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문재인 정권 ‘10인의 공신’

‘밀고 당기고’ 사력 다한 킹메이커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장미대선서 문재인 후보가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다. 바야흐로 대한민국은 문재인 시대를 맞았다. 인간 문재인서 대통령 문재인이 되기까지 도움을 준 일등공신 10명을 선정했다. 
 

최순실 국정농단서 비롯된 촛불집회부터 새 대통령 탄생까지 국민들은 조용히 그러나 뜨겁게 변화를 이끌어냈다. 국민들의 열망은 담은 새로운 지도자는 문재인 대통령이었다. 대통령이 되기까지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조력자들 덕분에 난관을 극복하고 19대 대통령이 됐다. 

[영원한 친구]
양정철

양정철 전 비서관은 이번 선거의 ‘킹메이커’로 평가된다. 그는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문재인 후보 비서실 부실장을 맡아 지근거리에서 문 대통령 당선을 도왔다. 양 전 비서관은 문 후보의 유세현장서 메시지, 일정, 수행 등을 보좌했다.

 문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을 도왔다. 사석서 문 대통령이 양 전 비서관을 부르는 애칭은 양 비서관을 의미하는 ‘양비’다. 

친하지 않으면 여간해서 존칭을 생략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그와 문 대통령의 사이가 가깝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양 비서관은 문 대통령을 지지하는 의원들 모임인 ‘달개비’를 운영해 문 대통령 지지의원들 간 연대감 형성에 앞장서기도 했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6월 네팔 히말라야로 하이킹을 떠날 때 동행하며 많은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진다. 문 대통령과 양 전 비서관이 가까워진 계기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인간 문재인서 대통령 문재인으로
수많은 난관 극복하게 한 지원군들 

노 전 대통령 서거 후 2009년 문 대통령이 노무현 재단의 이사장을 맡았는데 양 전 비서관은 사무처장으로 보필했다. 다만 양 전 비서관은 자신이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한 언론과 인터뷰서 “나는 문 후보가 국회의원으로 계실 때나 정치에서 물러나 있을 때 소소한 일을 밖에서 돕는 집사 같은 역할을 한 사람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전략 참모]
노영민

노영민 전 의원도 문 대통령의 핵심 인사로서 대통령 당선에 큰 공을 세운 것으로 평가받는다. 노 전 의원은 2004년 열린우리당서 의원 생활을 했다. 이후 17, 18, 19대 의원을 지냈다. 의원 시절 열린우리당 원내대변인과 민주당 대변인,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등을 맡았다. 

‘시집 강매’ 논란이 일자 불출마 선언을 하고 야인으로 돌아갔지만 이번 대선서 문재인 캠프 조직 본부장을 맡아 문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다. 그는 2012년 대선서도 문재인 캠프서 비서실장을 맡기도 했다. 그는 전략 참모역할을 훌륭히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 대통령 지지자 모임으로 평가받는 ‘더불어 포럼’의 창립을 주도하며 문 대통령에 힘을 불어넣었다. 문 대통령이 어려운 일이 닥치면 제일 먼저 의견을 구하는 핵심 멤버 중 한 사람으로 노 전 의원이 거론된다. 

향후 문 대통령이 그에게 손을 내밀지 여부가 주목된다. 

이번 내각 구성에 노 전 의원이 하마평에 꾸준히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탕평책을 강조하는 문 대통령이 충청권 인사인 노 전 의원에게 기회를 줄 것으로 보는 분석이 나온다. 충북 청주서 나고 자란 노 전 의원은 충북 청주시흥덕구을 지역구서 내리 3선에 성공한 충청권 유력 정치인사다.

[문재인의 입]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의원(경남 김해을)은 이번 선거서 문 대통령의 ‘입’ 역할을 했다. 공식직함은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 대변인이다. 기자들과의 오해가 없도록 조율하는 중책을 맡았다. 지난 18대 대선 때는 공보 특별보좌관과 수행팀장을 맡았다.

