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브여행 ②강릉 헌화로

숨 막히게 아름다운 동해안 드라이브 코스

차창 밖에 펼쳐진 짙푸른 바다 위로 화사한 5월의 햇살이 눈부시다. 창을 내리면 부드러운 바닷바람과 경쾌한 파도 소리가 밀려든다. 한쪽은 아찔한 해안 절벽, 다른 쪽은 탁 트인 바다를 끼고 달리는 강릉 헌화로는 동해안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로 꼽힌다.

국내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도로로 알려진 헌화로는 강릉시 옥계면 금진해변서 북으로 심곡항을 거쳐 정동진항까지 이어진다. 1998년에 개통한 금진해변-심곡항 구간은 해안 도로이고, 2001년에 연장된 심곡항-정동진항 구간은 내륙 도로다.

그림 같은 풍경

도로와 해안이 맞닿고, 코앞의 바다는 옅은 옥빛서 청록색까지 다채로운 물빛을 뽐낸다. 숨 막히게 아름다운 헌화로 풍경은 지난해 인기 드라마 〈시그널〉 최종회서 항공촬영을 통해 소개되기도 했다. 
 

도로 이름은 <삼국유사>에 실린 〈헌화가〉의 배경이 이곳 풍경과 유사해 붙은 것이다. 신라시대에 순정공이 강릉태수로 부임해 가던 중 해변서 점심을 먹는데, 그 곁 천 길 낭떠러지에 철쭉꽃이 곱게 피었다.

순정공의 아내 수로부인이 그 꽃을 원하는데 아무도 엄두를 내지 못하던 차에, 지나가던 노인이 꽃을 따서 바치며 〈헌화가〉를 불렀다는 것. 금진해변서 심곡항을 향해 달리면 왼쪽에 설화 속 철쭉꽃이 피었음 직한 절벽이 있고, 오른쪽에 바다가 펼쳐진다. 도로변 난간 높이가 70cm에 불과해 차 안에서 바다가 한눈에 보인다.


헌화로가 시작되는 금진해변은 길이 900m에 백사장이 넓고, 조용하고 아늑하다. 경포해변이나 정동진해변처럼 북적이지 않아 한여름 가족 단위 피서지로도 적당하다.

몇 해 전부터는 서퍼들이 하나둘 모여 서핑 스쿨과 숙소, 카페 등이 생겼다. 동해고속도로 옥계 IC로 나와 5분 만에 만나는 해변이고, 도로 주변에 주차 공간이 넉넉한 데다 전망대도 있어 차를 세우고 쉬었다 가기 좋다. 야외 테라스를 갖춘 소박한 카페서 커피 한 잔 즐기거나, 백사장에 앉아 서퍼들을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다.
 

금진해변서 금진항을 지나 심곡항에 이르는 구간은 헌화로의 하이라이트다. 파란 하늘과 웅장한 해안 절벽, 쪽빛 바다가 어우러져 그림 같은 풍경이 펼쳐진다. 2km 남짓 짧은 거리가 아쉽다면 금진항이나 심곡항에 차를 세우고 걸어보자. 도로와 바다 사이에 길이 있어 걷기 편하다.

해안 도로 따라 강릉 바다 여행
눈 돌리는 곳마다 문화·예술 공간

조용한 바닷가 마을인 심곡은 한국전쟁 당시 전쟁이 난 줄도 몰랐을 만큼 오지였다. 헌화로가 개설되면서 관광 명소로 주목받았고, 지난해 가을 국내 최장 거리 해안단구(천연기념물 437호) 탐방로인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이 열리며 새로운 명소로 떠올랐다.

심곡과 정동진 2.86km를 잇는 정동심곡 바다부채길은 분단 이후 일반에 개방된 적이 없어 해안 산책로를 따라 훼손되지 않은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아쉽게도 5월 현재 정비 작업으로 폐쇄 중이며, 공사가 끝나는 6월에 개방한다. 마을에 회나 매운탕 등을 내는 식당이 몇 군데 있다. 
 

심곡에서 정동진항 구간은 내륙 도로다. 구불구불한 도로를 달리다 바다가 보이면 정동진이다. 20여 년 전 드라마 〈모래시계〉 촬영지로 인기를 끌며 청량리역에서 야간열차를 타고 정동진에 다녀가는 무박 2일 여행이 유행하기도 했다.


세계에서 바다와 가장 가까운 역으로 알려진 정동진역은 지금도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친구들의 우정 여행 코스로 사랑받는다. 눈부신 백사장이 약 250m 이어지는 정동진해변, 세계에서 가장 큰 모래시계가 있는 모래시계공원도 둘러보자. 
 

