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정국> 쏟아지는 여론조사 ‘제대로’ 보는 법

‘지지율’ 보이는 대로 다 믿지 마세요!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선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그야말로 여론조사의 시대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조성된 조기 대선 국면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숫자 놀음’이 한창이다. 언론을 통해 보도된 지지율에 민심도 요동치기 마련. 선거를 예측하는 도구서 어느새 선거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한 여론조사. 범람하고 있는 여론조사 물결 속에서 ‘진짜’를 가릴 수 있는 방법을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오는 5월9일이면 19대 대통령이 결정된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탄핵되면서 60일 안에 차기 대통령을 선출해야 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국민들은 물론 정치권조차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야 하는 상황서 가장 눈길을 끄는 건 여론조사의 범람. 쏟아지는 여론조사의 향연은 대선후보를 경마장의 경주마로 만들었다.

쏟아지는 조사
후보들은 민감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여론조사 전문기관 A사의 B대표는 “웬만한 공약보다 여론조사의 영향력이 더 크다”며 “후보 캠프서 여론조사 결과에 민감한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공약보다 언론에 보도된 여론조사 결과가 훨씬 더 파괴력이 있다는 주장이다. 지지율에 따라 지지자들의 마음은 물론 캠프 관계자들까지 긴장한다.

최근에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이 수직상승하면서 독주 체제였던 대선구도가 양강 체제로 바뀌었다. 일부 조사에선 안 후보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를 넘어서면서 다 결정된 듯 보였던 대선판을 뒤흔들고 있다. 멀찌감치 타 후보들을 앞서 나갔던 문 후보 측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고 쫓아가는 입장인 안 후보 측은 고무된 모습을 보였다.

여론조사를 두고 문·안 후보 양측의 기 싸움이 시작된 건 지난 3일 <내일신문>의 보도가 발표되면서 부터였다. <내일신문>에 따르면 문·안 후보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간 5자 가상대결서 문 후보와 안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줄고, 문·안 양자 가상대결에선 안 후보가 앞섰다.


조기 대선 국면에 접어든 이후 처음으로 안 후보가 양자대결서 문 후보를 이긴다는 결과가 발표되면서 정치적 파장이 일었다.

가상의 양자대결이지만 처음으로 우위를 빼앗긴 문 후보 측은 <내일신문>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질소 포장 과자” “의도가 불순하다” “신빙성이 떨어진다” 등의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또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조사를 의뢰하는 등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내일신문> 측은 “더문캠이 문제 삼은 이번 조사는 특정 시점과 주제를 염두에 둔 특별조사가 아니라 매달 초 진행한 정례조사”라며 “수년째 조사방식이 그대로인데 자신들에게 불리한 결과가 나왔다는 이유로 공정성을 깎아내리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태도”라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문 후보 측이 <내일신문> 여론조사를 두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제시한 근거는 조사방법과 시기 등이다. 박광온 수석대변인은 “(<내일신문>조사는) 여론조사의 기본인 무선전화 조사는 아예 없었다”며 “유선전화(40%)와 인터넷(모바일 활용 웹조사 60%)으로 단 하루 동안 조사가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이어 “성·연령·지역별 조사대상의 대표성도 취약했다. 조사가 이뤄진 4월2일은 전날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경기지역 경선서 압승해 언론노출이 극대화된 날”이라고 지적했다. 다시 말해 조사 대상을 선정하는 방식이나 조사일 등이 특정 후보에게 지나치게 유리했다는 설명이다.

박 대변인이 지적한 것처럼 여론조사의 신뢰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무궁무진하다. 그 중에서도 최근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이 바로 유·무선 비율이다. 조사를 진행할 때 유선전화와 무선전화 이용자 비율을 어떻게 정할 것인지가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떠올랐다.

리서치 1등이 진짜 1등?
일부는 ‘숫자 장난’도


여론조사의 신뢰도 문제는 선거 때마다 불거지는 해묵은 주제 중 하나다. 이 때문에 여론조사 전문기관들은 정확한 조사 방식을 찾기 위해 골머리를 앓았다. B대표는 “처음에는 집 전화(KT) 이용자를 대상으로 조사가 이뤄졌지만 신뢰도가 너무 낮아 유선 RDD(Random Digit Dialing, 무작위 전화걸기) 방식을 사용했다”며 “그마저도 결과를 맞히지 못하자 이제는 무선전화를 섞고 있다”고 말했다.