그는 1994년 정계에 입문했다. 그와 문 대통령을 묶어주는 것은 노 전 대통령이었다. 김 의원의 수식어 중에는 노무현의 마지막 비서관이 있다. 노 대통령이 퇴임 후 봉하마을에 내려갔을 때 노 전 대통령을 보좌해 붙은 별칭이다. 
 

20대 총선서 김해을 지역에 당선돼 의원 생활을 시작했다. 대선이 끝났지만 여전히 그는 문 대통령의 대변인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대선은 당선과 동시에 인수위 없이 바로 대통령 임기가 시작되는 특성에 따라 문 대통령의 가까운 거리서 그의 소식을 전하고 있다. 

김 의원은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할 때도 배석했다. 일각에선 청와대로 입성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김 의원은 이 같은 분석에 국회의원직을 그만두고 정무수석을 하는 것은 지역구 주민들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며 선을 그은 바 있어 상황을 좀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측면 지원]
전해철

전해철 의원도 대선서 숨겨진 도우미로 평가된다. 문 대통령이 두텁게 신뢰하고 있는 인사 가운데 한 명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이 편하게 대하는 몇 안 되는 정치적 동반자다. 전 의원은 목포 대성초등학교, 영흥중학교, 마산중앙고등학교,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1987년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이번 대선 문재인 캠프에서 선거대책위원회 조직특보단장을 맡았다. 

전 의원은 중앙무대보다는 자신의 지역구가 있는 경기도서 문 대통령의 선거운동을 측면지원 했다. 


전 의원과 문 대통령은 참여정부 시절 인연을 맺었다. 전 의원은 참여정부시절인 2004년 비서실 민정비서관으로 청와대에 들어간 이후 민정수석, 대통령 정무특별보좌관 등을 거쳤다. 

18대 총선에서는 경기 안산시 상록구 갑 지역에 출마해 낙선했지만 19∼20대 국회의원 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변호사 출신인 전 의원은 최근 법무부 장관 하마평에 오르는 등 문 대통령과의 관계를 간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문의 복심]
최재성

최 전 의원의 공로도 크다는 평가다. ‘문재인의 복심’하면 최재성 전 의원이 머릿속에 떠오를 정도로 그는 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때론 ‘호위무사’로 통한다. 그는 지난 2015년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흔들리던 당의 인적쇄신 신호탄을 쐈다.

 최 전 의원은 “큰 변화에는 더 큰 헌신이 필요하다. 우선 내가 가진 것부터 내려 놓고자 한다”며 “20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 헌신으로 혁신하고 헌신으로 통합하겠다”고 당 수습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문재인 당시 당대표에 힘을 실어줬다. 

이번 대선 문재인 캠프서 그가 맡은 역할은 종합상황본부 1실장이었다. 상황본부 2인자이지만 실제적인 영향력은 그 이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대선 당시 인재영입에 팔을 걷어붙였다. 최 전 의원은 지난해 4·13 총선에서 인재영입에 성공적인 행보를 보이며 문 대통령의 신임을 얻은 것으로 전해진다.


[악연 넘은 인연]
추미애

이번 선거서 눈길을 끄는 사진은 문 대통령이 당선 직후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와 악수하는 사진이다. 둘은 노 전 대통령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하지만 악수까지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대구 달성 출신인 추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눈에 띄어 1995년 새정치국민회의에 입당해 부대변인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이듬해에는 1996년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 선거를 위한 당내 경선 초기부터 지지선언을 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은 신통치 않은 상황이었다. 

당내서는 낮은 지지율을 이유로 대선 후보를 교체하려는 움직임까지 있었는데 추 대표는 후보교체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맞서기도 했다.

유세현장 뜨겁게…위기 순간 함께
정치적 동반자…향후 행보에 주목

이후 새천년민주당과 열린우리당 분당 때 추대표가 민주당에 남으면서 노 전 대통령과 정치적 결별을 했다. 문제는 2004년 3월 민주당이 노 전 대통령의 탄핵을 추진했는데 추 대표가 탄핵 찬성표를 던지면서 비판을 받았다. 

