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여행 ⑤17번 국도 곡성-구례

섬진강 따라 자연을 달리다

전남 곡성과 구례를 잇는 17번 국도는 섬진강과 나란히 달리는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하다. 곡성에 들어서자마자 읍내로 진입하는 오른쪽 도로에는 우람한 메타세쿼이아가 1km 남짓 늘어섰다. 
 

지난해 인기를 끈 영화 〈곡성〉서 주인공 종구가 딸을 오토바이에 태우고 달리는 장면을 촬영한 곳이다. 

곡성 읍내를 지나면 ‘한국 관광 100선’에 3회 연속 선정된 섬진강기차마을이 나온다. 증기기관차나 레일바이크를 타고 섬진강을 즐기는 곳이다. 증기기관차는 시속 30~40km로 달려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만큼 여유롭다. 가정역까지 10km 거리를 30분 만에 도착하며, 30분간 정차한 뒤 섬진강기차마을로 돌아온다. 

더 느리게 즐기려면 침곡역에서 가정역까지 5km 남짓한 섬진강레일바이크를 타보자. 오르막이 약간 있지만 섬진강의 봄 풍경을 감상하기에 제격이다. 

영화 속 장소

가정역서 섬진강출렁다리를 건넌 뒤 두가세월교 건너 돌아오거나, 가정역 주변에서 자전거를 빌려 타고 섬진강을 달려도 좋다. 가정역서 시간을 보내다가 다음 증기기관차로 돌아오거나, 4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곡성행 버스를 타고 17번 국도 풍경을 구경하는 방법도 있다.
 


섬진강기차마을을 지나면 17번 국도, 옛 전라선 철길과 나란히 강이 이어진다. 이 부근의 섬진강은 곡성천, 금천천, 고달천과 만나며 거대한 습지를 이룬다. 우리나라서 22번째 국가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섬진강 침실습지다. 고달면 안개마을서 고달리 마을회관을 지나 강둑에 오르면 침실습지의 전경이 펼쳐진다. 

고달리를 잇는 세월교와 금천천을 건너는 퐁퐁다리, 곡성천을 건너는 목재 데크를 따라 침실습지 탐방로가 이어진다. 섬진강기차마을서 전동 킥보드를 대여해 탐방로를 달려도 좋다. 

안개마을에선 자전거 대여는 물론, 10명 이상 단체에 한해 꽃차 만들기, 누워서 별 보기 체험 등을 진행한다. 게스트하우스나 가족펜션에 묵으며 이른 아침 섬진강 침실습지의 고즈넉한 풍경을 만나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된다.
 

섬진강도깨비마을은 조선 초의 실존 인물 마천목 장군과 섬진강 도깨비 살의 전설을 테마로 조성한 공간이다. 입구서 섬진강도깨비마을까지 1km 남짓 숲길이 이어진다. 이 길 곳곳에 개성 있는 도깨비 조형물이 있어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지리산 장쾌한 능선이 한눈에 들어오는 곳
도깨비마을·반달가슴곰 등 호기심 천국

섬진강도깨비마을에서는 도깨비를 주제로 한 전시와 도깨비가 등장하는 인형극도 볼 수 있다. 아이들의 호기심과 상상력에 재미와 자연을 곁들여 즐거운 시간이 된다.

17번 국도에서 섬진강 건너편으로 한적하고 여유 있는 도로가 보인다. 가정역 앞 두가세월교를 건너 구례 방면으로 연결되는 섬진강로다. 가정마을서 구례구역 입구까지 12km 이어진다. 반대편 곡성 방면 도로는 자동차와 자전거, 사람이 모두 이용할 수 있는 ‘함께 나누는 길’이다. 길이 좁고 험한 대신 섬진강 풍경이 근사하다. 


구례 읍내를 지나면 17번·18번·19번 국도가 만나는 냉천교차로다. 지리산을 대표하는 천년 고찰 화엄사가 이곳에서 가깝다. 먼저 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에 있는 반달가슴곰 생태학습장에 들르자. 
 

