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박근혜 집 산 홍성열 마리오아울렛 회장

모를 리 없는데…어떻게 알고 샀나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삼성동 자택이 팔렸다. 매입한 사람은 홍성열 마리오아울렛 회장이다. 홍 회장은 과거에도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의 부동산을 매입한 적이 있다. 이른바 로열패밀리와의 묘한 인연이다. 화려한 인맥으로 유명한 홍 회장이라 더욱 눈길이 쏠린다. 
 

홍성열 마리오아울렛 회장은 성공한 사업가의 이미지가 있다. 홍 회장은 1999년 국무총리 표창, 2004년 서울특별시장 표창 등 다수의 상을 받았으며 지난해에는 한국경영학회 최우수경영대상 지역경제활성화 부문 마리오아울렛 수상을 받았다.

욕먹을 줄
알면서도…

그는 아울렛이라는 개념이 생소하던 시절 구로공단(현 구로디지털단지)에 패션아울렛을 세웠다. 2001년 1관을 오픈한 이후 3년 만인 2004년 마리오아울렛 2관을 열었고 이후에는 3관까지 개관하며 주변의 우려를 불식시켰다. 그의 별명 슈퍼마리오에 걸맞은 행보였다.

그러나 그에게도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다. 그의 사업 성공 이면엔 화려한 로비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정관계 유력 인사들에게 대거 로비를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 같은 이미지는 고착화됐다.

최근 그가 언론 전면에 등장하며 부정적인 이미지가 어른거리기 시작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자택 매입소식 때문이다. 지난 27일 부동산 등기부등본 등에 따르면 홍 회장은 박 전 대통령이 서울구치소에 구속되기 사흘 전인 지난 28일 삼성동 자택을 구입했다. 매입 가격은 67억원5000만원이다.


삼성동 자택은 지상 2층, 지하 1층으로 구성돼있다. 박 전 대통령은 이 자택을 1990년 7월 매입해 27년간 소유했다. 홍 회장이 박 전 대통령의 자택을 사들이자 세간의 눈길이 쏠렸다.

일각에선 홍 회장과 박 전 대통령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공시지가가 27억1000만원인 사저를 70억원 가까운 돈을 들여 매매한 것이 알려지면서 둘 관계를 주목했다. 홍 회장은 억울하다는 입장이었다.

홍 회장은 지난 21일 <세계일보>를 통해 “(박 전 대통령의 자택을) 순수한 마음으로 사들였는데, 생각지도 못한 부담스러운 말들이 들려와 매우 곤혹스럽다”고 해명했다.

박근혜 삼성동 자택 매입 ‘둘 관계는?’
공시지가 27억원…68억원에 사들여 뒷말 

이어 “오래 전부터 강남 주택집으로 이사를 가려 했는데 집값이 너무 비싸 기회를 보고 있었다”며 “때마침 부동산업을 하는 지인이 박 전 대통령의 삼성동 주택이 급매에 나왔다고 매입을 권유해 (가격이 괜찮은 거 같아) 구매를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홍 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남동생인 박지만 EG회장과의 관계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홍 회장과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박 회장이 삼성동 저택 거래에 나선 것 아니냐는 것이다.
 

홍 회장은 “박 회장과 친분이 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며 소문을 일축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둘 사이에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홍 회장과 박 전 대통령의 인연은 삼성동 자택 외에도 박 전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학교서도 엿보인다.


홍 회장은 2015년 서강대서 명예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2010년에 이미 명예박사를 받았다. 홍 회장의 박사학위 수여 역시 매끄럽지 못했다. 수여식 당일 마리오아울렛 노조 및 서강대 학생들은 임금체불 논란이 있는 그의 자질을 거론하며 기습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시위 과정서 경찰이 투입돼 몸싸움으로 번지는 상황까지 발생하자 학생들이 충격을 받기도 했다. 2000년대 이후 대학 캠퍼스에 경찰이 진입하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간 서강대 명예박사를 받은 인사는 화려했다. 1974년 김수환 추기경을 시작으로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과 조중건 대한항공 고문,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등이 명예박사에 이름을 올렸다.

