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박근혜 집 산 홍성열 마리오아울렛 회장

모를 리 없는데…어떻게 알고 샀나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삼성동 자택이 팔렸다. 매입한 사람은 홍성열 마리오아울렛 회장이다. 홍 회장은 과거에도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의 부동산을 매입한 적이 있다. 이른바 로열패밀리와의 묘한 인연이다. 화려한 인맥으로 유명한 홍 회장이라 더욱 눈길이 쏠린다. 
 

홍성열 마리오아울렛 회장은 성공한 사업가의 이미지가 있다. 홍 회장은 1999년 국무총리 표창, 2004년 서울특별시장 표창 등 다수의 상을 받았으며 지난해에는 한국경영학회 최우수경영대상 지역경제활성화 부문 마리오아울렛 수상을 받았다.

욕먹을 줄
알면서도…

그는 아울렛이라는 개념이 생소하던 시절 구로공단(현 구로디지털단지)에 패션아울렛을 세웠다. 2001년 1관을 오픈한 이후 3년 만인 2004년 마리오아울렛 2관을 열었고 이후에는 3관까지 개관하며 주변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그의 별명 슈퍼마리오에 걸맞은 행보였다.

그러나 그에게도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다. 그의 사업 성공 이면엔 화려한 로비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정관계 유력 인사들에게 대거 로비를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 같은 이미지는 고착화됐다.

최근 그가 언론 전면에 등장하며 부정적인 이미지가 어른거리기 시작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 매입소식 때문이다. 지난 27일 부동산 등기부등본 등에 따르면 홍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이 서울구치소에 구속되기 사흘 전인 지난 28일 삼성동 자택을 구입했다. 매입 가격은 67억원5000만원이다.


삼성동 자택은 지상 2층, 지하 1층으로 구성돼있다. 박 전 대통령은 이 자택을 1990년 7월 매입해 27년간 소유했다. 홍 회장이 박 전 대통령의 자택을 사들이자 세간의 눈길이 쏠렸다.

일각에선 홍 회장과 박 전 대통령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공시지가가 27억1000만원인 사저를 70억원 가까운 돈을 들여 매매한 것이 알려지면서 둘 관계를 주목했다. 홍 회장은 억울하다는 입장이었다.

홍 회장은 지난 21일 <세계일보>를 통해 “(박 전 대통령의 자택을) 순수한 마음으로 사들였는데, 생각지도 못한 부담스러운 말들이 들려와 매우 곤혹스럽다”고 해명했다.

박근혜 삼성동 자택 매입 ‘둘 관계는?’
공시지가 27억원…68억원에 사들여 뒷말 

이어 “오래 전부터 강남 주택집으로 이사를 가려 했는데 집값이 너무 비싸 기회를 보고 있었다”며 “때마침 부동산업을 하는 지인이 박 전 대통령의 삼성동 주택이 급매에 나왔다고 매입을 권유해 (가격이 괜찮은 거 같아) 구매를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홍 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남동생인 박지만 EG회장과의 관계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홍 회장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박 회장이 삼성동 저택 거래에 나선 것 아니냐는 것이다.
 

홍 회장은 “박 회장과 친분이 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며 소문을 일축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둘 사이에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홍 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인연은 삼성동 자택 외에도 박 전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학교서도 엿보인다.


홍 회장은 2015년 서강대서 명예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2010년에 이미 명예박사를 받았다. 홍 회장의 박사학위 수여 역시 매끄럽지 못했다. 수여식 당일 마리오아울렛 노조 및 서강대 학생들은 임금체불 논란이 있는 그의 자질을 거론하며 기습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시위 과정서 경찰이 투입돼 몸싸움으로 번지는 상황까지 발생하자 학생들이 충격을 받기도 했다. 2000년대 이후 대학 캠퍼스에 경찰이 진입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간 서강대 명예박사를 받은 인사는 화려했다. 1974년 김수환 추기경을 시작으로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조중건 대한항공 고문,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이 명예박사에 이름을 올렸다.

홍 회장과 서강대의 인연은 또 있다. 지난해 ‘남덕우 경제관’이라는 건물에 30억원을 기부하면서 간접적인 인연이 드러나기도 했다. 고 남덕우 국무총리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을 지냈고,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캠프에 경제 관련 조력을 아끼지 않았다.

이에 대해 홍 회장은 “나도 서강대 경제 대학원을 나왔고 아들도 같은 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며 “후배를 위한 마음으로 기부했다”고 말한 바 있다.

오래된 사저
비싸게 왜?

그의 역대 대통령과 인연은 박 전 대통령뿐만이 아니다. 홍 회장이 과거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의 부동산 매입에 나선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홍 회장은 지난 2015년 12월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씨 명의의 테마파크를 118억원에 샀다. 해당 테마파크는 경기 연천군 임진강변에 위치한 국내 최대 허브농장 ‘허브빌리지’다. 허브빌리지는 5만7000m²(1만7242평)의 터에 허브 식물 농장과 야외 수영장, 이탈리안 레스토랑, 숙박 시설, 찜질방 등이 갖춰진 테마파크다.
 

당시 검찰은 전 전 대통령 일가의 미납 추징금 환수를 위해 허브빌리지 매각을 추진해왔다. 2013년 11월부터 진행된 매각 시도는 4차례 유찰 끝에 홍 회장에게 팔았다. 최초 감정가가 250억원이란 점에서 홍 회장이 비교적 저렴하게 테마파크를 매입했다는 평가가 가능하지만 이 곳 비밀 창고서 대형 불상과 고가의 미술품이 발견돼 논란이 된 곳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홍 회장은 “평소 정원 가꾸기 등 정원 문화에 관심이 많았고 허브빌리지의 입지 여건이 좋다고 판단해 인수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홍 회장과 역대 대통령과의 묘한 인연은 또 있다. 지난 26일 <시사저널>에 따르면 홍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선물을 받았다. 홍 회장 측은 의례적으로 받은 선물이었을 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이따른 정권과의 관계로 뒷말이 나왔다.

