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시험대 오른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5.22 14:47:49
  • 호수 11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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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르는 박근혜 사단 물귀신 작전?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새 정권의 신임 국무총리로 이낙연 전 전남도지사가 내정됐다.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정치권 평가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이다. 하지만 아직 청문회라는 관문이 남았다. 이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를 무사히 넘길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신임 국무총리 후보자로 이낙연 전 전남도지사를 내정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춘추관서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첫 인사 결과를 직접 발표했다. 청와대는 “언론인, 국회의원, 도지사를 지내며 풍부한 식견과 경험을 갖췄고 여야를 뛰어넘어 호평을 받았다”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무난한 인사
정치권 호평

이 후보자는 이날 청와대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가 막걸리를 좋아한다. 야당 정치인과도 막걸리를 마셔가며 틈 나는대로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내각은 총리 책임 아래, 각 부처는 장관의 책임 하에 일하도록 하겠다’고 해왔다. 각 부처의 업무가 국정과제의 방향과 불일치하거나 속도가 덜 나는 일이 없는지 살피고 유관부처간 업무 조정의 필요가 없는지 살피는 것이 총리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국정운영 최우선 과제에 대해선 “안보 위기를 타개하는 것, 일자리 문제와 서민생활 안정화가 시급하다고 보고 있다. 대기업-중소기업 임금격차 해소, 정규직-비정규직 임금차이를 줄이는 것은 합의만 있다면 상당부분 개선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번 이 후보자의 지명 배경에는 ‘탕평 인사’라는 포석이 깔렸다. 문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과정부터 ‘호남 총리’를 강조했던 만큼 이 후보자 내정은 ‘호남 홀대론’ 불식을 위한 카드다. 

이번 대선서 과반의 전폭적 지지를 보내준 호남에 대한 문 대통령의 화답이기도 하다. 이 후보자는 ‘손학규계’로 분류돼왔다. 동교동계와 손학규계 등 이른바 비문(비문재인) 진영 간 가교 역할도 이 후보자에게 기대하는 역할이다.

호남 출신 내정 “탕평인사 평가”
대체로 긍정적…홀대론 불식 포석

이 후보자는 1952년 전라남도 영광 출신이다. 농부 출신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4남 3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10남매 중 3명이 죽었으며 이 후보자의 두 형이 사망하면서 장남이 돼 대학교육을 마쳤다.

이 후보자의 아내 김숙희씨는 전주여자고등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한 뒤 같은 대학교 교육대학원서 미술교육을 전공했다. 이후 서울서 미술교사로 일했다. 2013년 첫 개인전을 열었다. 외아들 동한씨를 뒀다. 동한씨는 정신과 의사로 일하고 있으며 2013년 11월16일 초등학교 동기동창과 결혼했다.
 

이 후보자는 광주제일고등학교,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했다. 졸업 후 1979년 <동아일보> 기자로 입사했다. 언론인 출신의 정치인 중 비교적 성공적인 길을 걷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1989년 12월 <동아일보> 도쿄주재특파원을 맡았다. 1997년 9월 <동아일보> 편집국 국제부 차장으로 일했다. 1997년 10월부터 1999년 2월까지 <동아일보> 논설위원실 논설위원을 맡았다. 1999년 11월부터 2000년 2월까지 <동아일보> 편집국 국제부 부장으로 일했다.

기자로 첫발
깐깐한 리더십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로 일하던 시절 ‘동교동계’로 불리던 옛 민주당을 출입하다가 김대중 전 대통령과 알게 되면서 정치권에 입문하게 됐다. 2000년 5월 제16대 새천년민주당 국회의원으로 당선돼 19대까지 내리 4선을 지냈다.  

그동안 2000년 국회 인사청문회특별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2002년 월드컵축구 국회의원연맹 위원을 역임했다. 2000년 12월부터 2001년 11월까지 민주당 제1정책조정위원장을 맡았다.

2001년 11월부터 2002년 4월까지 처음으로 민주당 대변인을 맡았다. 2002년 6월 새천년민주당 대변인이 됐으며 2002년 12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 당선자 대변인으로 일했다. 2004년 국회 건설교통위원회와 운영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또 당 대변인을 다섯 차례나 맡으면서 ‘직업이 대변인’이라는 평도 얻었다. 대변인 시절 간결하고 절제된 논평으로 '대변인 문화'를 새로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시절 논평을 모은 책 <이낙연의 낮은 목소리>는 훗날에도 여야 대변인실서, 농식품위원장 시절의 축사 등을 모은 책 <농업은 죽지 않는다>는 지방의원 등에게 참고자료로 활용될 정도다.