홍 회장과 서강대의 인연은 또 있다. 지난해 ‘남덕우 경제관’이라는 건물에 30억원을 기부하면서 간접적인 인연이 드러나기도 했다. 고 남덕우 국무총리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부총리 겸 경제기획원 장관을 지냈고,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 캠프에 경제 관련 조력을 아끼지 않았다.

이에 대해 홍 회장은 “나도 서강대 경제 대학원을 나왔고 아들도 같은 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며 “후배를 위한 마음으로 기부했다”고 말한 바 있다.

오래된 사저
비싸게 왜?

그의 역대 대통령과 인연은 박 전 대통령뿐만이 아니다. 홍 회장이 과거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의 부동산 매입에 나선 사실이 알려지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홍 회장은 지난 2015년 12월 전 전 대통령의 장남 전재국씨 명의의 테마파크를 118억원에 샀다. 해당 테마파크는 경기 연천군 임진강변에 위치한 국내 최대 허브농장 ‘허브빌리지’다. 허브빌리지는 5만7000m²(1만7242평)의 터에 허브 식물 농장과 야외 수영장, 이탈리안 레스토랑, 숙박 시설, 찜질방 등이 갖춰진 테마파크다.
 

당시 검찰은 전 전 대통령 일가의 미납 추징금 환수를 위해 허브빌리지 매각을 추진해왔다. 2013년 11월부터 진행된 매각 시도는 4차례 유찰 끝에 홍 회장에게 팔았다. 최초 감정가가 250억원이란 점에서 홍 회장이 비교적 저렴하게 테마파크를 매입했다는 평가가 가능하지만 이 곳 비밀 창고서 대형 불상과 고가의 미술품이 발견돼 논란이 된 곳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홍 회장은 “평소 정원 가꾸기 등 정원 문화에 관심이 많았고 허브빌리지의 입지 여건이 좋다고 판단해 인수를 하게 됐다”고 말했다.

홍 회장과 역대 대통령과의 묘한 인연은 또 있다. 지난 26일 <시사저널>에 따르면 홍 회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선물을 받았다. 홍 회장 측은 의례적으로 받은 선물이었을 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이따른 정권과의 관계로 뒷말이 나왔다.

실제 지난 2014년엔 국정감사에서 홍 회장이 유력 인사들에게 선물을 돌린 명단이 담긴 문서가 확인되면서 큰 논란이 되기도 했다. 선물의 목적에 대가성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박근혜 나온
서강대서 망신 

이 가운데에는 이명박 라인으로 분류되는 인사도 있었다. <시사저널> 보도에 따르면 홍 회장이 2007, 2008, 2009년 지인에게 보낸 선물 리스트가 담긴 문건이 유출됐다. 문건에는 다양한 정재계 인사들이 담겼다.

이명박 라인으로 분류되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과 이만의 전 환경부장관 등이 포함됐다. 문제는 선물을 보낸 시기가 이명박정권 초기였다는 점이다. 실제 원 전 국정원장과 이만의 환경부장관의 경우 40만원 상당의 영전 축하 와인 꽃바구니를 선물하면서 대가성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홍 회장 측은 이들에게 보낸 선물은 50만원 미만으로 큰 의미가 없다는 입장이었지만 이들 외에 홍 회장이 선물을 보낸 정재계 인사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의혹의 시선이 불가피해 보인다.

2008년, 2009년 명단에 포함된 인사는 총 800명이다. 한 변호사의 경우 지방법원장 시절 170만원 상당의 쇼핑 비용을 지원 받기도 했다. 홍 회장은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서 “고향 선후배나 최고경영자 과정서 만난 지인에게 보내는 선물”이라며 의미를 축소했다.
 

그러나 그는 광범위하게 정재계 인사들에게 선물을 보내 화려한 인맥 구축에 공을 들인 것 아니냐는 의혹을 피하기 힘들게 됐다.