당시 노무현의 남자라는 애칭이 있었을 만큼 노 전 대통령을 보좌한 문 대통령에게 비수와 같은 사건이었다. 탄핵안은 민심의 역풍을 맞았고 추 대표는 사과의 의미로 3보 1배를 했지만 민심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17대 총선에서 낙선했다.

이후 추 대표는 18대 총선을 통해 국회 복귀에 성공한 뒤 18대 대선에 나선 문 대통령의 선거를 도왔다. 문 대통령도 추 대표의 당내 입지를 넓히는 데 도움을 줬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의 당 대표를 맡고 있던 문 대통령이 그를 최고위원으로 임명한 것이다. 

이후 전당대회서 당대표에 선출된 추 대표는 문 대통령이 민주당 경선을 통해 후보로 선출되고 선거운동을 치르기까지 정당을 안정시키면서 후방지원을 도맡았다.

[수족 역할]
임종석

문재인정부 초대 비서실장으로 발탁된 임종석 실장은 이번 대선서 문재인 선거캠프의 일정을 조율했다. 임 실장은 지난해 선거 캠프가 꾸려질 때 합류하게 됐는데 친문으로 분류되는 인사는 아니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선거캠프가 자신의 사람들로만 구성되는 것을 원치 않아 마땅한 인사를 찾던 중 그를 영입하기 위해 공을 들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대선서 그는 원만한 성격을 바탕으로 많은 인재 영입에 도움을 줬다. 이를 계기로 문 대통령의 신임을 받아 비서실장에 오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향후 국정운영서 여야 인사의 의견을 조정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부산의 민심]
이호철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이번 선거서 문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돕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전 수석은 부산에서의 지역 선거 운동을 간접적으로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문 대통령과의 소통을 통해 지역민심을 전달하고 조언했다. 

문 대통령은 이 전 수석을 ‘호철아’라고 부를 정도로 막역한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문 대통령을 도와 입각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 전 수석은 문 대통령이 당선된 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한 사실을 알렸다. 여행 목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자유를 위해 먼 길을 떠난다”라며 출국 소식을 전하는 짧은 글을 남겼다. 다만 귀국 후 그가 문 대통령의 부름을 받고 나라를 위해 다시 일을 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마지막 퍼즐]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은 당내 경선서 안희정 충남도지사를 지지했지만 문 대통령이 당선에서 승리하자 고민 끝에 문재인 지지를 선언하고 대선 승리에 힘을 보탰다. 비문 라인이지만 그가 문재인 캠프 지원 사격에 나서자 일각에선 그가 대선의 마지막 조각을 맞춘 것이라는 평이 나왔다. 

박 의원은 안철수 후보와의 사이에서 고민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문재인 캠프로서는 천군만마를 얻은 셈이다.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캠프에 합류한 박 의원은 광주 지역을 중심으로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그는 당내서 서울시장 후보로 밀어주는 것에 대한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다.

[내조의 여왕]
김정숙

마지막으로 영부인이 된 김정숙 여사가 일등공신으로 꼽혔다. 내조에 그친 것이 아니다. 적극적으로 문 대통령이 약세인 지역으로 유세를 돌며 지지율을 끌어올렸다. 

