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양림 숲길 체험 ①양평 산음자연휴양림

사계절 보약같은 ‘치유의 숲’

숲은 듣는다. 밤사이 피운 꽃망울의 열림, 바람 따라 여행을 시작하는 씨앗의 떨림, 서걱서걱 풀잎을 꿰는 애벌레의 움츠림 하나하나에 귀 기울인다. 나무는 땅속 깊이 뿌리내려 울창한 그늘을 만들고, 한 걸음 비켜서서 물길을 틔운다. 생을 다하는 순간까지 살아 있다는 증거로 싹을 틔우고, 때가 되면 스스로 거름이 된다.
 

숲은 인내하고 생명을 보듬고 마지막에 길을 낸다. 숲을 찾는 사람에게 내미는 손길과 발길이다. 양평에 자리한 산음자연휴양림의 숲길이 그렇다. 화려하지 않아 아지트로 삼고 싶은 공간이다. 휴양림은 사계절 내내 마음을 다독이는 치유의 숲을 품었다. 위로가 필요할 때면 찾아가고 싶은 곳이다. 

산그늘 우거진 숲길

산음은 산그늘이란 뜻이다. 휴양림 인근 봉미산과 용문산, 소리산의 높은 봉우리가 병풍처럼 에워싸 산그늘에 있다는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꼬불꼬불한 도로를 따라 휴양림에 도착하면 잣나무와 낙엽송, 물푸레나무, 참나무가 하늘로 솟았고, 국수나무와 병꽃나무, 쪽동백, 노린재나무가 어른 키와 맞닿는다. 

숲길은 매표소와 야영장을 지나 산림문화휴양관서 시작한다. 건강증진센터 기준으로 왼쪽 치유의 숲과 2야영장 오른편에 난 치유의 숲을 따라 전체 2km 정도 산책로가 이어진다. 건강증진센터 입구의 데크 로드는 약 260m로 잣나무 숲에 조성됐다. 센터 뒷길서 본격적인 산책로가 시작된다. 

천천히 걸으며 고개를 숙여보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진다. 계절은 낮은 곳부터 천천히 오는 모양이다. 초록 잎을 이불 삼아 덮은 홍자색 족도리풀도 그렇다. 땅의 온기에 기대어 새색시 족두리처럼 오므린 입을 둥지의 아기 새처럼 봄 햇살을 향해 벌린다. 


족도리풀은 커다란 잎 아래 숨어 땅벌레가 꽃가루받이 해준단다. 그 뿌리인 세신이 진통에 효과가 있고, 구취가 심할 때 좋아 은단의 원료로 활용되는 풀이다. 애호랑나비는 족도리풀의 잎 뒷면에 알을 낳는다. 
 

벌이 와서 수정되면 꽃 색이 변한다는 병꽃나무, 쪽동백과 당단풍이 하나가 된 연리목도 만날 수 있다. 연리목은 시간이 흐르면 유전자를 공유하며 살아간단다. 

산음자연휴양림 치유의 숲은 양 갈래 큰 숲길 사이로 오솔길이 다리처럼 나서 오르다가 힘들 때 옆으로 내려오면 된다. 걷다 보면 거미줄이 가로막기도 한다. 멈춰 세웠다고 탓하지 말자. 자연을 걸으며 뿌리내린 시간을 거스르지 않는 것이 치유의 시작이니까. 

숲길 따라 아홉 갈래 계곡물 소리가 발길에 장단을 맞춘다. 여름이 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다. 산책하듯 걷다가 편평한 돌에 걸터앉아 계곡물에 발 담그면 피로가 사라진다. 일급수에 산다는 도롱뇽도 만날 수 있다. 돌덩이를 들추면 도롱뇽 알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청량한 공기·새소리가 만병통치약
한 번 온 사람은 꼭 다시 찾는 안식처

산음자연휴양림에는 볼거리, 즐길 거리도 많다. 휴양림 도로를 따라 올라가면 LOVE 포토 존과 생태연못, 산음약수터가 나온다. 야영데크서 시원한 밤을 보내는 이들, 멀리 지방서 물맛 좋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 등산객까지 모든 이의 목을 적셔줄 소중한 수원이다. 

산림청 1호 ‘치유의 숲’으로 지정된 이곳서 진행하는 산림 치유 프로그램은 단연 인기다. 산림치유지도사가 건강증진센터에 상주하며 이용객을 대상으로 명상, 숲 속 체조 등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예약하지 않아도 당일 5인 이상이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산림치유지도사는 “처음 참여할 때는 어색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숲길을 걷고 나면 어느새 마음을 열고 힘든 이야기를 털어놓는 분들이 많아요. 그러면서 치유가 시작되죠”라며 한 번 온 사람들이 다시 찾는다고 했다. 혼자 숲길을 걸을 때와는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매일 오전 10시와 오후 2시에 진행되는 숲 해설은 산림문화휴양관 인근 정자서 시작한다. 이곳 뚝딱이 공방에서도 오전 10시와 오후 2시 목공예 체험이 가능하니, 아이들과 함께 가족 나들이로 찾아도 좋다. 

주말마다 가족과 함께 온다는 야영객은 221·222번 야영데크를 추천한다. 이른 아침 곤줄박이와 동고비, 다람쥐가 주로 찾는 곳이란다. 청량한 공기, 새소리와 함께 맞는 아침은 만병통치약이다. 
 

