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결산> 올해도 반복된 논란의 이사들 막전막후

돈 많이 줄 테니 회사 좀 부탁해∼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상장사 정기 주주총회 시즌이 막을 내렸다. 이번 주총에선 ‘경영의 투명성과 불확실성’을 타개할 만한 이사진 구성 방식이 현안으로 부각된 가운데 곳곳서 격론이 일며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권력기관 출신 사외이사들이 대거 기용되면서 이른바 ‘방패막이’ 논란도 재조명됐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주주총회 일정을 공시한 지난해 12월 결산 상장사 2052곳 중 45%에 달하는 924곳이 지난달 24일 주총을 진행했다. 이날을 포함해 금요일(3·10·17·24·31일) 주총을 진행한 상장사는 1317곳으로 64.2%에 달했다. ‘슈퍼주총데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다. 주총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된 만큼 곳곳서 이사 선임 결정을 두고 잡음이 발생하기도 했다.

전면배치 기류
권력형 인사

지난달 17일 주총을 연 LG화학은 정동민 전 대전지검 검사장을 사외이사로 뽑았다. 하나금융지주도 마찬가지로 법조인 출신이 사외이사를 맡았다. 같은 날 주총을 개최한 하나금융지주는 윤종남 전 서울남부지검 검사장을 사외이사로 재선임했다. 현대자동차는 최은수 전 대전고법원장을 사외이사로 뽑았다.

효성은 관료 출신 사외이사를 재선임했다. 김상희 전 법무부 차관과 이병주 전 공정거래위원회 상임위원, 박태호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이번에 다시 뽑혔다. GS그룹 지주사인 GS는 사외이사로 양승우 안진회계법인 회장을 영입하기로 해 논란을 낳았다.

3월 끝자락 어김없이 몰린 ‘슈퍼주총’
방패막이 거물급으로 만약 사태 대비


GS는 안진회계법인에 외부감사를 맡기고 있지는 않지만 안진회계법인은 GS 자회사인 GS글로벌을 상대로 외감을 해왔다.
 

코스닥서도 바람막이 사외이사 논란은 계속됐다. 차바이오텍은 지난달 31일 정기주총서 정중원 전 공정위 상임위원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정 전 상임위원은 법무법인 태평양서 고문을 맡고 있다.

내부인 선임
유명무실 견제

앞서 차바이오텍은 최순실 게이트로 직격탄을 맞기도 했다. 정부는 차바이오텍서 선도해 온 줄기세포 치료제 규제를 풀어줬고, 이 때문에 특혜 시비에 휘말렸다.

지난달 17일 바이로메드는 주총을 열어 노대래 전 공정거래위원장, 국세청 조사국 출신인 김병욱씨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CJ E&M은 사외이사로 박양우 전 문화관광부 차관을 뽑기로 했다. 같은 CJ그룹 계열사인 CJ오쇼핑은 강대형 전 공정위 부위원장을 사외이사와 감사위원으로 선임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달 18일 정기주총서 이사 선임 및 보수한도 증액 등을 모두 원안대로 통과시켰다. 내부 출신 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할 계획이 알려지면서 독립성 논란을 겪은 사외이사 선임 안건도 이날 주총서 모두 승인됐다.

사외이사인 감사위원회 감사위원으로는 신동엽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이우영 전 태평양제약 대표이사 사장, 이옥섭 바이오랜드 부회장이 신규 선임됐다.


흥미로운 점은 주총 안건을 두고 소액주주들의 적극적인 대응방식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일부 주주들은 자신들의 입장을 내세우고자 단체행동을 불사하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이 같은 분위기를 신경 쓰는 기업도 많아졌다.

