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1주년 특집5> ‘지난 21년’ 재계서열 변천사

셋 중 한명은…자주 바뀌는 재벌 자리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돌이켜보면 <일요시사>가 막 태동했던 1996년은 폭풍전야나 마찬가지였다. 곳곳서 불거졌던 사건·사고는 이듬해 닥칠 외환위기의 전조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판 거품경제’의 끝물서 재벌기업들은 나태함에 빠져있었다. 거품이 꺼지자 진면목이 드러났다. 신문 경제면을 화려하게 장식하던 재벌기업 대다수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상태였다.  
 

기업집단은 ‘동일인이 사실상 사업내용을 지배하는 회사의 집단’으로 정의된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매년 동일인의 지분율과 지배력을 기준으로 기업집단과 여기에 속하는 계열사의 공정자산을 평가한다. 이 기준에 따른 기업집단 순위는 국내 재벌 순위로 공인되고 있다. 

잘 나가더니
거덜난 재산

공정위는 1987년 공정거래법을 개정하고 기업집단을 규정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자산총액 4000억원이 기준이었다. 초대 10대 기업집단에 선정된 것은 현대와 대우, 삼성, 럭키금성(LG), 쌍용, 한진, 선경(SK), 한국화약(한화), 대림 등이었다. 

이때부터 1991년까지는 현대, 대우, 럭키금성이 빅3를 형성했다. 2001년 재계 1위에 등극한 뒤 올해까지 한 번도 1위를 놓치지 않고 있는 삼성은 당시만 해도 4위에 그쳤다.

매년 발표된 대규모 기업집단 규정은 1996년 10번째를 맞이했다. 대림이 10대 기업서 빠진 자리를 기아가 대체하고 현대가 굳건히 1위 자리를 수성했을 뿐 나머지 기업들의 순위 변화는 그리 크지 않았다. 


11~30위에는 금호, 두산, 대림, 한보, 동아, 한라, 효성, 동국제강, 진로, 코오롱, 동양, 한솔, 동부, 고합, 해태, 삼미, 한일, 극동, 뉴코아, 벽산이 자리 잡는 구도였다. 

IMF 직전 폭풍전야 ‘죽느냐 사느냐’
흥청망청 쓰더니 순식간에 부도 처리

21년의 간극을 감안하더라도 1996년 재계 순위는 올해 공정위가 발표한 것과 현격한 차이를 나타낸다. 지난 1일 공정위가 발표한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 지정현황을 보면 상위 10대그룹은 삼성, 현대자동차, SK, LG, 롯데, 포스코, GS, 한화, 현대중공업, 농협 순이었다. 
 

11∼30위에는 신세계, KT, 두산, 한진, CJ, 부영, LS, 대림, 금호아시아나, 대우조선해양, 미래에셋, S-OIL, 현대백화점, OCI, 효성, 영풍, KT&G, 한국투자금융, 대우건설, 하림이 포진해 있다.

최상위권은 물론이고 중하위권 기업의 순위도 크게 요동쳤다. 21년 동안 큰 풍파없이 30대 기업에 꾸준히 이름을 올린 곳을 찾는 게 더 어려울 정도다. 

삼성, LG, SK, 한진, 한화, 롯데, 금호아시아나, 두산, 대림, 효성 등 10개 기업에 불과하다. 대우, 쌍용, 기아자동차, 한보, 동아, 진로, 동양, 고합, 해태, 삼미, 한일, 극동, 뉴코아, 벽산은 공중분해 수순을 밟았다. 현대, 한라, 동국제강, 코오롱, 한솔, 동부는 30대 기업서 밀려났다.    

모진 풍파에
속속 공중분해


1996년과 올해 재계 순위에 커다란 간극이 존재하는 건 1997년 11월 불어닥친 외환위기(IMF구제금융)의 여파 때문이다. 외환위기 전까지 대기업들은 설비를 수입해 저렴한 노동력을 이용해 제품을 생산하고 이를 싼 가격에 수출하는 방식을 썼다. 

사업 확장을 위해 대기업들은 주저 없이 금융권에 손을 벌렸다. 당시 은행권 전체 대출 중 30대 기업 대출이 3분의 2에 해당할 정도였다. 

