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1주년 특집1> 문재인정부 기대주 21인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5.22 11:14:35
  • 호수 11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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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가는 사람 정해져 있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이 물러나고 문재인의 시대가 열렸다. 동시에 대선과정서 문 대통령을 도왔던 이들의 향후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요시사>는 ‘창간21주년’을 맞아 문재인정부서 특히 기대되는 ‘21인’을 꼽아봤다. 
 

우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들이 문재인정부서 전방위 활약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집권 초기 민주당 출신 인사들은 줄줄이 입각에 성공해 청와대 요직을 차지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재임기간 동안 문 대통령 주변 사람들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선 보좌진
누가 요직에?

민주당 기동민 의원은 원내대변인을 맡고 있다. 19대 대선서 중앙선거대책본부 총괄부본부장 겸 수행실장을 맡아 문 대통령의 유세현장을 보좌했다. 유세 과정서 문 대통령의 악수 사진과 외손주 편지 등을 SNS에 공개해 서민적 이미지를 어필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평가다.

당초 기 의원은  서울시 정무부시장, 정무수석비서관을 맡는 등 ‘박원순의 남자’로 불렸다. 당내 경선에서는 안희정 충남도지사 측 캠프 비서실장을 맡기도 했다. 하지만 기 의원은 문 대통령의 수행실장 제안을 흔쾌히 수락하며 ‘문재인의 남자’로 거듭났다.

 정부 초기 입각 하마평에 오르고 있진 않지만 임기 내 문 대통령이 그를 청와대로 부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민주당 김경수 의원도 문재인정부서 주목받은 인사 중 한 명이다. 김 의원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 비서실서 국정상황실 행정관, 제1부속실 행정관, 공보담당비서관을 맡은 경험이 있다.

노 전 대통령 퇴임 이후에는 지근거리서 노 대통령을 지켜 ‘노무현의 마지막 비서관’으로 불렸다. 그는 대선과정에서 문 대통령의 오른팔 역할을 하며 유세현장을 비롯해 각종 현장을 누볐다. 정치권에선 김 의원이 청와대 홍보라인 중책을 맡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선 정부와 국회서 잔뼈가 굵은 김 의원이 내년 경남도지사 보궐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만약 김 의원이 경남도지사에 출마해 당선된다면 그는 문 대통령의 지지를 받는 여권의 거물정치인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박원순 남자’서 ‘문재인 남자’로
정권 일등공신 집권 초 줄줄이 입각 

민주당 민병두 의원도 문재인정부 창출에 일등공신이다. <문화일보> 기자 출신인 민 의원은 당내 정책·전략통으로 손꼽히는 3선 중진의원이다. 그는 이번 대선서 더문캠 특보단장을 맡아 문 대통령을 지원했다.

19대 총선에선 홍준표 전 대선후보를 누르고 당선했으며, 대선과정에선 성완종 리스트 사건 항소심서 무죄를 받은 홍 전 후보의 유죄를 확신할 제보가 있다고 밝혀 ‘홍준표 저젹수’로 통했다.
 

최근에는 당내 원내대표 경선 출마가 점쳐졌지만 홍영표 의원에게 힘을 실어주며 출마하지 않았다. 민 의원은 전략통으로 꼽히는 만큼 향후 문재인정부서 요직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정부서 기대되는 여성 정치인은 박영선 의원이다. 박 의원은 MBC기자 출신으로 4선의 중진의원이다. 당내 경선과정에선 안 지사 캠프의 의원 멘토단장을 맡아 문 대통령의 저격수를 자처했었다.

본선에 들어서는 문 대통령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았다. 경선의 상처를 조기 봉합해 문 대통령에게 통합이미지를 선물해준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문 대통령이 비법조인 출신의 법무부장관을 선출할 뜻을 내비치면서 박 의원이 법무부장관에 오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민주당 김병기 의원도 문재인정부서 요직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김 의원은 국정원 출신으로 안보·정보 분야의 전문가로 불린다. 대선과정서 당 선거대책위원회 안보특보단장을 맡으면서 문 대통령 국방·안보 정책설계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는 평가다. 

특히 문 대통령이 국정원 국내파트 폐지를 천명한 만큼, 국정원 출신인 김 의원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막후 비선실세
‘3철’ 뿔뿔이

3철(전해철, 양정철, 이호철)의 행보도 주목된다. 세 사람은 문 대통령의 막후 비선 실세라고도 불리는 인물들이다. 이들은 새 정부 성공을 위해 백의종군하는 모양새다. 이호철 전 민정수석은 문 대통령 취임 당일 해외로 출국했다.
 

