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위험한 대선후보 테마주 총정리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4.11 08:25:57
  • 호수 11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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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해서 올라타면 ‘훅’ 간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대선주자들의 윤곽이 나왔다. 각 당에서 본선 레이스에 진출할 주자들이 등장하면서 주식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선거 때마다 등장하는 정치 테마주는 요즘 증권가서 가장 ‘핫’한 종목들이다. 정치 테마주들은 개미들의 늪이지만 일확천금을 노릴 기회이기도 하다. 그래서 준비했다. 각 대선주자의 테마주를 정리해봤다.

주요 정당의 19대 대통령 선거 후보가 확정된 가운데 정치 테마주의 시세가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당부된다. 대부분의 정치 테마주들은 해당 후보와 사업상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공시한 상태다.

대선 후보와 기업의 경영진이 동향이거나 동문이라는 이유로 테마주로 분류되지만 대부분은 실제 인연이 없는 경우가 많다. 설령 경영진과 대선 후보가 서로 아는 사이라 하더라도 선거 결과가 기업의 실적이나 주가에 연계될 가능성이 적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금융당국도 감시의 눈초리를 켜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허수호가, 통정·가장성 매매, 상한가 굳히기, 초단기 시세교란 행위 등을 적극 적발할 방침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도 테마주 종목과 대상 계좌를 면밀히 조사해 불공정거래나 시장질서 교란행위를 엄벌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개미 투자자들의 매수세는 여전히 몰리고 있다. 현재 각 대선주자들의 이름이 오르내리는 정치 테마주들을 정리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3일 대통령선거 후보로 문재인 후보를 최종 지명했다. 민주당은 이날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서 대선 후보 선출 수도권·강원·제주 순회 경선대회를 열고 문 후보가 후보로 선출됐다고 밝혔다.

민주당 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달 27일 실시한 호남권역 경선을 시작으로 충청권(3월29일), 영남권(3월31일), 수도권·강원·제주(4월3일) 순서로 순회 경선을 치른 결과 문 후보가 최종 57%의 득표율을 기록, 안희정 후보(21.5%)와 이재명 후보(21.2%)를 누르고 승리했다고 발표했다.

문 후보는 2012년 대선 경선에 이어 이번에도 과반 득표로 결선투표 없이 본선행을 확정지었다.

지난 5일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문 후보의 지지율은 41.3%를 기록하며 1위를 달리고 있다. 문 후보의 테마주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직후 요동쳤다. 현재 문 후보의 테마주로 지목되고 있는 종목은 바른손·우리들휴브레인·우리들제약·DSR 등이다.

본선 시작되자 주식시장 들썩들썩
각 주자들 관련 ‘핫’한 종목은?

바른손은 영화 제작 및 복합 문화 콘텐츠, 외식브랜드 매장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주가는 널뛰기를 했다. 지난 4일 주가가 -29.31%로 폭락했으며 다음날 주가는 전일 대비 13.04% 오르며 주가 변동 폭이 크다. 바른손은 문 후보 몸담았던 법무법인이 법률고문을 맡았다는 소문이 돌면서 문재인 테마주로 분류되고 있다.
 

우리들휴브레인은 임플란트 및 의료용품 등 제조, 판매 등을 주요 사업으로 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주가가 널뛰기를 하며 바른손과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다. 지난 4일 주가가 -22.37%로 폭락했으며, 다음날 주가는 전일 대비 7.53% 올랐다. 우리들휴브레인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주치의인 이상호 우리들 병원장의 부인 김수경씨가 우리들휴브레인의 대주주라는 이유로 테마주로 인식됐다.

DSR은 산업용 합성섬유로프, 스테인리스 와이어 등의 제조 및 판매가 주요 사업이다. 다른 문재인 테마주와 다르게 지난해 11월부터 꾸준하게 주가가 오름세를 보였다. 지난달 27일 2만150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하고, 문 후보 본선행이 확정된 지난 3일 주가가 -19.87%로 급락했다. DSR은 형제 회사인 DSR제강 홍하종 대표가 문 후보와 같은 경남고 출신으로 알려지면서 테마주가 됐다.

[안철수]

국민의당은 지난 4일 대통령선거 후보로 안철수 전 공동대표를 최종 지명했다. 국민의당은 이날 대전 한밭체육관서 열린 대선 후보 선출 대전·충남·충북·세종 경선서 안 전 대표가 선출됐다고 밝혔다. 안 후보는 이날 경선서 85.3%의 지지를 얻어 손학규 전 대표(12.3%)와 박주선 국회부의장(2.2%)을 제쳤다. 여론조사 20%를 반영한 최종 경선 결과서 75.0%의 압도적인 지지를 확보해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지난 5일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안 후보 지지율은 34.5%를 기록하며 2위를 달리고 있다. 현재 테마주로 지목되고 있는 종목은 안랩·써니전자·다믈멀티미디어 등이다.

안랩은 안티바이러스 솔루션을 개발·출시하고 있으며, 통합보안 관련 사업을 한다. 안랩은 국민의당 대선 경선이 시작한 지난달 15일부터 주가가 상승 곡선을 그렸다.

