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적중’ 본지 자문단이 본 문재인의 운명

  • 박민우 기자 pmw@ilyosisa.co.kr
  • 등록 2017.05.15 10:50:15
  • 호수 111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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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열어준 ‘문의 시대’

[일요시사 취재2팀] 박민우 기자 = 문의 시대가 왔다. 이미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사실상 예견됐던 일. <일요시사>도 일찌감치 그의 승리를 점친 바 있다. 사주 백운비, 관상 노승우, 선영 양만열, 집터 안성철, 성명 안희성 등 각 분야 최고의 본지 자문단이 평가했던 문재인 대통령의 ‘운명 파일’을 다시 꺼내봤다.
 

2012년 말만 해도 국민들의 기대감으로 온 나라가 들썩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경제만큼은 확실히 책임질 줄 알았다. 그런데 경제는커녕 정치, 사회, 외교, 대북관계 등 어느 것 하나 제대로 돌아간 구석이 없다. 4년 내내 그랬다. 급기야 최순실의 꼭두각시에 불과했다는 정황이 잇달아 드러나면서 ‘최악의 정권’이란 손가락질까지 받고 있다. 그렇다면 문재인 대통령은 어떨까.

[사주]

“친문 강경파
조심 또 조심”

역학의 대가 백운비 원장은 문재인 대통령(1953년 1월24일생)에 대해 “갈룡득수(渴龍得水)하나 자아수신(自我修身)형”이라고 표현했다. 목마른 용이 물을 얻어 모처럼 생명수를 얻은 듯 활기를 띠지만 스스로 본인을 닦고 다듬어서 행동해야 한다고도 했다.


“운의 기운은 대단하다. 괜찮은 기회가 왔다. 하지만 소신을 지키는 게 필요한데 지키지 못하고 유행 변하듯이 변하면 안 된다. 책임지지 못할 실언을 할 수도 있다. 이런 걸 방지하기 위해서 항상 신중하게 행동해야 한다.”

특히 백 원장은 주변 사람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충고했다.

“주변에 사람이 많이 모이지만 인재의 풀을 더 넓혀야 한다. 특정 사람의 말만 듣고 일을 밀어붙이는 경향이 있는데 경계해야 한다.”

그러면서 친문 강경파 측근들을 조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중심운(사람이 모이는 운)이 있는 만큼 수용 관리를 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친문 강경파가 득세하도록 놔두면 민심이 떨어져 나갈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의 건강운에 대해선 “전혀 문제없다”고 했다.

[관상]


“사자의 형상
정의를 중시”

‘얼굴이 대통령감이다.’ 선거철만 다가오면 유력 대선주자들의 관상에 대한 얘기가 입길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사람의 얼굴 생김이 중요하다지만 관상에 나타난 운명대로 나라의 운명을 쥐락펴락하는 왕재관상은 따로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문 대통령은 어떤 관상을 타고 났을까.

미래예측학 권위자 노승우 박사는 문 대통령을 관상학적으로 본다면 한마디로 사자의 형상을 갖추고 있다고 했다.

정사각형 얼굴형에 머리털이 많고 면도를 하지 않으면 호(구레나룻)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주위 어떤 유혹에 넘어가지 않아
다만 주변 사람들 관리 주의해야

얼굴이 모가 난 듯하고 눈동자가 빛이 나고 신체가 튼튼한 전형적인 수사자의 모습을 띠고 있다.

“부보다는 군인, 법조계로 나가면 한없이 의롭고 권세를 누릴 얼굴이다. 굳게 다문 입은 한일자형(一字形)으로 의를 위해서는 모든 것을 걸 수 있는 상이다. 특히 코가 정직하고 올곧아 성품은 온화하나 일자 입은 의지가 철석같이 굳음을 나타낸다. 이 같은 형상은 주위의 어떤 유혹에도 잘 넘어가지 않는 대쪽 같은 성격을 그대로 말해주고 있다.”
 

