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학교 유준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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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17.04.17 10:26:01
  • 호수 11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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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구의 혁신 가능한가

얼마 전 KBO의 육성위원장으로 여전히 노익장을 과시하며 야구계의 일선을 누비고 다니는 이광환 위원장(전 LG트윈스 감독)을 만나 그와 오랜 시간 동안 야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를 만날 때마다, 필자에게는 언제나 연상되는 인물이 있는데, 그 인물은 바로 야구가 아닌 1970년대 세계 축구계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했던 '토털사커' 시스템의 리누스 미셸(1928∼2005) 전 네덜란드 축구 국가대표 감독이다.

전문화, 체계화

포지션의 파괴와 전방위적인 압박, 그리고 공간의 점유라는 개념의 토털사커 시스템은 리누스 미셸 감독에 의해 세계 축구계에 선보이기 직전이었던 1970년 멕시코 월드컵서 우승팀인 브라질 마리오 자갈로 감독이 선보였다.

공격수 4명을 최전방에 위치하게 하는 4-2-4의 극단적인 공격전술로 상대하는 모든 팀들을 초토화시키며 월드컵 사상 최초로 세 번째 우승을 차지, ‘줄리메컵’을 영구 보존하는 영광을 안았다. 당시 브라질의 대표적인 스타들이 바로 펠레와 자일징요, 토스탕과 리베리노 등의 세계적인 선수들이었다.

무적일 것 같았던 브라질의 공격전술도 바로 4년 후 개최된 1974년의 독일월드컵서 리누스 미셸 감독이 지휘한 네덜란드 축구팀의 이른바 토털사커 시스템 앞에서 이미 낡아빠진 전술로 치부됐다.

상대하는 모든 팀들을 당황시킬 정도로 획기적인 전술시스템을 갖추고 요한 크루이프와 네스켄스 등의 천재성을 가진 선수들이 출전했던 네덜란드 대표팀은 승승장구해 결승전서 당시 베켄바워와 게르트 뮐러가 이끌었던 독일(당시는 서독) 대표팀에 아깝게 석패하고 말았다.


하지만 당시 리누스 미셸 감독이 창안하고 요한 크루이프 같은 천재 선수들이 현실서 보여줬던 토털사커 시스템은 40여년이 지난 오늘날의 현대 축구계서도 여전히 전술의 근간을 이루는 개념으로 토털사커 이전과 그 이후를 가르는 축구 전술사의 ‘혁신(Innovation)’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나라 야구에도 혁신의 시대가 있었다. 1994년 한국프로야구 LG 트윈스를 리그 우승과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며 당시 감독이었던 이 위원장이 도입했던 이른바 ‘스타시스템’이었다.

리그 일정을 소화하는 데 필수적인 투수진의 전문화된 보직 분담, 즉 선발체제의 도입과 불펜진의 운용, 마무리 투수진의 구성 등 야구경기서 7할 이상을 차지하는 투수진의 운영시스템 도입과 함께 프로야구단의 홍보와 공보기능 강화, 피지컬 트레이닝을 도입한 선수들의 체력과 컨디션 관리의 체계화, 그에 따른 코치진의 보직 분담과 전문화, 코칭스태프간의 보고체계의 확립 등은 그 이전 우리나라 야구계에선 접해보지 않았던 획기적인 시스템의 구축이었다.

20여년 전 엘지 도입했던
자율·신바람야구 재평가

이 위원장의 스타시스템 도입 이전의 우리나라 야구는 프로야구에서도 선발투수를 경기 직전까지 공개하지 않거나 경기 시작 직전 예고되었던 선발투수를 갑자기 바꾸는 등의 꼼수까지 동원되는 치졸한 선발투수의 등판 변경이 일반화돼있었다.

투수들은 선발과 중간계투, 그리고 마무리의 분업화된 개념 없이 마구잡이로 등판하며 혹사에 시달리고 선수생명을 단축시키고 있었다. 야구선수들이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한 체력 강화를 시도하면 근육이 굳어진다는 개념 밖의 개념이 팽배해 있었다.

각 구단의 피지컬 트레이너들은 단지 선수들의 마사지를 해주는 역할 이외에 존재 의미를 부여받지 못하고 있었다. 그에 따라 1982년 도입되어 당시까지 10여년의 짧은 역사 속에서 성장해왔던 우리나라 프로야구는 아마추어 야구와 다른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한 채 점점 질적인 하락과 함께 팬들의 관심을 더 이상 끌지 못하며 쇄락의 길로 접어들고 있었다.


