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양림 숲길 체험 ①양평 산음자연휴양림

사계절 보약같은 ‘치유의 숲’

숲은 듣는다. 밤사이 피운 꽃망울의 열림, 바람 따라 여행을 시작하는 씨앗의 떨림, 서걱서걱 풀잎을 꿰는 애벌레의 움츠림 하나하나에 귀 기울인다. 나무는 땅속 깊이 뿌리내려 울창한 그늘을 만들고, 한 걸음 비켜서서 물길을 틔운다. 생을 다하는 순간까지 살아 있다는 증거로 싹을 틔우고, 때가 되면 스스로 거름이 된다.
 

숲은 인내하고 생명을 보듬고 마지막에 길을 낸다. 숲을 찾는 사람에게 내미는 손길과 발길이다. 양평에 자리한 산음자연휴양림의 숲길이 그렇다. 화려하지 않아 아지트로 삼고 싶은 공간이다. 휴양림은 사계절 내내 마음을 다독이는 치유의 숲을 품었다. 위로가 필요할 때면 찾아가고 싶은 곳이다. 

산그늘 우거진 숲길

산음은 산그늘이란 뜻이다. 휴양림 인근 봉미산과 용문산, 소리산의 높은 봉우리가 병풍처럼 에워싸 산그늘에 있다는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꼬불꼬불한 도로를 따라 휴양림에 도착하면 잣나무와 낙엽송, 물푸레나무, 참나무가 하늘로 솟았고, 국수나무와 병꽃나무, 쪽동백, 노린재나무가 어른 키와 맞닿는다. 

숲길은 매표소와 야영장을 지나 산림문화휴양관서 시작한다. 건강증진센터 기준으로 왼쪽 치유의 숲과 2야영장 오른편에 난 치유의 숲을 따라 전체 2km 정도 산책로가 이어진다. 건강증진센터 입구의 데크 로드는 약 260m로 잣나무 숲에 조성됐다. 센터 뒷길서 본격적인 산책로가 시작된다. 

천천히 걸으며 고개를 숙여보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계절은 낮은 곳부터 천천히 오는 모양이다. 초록 잎을 이불 삼아 덮은 홍자색 족도리풀도 그렇다. 땅의 온기에 기대어 새색시 족두리처럼 오므린 입을 둥지의 아기 새처럼 봄 햇살을 향해 벌린다. 


족도리풀은 커다란 잎 아래 숨어 땅벌레가 꽃가루받이 해준단다. 그 뿌리인 세신이 진통에 효과가 있고, 구취가 심할 때 좋아 은단의 원료로 활용되는 풀이다. 애호랑나비는 족도리풀의 잎 뒷면에 알을 낳는다. 
 

벌이 와서 수정되면 꽃 색이 변한다는 병꽃나무, 쪽동백과 당단풍이 하나가 된 연리목도 만날 수 있다. 연리목은 시간이 흐르면 유전자를 공유하며 살아간단다. 

산음자연휴양림 치유의 숲은 양 갈래 큰 숲길 사이로 오솔길이 다리처럼 나서 오르다가 힘들 때 옆으로 내려오면 된다. 걷다 보면 거미줄이 가로막기도 한다. 멈춰 세웠다고 탓하지 말자. 자연을 걸으며 뿌리내린 시간을 거스르지 않는 것이 치유의 시작이니까. 

숲길 따라 아홉 갈래 계곡물 소리가 발길에 장단을 맞춘다. 여름이 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다. 산책하듯 걷다가 편평한 돌에 걸터앉아 계곡물에 발 담그면 피로가 사라진다. 일급수에 산다는 도롱뇽도 만날 수 있다. 돌덩이를 들추면 도롱뇽 알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청량한 공기·새소리가 만병통치약
한 번 온 사람은 꼭 다시 찾는 안식처

산음자연휴양림에는 볼거리, 즐길 거리도 많다. 휴양림 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LOVE 포토 존과 생태연못, 산음약수터가 나온다. 야영데크서 시원한 밤을 보내는 이들, 멀리 지방서 물맛 좋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 등산객까지 모든 이의 목을 적셔줄 소중한 수원이다. 

산림청 1호 ‘치유의 숲’으로 지정된 이곳서 진행하는 산림 치유 프로그램은 단연 인기다. 산림치유지도사가 건강증진센터에 상주하며 이용객을 대상으로 명상, 숲 속 체조 등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예약하지 않아도 당일 5인 이상이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산림치유지도사는 “처음 참여할 때는 어색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숲길을 걷고 나면 어느새 마음을 열고 힘든 이야기를 털어놓는 분들이 많아요. 그러면서 치유가 시작되죠”라며 한 번 온 사람들이 다시 찾는다고 했다. 혼자 숲길을 걸을 때와는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매일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 진행되는 숲 해설은 산림문화휴양관 인근 정자서 시작한다. 이곳 뚝딱이 공방에서도 오전 10시와 오후 2시 목공예 체험이 가능하니, 아이들과 함께 가족 나들이로 찾아도 좋다. 