노 박사는 간혹 냉정해 보일 수 있지만 원칙에 벗어나지 않고 정의와 신뢰를 중시하는 원칙주의자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다만 원칙을 고수하다 보니 융통성이 다소 부족한 면이 있어 정치를 함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종상(從相)은 위후지상(威厚之相)이라 인품이 엄숙하고 늠름하며 용맹스러워 보이는 자태로서 한 번 쳐다보면 자연히 신색이 엄숙해지고 머리가 저절로 숙여지는 상이며 사람됨이 태산같이 무겁고 마음은 바다와 같이 넓은 자태다.”

[선영]


“탁월한 기맥
길지로 평가”

그동안 여야 대권 후보들의 선영을 풍수지리학적으로 분석해온 양만열 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평생교육원 풍수지리학과 교수는 이번 대선을 앞두고 “문 대통령의 선영 상황이 18대 때와는 다르다”고 단언했었다. 

문 대통령 부모는 함경도 흥남 출신으로 한국전쟁 당시 월남해 경남 거제에 정착했다. 전체적인 선영의 본산은 흥남에 있어 경남 양산시 상북면 상삼리 천주교 하늘공원에 안장돼있다.

“조부모 선영이 함경도에 있어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그러나 출세가도는 부친이 사망한 이후부터 시작됐기 때문에 부친 묘로도 대권운을 가늠해볼 수 있다.”

보통 공원묘지의 경우 수백 개의 묘들이 획일적인 정단에 따라 길흉이 확연히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용맥의 흐름과 정혈의 위치, 수맥 등에 따라 길흉이 바뀐다. 하늘공원에 수많은 묘지가 있지만 여러 가지 풍수지리학적 요소에 따라 분석해보면, 각 묘지마다 기운이 다르고 자손에게 미치는 영향 역시 천차만별일 수 있다는 말이다.


양 교수에 따르면 문 전 대표의 부친 묘는 유좌묘향(酉坐卯向)으로 우선수 환포해 상삼천으로 당문파했고 수맥을 절묘하게 피했다. 또한 투지룡(透地龍)이 알차게 들어와 기유(己酉) 뢰택귀매(雷澤歸妹) 정룡(正龍)으로 입수해 많은 묘 중에서도 탁월하게 기맥이 형성된 곳이라 할 수 있다.

“부친의 묘도 좋은 자리지만 모친의 신후지지(사망 전 미리 잡아두는 묏자리)는 부친의 기를 훨씬 능가한다. 예사 길지가 아니다.”

양 교수는 2012년 18대 대선이 있던 해에도 문 대통령의 선친 묘를 찾은 적이 있다. 당시 그는 선친의 묘가 장군대좌와 군왕지지로 손색이 없다고 평가하면서도 묘 위쪽서 진행되고 있던 대형 토목공사가 신경 쓰인다고 했다.

양 교수가 말했던 토목공사는 골프장 확장 작업이었는데, 이번 대선 전 하늘공원을 찾았을 땐 마무리된 상태였다.

“지난번 대통령 선거 때는 토목공사로 탁한 기운에 노출됐던 선친의 묘가 안정을 되찾았다. 천운지룡기상신(天運之龍氣象新) 급제위관입제경(及第爲官入帝京), 즉 천운의 용의 기는 새로운 상이니 급제로 벼슬하고 재경에 이른다. 지난 선거 때는 8운(運)이 작용해 힘에 부친 싸움이었으나 이번에는 하늘의 도움이 있을 것이다.”

[집터]

“흉가로 보여도
내실 있는 생가”

유명한 풍수지리학자 안성철 교수는 <일요시사>와 함께 문 대통령의 집터를 찾아 대권운을 짚어본 바 있다. 달려간 곳은 생가.

안 교수는 “명당을 공부하는 과정서 ‘혈의 인자를 보호하는 천상의 별이 항상 교감할 수 있도록 하늘 문이 좁아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있다”고 말했다. 양택이나 음택의 혈처에는 넓은 하늘이 많이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생가는 광활한 들판 가운데 형성된 마을 안에 위치해 있다. 백두대간의 끝자락 지리산에서 시작한 기운이 고성 대곡산을 거쳐 동남진해 계룡산 선자산으로 가는 도중 머리를 돌려 명진리에 들어와 촌락을 이뤘다. 집의 좌향과 구조가 태아에게 미치는 영향이 상당히 크다는 것이 풍수이론 논문의 연구에 많이 나타난다.
 