실제 지난 2014년엔 국정감사에서 홍 회장이 유력 인사들에게 선물을 돌린 명단이 담긴 문서가 확인되면서 큰 논란이 되기도 했다. 선물의 목적에 대가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박근혜 나온
서강대서 망신 

이 가운데에는 이명박 라인으로 분류되는 인사도 있었다. <시사저널> 보도에 따르면 홍 회장이 2007, 2008, 2009년 지인에게 보낸 선물 리스트가 담긴 문건이 유출됐다. 문건에는 다양한 정재계 인사들이 담겼다.

이명박 라인으로 분류되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과 이만의 전 환경부장관 등이 포함됐다. 문제는 선물을 보낸 시기가 이명박정권 초기였다는 점이다. 실제 원 전 국정원장과 이만의 환경부장관의 경우 40만원 상당의 영전 축하 와인 꽃바구니를 선물하면서 대가성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홍 회장 측은 이들에게 보낸 선물은 50만원 미만으로 큰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이들 외에 홍 회장이 선물을 보낸 정재계 인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의혹의 시선이 불가피해 보인다.

2008년, 2009년 명단에 포함된 인사는 총 800명이다. 한 변호사의 경우 지방법원장 시절 170만원 상당의 쇼핑 비용을 지원 받기도 했다. 홍 회장은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서 “고향 선후배나 최고경영자 과정서 만난 지인에게 보내는 선물”이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그러나 그는 광범위하게 정재계 인사들에게 선물을 보내 화려한 인맥 구축에 공을 들인 것 아니냐는 의혹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대가성 논란 역시 완전히 해소되긴 힘들어 보인다. 전순옥 의원이 2014년 국정감사 당시 공개한 선물리스트에 따르면 마리오아울렛은 국회의원, 지자체, 언론사, 공공기관, 학계 등의 인사들을 S(특)급, A, B, C급 등으로 분류했다. S급에게는 주로 25만∼30만원 상당의 선물을 보냈다.

대상 인사는 국회의원이나 기관장이 많았다. A급에겐 22만원 상당, B급에겐 15만원 상당의 선물세트를 보냈다. C∼D급은 8만∼10만원 선에서 선물을 보냈다. 한 번에 800여명에게 선물을 보낸 것을 감안하면 때마다 수억원이 소요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선물리스트를 살펴보면 원 전 국정원장, 이 전 장관 외에도 한덕수 전 국무총리, 한상률 전 국세청장, 이완구 전 국무총리, 박영렬 전 검사장, 신동승 전 기획조정실장, 이규철 춘천지법 원주지원 전 지원장 정관계의 인사가 다수 포함돼있다.

이들 중 대다수는 모르는 일이라고 답했으나 일부는 친분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상률 전 청장의 부인은 “힘들다. 더는 괴롭히지 말아달라”고 하소연한 경우도 있다.

과거 정권 화려한 인맥
선물리스트 유출 ‘발칵’ 

홍 회장은 매년 추석과 설날마다 이들에게 선물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홍 회장이 유력인사들에게 선물을 보낸 시기의 일부분이 한국산업단지공단과 법정시비로 치열했던 시기였다. 해석에 따라서는 대가성 의혹을 제기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홍 회장은 “추석·설 명절 선물리스트는 로비성이 아니라 지인들에게 성의를 보인 것”이라고 해명했다. 당시만 해도 부정청탁방지법인 김영란 법이 시행되기 전이라 논란 속에서도 큰 게이트로 번지지 않았지만 도덕적인 논란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결과적으로 홍 회장은 광범위한 선물리스트 문서가 유출되면서 화려한 인맥을 드러냈다. 일각에선 홍 회장이 화려한 인맥을 구축하기 위해 선물을 적극 활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 홍 회장에 선물을 받은 인사 가운데 일부는 선물을 다시 돌려보내기도 했다.
 

이는 친하지 않은 인사에게 선물을 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즉, 친분이 없는 상태서 친분을 쌓으려는 의도로 선물을 뿌렸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여기에 대가성까지 입증되면 논란이 확대될 여지가 있다.

홍 회장 측이 선물을 거절한 인사를 따로 정리한 목록을 보면 산업단지를 관리하는 구청 공무원이나 경찰서장, 국정원 직원도 있다. 홍 회장은 2007년부터 소송을 진행 중이던 한국산업단지공단 박봉규 전 이사장에게 선물을 보냈다가 거절당했다.

당시 수취 거절을 한 한 인사는 <시사저널>과 인터뷰서 “사업 문제로 법적 다툼을 벌이던 마리오아울렛서 매년 선물을 보내와 당혹스러웠다. 수취 거절을 하고 돌려보낸 기억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해관계로 볼 여지가 있는 인사한테까지 선물을 보낸 정황도 문건에 담겼다. 문건에 박영렬 전 남부지검 검사장, 한인수 전 금천구청장, 정준영 전 금천세무서장, 하석균 전 구로소방서장 등이 포함된 것이다. 심지어 선물리스트에는 이명박 대통령까지 포함돼있어 전방위 로비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홍 회장 측은 이 전 대통령의 경우 명단에 포함됐을 뿐 선물을 보내지 않았고 그 외 다른 인사의 경우 친분에 따른 선물일 뿐 대가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전두환과도
기묘한 인연 

과거 선물리스트로 로비 논란이 일었던 홍 회장이라 삼성동 저택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더욱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세간의 관심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지만 그의 화려한 인맥에 대한 관심은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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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