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학교 유준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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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17.04.17 10:26:01
  • 호수 11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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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의 혁신 가능한가

얼마 전 KBO의 육성위원장으로 여전히 노익장을 과시하며 야구계의 일선을 누비고 다니는 이광환 위원장(전 LG트윈스 감독)을 만나 그와 오랜 시간 동안 야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를 만날 때마다, 필자에게는 언제나 연상되는 인물이 있는데, 그 인물은 바로 야구가 아닌 1970년대 세계 축구계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했던 '토털사커' 시스템의 리누스 미셸(1928∼2005) 전 네덜란드 축구 국가대표 감독이다.

전문화, 체계화

포지션의 파괴와 전방위적인 압박, 그리고 공간의 점유라는 개념의 토털사커 시스템은 리누스 미셸 감독에 의해 세계 축구계에 선보이기 직전이었던 1970년 멕시코 월드컵서 우승팀인 브라질 마리오 자갈로 감독이 선보였다.

공격수 4명을 최전방에 위치하게 하는 4-2-4의 극단적인 공격전술로 상대하는 모든 팀들을 초토화시키며 월드컵 사상 최초로 세 번째 우승을 차지, ‘줄리메컵’을 영구 보존하는 영광을 안았다. 당시 브라질의 대표적인 스타들이 바로 펠레와 자일징요, 토스탕과 리베리노 등의 세계적인 선수들이었다.

무적일 것 같았던 브라질의 공격전술도 바로 4년 후 개최된 1974년의 독일월드컵서 리누스 미셸 감독이 지휘한 네덜란드 축구팀의 이른바 토털사커 시스템 앞에서 이미 낡아빠진 전술로 치부됐다.

상대하는 모든 팀들을 당황시킬 정도로 획기적인 전술시스템을 갖추고 요한 크루이프와 네스켄스 등의 천재성을 가진 선수들이 출전했던 네덜란드 대표팀은 승승장구해 결승전서 당시 베켄바워와 게르트 뮐러가 이끌었던 독일(당시는 서독) 대표팀에 아깝게 석패하고 말았다.


하지만 당시 리누스 미셸 감독이 창안하고 요한 크루이프 같은 천재 선수들이 현실서 보여줬던 토털사커 시스템은 40여년이 지난 오늘날의 현대 축구계서도 여전히 전술의 근간을 이루는 개념으로 토털사커 이전과 그 이후를 가르는 축구 전술사의 ‘혁신(Innovation)’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 야구에도 혁신의 시대가 있었다. 1994년 한국프로야구 LG 트윈스를 리그 우승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며 당시 감독이었던 이 위원장이 도입했던 이른바 ‘스타시스템’이었다.

리그 일정을 소화하는 데 필수적인 투수진의 전문화된 보직 분담, 즉 선발체제의 도입과 불펜진의 운용, 마무리 투수진의 구성 등 야구경기서 7할 이상을 차지하는 투수진의 운영시스템 도입과 함께 프로야구단의 홍보와 공보기능 강화, 피지컬 트레이닝을 도입한 선수들의 체력과 컨디션 관리의 체계화, 그에 따른 코치진의 보직 분담과 전문화, 코칭스태프간의 보고체계의 확립 등은 그 이전 우리나라 야구계에선 접해보지 않았던 획기적인 시스템의 구축이었다.

20여년 전 엘지 도입했던
자율·신바람야구 재평가

이 위원장의 스타시스템 도입 이전의 우리나라 야구는 프로야구에서도 선발투수를 경기 직전까지 공개하지 않거나 경기 시작 직전 예고되었던 선발투수를 갑자기 바꾸는 등의 꼼수까지 동원되는 치졸한 선발투수의 등판 변경이 일반화돼있었다.

투수들은 선발과 중간계투, 그리고 마무리의 분업화된 개념 없이 마구잡이로 등판하며 혹사에 시달리고 선수생명을 단축시키고 있었다. 야구선수들이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한 체력 강화를 시도하면 근육이 굳어진다는 개념 밖의 개념이 팽배해 있었다.

각 구단의 피지컬 트레이너들은 단지 선수들의 마사지를 해주는 역할 이외에 존재 의미를 부여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에 따라 1982년 도입되어 당시까지 10여년의 짧은 역사 속에서 성장해왔던 우리나라 프로야구는 아마추어 야구와 다른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한 채 점점 질적인 하락과 함께 팬들의 관심을 더 이상 끌지 못하며 쇄락의 길로 접어들고 있었다.