그러나 1996년 하반기에 접어들면서 국가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워지기 시작했고 자금 융통에 어려움을 겪던 시중은행들은 재빨리 기업 대출 회수에 나섰다. 때마침 동남아발 외환위기가 먼저 촉발되면서 외부의 도움을 구하기도 힘든 여건이었다.

일본 금융기관들은 동남아시장에 투입했던 자금을 회수하기 바쁜 상황이었다. 결국 시중은행들의 대출금 회수는 대기업 줄도산으로 연결됐다. 여기서부터는 악순환이었다. 대기업의 부실채권이 궁극적으로 금융기관 부실화를 야기했다. 

철강사업에 손대면서 대규모 차입을 했던 재계순위 14위 한보가 1997년 1월 도산한 것을 시작으로 4월에는 삼미가 부도나고 진로는 부도유예협약이 결정됐다. 7월에 기아 역시 부도유예협약이 적용됐다. 10월에는 뉴코아, 해태, 동아 등이 부도처리 되면서 한 달 동안 30조의 부실채권이 발생했다. 

여기서 끝난 게 아니다. 한국은행과 시중은행 간 금융 프로세스마저 단절되면서 시중은행의 파산도 가시화됐다. 사실상 외환시장은 폐쇄됐고 정부는 외환보유고서 달러를 배급하기에 이르렀지만 결국 1997년 11월 외환보유고는 바닥을 드러내고 말았다. ‘IMF’라는 생소한 이름이 전 국민의 머릿속에 각인된 순간이다. 
 

외환위기 전후로 대기업들이 줄줄이 파산하면서 재계 순위는 본격적으로 요동쳤다. 은행 돈으로 문어발 확장에 집중하던 대기업들은 유동성 위기를 이겨낼 재간이 없었다. ‘대마불사’는 더 이상 통용되지 않았다.  

‘세계경영’을 외쳤던 대우가 공중분해 수순을 밟은 것도 이 무렵이다. 외환위기 당시 대우는 확장전략을 전개했다. 이 과정서 자금난을 겪던 대우는 현금 확보를 위해 총 100억달러에 달하는 채권을 발행했고 이는 1999년 3월에 부채비율 400%로 되돌아왔다. 

차입의존도가 높았던 대우는 연 20%를 넘는 고금리를 감당하지 못했고 빚을 얻어서 빚을 갚는 악순환이 되풀이됐다. 결국 같은 해 8월 대우에 대한 워크아웃이 결정되고 12개 계열회사가 채권은행단의 관리로 들어갔다. 

쌍용을 필두로 고합, 해태, 한일, 극동, 벽산 역시 대우와 비슷한 시기에 차례로 무너졌다.

시멘트, 해운, 제지 기반서 정유, 중공업, 자동차 부문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던 재계 6위 쌍용은 외환위기 후 구조조정을 실시하며 해체 수순을 밟았다. 1997년 쌍용제지를 미국 P&G에, 1998년에는 쌍용자동차를 대우그룹에 넘겼다. 

1999년과 2000년에는 쌍용정유와 쌍용중공업에 팔려나갔다. 쌍용건설과 모기업인 쌍용양회공업은 기업재무구조 개선(워크아웃) 절차에 들어가 채권단이 지배주주가 됐다. 


고합은 지나친 사세확장으로 금융위기 직후 워크아웃 1호 기업으로 전락했다. 당시 고합의 부채 규모는 3조5000억원, 부채비율은 424%에 달했다. 

고합은 68개 채원금융기관으로터 2430억원의 협조융자를 받으면서 13개 계열사를 ㈜고합으로 합병하고 3400억원의 유가증권과 부동산을 매각하면서 정상화를 시도했으나 이마저도 실패했다. 장치혁 회장은 2001년 채권단의 결정으로 경영 일선서 완전히 퇴진했다.

제과업을 주축으로 성장했던 해태는 1997년 11월 주력기업인 해태제과 부도를 시작으로 이듬해 15개 계열사 중 해태상사와 해태타이거즈만 남고 해체됐다. 
 

