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시험대 오른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5.22 14:47:49
  • 호수 11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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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르는 박근혜 사단 물귀신 작전?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새 정권의 신임 국무총리로 이낙연 전 전남도지사가 내정됐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정치권 평가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이다. 하지만 아직 청문회라는 관문이 남았다. 이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로 이낙연 전 전남도지사를 내정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춘추관서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첫 인사 결과를 직접 발표했다. 청와대는 “언론인, 국회의원, 도지사를 지내며 풍부한 식견과 경험을 갖췄고 여야를 뛰어넘어 호평을 받았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무난한 인사
정치권 호평

이 후보자는 이날 청와대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가 막걸리를 좋아한다. 야당 정치인과도 막걸리를 마셔가며 틈 나는대로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내각은 총리 책임 아래, 각 부처는 장관의 책임 하에 일하도록 하겠다’고 해왔다. 각 부처의 업무가 국정과제의 방향과 불일치하거나 속도가 덜 나는 일이 없는지 살피고 유관부처간 업무 조정의 필요가 없는지 살피는 것이 총리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국정운영 최우선 과제에 대해선 “안보 위기를 타개하는 것, 일자리 문제와 서민생활 안정화가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대기업-중소기업 임금격차 해소, 정규직-비정규직 임금차이를 줄이는 것은 합의만 있다면 상당부분 개선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번 이 후보자의 지명 배경에는 ‘탕평 인사’라는 포석이 깔렸다. 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부터 ‘호남 총리’를 강조했던 만큼 이 후보자 내정은 ‘호남 홀대론’ 불식을 위한 카드다. 

이번 대선서 과반의 전폭적 지지를 보내준 호남에 대한 문 대통령의 화답이기도 하다. 이 후보자는 ‘손학규계’로 분류돼왔다. 동교동계와 손학규계 등 이른바 비문(비문재인) 진영 간 가교 역할도 이 후보자에게 기대하는 역할이다.

호남 출신 내정 “탕평인사 평가”
대체로 긍정적…홀대론 불식 포석

이 후보자는 1952년 전라남도 영광 출신이다. 농부 출신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4남 3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10남매 중 3명이 죽었으며 이 후보자의 두 형이 사망하면서 장남이 돼 대학교육을 마쳤다.

이 후보자의 아내 김숙희씨는 전주여자고등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교 교육대학원서 미술교육을 전공했다. 이후 서울서 미술교사로 일했다. 2013년 첫 개인전을 열었다. 외아들 동한씨를 뒀다. 동한씨는 정신과 의사로 일하고 있으며 2013년 11월16일 초등학교 동기동창과 결혼했다.
 

이 후보자는 광주제일고등학교,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했다. 졸업 후 1979년 <동아일보> 기자로 입사했다. 언론인 출신의 정치인 중 비교적 성공적인 길을 걷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89년 12월 <동아일보> 도쿄주재특파원을 맡았다. 1997년 9월 <동아일보> 편집국 국제부 차장으로 일했다. 1997년 10월부터 1999년 2월까지 <동아일보> 논설위원실 논설위원을 맡았다. 1999년 11월부터 2000년 2월까지 <동아일보> 편집국 국제부 부장으로 일했다.


기자로 첫발
깐깐한 리더십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로 일하던 시절 ‘동교동계’로 불리던 옛 민주당을 출입하다가 김대중 전 대통령과 알게 되면서 정치권에 입문하게 됐다. 2000년 5월 제16대 새천년민주당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19대까지 내리 4선을 지냈다.  

그동안 2000년 국회 인사청문회특별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2002년 월드컵축구 국회의원연맹 위원을 역임했다. 2000년 12월부터 2001년 11월까지 민주당 제1정책조정위원장을 맡았다.

2001년 11월부터 2002년 4월까지 처음으로 민주당 대변인을 맡았다. 2002년 6월 새천년민주당 대변인이 됐으며 2002년 12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당선자 대변인으로 일했다. 2004년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와 운영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또 당 대변인을 다섯 차례나 맡으면서 ‘직업이 대변인’이라는 평도 얻었다. 대변인 시절 간결하고 절제된 논평으로 '대변인 문화'를 새로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시절 논평을 모은 책 <이낙연의 낮은 목소리>는 훗날에도 여야 대변인실서, 농식품위원장 시절의 축사 등을 모은 책 <농업은 죽지 않는다>는 지방의원 등에게 참고자료로 활용될 정도다.

