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시대> 알바하는 노인들 ‘실상’

몸 팔고 생체실험까지…힘든 말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평균 기대수명은 늘어난 반면 은퇴 연령은 빨라졌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평균 기대수명에 비해 행복수명은 8년 이상 짧다는 결과도 있다. 사망에 이르기까지 8년 정도는 행복한 삶을 살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노인 인구는 매년 급속도로 늘고 있지만 복지는 그에 비례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늘그막에 불안정한 생활에 던져진 노인들은 살기 위해 다시 일자리를 찾아 나선다.

내년이면 칠순을 맞는 서울 서초구의 한씨 할머니는 2015년부터 아파트 청소 일을 시작했다. “자식들도 먹고살기 힘든데 손 벌릴 수는 없고, 연금만으론 버거워 (일을) 하게 됐다”며 “마땅히 할 줄 아는 게 없어 청소 일을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노후 대비를 하지 못한 노인들이 취업시장에 뛰어드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이들은 20∼30대 구직자와 경쟁하는 것은 물론 같은 연령대 노년층 간 일자리 다툼에 내던져진 채 방치되고 있다. 경쟁 끝에 어렵사리 따낸 일자리의 질이 낮은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70세까지 일해야

지난달 20일 한국노동연구원이 발간한 ‘2017년 3월 월간 노동리뷰’에 따르면 우리나라 평균 기대수명은 2015년 기준 82.1세로 과거 45년 동안 20세가량 높아졌다. 반면 주된 직장으로부터 은퇴하는 연령은 2005년 50세에서 2016년 49.1세로 오히려 낮아졌다.

선진국에 비해 근속이 짧고 직장서 은퇴 나이가 빨라지면서 연금 등 노후 소득 부족으로, 65세 이상 노인 2명당 1명꼴로 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통계청,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6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65세 이상 노인층의 빈곤율은 46.9%로, OECD 평균(12.6%)과 비교해 4배 가까이 높다.


노인 인구↑ 일자리 경쟁↑
고령 2명당 1명 빈곤 시달려

‘소일거리’가 아닌 살기 위해 돈을 벌어야 하는 노년층의 비율이 증가했고, 이는 노동시장 은퇴 연령 증가로 나타났다. 노동시장 은퇴 연령은 2000년 남성 67.1세, 여성 65.9세에서 2014년 각각 72.9세, 70.6세로 5년 이상 늘어났다. 70세가 넘어서야 노동시장서 완전히 분리될 수 있는 것이다.

통계청의 ‘노인실태조사: 전국노인생활실태 및 복지욕구 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취업노인의 종사 직업은 단순노무직이 36.6%로 가장 많았다. 과거 1994년부터 2011년까지 취업 노인의 50% 이상이 농·어·축산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2014년 단순노무직에 취업한 노인은 2011년과 비교해 10%포인트 이상 증가했다. 아파트 경비원, 지하철 청소 일을 하는 노인들을 이전보다 쉽게 볼 수 있는 이유다.

문제는 이마저도 경쟁이 치열해 ‘알바 인생’으로 전락한 노인층이 과거에 비해 늘어났다는 점이다. 700만명이 넘는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퇴직이 본격화되면서 노인들의 일자리 구하기가 날로 어려워지고 있다. 또 60대 초반의 노인들이 60대 후반의 노인들을 일자리에서 밀어내는 기현상이 발생하면서 빈곤 문제가 심화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노인 취업시장서도 갈 곳을 잃은 이들은 단기 임시직에 뛰어든다. 전체적으로 임시직의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는 상황인 데 반해 60세 이상에서는 그 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임시직은 1개월 이상 1년 미만인 단기 일자리를 의미한다.
 

전체 임시직은 지난해 11월 같은 기간 대비 17만4000명 증가, 12월에는 11만3000명이 늘었다. 올해 1월에는 1만9000명으로 증가폭이 크게 둔화됐고, 2월에는 오히려 9000명 감소했다. 반면 60세 이상 임시직은 지난해 12월 13만8000명, 올해 1월 11만3000명, 2월 9만1000명, 3월 11만7000명 등 지속적으로 증가세를 보였다.


경비나 청소직에 국한됐던 노인 일자리는 주차요원, 베이비시터, 패스트푸드 직원 등으로 그 폭이 넓어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최근 노인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일자리는 임상시험이다. 20∼30대 젊은 층에서 큰 인기를 누렸던 임상시험 알바가 노년층의 ‘희망알바’로 각광받고 있는 셈이다.