정동진서 북상하며 하슬라아트월드, 등명락가사, 강릉통일공원, 강릉커피거리, 영진해변, 주문진수산시장으로 일정을 짜면 강릉 바다 여행을 알차게 즐길 수 있다. 하슬라아트월드는 야외 조각 공원, 전시관, 카페, 뮤지엄호텔 등으로 구성된 복합 문화 예술 공간이다. 2003년 문을 연 뒤 해마다 시설을 조금씩 확장해 현재 모습을 갖췄다.

멀리 수평선이 보이는 고즈넉한 카페, 싱그러운 소나무 정원, 바다를 바라보며 걷는 길, 전망대, 미술 작품으로 가득한 호텔 등 모든 공간이 사랑스럽고 매력적이다. 
 

등명락가사는 신라 선덕여왕 때 자장율사가 창건했다. 조선시대에 폐사돼 사라졌다가 1950년대에 중건됐으며, 현재 전각은 1980년대에 새로 지은 것들이다. 등명락가사서 3분 거리에 강릉통일공원이 있다. 육해공군의 군사 장비와 북한 잠수함 등을 한곳에서 볼 수 있는 대규모 전시 공원으로, 산과 바다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곳에 자리 잡았다.
 

드라마 속 명소

안목해변에 있는 강릉커피거리는 1980 년대 커피 자판기로 시작해 지금은 개성 있는 카페와 글로벌 커피 브랜드 매장이 즐비한 명소가 됐다. 안목에서 30여 분 달리면 주문진이다. 최근 드라마 〈도깨비〉 촬영지로 급부상한 영진해변의 주문진방사제와 주문진수산시장을 지나칠 수 없다.

주문진방사제는 드라마 주인공처럼 로맨틱한 장면을 재현하려는 관광객에게 인기 만점. 주문진수산시장은 종합시장과 건어물시장, 회센터 등으로 구성된 동해안 최대 어시장이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헌화로 드라이브(금진해변-정동진항)→등명락가사→하슬라아트월드→강릉커피거리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헌화로 드라이브(금진해변-정동진항)→등명락가사→하슬라아트 월드→강릉커피거리
[둘째 날] 강릉 오죽헌→강릉 선교장→주문진수산시장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솔향강릉(강릉 문화관광) www.gntour.go.kr
- 하슬라아트월드 www.haslla.kr

문의 전화
- 강원도 종합관광안내소 033)640-4414
- 강릉시청 관광과 033)640-5420
- 하슬라아트월드 033)644-9411
- 등명락가사 033)644-5337
- 주문진수산시장 033)662-8378


대중교통 정보
[버스] 서울-강릉, 서울고속버스터미널서 20분 간격(06:00~ 23:30) 운행, 약 2시간40분 소요. 동서울종합터미널서 하루 50여회(06:35~ 23:05) 운행, 2시간20분~2시간40분 소요.
* 문의 :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코버스 www.kobus.co.kr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강릉고속버스터미널 033)641-3184,  gangneung.dongbubus.com
강릉시외버스터미널 033)643-6092, www.gangneungterminal.co.kr

자가운전
동해고속도로 옥계 IC→강릉·동해 방면→옥계로→동해대로→낙풍사거리에서 금진리·옥계해변 방면 우회전→헌화로→금진해변→심곡항→정동진항

숙박 정보
- 베니키아호텔 산과바다주문진리조트 : 주문진읍 해안로, 033)661-7400, www.jumunjinresort.com(베니키아)
- 강릉 선교장 전통문화체험관 : 강릉시 운정길, 033)646-3270, www.knsgj.net (명품고택, 한옥스테이)
- 하슬라아트월드 뮤지엄호텔 : 강동면 율곡로, 033)644-9414, www.haslla.kr
- 부티크호텔 봄봄 : 강릉시 교동광장로100번길, 033)645-5511, www.hotelbombom.com

식당 정보
- 시골식당(망치매운탕): 강동면 헌화로, 033)644-5312
- 벌집(장칼국수): 강릉시 경강로2069번길, 033)648-0866
- 해동횟집(활어회): 사천면 진리해변길, 033)644-0066
- 서지초가뜰(한정식): 강릉시 난곡길76번길, 033)646-4430

축제·행사 정보
강릉단오제: 5월 27일~6월 3일, 강릉시 남대천 단오장, 033)641-1593(강릉단오제위원회), www.danojefestival.or.kr

주변 볼거리 강릉 경포대와 경포호, 강릉 오죽헌, 강릉 선교장, 참소리축음기·에디슨과학박물관, 커피커퍼커피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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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