네오디안테크놀로지는 지난달 24일 주총 진행 과정서 편법을 동원해 졸속으로 진행했다는 주장과 함께 소액주주들 사이에선 회사를 향한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일부 주주들은 다음 주총에선 의결권을 최대한 모아 경영진 교체를 요구하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네오디안테크는 주총서 감사 선임 의안이 모두 부결돼 현재 후임 감사가 공석으로 남아있기 때문에 이달 중 임시 주총을 다시 개최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소액주주들은 임시주총이 열리는 날까지 의결권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더는 못 참아”
주주들의 반란

대한방직 기존 경영진은 표대결까지 치르면서 가까스로 경영권을 방어했다. 대한방직은 지난달 24일 정기주총 결과 회사 측 추천 후보인 설범, 김인호 현 대표이사가 재선임됐다고 밝혔다. 소액주주 측이 제안한 이남석, 신명철 등 6명의 사내·사외이사 선임 안건들은 모두 과반수를 얻지 못해 부결됐다.

회사 측이 추천한 김성호 감사 후보 선임안도 득표수 미달로 부결됐다. 신명철 등 소액주주들은 주총 전 김성호 감사의 적격성, 설범 회장의 개인 문제를 제기하면서 경영진 교체를 주장했었다.

사외이사 독립성 논란으로 정기주주총회를 연기한 LG디스플레이는 결국 사외이사를 교체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달 23일 경기도 파주공장서 제 32기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장진 경희대 석학교수를 사외이사로 재선임했다.

당초 권오경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석학교수를 신규 선임하려다 독립성 논란이 일자 임기만료로 물러나기로 했던 장진 교수로 후보를 급히 교체했다.

지난 7일 대신지배구조연구소가 "사외이사 후보인 권오경 한양대 교수가 3년여 간 LG디스플레이와 기술자문·지도 계약을 체결한 바 있어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문제를 제기한 데 따른 조치다. 이에 따라 지난 16일 예정이었던 주총은 일주일 연기돼 이날 열렸다.

친기업 성향으로 선임 ‘독립성’ 논란
주주들의 반란…교묘해진 불만 달래기

효성도 주주총회서 사외이사 3명의 감사위원 선임 안건이 부결됐다. 효성은 지난달 17일 열린 정기주총을 열고 김상희 ·한민구·손병두·이병주·박태호 사외이사를 재선임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김상희·한민구·이병주 이사의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안건은 과반인 50% 이상의 동의를 얻지 못해 부결됐다.

이들은 10년 안팎의 오랜기간 사외이사를 역임해 '독립성' 논란이 일고 있는 만큼 국민연금 등 주주들이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분석된다. 김상희 이사는 지난 2007년부터, 한민구 이사는 2009년부터 효성 사외이사로 선임된 후 계속 이사직을 유지해왔다. 이병주 이사는 2013년부터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이처럼 주주들이 단체행동에 나서는 등 적극적으로 주총을 예의주시함에도 불구하고 주주들의 목소리를 외면하려는 기업들의 꼼수는 계속된다. 

게다가 일부 대기업은 일부 이사·감사 선임안에 대한 의결권 자문기관들의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과도한 겸직이나 특수관계에 있는 임원 선임에 대한 독립성 훼손 우려가 제기됐지만 대다수 주총서 모두 원안대로 승인됐다.