2003년 2월 노무현 대통령 취임사 작성 때 일이다. 노 대통령이 두세 차례 초안에 대해 마음에 들어 하지 않자 당시 대변인이었던 이 후보자가 취임사를 썼는데 단 한 자도 수정하지 않고 극찬했다고 한다. 

이 후보자는 2014년 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서 새정치민주연합 후보로 전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해 당선됐다. 전남 도지사에 오른 이 후보자는 국회의원 시절부터 전남을 속속 누빈 경험을 바탕으로 준비된 도지사의 면모를 과시했다.

브랜드 시책으로 제시한 ‘가고 싶은 섬’과 ‘숲속의 전남’은 전남의 자산을 최대한 활용해 관광자원화 하면서 실제 거주하는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인다는 측면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100원 농어촌택시’도 전국적인 히트 시책이다. 100원 택시는 농어촌에 버스가 들어오지 않거나 운행횟수가 적어 교통 불편을 겪는 마을 주민이 택시를 부르면 100원만 내고 마을서 가장 가까운 버스정류장까지 갈 수 있도록 한 제도로 호응을 받았다. 

인사도 비교적 무난하다는 평가다. 지금껏 비리에 연루되거나 구설수에 오른 적이 없을 정도로 자신과 주변의 관리에 철저하다는 평판을 듣고 있다. 특히 15년을 함께한 보좌관이 있을 정도로 한번 믿는 사람은 끝까지 믿는 의리파로 통하고 보이지 않는 잔정도 있는 정치인으로 꼽힌다.  
 

이 후보자는 꼼꼼한 업무 스타일 때문에 ‘이 주사’로 불린다. ‘6급 공무원 같다’는 의미다. 본인도 ‘이 주사’라는 별명을 싫어하지 않는다고 한다. 

여권 관계자는 “이 후보자는 평소 ‘주사처럼 꼼꼼하게 챙기지 않으면 일이 되지 않는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고 전했다. 이 후보자의 꼼꼼한 일처리 스타일상 국무위원인 장관들이 호되게 시달릴 것이라는 전망이 벌써부터 나온다.

도지사 시절 그는 기자 출신답게 보도자료 문구 하나하나에도 신경을 썼다. 그의 적확한 단어 사용은 흡사 ‘한 사물을 표현하는 데는 한 단어밖에 없다’는 플로베르의 ‘일물일어설’(一物一語說)을 연상시킬 정도다.

 F1대회의 지속 여부와 관련한 전남도의 원칙에 대한 일부 언론 보도에 자신의 코멘트가 ‘재정 최소화’로 나가자 ‘재정부담 최소화’라고 바로잡아 달라고 한 것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가볍게 통과?
각종 검증 시작

이런 그의 꼼꼼한 성품 때문에 정치권서도 이 후보자에 대해 ‘무난한 인사’라는 반응이다. 먼저 국민의당 박지원 대표는 “인사에 좋은분들이 거명돼서 굉장히 신선하게 느껴졌다”며 사실상 협조 의사를 밝혔다. 

바른정당 주호영 대표 역시 “치명적인 하자가 없다면 청문이나 총리 지명에 동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의당도 “새 정부는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완전히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나아가길 기대한다”고 이 후보자 인선에 대해 기대감을 표명했다.

하지만 아직 이 후보자에게 청문회라는 관문이 남아 있다. 국회는 오는 24∼25일 이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개최한다. 여야도 다각적인 검증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현재까지 정치권과 언론의 검증은 이 후보자의 도덕성 부분에 초점이 맞춰졌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인사청문특위는 이 후보자의 상속재산 신고와 아들 병역면제 등을 둘러싼 의혹을 들여다보면서 치밀한 검증을 준비하고 있다. 국회에 제출된 이 후보자 인사청문요청안 자료에 따르면 이 후보자 아들은 2001년 대학교 1학년 때 3급으로 현역입대 판정을 받았다.