명진리 일대의 향은 오수천을 중심으로 들판 북쪽에 자리 잡고 있어 남쪽과 서쪽을 향으로 잡고 작용하는 배산임수형으로 풍수지리학적으로 좋은 지형에 속한다. 안 교수는 생가가 동네 북쪽 끝자락에 위치하는데 유독 이 집만이 도로를 등지고 동향을 하고 있다는 것을 특이한 점으로 꼽았다.

대중과 호흡 잘 맞아
정작 본인은 고독해

“도로서 집 뒤쪽이 훤히 들여다보여 가림막 또는 방풍막 효과로 측백나무를 심어놓은 것이 하회마을을 연상케 하고 빈곤이 묻어나는 모양새는 피난 당시 상황을 잘 설명해준다. 집의 좌향이 추효환상(抽爻換象)에 딱 들어맞고 건좌(乾坐) 손향(巽向) 천지비(天地否) 9/九 좌에 지천태(地天泰) 9/一 향으로 정확히 9운을 정조준하고 있는 것도 보통 예사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흉가같이 보일지 몰라도 내실이 있는 집이다.”

안 교수는 홍은동 자택에 대해서도 해좌사향(亥坐巳向)이 334∼154도로 대공망도 피해 백련산의 기운을 잘 받는 양택이라고 평가했다.

[성명]

“상승의 기운
매우 논리적”

국내 성명학 1인자 안희성 동방대학원대학교 성명사주 교수는 성명학에는 두 가지 원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하나는 글의 획수에 따른 조화, 나머지 하나는 오행(五行)의 기운에 따른 조화가 그것이다. 오행은 목(木), 화(火), 토(土), 금(金), 수(水)의 기운을 일컫는다.

오행 각각의 기운은 다른 기운을 제어하기도 하고, 다른 기운에 힘을 북돋아 주기도 한다. 오행은 다시 음(陰)기운과 양(陽)기운으로 분류, 목기운도 양기운의 목인 ‘+목’과 음기운의 목인 ‘-목’으로 나뉜다.

목, 화, 토, 금, 수를 음과 양으로 나누면 총 10가지의 기운이 된다. 그 10가지 기운은 ‘식신, 상관’ ‘정재, 편재’ ‘정관, 편관’ ‘정인, 편인’ ‘비건, 겁재’로 분류해 서로가 다른 기운에 어떤 작용을 하는지를 보고 길흉을 판단한다. 

문 대통령은 수의 기운이다. 문 대통령의 이름은 음양오행으로 보면 ‘수←금←토’의 형상으로 상승의 기운이 대단하다.

“사술에 능하고 매우 논리적이다. 사주에 괴강 같은 성품이 이름에 들어가 있으니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강한 저항을 한다.”

괴강은 사주명리학에 나오는 여러 가지 살(殺) 중 하나로, 태어난 날이 경진(庚辰)일, 경술(庚戌)일, 임진(壬辰)일, 임술(壬戌)일 4일에 무진(戊辰)일, 무술(戊戌)일을 추가하기도 하는데, 이날에 태어난 여자는 ‘남편 복이 없다’하여 흉하게 여겼다. 괴강 성격은 순국열사나 안중근 의사와 같은 분들의 성품으로 보면 되겠다.

