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기업 위장계열사 주의보

김상조가 온다! 알아서 기어라∼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공정거래위원회의 칼끝이 매섭다. 재벌개혁의 필요성을 누차 강조해왔던 김상조 교수가 신임 위원장에 사실상 내정되면서 대기업에 대한 고강도 조사가 예상된다. 위장계열사 논란이 재계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마저 점쳐진다. 
 

최근 불거진 대기업 위장계열사 논란은 삼성그룹에서부터 촉발됐다. 지난 24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 따르면 경쟁정책국 기업집단과는 삼우건축사사무소가 삼성에 편입되기 이전부터 삼성의 숨겨진 계열사였는지 조사 중이다. 

전전긍긍

1967년 설립된 이래 삼성 계열사의 건축 설계를 주로 맡았던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는 2014년 9월 삼성물산에 인수됐다. 

삼우종합건축사무소 위장계열사 여부는 1997년과 1999년 두 차례에 걸쳐 공정위가 대기업 위장계열사 조사에 나서면서 대대적으로 불거진 전례가 있다. 당시 공정위는 법 위반 사항을 적발하지 못한 채 사건을 종결 처리했다. 

공정위는 삼성이 삼우종합건축사무소를 지배하기 위해 차명주주를 동원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문재인정부 출범 전인 지난해 시민단체의 제보가 이뤄진 만큼 확대 해석은 경계하고 있다. 
 


재계는 ‘재벌 저격수’ 김상조 교수가 공정위원장에 내정된 직후 벌어진 일이라 잔뜩 긴장하는 분위기다. 재벌기업의 위장계열사를 사실상 묵과한다는 지적을 받던 과거 공정위의 조사와 달리 ‘김상조 효과’로 인한 고강도 조사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까닭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이 지난해 10월17일 공정거래위원회서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위장계열사 적발 및 제재조치 현황'에 따르면 2011년 이후 공정위는 대기업집단 위장계열사를 22건(72개 회사) 적발하고도 지난해 9월 롯데 신격호 총괄회장을 고발하기 전까지 단 한 번도 검찰에 고발한 적이 없었다. 

현재 공정거래법 상 대기업 총수인 동일인에 대한 처벌 조항은 단 두 가지다. 대기업집단 지정을 위한 공정위의 자료요청에 대해 허위자료를 제출할 경우 총수에게 최대 1억원의 벌금을 부과한다는 조항과 일감몰아주기 규제와 관련해 총수가 지시하거나 관여한 경우 최대 벌금 2억원(또는 3년 이하 징역)을 매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감몰아주기 규제는 2015년 2월 처음 시행됐다. 이 때문에 총수를 처벌할 수 있는 유일한 조항은 그동안 ‘위장계열사’ 관련 허위자료 제출밖에 없었다.

게다가 기업집단 지정제도는 총수가 제출하는 자료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어 허위자료 제출을 엄격히 제재하지 않으면 제재를 가하기 어렵다. 

실제로 공정위는 2010년 조석래 효성 회장을 고발한 이후 5년 동안 위장계열사를 적발하고도 단 한 건 예외 없이 모두 ‘경고 처분’하는 데 그쳤다.

칼 뽑은 공정위 레이더망 가동
뭔가 다르다…걸릴까 노심초사


그간 위장계열사 논란서 자유롭지 못했던 몇몇 대기업은 공정위의 위장계열사 고르기 작업을 예의 주시해야 하는 상황이다. 위장계열사 적발 현황서 상위권을 차지했던 롯데, LG, SK가 이 범주에 포함된다. 
 

위장계열사 적발 현황을 보면 2011년 이후 롯데와 SK가 세 번으로 가장 많이 적발됐으며, LG가 두 번 걸렸다. 

롯데는 지난해 9월 유원실업 등 4개 위장계열사가 공정위에 적발당해 총수가 검찰에 고발당하기도 했다. 4개 위장계열사 지분을 보면 신격호 총괄회장의 세 번째 부인인 서미경씨가 딸인 신유미씨보다 1%포인트 정도 지분율이 높아 최다출자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상태였다. 

신유미씨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딸로 호적에 입적된 특수관계인이다. 서미경씨는 법적으로 배우자가 아니므로 특수관계인에 해당하지 않는다. 

위장계열사로 적발된 기업이 가장 많았던 LG 역시 공정위의 움직임이 부담스럽긴 마찬가지다. 지난 6년간 ‘위장계열사’ 적발 현황을 보면 LG가 23개로 가장 많았고 롯데는 11개로 2위를 차지했다. SK는 8개사로 그 다음을 이었다. 

게다가 LG는 2013년 국정감사 때 ‘재벌 봐주기 논란’을 일으켰던 곳 중 하나다. 

2013년 10월 열린 공정위 국정감사서 당시 김기식 민주당 의원은 “공정위 경쟁정책국이 위장계열사 신고를 누락한 구본무 LG 회장을 검찰에 고발하자고 의견을 제시했지만 제재를 결정하는 공정위 제1소위원회는 경고로 수위를 낮췄다”며 봐주기 의혹을 제기했다. 

의외로 금호아시아나가 공정위의 다음 타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경제개혁연대는 ‘금호그룹의 계열사 간 자금거래 등의 적절성 검토’라는 보고서를 통해 공정위 조사를 요구한 상태다. 보고서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이 금호산업 인수를 포함한 그룹 재건 과정서 공정거래법과 상법을 위반한 혐의가 있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의 혐의가 확인되면 바로 공정위의 정식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살벌한 분위기

재계 관계자는 “자산총액 5조원 이상 기업은 일괄적으로 공정위가 요구한 내부거래 현황 자료를 최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기업별 상품·자금 거래 현황이 공정위에 넘어갔다는 점에서 위장계열사 판별 작업이 광범위하게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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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