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정국> 쏟아지는 여론조사 ‘제대로’ 보는 법

‘지지율’ 보이는 대로 다 믿지 마세요!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그야말로 여론조사의 시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조성된 조기 대선 국면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숫자 놀음’이 한창이다. 언론을 통해 보도된 지지율에 민심도 요동치기 마련. 선거를 예측하는 도구서 어느새 선거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한 여론조사. 범람하고 있는 여론조사 물결 속에서 ‘진짜’를 가릴 수 있는 방법을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오는 5월9일이면 19대 대통령이 결정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되면서 60일 안에 차기 대통령을 선출해야 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국민들은 물론 정치권조차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하는 상황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여론조사의 범람. 쏟아지는 여론조사의 향연은 대선후보를 경마장의 경주마로 만들었다.

쏟아지는 조사
후보들은 민감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여론조사 전문기관 A사의 B대표는 “웬만한 공약보다 여론조사의 영향력이 더 크다”며 “후보 캠프서 여론조사 결과에 민감한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공약보다 언론에 보도된 여론조사 결과가 훨씬 더 파괴력이 있다는 주장이다. 지지율에 따라 지지자들의 마음은 물론 캠프 관계자들까지 긴장한다.

최근에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수직상승하면서 독주 체제였던 대선구도가 양강 체제로 바뀌었다. 일부 조사에선 안 후보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넘어서면서 다 결정된 듯 보였던 대선판을 뒤흔들고 있다. 멀찌감치 타 후보들을 앞서 나갔던 문 후보 측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쫓아가는 입장인 안 후보 측은 고무된 모습을 보였다.

여론조사를 두고 문·안 후보 양측의 기 싸움이 시작된 건 지난 3일 <내일신문>의 보도가 발표되면서 부터였다. <내일신문>에 따르면 문·안 후보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간 5자 가상대결서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줄고, 문·안 양자 가상대결에선 안 후보가 앞섰다.


조기 대선 국면에 접어든 이후 처음으로 안 후보가 양자대결서 문 후보를 이긴다는 결과가 발표되면서 정치적 파장이 일었다.

가상의 양자대결이지만 처음으로 우위를 빼앗긴 문 후보 측은 <내일신문>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질소 포장 과자” “의도가 불순하다” “신빙성이 떨어진다” 등의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조사를 의뢰하는 등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내일신문> 측은 “더문캠이 문제 삼은 이번 조사는 특정 시점과 주제를 염두에 둔 특별조사가 아니라 매달 초 진행한 정례조사”라며 “수년째 조사방식이 그대로인데 자신들에게 불리한 결과가 나왔다는 이유로 공정성을 깎아내리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태도”라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문 후보 측이 <내일신문> 여론조사를 두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제시한 근거는 조사방법과 시기 등이다. 박광온 수석대변인은 “(<내일신문>조사는) 여론조사의 기본인 무선전화 조사는 아예 없었다”며 “유선전화(40%)와 인터넷(모바일 활용 웹조사 60%)으로 단 하루 동안 조사가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성·연령·지역별 조사대상의 대표성도 취약했다. 조사가 이뤄진 4월2일은 전날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경기지역 경선서 압승해 언론노출이 극대화된 날”이라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조사 대상을 선정하는 방식이나 조사일 등이 특정 후보에게 지나치게 유리했다는 설명이다.

박 대변인이 지적한 것처럼 여론조사의 신뢰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무궁무진하다. 그 중에서도 최근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이 바로 유·무선 비율이다. 조사를 진행할 때 유선전화와 무선전화 이용자 비율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가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떠올랐다.

리서치 1등이 진짜 1등?
일부는 ‘숫자 장난’도


여론조사의 신뢰도 문제는 선거 때마다 불거지는 해묵은 주제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여론조사 전문기관들은 정확한 조사 방식을 찾기 위해 골머리를 앓았다. B대표는 “처음에는 집 전화(KT) 이용자를 대상으로 조사가 이뤄졌지만 신뢰도가 너무 낮아 유선 RDD(Random Digit Dialing, 무작위 전화걸기) 방식을 사용했다”며 “그마저도 결과를 맞히지 못하자 이제는 무선전화를 섞고 있다”고 말했다.

