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리에 발목 잡힌 대원제약 무슨 일이…

빚보증 잘못 섰다가…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대원제약이 돈독한 관계를 유지해 온 여명약품의 부실로 인해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했다. 여명약품이 폐업 수순을 밟으면서 든든한 조력자 역할은 빛이 바랬고 한술 더 떠 의도치 않게 피해를 감내해야 하는 처지에 몰렸다. 수십 년에 걸친 의리가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고 백부현 회장이 1958년 1월 부산서 창업한 대원제약은 60년에 걸쳐 의약품 제조 및 판매를 지속해온 상장 제약사다. 계열사로는 의료기기 제조 및 판매를 하는 딜라이트(종속회사) 바이오의약품 연구를 주목적으로 하는 대원바이오텍(관계회사)을 거느린 구조다. 

의리가 뭐길래…

계열사 이외에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던 회사가 또 있다. 바로 여명약품이다. 의약품 도매업 및 무역업을 영위해 온 여명약품은 1991년 12월 창립 때부터 대원제약과 각별한 사이였다. 무엇보다 여명약품 창업주인 백승선 대표가 대원제약 출신이다. 

백 대표는 2000년에는 대원제약 퇴직임직원 모임인 ‘원우회’ 회장에 선출되기도 했다. 

여명약품의 지분구조에서도 대원제약과 연관성이 드러난다. 지난해 말 기준 여명약품 최대주주는 지분 28.91%를 보유한 백 대표다. 나머지 지분은 이득연(24.81%) 상무, 김항만(23.17%) 부사장, 이규정(23.11%) 이사 등 핵심 임원 3인이 엇비슷한 규모로 나눠 갖는 구조다. 이들 역시 대원제약 출신이거나 직간접적으로 연결돼있다. 
 


아직까지 두 회사 간 물품 거래 내역 및 규모에 대해서는 명확히 알려진 게 없다. 하지만 ‘대원맨’이 주축인 여명약품을 대원제약이 간접 지원했던 정황은 지급보증을 통해 유추해볼 수 있다.

수년째 거래 회사에 지급보증  
계열사 아닌데…독이 된 옛정

공시자료 분석 결과 대원제약은 2011년부터 여명약품에 대한 지급보증을 실시했다. 당시 지급보증액은 13억원. 이듬해는 지급보증이 없다가 2013년 13억원, 2014년 13억원, 2015년 6억4200만원, 지난해 4억7500만원 등 꾸준히 지급보증에 나섰다. 

지급보증액이 매년 감소했고 큰 액수도 아니지만 계열사가 아닌 회사를 위해 지급보증에 나섰다는 점은 대원제약과 여명약품의 관계가 꽤나 돈독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지급보증이란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고자 할 때 회사의 신용이나 담보가 부족하면 대부분 재무구조가 타 기업서 보증을 받는 행위를 뜻한다. 물론 보증받은 회사가 자신의 채무를 이행하면 지급보증은 별 탈 없이 소멸하지만 보증받은 회사가 도산할 경우 보증해준 회사의 주채무로 바뀐다. 
 

이런 이유 때문에 지급보증은 통상 모기업과 계열사 사이서 이뤄지는 게 일반적이다. 

대원제약의 지원 속에서 여명약품은 순항하는 듯 보였다. 여명약품의 지난해 말 기준 매출액은 371억원,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4억원, 5억8847만원이다. 2015년에는 매출액 364억원, 영업이익 13억원, 당기순이익 4억5320만원을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지급보증은 약소하게나마 대원제약에 금전적 피해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커졌다. 여명약품이 최악의 상황에 직면한 까닭이다.   

여명약품은 지난 25일일자로 사실상 부도 처리됐다. 뜬소문처럼 퍼지던 ‘여명약품 부도설’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었다. 관련 업계는 세무조사 후 수십억원대 추징금을 낸 게 회사를 심각한 경영 위기로 내몰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여명약품 청산의 기미는 엿새 전부터 본격적으로 드러났다. 지난 19일 직원 정리에 나선 것을 시작으로 사흘 뒤 모든 업무가 중단됐고 회사 문은 폐쇄됐다. 지난 23일에는 제약사에서 받은 의약품을 돌려주기 위해 반품 의약품 명단을 출입문에 기재했다. 

거래제약사와 의료소모품사, 그리고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재고 의약품 반품에 나선 것이다. 다수 제약사가 반출 명단에 기재돼있으며 대원제약 역시 여기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여명약품 창고에 재고 의약품이 얼마나 쌓여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명확히 알려진 바 없다. 제약사 중에 어음 회수 여부에 따라 제약사별 피해 규모가 추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끈끈했던 관계

결과적으로 여명약품의 부도는 수년 간 지속된 양사의 끈끈한 보증 관계를 부각시켰다. 지급보증으로 인한 금전적 피해가 미미하더라도 대원제약은 제대로 된 기준 없이 계열사도 아닌 회사에 부주의한 보증을 섰다는 비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상장사가 옛정에 끌린 나머지 주주들의 재산권을 훼손했다는 지적도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실제로 여명약품 부도 이전부터 몇몇 대원제약 소액주주들 사이에서는 여명약품에 대한 지급보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된 바 있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기막힌’ 대원제약 형제경영 

재계 형제간 경영권 분쟁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대원제약 형제 오너는 아직까지 ‘우애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대원제약 ‘쌍두’체제는 1982년 백승호 회장이 입사한 지 3년 뒤인 1985년 백승열 부회장이 입사하면서 첫 단추를 채웠다. 

지난 2001년 백부현 창업주가 세상을 떠난 후 백 회장과 백 부회장이 나란히 대표이사에 오르면서 본격적으로 2세 경영이 시작됐다. 백 회장 형제의 역할 분담은 명확하다. 백 회장이 경영과 영업을 도맡았다면 백 부회장은 연구개발(R&D)을 책임진다.


형제간 소유지분도 엇비슷하다. 현재 백 회장은 대원제약 지분 15.5%, 백 부회장은 14.3%를 보유하고 있다. 지분율 차이가 크지 않은 것은 물론이고 오너 일가에서 흔히 발생하는 지분 경쟁도 불거진 바 없다. 이 같은 안정세를 바탕으로 대원제약은 60년 무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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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