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시험대 오른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5.22 14:47:49
  • 호수 11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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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르는 박근혜 사단 물귀신 작전?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새 정권의 신임 국무총리로 이낙연 전 전남도지사가 내정됐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정치권 평가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이다. 하지만 아직 청문회라는 관문이 남았다. 이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로 이낙연 전 전남도지사를 내정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춘추관서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첫 인사 결과를 직접 발표했다. 청와대는 “언론인, 국회의원, 도지사를 지내며 풍부한 식견과 경험을 갖췄고 여야를 뛰어넘어 호평을 받았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무난한 인사
정치권 호평

이 후보자는 이날 청와대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가 막걸리를 좋아한다. 야당 정치인과도 막걸리를 마셔가며 틈 나는대로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내각은 총리 책임 아래, 각 부처는 장관의 책임 하에 일하도록 하겠다’고 해왔다. 각 부처의 업무가 국정과제의 방향과 불일치하거나 속도가 덜 나는 일이 없는지 살피고 유관부처간 업무 조정의 필요가 없는지 살피는 것이 총리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국정운영 최우선 과제에 대해선 “안보 위기를 타개하는 것, 일자리 문제와 서민생활 안정화가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대기업-중소기업 임금격차 해소, 정규직-비정규직 임금차이를 줄이는 것은 합의만 있다면 상당부분 개선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번 이 후보자의 지명 배경에는 ‘탕평 인사’라는 포석이 깔렸다. 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부터 ‘호남 총리’를 강조했던 만큼 이 후보자 내정은 ‘호남 홀대론’ 불식을 위한 카드다. 

이번 대선서 과반의 전폭적 지지를 보내준 호남에 대한 문 대통령의 화답이기도 하다. 이 후보자는 ‘손학규계’로 분류돼왔다. 동교동계와 손학규계 등 이른바 비문(비문재인) 진영 간 가교 역할도 이 후보자에게 기대하는 역할이다.

호남 출신 내정 “탕평인사 평가”
대체로 긍정적…홀대론 불식 포석

이 후보자는 1952년 전라남도 영광 출신이다. 농부 출신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4남 3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10남매 중 3명이 죽었으며 이 후보자의 두 형이 사망하면서 장남이 돼 대학교육을 마쳤다.

이 후보자의 아내 김숙희씨는 전주여자고등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교 교육대학원서 미술교육을 전공했다. 이후 서울서 미술교사로 일했다. 2013년 첫 개인전을 열었다. 외아들 동한씨를 뒀다. 동한씨는 정신과 의사로 일하고 있으며 2013년 11월16일 초등학교 동기동창과 결혼했다.
 

이 후보자는 광주제일고등학교,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했다. 졸업 후 1979년 <동아일보> 기자로 입사했다. 언론인 출신의 정치인 중 비교적 성공적인 길을 걷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89년 12월 <동아일보> 도쿄주재특파원을 맡았다. 1997년 9월 <동아일보> 편집국 국제부 차장으로 일했다. 1997년 10월부터 1999년 2월까지 <동아일보> 논설위원실 논설위원을 맡았다. 1999년 11월부터 2000년 2월까지 <동아일보> 편집국 국제부 부장으로 일했다.


기자로 첫발
깐깐한 리더십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로 일하던 시절 ‘동교동계’로 불리던 옛 민주당을 출입하다가 김대중 전 대통령과 알게 되면서 정치권에 입문하게 됐다. 2000년 5월 제16대 새천년민주당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19대까지 내리 4선을 지냈다.  

그동안 2000년 국회 인사청문회특별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2002년 월드컵축구 국회의원연맹 위원을 역임했다. 2000년 12월부터 2001년 11월까지 민주당 제1정책조정위원장을 맡았다.

2001년 11월부터 2002년 4월까지 처음으로 민주당 대변인을 맡았다. 2002년 6월 새천년민주당 대변인이 됐으며 2002년 12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당선자 대변인으로 일했다. 2004년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와 운영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또 당 대변인을 다섯 차례나 맡으면서 ‘직업이 대변인’이라는 평도 얻었다. 대변인 시절 간결하고 절제된 논평으로 '대변인 문화'를 새로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시절 논평을 모은 책 <이낙연의 낮은 목소리>는 훗날에도 여야 대변인실서, 농식품위원장 시절의 축사 등을 모은 책 <농업은 죽지 않는다>는 지방의원 등에게 참고자료로 활용될 정도다.