청정 도시로 알려진 양평은 찾아갈수록 마음이 물드는 곳이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두물머리, 자연정화 공원 세미원, 용문산 용문사로 향하는 산책로,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의 수숫단 오솔길까지. 자연과 어우러진 모든 길이 양평으로 난 셈이다. 두물머리는 서울서 1시간 거리로, 그 고즈넉함을 맛본 이들은 이른 새벽에 찾는다. 

조선시대에 이곳은 강원도 산골서 뗏목 타고 물길 따라 한양으로 향하는 떼몰이꾼들이 하루 쉬었다 가는 지점이었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얼싸안으며 흐르는 풍경이 한 폭의 수묵화 같다. 세 그루가 한 그루처럼 생긴 느티나무가 이곳의 상징이다. 

동심과 마주하다

두물머리서 배다리를 따라 강을 건너면 세미원이다. 자연정화 공원으로 조성된 이곳은 7월이면 연꽃이 피어 더욱 아름답다. 세미원은 관수세심(觀水洗心), 관화미심(觀花美心)서 유래한 이름이다. ‘물을 보며 마음을 씻고, 꽃을 보며 마음을 아름답게 하라’는 뜻인데, 정원에 가득한 수목과 풍경에 마음이 놓인다. 
 

용문사로 향하는 길 또한 힐링이 된다. 1km 남짓한 길에 흐르는 도랑물 소리가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양평 용문사 은행나무(천연기념물 30호)는 현재 우리나라서 가장 크고 오래된 은행나무다. 

수령 1100년으로 추정되며, 가까이서 보면 장엄한 자태와 영적인 기운까지 느껴진다.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테라로사 서종점도 인기다. 시간대에 따라 갓 구운 빵이 나와 식사 후 카페 나들이하기 좋다. 붉은 벽돌 건물 내부는 1·2층 중간이 트여 커피 공장 같다. 테라로사 바로 옆에는 다양한 영업점이 있어 볼거리도 많다.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은 단편소설 〈소나기〉에 묘사된 장면을 재현한 공간이다. 맑고 순수한 소년과 소녀의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 배경이 바로 양평. 황순원문학관은 지상 3층 규모로 황순원 선생의 유품과 작품을 전시한다. 학의 숲, 송아지 들판, 수숫단 오솔길을 걸으며 동심과 마주할 시간도 놓치지 말자. 

 

<여행 정보>


당일 여행 두물머리→세미원→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테라로사 서종점→산음자연휴양림 
1박2일 코스 [첫째 날] 두물머리→세미원→들꽃수목원→양평군립미술관→용문산관광단지→용문사 [둘째 날] 산음자연휴양림→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잔아문학박물관→테라로사 서종점→남양주종합촬영소→수종사

관련 사이트
- 양평문화관광 http://tour.yp21.net
- 세미원 http://www.semiwon.or.kr
- 산음자연휴양림 http://www.huyang.go.kr
- 산음 치유의 숲 프로그램 예약 http://cafe.naver.com/saneumhealing
-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 http://www.sonagi.go.kr

문의 전화
- 양평군청 관광기획팀 031)770-2068
- 산음자연휴양림 031)774-8133
- 세미원 031)775-1834
-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 031)773-2299 
- 테라로사 서종점 031)773-6966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양평, 동서울종합터미널서 하루 22회(06:15~21:30) 운행, 약 50분 소요. 상봉시외버스터미널서 하루 4회(07:00~18:30) 운행, 약 1시간 소요. 양평시외버스터미널서 2-2·2-5·2-11번 시외버스, 고복 정류장 하차, 약 2시간30분 소요. 산음자연휴양림까지 도보 약 1km. 
* 문의 :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http://www.ti21.co.kr 상봉시외버스터미널 02)323-5885 버스타고 http://www.bustago.or.kr 양평시외버스터미널 031)772-2341

[기차/전철] 청량리역-용문역, 무궁화호 하루 9회(07:00~23:25) 운행, 약 40분 소요. 경의중앙선 용문역 하차. 용문버스터미널서 2-2·2-5·2-11번 시외버스, 고복 정류장 하차, 약 1시간20분 소요. 산음자연휴양림까지 도보 약 1km.

* 문의 : 레츠코레일 1544-7788, http://www.letskorail.com 서울도시철도공사 1577-5678, http://www.smrt.co.kr


자가운전
설악IC교차로→신천중앙로 따라 18.5km→양평·단월·산음자연휴양림 방면 우회전→석산로 6.5km→고복·산음자연휴양림 방면 우회전→산음보건진료소 지나 산음자연휴양림 방면 우회전→고복길 따라 약 3km→아띠울펜션 지나자마자 우회전→산음자연휴양림

숙박 정보
- 산음자연휴양림 : 단월면 윗고북길, 031)774-8133, http://www.huyang.go.kr
- 용문산리조트펜션 : 용문면 연수로590번길, 031)772-3340, http://www.ypguide.co.kr
- 수다락펜션 : 단월면 윗고북길, 010-3753-2501

식당 정보
- 문리버(한방약오리백숙): 강하면 전의1길, 031)774-2714
- 식사는바우네집으로(백반): 서종면 중미산로, 031)775-2169 
- 포마이도터(수제버거): 종면 꽃대울2길, 031)775-7030

행사 정보
2017세미원봄빛정원문화제: 6월18일까지, 세미원(오후 9시까지)

주변 볼거리
두물머리, 세미원, 용문사, 구둔역, 양평레일바이크, 황순원문학촌 소나기마을, 양평군립미술관, 민물고기생태학습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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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