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학교 유준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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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17.04.17 10:26:01
  • 호수 11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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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의 혁신 가능한가

얼마 전 KBO의 육성위원장으로 여전히 노익장을 과시하며 야구계의 일선을 누비고 다니는 이광환 위원장(전 LG트윈스 감독)을 만나 그와 오랜 시간 동안 야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를 만날 때마다, 필자에게는 언제나 연상되는 인물이 있는데, 그 인물은 바로 야구가 아닌 1970년대 세계 축구계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했던 '토털사커' 시스템의 리누스 미셸(1928∼2005) 전 네덜란드 축구 국가대표 감독이다.

전문화, 체계화

포지션의 파괴와 전방위적인 압박, 그리고 공간의 점유라는 개념의 토털사커 시스템은 리누스 미셸 감독에 의해 세계 축구계에 선보이기 직전이었던 1970년 멕시코 월드컵서 우승팀인 브라질 마리오 자갈로 감독이 선보였다.

공격수 4명을 최전방에 위치하게 하는 4-2-4의 극단적인 공격전술로 상대하는 모든 팀들을 초토화시키며 월드컵 사상 최초로 세 번째 우승을 차지, ‘줄리메컵’을 영구 보존하는 영광을 안았다. 당시 브라질의 대표적인 스타들이 바로 펠레와 자일징요, 토스탕과 리베리노 등의 세계적인 선수들이었다.

무적일 것 같았던 브라질의 공격전술도 바로 4년 후 개최된 1974년의 독일월드컵서 리누스 미셸 감독이 지휘한 네덜란드 축구팀의 이른바 토털사커 시스템 앞에서 이미 낡아빠진 전술로 치부됐다.

상대하는 모든 팀들을 당황시킬 정도로 획기적인 전술시스템을 갖추고 요한 크루이프와 네스켄스 등의 천재성을 가진 선수들이 출전했던 네덜란드 대표팀은 승승장구해 결승전서 당시 베켄바워와 게르트 뮐러가 이끌었던 독일(당시는 서독) 대표팀에 아깝게 석패하고 말았다.

하지만 당시 리누스 미셸 감독이 창안하고 요한 크루이프 같은 천재 선수들이 현실서 보여줬던 토털사커 시스템은 40여년이 지난 오늘날의 현대 축구계서도 여전히 전술의 근간을 이루는 개념으로 토털사커 이전과 그 이후를 가르는 축구 전술사의 ‘혁신(Innovation)’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 야구에도 혁신의 시대가 있었다. 1994년 한국프로야구 LG 트윈스를 리그 우승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며 당시 감독이었던 이 위원장이 도입했던 이른바 ‘스타시스템’이었다.

리그 일정을 소화하는 데 필수적인 투수진의 전문화된 보직 분담, 즉 선발체제의 도입과 불펜진의 운용, 마무리 투수진의 구성 등 야구경기서 7할 이상을 차지하는 투수진의 운영시스템 도입과 함께 프로야구단의 홍보와 공보기능 강화, 피지컬 트레이닝을 도입한 선수들의 체력과 컨디션 관리의 체계화, 그에 따른 코치진의 보직 분담과 전문화, 코칭스태프간의 보고체계의 확립 등은 그 이전 우리나라 야구계에선 접해보지 않았던 획기적인 시스템의 구축이었다.

20여년 전 엘지 도입했던
자율·신바람야구 재평가

이 위원장의 스타시스템 도입 이전의 우리나라 야구는 프로야구에서도 선발투수를 경기 직전까지 공개하지 않거나 경기 시작 직전 예고되었던 선발투수를 갑자기 바꾸는 등의 꼼수까지 동원되는 치졸한 선발투수의 등판 변경이 일반화돼있었다.

투수들은 선발과 중간계투, 그리고 마무리의 분업화된 개념 없이 마구잡이로 등판하며 혹사에 시달리고 선수생명을 단축시키고 있었다. 야구선수들이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한 체력 강화를 시도하면 근육이 굳어진다는 개념 밖의 개념이 팽배해 있었다.

각 구단의 피지컬 트레이너들은 단지 선수들의 마사지를 해주는 역할 이외에 존재 의미를 부여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에 따라 1982년 도입되어 당시까지 10여년의 짧은 역사 속에서 성장해왔던 우리나라 프로야구는 아마추어 야구와 다른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한 채 점점 질적인 하락과 함께 팬들의 관심을 더 이상 끌지 못하며 쇄락의 길로 접어들고 있었다.