현재 우리나라 인구 구조는 어린이들의 비율이 줄고 만 65세 이상의 비율이 늘어나는 전형적인 고령화 모습을 하고 있다. 지난 1월 행정자치부는 만 65세 이상 인구가 699만5652명으로 전체 인구의 13.5%를 차지했다고 밝혔다.

반면 만 15세 미만 인구는 691만6147명으로 전체 인구의 13.4%였다. 만 65세 이상 인구가 만 15세 미만 인구를 앞지른 건 행자부가 2008년 주민등록 통계관련 시스템으로 인구 통계를 관리하기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우리나라는 전체 인구 중 만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이 14% 이상인 고령사회로 진입 초읽기 상태다.

임상 시험…시위에 동원도
‘살기 위해’ 일터서 허우적

고령인구의 증가로 노인들이 자주 걸리는 질환에 대한 치료약 개발이 활발해졌다. 치료약을 시판하기 위해서는 임상시험이 필요한데, 여기에 노인들이 대거 지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임상시험이란 인체를 대상으로 하는 실험으로 주로 제약회사나 병원에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지하철을 타고 가다 보면 벽면 광고서 쉽게 접할 수 있다.

한 대형회사가 고혈압·고지혈 관련 임상시험을 진행할 때 전체 지원자 중 절반가량이 60대 이상 노인이었다. 서울의 한 병원에서 진행한 골다공증 임상시험 지원자 모집에도 노인들이 몰렸다. 노인들이 임상시험 알바를 선호하는 이유는 다른 일에 비해 수당이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

시험 의약품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약을 1회 투여하는 데 평균 4만∼5만원 정도로 알려져 있다. 최저시급 언저리서 왔다 갔다 하는 경비, 청소직에 비해 고수익이라 돈이 궁한 노인들에겐 ‘꿀알바’로 인식될 수밖에 없다.

제약업계 측에서도 고령층 의약품 시장이 커지는 만큼 노인 임상시험 대상자가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높은 보수가 곧 위험수당이라는 점이다. 임상시험 알바가 20∼30대 젊은 층에 한창 인기를 끌 때 ‘마루타 알바’라는 말이 함께 유행했다. 어떤 부작용이 나타날지 모르는 임상시험으로 자신의 몸을 혹사시키며 돈을 버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노인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임상시험도 크게 다르지 않다. 식약처에 따르면 임상시험 도중 약물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신고는 2011년부터 2014년까지 3년간 총 476건에 달했다.

일각에선 노인들이 돈을 받고 집회·시위에 참석하는 일도 빈곤 문제로 인해 나타난 현상이라고 주장한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달 6일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화이트리스트’를 언급했다. 정부와 반대되는 성향의 문화체육계 인사들의 명단이 담긴 ‘블랙리스트’와 달리 화이트리스트는 정부가 지원하고 관리하는 특정 단체의 명단을 일컫는다.

슬픈 자화상


특검에 따르면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2014년 대기업서 받은 자금과 전경련 자금을 합해 청와대 지정 22개 단체에 지원했다. 특검은 이 돈이 세월호 참사 반대집회와 관련이 있다고 봤다.

이 사실은 지난해 4월 <시사저널>이 보도한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이 개최한 세월호 반대 집회에 일당 알바가 대규모로 동원됐다는 의혹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노인들이 빈곤에 떠밀려 마구잡이로 선택하는 일들이 자신의 몸을 망치는 것은 물론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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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에게 날아든 극우 청구서