지난해 4·13 총선 직후 매주 호남을 방문했던 점이 대표적이다. 당시 민주당은 야권 텃밭으로 분류되는 호남에서 총 의석 28석 중 3석만을 얻는 데 그쳐 사실상 ‘호남 전멸’에 가까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김 여사는 이에 총선 직후부터 매주 호남을 방문해 이른바 ‘반문(反文)정서’ 불식에 심혈을 기울였다. 특히 문 후보의 지지세가 약한 60대 이상 호남 유권자 공략을 위해 노인복지관을 찾아 배식활동을 하거나 경로당을 방문하는 등 일정을 빠듯하게 소화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이들의 활약에 눈길이 쏠린다. 어수선한 시기에 탄생한 대통령이라 이들의 도움이 앞으로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시의 적절하게 이들이 등용된다면 더 나은 대한민국이 될 것으로 기대되는 순간이다. 이제 새로운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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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두 자리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원내 3당으로 자리 잡았다. 조국 대표는 비례순번 2번으로 단숨에 여의도행 티켓을 따냈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비서관과 66대 법무부 장관 등 굵직한 이력을 지녔지만 초선인 만큼 처음부터 입지를 다져야 한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과반을 넘기면서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졌다. 지난 10일, 민주당의 압승에 가까운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서 상황을 지켜보던 조국당 지지자들도 감탄사를 내뱉었다. 조국당이 기대하던 ‘10석+알파(α)’가 확실해졌다. 주먹을 쥔 지지자들은 연신 “조국”을 외쳤다. 총선 뒤흔든 조국혁신당 조 대표는 이날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이 승리했다”고 소리 높였다. 그는 “국민께서 윤석열정권 심판이라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셨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퇴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 여러분이 이번 총선 승리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라. 그리고 그간 수많은 실정과 비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며 “이를 바로잡을 대책을 국민께 보고하라”며 “총선은 끝났지만 조국당이 만들 우리 정치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비례대표 개표 현황에 따르면, 조국당은 12석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18석으로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이 14석을 얻었으며 개혁신당과 진보당은 각각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조국당은 24.2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신생정당이 20%가 넘는 지지율을 거두자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조국당 비례대표 12번까지는 무난히 당선권에 들었다. 차례대로 ▲박은정 ▲조국 ▲이해민 ▲신장식 ▲김선민 ▲김준형 ▲김재원 ▲황운하 ▲정춘생 ▲차규근 ▲강경숙 ▲서왕진 등의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한때 여권서 “조국이 나오면 땡큐”인 ‘조나땡’이란 말까지 나왔지만 이를 상쇄시킬 정도로 조국당의 돌풍은 거셌다. 조 대표가 부산 민주공원서 신당 창당 선언문을 낭독했을 때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기세 좋게 제3지대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조국 열풍’ 또한 금세 식을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조 대표는 지난 2월8일 자녀들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항소심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총선 한 달 앞두고 등장한 루키 정당 민주당과 정권 심판론 쌍끌이 전략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조국당은 이번 총선서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았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권 심판론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사건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는 조국당의 동력으로 이어졌다. 조국당의 슬로건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암시하는 “3년은 너무 길다”였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중도층 여론을 의식해 탄핵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결국 ‘윤정부 무력화’를 거침없이 외치는 조국당에 심판을 벼르던 강성 유권자들이 동참한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다소 약한 목소리에 갈증을 느끼던 지지층의 표를 흡수한 셈이다. 22대 총선을 통해 조 대표는 완벽한 정치적 부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실형이 나온 만큼 조 대표가 22대 국회를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의 대표이자 간판인 조 대표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의원직을 상실한다면 사실상 조국당은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조 대표가 집어든 여의도 생존 전략은 ‘검찰 탄압 프레임’을 굳히는 것이다. 자신을 여의도로 이끈 ‘검찰 탄압’이라는 명분을 긴 호흡으로 유지하면서 원포인트 전략으로 내세우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조 대표가 출소 후 여의도로 돌아오기 위한 명분으로도 내세울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한 조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한동훈 특검법을 띄우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동안 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면 한동훈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한동훈 특검법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관련 의혹 ▲검찰 고발사주 의혹 ▲논문 대필 등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걸 골자로 한다. 이 밖에도 조 대표는 ‘윤석열정권 관권선거운동 의혹 국정조사’를 실시하거나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국정조사’를 추진해 윤 대통령을 국회에 출석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12석 확보 완벽한 성공 당선권에 진입하자 조 대표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지난 11일 조국당은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외쳤다. 조 대표는 “이번 총선서 확인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전하려 한다”며 “검찰은 즉각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거론했다. 그는 “검찰은 ‘몰카 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느냐”며 “몰카 공작이라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처벌하라. 