각종 의혹…청문회 문턱 넘을까
‘복수의 칼날’ 야당 단단히 준비

이후 운동 중에 어깨를 다쳐 수술을 받았고, 이듬해 2차례에 걸친 재검서 재발성 탈구로 5급 판정을 받아 군대에 가지 않았다. 

총리실은 지난 12일 “이 후보자는 아들 입대를 위해 병무청에 탄원서를 보내는 등 다각도로 노력했지만, 규칙상 어렵다는 판정 결과를 받았다”며 탄원서 사본까지 공개했다. 하지만 더 명확한 해명이 필요하다는 것이 한국당 인사청문특위의 판단이다.

이 후보자 평창동 땅도 검증 대상이다. 이 후보자 부인인 김씨가 1989년 3월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서 강남구 논현동으로 전입했다가 9개월 만인 그해 12월 평창동으로 다시 주소를 옮긴 점이다. 일각서 위장 전입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데, 아들의 초등학교 입학과 연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2013년 전남개발공사가 서울서 열린 이 후보자 부인의 첫 개인전에서 그림 2점을 900만원에 사들인 점도 문제 삼는 대목 중 하나다. 전남개발공사가 전남 지역서 4선의 국회의원을 지낸 이 후보자를 의식해 구매하지 않았겠냐는 지적이다.

부동산 문제
그림 거래도

총리실은 “전시회 기간 작품 구매자가 전남개발공사라는 사실을 알 수 없었다”며 “구매 시점도 이 후보자가 전남지사로 취임하기 11개월 전으로, 이 후보자가 작품 판매를 강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작품 판매로 소득을 올린 부인을 이 후보자가 연말정산 세액공제 때 피부양 가족으로 등록해 공제 혜택을 봤다는 점도 논란이 예상된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문재인-김상조 궁합은?
칼잡은 ‘재계 저승사자’

‘재벌 적격수’로 불리는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지난 17일 문재인 정부 초대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로 올랐다. 이번 인사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강조해온 재벌개혁에 대한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재계는 김 후보자의 공정위원장 내정 소식에 긴장감이 역력한 상태다.

김 후보자는 1994년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로 임용된 이후 본격적으로 재벌개혁 운동에 뛰어 들었다. 노사정위원회 경제개혁소위 책임전문위원, 참여연대 재벌개혁감시단 단장,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 등을 역임했다.

그의 약력만 보더라도 재벌개혁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김 후보자는 ‘삼성 저격수’라는 별명으로 유명하다. 삼성그룹의 승계 과정에서 불거진 크고 작은 이슈에서 늘 그가 앞장서 왔기 때문이다.

2004년 삼성전자 주총장에서 김 후보자가 이건희 회장이 삼성전자가 불법 대선자금을 지원하게 하는 등 윤리강령을 위반했다며 징계를 주장하다 강제 퇴장당한 사건은 유명한 일화 중 하나다. 

1997년 국민승리21 권영길 대선 후보의 정책자문교수단으로 참여한 이후 현실정치와 거리를 둬왔던 김 후보자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서 특검팀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속에 논리적 근거를 제공하고, 지난 3월 문재인 대선 캠프에 전격 합류했다.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 낙점
 ‘재벌개혁’ 강력한 의지 반영

문 캠프서 김 후보자는 지금의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인 'J노믹스'를 설계하는 데 기여했다. 특히 재벌 개혁과 관련한 정책과 공약을 입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이렇게 해서 완성된 문재인 대선 후보의 공약집에는 재벌의 불법적인 경영승계와 ‘황제경영’을 근절하기 위한 기존 순환출자 해소 등 우회적 대주주 일가 지배력 강화 차단, 횡령·배임 등 경제범죄 엄정 처벌 및 사면권 제한 등이 담겨 있다.

특히 일감몰아주기, 납품단가후려치기 등 재벌기업의 갑질행위에 대한 조사·처벌을 강화하기 위한 경찰, 국세청, 공정위, 감사원, 중소기업청 등 범정부차원의 을지로위원회 구성 공약은 문 대통령의 재벌 개혁 핵심 공약으로 꼽힌다.

이 같은 공약에 따라 앞으로 ‘경제 검찰’로서 공정위의 위상도 한층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재벌의 범죄에 대해서는 무관용의 원칙을 세우겠다”며 대기업의 감시 수위를 더 높이고 공정위의 조사 권한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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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