2003년 2월 노무현 대통령 취임사 작성 때 일이다. 노 대통령이 두세 차례 초안에 대해 마음에 들어 하지 않자 당시 대변인이었던 이 후보자가 취임사를 썼는데 단 한 자도 수정하지 않고 극찬했다고 한다. 

이 후보자는 2014년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로 전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전남 도지사에 오른 이 후보자는 국회의원 시절부터 전남을 속속 누빈 경험을 바탕으로 준비된 도지사의 면모를 과시했다.

브랜드 시책으로 제시한 ‘가고 싶은 섬’과 ‘숲속의 전남’은 전남의 자산을 최대한 활용해 관광자원화 하면서 실제 거주하는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측면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100원 농어촌택시’도 전국적인 히트 시책이다. 100원 택시는 농어촌에 버스가 들어오지 않거나 운행횟수가 적어 교통 불편을 겪는 마을 주민이 택시를 부르면 100원만 내고 마을서 가장 가까운 버스정류장까지 갈 수 있도록 한 제도로 호응을 받았다. 

인사도 비교적 무난하다는 평가다. 지금껏 비리에 연루되거나 구설수에 오른 적이 없을 정도로 자신과 주변의 관리에 철저하다는 평판을 듣고 있다. 특히 15년을 함께한 보좌관이 있을 정도로 한번 믿는 사람은 끝까지 믿는 의리파로 통하고 보이지 않는 잔정도 있는 정치인으로 꼽힌다.  
 

이 후보자는 꼼꼼한 업무 스타일 때문에 ‘이 주사’로 불린다. ‘6급 공무원 같다’는 의미다. 본인도 ‘이 주사’라는 별명을 싫어하지 않는다고 한다. 


여권 관계자는 “이 후보자는 평소 ‘주사처럼 꼼꼼하게 챙기지 않으면 일이 되지 않는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고 전했다. 이 후보자의 꼼꼼한 일처리 스타일상 국무위원인 장관들이 호되게 시달릴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도지사 시절 그는 기자 출신답게 보도자료 문구 하나하나에도 신경을 썼다. 그의 적확한 단어 사용은 흡사 ‘한 사물을 표현하는 데는 한 단어밖에 없다’는 플로베르의 ‘일물일어설’(一物一語說)을 연상시킬 정도다.

 F1대회의 지속 여부와 관련한 전남도의 원칙에 대한 일부 언론 보도에 자신의 코멘트가 ‘재정 최소화’로 나가자 ‘재정부담 최소화’라고 바로잡아 달라고 한 것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가볍게 통과?
각종 검증 시작

이런 그의 꼼꼼한 성품 때문에 정치권서도 이 후보자에 대해 ‘무난한 인사’라는 반응이다. 먼저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인사에 좋은분들이 거명돼서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졌다”며 사실상 협조 의사를 밝혔다. 

바른정당 주호영 대표 역시 “치명적인 하자가 없다면 청문이나 총리 지명에 동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의당도 “새 정부는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길 기대한다”고 이 후보자 인선에 대해 기대감을 표명했다.


하지만 아직 이 후보자에게 청문회라는 관문이 남아 있다. 국회는 오는 24∼25일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개최한다. 여야도 다각적인 검증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현재까지 정치권과 언론의 검증은 이 후보자의 도덕성 부분에 초점이 맞춰졌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인사청문특위는 이 후보자의 상속재산 신고와 아들 병역면제 등을 둘러싼 의혹을 들여다보면서 치밀한 검증을 준비하고 있다. 국회에 제출된 이 후보자 인사청문요청안 자료에 따르면 이 후보자 아들은 2001년 대학교 1학년 때 3급으로 현역입대 판정을 받았다.

각종 의혹…청문회 문턱 넘을까
‘복수의 칼날’ 야당 단단히 준비

이후 운동 중에 어깨를 다쳐 수술을 받았고, 이듬해 2차례에 걸친 재검서 재발성 탈구로 5급 판정을 받아 군대에 가지 않았다. 