장덕현 한국갤럽 부장은 “무선 비율이 마냥 높다고 정확한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최근 여론조사 관련 기사를 보면 ‘무선 100%가 아니기 때문에 믿을 수 없다’는 댓글이 종종 있는데 장 부장은 “무선 비율을 100%로 할 경우 고령층, 여성, 주부의 표본을 잡아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B대표 역시 “우리 회사에선 유선과 무선의 비율을 25대 75 정도로 잡고 있다”며 “그 근거는 실제 집에서 유선전화를 사용하는 비율”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유·무선 비율을 어떻게 배합하느냐에 따라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결과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9일과 10일 양일간 보도된 7종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다자구도 기준으로 문 후보가 앞선 조사는 4종, 안 후보가 앞선 조사는 2종이었다. 하나는 문·안 후보의 지지율이 같았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유‧무선 조합 비율에 따라 결과가 널을 뛰었다.
 

다자구도서 안 후보의 지지율이 문 후보와 같거나 앞선 3개 조사를 보면 유선 비율이 모두 40% 이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안 후보(34.4%)가 문 후보(32.2%)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선 칸타퍼블릭(<조선일보>) 조사에선 유선과 무선 비율이 44.9대 55.1이었다.

유선과 무선 비율을 4대6 비율로 섞어 조사한 코리아리서치(KBS·연합뉴스) 결과 역시 안 후보(36.8%)가 문 후보(32.7%)에 앞섰다. 문·안 후보가 나란히 37.7%를 기록한 리서치플러스(<한겨레신문>)의 조사에선 유선 비율이 54%, 무선 비율이 46%였다.

유·무선에 따라
결과 천차만별

반면 무선 비율이 높은 조사에선 문 후보가 강세를 보였다. 유선 23.5%, 무선 76.5% 비율인 한국리서치(<한국일보>) 조사에서 문 후보는 37.7%로 안 후보(37.0%)에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유선과 무선의 비율이 19대81인 KSOI(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는 문 후보(41.8%)가 안 후보(37.9%)보다 높게 나타났다.

유선 14%, 무선 86%로 조사한 리서치앤리서치(MBC·<한국경제>)는 문 후보 35.2%, 안 후보 34.5% 결과였다. 무선 비율이 90%로 가장 높았던 리얼미터 조사에선 문 후보가 42.6%를 기록, 안 후보(37.2%)에 가장 우세한 결과가 나왔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유·무선 비율을 두고 “최적의 비율을 정하긴 어렵다”(장덕현 부장) “여론조사 기관마다 천차만별”(A사 B대표) 등 정답이 없다는 입장이다.

장 부장은 “표본의 대표성만 제대로 확보된다면 유·무선 비율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다시 말해 유·무선 비율이 5대5라 할지라도 표본만 잘 뽑으면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며 “누구든지 표본이 될 확률이 같아야 한다. 어떤 조건 때문에 누군가의 응답 확률이 낮아진다고 하면 대표성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다만 “조사 방식에 있어서 유·무선을 혼합한 RDD 방식을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표본 대표성이 중요
경마식 보도 대응해
비판적 시각 길러야


응답률도 유심히 봐야 할 부분이다. 여론조사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ARS(자동응답시스템) 방식이 등장했다. ARS조사는 사람이 직접 전화를 걸어 조사하는 전화면접 방식과 비교해 시간과 비용이 덜 든다는 장점이 있다. ARS조사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문제 삼는 부분은 낮은 응답률이다. 누리꾼은 지나치게 낮은 응답률의 조사를 신뢰할 수 있는가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인다.

응답률을 두고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ARS조사방식을 사용하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C사의 D대표는 “낮은 응답률은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D대표 역시 ‘표본의 대표성’을 거론했는데, 다시 말해 표본만 정확하다면 응답률이 높고 낮은 것은 신뢰도에 큰 영향이 없다고 주장했다.

여론조사가 일정 수준의 표본을 가지고 민심을 예측하는 방법인 만큼 얼마나 응답하는지보다는 조사기관서 뽑은 표본이 얼마나 민심을 대변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전화면접 방식을 사용하는 장 부장의 입장은 다르다. 현재 수준서 응답률이 최소 10%서 15% 이상 나오는 조사의 신뢰도가 높다는 생각이다. ARS조사는 적극적 응답층만 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양 극단의 생각을 가진 지지층만 조사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ARS조사의 응답률이 2~3%에 머무는 만큼 정치에 관심이 정말 많거나 특정 후보를 열렬히 지지하는 사람의 참여 비율이 높아지면 결과가 비틀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장 부장은 “지난 대선 투표율은 75.8%로, 유권자의 4분의 3이 투표장에 나왔다. 정치에 관심이 높든 낮든 대다수의 유권자가 한 표를 행사했다는 것”이라며 “ARS조사로는 보편적인 여론을 잡아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전화면접 방식은 사람이 직접 응대하기 때문에 응답자가 정치에 대한 관심이 낮다 해도 잡아둘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일부 여론조사 전문기관은 ARS와 전화면접 방식을 혼용하기도 한다.