2003년 2월 노무현 대통령 취임사 작성 때 일이다. 노 대통령이 두세 차례 초안에 대해 마음에 들어 하지 않자 당시 대변인이었던 이 후보자가 취임사를 썼는데 단 한 자도 수정하지 않고 극찬했다고 한다. 

이 후보자는 2014년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로 전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전남 도지사에 오른 이 후보자는 국회의원 시절부터 전남을 속속 누빈 경험을 바탕으로 준비된 도지사의 면모를 과시했다.

브랜드 시책으로 제시한 ‘가고 싶은 섬’과 ‘숲속의 전남’은 전남의 자산을 최대한 활용해 관광자원화 하면서 실제 거주하는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측면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100원 농어촌택시’도 전국적인 히트 시책이다. 100원 택시는 농어촌에 버스가 들어오지 않거나 운행횟수가 적어 교통 불편을 겪는 마을 주민이 택시를 부르면 100원만 내고 마을서 가장 가까운 버스정류장까지 갈 수 있도록 한 제도로 호응을 받았다. 

인사도 비교적 무난하다는 평가다. 지금껏 비리에 연루되거나 구설수에 오른 적이 없을 정도로 자신과 주변의 관리에 철저하다는 평판을 듣고 있다. 특히 15년을 함께한 보좌관이 있을 정도로 한번 믿는 사람은 끝까지 믿는 의리파로 통하고 보이지 않는 잔정도 있는 정치인으로 꼽힌다.  
 

이 후보자는 꼼꼼한 업무 스타일 때문에 ‘이 주사’로 불린다. ‘6급 공무원 같다’는 의미다. 본인도 ‘이 주사’라는 별명을 싫어하지 않는다고 한다. 


여권 관계자는 “이 후보자는 평소 ‘주사처럼 꼼꼼하게 챙기지 않으면 일이 되지 않는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고 전했다. 이 후보자의 꼼꼼한 일처리 스타일상 국무위원인 장관들이 호되게 시달릴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도지사 시절 그는 기자 출신답게 보도자료 문구 하나하나에도 신경을 썼다. 그의 적확한 단어 사용은 흡사 ‘한 사물을 표현하는 데는 한 단어밖에 없다’는 플로베르의 ‘일물일어설’(一物一語說)을 연상시킬 정도다.

 F1대회의 지속 여부와 관련한 전남도의 원칙에 대한 일부 언론 보도에 자신의 코멘트가 ‘재정 최소화’로 나가자 ‘재정부담 최소화’라고 바로잡아 달라고 한 것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가볍게 통과?
각종 검증 시작

이런 그의 꼼꼼한 성품 때문에 정치권서도 이 후보자에 대해 ‘무난한 인사’라는 반응이다. 먼저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인사에 좋은분들이 거명돼서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졌다”며 사실상 협조 의사를 밝혔다. 

바른정당 주호영 대표 역시 “치명적인 하자가 없다면 청문이나 총리 지명에 동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의당도 “새 정부는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길 기대한다”고 이 후보자 인선에 대해 기대감을 표명했다.


하지만 아직 이 후보자에게 청문회라는 관문이 남아 있다. 국회는 오는 24∼25일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개최한다. 여야도 다각적인 검증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현재까지 정치권과 언론의 검증은 이 후보자의 도덕성 부분에 초점이 맞춰졌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인사청문특위는 이 후보자의 상속재산 신고와 아들 병역면제 등을 둘러싼 의혹을 들여다보면서 치밀한 검증을 준비하고 있다. 국회에 제출된 이 후보자 인사청문요청안 자료에 따르면 이 후보자 아들은 2001년 대학교 1학년 때 3급으로 현역입대 판정을 받았다.

각종 의혹…청문회 문턱 넘을까
‘복수의 칼날’ 야당 단단히 준비

이후 운동 중에 어깨를 다쳐 수술을 받았고, 이듬해 2차례에 걸친 재검서 재발성 탈구로 5급 판정을 받아 군대에 가지 않았다. 