그것과 별개로 김 여사도 당장 소환하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조국당은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 여사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조국당이 검찰만 정조준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정치적 죽임’을 당했다는 여론 때문이다. 따라서 조 대표를 향한 동정론도 조국당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검찰에게 탄압받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조 대표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수록 오히려 지지자의 결집력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몇 년 동안 조 대표 본인은 물론 그의 가족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를 시작으로 조 대표와 그의 일가족이 잘못한 부분은 있지만 죄명에 비해 과도하게 탄압받았다는 동정론이 형성됐다. 동정론은 조국당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강한 무기다. 오래전부터 조 대표를 지지해 왔다는 A씨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나 “조 대표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짠하다”고 말했다. 함께 온 B씨도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나.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역경을 딛고 나선 것을 보면 마음이 이쪽(조국당)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 VS 조 동상이몽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미 이 대표의 재판에 익숙해져 있기 떄문에 조 대표의 범죄 혐의가 비교적 희석됐다는 평도 나온다. 조국당이 총선 직전까지 지지율을 견인하자 여권에서는 급하게 견제에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총선 기간 동안 조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며 “범죄자들에게 미래를, 아이의 미래를 맡길 수 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에 조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에 동의부터 하라”며 맞불을 놨다. 조국당은 한동훈 특검법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의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조 대표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여의도 신입인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동일선상서 바라보는 모양새다. 총선 다음 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번 선거를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던 (윤석열)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라고 평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하루빨리 이재명·조국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뿐만이 아니라 조 대표까지 함께 언급된 만큼 조 대표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고 해석했다. 조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은 닫아뒀지만 민주당에서는 견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현해 “야권의 분열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속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야권이) 윤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갖고 거대 의석을 이뤘지만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시간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 입시 비리’ 사법 리스크 여전 대법 판결 정치생명 마침표될 수도 현재 조 대표는 대법원 판결만 남은 만큼 모든 일정을 빠르게 해치워야 한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과 견줄 만큼 몸집을 키우거나 진보 진영서 대권을 잡아 스스로의 힘으로 사면해야 한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시나리오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기 때문에 서서히 조여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그 속도 차이가 역설적으로 두 세력의 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조국당의 원동력을 유지하거나 추후 여의도 복귀를 위한 명분을 쌓는 데 그칠 뿐이다. 조국당의 정치 공간을 넓히고 다른 당과 손을 잡기 위해 매력적인 묘수를 꾀어내는 게 조 대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조국당 의석은 12석으로 교섭단체를 충족시키는 20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8석이 더 필요하다. 1석씩 얻은 새로운 미래와 진보당, 혹은 소수 야당과 손을 잡고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다. 이제까지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조국당이 내세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 슬로건에 민주당은 ‘몰빵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얻은 지금으로서는 조국당이 거대야당에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의외의 성적을 거둔 조국당이 22대 총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쥐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민주연합·조국당 등 범야권이 힘을 합치면 의석수가 국회의원 전체의 5분의 3인 180을 넘기게 된다. 이 경우 신속처리안건인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안을 강행할 수 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에 저항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혼자일 때 더 강하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조국 대표가 민주당과 합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후 민주당서 탈당할 의원이나 제3지대 의원이 합류한다면 원내교섭단체인 20석이 충분한 만큼 조 대표가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적으로 조 대표의 판단에 달렸지만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지금과 같은 선명성이 묻히고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잃게 된다”며 “조 대표는 이번 총선의 캐스팅보트다. 살아남는 방법은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급해진 대법원? 대법원이 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상고심 사건의 재판부를 결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주심은 엄상필 대법관으로 2021년 조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이력이 있다. 현재 대법원은 엄 대법관이 상고심 재판을 맡더라도 형사소송법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 대표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 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엄 대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있으므로 조 대표 측은 재판부를 교체해달라는 기피 신청을 낼 수는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