양정철 전 청와대 비서관은 지인들에게 “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면서 2선 후퇴를 선언했다. 

3철 가운데 유일한 현역 의원 신분인 전해철 의원은 1기 내각 불참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는 정부 초기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다만, 문재인정부가 정상궤도를 달릴 때쯤 요직을 맡을 가능성은 배제키 어렵다. 

백의종군을 선언한 인물로 민주당 정청래 전 의원을 빼놓을 수 없다. 정 의원은 트위터 정치를 통해 문 대통령 당선에 공이 크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정 의원이 이번 정부서 임명직을 맡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이에 정 의원은 “문재인정부의 성공을 위해 더 낮은 자세로 일하겠다”며 “누누이 밝혔듯 무보직 대변인으로 일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정 의원이 문 대통령 당선에 공을 세운 만큼 향후 지방선거, 개각 등에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학계 인물 중에선 김상조 한성대 교수의 행보가 주목받는다. 김 교수는 참여연대 재벌개혁감시단 단장,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소장, 한국금융연구센터 소장을 역임한 ‘재벌저격수’로 불린다.

그는 문 대통령 캠프 내에서 경제정책 자문을 맡아 ‘제이노믹스’ ‘사람경제 2017’ 구상에 중추적 역할을 했다. 특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삼성그룹 수사 지원 및 이재용 삼성 부회장 구속영장 발부에 기여한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에는 문재인정부서 공정거래위원장에 내정됐다. 이는 문 대통령의 재벌개혁 의지가 드러난 부분이라는 평가다. 

김 교수는 내정 발표에 대해 “우리나라 시장의 공정한 질서를 재확립하겠다. 한국경제의 활력을 되살리는 데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공직자 출신 인물들도 문재인정부서 주목받고 있다. 우선 박종환 전 지방경찰청장은 충북 음성서장, 경기 용인서장, 충북지방청장을 거친 경찰맨이다. 그는 문 대통령과 경희대 72학번 동기로 45년지기 친구다.

문 대통령을 위해 수차례 고액의 정치 후원금을 낼 정도로 막후 지원자로 알려졌다. 18대 대선에서 문 대통령이 패하자 큰 충격으로 건강이 악화되기도 했다. 그는 MB정권 당시 경찰청장 직위 전면 개방 및 장관급으로 직급 상향조정 등 파격적인 제안을 해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검·경 수사권 조정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박 전 청장이 정부서 중책을 맡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청와대 노리는 
공직자 출신들


외교 공직자로는 조병제 전 주말레이시아 대사가 꼽힌다. 조 전 대사는 외무고시 15회 출신으로 외교통상부 북미국 심의관·국장, 외교통상부 대변인 등을 역임했다. 그는 대선에서 문 대통령의 외교자문그룹인 ‘국민 아그레망’의 간사를 맡아 차기 정부의 외교 정책 구상에 핵심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조 전 대사는 국가안보실 제2차장 자리에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고시 출신 공직자인 이정환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도 문재인정부에서 중책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이사장은 문 대통령과 어린 시절부터 막역한 사이로 알려진다. 그는 지난 2012년 19대 총선에서 문 대통령의 제의를 받고 정계에 입문했다. 

재정경제부 국장, 국무조정실 심사평가조정관 등 평생 경제관료의 길을 걸어온 이 전 이사장은 정권 중에 문 대통령의 부름을 받고 금융권 요직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군 출신으로는 송영무 전 해군참모총장의 입각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송 전 총장은 해군사관학교 27기 출신으로 해군본부 기획관리참모부장, 해군 합참 전략기획본부장, 건양대 군사학과 석좌교수, 해군 참모총장을 지냈다.

18·19대 대선서 문 대통령의 안보책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문 대통령의 ‘NLL포기발언 의혹’ ‘송민순 회고록 파문’ ‘주적 논란’ 등에 있어서 방패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현재는 백군기 민주당 국방안보센터 센터장, 박종헌 전 공군참모총장과 함께 국방부장관에 거론되고 있다. 

법조계에선 위철환 전 대한변협회장의 입각 가능성이 점쳐진다. 위 전 회장은 사법고시 28기 출신으로 제18대 수원지방변호사회 회장, 언론중재위원회 경기중재부위원, 수원FC이사장, 대한변협 회장을 역임했다.