멸종 위기종인 반달가슴곰의 생태를 체험하는 곳으로, 매일 5회(오전 10시· 11시, 오후 2시·3시·4시) 탐방 해설을 진행한다. 반달가슴곰의 영상을 보고, 반달가슴곰이 사는 생태체험장을 한 바퀴 둘러본다. 반달가슴곰을 직접 보고, 반달가슴곰의 생태와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천년 고찰 화엄사에 가면 잊지 말고 들러야 할 곳이 있다. 일주문에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세워진 차일혁경무관공덕비다. 차일혁 경무관은 빨치산의 근거지를 없애기 위해 화엄사를 불태우라는 상부의 명령을 어기고 화엄사를 지켜낸 인물이다. 

“절을 태우는 데는 한나절이면 족하지만, 절을 세우는 데는 1000년 세월도 부족하다”는 그의 말이 가슴을 적신다. 

경내를 둘러보고 구층암으로 발길을 돌리자. 대웅전 뒤편 구층암으로 가는 숲길은 조릿대 군락이 운치 있다. 구층암은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 겸허함이 돋보이는 곳으로, 여행객의 발길이 드물어 호젓하다. 

특히 수백 년 된 모과나무를 그대로 기둥 삼은 요사채가 유명하다. 요사채 마루에 걸터앉아 차분한 시간을 보내기 좋다. 화엄사서 구층암을 거쳐 연기암까지 치유 탐방로 1코스가 이어진다. 노고단에 오르는 옛 등산로로, 거친 듯하지만 힐링하기 좋은 숲길이다.

구례 오산 사성암(명승 111호)은 원효, 의상, 도선, 진각 등 고승 4명이 머무른 곳이라 한다. 사성암 턱밑까지 진입로가 닦여 자가용을 이용하거나, 죽연마을서 수시로 운행하는 셔틀버스를 타면 된다. 절벽에 매달린 듯 높은 기둥 위에 세워진 유리광전이 기세등등하고, 암벽을 따라 난 계단을 오르면 네 성인이 수도했을 법한 풍경이 펼쳐진다. 
 

넓은 분지에 들어앉은 구례 읍내, 읍내를 휘감으며 흐르는 섬진강, 노고단과 반야봉, 왕시루봉 등 지리산의 장쾌한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10분 남짓 오르면 오산(530.8 m) 정상을 지나 전망대에 이른다. 운조루가 있는 토지면 일대의 너른 들판, 지리산과 백운산 자락을 비집고 흐르는 섬진강 풍경이 그림 같다.

17번 국도 구례에서 순천 방향 섬진강 변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대나무 숲이 있다. 울창한 숲은 아니지만, 산책로 곳곳에 휴식 공간이 있어 바람이 일렁일 때마다 들리는 댓잎 소리와 함께 쉬었다 가기 좋다. 구례휴게소를 찾아가면 쉽다.

곡성과 구례 여행서 별미가 빠질 수 없다. 미실란이 운영하는 ‘밥카페 반하다’는 유기농 발아오색미로 건강한 밥상을 내는 로컬 푸드 음식점이자, 곡성의 농가 맛집이다. 토란과 우리밀, 무항생제 달걀로 빵을 만드는 ‘모짜르트제과점’, 삶아서 말린 뒤 가루 낸 토란을 넣어 라테와 스콘을 만드는 ‘B's coffee’ 등 곡성 특산물 토란을 이용한 먹거리를 내는 곳도 있다. 

힐링하기 좋은 길

구례 추천 맛집은 지리산서 채취한 나물과 뽕잎밥으로 건강한 밥상을 차리는 ‘들녘밥상’, 매일 다른 메뉴를 선보이는 ‘푸른물고기’, 비만 억제와 체내 나트륨 제거에 효과가 탁월한 쑥부쟁이로 머핀과 쿠키, 라테 등을 만드는 ‘카페 쑥부쟁이’ 등이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섬진강기차마을→섬진강 침실습지→사성암 
1박2일 코스 [첫째 날] 메타세쿼이아 길→섬진강기차마을→섬진강 침실습지→섬진강도깨비마을→심청한옥마을 [둘째 날] 사성암→섬진강 변 대나무 숲→반달가슴곰 생태체험장→화엄사→운조루(운조루유물전시관)→연곡사 

관련 사이트
- 곡성군 문화관광 http://www.gokseong.go.kr/tour
- 섬진강기차마을 http://www.gstrain.co.kr
- 섬진강도깨비마을 http://www.dokaebi.co.kr
- 안개마을 http://안개마을.com
- 구례군 문화관광 http://tour.gurye.go.kr
- 화엄사 http://www.hwaeomsa.com
- 반달가슴곰 생태체험장(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http://bear.knps.or.kr