“자기 주관이 뚜렷하며 뜻을 세우면 강하게 밀고 나가는 경향이 있다. 또한 고집이 세며 명예욕도 다분하다. 자식들은 모두 효도를 하면 좋으나, 속앓이를 시키는 자식도 둘 수 있다. 대중과의 호흡이 잘 맞아 친화적인 인물로 여겨지나, 정작 본인은 고독을 즐기며 남에게 속마음을 쉽게 드러나지 않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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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벼랑 끝 국민의힘 뒤집기와 자충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비상계엄 1주년을 맞아 페이스북에 사과 입장을 밝혔다. 국민의힘 원내 지도부도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다. 사과는 짧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비난은 길었다. 사과 의견을 통해 확인되는 국면 전환 노림수는 ‘한동훈을 제외한 빅텐트’인 걸까? 국민의힘 공보실은 지난 2일 오후 10시54분 출입기자들에게 지난 3일 지도부 일정을 공지했다. 공보실에 따르면, 지도부의 일정은 ‘통상 일정’이었다.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의미다. 지난 3일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1주년이었다. 통상의 의미는? 지도부의 공개 외부 일정이 없단 것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비상계엄 관련 공개 사과 및 기자회견 일정이 없었단 의미로 해석될 수 있었다. 장 대표는 지난 3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과 의견을 밝혔다. 장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계엄이었다”는 등 “정당화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을 소지가 있는 주장부터 제시했다.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대해서도 “한국 정치의 연속된 비극을 낳았고, 국민과 당원들께 실망과 혼란을 드렸다”는 등 ‘탄핵 반대’ 의견을 유지했다. 장 대표에 따르면, 국민의힘의 잘못은 하나로 뭉쳐 제대로 싸우지 못했다는 부분이었다. 자신에 대해서도 “당 대표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가 사과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은 같은 날 오전 4시50분경 이정재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확실시됐다. 장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글에서도 “추 의원 구속영장 기각은 어둠의 1년이 지나고 두터운 장막이 걷히고, 새로운 희망의 길이 열리는 신호탄”이라면서 대정부 투쟁에 의미를 부여했다. 장 대표는 “이재명정권의 대한민국 해체 시도를 국민과 함께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사과 불가는 지난달 28일 대구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장외집회에서 어느 정도 예고된 것이었다. 당시 그는 “비상계엄에 대한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우리가 흩어지고 분열한 결과, 이재명정권이 탄생했단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책임을 무겁게 통감한다”면서도 이재명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을 비난하는 내용으로 연설 대부분을 채웠다. 5일 간격으로 같은 얘기를 반복한 것이었다. 당시 장 대표가 주장한 민주당에 대한 비난의 핵심 내용은 ▲의회 폭거·국정 방해 ▲무모한 적폐 몰이에 따른 공무원 사찰 위협 ▲폭거로 인한 민생 파탄·국가 시스템 붕괴 ▲내란 몰이 등이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국민의힘의 비상계엄 관련 사과는 ▲송언석 원내대표 ▲유상범·김은혜 원내부대표 ▲최수진·최은석 원내대변인 등 원내 지도부 차원에서 나왔다. 송 원내대표 등은 지난 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께 큰 충격을 드린 비상계엄 발생을 막지 못한 데 대해 국민의힘 국회의원 모두는 무거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군인·공직자·의료인·자영업자 등 비상계엄 선포 피해자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 숙였다. 하지만 이후의 메시지는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 등 장 대표의 주장과 크게 차이가 없는 내용이었다. 송 원내대표는 “국민의힘 의원들은 패배의 아픔을 딛고 분열과 혼란의 과거를 넘어서 다시 거듭나겠다”며 “소수당이지만 처절하게 다수 여당과 정권에 맞서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정치인은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용태·김재섭·권영진·엄태영·이성권·조은희 의원 등이었다. 국민의힘 양향자 최고위원은 지난달 29일 대전에서 진행된 장외집회 중 “국민의힘은 불법 계엄을 방치했으니, 반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일부 지지자들의 강한 항의를 받았다.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8일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당 지도부의 사과가 없으면 제 나름의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며 “같이 메시지를 낼 국민의힘 의원들이 약 20명은 된다”고 주장했다. 이는 곧 “연판장을 돌리거나 기자회견을 할 수도 있다”는 압박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있었다. 오 시장도 같은 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에 출연해 “중도층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라도 당 차원의 사과가 필요하다”며 “공당이라면 반성문을 쓰는 게 도리”라고 주장했다. 결국 이들은 당과 무관하게 대국민 사과를 했다. 