바로 그 시기에 1991년 LG 트윈스 감독으로 부임해 1994년 리그와 한국시리즈서 우승한 이 위원장이 도입하고 보여줬던 스타 시스템의 혁신성은 이후 우리나라 야구의 운영 개념에 대한 인식 전체를 바꾸어놨다. 국내 야구, 특히 프로야구에도 비로소 기업의 경영과 선수들의 운용에 관한 전문성이 나타나게 됐던 것이다.

투수진의 세밀한 보직 분담은 선수들은 물론, 코칭스태프들에까지도 본인들의 역할에 대한 이해를 가져오게 했다. 그러한 이해는 훈련과 컨디션 조절 과정에 있어서 세밀한 전문성을 띠게 하며 스스로의 보직에 맞는 훈련과 보강운동, 시간의 조정과 할애를 하게끔 하는 자율성을 갖추게 했다. 이광환식 ‘자율야구’의 출범이었다.

일례로, 어떠한 한 투수가 중간계투라는 보직을 부여받으면 매일같이 계속되는 경기 중에서 자신의 등판 시기를 경기 중반 이후로 미리 예상하고, 그 시기에 맞추어 워밍업과 불펜서의 투구를 본인 스스로 판단해 시작한다.

감독이나 코치들의 지시가 없어도 선수 본인이 알아서 가동 준비를 하는 것이다. 마무리투수 또한 마찬가지다. 매 경기 종반에 투입될 것을 미리 알고 있기에 등판 시기에 맞춰서 몸을 풀고 불펜서의 투구를 시작한다.

타자도 마찬가지다. 상대 팀의 선발투수와 불펜투수, 마무리투수를 미리 파악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그에 맞는 공략법을 연구해 훈련과 컨디션을 조절하며 경기를 대비한다. 이러한 훈련패턴과 경기를 준비하는 선수들의 인식 변화는 우리나라 야구의 질적인 향상과 리그운영 자체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 위원장의 혁신성은 단지 투수진의 운용이나 선수들의 훈련패턴에 대한 변화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과 부상의 방지, 부상 선수의 관리에 있어서도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했다. 바로 야구 외적인 보강운동에 대한 프로그램의 도입과 그 이전 그렇게 중요성을 인정받지 못했던 피지컬 트레이너들에 대한 중용 등이었다.

이광환의 ‘스타시스템’
획기적인 프로그램 구축

피지컬 트레이너를 코칭스태프진의 구성원으로 들어오게 해 부상방지와 부상선수 관리를 전담케 함으로써 구단의 재산으로 인식되는 선수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그들의 선수생명을 연장시킴은 물론, 선수로서의 전성기 연령대를 더욱 높임으로써 우리나라 야구의 전반적인 질적 향상과 선수층을 한층 두텁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야구의 질적인 실력 향상은 국제적으로 한국 야구의 위상을 드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한 결과는 한국프로야구서 800만 관중동원을 넘어 이제 야구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의 한 축으로 성장하게끔 하는 동력이 됐다.

선수층이 두터워진 결과 과거 30세가 넘으면 노장으로 분류되어 은퇴를 바라보던 선수들의 생명력도 연장돼 스스로 체력과 컨디션을 관리했다. 그 결과 30대에 고액의 연봉을 받거나 수십억의 FA계약을 맺는 시기로 진입하게 됐다. 선수 간의 경쟁 또한 강화하여 경기력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가 됐다.

이 모든 것이 대부분 이 위원장이 20여년 전에 도입했던 혁신서 출발했다. 아쉬운 점은 오늘날 프로야구의 각 구단들은 물론, 고등학교 야구계서도 일반적으로 실행하고 있는 이 위원장의 혁신적인 시스템에 의한 야구단 운영이 아직까지도 국내 야구계에선 그다지 큰 의미로 인식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저 ‘이광환의 자율야구’ 혹은 ‘LG 트윈스의 신바람 야구’라는 추상적인 단어로만 포장돼 그 본질에 대한 의미가 흐려지고 있다. 이는 때로 LG 트윈스 구단의 리그 성적과 관련, 때로는 냉소적인 표현으로까지 쓰이기도 한다.


선수 생명력 연장

오랜 시간 함께 담소를 나누며 야구와 자신의 야구인생을 토로하던 이 위원장의 표정에서 아직도 야구에 대한 식지 않은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야구를 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대구의 어느 시장통을 누비는 건달이 되지 않았을까, 야구가 나를 구원해주었다”는 그의 반 농담 섞인 멘트에서 필자는 그가 단지 LG트윈스의 자율과 신바람야구를 이끌며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감독이 아니라, 한국야구를 개혁하고자 했던 야구의 혁신가였다는 것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의 혁신은 지금도 한국 야구서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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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