그는 변호사협회장 취임 직후 세월호 유가족 법률대리인을 맡기도 했다. 특히 문 대통령 캠프에서 법률지원단장으로서 가짜뉴스 저격수 역할을 했는데 ‘문준용 취업특혜’ ‘노 전 대통령 비자금 문제’ ‘문재인 공산주의자’ 등 비방 글을 고발로 대응해 여론전 승리에 기여했다는 평가다. 

현재 위 전 회장은 문재인정부의 법무부장관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문 대통령 캠프서 의료정책을 주도적으로 수립한 김용익 전 민주연구원장은 보건복지부장관 물망에 오르고 있다. 김 전 원장은 보건복지부 의약분업실행위원회 위원,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 청와대 사회정책수석비서관과 19대 국회의원을 역임한 바 있다.
 

김 전 원장은 소신에 어긋나면 의원직 사퇴 및 단식을 불사할 정도로 강성 기질을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의사 출신으로서 의원 시절 공공의료 강화에 힘쓴 것으로 알려진다. 

재계서 이름을 알린 주진형 한화증권 전 대표도 이번 정부서 중책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주 전 대표는 세계은행 컨설턴트, 삼성증권 마케팅담당 상무, 우리금융지주회사 상무 등을 역임한 ‘금융통’이다.

일단 몸 낮추는 ‘3철’
주목 받는 측근들 즐비

그는 대선캠프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총선에서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제정책공약을 만드는 데 일조했다. 한화투자증권 대표 시절에는 ‘매도보고서 의무발행’ ‘고위험 종목 선정’ 등 파격적 정책을 실현해 ‘이단아’ ‘돈키호테’로 불렸다.

주 전 대표는 박근혜-최순실 국정조사 청문회서 이름을 알리기도 했다. 그는 “재벌은 조폭의 운영방식” 등 재벌을 비판하는 발언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현재는 금융위원장 물망에 오르고 있다. 

방송을 통해 이름을 알린 황교익 칼럼니스트도 현 정부서 더욱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문 대통령의 대선캠프에는 합류하지 않았다. 하지만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모임인 ‘더불어포럼’의 공동대표로 참여했다.

블랙리스트 파문 때 “문 대통령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방송 출연을 금지당했다”고 주장키도 했다. 공인으로서 문 대통령에 우호적인 발언을 함으로써 문 대통령 이미지 형성에 긍정적 영향을 줬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의 고등학교 동기로 알려진 승효상 건축가도 문 대통령의 당선으로 주목받고 있다. 승 건축가는 공간연구소 대표이사로 제4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공동감독, 서울시 총괄건축가, 민주당 역사문화벨트 기획위원회를 역임했다.

승 건축가는 고교 시절 당시 학교서 ‘문과에 문재인, 이과에 승효상’으로 불릴 정도로 성적에 두각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진다. 문 대통령의 문화예술계 최측근으로 봉하마을의 노 전 대통령 묘역을 설계했다. 현재 승 건축가는 ‘광화문 대통령’을 천명한 문 대통령의 청와대 이전 방안의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고민정 전 KBS아나운서는 청와대 부대변인으로 입각에 성공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7일 고 전 아나운서를 청와대 부대변인으로 내정했다. 고 전 아나운서는 문 대통령이 정치인이 아닌 일반인 인재로 영입한 1호 인사로 알려진다.

그는 캠프 합류 당시 “언론의 정상화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정권교체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캠프 합류를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대선과정서 문 대통령의 전국유세에 동행하며 문 대통령 지지를 호소한 바 있다. 

앞으로 5년
중추적 역할

‘대통령의 필사’로 유명한 신동호 시인도 입각에 성공했다. 신씨는 지난 17일 청와대연설비서관으로 내정됐다. 시인 출신인 그는 남북 평화문제를 드러낸 시를 주로 쓰며 문 대통령과는 18대 대선부터 함께했다.