장덕현 한국갤럽 부장은 “무선 비율이 마냥 높다고 정확한 결과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최근 여론조사 관련 기사를 보면 ‘무선 100%가 아니기 때문에 믿을 수 없다’는 댓글이 종종 있는데 장 부장은 “무선 비율을 100%로 할 경우 고령층, 여성, 주부의 표본을 잡아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B대표 역시 “우리 회사에선 유선과 무선의 비율을 25대 75 정도로 잡고 있다”며 “그 근거는 실제 집에서 유선전화를 사용하는 비율”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유·무선 비율을 어떻게 배합하느냐에 따라 특정 후보에게 유리한 결과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9일과 10일 양일간 보도된 7종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다자구도 기준으로 문 후보가 앞선 조사는 4종, 안 후보가 앞선 조사는 2종이었다. 하나는 문·안 후보의 지지율이 같았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유‧무선 조합 비율에 따라 결과가 널을 뛰었다.
 

다자구도서 안 후보의 지지율이 문 후보와 같거나 앞선 3개 조사를 보면 유선 비율이 모두 40% 이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안 후보(34.4%)가 문 후보(32.2%)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선 칸타퍼블릭(<조선일보>) 조사에선 유선과 무선 비율이 44.9대 55.1이었다.

유선과 무선 비율을 4대6 비율로 섞어 조사한 코리아리서치(KBS·연합뉴스) 결과 역시 안 후보(36.8%)가 문 후보(32.7%)에 앞섰다. 문·안 후보가 나란히 37.7%를 기록한 리서치플러스(<한겨레신문>)의 조사에선 유선 비율이 54%, 무선 비율이 46%였다.

유·무선에 따라
결과 천차만별

반면 무선 비율이 높은 조사에선 문 후보가 강세를 보였다. 유선 23.5%, 무선 76.5% 비율인 한국리서치(<한국일보>) 조사에서 문 후보는 37.7%로 안 후보(37.0%)에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유선과 무선의 비율이 19대81인 KSOI(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는 문 후보(41.8%)가 안 후보(37.9%)보다 높게 나타났다.

유선 14%, 무선 86%로 조사한 리서치앤리서치(MBC·<한국경제>)는 문 후보 35.2%, 안 후보 34.5% 결과였다. 무선 비율이 90%로 가장 높았던 리얼미터 조사에선 문 후보가 42.6%를 기록, 안 후보(37.2%)에 가장 우세한 결과가 나왔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유·무선 비율을 두고 “최적의 비율을 정하긴 어렵다”(장덕현 부장) “여론조사 기관마다 천차만별”(A사 B대표) 등 정답이 없다는 입장이다.

장 부장은 “표본의 대표성만 제대로 확보된다면 유·무선 비율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다시 말해 유·무선 비율이 5대5라 할지라도 표본만 잘 뽑으면 정확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며 “누구든지 표본이 될 확률이 같아야 한다. 어떤 조건 때문에 누군가의 응답 확률이 낮아진다고 하면 대표성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다만 “조사 방식에 있어서 유·무선을 혼합한 RDD 방식을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표본 대표성이 중요
경마식 보도 대응해
비판적 시각 길러야


응답률도 유심히 봐야 할 부분이다. 여론조사가 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면서 ARS(자동응답시스템) 방식이 등장했다. ARS조사는 사람이 직접 전화를 걸어 조사하는 전화면접 방식과 비교해 시간과 비용이 덜 든다는 장점이 있다. ARS조사를 두고 많은 사람들이 문제 삼는 부분은 낮은 응답률이다. 누리꾼은 지나치게 낮은 응답률의 조사를 신뢰할 수 있는가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인다.

응답률을 두고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ARS조사방식을 사용하는 여론조사 전문기관 C사의 D대표는 “낮은 응답률은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D대표 역시 ‘표본의 대표성’을 거론했는데, 다시 말해 표본만 정확하다면 응답률이 높고 낮은 것은 신뢰도에 큰 영향이 없다고 주장했다.

여론조사가 일정 수준의 표본을 가지고 민심을 예측하는 방법인 만큼 얼마나 응답하는지보다는 조사기관서 뽑은 표본이 얼마나 민심을 대변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전화면접 방식을 사용하는 장 부장의 입장은 다르다. 현재 수준서 응답률이 최소 10%서 15% 이상 나오는 조사의 신뢰도가 높다는 생각이다. ARS조사는 적극적 응답층만 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양 극단의 생각을 가진 지지층만 조사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ARS조사의 응답률이 2~3%에 머무는 만큼 정치에 관심이 정말 많거나 특정 후보를 열렬히 지지하는 사람의 참여 비율이 높아지면 결과가 비틀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장 부장은 “지난 대선 투표율은 75.8%로, 유권자의 4분의 3이 투표장에 나왔다. 정치에 관심이 높든 낮든 대다수의 유권자가 한 표를 행사했다는 것”이라며 “ARS조사로는 보편적인 여론을 잡아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전화면접 방식은 사람이 직접 응대하기 때문에 응답자가 정치에 대한 관심이 낮다 해도 잡아둘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일부 여론조사 전문기관은 ARS와 전화면접 방식을 혼용하기도 한다.

