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31) 위기

  • 황천우 작가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5.02 09:24:22
  • 호수 1112호
  • 댓글 0개

사면초가에 빠진 신라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임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춘추가 고개 숙여 답례하고 잔을 비워냈다.

“이 잔도 받으시지요. 공을 만난 일을 내 죽을 때까지 잊지 않고 기억하리다.”

연개소문이 자신의 잔을 비우고 춘추에게 건네자 이번에도 공손한 자세로 비워냈다.

연거푸 잔을 비운 춘추가 보장왕에 이어 연개소문의 잔을 채웠다.

“그런데 신라의 귀하신 공께서 어쩐 일로 이 고구려까지 오셨소?”


원군 요청

순간 춘추가 당황한 듯한 표정으로 연개소문을 바라보았다.

고구려의 막리지가 자신이 입국한 이유를 여러 날이 지나도록 모르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은 듯했다.

그런 춘추의 모습을 보장왕이 은은하게 웃으며 바라보았다.

“막리지 대감은 지금 천리장성 축조로 변방에 기거하는 중이라 작금의 사정을 잘 모르고 있습니다. 신라에서 귀한 분이 오셨다고 내 특별히 불렀으니 미처 자세한 내막을 파악할 겨를이 없었을 것입니다.”

보장왕의 설명에 그제야 이해된 듯 춘추의 표정이 편안해졌다.

“이 자리에서 그 연유를 물어도 되겠소이까?”


연개소문이 은근한 표정을 지었다.

“당연한 말씀입니다.”

답은 시원하게 했지만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왜요, 자리가 편치 않습니까?”

“어디서부터 말씀드려야 할지 난감하여 그럽니다.”

“우리 일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나라 밖 사정을 미처 헤아릴 겨를이 없었소. 그러니 수고스럽겠지만 배움을 주신다는 차원에서 부탁드리오.”

춘추가 잠시 보장왕을 바라보았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 신라의 원수를 갚아 주십사하는 이유로 찾아뵈었습니다.”

“신라의 원수요?”

“얼마 전 백제의 기습공격으로 상당히 곤혹스런 일을 당했습니다. 아울러 그 과정에 수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자신의 딸과 사위의 죽음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백제가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연개소문이 가볍게 혀를 차며 보장왕을 바라보았다.

“전왕이 보위에 있을 때 발생한 일이지요.”

“허허, 어떻게 그런 일이. 한동안 평화롭게 지내지 않았습니까?”

보장왕의 설명에 연개소문이 눈을 게슴츠레 뜨고 춘추를 바라보았다.

“물론 한동안 평화롭게 지냈습니다. 하지만 새로 보위에 오른 의자왕이 지난 시절에 있었던 관산성 전투의 패배를 설욕한다는 구실 하에 기습공격을 감행하는 바람에 그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습니다.”


“그런 연유로 고구려에 원군을 요청하러 오신 게고요.”

답을 한 연개소문이 그제야 일의 자초지종을 알겠다는 듯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저 송구스러울 뿐입니다.”

“아닙니다. 어려운 일이 있으면 당연히 서로 돕고 살아야지요. 그러니 너무 심려 마십시오.”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춘추가 표정을 밝게 하고 가볍게 고개 숙였다.

“그런 경우 신라는 우리에게 무엇으로 보답하겠습니까?”

연개소문의 예상치 않은 발언에 춘추의 어깨가 순간적으로 움찔거렸다.

“당연히 보답해야지요. 하지만 현재로서는 달리 방도나 여력이 없어 이렇게 염치불구하고 빈손으로 도움을 청하러 왔습니다.”

연개소문 찾아간 춘추…군대 동원 요청
거래 제안한 연개소문…신라의 선택은?

“그래요?”

마치 이해하기 힘들다는 표정으로 보장왕을 바라보았다.

“그래서 짐도 여태 결정내리지 못하고 막리지 대감께서 오실 때까지 차일피일 미루고 있었다오.”

연개소문이 고개 돌려 뚫어져라 춘추를 주시했다. 그 모습에 춘추를 위시하여 훈신 등 사절 일행의 표정이 곤혹스럽게 변해갔다.

“이보시오, 춘추 공. 정녕 그러합니까?”

“훗날 반드시 보답하겠습니다. 제 목숨을 걸고 약속드리겠습니다.”

연개소문이 자신의 잔을 채워 단숨에 비워내고 길게 여운을 남겼다.

“내 공에게 제안해도 되겠소?”

“말씀하시지요.”

“과거의 정리로 보아 귀국의 곤란함을 우리가 마냥 모른 체할 수는 없소. 오래전에 광개토대왕께서 물심양면으로 귀국을 도와주었듯이 말이오. 그러나 작금의 경우는 그때와 다르오.”

“다르다 하심은?”

“당시는 왜놈들의 침입이었기에 같은 민족으로서 아무 조건 없이 도와줄 수 있었소. 그러나 지금은 이민족이 아니라 우리 민족인 백제와의 분쟁에 관한 일이오.”

너무나 합당한 말인지라 춘추가 답을 하지 못했다.

“아울러 지금 고구려는 당나라와 일전을 불사하려 하오.”

말을 잠시 멈추고 보장왕을 바라보자 고개를 끄덕였다.

“하여 내 공에게 두 가지 제안을 하렵니다.”

“말씀하시지요.”

“하나는 당나라와의 관계를 끊어달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백제와의 공정성을 기하기 위해 귀국의 진흥왕이 탈취한 마목현과 죽령을 돌려달라는 주문입니다.”

연개소문의 말이 끝나자 김춘추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공의 우국충정을 모르는 바 아니오. 그러나 우리의 적국인 당나라에 조공을 바치며 우호 관계를 유지하면서, 또 귀국이 백제에 당한 쓰라림을 회복하고자 하면서 우리에게 빼앗아간 영토를 돌려주지 않는다면 우리가 무슨 명분으로 귀국을 도울 수 있겠소.”

보장왕이 은근한 투로 덧붙였다.

“물론 둘 다 받아들여주면 좋겠소. 그러나 최소한의 성의를 표한다는 차원에서 한 가지라도 받아들여 주시오. 그러면 고구려는 기꺼이 신라를 돕겠소.”

교착상태

연개소문이 다시 말을 잇자 춘추뿐 아니라 신라 사절단의 표정이 그야말로 가관이었다.

앞으로 나아가지도 뒤로 물러나지도 못하는 교착상태에 빠져 서로의 얼굴만 벌레 씹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잠시 침묵이 흐르는 사이 한 궁인이 연개소문에게 다가와 귀엣말로 속삭였다.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연개소문이 보장왕과 주변 사람들에게 잠시 자리를 물려야겠다며 양해를 구했다.

연개소문이 밖으로 나오자 선도해가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측간에나 들렀다 들어가겠소.”

“그러시지요, 대감. 그러면 저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다음 호에 계속>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메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메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