 특히 문 대통령의 메시지와 정책 등을 간결한 문장으로 작성해 유권자들에게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그는 전대협 문화국장,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위원장 등을 역임하고 대선기간에는 문재인 대통령 후보의 메시지 팀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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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계엄 1년’ 여전히 요동치는 정치판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7분,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국가 최고 통수권자의 선택은 정치권을 넘어 대한민국 전역을 강타했다. 내란의 밤이 지나고 탄핵의 강을 건너 마침내 대선 정국까지 넘었다.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여의도 곳곳에 계엄의 여파가 남아 있다. 그날 오후 10시 무렵 윤석열 전 대통령이 예산안 관련 긴급 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라는 정보지가 돌았다. 얼마 뒤 정장 복장으로 대통령실 브리핑룸 카메라 앞에 나타난 윤 전 대통령은 다소 격양된 어투로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강하게 비판했다. 스스로 걸어간 자멸의 길 민주당이 주요 예산을 전액 삭감해 국가 기능을 훼손하고 대한민국을 공황 상태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더니 돌연 야당을 반국가 세력으로 몰아세웠다. 윤 전 대통령은 “북한 공산 세력의 위협으로부터 자유 대한민국을 수호하고 우리 국민의 자유와 행복을 약탈하고 있는 파렴치한 종북 반국가 세력을 일거에 척결하고 자유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비상계엄이었다.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아 국회가 봉쇄됐고 헬기를 타고 도착한 무장 군인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 국회 밖에서는 시민이, 안에서는 야당 보좌진들이 군인과 대치하면서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상황이 이어졌다. 먼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입장을 냈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잘못된 것”이라며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밝혔다. 이후 한 전 대표는 탄핵을 찬성한다는 의미의 ‘찬탄파’로 찍혀 친윤(친 윤석열)계의 거센 비난을 받았다. 민주당 당시 이재명 대표는 실시간 방송을 통해 “대통령의 불법적인 비상계엄 선포는 무효”라며 민주주의의 마지막 보루인 국회를 지키기 위해 신속히 국회로 와달라는 말을 남겼다. 내란 사태가 지나고 난 뒤 이 대통령은 이날을 회상하며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많은 시민에게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실시간 방송을 시작했다”고 전했다. 뒤이어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가 비상 의총을 소집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국회 예결위 회의장으로 의총을 소집했다가 10분 뒤 장소를 여의도 당사로 옮겼다. 그리고 약 20분 뒤 다시 국회 예결위장으로 바꿨다. 이는 현재 추 전 원내대표가 받는 ‘비상계엄 해제 표결 방해 의혹’과 연결된다. 다음 날 새벽인 4일 오전 1시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국회경비대가 국회 출입을 통제하자 담을 넘어서 국회로 진입한 우원식 국회의장은 결의안 상정에 앞서 “(윤 전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하면 국회에 지체 없이 통보해야 한다는 의무조항이 있으나 통보가 없었고, 이는 대통령의 귀책사유”라며 “우리는 그와 관계없이 (비상계엄 해제 의결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결의안은 여야 의원 190명이 참석한 가운데 190명 전원이 찬성해 가결됐다. 국회 본청에 투입됐던 계엄군은 철수했고 이로써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은 약 세 시간 만에 무효가 됐다. 비상계엄의 끝은 탄핵 정국의 시작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을 비롯한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 야6당은 계엄이 해제된 당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은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고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소추를 진행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국민의힘은 탄핵 반대를 당론으로 추인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되는 과정을 겪으며 당이 벼랑 끝까지 몰렸던 점 등을 의식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렸다. 대통령에서 내란수괴 피의자로 썩은줄 알면서도 못 놓는 윤 동아줄 이날을 기점으로 국민의힘에서는 분열의 조짐이 보였다. 탄핵을 반대하는 ‘반탄파’의 친윤계와 찬탄파 친한(친 한동훈)계로 당원들이 갈라서면서 내부 총질이 시작된 것이다. 당초 한 전 대표 역시 탄핵에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비상계엄 당시 자신을 포함한 주요 정치인을 체포하려고 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부터 시작된 두 계파의 갈등 또한 현재진행형이다. 