같은 달 31일 14만9000원을 기록하면서 최고가를 경신했다. 그러다 안 전 대표가 최종 후보로 당선된 직후인 지난 4일 주가가 -25.62% 급락했으며, 다음날 20.28% 급등하기도 했다. 안랩은 정치인 테마주 가운데 차별적이다. 안 후보가 직접 창업한 기업인 데다 안랩 186만 주(지분 18.57%)를 보유했기 때문이다.

써니전자는 수정진동자 및 응용제품 제조, 전자제품 및 부품제조 판매 사업을 하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국민의당 경선이 시작되면서 급등했다. 역시 같은 달 31일 7290원으로 최고가를 경신하며, 지난 4일 안 전 대표가 최종 후보로 당선된 직후 -22.69% 급락했다.

그 다음날 26.23%로 폭등하기도 했다. 써니전자는 부사장이 ‘안철수 연구소’ 임원 출신이라는 이유로 안철수 테마주로 분류되고 있다.
 

다믈멀티미디어는 소비자용 멀티미디어 반도체를 개발 판매하는 기능형 반도체 설계 전문회사다. 지난달 말부터 국민의당 경선이 시작하면서 급등했다. 같은 달 30일 8640원으로 고점을 찍었으며, 다음날 안 전 대표가 최종 후보로 당선된 직후 -21.22% 급락했다. 지난 5일에는 18.61%로 폭등하기도 했다. 다믈멀티미디어는 정연홍 대표가 김홍선 전 안랩 대표와 대학원 동문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주식 관련 게시판 등에서 안철수 테마주로 거론돼왔다.

[홍준표]

자유한국당의 대통령선거 후보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선출됐다.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서 전당대회를 열고 이인제·김관용·김진태·홍준표 예비후보(기호순) 가운데 홍 지사가 최종 후보가 됐다.


홍 지사는 이날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서 열린 대선후보 선출 전대서 책임당원 현장투표(26일)와 6000명 대상의 국민여론조사(29∼30일) 결과를 50 대 50 비율로 합산한 결과, 54.15%(당원투표 61.60%·여론조사 46.70%)의 득표율로 다른 후보를 압도했다. 2위는 김진태 의원(19.30%), 3위는 이인제 전 의원(14.85%), 4위는 김관용 경북도지사(11.70%)였다.

지난 5일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홍 지사의 지지율은 9.2%를 기록하며 3위다. 홍 지사의 테마주로 분류되고 있는 종목은 세우글로벌·두올산업 등이 있다.

무작정 덤볐다간 쪽박
개미투자자들 주의보

세우글로벌은 인쇄 회로 기판 제조 및 판매를 주요 사업으로 하는 회사다. 세우글로벌은 지난 2월 중순부터 오름세를 기록했다. 지난달 16일 4495원으로 고점을 기록했다. 그러다 홍 지사의 대선 확정일로부터는 계속 하향세다. 세우글로벌은 경남 밀양에 땅을 보유하고 있으며. 홍 지사가 영남권 신공항 후보지로 밀양을 주장했다는 이유로 관련 테마주로 분류된 케이스다.

두올산업은 자동차 내장 카펫을 생산하는 업체다. 이 업체 역시 홍 지사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시작한 지난 2월부터 주가가 오름세를 탔다. 자유한국당 경선 기간 동안 2000원대를 맴돌던 주가가 대선 경선 후보 직전 4630원까지 뛰었다.
 

하지만 홍 지사가 대선 후보로 확정된 이후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있는 형국이다. 두올산업은 신공항 후보지인 밀양에 본사를 두고 있어 관련주로 분류되고 있다.


[유승민]

바른정당의 대선후보로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선출됐다. 지난달 29일 서울 잠실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서 열린 대통령 후보 선출대회서 국민정책평가단 투표(40%)와 일반국민 여론조사(30%), 일반당원 선거인단 투표(30%)를 합산한 결과, 남경필 경기도지사를 누르고 유 후보가 당 대선후보로 확정됐다.

유 후보는 총 5만8218표 가운데 3만6593표(62.9%)를 얻었고, 남 지사는 2만1625표(37.1%)를 얻는 데 그쳤다.

지난 5일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유 후보의 지지율은 3%로 4위다. 유 후보 테마주로 대신정보통신·삼일기업공사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학연에 얽히고 인연에 얽히고
1·2위 고공행진 3∼6위 잠잠

대신정보통신은 컴퓨터 프로그래밍, 시스템 통합 및 정보처리 서비스업이 주 사업이다. 최순실 게이트가 본격적으로 불거지면서 차기 보수 대권주자로 주목 받으며 대신정보통신은 주가가 출렁였다.

지난해 1000원대를 기록한 주가는 지난 2월1월 3410원을 기록하며 세 배가량 뛰었다. 하지만 이후 주가는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으며, 유 후보가 최종 후보로 확정된 날에도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대신정보통신의 이재원 회장이 유 후보와 위스콘신대학교 동문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테마주로 분류됐다.