바로 그 시기에 1991년 LG 트윈스 감독으로 부임해 1994년 리그와 한국시리즈서 우승한 이 위원장이 도입하고 보여줬던 스타 시스템의 혁신성은 이후 우리나라 야구의 운영 개념에 대한 인식 전체를 바꾸어놨다. 국내 야구, 특히 프로야구에도 비로소 기업의 경영과 선수들의 운용에 관한 전문성이 나타나게 됐던 것이다.

투수진의 세밀한 보직 분담은 선수들은 물론, 코칭스태프들에까지도 본인들의 역할에 대한 이해를 가져오게 했다. 그러한 이해는 훈련과 컨디션 조절 과정에 있어서 세밀한 전문성을 띠게 하며 스스로의 보직에 맞는 훈련과 보강운동, 시간의 조정과 할애를 하게끔 하는 자율성을 갖추게 했다. 이광환식 ‘자율야구’의 출범이었다.

일례로, 어떠한 한 투수가 중간계투라는 보직을 부여받으면 매일같이 계속되는 경기 중에서 자신의 등판 시기를 경기 중반 이후로 미리 예상하고, 그 시기에 맞추어 워밍업과 불펜서의 투구를 본인 스스로 판단해 시작한다.

감독이나 코치들의 지시가 없어도 선수 본인이 알아서 가동 준비를 하는 것이다. 마무리투수 또한 마찬가지다. 매 경기 종반에 투입될 것을 미리 알고 있기에 등판 시기에 맞춰서 몸을 풀고 불펜서의 투구를 시작한다.

타자도 마찬가지다. 상대 팀의 선발투수와 불펜투수, 마무리투수를 미리 파악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그에 맞는 공략법을 연구해 훈련과 컨디션을 조절하며 경기를 대비한다. 이러한 훈련패턴과 경기를 준비하는 선수들의 인식 변화는 우리나라 야구의 질적인 향상과 리그운영 자체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 위원장의 혁신성은 단지 투수진의 운용이나 선수들의 훈련패턴에 대한 변화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과 부상의 방지, 부상 선수의 관리에 있어서도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했다. 바로 야구 외적인 보강운동에 대한 프로그램의 도입과 그 이전 그렇게 중요성을 인정받지 못했던 피지컬 트레이너들에 대한 중용 등이었다.

이광환의 ‘스타시스템’
획기적인 프로그램 구축

피지컬 트레이너를 코칭스태프진의 구성원으로 들어오게 해 부상방지와 부상선수 관리를 전담케 함으로써 구단의 재산으로 인식되는 선수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그들의 선수생명을 연장시킴은 물론, 선수로서의 전성기 연령대를 더욱 높임으로써 우리나라 야구의 전반적인 질적 향상과 선수층을 한층 두텁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야구의 질적인 실력 향상은 국제적으로 한국 야구의 위상을 드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한 결과는 한국프로야구서 800만 관중동원을 넘어 이제 야구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의 한 축으로 성장하게끔 하는 동력이 됐다.

선수층이 두터워진 결과 과거 30세가 넘으면 노장으로 분류되어 은퇴를 바라보던 선수들의 생명력도 연장돼 스스로 체력과 컨디션을 관리했다. 그 결과 30대에 고액의 연봉을 받거나 수십억의 FA계약을 맺는 시기로 진입하게 됐다. 선수 간의 경쟁 또한 강화하여 경기력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가 됐다.

이 모든 것이 대부분 이 위원장이 20여년 전에 도입했던 혁신서 출발했다. 아쉬운 점은 오늘날 프로야구의 각 구단들은 물론, 고등학교 야구계서도 일반적으로 실행하고 있는 이 위원장의 혁신적인 시스템에 의한 야구단 운영이 아직까지도 국내 야구계에선 그다지 큰 의미로 인식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저 ‘이광환의 자율야구’ 혹은 ‘LG 트윈스의 신바람 야구’라는 추상적인 단어로만 포장돼 그 본질에 대한 의미가 흐려지고 있다. 이는 때로 LG 트윈스 구단의 리그 성적과 관련, 때로는 냉소적인 표현으로까지 쓰이기도 한다.

선수 생명력 연장

오랜 시간 함께 담소를 나누며 야구와 자신의 야구인생을 토로하던 이 위원장의 표정에서 아직도 야구에 대한 식지 않은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야구를 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대구의 어느 시장통을 누비는 건달이 되지 않았을까, 야구가 나를 구원해주었다”는 그의 반 농담 섞인 멘트에서 필자는 그가 단지 LG트윈스의 자율과 신바람야구를 이끌며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감독이 아니라, 한국야구를 개혁하고자 했던 야구의 혁신가였다는 것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의 혁신은 지금도 한국 야구서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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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