비상계엄이 선포된 나흘 뒤인 7일,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국회에서 부결돼 자동 폐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195명이 참석한 가운데 탄핵이 상정됐지만 국민의힘 의원 대다수가 불참하면서 투표가 불성립된 것이다. 이날 표결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은 김예지, 김상욱, 안철수 의원뿐이었다. 민주당 박찬대 의원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의원 105명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호명하며 본회의장으로 와줄 것을 요구했다. 두 번째 탄핵소추안은 일주일 뒤인 14일 국회에 상정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표결 참석을 제안한다”면서도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했다. 결국 300명 가운데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표 8표로 비상계엄이 선포된 지 11일 만에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공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로 넘어갔고 긴 진통 끝에 지난 4월4일 헌법재판관의 만장일치로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다. 현직 대통령의 파면에 따라 조기 대선이 치러졌고 민주당에서는 이변 없이 이재명 대표가 대선주자로 나섰다. 국민의힘에서는 여전히 찬탄파와 반탄파가 대립했고 어느 날 늦은 밤을 틈타 ‘대선후보 날치기’를 시도하는 등 웃지 못할 촌극도 벌어졌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청산’을 앞세웠다. 이 후보는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비상 경제 대응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약속하는 등 경제 성장을 강조하면서도 “내란 세력의 죄는 단호하게 벌하겠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역시 “이번 선거는 내란 정권에 대한 준엄한 심판”임을 강조하며 윤 전 대통령과 국민의힘 심판론을 부각시켰다. 두 번의 선거 강경파만 남았다 6·3 조기 대선 투표 결과 이재명 후보가 49.42%를 득표하면서 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로 이 후보가 8.27%p 차이로 앞섰다. 계엄 극복과 내란 청산을 외친 민주당이 국민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과 완전히 절연하지 못한 점 또한 보수가 정권 재창출에 실패한 원인으로 꼽힌다. 탄핵 정국 당시 앞장서서 윤 전 대통령을 엄호한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표결 불참’에 따른 역풍을 우려하던 당 의원에게 자신이 박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서서 반대한 점을 언급하며 “나는 끝까지 갔다. 그때 욕 많이 먹었다. 그런데 1년 후에는 ‘윤상현 의리 있어 좋아’(라고 하면서) 무소속으로 나와도 다 찍어줬다”고 말했다. 김문수 후보 역시 대선 투표 직전까지 윤 전 대통령에게 단호히 탈당을 요구하지 못했다. 김 후보는 “대통령 탈당(여부)은 본인 뜻”이라며 “자기가(국민의힘이) 뽑은 대통령을 탈당시키는 방식으로 책임이 면책될 수 없고, 도리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대선에서 패배했지만 아직도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친윤계를 비롯한 중진 의원의 지역구가 보수의 심장인 TK(대구·경북)임을 고려했을 때, 윤 전 대통령과 결별하는 것은 핵심 지지층을 놓는 것과 같다는 우려에서다. 지난 8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서도 반탄파인 장동혁 후보가 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장 후보는 탄핵 정국 당시 극우 색채가 짙은 탄핵 반대 집회를 찾아가 강성 지지층에게 표심을 구애하는가 하면 찬탄파들을 향해 “내부 총질 세력과는 같이 갈 수 없다”는 발언도 서슴치 않았다. 당선 직후에는 “우파 시민들과 연대해 이재명정부를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강경 노선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의 말처럼 장 대표는 지난 9월 장외투쟁을 통해 이정부와 본격적으로 각을 세우기 시작했다. 국민의힘이 장외투쟁에 나선 것은 ‘조국 사태’ 이후 6년 만이다. 당 지도부는 대구를 시작으로 전역을 돌며 여론전을 통해 반격에 나설 기회를 보고 있다. 민주당은 “내란 옹호 대선 불복 세력의 장외‘투정’”이라고 비꽜다. 마찬가지로 지난 8월 강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대표로 당선된 정청래 대표는 “윤어게인 내란 잔당의 역사 반동을 국민과 함께 청산하겠다”며 국민의힘 청산을 강조했다. 강경파인 정 대표와 장 대표가 당권을 잡으면서 국회는 점차 극한으로 치달았다. 정면충돌 치킨 게임 계엄 1년을 앞두고는 민주당의 ‘내란 세력 척결’에 국민의힘이 ‘내란 팔이’라고 맞불을 놓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민의힘 강경파 의원들의 입은 점점 더 거칠어지고 있고, 민주당은 그때마다 계엄 카드를 꺼내며 “내란 옹호 세력과 협치할 수 없다”고 반격했다. 내란 팔이라는 단어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메시지로 시작됐다. 나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특검 연장은 오로지 내란 정국을 연장하려는 민주당의 정략일 뿐”이라며 “내란팔이 없이는 국민의 마음을 얻을 자신도, 국정을 책임질 정책 능력도 없으니 이 지경”이라고 몰아세웠다. 민주당 주도로 ‘더 센 특검법’이 통과하자 이를 지적한 것이다. 