대가성 논란 역시 완전히 해소되긴 힘들어 보인다. 전순옥 의원이 2014년 국정감사 당시 공개한 선물리스트에 따르면 마리오아울렛은 국회의원, 지자체, 언론사, 공공기관, 학계 등의 인사들을 S(특)급, A, B, C급 등으로 분류했다. S급에게는 주로 25만∼30만원 상당의 선물을 보냈다.

대상 인사는 국회의원이나 기관장이 많았다. A급에겐 22만원 상당, B급에겐 15만원 상당의 선물세트를 보냈다. C∼D급은 8만∼10만원 선에서 선물을 보냈다. 한 번에 800여명에게 선물을 보낸 것을 감안하면 때마다 수억원이 소요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선물리스트를 살펴보면 원 전 국정원장, 이 전 장관 외에도 한덕수 전 국무총리, 한상률 전 국세청장, 이완구 전 국무총리, 박영렬 전 검사장, 신동승 전 기획조정실장, 이규철 춘천지법 원주지원 전 지원장 정관계의 인사가 다수 포함돼있다.

이들 중 대다수는 모르는 일이라고 답했으나 일부는 친분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상률 전 청장의 부인은 “힘들다. 더는 괴롭히지 말아달라”고 하소연한 경우도 있다.

과거 정권 화려한 인맥
선물리스트 유출 ‘발칵’ 

홍 회장은 매년 추석과 설날마다 이들에게 선물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홍 회장이 유력인사들에게 선물을 보낸 시기의 일부분이 한국산업단지공단과 법정시비로 치열했던 시기였다. 해석에 따라서는 대가성 의혹을 제기할 수도 있는 대목이다.

홍 회장은 “추석·설 명절 선물리스트는 로비성이 아니라 지인들에게 성의를 보인 것”이라고 해명했다. 당시만 해도 부정청탁방지법인 김영란 법이 시행되기 전이라 논란 속에서도 큰 게이트로 번지지 않았지만 도덕적인 논란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결과적으로 홍 회장은 광범위한 선물리스트 문서가 유출되면서 화려한 인맥을 드러냈다. 일각에선 홍 회장이 화려한 인맥을 구축하기 위해 선물을 적극 활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제 홍 회장에 선물을 받은 인사 가운데 일부는 선물을 다시 돌려보내기도 했다.
 

이는 친하지 않은 인사에게 선물을 했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즉, 친분이 없는 상태서 친분을 쌓으려는 의도로 선물을 뿌렸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여기에 대가성까지 입증되면 논란이 확대될 여지가 있다.

홍 회장 측이 선물을 거절한 인사를 따로 정리한 목록을 보면 산업단지를 관리하는 구청 공무원이나 경찰서장, 국정원 직원도 있다. 홍 회장은 2007년부터 소송을 진행 중이던 한국산업단지공단 박봉규 전 이사장에게 선물을 보냈다가 거절당했다.

당시 수취 거절을 한 한 인사는 <시사저널>과 인터뷰서 “사업 문제로 법적 다툼을 벌이던 마리오아울렛서 매년 선물을 보내와 당혹스러웠다. 수취 거절을 하고 돌려보낸 기억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해관계로 볼 여지가 있는 인사한테까지 선물을 보낸 정황도 문건에 담겼다. 문건에 박영렬 전 남부지검 검사장, 한인수 전 금천구청장, 정준영 전 금천세무서장, 하석균 전 구로소방서장 등이 포함된 것이다. 심지어 선물리스트에는 이명박 대통령까지 포함돼있어 전방위 로비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홍 회장 측은 이 전 대통령의 경우 명단에 포함됐을 뿐 선물을 보내지 않았고 그 외 다른 인사의 경우 친분에 따른 선물일 뿐 대가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전두환과도
기묘한 인연 

과거 선물리스트로 로비 논란이 일었던 홍 회장이라 삼성동 저택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더욱 높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세간의 관심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지만 그의 화려한 인맥에 대한 관심은 현재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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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