총리실은 지난 12일 “이 후보자는 아들 입대를 위해 병무청에 탄원서를 보내는 등 다각도로 노력했지만, 규칙상 어렵다는 판정 결과를 받았다”며 탄원서 사본까지 공개했다. 하지만 더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는 것이 한국당 인사청문특위의 판단이다.

이 후보자 평창동 땅도 검증 대상이다. 이 후보자 부인인 김씨가 1989년 3월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서 강남구 논현동으로 전입했다가 9개월 만인 그해 12월 평창동으로 다시 주소를 옮긴 점이다. 일각서 위장 전입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데, 아들의 초등학교 입학과 연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13년 전남개발공사가 서울서 열린 이 후보자 부인의 첫 개인전에서 그림 2점을 900만원에 사들인 점도 문제 삼는 대목 중 하나다. 전남개발공사가 전남 지역서 4선의 국회의원을 지낸 이 후보자를 의식해 구매하지 않았겠냐는 지적이다.

부동산 문제
그림 거래도

총리실은 “전시회 기간 작품 구매자가 전남개발공사라는 사실을 알 수 없었다”며 “구매 시점도 이 후보자가 전남지사로 취임하기 11개월 전으로, 이 후보자가 작품 판매를 강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작품 판매로 소득을 올린 부인을 이 후보자가 연말정산 세액공제 때 피부양 가족으로 등록해 공제 혜택을 봤다는 점도 논란이 예상된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문재인-김상조 궁합은?
칼잡은 ‘재계 저승사자’

‘재벌 적격수’로 불리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지난 17일 문재인 정부 초대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로 올랐다. 이번 인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강조해온 재벌개혁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재계는 김 후보자의 공정위원장 내정 소식에 긴장감이 역력한 상태다.

김 후보자는 1994년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로 임용된 이후 본격적으로 재벌개혁 운동에 뛰어 들었다. 노사정위원회 경제개혁소위 책임전문위원, 참여연대 재벌개혁감시단 단장,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 등을 역임했다.

그의 약력만 보더라도 재벌개혁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김 후보자는 ‘삼성 저격수’라는 별명으로 유명하다. 삼성그룹의 승계 과정에서 불거진 크고 작은 이슈에서 늘 그가 앞장서 왔기 때문이다.

2004년 삼성전자 주총장에서 김 후보자가 이건희 회장이 삼성전자가 불법 대선자금을 지원하게 하는 등 윤리강령을 위반했다며 징계를 주장하다 강제 퇴장당한 사건은 유명한 일화 중 하나다. 

1997년 국민승리21 권영길 대선 후보의 정책자문교수단으로 참여한 이후 현실정치와 거리를 둬왔던 김 후보자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서 특검팀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에 논리적 근거를 제공하고, 지난 3월 문재인 대선 캠프에 전격 합류했다.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낙점
 ‘재벌개혁’ 강력한 의지 반영

문 캠프서 김 후보자는 지금의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인 'J노믹스'를 설계하는 데 기여했다. 특히 재벌 개혁과 관련한 정책과 공약을 입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이렇게 해서 완성된 문재인 대선 후보의 공약집에는 재벌의 불법적인 경영승계와 ‘황제경영’을 근절하기 위한 기존 순환출자 해소 등 우회적 대주주 일가 지배력 강화 차단, 횡령·배임 등 경제범죄 엄정 처벌 및 사면권 제한 등이 담겨 있다.

특히 일감몰아주기, 납품단가후려치기 등 재벌기업의 갑질행위에 대한 조사·처벌을 강화하기 위한 경찰, 국세청, 공정위, 감사원, 중소기업청 등 범정부차원의 을지로위원회 구성 공약은 문 대통령의 재벌 개혁 핵심 공약으로 꼽힌다.

이 같은 공약에 따라 앞으로 ‘경제 검찰’로서 공정위의 위상도 한층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재벌의 범죄에 대해서는 무관용의 원칙을 세우겠다”며 대기업의 감시 수위를 더 높이고 공정위의 조사 권한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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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