삼일기업공사는 아파트, 오피스, 제약시설물 등을 중심으로 한 건축 및 토목공사가 주요 사업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주가는 오르락내리락 반복하는 양상이었다. 그런데 올해 들어와 유 후보가 대선 레이스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주가가 크게 하락하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해 5500원까지 올라갔던 주가는 지난 4일 2875원까지 떨어졌다. 삼일기업공사 박종웅 대표이사가 유 후보와 위스콘신대 동문이라는 이유로 테마주가 됐다.

[심상정]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일찌감치 당 대선 후보로 확정됐다. 지난 2월16일 심 후보는 강상구 전 대변인과의 2파전으로 진행된 경선서 8209표(80.17%)를 얻었다. 강 전 대변인은 1962표(19.16%)를 득표해, 심 후보가 승리했다. 이번 경선은 당원들을 대상으로 지난 2월11일부터 16일까지 인터넷 투표, 현장 투표, 자동응답시스템(ARS) 투표로 진행됐으며, 선거권자 총 2만227명 중 1만239명(투표율 50.62%, 무효표 68표)이 투표에 참여했다.

지난 5일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심 후보 지지율은 2.5%를 기록하며 5위다. 현재 주식시장서 윌비스와·에스코넥이 심 후보 테마주로 거론되고 있다.
 

이들 종목 특징은 심 후보와 직간접적인 관계가 없다는 점이다. 심 후보가 노동개혁 등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일자리 관련주로 주목받고 있다. 심 후보는 대권에 도전하면서 “일한 만큼 대가를 받는 행복한 사회”를 만들겠다며 청년 일자리 정책을 강조했다.

이 때문에 주식시장에선 ‘청년 일자리’ 관련주를 주목하고 있다. 윌비스는 의복 제조 및 판매 사업을 주 사업으로 하고 있다. 에스코넥은 반도체, 핸드폰 외장 부품 정보통신 등의 제조 및 판매업을 영위하고 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김종인 전 대표는 지난 5일 대선 출마선언을 했다. 그는 이날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서 열린 출마 선언 기자회견서 “이번 대선은 힘을 합쳐보겠다는 ‘유능’과 혼자 하겠다는 ‘무능’의 대결”이라고 말했다.

지난 5일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김 후보 지지율은 1.2%를 기록하며 5위다. 킹메이커에서 대권주자로 거듭나면서 그의 테마주도 주목받고 있다. 현재 케이씨에스가 거론되고 있다.

케이씨에스는 철도, 극장, 리조트 등 다양한 용도의 티켓발매기를 비롯해 무인민원발급기 등을 개발 및 제조하는 회사다. 김 후보가 정치권에 등장한 지난해 4월부터 케이씨에스는 주가가 상승곡선을 그렸다.
 

그러다 지난달 8일 민주당을 탈당하면서 급등해 8970원까지 오르며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후 한 동안 7000원대까지 내려갔다. 대선 출마설이 흘러나오면서 8000원대를 회복하는 듯했지만, 출마선언 직후 6000원으로 곤두박질쳤다.

케이씨에스는 2012년 대선과 총선의 경제민주화 바람으로 공공 부문 SI 사업에 대기업 진출이 제한될 것이라는 기대감에 경제민주화 테마주로 떠올랐다. 당시 경제민주화 선봉에 섰던 사람이 김 후보의 이름을 딴 ‘김종인 테마주’로 불리고 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대선 정책 테마주 주의보
“무조건 믿지 마세요”

‘대선 주자 공약 관련 테마주 투자에 주의하세요.’ 지난 5월 9일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선 주자들의 인맥과 관련된 정치인 테마주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시가 강화되자 최근 투자자들의 관심이 정책 테마주로 전환되고 있다. 이에 최근 정책 테마주의 주가 변동 폭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일자리 창출, 4차 산업혁명, 출산 장려, 4대강 복원 등 대선 주자들의 공약 관련 정책 테마주의 주가변동률은 16.7%로, 정치인 테마주(16.4%)와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시장지수 평균 변동률(3.3%)의 5.1배 수준이다. 특히 지난 10일 대통령 탄핵이 결정되고 본격적으로 대선 국면으로 접어든 이후에는 정치인 테마주의 주가변동률이 2.1%로 시장지수 평균인 1.9%와 비슷해졌다. 하지만 정책 테마주의 주가변동률은 10.5%로 확대됐다.

금감원은 특별한 이유 없이 주가가 급등하거나 거래가 급증하는 정책 테마주에 대해 매매분석, 풍문 검색, 제보 분석 등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새롭게 생성되는 정책테마주도 정책과의 관련성을 확인하는 등 불공정 거래 소지를 사전에 차단할 계획이다. 불공정거래 단서가 포착될 경우에는 특별조사국에서 즉시 조사에 착수한다.

금감원은 투자자에게 기업의 내재가치를 확인한 뒤 투자할 것과 근거 없는 루머와 풍문에 현혹돼 투자하지 말 것을 조언했다. 금감원은 “2012년 대선 때도 정치적 이슈가 점차 소멸해 주가가 하락한 사례가 많았다”며 “정부의 정책 변화가 해당 기업의 주가 상승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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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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