주주 외면
꼼수 빈번

증권업계 관계자는 “사외이사는 예산 결정, 재무제표 승인, 대표이사 선임에 참여대주주 독단을 감시함으로써 주주이익을 보호해야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며 “부적절한 로비 창구가 되거나 거수기 노릇을 하는 모습이 곳곳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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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거여발 사법 전쟁 ‘끝까지 간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회 문턱을 넘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이 사법부를 강타했다. 검찰은 1999년 특별검사제 도입 이후 권한을 조금씩 잃다가 올해 해체가 결정됐다. 검찰이 26년 전 느끼다가 현실이 된 불안을 이젠 사법부가 느낄 차례일지도 모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범여권이 지난 24일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내란 사건만 맡는 전담재판부를 만들어 운영한다”는 취지의 예규 제정 방침을 밝혔다. 특별재판부 영장전담 법관 하지만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24일 처리 방침’을 밝혔다. 이날 법안 처리는 이미 예고된 결과였다. 박 대변인은 지난 21일 오전 기자 간담회에서도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을 예정대로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이 원래 처리하려던 법안은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법’이었다. 이 법안이 통과됐다면, 12·3 비상계엄 관련 재판을 맡을 특별재판부가 설치되고, 영장 심사를 맡을 특별영장 전담 법관이 따로 배정됐을 것이다. 이들은 국회·판사회의·대한변호사협회가 3명씩 추천한 위원으로 구성되는 9인 규모의 추천위원회의 2배수 추천과 대법원장의 임명을 거칠 예정이었다. 아울러 상고심에선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임명했던 대법관은 모두 제척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에 대해선 각계에서 위헌 논란을 제기했다. 그러자 민주당은 지난 16일 내용을 대폭 수정했다. 명칭도 특별재판부에서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 전담재판부 후보추천위원회는 법무부 장관·헌법재판소 사무처장 등 외부 인사를 제외한 후 법관으로만 구성될 예정이다.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법관 중엔 각급 판사회의·전국법관대표자회의가 포함된다. 전담재판부에 소속될 법관은 추천위원회·대법관회의를 거쳐 대법원장이 임명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등 12·3 비상계엄 주요 연루자들은 이미 형사재판 제1심을 받고 있다. 전담재판부는 항소심부터 맡을 예정이다. 대법원은 민주당의 공세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대법원은 지난 18일 대법관 행정회의를 열어 ‘국가적 중요 사건에 대한 전담재판부 설치 및 심리 절차에 관한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여기엔 “형법상 내란·외환죄와 군형법상 반란죄 사건을 전담해 집중 심리하는 전담재판부를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다. 대법원이 규정하는 전담재판부는 무작위 배당을 거쳐 사건을 배당받을 재판부가 지정되는 방식이다. 전담재판부로 지정된 재판부가 원래 맡던 재판은 다른 재판부로 재배당된다. 예규엔 “해당 재판부는 이후 내란·외환과 관련 없는 새로운 사건은 맡지 않는다”는 규정이 포함됐다. 하지만 민주당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박 대변인은 “사법부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을 왜 이렇게 늦게 했느냐”며 “왜 그동안 국민을 불안과 혼란에 빠뜨렸느냐”고 비판했다. 이어 “국회의 입법권을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맞춰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내란 전담재판부 신설이 갖는 ‘진짜 함의’ 대법원 예규 제정…반격 혹은 타협안 제시 민주당 정청래 대표도 같은 날 최고위원회의 중 “대법원이 헐레벌떡 자체 안이라고 내놨다”며 “더 일찍 해야 하지 않았느냐. ‘조희대 사법부’답다는 생각이 든다”고 비판했다. 국내 헌정사에서 특별재판부는 단 2회만 설치됐다. 제헌헌법 부칙엔 “이 헌법을 제정한 국회는 단기 4278년 8월15일 이전의 악질적인 반민족 행위를 처벌하는 특별법을 제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국회는 반민족행위처벌법 등을 제정하고,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이하 반민특위)를 설치했다. 반민특위엔 특별검찰부와 특별재판부가 설치됐다. 특별검찰부는 검찰총장 등 9명으로 구성됐고, 특별재판부는 ▲국회의원 5명 ▲법조인 6명 ▲사회 저명 인사 5명 등 총 1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국회가 선출했다. 두 번째 특별재판부는 1960년 4·19 혁명 이후 개정된 제4차 개정 헌법을 근거로 설치됐다. 