장동혁에게 날아든 극우 청구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김도읍 의원을 정책위원장으로 임명하자, 대표 당선에 이바지했던 강경 보수 세력이 크게 반발했다. 장 대표는 강경·중도 보수 노선을 모두 포용해 기각지세를 유지하려고 한다. 과연 장 대표의 구상은 현실이 될 수 있을까?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강력한 반탄(탄핵 반대) ▲찬탄(탄핵 찬성) 숙청 가능성 ▲전한길씨 등 극우 유튜버 세력과의 연대 등을 언급했다. 이는 선거 중 허언으로 그치지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26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경쟁 상대였던 조경태 의원을 향해 “우리 당에 내란 동조 세력이 있다는 조 의원의 말은 우리 당을 위험에 빠트리는 일”이라며 “상처받은 당원들에게 사죄할 마음은 없는지 먼저 묻고 싶다”면서 ‘결단’을 촉구했다. 시작부터… 히틀러 비유 그러자 조 의원은 다음 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불법·위헌 비상계엄을 한 윤석열 전 대통령을 털고 가자고 한 것이 뭐가 잘못되었다는 거냐”고 반박했다. 이어 “나치정권의 선동에 의한 집단적 압력 때문에 개인의 비판적 사고가 사라져, 결국 희대의 독재자 살인마 히틀러를 지지·정당화해 세계사에 유례가 없는 참극이 벌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를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후 유대인을 학살한 아돌프 히틀러에 비유한 것이다. 장 대표를 히틀러에 빗댄 사람은 조 의원만이 아니다.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지난달 1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장 대표의 연설은 극우 정치인이 TV에서 히틀러의 연설을 흉내 내는 것과 너무 유사해서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전대 당시 “윤 전 대통령을 접견하겠다”고 언급했던 바 있다.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진행한 취임 기자회견에서도 “당원·국민께 약속드린 것은 특별한 사정 변화가 생기지 않는 한 반드시 지키겠다”며 “모든 우파 시민과 연대해 이재명정권을 끌어내리는 데 모든 것을 바치겠다”고 말했다. 대부분 이때까진 장 대표가 선거 중 예고한 대로 강성 보수 노선을 유지하리라고 생각했다. 장 대표가 이 예상을 보기 좋게 깬 날은 지난달 31일이었다. 장 대표는 이날 4선인 김도읍 의원을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했고, 사무총장엔 재선 정희용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장은 이준석 전 대표 체제서 정책위의장을 지냈다. 이를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일 KBS1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김 의장은 싫어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평이 좋은 분”이라며 “저도 이고초려 정도는 해서 정책위의장으로 모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의장은 보수 진영과 부산의 위기에 대해 강한 책임을 느끼는 분”이라며 “장 대표가 굉장히 좋은 분을 모신 것”이라고 호평했다. 정 총장은 경북 고령·성주·칠곡을 지역구로 두고 있고, 지명도가 높지 않아서 일각에선 “언더 찐윤이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장 대표와는 호형호제할 정도로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따라서 “장 대표 나름대로는 찬탄·반탄을 아우르면서 당 장악에 가속도를 붙이려는 것”이란 평가가 나왔다. 하지만 김 의장 임명을 두고, 장 대표 당선에 크게 일조했다고 자부할 법한 강경 보수 진영에서 반발했다. 고성국 ‘고성국 TV’ 대표는 지난 1일 “많은 분이 ‘김도읍이 웬 말이냐’고 비판한다”며 “김도읍은 그런 비판을 받을 만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일엔 “국민의힘은 자유통일당 등 자유우파 정당 4개에 기초자치단체장 공천 30개를 양보하라“고 요구했다. 중도 보수 모두 포용해 기각지세? 김도읍 임명하자 강경파 크게 반발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도 “김 의장 임명을 철회하라”거나 “중도는 없다. 초심을 잃지 말라”는 등 항의 글이 올라왔다. 이런 상황서 장 대표와 함께 당선된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은 연이어 초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방식으로 장 대표에게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달 28일 CBS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헌법재판소의 윤 전 대통령 파면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헌재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판결할 권한이 원칙적으로 없어야 맞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극단적으로 국민의 불안을 조성한 적이 없고, 국회 앞에서 시위를 하던 시민을 강경 진압하지도 않았다”며 “윤 전 대통령에겐 어떤 국민도 다치게 하거나, 불안하게 할 의도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지난 1일엔 국회서 진행된 최고위원회의 도중 “이재명정권은 국익·국민을 위해 정치 보복성 수사를 종결하고, 탄핵의 강을 건너길 바란다”며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석방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3일엔 YTN 라디오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와 논의해서 윤 전 대통령 접견을 신청했고, 장 대표도 굉장한 관심을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 대표에게 “약속을 지키라”는 압력을 행사한 것으로 해석될 가능성을 남긴다. 