박시영 윈지코리아컨설팅 부대표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응답률이 낮은 것은 여론조사만의 문제는 아니고 광고성 전화나 일종의 전화 공해가 많아지면서 전화 거절률이 높아진 게 1차적 영향”이라며 “선거 시즌이 되면 여론조사가 굉장히 많이 진행되면서 그에 대한 피로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응답률이 높을수록 좋겠지만 낮은 응답률을 보완하기 위해 성‧연령‧지역 등 유권자들의 구성 비율을 맞출 수 있도록 적절히 통제하고 있다”며 “응답률이 높아서 나쁠 건 없지만 낮은 경우에도 보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응답률 낮으면
보완이 필요해

유·무선 비율이나 응답률, 조사방식 등에 있어서는 전문가별로 주장이 다르지만 ‘표본의 대표성’ 문제만큼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부분의 여론조사 기관은 성·연령·지역별 유권자 비율에 맞춰 할당조사를 진행한다.

인구학적 특성에 따라 표본 수를 정한 후 그 숫자가 채워질 때까지 조사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할당량을 채우지 못한 채 조사기간이 종료됐을 경우엔 가중치를 주는 방식으로 통계 보정에 들어간다.

여론조사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등장한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이하 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에는 언론에 공표된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이 게재돼있다. 최근 진행된 여론조사를 보면 ‘3월 말 행정자치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연령·지역별 가중치 부여’로 통계를 보정했다는 문구가 어김없이 기재돼있다.

일각에선 인구비례할당 방식으로는 정확한 정보를 얻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성·연령·지역별 투표율이 다르고 최근 선거가 세대·지역 대결 경향을 보이는 상황서 단순히 인구를 잣대로 조사를 진행하는 것은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A사 B대표는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현재 성·연령·지역별 할당 조사를 직업·소득으로까지 확장시킬 필요가 있다”며 “그보다 더 정확한 방법은 안심번호를 바탕으로 할당조사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심번호는 이용자의 휴대전화 번호가 노출되지 않도록 생성한 임의의 번호를 말한다. 기존에는 정당만 자체 조사를 위해 이동통신사에 안심번호를 요청할 수 있었지만 지난 2월 관련법이 개정되면서 공표·보도 목적의 선거 여론조사를 수행하는 기관은 가상번호를 요청해 조사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승희 여론조사심의위 주무관은 “여론을 폭넓고 고르게 대변하는 샘플을 확보하는 게 중요했는데 가상번호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안심번호 사용이 유·무선 RDD 방식보다 신뢰도가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론조사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비판적인 시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B대표에 따르면 같은 표본을 가지고도 주말, 주말+평일, 평일 등 조사요일에 따라 결과가 각각 다를 수 있다. 시간대는 말할 것도 없다. 대선 지지율을 가지고 분석하면, 평일 낮 시간 조사에서는 문 후보의 지지율이 낮게 나타난다.

문 후보를 지지하는 비율이 높은 사무직 등의 직업군에서 응답률이 낮기 때문이다. 정당지지율도 영향을 끼친다. 정당지지율이 높은 당일수록 응답률이 높고 적극적으로 답한다. ‘샤이○○○’ 이라는 숨은 표가 이 지점서 발생할 수 있다.

장 부장은 질문지 역시 중요하게 봐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질문은 앞에 다른 이슈 질문을 하지 않고 묻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슈 질문을 한 이후에 지지도 조사를 할 경우 응답이 오염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숫자만 보지 말고
고려 대상도 분석

장 부장은 “조사방법이 전혀 다른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추이나 추세를 분석하는 오류를 범하는 언론이 많다. 유·무선 비율을 두고 과장하는 경우도 있다”며 “여론조사 결과를 가지고 검증 없이 마구잡이로 인용하는 경우에도 왜곡된 정보가 전파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B대표는 “언론은 여론조사 결과만 보도하는 경향이 크다. 유권자 역시 숫자에만 관심을 갖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대선 직전까지 쏟아지는 여론조사에서 진짜를 가려내기 위해서는 스스로 정보를 취합하고 분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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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