주말마다 가족과 함께 온다는 야영객은 221·222번 야영데크를 추천한다. 이른 아침 곤줄박이와 동고비, 다람쥐가 주로 찾는 곳이란다. 청량한 공기, 새소리와 함께 맞는 아침은 만병통치약이다. 
 

청정 도시로 알려진 양평은 찾아갈수록 마음이 물드는 곳이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 자연정화 공원 세미원, 용문산 용문사로 향하는 산책로,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의 수숫단 오솔길까지. 자연과 어우러진 모든 길이 양평으로 난 셈이다. 두물머리는 서울서 1시간 거리로, 그 고즈넉함을 맛본 이들은 이른 새벽에 찾는다. 

조선시대에 이곳은 강원도 산골서 뗏목 타고 물길 따라 한양으로 향하는 떼몰이꾼들이 하루 쉬었다 가는 지점이었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얼싸안으며 흐르는 풍경이 한 폭의 수묵화 같다. 세 그루가 한 그루처럼 생긴 느티나무가 이곳의 상징이다. 

동심과 마주하다

두물머리서 배다리를 따라 강을 건너면 세미원이다. 자연정화 공원으로 조성된 이곳은 7월이면 연꽃이 피어 더욱 아름답다. 세미원은 관수세심(觀水洗心), 관화미심(觀花美心)서 유래한 이름이다. ‘물을 보며 마음을 씻고, 꽃을 보며 마음을 아름답게 하라’는 뜻인데, 정원에 가득한 수목과 풍경에 마음이 놓인다. 
 

용문사로 향하는 길 또한 힐링이 된다. 1km 남짓한 길에 흐르는 도랑물 소리가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천연기념물 30호)는 현재 우리나라서 가장 크고 오래된 은행나무다. 

수령 1100년으로 추정되며, 가까이서 보면 장엄한 자태와 영적인 기운까지 느껴진다.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테라로사 서종점도 인기다. 시간대에 따라 갓 구운 빵이 나와 식사 후 카페 나들이하기 좋다. 붉은 벽돌 건물 내부는 1·2층 중간이 트여 커피 공장 같다. 테라로사 바로 옆에는 다양한 영업점이 있어 볼거리도 많다.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은 단편소설 〈소나기〉에 묘사된 장면을 재현한 공간이다. 맑고 순수한 소년과 소녀의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 배경이 바로 양평. 황순원문학관은 지상 3층 규모로 황순원 선생의 유품과 작품을 전시한다. 학의 숲, 송아지 들판, 수숫단 오솔길을 걸으며 동심과 마주할 시간도 놓치지 말자. 

 

<여행 정보>


당일 여행 두물머리→세미원→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테라로사 서종점→산음자연휴양림 
1박2일 코스 [첫째 날] 두물머리→세미원→들꽃수목원→양평군립미술관→용문산관광단지→용문사 [둘째 날] 산음자연휴양림→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잔아문학박물관→테라로사 서종점→남양주종합촬영소→수종사

관련 사이트
- 양평문화관광 http://tour.yp21.net
- 세미원 http://www.semiwon.or.kr
- 산음자연휴양림 http://www.huyang.go.kr
- 산음 치유의 숲 프로그램 예약 http://cafe.naver.com/saneumhealing
-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 http://www.sonagi.go.kr

문의 전화
- 양평군청 관광기획팀 031)770-2068
- 산음자연휴양림 031)774-8133
- 세미원 031)775-1834
-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 031)773-2299 
- 테라로사 서종점 031)773-6966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양평, 동서울종합터미널서 하루 22회(06:15~21:30) 운행, 약 50분 소요. 상봉시외버스터미널서 하루 4회(07:00~18:30) 운행, 약 1시간 소요. 양평시외버스터미널서 2-2·2-5·2-11번 시외버스, 고복 정류장 하차, 약 2시간30분 소요. 산음자연휴양림까지 도보 약 1km. 
* 문의 :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http://www.ti21.co.kr 상봉시외버스터미널 02)323-5885 버스타고 http://www.bustago.or.kr 양평시외버스터미널 031)772-2341

[기차/전철] 청량리역-용문역, 무궁화호 하루 9회(07:00~23:25) 운행, 약 40분 소요. 경의중앙선 용문역 하차. 용문버스터미널서 2-2·2-5·2-11번 시외버스, 고복 정류장 하차, 약 1시간20분 소요. 산음자연휴양림까지 도보 약 1km.

