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와 다른’ 국선변호사의 세계

실력 없고 돈 못 번다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법조인에 대한 관심이 치솟고 있다. 검사와 변호사는 영화와 드라마의 단골 소재로 자주 등장한다. 최근에는 ‘국선변호사’를 주연으로 내세운 드라마가 높은 시청률로 종영하면서 덩달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선변호사를 선임할 수 없는 피고인의 조력자인 국선변호사. 그들을 둘러싼 오해와 진실을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보통 국선변호사라고 하면 사선변호사의 반대되는 개념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영역이 딱 잘라 나뉜 것은 아니다. 사선변호사로 활동하며 법원서 배당하는 국선 사건을 매달 1∼2건씩 건별로 맡는 ‘국선전속변호사’가 있고, 국선 사건만 전담으로 하는 ‘국선전담변호사’가 따로 있다. 올해부터는 구속된 피의자의 수사 단계부터 1심까지 변호서비스를 제공하는 원스톱 국선전담 변호제도가 시행돼 일종의 ‘국선반전담변호사’도 생겼다.

우리나라 헌법 제12조 제4항에는 누구든지 체포 또는 구속을 당한 때에는 즉시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명시돼있다. 형사피고인이 스스로 변호인을 구할 수 없을 때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국가가 변호인을 붙인다는 단서 조항도 있다. 통상적으로 사선변호사를 선임할 여력이 없는 피고인의 경우 국선변호사가 변호를 맡는 사례가 많다.

매달 1∼2건씩

국선전속변호사의 경우, 사선변호사가 공익을 위해 국선 사건을 맡고 싶다고 신청하면 법원은 이들을 모아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배당해준다. 현재 사선변호사로 활동하면서 국선 사건을 매달 1∼2건씩 맡고 있는 한 변호사는 “1건당 약 30만원의 수임료를 받는다”고 말했다.

국선변호사를 둘러싼 오해는 대부분 국선전속변호사에서 파생됐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과거 국선변호사는 ‘변호를 열심히 하지 않는다’ ‘가난하다’ ‘실력이 없다’ 등 부정적인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대법원에선 국선변호사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2006년 국선전담변호사 제도를 도입했다.


법원서 국선전담변호사 모집공고를 내면 사선변호사가 경력직으로 지원하거나 사법연수원 수료생이 문을 두드린다. 임용절차를 거쳐 국선전담변호사로 채용되면 법원과 위촉관계가 된다.

지난 12일 만난 진주현 변호사의 경우 2011년 사법연수원 수료 후 인천지방법원 국선전담변호사에 위촉됐다. 국선전담변호사로 6년 차에 접어든 그는 현재 인천지방법원과 위촉 관계에 있는 변호사 14명과 함께 사무실을 꾸리고 있다. 진 변호사는 “대법원서 국선변호사에 대한 오해를 풀기 위해 국선전담변호사 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편견을 갖고 있다”고 했다.

국선변호사는 최근까지도 ‘피고인을 변호하려는 의지가 약하다’는 오해를 받아왔다. 피고인과 돈으로 엮여 있는 사선변호사와 달리 국선변호사는 그 관계서 부담이 덜하다. 이 과정서 법원의 눈치를 보며 제대로 된 변호를 하지 않는다는 말이 많았던 것.
 

진 변호사는 “변호사 개인의 문제다. 국선변호사 중에도 열정이 넘치는 사람도 있다”며 “의뢰인과 관계를 맺는 방식을 가지고 의지 문제를 논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월 600만∼800만원 고정보수
2년마다 법원과 재위촉 계약

드라마 <피고인>에 등장하는 국선변호사가 직접 사건을 수임하는 것과 달리 실제 국선전담변호사는 법원서 지정하는 형사사건만 맡을 수 있다. 매달 국선전담변호사에게 배당되는 사건은 25건 남짓으로, 동시에 진행하는 사건이 최대 100건에 육박하는 경우도 없진 않다. 이 때문에 사선변호사에 비해 수임 스트레스는 없지만 업무량이 과도하다는 지적은 꾸준히 있었다.

또 사건을 고를 수 없기에 살인, 강간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을 변호해야 하는 일도 왕왕 있다. 강력사건이 언론에 보도될 경우 피고인의 변호를 맡은 변호인을 향해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지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진 변호사는 2013년 인천 남구 용현동서 발생한 ‘인천모자살인사건’의 피고인을 변호한 경험이 있다.


해당사건은 차남이 형과 어머니를 살해한 사건으로, 피고인의 아내까지 자살로 생을 마감하면서 세간에 큰 충격을 줬다. 피고인은 1심서 사형을, 2심에선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

당시 진 변호사의 아내는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고 마음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다. 진 변호사는 “강력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일 경우 오히려 변호인이 꼭 필요하다. 중형 선고를 앞두고 변호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국선변호사는 실력이 없다’는 말에 대해서도 진 변호사는 편견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선전담변호사를 하려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경쟁률이 치솟았고, 이 때문에 실력 있는 사람이 몰리고 있다는 입장이다.