오 시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 소속 중진 정치인이자, 서울시민의 일상을 책임지는 시장으로서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그날의 충격과 실망을 기억하는 모든 국민께 거듭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 25명은 지난 3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선포 당시 집권여당의 일원으로서 비상계엄을 미리 막지 못하고 국민께 커다란 고통과 혼란을 드린 점에 대해 거듭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면서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 존중 ▲윤 전 대통령과의 정치적 단절 ▲국민의힘 체질 개선·재창당 수준의 혁신 등을 약속했다. 이어지는 각자 플레이 장 대표에게 대국민 사과를 요구한 후 자체적으로 대국민 사과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대체로 수도권에 기반을 둔 소장파다. 이들 중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정당으로 자리매김하면 가장 큰 손해를 볼 정치인으로는 오 시장과 김재섭·김용태 의원이 거론된다. 오 시장은 높은 개인 인기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서울시장 탈환 공세에 맞서고 있다. 김재섭 의원의 지역구 서울 도봉갑은 원래 민주당 텃밭이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1094표 앞서 어렵게 이겼다. 지난해 12월7일 국민의힘의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집단 이탈에 동참했을 때도 지역구에서 규탄 집회가 개최되는 등 홍역을 치렀다. 김용태 의원도 경기 가평·포천에서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박윤국 한국도자재단 이사장에 2774표 앞서 어렵게 금배지를 다는 데 성공했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강경 보수화가 진행된다”는 지적이 각계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 우려는 장 대표가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자유통일당 ▲우리공화당 ▲자유민주당 ▲자유와혁신 등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깊어졌다. 장 대표는 지난달 28일 개혁신당과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지금은 연대를 논의할 때가 아니”라면서 선을 그었다. 최근 국민의힘에선 “한동훈 전 대표를 축출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할 만한 밑그림을 계속 그리고 있다. 국민의힘 여상원 윤리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사의를 표명했다. 여 위원장은 “당에서 ‘물러나면 좋겠다’는 연락이 왔다”며 “굳이 능욕당하면서 자리를 지킬 필요가 없다고 판단돼 원하는 대로 하겠다고 답했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윤리위원회가 ‘계파 갈등 조장’을 이유로 윤리위에 넘겨진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주의 조치만 내린 것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국민의힘 우재준 청년 최고위원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원하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윤리위원장을 사퇴시키는 게 정당한 일이냐”며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드는 민주당과 뭐가 다르냐”고 정면 비판했다. 이어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달 28일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 절차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당원 게시판 의혹은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 올라온 윤 전 대통령 부부 비방글 작성에 한 전 대표 가족이 연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밝혀 당원에게 알릴 것”이라는 방침을 밝혔던 바 있다. 윤 전 대통령 부부는 정치적으로 몰락해 서울구치소에 갇혔고,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이 당원 게시판 의혹을 밝혀낸 후 거둘 수 있는 실익으로는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친한(친 한동훈)계를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거론된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이다.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보수 성향 유권자 사이에서도 호불호가 명확하게 나뉜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갈등하면서 비상계엄 해제에 동참했던 이력이 있다. 이 때문에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이 강경 보수 일색이 되는 걸 막는 방파제·상징”이란 분석이 오랫동안 있어왔다. 친한계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의원 중 상당수는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소장파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리위원장 쫓아낸 이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선 “윤 전 대통령이 정치에서 폭력을 동원하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몰랐던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정치의 본질은 대화·토론·협상이다. 영국 하원에선 20세기 초까지 의원이 총칼을 이용해 결투·난투를 했다. 