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36) 동맹

  • 황천우 작가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6.05 10:28:37
  • 호수 11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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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의 신뢰를 점검하다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김춘추가 신라로 돌아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의자왕이 보낸 사절단이 평양성에 도착했다.

새로 보위에 오른 보장왕의 즉위를 축하하고 향후 두 국가의 협력에 관해 논의하기 위해 성충과 흥수로 구성된 사절단이었다. 

보장왕이 그들의 입국을 축하하기 위해 베푼 연회가 끝나자 성충과 흥수 그리고 연개소문과 선도해가 자리를 함께했다. 

구원 요청

“얼마 전에 신라에서 김춘추란 사람이 다녀갔습니다.”


선도해가 담담하게 말문을 열었다.

“김춘추라면 대야성 성주였던 김품석의 장인이고 우리 손에 죽은 고타소의 아버지를 지칭하는 겁니까?”

“그런데 그 자는 차마 그 이야기는 꺼내지 않더이다.”

흥수의 말에 선도해가 다시 답을 이었다.“그 자가 무엇 때문에 왔었습니까?”

“바로 그 일, 대야성의 패배를 설욕하기 위해 구원을 요청했습니다.”

“고구려에, 구원을!”“정말 정신없는 사람들이지요. 당나라에 요청하던가 해야지, 왜 우리에게 한단 말입니까.”

이번에도 흥수와 선도해가 말을 주고받았다.


“실은, 그 일 때문에.”

“우리 사이에 뭐 그리 힘들게 말씀하십니까?”

성충이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자 연개소문이 은근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성충이 머쓱한 표정을 짓다가는 이내 파안대소했다.

이어 흥수에게 눈짓을 보내자 흥수가 소매에서 서한을 꺼내 연개소문에게 건넸다.

연개소문이 서한을 살피며 가볍게 신음하자 선도해가 순간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잠시후 선도해의 입에서도 절로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 서한에는 ‘同盟(동맹)’이란 두 글자가 검붉게 물들어 있었다.

“저희 의자왕께서 피로 써주셨습니다.”

“이리 소중한 서한을 바로 임금께 전하지 않으시고.”

“분위기도 그렇고 또 막리지께 전달함이 절차상 도리라 생각했습니다.”

“고맙소. 백제에서 이리도 신경 써주시니 우리도 한 시름 놓을 수 있겠구려.”


성충의 말에 답한 연개소문이 선도해를 바라보며 가벼이 헛기침하고 정색했다.

“이미 백제에서도 아시겠지만 고구려는 반당나라파가 권력을 잡았습니다. 아울러 우리는 당나라와 일전을 불사한다는 각오 하에 준비 중입니다.”

“훌륭한 처사입니다.”

“그러면 신라와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성충에 이어 흥수가 말을 건넸다.

“신라와는 불가근불가원 관계를 유지할 생각입니다. 자칫 신라까지 적으로 만들게 되면 앞뒤로 적을 상대해야 하는 곤란한 지경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선도해가 답을 하자 성충과 흥수가 심각한 표정으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왜 그러시는지요?”

“저희 의자왕은 무엇보다 고구려의 확고한 의지를 확인하고 싶어 하십니다.”

“의지라면?”

“고구려와 백제가 하나로 굳게 결속하여 신뢰를 굳건히 하고자 하십니다.”

“구체적으로 말씀해보시지요.”

“그런 차원에서 당나라와 신라의 주요 교통로인 당항성을 함께 침공하여 점령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평양성 도착한 백제 사절단
협조 요청…속내 숨긴 선도

“당항성!”

“이전 영류왕 때 함께 치기로 했었으나 일이.”

상황변화의 이면을 알고 있는 성충이 차마 말을 끝맺지 못하자 연개소문이 가벼이 헛기침 했다.

“관계를 견고히 하는 차원에서 함께 도모하자는 이야기입니다.”

“신뢰를 먼저 쌓자는 의미입니다.”

“그렇게 하시지요, 막리지 대감.”

성충과 연개소문이 대화하는 중에 선도해가 개입했다.

연개소문이 가만히 선도해의 얼굴을 주시하다가는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이 일이 반드시 관철되도록 내 우리 전하께 강력히 진달하겠소.”

“고맙습니다, 대감.”

“아닙니다. 사실 당나라를 상대로 일전을 불사하겠다고는 했지만 아직 우리 힘으로는 중과부적입니다. 그러니 일단 귀국과 함께 우리민족의 일을 정리한다는 차원에서 신뢰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습니다.”

연개소문이 성충과 흥수의 손을 번갈아 잡았다.

“이보시오, 책사!”

“말씀하시지요.”

연개소문과 선도해가 성충과 흥수를 만나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내 책사가 하라 하니 승낙했지만, 믿어도 되겠소?”

물론 방금 전 백제와 함께 신라의 당항성을 쳐서 당나라와 신라의 교역로를 끊어버리자는 내용을 의미했다.

“믿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생각합니다.”

“하면?”

“우리로서는 굳이 당항성을 칠 이유가 없지요.”

“그게 무슨 소리요. 방금 전 함께 치기로 하지 않았소?”

“그랬지요. 그런데 저들이 당항성을 칠 수 있겠습니까?”

연개소문이 가던 길을 멈추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선도해가 답은 하지 않고 가만히 미소만 보이자 연개소문이 더욱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 야릇한 표정으로 선도해를 주시했다.

“조금 치사한 방법이기는 하지만 오늘 회동과 내용을 신라에서 알 수 있도록 은밀히 조처하십시오.”

“뭐요, 그런 치사한 방식을!”

“아니지요, 실상은 그 역입니다.”

“역이라!”

“우리가 백제의 신뢰를 점검해 보자는 이야기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해 보세요.”

“백제 측에서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지만 그 내심을 어찌 믿을 수 있겠습니까. 함께 치기로 하고 저들이 혹여 뒤로 빠져버린다면 우리만 병신 되는 꼴 아닙니까. 그런 경우 자칫 잘못하면 낭패를 볼 수도 있습니다.”

“낭패라니요?”

“우리의 목적은 당나라 아닙니까. 그런데 여차하면, 아직 정비도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당나라와 그리고 신라를 적으로 만들 수 있지 않겠습니까?”

연개소문이 그 말을 헤아리는 듯 잠시 침묵을 지켰다.

“하기야, 워낙에 변덕이 심하니.”

낭패 우려

“바로 그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들의 진정이 무엇인지 먼저 알아보자는 의미입니다.”

“계속해 보세요.”

“이 사실을 신라에서 알게 되면 신라의 여주가 즉각 돈을 싸들고 당나라에 고할 것입니다.”

“당연히 그리하겠지요.”

“그러면 당나라는 체면도 체면이거니와 받아먹은 연유로  백제와 우리에게 자제하라 주문할 것입니다.”

“절차상 그리 되겠지요.”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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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