대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국선전담변호사의 모집경쟁률은 10.3대1에 달했다. 사법연수원과 로스쿨 최상위 성적 보유자들이 다수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 변호사는 “수임을 하지 않아도 되는 점, 재판에만 잘 참석한다면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점, 법무법인처럼 상하관계가 존재하지 않는 점 등 때문에 국선전담변호사를 선호하는 여성 변호사가 많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일각에선 국선전담변호사에 지원자가 몰리는 이유로 안정적인 수입을 꼽는다. 국선전담변호사는 매달 600만∼800만원의 고정적인 보수를 지급받는다. 진 변호사의 경우 사무실 운영비 50만원을 합쳐서 850만원을 받는다. 사무실 월세, 직원 월급 등이 전부 포함된 액수다. 사선변호사의 수임료가 경력이나 소속에 따라 천차만별인 것과는 반대로 나름대로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국선전담변호사는 준공무원에 가까운 신분을 유지한다고 생각하지만 끝까지 안정적인 것은 아니다. 이는 국선전담변호사를 향한 오해 중에 가장 큰 부분이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국선전담변호사는 2년마다 법원과 재위촉 계약을 맺는다. 계약은 두 번 가능하기 때문에 국선전담변호사는 6년 동안은 나름대로 신분이 보장된다.

하지만 6년을 채우면 처음부터 다시 임용 절차를 밟아야 한다. 또 여성 변호사의 경우, 출산휴가 등이 보장되지 않아 일시적으로 휴직 신청을 해야 하는 사례도 있다. 이 기간 동안 그들이 받을 수 있는 급여는 없다.

두 번의 계약 때는 중대한 결격 사유가 없는 이상 재위촉이 가능하지만 6년 후 새로 임용 절차를 밟을 때는 탈락하는 변호사 수가 많다고 한다. 탈락한 국선전담변호사는 변호사 2만명 시대 전쟁터로 뛰어들어야 하는데, 그 과정에서 무기를 제대로 장착하지 못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경쟁률 10대1

진 변호사는 “사선변호사들은 80∼90%가 민사사건을 맡기 때문에 형사사건 변호 경험이 적다. 마약, 사기, 성폭행, 강간 등 형사사건은 우리가 전문가”라면서도 “반대로 우리는 민사사건을 경험할 기회가 적다”고 토로했다. 이어 “국선전담변호사 도입 취지가 피고인들에게 안정적인 변호를 제공하기 위해서인데, 당장 변호인들의 신분 자체가 안정돼 있지 않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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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단독]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탈옥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보이스피싱 총책 ‘김미영 팀장’ 박모씨와 조직원 3명이 필리핀 현지 수용소서 탈옥한 것으로 확인됐다. 8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박씨와 함께 보이스피싱 등의 범행을 함께한 조직원 포함 총 4명은 최근 필리핀 루손섬 남동부 지방 비콜 교도소로 이감됐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후 지난 4월 말, 현지서 열린 재판에 출석한 박씨와 일당은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 수사 당국 관계자는 “박씨와 일당 3명이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서 도주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구체적인 탈출 방식 등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출신의 전직 경찰로 알려져 충격을 안겼던 바 있다. 2008년 수뢰 혐의로 해임된 그는 경찰 조직을 떠난 뒤 2011년부터 10년간 보이스피싱계의 정점으로 군림해왔다. 특히, 박씨는 조직원들에게 은행 등에서 사용하는 용어들로 구성된 대본을 작성하게 할 정도로 치밀했다. 경찰 출신인 만큼, 관련 범죄에선 전문가로 통했다는 후문이다. 박씨는 필리핀을 거점으로 지난 2012년 콜센터를 개설해 수백억원을 편취했다. 10년 가까이 지속된 그의 범죄는 2021년 10월4일에 끝이 났다. 국정원은 수년간 파악한 정보를 종합해 필리핀 현지에 파견된 경찰에 “박씨가 마닐라서 400km 떨어진 시골 마을에 거주한다”는 정보를 넘겼다. 필리핀 루손섬 비콜교도소 수감 보이스피싱 이어 마약 유통까지 검거 당시 박씨의 경호원은 모두 17명으로 총기가 허용되는 필리핀의 특성상 대부분 중무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가 위치한 곳까지 접근한 필리핀 이민국 수사관과 현지 경찰 특공대도 무장 경호원들에 맞서 중무장했다. 2023년 초까지만 해도 박씨가 곧 송환될 것이라는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박씨는 일부러 고소당하는 등의 방법으로 여죄를 만들어 한국으로 송환되지 않으려 범죄를 계획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또, 박씨는 새로운 마약왕으로 떠오르고 있는 송모씨와 함께 비콜 교도소로 이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 비쿠탄 교도소에 수감돼있는 한 제보자에 따르면 “박씨의 텔레그램방에 있는 인원이 10명이 넘는다. 대부분 보이스피싱과 마약 전과가 있는 인물들로 한국인만 있는 것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박씨는 본래 마약과는 거리가 멀었던 인물이다. 송씨와 안면을 트면서 보이스피싱보다는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빠지기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교도소 내에서 마약 사업을 이어왔다는 정황이 드러나면서 경찰 안팎에서는 “새로운 조직을 꾸리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당시 일각에서는 이들이 비콜 교도소서 탈옥을 계획 중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비쿠탄 교도소 관계자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서 약 100만페소(한화 약 2330만원) 정도면 인도네시아로 밀항이 가능하다. 비콜 지역 교도소는 비쿠탄보다 탈옥이 쉬운 곳”이라고 증언한 바 있다. 한편, 지난 7일 외교부와 주필리핀 대한민국 대사관 측은 정확한 탈출 방식이나 사건 발생 일자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고 일축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