물리적 폭력이 아닌 ‘언어폭력’ 선에서 공방을 이어가는 정치 문화는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정착됐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가 전 세계에 줬던 충격은 민주주의가 충분히 성숙했다고 믿었던 대한민국에서 군을 동원해 정적을 제거하려던 사태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는 사과 메시지를 먼저 짧게 발표하면서 이재명정부·민주당 비판은 길게 이어가는 형식의 사과 의견을 밝혔다. 사과엔 ▲직접적인 반성 ▲분명한 잘못 인정 ▲재발 방지 약속 ▲보상 약속 등 4개의 원칙이 제기됐는데 “상대방 비판에 더 중점을 둔 사과는 역설적으로 ‘반성을 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 당시 대국민 사과를 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16년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후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 전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제 불찰이고, 국민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후속 조치 중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는 데 미흡했고, 우려를 덜어드리지 못한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국정을 꼼꼼하게 챙겨보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한 일”이라며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놀라고 마음 아프게 해드린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국민께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당시 크게 불거졌던 각종 우려를 ‘괴담’으로 규정지었다. 이 때문에 촛불 시위 세력이 제시한 재협상 시한과 맞물린 시점에서 사과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국면 전환을 위한 명분 쌓기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이미 각종 의혹이 광범위하게 제기돼 근거 자료들까지 제시되는 시점에서 “취임 후 일정 기간 일부 자료들에 대해 최순실씨의 의견을 들은 적은 있지만, 청와대 보좌 체계가 완비된 이후에는 그만뒀다”고 주장했다.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해명은 신뢰를 잃었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두 전직 대통령의 사과처럼 자신의 주장을 뒤에 배치한 후 더 큰 비중을 부여하는 형식을 유지했다. 비상계엄 1주년에 강조된 “민주당 폭거” 국면 전환·결집 노리는 선 사과·후 비난? 이런 사과 형식은 국면 전환·지지층 결집 목적을 가진 이들이 활용한 사례가 많다. 대표적인 예로,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암살된 후 있었던 마르쿠스 브루투스·마르쿠스 안토니우스의 연설이 꼽힌다. 카이사르 살해를 주동한 브루투스는 “카이사르에 대한 내 사랑은 카이사르를 사랑하는 다른 분보다 절대 뒤떨어지지 않는다고 단언한다”고 선언한 후 “로마를 더 사랑해서 카이사르를 죽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를 위해 눈물을 머금고 가장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다”고 강조했다. 안토니우스는 “카이사르 암살에 가담한 사람들은 모두 존경할 만한 분들”이라고 선언한 후 카이사르를 찬양하면서 그의 유언장을 공개했다. 유언의 핵심 내용은 “내 재산을 로마 시민에게 기증한다”는 것이었다. 또 카이사르가 살해당할 당시 입었던 칼자국과 피로 얼룩진 옷도 공개했다. 흥분한 로마 시민은 암살자들의 집을 습격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안토니우스·아우구스투스는 로마 정국을 장악했다. 불리한 내용을 먼저 짧게 거론한 후 유리한 내용을 장황하게 거론하는 형식은 정치적 목적을 위해 즐겨 이용된다. 장 대표·송 원내대표가 짧은 사과 의견을 밝힌 후 이재명정부·민주당을 비중 있게 비판한 것도 강경 보수 세력에겐 강한 인상을 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장 대표는 비상계엄의 원인을 ‘의회 폭거’라고 규정했다. 이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카이사르가 된다. 비상계엄 해제에 찬성해 사실상 윤 전 대통령 몰락에 가담한 한 전 대표와 친한계는 브루투스 일당이 되는 구도가 그려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강경 보수 세력은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해 어떤 의견을 제시할지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공나형 전남대 학술연구교수는 지난 2022년 발표한 논문 <대통령의 공적 사과 담화에서 드러나는 ‘개입’ 양상>에서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1993년 쌀 시장 개방을 수용하면서 밝힌 대국민 사과와 박 전 대통령의 최순실 게이트 관련 대국민 사과를 분석했다. 공 교수는 김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선의로 행한 행위가 어쩔 수 없는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고 강조하면서 결과의 부정성에 관여하는 자신의 의도의 비중을 제거했다”고 분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사과문에 대해선 “자기 고백이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만, 그 고백의 원인이 되는 행위에 대해선 소극적”이라고 분석했다. 12월3일 조용히 장 대표·송 원내대표의 사과도 “어쩔 수 없었다”는 항변과 상대방 비판을 내용으로 채웠다. 그러면서 민주당 심판·보수 재건·대여 투쟁을 강조했다. 결국 두 사람의 답은 ‘한 전 대표를 제외한 빅텐트’ 방침 재확인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의 12월3일은 이렇게 조용히 지나갔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