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정국> 집 나간 총수들 막전막후

회장님 투표는 하시나요?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재벌 총수들의 근황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대선 결과는 총수들 신변에 중차대한 변화를 불러올 만한 사안인 만큼 정치권 이슈와 맞물려 골머리를 앓는 총수들의 모습이 곳곳에서 포착된다. 반대로 정치판과 상관없이 본업에 매달리는 총수의 모습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죗값을 치르는 통에 경영에 매진하지 못하거나 건강 논란에 시달리는 사례도 눈에 띈다.

대기업 총수들의 최근 동향은 대선 판국과 밀접히 연관돼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과 맞물려 치러지는 조기 대선의 결과에 따라 향후 대기업에 대한 전방위 압박도 생각해봄직하다. 대기업 총수들은 정치권과 밀착 여부에 따라 각기 다른 행보를 나타내고 있다.

정치권 후폭풍에
긴장하는 총수들

몇몇 총수들은 최순실 게이트의 늪에서 여전히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6일 국회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규명’ 특별위원회 제1차 청문회는 재벌 총수 9명이 증인으로 출석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13시간 넘게 진행된 청문회에 모습을 드러낸 총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전국경제인연합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등이었다.

이들 가운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전혀 다른 상황에 직면했다. 최근 검찰이 신 회장에게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한 반면 최 회장에게는 뇌물 혐의를 적용하지 않으면서 두 사람의 희비가 극명히 엇갈린 것이다. 그간 둘의 이름이 함께 오르내렸던 점을 감안하면 다소 이례적이다.


신 회장에게는 롯데그룹이 추가로 냈다가 돌려받은 70억원과 관련해 뇌물공여 혐의가 적용됐다. 지난해 3월 신 회장이 박 전 대통령을 독대했을 때 잠실 월드타워 면세점 특허사업자 갱신 심사에서 탈락했던 롯데그룹이 면세점 영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청탁을 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불구속으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구속을 피했다는 건 다행이지만 기소 처분을 받았기 때문에 기존에 진행 중인 재판과 더불어 2건의 재판에 출두하려면 주기적으로 법정에 서야 한다. 여기에 뇌물공여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경우 법정 구속 가능성을 따져봐야 한다.

닮은 듯 다른 제각각 행보들
마치 짠듯 속속 해외행 준비

반대로 최 회장은 혐의를 벗고 ‘강요’의 피해자로 남았다. 지원액수를 두고 이견을 보이다 아예 돈을 건네지 않았던 SK그룹의 마지막 선택이 신의 한수가 됐다. ‘청탁 이후 대가를 원했다면 왜 추가 지원 요구를 거절했겠느냐’는 최 회장과 SK그룹의 논리는 검찰의 수사 결과에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무혐의 처분을 받은 최 회장은 그동안 미뤄뒀던 ‘글로벌 사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그간 출국금지에 걸려 실행하지 못했던 해외 출장에 본격적으로 나설 예정이다. 주요 계열사 최고 경영자(CEO)가 참여하는 ‘확대경영회의’를 열어 현안을 점검하고 해외 사업 파트너들을 줄줄이 만난다는 계획이다.
 

당장 일본 도시바 반도체 사업 인수를 위해 미국 출장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재무적·전략적 투자자들을 물색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상하이세코 지분 50% 인수를 추진 중인 SK종합화학은 협상 막바지에 최 회장의 역할을 기대하고 사우디아라비아 넥슬렌 합작공장 건설도 최 회장이 직접 챙기는 사업이다.

극명 구별되는
해외 경영행보


경영 일선에서 그룹을 진두지휘해야 할 대기업 1·2위 오너 3세들도 최근 근황이 극명히 갈린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해외 현장경영을 강화하는 반면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공판 진행 등 기약없는 나락으로 떨어진 모습이다.

판매동력 강화를 위해 올초부터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정 부회장은 최근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달 초 정 부회장은 미국 출장길에 올랐다. 미국 출장은 올해만 벌써 3번째다. 앞서 지난 1월에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를 찾아 시장 트렌드를 감지했고 2월 중순에는 LA ‘제네시스 오픈’에 참석했다.

반면 이 부회장은 뇌물공여 등 혐의로 지난 2월 구속되면서 경영 행보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이 부회장은 매년 3분의 1 이상을 해외 주요 고객사들을 만나는데 시간을 보내는 등 해외 출장이 유독 잦은 총수였다는 점에서 출국금지 여파가 더욱 큰 상황이다.