박시영 윈지코리아컨설팅 부대표는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응답률이 낮은 것은 여론조사만의 문제는 아니고 광고성 전화나 일종의 전화 공해가 많아지면서 전화 거절률이 높아진 게 1차적 영향”이라며 “선거 시즌이 되면 여론조사가 굉장히 많이 진행되면서 그에 대한 피로감도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응답률이 높을수록 좋겠지만 낮은 응답률을 보완하기 위해 성‧연령‧지역 등 유권자들의 구성 비율을 맞출 수 있도록 적절히 통제하고 있다”며 “응답률이 높아서 나쁠 건 없지만 낮은 경우에도 보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응답률 낮으면
보완이 필요해

유·무선 비율이나 응답률, 조사방식 등에 있어서는 전문가별로 주장이 다르지만 ‘표본의 대표성’ 문제만큼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부분의 여론조사 기관은 성·연령·지역별 유권자 비율에 맞춰 할당조사를 진행한다.

인구학적 특성에 따라 표본 수를 정한 후 그 숫자가 채워질 때까지 조사를 진행하는 방식이다. 할당량을 채우지 못한 채 조사기간이 종료됐을 경우엔 가중치를 주는 방식으로 통계 보정에 들어간다.

여론조사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등장한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이하 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에는 언론에 공표된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사항이 게재돼있다. 최근 진행된 여론조사를 보면 ‘3월 말 행정자치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연령·지역별 가중치 부여’로 통계를 보정했다는 문구가 어김없이 기재돼있다.

일각에선 인구비례할당 방식으로는 정확한 정보를 얻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성·연령·지역별 투표율이 다르고 최근 선거가 세대·지역 대결 경향을 보이는 상황서 단순히 인구를 잣대로 조사를 진행하는 것은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A사 B대표는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현재 성·연령·지역별 할당 조사를 직업·소득으로까지 확장시킬 필요가 있다”며 “그보다 더 정확한 방법은 안심번호를 바탕으로 할당조사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심번호는 이용자의 휴대전화 번호가 노출되지 않도록 생성한 임의의 번호를 말한다. 기존에는 정당만 자체 조사를 위해 이동통신사에 안심번호를 요청할 수 있었지만 지난 2월 관련법이 개정되면서 공표·보도 목적의 선거 여론조사를 수행하는 기관은 가상번호를 요청해 조사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이승희 여론조사심의위 주무관은 “여론을 폭넓고 고르게 대변하는 샘플을 확보하는 게 중요했는데 가상번호가 이런 문제들을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안심번호 사용이 유·무선 RDD 방식보다 신뢰도가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론조사를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비판적인 시각’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B대표에 따르면 같은 표본을 가지고도 주말, 주말+평일, 평일 등 조사요일에 따라 결과가 각각 다를 수 있다. 시간대는 말할 것도 없다. 대선 지지율을 가지고 분석하면, 평일 낮 시간 조사에서는 문 후보의 지지율이 낮게 나타난다.

문 후보를 지지하는 비율이 높은 사무직 등의 직업군에서 응답률이 낮기 때문이다. 정당지지율도 영향을 끼친다. 정당지지율이 높은 당일수록 응답률이 높고 적극적으로 답한다. ‘샤이○○○’ 이라는 숨은 표가 이 지점서 발생할 수 있다.

장 부장은 질문지 역시 중요하게 봐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질문은 앞에 다른 이슈 질문을 하지 않고 묻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슈 질문을 한 이후에 지지도 조사를 할 경우 응답이 오염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숫자만 보지 말고
고려 대상도 분석

장 부장은 “조사방법이 전혀 다른 여론조사 결과를 두고 추이나 추세를 분석하는 오류를 범하는 언론이 많다. 유·무선 비율을 두고 과장하는 경우도 있다”며 “여론조사 결과를 가지고 검증 없이 마구잡이로 인용하는 경우에도 왜곡된 정보가 전파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B대표는 “언론은 여론조사 결과만 보도하는 경향이 크다. 유권자 역시 숫자에만 관심을 갖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대선 직전까지 쏟아지는 여론조사에서 진짜를 가려내기 위해서는 스스로 정보를 취합하고 분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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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