1999년 해태산업의 제과사업부문과 해태가루비는 해태제과에 흡수·합병됐고 해태상사, 해태중공업, 대한포장, 해태텔레콤, 해태I&C 등은 파산했다. 1999년 12월 법원으로부터 재산보전 처분이 결정된 해태상사는 2000년 5월부터 법정관리에 돌입했고 11월 시장서 퇴출됐다. 

이외에도 외환위기 발발 2년 전 우성건설을 편입시키던 한일그룹은 1998년 모기업이었던 한일합섬과 주력기업인 국제상사가 부도를 내면서 그룹이 사실상 해체됐다. 

극동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7년과 1998년에 동서증권과 국제종합건설이 잇따라 부도를 내면서 경영난에 빠졌다. 건축자재를 주력으로 하던 벽산은 1998년 외환위기 직후 경영난에 빠지면서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대마불사 옛말
새로운 얼굴들

외환위기와 상관 없이 최근 30대기업 명단서 제외된 기업도 제법 눈에 띈다. 현대, 동양, 동부 등이 이 부류에 포함된다. 

현대는 두 차례에 걸친 왕자의 난을 겪으며 현대, 현대자동차, 현대중공업, 현대백화점 등으로 쪼개졌다. 그룹의 모체였던 현대는 2001년 유동성 위기를 이겨내지 못하고 현대건설, 현대전자, 현대투자신탁, 현대정유 등 우량 계열사를 채권단의 손에 넘겨야 했다.

 2003년에는 정몽헌 회장의 자살로 인해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해 현대상선 분리와 함께 대기업 집단서 제외됐다. 

2006년부터 자금난을 겪던 동양은 2013년 9∼10월 주요 계열사인 동양, 동양레저, 동양시멘트, 동양네트웍스, 동양인터내셔널 등 5개 계열사가 연달아 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해체의 길을 걸었다. 

이 과정서 2013년 2월부터 9월까지 동양증권을 통해 4만여명의 개인투자자들에게 기업어음(CP) 및 회사채를 불완전 판매한 이른바 ‘동양사태’가 불거지기도 했다. 

철강, 반도체, 금융, 농업, 물류 분야를 아우르던 동부는 부채비율 급증을 비롯한 악재가 겹치면서 2015년 전자·금융을 축으로 그룹이 재편됐고 지난해부터 대기업집단서 빠졌다.

M&A 따라…요동치는 순위 
뒤안길로 사라진 기업도

몰락한 30대기업의 빈자리는 새로운 얼굴로 채워졌다. 1968년 포항종합제철로 설립돼 2002년 3월 지금의 사명으로 변경한 포스코는 2000년 10월 민영화 완료 후 2001년 재계순위 7위로 대기업집단에 편입됐다. 지난 1일 발표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 의거한 재계순위는 6위.

1981년 12월 세워진 한국전기통신공사를 모태로 하는 KT는 2002년 5월 정부가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전량 매각함에 따라 완전 민영화됐다. 2003년 대기업집단에 포함되자마자 재계순위 5위에 이름을 올렸다. 
 

부영은 주택건설 및 임대주택업을 주축으로 하는 기업이다. 1983년 삼신엔지니어링으로 설립해 1993년에 현재의 상호로 변경했으며 2010년 재계순위 24위로 대기업집단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외에도 2000년에 30위로 대기업집단에 편입된 영풍은 2004년 30대기업서 자취를 감췄다가 2013년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미래에셋(2014년·29위), S-OIL(2010년·26위), OCI(2009년·27위), KT&G(2016년·30위), 하림(2016년·28위)등이 30대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한국투자금융은 올해 처음으로 30대기업에 포함됐다. 

어제의 가족이
오늘의 경쟁자

그룹사와 우산을 공유하던 계열사가 계열분리를 거쳐 30대기업에 합류한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삼성그룹서 떨어져 나온 신세계와 CJ는 각각 2000년, 2003년부터 30대기업에 포함됐다. 

과거 LG그룹의 일원이던 GS와 LS는 2003년에 30대기업에 함께 이름을 올렸다. 범현대가의 일원이던 현대차, 현대중공업, 현대백화점은 30대 기업서 제외된 모기업(현대)보다 재계순위에서 높은 곳을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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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