이탈리아 자동차그룹 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FCA) 지주회사인 엑소르(Exor)의 이사진서 빠졌다. 엑소르의 주요 계열사인 피아트는 마세라티 등 고급차 브랜드를 보유한 글로벌 브랜드다. 이 부회장은 2012년 5월부터 5년 가까이 엑소르 사외이사를 맡아왔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인한 출국금지로 지난해 11월 엑소르 이사회에 불참했다. 이어 올해 2월 전격 구속 수감되면서 지난 5일 열린 이사회에도 참석하지 못했다. 

삼성그룹에는 초유의 사태지만 총수 구속 사례는 빈번히 발생했다. 하지만 근래에 징역형을 받은 사례는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 회장과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에 불과했다.

감옥서 두문불출
퍼진 건강이상설

지난해 11월 대법원은 횡령과 상습도박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장 회장에게 징역 3년6개월에 추징금 14억1000여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장 회장은 2005년 8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비자금 88억5000여만원을 해외도박자금과 개인채무를 갚는 데 쓴 혐의로 구속기소 된 터라 비난 여론이 높았다. 현재 동국제강은 장 회장의 동생인 장세욱 부회장이 진두지휘하고 있다.

사기성 기업어음(CP)과 회사채 발행으로 일반 투자자 4만여명에게 1조3000억원대 피해를 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 전 회장은 2015년 10월 징역 7년형이 확정됐다. 해당 CP를 다른 계열사에 넘겨 부당지원한 것으로 나타나 횡령·배임 혐의도 받았다.

최근 만기 출소한 총수는 지난해 10월 자유의 몸이 된 구본상 전 LIG넥스원 부회장이 있다. 올해 2월에는 구 전 부회장의 동생인 구본엽 전 LIG건설 부사장도 출소했다. 이들 형제의 경영 재참여에는 제약이 걸려 있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취업제한 규정에 따라 향후 5년 동안 LIG그룹의 등기임원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이들이 물밑에서 다시 경영에 참여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실제 구 전 부회장은 지난 1월9일 ‘LIG넥스원 임직원 참배식’에 참석해 사업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호진 전 태광산업 회장은 지난 21일 열린 파기환송심서 징역 3년6개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건강상태를 고려해 법정구속은 면했다. 무자료 거래와 회계 부정처리, 임금 허위지급 등의 방법을 동원해 회삿돈 400억여원을 횡령하고 그룹에 975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2011년 구속기소됐다.


이후 그는 1심서 징역 4년6개월에 벌금 20억원, 2심서 징역 4년6개월에 벌금 10억원을 선고 받았다. 그러나 간암으로 건강이 악화돼 2012년 6월 보석으로 풀려나 집과 지정된 병원을 오가며 생활 중이었다. 

하나같이 출장 핑계 대고 외유 
몇몇은 감옥·병원서 두문불출

정치권 혹은 개인적인 차원의 비리 혐의가 아니라 건강 문제로 궁금증을 자아내는 총수들도 눈에 띈다. 몇몇은 경영복귀를 서두르면 건강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킨 반면 여전히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총수들도 더러 보인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건강이 호전돼 올해 상반기 중 경영일선에 복귀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에서 유전병인 샤르코마리투스병(CMT) 치료를 받고 있는 이 회장의 건강상태는 정상의 60∼70% 수준까지 나아진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검찰이 이 회장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하면서 경영복귀에 따른 부담도 한결 줄었다. 재계에서는 대통령선거 직후 또는 늦어도 상반기 내에는 이 부회장이 귀국해 직접 경영을 챙길 것으로 보고 있다.

2013년 조세포탈·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됐던 이 회장은 지난해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풀려난 뒤 건강 회복에 집중하면서 경영 복귀를 준비했다. 최근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위기를 맞았지만 검찰이 무혐의로 결론을 내면서 불확실성이 씻어냈다.


어수선한 분위기
복귀 준비 시동

이렇듯 재벌기업 총수들의 근황이 제각각인 가운데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은 대선 후보들을 만나며 기업의 입장을 전달하는 데 분주한 모습이다.

특히 반기업 정서 확대에 대한 경제계의 우려를 전달했다. 박 회장이 경제전도사를 자칭하는 건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입지 축소 탓이다. 전경련은 최순실 게이트에 연루되면서 대표성을 잃고 주요 그룹 탈퇴가 이어진 끝에 최근 조직·예산 40% 감축 등 혁신안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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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