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지경세태> ‘게임과외’ 받는 청소년들 천태만상

애들 사이에선 게임등급이 계급장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청소년들이 게임을 잘하기 위해 ‘게임 과외’를 받고 있다. 청소년들 사이에선 가상 세계 신분이 현실 세계서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이 주로 어울리는 장소가 PC방이다 보니 게임을 잘하지 못하면 주눅이 들고 학교서 놀림을 받기도 한다.

힘든 공부나 생업에서 잠시 벗어나 근심을 잊기 위해 하는 취미활동. 즐겁자고 하는 게임이지만 개인 실력 차이에 따른 차별대우도 존재한다. 특히 같은 게임을 함께 즐기는 청소년 또래 집단 사이에선 잘하는 친구를 동경하는 분위기가 있어 많은 청소년들이 ‘오버워치’나 ‘리그 오브 레전드(롤)’와 같은 ‘대세 게임’ 실력을 올리려 노력한다.

“무시당하기 싫어”

책상에 오래 앉아만 있는다고 성적이 오르는 게 아니듯 게임을 무조건 많이 한다고 실력이 향상되지는 않는다. 치열하게 분석하고 공부해야 실력을 올릴 수 있다는 걸 깨달은 청소년들은 좀 더 나은 실력을 갖기 위해 ‘게임 과외’까지 불사하고 있다.

‘롤 7년차’라고 밝힌 고교 2학년 김모군은 “롤을 못하면 티어(레벨)가 높은 친구로부터 ‘승리의 스킨(레벨이 높은 유저에게 주어지는 보상) 없는 애들은 사람이 아니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며 “장난이라도 계속 들으면 기분이 나쁘다”고 했다.

김군은 무시당하기 싫어 게임을 잘하는 친구들에게 돈을 주고 게임을 배웠다. 이제는 실력을 갖춰 방학 때마다 게임 과외 아르바이트를 하기도 한다.


게임 과외 사이트는 인터넷 검색으로 쉽게 찾을 수 있다. ‘롤 과외’라고 검색하면 등록된 파워링크 사이트만도 17곳이다. 지난해 5월 서비스를 시작한 게임 오버워치를 과외 수업하는 사이트도 등장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16 게임과몰입 종합실태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가운데 절반 이상(54.6%)이 롤과 오버워치가 포함된 장르의 게임을 이용하고 있다.

인기 있는 게임 과외 사이트는 한 달에 200건을 웃도는 ‘수업’이 이뤄지고 있다. 게임업체 관계자는 “이용자 가운데 학생 비중이 가장 높은데 주로 문화상품권으로 결제하거나 가끔 학부모가 대신 결제해주는 경우도 있다”고 귀띔했다.

학교와 학원을 오가느라 시간 내기 어려운 학생들은 돈을 지불하고 아예 업체에 아이디를 맡기기도 한다. 아이디를 넘겨받은 강사는 학생이 원하는 레벨에 도달할 때까지 게임을 대신 해준다.
 

과외 서비스 이용 가격은 강의 내용과 학생 실력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시간당 5000원부터 20만원 이상까지 다양하다. 1대1 맞춤형 강의는 가격을 공개하지 않고 상담을 통해 결정한다. 몇 번만 받아도 수십만원을 훌쩍 넘기기 일쑤다.

특정분야 ‘고수’가 1대1 맞춤형 수업
강의료 수십만원 훌쩍…알바로 돈모아

고교 2년생인 박모군은 “게임을 잘하고 싶은 친구들이 1만~5만원까지 용돈으로 과외를 받다가 10만∼20만원이 넘어가면 아르바이트까지 한다”고 전했다.


문제는 일부 청소년들이 게임 과외를 받으려다 사기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사기범들은 터무니없이 싼 가격에 게임을 가르쳐 주겠다며 청소년들을 속인 뒤 온라인 채팅서 문화상품권의 핀 넘버만 넘겨받고는 잠적한다.

박군은 “사기 금액이 소액인 데다 잡기도 어려워 사기당한 친구들이 그냥 발만 동동 굴렀다”고 했다.

이러한 상황이 알려지자 “공부도 과외받고 게임도 과외받고… 뭐든지 남보다 잘해야 한다는 한국인 성향 탓인가” “게임에서까지 스트레스 받아 가며 경쟁해야 하나” “대세 게임이 하나 정해지면 유저들이 거기에 다 쏠리는 현상과도 관계가 있을 듯” 등 안타까움을 표하는 네티즌이 많았다.

반면 “요리나 악기연주 같은 취미를 남한테 돈 주고 배우는 건 이상하게 여기지 않으면서 왜 게임을 배운다고 하면 멍청하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게임 과외도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시대다. 기왕 하는 게임 이기면서 하고 싶은 게 뭐가 잘못됐나” “사기꾼에게 넘어가지 않고 합법적인 곳에서 잘 배운다면 문제 없을 것 같다”는 의견도 있었다.

빠르게 게임 실력이 향상되게끔 도와주는 게임 과외. 하지만 어딘지 ‘과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과거에 게임이란 그냥 아이들의 장난감이나 놀잇거리였다. 그래서 게임에 대해 높게 가치를 평가하는 이가아무도 없었지만 요즘은 상황이 전혀 달라졌다.

찬반논란 팽팽

게임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으면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사랑받고 있다. 대회, 리그까지 생겨나며 자리를 더욱 확고히 하고 있는 상황. 이렇게 게임이 중요해지고 일반인들도 하나둘씩 게임에 빠지면서 너 나 할 것 없이 게임 내에서의 성적에 열광한다. 게임업계 관계자들은 이런 부정적인 측면이 게임 과외를 활성화시킨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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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