총리실은 지난 12일 “이 후보자는 아들 입대를 위해 병무청에 탄원서를 보내는 등 다각도로 노력했지만, 규칙상 어렵다는 판정 결과를 받았다”며 탄원서 사본까지 공개했다. 하지만 더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는 것이 한국당 인사청문특위의 판단이다.

이 후보자 평창동 땅도 검증 대상이다. 이 후보자 부인인 김씨가 1989년 3월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서 강남구 논현동으로 전입했다가 9개월 만인 그해 12월 평창동으로 다시 주소를 옮긴 점이다. 일각서 위장 전입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데, 아들의 초등학교 입학과 연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13년 전남개발공사가 서울서 열린 이 후보자 부인의 첫 개인전에서 그림 2점을 900만원에 사들인 점도 문제 삼는 대목 중 하나다. 전남개발공사가 전남 지역서 4선의 국회의원을 지낸 이 후보자를 의식해 구매하지 않았겠냐는 지적이다.

부동산 문제
그림 거래도

총리실은 “전시회 기간 작품 구매자가 전남개발공사라는 사실을 알 수 없었다”며 “구매 시점도 이 후보자가 전남지사로 취임하기 11개월 전으로, 이 후보자가 작품 판매를 강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작품 판매로 소득을 올린 부인을 이 후보자가 연말정산 세액공제 때 피부양 가족으로 등록해 공제 혜택을 봤다는 점도 논란이 예상된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문재인-김상조 궁합은?
칼잡은 ‘재계 저승사자’

‘재벌 적격수’로 불리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지난 17일 문재인 정부 초대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로 올랐다. 이번 인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강조해온 재벌개혁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재계는 김 후보자의 공정위원장 내정 소식에 긴장감이 역력한 상태다.

김 후보자는 1994년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로 임용된 이후 본격적으로 재벌개혁 운동에 뛰어 들었다. 노사정위원회 경제개혁소위 책임전문위원, 참여연대 재벌개혁감시단 단장,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 등을 역임했다.

그의 약력만 보더라도 재벌개혁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김 후보자는 ‘삼성 저격수’라는 별명으로 유명하다. 삼성그룹의 승계 과정에서 불거진 크고 작은 이슈에서 늘 그가 앞장서 왔기 때문이다.

2004년 삼성전자 주총장에서 김 후보자가 이건희 회장이 삼성전자가 불법 대선자금을 지원하게 하는 등 윤리강령을 위반했다며 징계를 주장하다 강제 퇴장당한 사건은 유명한 일화 중 하나다. 

1997년 국민승리21 권영길 대선 후보의 정책자문교수단으로 참여한 이후 현실정치와 거리를 둬왔던 김 후보자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서 특검팀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에 논리적 근거를 제공하고, 지난 3월 문재인 대선 캠프에 전격 합류했다.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낙점
 ‘재벌개혁’ 강력한 의지 반영

문 캠프서 김 후보자는 지금의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인 'J노믹스'를 설계하는 데 기여했다. 특히 재벌 개혁과 관련한 정책과 공약을 입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이렇게 해서 완성된 문재인 대선 후보의 공약집에는 재벌의 불법적인 경영승계와 ‘황제경영’을 근절하기 위한 기존 순환출자 해소 등 우회적 대주주 일가 지배력 강화 차단, 횡령·배임 등 경제범죄 엄정 처벌 및 사면권 제한 등이 담겨 있다.

특히 일감몰아주기, 납품단가후려치기 등 재벌기업의 갑질행위에 대한 조사·처벌을 강화하기 위한 경찰, 국세청, 공정위, 감사원, 중소기업청 등 범정부차원의 을지로위원회 구성 공약은 문 대통령의 재벌 개혁 핵심 공약으로 꼽힌다.

이 같은 공약에 따라 앞으로 ‘경제 검찰’로서 공정위의 위상도 한층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재벌의 범죄에 대해서는 무관용의 원칙을 세우겠다”며 대기업의 감시 수위를 더 높이고 공정위의 조사 권한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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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