표는 이날 “12·3 비상계엄은 상황에 맞지 않는 잘못된 수단으로써, 국민께 큰 혼란·불편을 끼쳤고, 당원께 큰 상처가 됐다”며 “국정 운영의 한 축이었던 여당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그 책임을 무겁게 통감하고,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 국민의힘이 부족했으니, 잘못·책임은 국민의힘 안에서 찾겠다”면서 “국민의힘은 오직 국민 눈높이에서 새롭게 시작하겠으니, 과거의 일은 사법부의 공정한 판단·역사의 평가에 맡겨놓고, 계엄과 탄핵의 강을 건너 미래로 나아가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당명 개정 추진 의사도 밝혔다. 장 대표의 이날 기자회견을 놓고, 일각에선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을 강하게 지지하는 강경 보수 유튜버 고성국씨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에 출연한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입당 원서를 직접 전달하는 형식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가 국민의힘 안에 강경 보수 세력을 끌어들여 세력화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있다. 이어 “고씨를 입당시킨 것과 장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는 모순 아니냐”고 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고씨는 평소 한 전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이날 김 최고위원도 고씨의 입당 원서 작성을 지켜보면서 “혹시 당원 게시판에 글 올리시면 들통난다”는 등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거를 타선 없는 국힘?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은 지난 6일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 하이킥>에 출연해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 세력을 축출하고, 완전히 윤 어게인 세력의 당으로 만들어 훨씬 더 극우화된 정당으로 가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고씨와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입당했고, 윤 전 대통령 변호인 김계리 변호사도 곧 입당 심사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힘은 거를 타선이 없는 정당이 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내보낼 것”이라는 예측은 “한 전 대표에겐 뚜렷한 정치적 기반이 없는 것 아니냐”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핵심 기반은 팬클럽 ‘위드후니’다. 위드후니는 40대 이상 여성 중심으로 구성돼있고, 활동하는 노년 여성도 다수다. 하지만 선거는 결국 지역 기반으로부터 비롯된다. 한 전 대표의 가장 큰 정치적 약점으로는 지역 기반이 없다는 것이 주로 거론된다. 한 전 대표의 정치 기반에 대해선 ‘중도층·수도권 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일정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 많았다. 여론조사기관 미디어토마토가 지난 4일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1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중도 성향을 지닌 전국 18세 이상 남녀 515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중 15%는 보수 진영을 이끌면 가장 두려운 상대로 한 전 대표를 지목했다. 하지만 “한 전 대표가 중도층을 국민의힘으로 유도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그 객관적 지표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으로서 총선을 지휘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108석만 겨우 건지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를 묶어 ‘이조심판론’을 주장하면서 “야당이 2/3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일각에선 “선거에서 이기려면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을 잡아야 하는데, 왜 안 하느냐”며 비판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서울 전체 48석 중 11석을 차지했고, 인천·경기 60석 중 6석만을 차지했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한 전 대표가 수도권·중도층에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올 수 없는 총선 결과”라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중도층 영향력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일각에서 주장했던 ‘장·한·석(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성립 가능성을 부정했다. 그 이유도 한 전 대표였다. 장 대표는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대한 표현에 특별히 문제 삼지 않겠다”면서도 “당내 인사와 어떻게 정치를 풀어가느냐는 문제에 왜 연대란 이름을 붙이는 건지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 ‘당내 인사’도 한 전 대표를 뜻한다. 