* 문의 : 레츠코레일 1544-7788, http://www.letskorail.com 서울도시철도공사 1577-5678, http://www.smrt.co.kr


자가운전
설악IC교차로→신천중앙로 따라 18.5km→양평·단월·산음자연휴양림 방면 우회전→석산로 6.5km→고복·산음자연휴양림 방면 우회전→산음보건진료소 지나 산음자연휴양림 방면 우회전→고복길 따라 약 3km→아띠울펜션 지나자마자 우회전→산음자연휴양림

숙박 정보
- 산음자연휴양림 : 단월면 윗고북길, 031)774-8133, http://www.huyang.go.kr
- 용문산리조트펜션 : 용문면 연수로590번길, 031)772-3340, http://www.ypguide.co.kr
- 수다락펜션 : 단월면 윗고북길, 010-3753-2501

식당 정보
- 문리버(한방약오리백숙): 강하면 전의1길, 031)774-2714
- 식사는바우네집으로(백반): 서종면 중미산로, 031)775-2169 
- 포마이도터(수제버거): 종면 꽃대울2길, 031)775-7030

행사 정보
2017세미원봄빛정원문화제: 6월18일까지, 세미원(오후 9시까지)

주변 볼거리
두물머리, 세미원, 용문사, 구둔역, 양평레일바이크,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 양평군립미술관, 민물고기생태학습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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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단독] 성수3지구 재개발 조합 복마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재개발·재건축 현장은 ‘내 집 마련’이라는 욕망의 집합체다. 사려는 사람, 팔려는 사람, 그리고 짓는 사람까지 집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촘촘하게 얽혀 있다. 조합은 사방팔방 뻗어있는 이권을 조율하고 사업을 끝까지 이끌어야 하는 책무를 지닌다. 문제는 이 과정서 발생하는 유착과 비리 의혹이다. 주택 재개발사업은 권력의 이동에 영향을 받는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은 2007년 오세훈 서울시장 시절 성수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다. 53만㎡ 면적의 땅을 4개 지구로 나눠 재개발을 진행하다가 박원순 서울시장이 당선되면서 사업이 지체됐다. 그러다 오 시장의 취임으로 다시 궤도에 오르는 모양새다. 3조 사업 14년째 성수전략정비구역은 압구정 아파트 지구 특별계획구역을 마주 보면서 한강 조망이 가능해 재개발 수혜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그중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는 성동구 성수동2가 572-7번지 일대로 기존 계획안에 따르면, 부지 11만4193㎡에 1852가구 규모 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전체 사업비는 3조원을 상회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제3지구 조합)이 내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1월 조합장이 지위를 상실한 데 이어 각종 의혹이 불거져 복마전이 따로 없는 상황이다. 특히 조합장과 정비사업관리전문업자(이하 정비업체) 간의 유착 의혹이 화두로 떠올랐다. 정비업체는 정비사업 과정서 조합의 비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지식을 갖춘 사업자를 말한다. 대통령령이 정한 자본‧기술인력 등의 기준을 갖춰 시·도지사에게 등록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은 제정 당시부터 ‘정비사업전문관리업 제도’를 도입했다.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고 사업추진의 효율성을 도모한다는 취지다. 정비업체는 ▲조합 설립 및 정비사업의 동의 ▲조합 설립 인가 신청 ▲사업성 검토 및 정비사업 시행계획서 작성 ▲설계자 및 시공자 선정 ▲사업 시행 인가 신청 ▲관리처분계획 수립 등의 업무를 지원하고 대행한다. 정비사업의 A부터 Z까지 모든 업무에 관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3지구 조합은 2009년 10월 추진위원회의 승인, 2010년 5월 주민총회를 거쳐 N사를 정비업체로 선정했다. 이후 2018년 2월 조합 설립 인가를 받아 현재에 이르고 있다. 제3지구 조합 내부서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14년에 걸쳐 조합 업무를 대행해 온 N사와 역시 10년 넘게 조합서 일한 전 조합장 김모씨의 유착 의혹이다. 뉴타운 후보지 정비구역으로 오세훈 시장 취임에 재시동 김 전 조합장은 2010년 추진위 총무로 선출된 후 2016년 주민총회를 통해 추진위원장으로 뽑혔다. 2018년 창립총회서 조합장으로 선출됐지만 지난해 11월 도정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원이 확정돼 자격을 상실했다. 그사이 재신임 투표, 주민총회 등의 과정이 있었고 수차례에 걸쳐 법정 공방에도 휘말렸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김 전 조합장은 2016년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이후부터 지난해 말까지 ‘불사조’에 가까운 면모를 보이며 자리를 지켰다. 김 전 조합장은 창립총회(2018년)와 동시에 진행된 조합장 선거서 학력을 허위로 기재한 혐의가 인정돼 2021년 조합장 지위를 상실했다. 