나 의원은 “에라잇, 맨날 내란, 내란하다 보면 국민들도 결국 지쳐버릴 것”이라며 “소위 내란 약발도 곧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계엄 1년이 지나도록 제대로 된 사과나 해명도 없이 여전히 민주당 뒷다리만 잡는 게 국민의힘”이라며 “내란팔이라는 말을 하기 전에 그동안 국민의힘이 보여준 태도를 돌아보시라. 윤 전 대통령을 면회하기 위해 구치소로 뛰어간 것이며 극우 집회에서 마이크를 든 것까지, 사과의 기미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벌써부터 ‘지겹다’는 경솔한 표현은 국민께 비판받을 일”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3일 계엄 1년 메시지를 통해 양당의 향배를 가늠할 수 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가운데 민주당은 정당해산 심판을 꺼내든 반면, 국민의힘은 메시지 톤을 놓고 여전히 갈팡질팡하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26일 “내일(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추경호 전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이뤄진다. 추 전 원내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불법 계엄 당시 의원총회(이하 의총) 장소를 여러번 변경하며 국회의 계엄 해제 표결을 의도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며 “총을 든 계엄군이 국회 창문을 깨고 진입하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의총 장소를 국회 밖으로 공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것은 다분히 의도적이고 적극적인 계엄 해제 방해로밖에 볼 수 없는, 충분히 의심되는 상황”이라며 거듭 위헌정당 해산심판 청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강경파만 살아남은 포스트 탄핵 여의도 계엄 1년 메시지, 여야 모두 주목 국민의힘 내에서는 메시지의 세기를 놓고 충돌 조짐이 보인다. 강성 지지층을 의식한 지도부는 강경 메시지를 주장한 반면, 원내지도부를 비롯한 일부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사과를 포함한 톤다운된 메시지를 요구하는 등 온도 차가 생긴 것이다. 초선인 국민의힘 김용태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지난해 극한 여야 대립 속에 다수 야당(민주당)의 입법 전횡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엄으로 군대를 동원해서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려 했던 건 국가 발전이나 국민통합, 보수 정치에 있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불법적이고 무모하고 과격한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간 1년 동안 국민의힘이 비상계엄을 어떻게 생각해 왔는지 등에 대한 규명이 필요하다. 그것이 규명되면 사과와 반성은 당연한 일”이라며 “단순히 사과와 반성으로만 끝나서도 안 된다. 앞으로 국민의힘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에 대한 메시지까지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비상계엄이 지난 특수성을 감안하더라도 현재 여야가 보이는 양상은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와 비슷하다는 평이다. 탄핵 이후 조기 대선에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은 해결 과제로 적폐 청산을 내걸었고, 이 대통령은 ‘내란 청산’을 주장했다. 사면초가인 국민의힘 상황 역시 10년 전 탄핵 후폭풍을 직면하고 분열한 새누리당과 닮아있다. 이듬해 6월 지방선거가 예정된 점까지, 지금의 여야가 과거를 그대로 답습할지 이목이 쏠린다. 당시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간판까지 교체했지만 2018년 지방선거에 참패하면서 국회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국민에게 사죄했다. 지금 국민의힘이 어떤 선택을 하는지에 따라 내년 지방선거의 운명이 달라질 것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은 CBS 라디오에서 ‘중도층 등 외연 확장을 위해 계엄에 대한 사과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투표율을 55%에서 60% 정도로 봤을 때 중도층은 투표를 하지 않는 계층일 경우가 많다. 오히려 진영에 속한 사람들이 투표한다”고 분석했다. 김 최고위원은 “정치 고관여층보다는 정치 무관심층을 따라가야 한다고 했을 때 어떤 일이 벌어질 건가. 보수는 아직도 분열돼있고 내부 싸움도 있는 상황에서 지금 당장 이동해 갔을 때 벌어질 손실도 굉장히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발언은 선거에 직면하면 중도층 포섭을 위한 전략을 세워야 하지만, 아직 당이 불안정한 만큼 중심이 되는 지지층을 단단히 잡아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10년 전 데자뷔? 비상계엄 사과 메시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배출한 대통령이 탄핵당한 것이 우리 숙명인데 그분들이 탈당했다고 해서 벗어나 지겠느냐”며 “자꾸 절연, 절연하는데 인연이 끊기겠느냐. 없어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회성 사과로 과거 잘못을 끊어내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우리가 어떤 정치를 할 것인가를 보다 고민하는 그런 모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쉽게 사과하고 끝날 문제가 아니”라며 “사과하는 모습보다는 우리가 앞으로 이런 정치를 해나가고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겠다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