따라서 장 대표의 지난 2일 발언한 “당내 통합 걸림돌을 제거해야 대표가 통합을 이루는 공간이 생길 것”에서 ‘걸림돌’이 한 대표라면, ‘통합’ 범위엔 개혁신당과의 연대가 포함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은 지난달부터 통일교 특검법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장 대표도 “자강을 논하는 단계에서 연대를 논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면서도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 자체를 부정하진 않는다. 개혁신당은 이준석 대표가 국민의힘 소속이었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때문에 당원권 정지 6개월 징계를 받은 후 탈당해 창당됐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당시 과정에서 쌓인 앙금을 잊지 않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자멸했기 때문에 더욱 조심스럽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한 전 대표를 축출한 후 강경 보수 세력을 당내 세력화해 ‘자강’을 이룬 후 개혁신당과의 연대에 나설 가능성을 제기한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6월 대선에서 ▲서울 41.55% ▲경기 37.95% ▲인천 38.44% 등을 득표했다. 약 12% 이상의 부족분을 중도층으로부터 얻어와야 한단 사실을 모를 가능성은 낮다. 당시 이 대표는 ▲서울 9.67% ▲경기 8.84% ▲인천 8.74% 등 득표했다. 개혁신당 지지자들은 개혁보수·중도 제3지대에 두텁게 포진해 있다. 국민의힘으로선 개혁신당이 확보한 8~9%의 지지가 필요하다. 중도층의 지지를 얻는 게 확실한지 아직 선거에서 검증되지 않은 한 전 대표와 달리 이 대표는 대통령선거에서 거둔 실적이 뚜렷하다. 장 대표는 “국민의힘 최대 아킬레스건인 중도·수도권 공략을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힘을 빌려 해결하겠다”고 생각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수도권 영향력 의문…이준석으로 대체? 지방선거 앞두고 신당 창당 가능할지 의문 국민의힘이 한 전 대표를 중징계하거나 한 전 대표가 탈당하면, 한 전 대표의 운신 폭은 매우 좁아질 수도 있다. 정치의 중심은 국회라서 총선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둬야 정치적 영향력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오는 6월 지방선거는 말 그대로 ‘지방선거’다. 함께 진행되는 재보궐선거는 현시점에선 ▲인천 계양을 ▲충남 아산을 ▲경기 평택을 ▲전북 군산·김제·부안갑 등 4곳이 확정됐다. 지방선거 출마를 선언한 의원들의 지역구도 가능성이 있지만, 후보로 확정된 의원만 사퇴해 재보선을 치른다. 그 외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이 진행 중이라서 재보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지역구로는 3곳이 거론된다. 이 정도 규모의 선거에서의 선전을 바라보고 창당하는 것은 모험에 가까우며, 동력이 얼마나 될지 확인하기도 어렵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의원들이 모두 한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무조건 동참할 것으로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지역 구도가 특히 큰 힘을 발휘하는 한국 선거에서 각각 호남·영남을 지역 기반으로 둔 민주당·국민의힘과 달리 한 전 대표는 독자적인 지역 기반을 갖추고 있지도 않다. 그와 비슷한 이 대표도 젊은 유권자들이 다수 거주하는 데다 민주당·국민의힘에서도 모두 후보를 공천한 경기 화성을에서 3자 구도를 만들어 승리했다. 특히 지방선거·재보선은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만큼 보수성이 강하며 그만큼 바람을 일으키기도 어렵다.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설 가능성이 크지만, 신당 창당은 동사·벼랑 끝에 서는 것과 비슷할 수 있다. 한 전 대표의 절정은 12·3 비상계엄 사태였다. 당시 한 전 대표는 계파 소속 의원들과 함께 국회에 진입해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다. 이어 윤 전 대통령이 숙청을 시도하던 반대파 중 1명이 됐다. 하지만 한 전 대표의 절정은 여기서 끝이었다. “한 전 대표가 가족 관리에 실패했다”는 취지의 당원 게시판 의혹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전 한 전 대표를 서서히 옥죄고 있었다.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발생 이후 한 전 대표는 비상할 수 있었다. 그는 한덕수 당시 국무총리와 ‘총리·여당 당정 협력 담화’ 형식의 일명 ‘한덕수·한동훈 체제’ 성립을 시도했다. 한덕수·한동훈 체제는 각계각층의 강한 비난 때문에 실제로 성립되진 못했다. 이후 한 전 대표는 친한계 일원이란 평가를 받는 진종오 의원을 포함한 최고위원 4명이 전원 사퇴해 지도부가 붕괴하는 상황을 겪었다. 한때 핵심 측근이었던 장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로서 한 전 대표 퇴출을 주도하고 있다. 따라서 현 상황으로 이어진 한 전 대표 최대의 패착은 2024년 12월11일 장 의원이 입을 굳게 다물고 당 대표실을 나갈 때, 문을 잡고 미소 지었던 순간이다. 폭발까지 도화선은? 폭발이 일어날 때 트리거는 하나다. 하지만 폭탄까지 가는 도화선은 여러개일 수도 있다. 트리거가 터져 폭발이 일어나면, 폭발까지 가는 도화선도 모두 다 터진다. 장 대표는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선을 앞두고 그 트리거를 만지고 있다. 트리거가 당겨지면 한 전 대표는 광야에 선다. 한 전 대표는 과연 광야에 서게 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