제3지구 조합 선거관리 규정은 ‘후보자 등록 시 제출 서류의 허위·변조·위조 등이 발견된 경우 당선을 무효로 한다’고 명시했다. 김 전 조합장은 후보자 등록 신청서에 지방 소재 ‘Y대학 졸업’이라고 기재해 제출했다. 또 Y대학 총장 명의로 된 졸업증명서를 3부 만들어 추진위원장과 조합장 후보 등록 등에 사용했다. 앞서 서울동부지검은 업무방해죄와 사문서위조죄·위조사문서행사죄 등으로 김 전 조합장에 각각 벌금 100만원과 700만원의 약식명령을 내렸다. 이후 2021년 1심 법원은 해당 약식명령 등을 근거로 ‘조합장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서 김 전 조합장이 조합장의 지위에 있지 않다고 판시했다. 서울시가 진행한 조합 실태점검 결과도 조합장 지위에 영향을 미쳤다. 성동구서 2022년 2월28일부터 3월11일까지 열흘간 진행한 ‘성수전략정비구역 제3지구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 운영실태 시·구 합동 기동점검’서 총 22건의 지적사항이 나왔다. 자금 차입 결국 사임 특히 성동구는 김 전 조합장이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도정법 제45조(총회의 의결) 2항에 따르면 자금의 차입과 그 방법, 이자율과 상환방법은 총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성동구의 실태점검 결과에도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10월 주민총회서 또다시 조합장으로 선출됐다. 하지만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빌린 부분이 문제가 되면서 결국 조합장 자격을 잃었다. 김 전 조합장은 2022년 ▲총회 의결 없이 자금을 차입한 점 ▲자료 공개 거부 등 도정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았다. 1심 재판부는 두 혐의 모두를 인정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서 자료 공개 거부 혐의가 무죄로 바뀌면서 벌금 100만원으로 줄었다. 대법원은 지난해 11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눈여겨볼만한 부분은 돈을 빌려준 주체가 정비업체인 N사였다는 사실이다. N사는 2019년 6월과 8월, 그리고 10월 각각 2000만원, 2000만원, 1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제3지구 조합에 무이자로 빌려 줬다. 앞서 김 전 조합장은 2019년 2월에 5000만원, 4월에 3000만원 등 8000만원을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차입한 사실이 확인돼 벌금 7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제3지구 조합이 총회 의결 없이 N사로부터 빌린 돈의 액수는 총 1억3000만원에 이른다. 김 전 조합장의 가족 일가가 제3지구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 등을 구입하는 과정서도 N사의 흔적이 등장한다. 재산 증식 내부 정보? 문제를 제기한 제3지구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 조합장을 하던 시기에 아들과 딸, 사위 등이 재개발 지역의 아파트를 사거나 도로를 증여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김 전 조합장의 재산이 늘어나는 과정에 조합의 내부 정보가 사용된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2016년 전후로 김 전 조합장을 비롯한 가족 일가의 부동산이 눈에 띄게 늘었다고 덧붙였다. 김 전 조합장이 추진위원장으로 선출된 시기와 맞물린다. 김 전 조합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7월 성수동의 빌라 한 채를 1억95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부등본상 이씨의 주소는 김 전 조합장의 주소와 같았다. 흥미로운 대목은 2019년 1월 이 빌라가 송모씨에게 2억원에 팔렸는데 해당 인물이 정비업체 N사의 관계자라는 의혹이 제기된 점이다. 송씨는 한 달 뒤 해당 빌라를 2억1000만원에 팔았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5년 1월 제3지구 재개발 지역에 위치한 아파트 한 채를 4억5750만원에 매입했다. 김 전 조합장의 아들은 현재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으로 이름이 올라있다. 김 전 조합장의 딸로 추정되는 이모씨는 2018년 11월 특정 인물로부터 성수동2가의 도로 일부를 증여받았다. 딸 이씨의 남편이자 김 전 조합장의 사위로 추정되는 김모씨는 2017년 1월 성수동2가의 한 상가 1층을 매입했다. 김씨도 제3지구 조합의 대의원 명단에 존재한다. 2018년 해당 건물에 근저당을 설정한 업체는 세입자 조사업 등을 하는 W사였다. W사의 과거 등기부등본상 주소는 제3지구 조합서 업무를 하는 법무사 사무소의 주소와 일치했다. 