바로 그 시기에 1991년 LG 트윈스 감독으로 부임해 1994년 리그와 한국시리즈서 우승한 이 위원장이 도입하고 보여줬던 스타 시스템의 혁신성은 이후 우리나라 야구의 운영 개념에 대한 인식 전체를 바꾸어놨다. 국내 야구, 특히 프로야구에도 비로소 기업의 경영과 선수들의 운용에 관한 전문성이 나타나게 됐던 것이다.

투수진의 세밀한 보직 분담은 선수들은 물론, 코칭스태프들에까지도 본인들의 역할에 대한 이해를 가져오게 했다. 그러한 이해는 훈련과 컨디션 조절 과정에 있어서 세밀한 전문성을 띠게 하며 스스로의 보직에 맞는 훈련과 보강운동, 시간의 조정과 할애를 하게끔 하는 자율성을 갖추게 했다. 이광환식 ‘자율야구’의 출범이었다.

일례로, 어떠한 한 투수가 중간계투라는 보직을 부여받으면 매일같이 계속되는 경기 중에서 자신의 등판 시기를 경기 중반 이후로 미리 예상하고, 그 시기에 맞추어 워밍업과 불펜서의 투구를 본인 스스로 판단해 시작한다.

감독이나 코치들의 지시가 없어도 선수 본인이 알아서 가동 준비를 하는 것이다. 마무리투수 또한 마찬가지다. 매 경기 종반에 투입될 것을 미리 알고 있기에 등판 시기에 맞춰서 몸을 풀고 불펜서의 투구를 시작한다.

타자도 마찬가지다. 상대 팀의 선발투수와 불펜투수, 마무리투수를 미리 파악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그에 맞는 공략법을 연구해 훈련과 컨디션을 조절하며 경기를 대비한다. 이러한 훈련패턴과 경기를 준비하는 선수들의 인식 변화는 우리나라 야구의 질적인 향상과 리그운영 자체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이 위원장의 혁신성은 단지 투수진의 운용이나 선수들의 훈련패턴에 대한 변화뿐만이 아니었다. 그는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과 부상의 방지, 부상 선수의 관리에 있어서도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했다. 바로 야구 외적인 보강운동에 대한 프로그램의 도입과 그 이전 그렇게 중요성을 인정받지 못했던 피지컬 트레이너들에 대한 중용 등이었다.

이광환의 ‘스타시스템’
획기적인 프로그램 구축

피지컬 트레이너를 코칭스태프진의 구성원으로 들어오게 해 부상방지와 부상선수 관리를 전담케 함으로써 구단의 재산으로 인식되는 선수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그들의 선수생명을 연장시킴은 물론, 선수로서의 전성기 연령대를 더욱 높임으로써 우리나라 야구의 전반적인 질적 향상과 선수층을 한층 두텁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야구의 질적인 실력 향상은 국제적으로 한국 야구의 위상을 드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한 결과는 한국프로야구서 800만 관중동원을 넘어 이제 야구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문화의 한 축으로 성장하게끔 하는 동력이 됐다.

선수층이 두터워진 결과 과거 30세가 넘으면 노장으로 분류되어 은퇴를 바라보던 선수들의 생명력도 연장돼 스스로 체력과 컨디션을 관리했다. 그 결과 30대에 고액의 연봉을 받거나 수십억의 FA계약을 맺는 시기로 진입하게 됐다. 선수 간의 경쟁 또한 강화하여 경기력을 높이는 선순환 구조가 됐다.

이 모든 것이 대부분 이 위원장이 20여년 전에 도입했던 혁신서 출발했다. 아쉬운 점은 오늘날 프로야구의 각 구단들은 물론, 고등학교 야구계서도 일반적으로 실행하고 있는 이 위원장의 혁신적인 시스템에 의한 야구단 운영이 아직까지도 국내 야구계에선 그다지 큰 의미로 인식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저 ‘이광환의 자율야구’ 혹은 ‘LG 트윈스의 신바람 야구’라는 추상적인 단어로만 포장돼 그 본질에 대한 의미가 흐려지고 있다. 이는 때로 LG 트윈스 구단의 리그 성적과 관련, 때로는 냉소적인 표현으로까지 쓰이기도 한다.


선수 생명력 연장

오랜 시간 함께 담소를 나누며 야구와 자신의 야구인생을 토로하던 이 위원장의 표정에서 아직도 야구에 대한 식지 않은 열정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야구를 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대구의 어느 시장통을 누비는 건달이 되지 않았을까, 야구가 나를 구원해주었다”는 그의 반 농담 섞인 멘트에서 필자는 그가 단지 LG트윈스의 자율과 신바람야구를 이끌며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감독이 아니라, 한국야구를 개혁하고자 했던 야구의 혁신가였다는 것을 강하게 느낄 수 있었다. 그의 혁신은 지금도 한국 야구서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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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