당시 개정 헌법엔 “3·15 부정선거 및 4·19 혁명 관련자들과 관련된 형사사건을 처리하기 위해 특별재판소와 특별검찰부를 둘 수 있다”는 취지의 부칙이 포함돼있었다. 이후 설치된 특별재판부는 부정선거관련자처벌법 제정을 거쳐 설치됐다. 민주당조차 ‘특별재판부’를 ‘전담재판부’로 수위를 낮춰 처리했다는 이유로 내란 특별재판부에 대해 불거진 위헌 시비를 거론한다. 법원은 ‘무작위 전산 재판 배당’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특정 재판부에 특정 재판을 배당한다”는 취지의 특별재판부에 대해선 기본적으로 위헌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 아직 헌법재판소가 관련 합헌·위헌 여부를 가린 적도 없다. 하지만 헌법 제27조는 “모든 국민은 헌법·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제103조는 “법관은 헌법·법률에 의해 양심에 따라 독립해 재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 배당의 무작위성은 재판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압력·영향력으로부터 법관을 보호해 재판의 공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운 원칙이다. 이는 위헌 시비가 불거진 핵심 이유였다. 그래서 과거엔 특별재판부를 설치하기 전에 개헌 과정 중 헌법 부칙에 그 근거를 규정했다. 헌법 부칙은 헌법 본문과 똑같은 효력을 가진다. 그래서 위헌 시비가 불거질 일은 없었다. 피해 가는 위헌 시비 하지만 위헌 시비를 피하려고 제시한 ‘내란 전담재판부’에 대해서도 논란이 이어졌다. 역설적으로 “기존 재판부 배당과 큰 차이가 없다”는 취지의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사법부는 이미 무작위 배당의 예외를 운용하고 있다. ▲특허법원 ▲서울행정법원 ▲지역별 가정법원 등 특정 분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법원이 따로 설치돼있는 것도 무작위 배당의 예외다. 또 각급 법원은 이미 지식 재산·환경·의료 등 특정 전문 분야를 전담할 재판부를 분류한다. 법원장 재량에 따라, 재판장들과의 협의를 거쳐 특정 사건은 ‘적시 처리 필요 중요 사건’으로 분류해 특정 재판부에 배당해서 신속한 재판 진행을 추진한다. 기소된 사건이 이미 진행 중인 재판과 사실 관계·쟁점·피고인이 같으면, 이미 진행 중인 재판을 담당하는 재판에 배당한다. 물론 민주당이 거둘 수 있는 실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 대표는 민주당이 ‘특별’을 ‘전담’으로 바꿔가면서도 서둘러 개정안을 추진하는 이유를 분명히 짚었다. 그는 “조희대 대법원장의 사법부와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의 재판부는 내란·외환 사건의 심리를 의도적으로 침대 축구하듯 질질 끌었다”며 “조 대법원장은 경고·조치를 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보다 못한 입법부가 나서기 전에 사법부가 진작 내란 전담재판부를 설치했다면, 지난 1년 동안 허송세월하는 것을 보면서 국민이 분통 터지는 상황은 없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대표의 주장 중 핵심 단어는 ‘조희대’와 ‘지귀연’이다. 민주당이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할 당시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지난 9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지 부장판사를 지칭해 “재판의 공정성에 의구심을 갖도록 하는 인사들을 전보·징계한다면, 굳이 내란 특별재판부를 만들기 위한 입법 조치를 할 필요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도중 “조희대 사법부는 특검 수사 훼방꾼이 됐다”며 “조 대법원장이 지휘하는 대법원이 지난해 12월3일 내란에 동조한 건 아닌지 강한 의구심을 갖는다”고 지적했다. 사법행정사무를 총괄하는 조 대법원장의 권한 일부를 사실상 박탈하고, 지 부장판사를 내란 관련 재판에서 손 떼게 할 수 있다면, 민주당은 상당한 실익을 거둘 수 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재판부 배당에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개입시키는 것이다. 힘 실어준 진짜 이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재임 당시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 이후인 지난 2018년 4월 “권한이 집중된 제왕적 대법원장을 견제하고, 법관의 독립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를 갖고 설치됐다. 보수 진영 일각에선 이를 일컬어 “지나치게 민주당에 친화적”이라고 비판한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 설치 직후 첫 의장으로 선출됐던 최기상 당시 서울북부지법 부장판사는 현재 민주당 의원이다. 전국법관대표자회의는 지난 9월 민주당이 주장한 의제 ‘대법관 증원론’을 포함한 상고심 제도 개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어 “사법부는 대법관 증원안을 경청하고 자성해야 한다”는 취지로 보고서를 작성·공개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전국법관대표자회의를 일컬어 “민주당에 힘을 설어주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 게 아니냐”는 비판 목소리도 제기됐다.