송사 휘말려도 계속 부활해 가족 일가 부동산 구입 의혹 제3지구 조합의 한 조합원은 “지금 드러난 것은 등기부등본을 뒤져 찾아낸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총회의 결의 없이 정비업체로부터 금전을 차입해 자신의 급여를 챙기고 가족 일가의 부동산 축재에 사용했다는 의심을 거둘 수가 없다”며 “김 전 조합장은 대법원 확정 판결로 사임하면서도 조합원에게 단 한 마디의 사과도 없이 뻔뻔함의 극치를 보였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온 직후 김 전 조합장은 “2009년부터 지금까지 14년간 성수3지구를 위해 노력해 왔고 14년간 조합 운영을 투명하고 절약하였기에 조합장 자리서 내려오며 부끄럽지 않다”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에는 사무실을 얻어 ‘김○○ 사랑방’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주민과 부동산 관련 정보를 주고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3지구 조합의 또 다른 조합원은 “김 전 조합장의 나이가 70대다. 컴퓨터도 제대로 다루지 못한다고 들었다. 그러다 보니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바지사장으로 세우고 뒤에서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말이 내부에 많다”며 “N사는 한남4구역재개발조합서도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된 업체”라고 주장했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남재정비촉진구역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한남4구역 조합)은 지난해 정기총회서 N사와의 계약 해지 안건을 통과시켰다. 조합 설립 과정서 발생한 비위, 허위 견적서 제출, 금전 편취 혐의로 사기죄 확정 등이 이유였다. 한남4구역 조합은 2011년 N사와 용역 계약을 맺고 지난해까지 조합 업무를 함께 해 왔던 것으로 파악됐다. 한남4구역 계약 해지 제3지구 조합서 불거진 의혹은 현재 성동세무서, 성동경찰서 등에서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문제를 제기한 조합원은 “전 조합장과 N사는 조합을 장악하고 감시 체계가 허술한 틈을 타 끊임없이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들의 비리는 민생침해 범죄인만큼 철저한 수사로 조합원의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전 조합장의 해명 “떳떳하다” 김모 전 조합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울분을 쏟아냈다. 14년간 조합을 위해 일했는데 근거 없는 모함으로 자신을 괴롭히려 든다는 것이다. 김 전 조합장은 자녀를 비롯해 사위 등 가족 일가가 재개발 지역에 아파트나 건물을 산 것은 인정하면서도 결혼을 할 무렵 본인들이 구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비업체 N사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정비업체는 재개발 사업서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는 곳이다. 조합장이 됐지만 업무에 서툰 부분이 있어 정비업체 대표(송모씨)에게 도와 달라고 했다”면서도 “정비업체 직원을 따로 만난 적도 없고 부정적인 일을 한 것도 없다. 나는 떳떳하다. 떳떳하기에 아직 이 동네에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젊고 똑똑한 사람이 조합장 선거에 나와야 한다. 그런 분이 있다면 언제든 도울 것”이라며 “2010년 조합 총무로 시작해 14년 동안 조합 일을 보면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 법원 판결로 사임하게 됐지만 조합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기사 속 기사> N사 대표의 해명 “우리는 을이다” N사의 송모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정비업체는 조합이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여러 차례 말했다. 정비업체가 조합장을 내세워 조합을 좌지우지하고 있다는 내부의 의견에 강한 불쾌감을 표하면서 한 말이다. 조합이 갑, 정비업체가 을이라고 강조했다. 송 대표는 총회의 의결 없이 제3지구 조합에 돈을 빌려준 이유에 대해 “(김 전 조합장이) 조합 재정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고 간곡히 부탁해서 무이자로 빌려준 것인데 그게 문제가 돼서 조합장님이 지위를 잃게 된 점은 지금도 마음이 아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합에 차입한 1억3000만원은 한 푼도 돌려 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조합장이 사임하는 등 조합 내부가 뒤숭숭한 것 같다는 말에는 “직무대행이 조합 업무를 보고 있고 우리도 정비업체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사업은 표류하지 않고 계속 진행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 업체가 맡고있는 재개발 지역이 20여군데 정도다. 한 군데서 문제가 생기면 다른 지역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불법을 저지를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한남4구역 조합과의 계약 해지에 대해서는 “(한남4구역 조합) 조합장이 내가 불법적인 요구를 했다. 그걸 거절했더니 계약 해지를 한 것”이라며 “현재 민·형사상의 조치를 취한 상태다. 법으로 가려질 일”이라고 주장했다.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