문의 전화
- 곡성군청 관광문화과 061)360-8358
- 곡성군 관광안내소 061)360-8379
- 섬진강기차마을 061)363-9900
- 섬진강레일바이크 061)362-7717 
- 섬진강도깨비마을 061)362-2954
- 안개마을 061)363-3231
- 구례군청 문화관광과 061)780-2224
- 구례군 관광안내전화 061)780-2450
- 사성암 061)781-4544
- 화엄사 061)783-7600, 
- 반달가슴곰 생태체험장(국립공원관리공단 종복원기술원) 061)783-9120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곡성, 센트럴시티터미널서 하루 1회(15:00) 운행, 약 3시간10분 소요. 서울-구례, 서울남부터미널서 하루 11회(06:30~22:00) 운행, 약 3시간10분 소요. 
* 문의 : 센트럴시티터미널 02)6282-0114 이지티켓 http://www. hticket.co.kr 서울남부터미널 1688-0540 시외버스통합예매시스템 https://txbus.t-money.co.kr 구례공영버스터미널 061)780-2731 곡성버스터미널 061)363-3919  
[기차] 용산역-곡성역, KTX 하루 6회(07:45~20:10) 운행, 약 2시간10분 소요. 서울역-곡성역, KTX 하루 2회(09:45~16:35) 운행, 약 2시간30분 소요. 
* 문의 : 레츠코레일 1544-7788, http://www.letskorail.com 

자가운전
순천완주고속도로 서남원 IC→송동교차로서 곡성 방면 17번 국도→읍내교차로서 곡성 읍내 방향 우회전→회전교차로서 곡성역 방면 기차마을로→섬진강기차마을


숙박 정보
섬진강기차마을 레일펜션: 곡성군 오곡면 기차마을로, 010- 9495-5088, http://www.gsrailpension.co.kr (굿스테이), 화이트빌리지: 곡성군 죽곡면 대황강로, 061)363-7531, http://www.white-village.co.kr (굿스테이), 심청한옥마을: 곡성군 오곡면 심청로, 061)363-9910, http://심청한옥마을.kr (굿스테이, 한옥스테이), 두가헌: 곡성군 고달면 두계길, 010-6620-3430, http://www.dugahun.co.kr (한옥스테이), 안개마을: 곡성군 고달면 목동리, 061)363-3231, http://안개마을.com금환락지곡전재: 구례군 토지면 곡전재길, 010-5625-8444, http://www.gokjeonjae.com (명품고택), 들녘애펜션: 구례군 토지면 운조루길, 010-9926-6333, 숲속수목가옥: 구례군 광의면 온동2길, 061)781-2011, http://ecopark.gurye.go.kr구례산수유자연휴양림: 구례군 산동면 정산길, 061)780-2897, http://ecopark.gurye.go.kr쌍산재: 구례군 마산면 장수길, 010-3635-7115, http://www.ssangsanje.com구례옥잠: 구례군 구례읍 상설시장길, 010-7435-5353, http://blog.naver.com/rooftopgigs

식당 정보
밥카페 반하다(오색발아밥상): 곡성군 곡성읍 섬진강로, 061)363-5060, http://www.imisillan.com (하루 전 예약), 자가제면 역전생면국수(비빔국수): 곡성군 오곡면 기차마을로, 061)363-3393, 소머리국밥(소머리국밥): 곡성군 곡성읍 낙동원로, 061)363-7753, 석곡식당(석쇠불고기): 곡성군 석곡면 석곡로, 061)362-3133, 들녘밥상(뽕잎정식): 구례군 토지면 운조루길, 061)781-8881, 푸른물고기(오늘 메뉴): 구례군 구례읍 봉성로, 010-9398-9616, https://halu.modoo.at평화식당(육회비빔밥): 구례군 구례읍 북교길, 061)782-2034, http://www.평화식당.kr함흥냉면(얼갈이곰탕): 구례군 마산면 화엄사로, 061)782-4326, 부부식당(다슬기수제비): 구례군 구례읍 북교길, 061)782-9113 

주변 볼거리
도림사계곡, 조태일시문학기념관, 태안사, 대황강출렁다리, 압록유원지, 옥과미술관, 연곡사, 섬진강어류생태관, 구례자연드림파크, 지리산치즈랜드, 구례군 산림생태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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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