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에 대판 파기환송 판결에 대해서도, 정 대표는 지난 9월 전국법관대표자회의에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 등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일각에선 “대법원의 예규 제정은 반격”이라고 해석한다. 그 근거로는 “내란 전담재판부를 줄곧 반대하다가 갑자기 예규 제정을 밝힌 의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는 점을 들었다. 민주당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 외에도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꿀 만한 사법개혁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 대법원의 예규 제정에 대해선 “민주당의 공세를 적절한 선에서 수용해 더 큰 공세에 대비하려는 의도”라고 보는 시선도 있다. 하지만 ‘특별재판부’가 ‘전담재판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다른 사법개혁안 통과 시도가 중단되는 것은 아니다. 법원으로선 기존 사법 체계를 모두 바꾸려는 민주당의 시도를 보면서 검찰이 해체되는 과정을 되새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이미 민주당이 주도하는 사법개혁안 자체가 사실상 ‘기존 법원 해체’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조금씩 권한 잃다 해체 결정 검 종착역은 헌재 최고법원 등극? 민주당 등 범여권이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분리해 완수했던 검찰 해체에 대해선 “헌법은 검찰 조직의 존재를 전제로 검찰총장의 존재를 규정했다”면서 위헌 논란을 제기하는 반대 측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범여권은 이를 강행했다. 큰 틀에서 보면, 검찰은 ▲특별검사제도 도입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분리 등 과정을 거쳐 해체됐다. 최초의 특별검사(이하 특검)는 지난 1999년 김태정 전 검찰총장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과 한국조폐공사 노조 파업 유도 사건에 대해 진행됐던 최병모 특검이었다. 특검이 성립됐던 배경은 “검찰이 검찰총장의 부인이 연루된 사건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느냐”는 회의적인 시선이었다. 아울러 당시 국회 구도는 여소야대였다. 한나라당은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흐름을 타고 강하게 밀어붙여 특검법 제정을 주도했다. 이후 현재까지 개별 특검법은 총 16개가 통과됐고, 상설 특검은 6회 추진됐다. 검찰로서는 1999년 최병모 특검 설치가 수사권·기소권 독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현재까지 총 22회의 특검이 성립됐다는 것은 검찰에 대한 각계의 불신을 상징하는 중요 사실관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끝은 아니었다. 검찰을 노리는 다음 단계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었다. 최초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지난 2011년 진행됐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사법경찰관이 검사의 수사 지휘에 이의를 제기하는 재지휘 건의 제도 신설 등의 내용이 담긴 안을 대통령령으로 제정해 의결했다. 지난 2016년엔 ▲진경준 게이트 ▲정운호 게이트 ▲김형준 전 부장검사의 스폰서 의혹 ▲최순실 게이트 등이 연이어 발생해 검찰의 신뢰도에 대한 강한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는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장기간 논의된 검경 수사권 논의로 연결된다. 공수처도 설치됐다. 민주당 집권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사건을 강하게 기억하는 지지자들의 비원을 외면하긴 어려웠던 측면도 있었다. 그렇게 검찰은 서서히 권한을 빼앗겼다. 그러다가 지난 9월에 이르러 검찰은 내년부터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으로 갈라질 운명에 처했다. 특히 중대범죄수사청은 행정안전부로 옮겨진다. 서서히 권한을 빼앗기다가 끝내 해체를 앞둔 운명을 맞게 된 것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은 ▲법원행정처 폐지 ▲법 왜곡죄 도입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도입 등 사법개혁안을 시도하고 있다. 범여권이 사법개혁안을 모두 통과시킨다면, 사법부로서는 “검찰에 이어 사법부도 한순간에 와해된다”고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순간에 와해된다 법원행정처가 없어지면 대법원장의 권한이 줄어든다. 법 왜곡죄가 도입되면, 판사의 재판도 법적 처벌 범위 안에 포함될 위험에 노출된다. 대법관이 늘어나 대법관의 권위·희소 가치가 줄어든 후 재판은 헌법소원 제기 범위 안에 포함된다. 최종 종착지는 헌법재판소가 대법원을 제친 후 최상위 사법기관으로 규정될 순간임을 배제하기 어렵다. 지난 24일은 사법부가 느낄 법한 공포가 처음 피부에 와닿은 날이었을 수도 있다. 새해엔 민주당과 사법부의 전쟁이 더욱 거칠게 진행될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