장 대표에 대한 강경 보수 세력의 압력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전한길씨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유튜브 방송서 “제가 장 대표에게 영향력이 있어 힘이 세다고 보는 사람들이 있다”며 “놀랍게도 벌써 제게 인사·공천 청탁이 들어온다”고 주장했다. 이어 “저는 그런 역할은 안 한다”며 “장 대표에게 부담을 드리진 않는다”고 강조했다. 전씨는 이미 전대 당시에도 “나를 품는 사람이 의원·시장·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부담을 드리진 않는다”면서도 청탁을 언급하는 자체가 ‘부담을 주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고씨·전씨·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뒤통수를 치면 안 된다”는 압력으로 해석되고 있다. 극우의 찬사 극우의 야유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장 대표의 당선에 이르기까지 진행된 국민의힘의 상황은 극우 정당 성장 서사와 대단히 비슷하다. 극우 정당은 사람들의 공포·불안·분노를 건드려 성장한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강경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좌파가 이렇게까지 나라를 잠식한 거냐”는 공포를 안겨줬다. 윤 전 대통령의 몰락과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 과정은 “좌파가 나라를 망칠 것”이라는 불안·분노를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공포·불안심리를 자극해 성장한 대표적인 극우 정당은 독일의 독일을 위한 대안(이하 대안당)을 거론할 수 있다. 대안당은 지난 2013년 창당했고, 지난 2016년 유럽에서 발생한 일부 무슬림 난민의 집단 성폭행 사건 이후 크게 성장했다. 이 사건은 유럽에서 반이민주의·난민 반대 정서가 확대되는 결정적인 계기였다. 대안당은 이 기회로 “이슬람은 독일 일부가 아니다”라는 강령을 택했다. 이어 난민 수용을 적극적으로 추진한 앙겔라 메르켈 내각에 대한 반감이 커지는 틈을 타 세를 확장했다. 이후 대안당에선 극우 성향 계파 플뤼겔이 세를 확장하면서, 수장 비요른 회케 튀링겐주 대표가 당 주도권을 장악하는 흐름이 이어진다. 회케 대표는 수시로 네오나치 성향 발언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2015년엔 히틀러 생가를 방문하고 추모해 논란이 발생했다. 이어 지난 2017년엔 유대인 학살 추념비를 일컬어 “독일인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수도 중심부에 수치스러운 기념비를 세웠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 2021년엔 한 정치 행사에서 “독일을 위한 모든 것”이란 나치 돌격대의 구호를 사용한 혐의로 기소돼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대안당이 잦은 논란을 일으키자, 독일 연방헌법수호청은 지난 2일 “대안당이 자유민주주의 기본 질서에 반하는 노선을 추구한다는 의심이 사실로 확인됐다”면서 대안당을 우익 극단주의 단체로 지정했다. 헌법수호청은 이미 2021년 대안당을 의심 단체로 분류해 도·감청하거나 요원들을 투입해 감시했다. 하지만 대안당의 성장세는 만만치 않다. 대안당은 이미 2016년부터 지방선거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꾸준히 선전하고 있다. 지난해엔 소속 정치인 막시밀리안 크라 의원이 “무장 친위대원 90만명 중엔 농민도 많았다”며 “이들 모두가 범죄자는 아니다”라고 발언해 큰 물의를 일으켰다. 그런데도 대안당은 같은 해 진행된 유럽의회 선거에서 15.9%를 득표해 제2당이 됐다. 벌써 드러낸 카멜레온 본색 이는 독일에서만 일어난 흐름이 아니다. ▲프랑스 국민연합(31.37%) ▲이탈리아 형제당(28.76%) ▲오스트리아 자유당(25.4%) ▲헝가리 시민동맹(44.81%) 등 다수의 극우 정당이 각국에서 득표율 1위를 기록했다. 대안당을 연구한 표광민 경북대 교수는 지난 1월 발표한 논문 <독일 극우 정당과 정동의 정치학>에서 “나치 시대의 역사적 트라우마로 인해 형성된 두려움을 대체해 난민이란 새 두려움의 대상이 등장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상당수 시민이 정부의 난민 수용 등 정책으로부터 탈피해 독일의 주권을 회복해야 한다는 대안당의 주장에 호응해서 대안당이 부상했다”며 “대안당은 ‘난민과 엘리트가 결탁하여 평범한 독일 시민들을 착취하고 있다’는 음모론적 피해의식을 자극했다”고 강조했다. 장 대표의 당선 과정은 대안당의 성장 과정에 ▲비상계엄을 선포한 윤 전 대통령 두둔 ▲부정선거 의혹 제기 등 한국식 극우 담론을 가미한 것으로 해석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적 제거를 위해 무력을 활용하려고 한 윤 전 대통령의 대처는 이미 히틀러가 진행했던 적이 있다. 이 이 때문에 조 의원은 윤 전 대통령과 장 대표를 일컬어 히틀러를 비유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장 대표는 김 의장 임명으로써 자신만의 길을 갈 가능성이 있단 사실을 공개적으로 알렸다. 이는 정치권에서도 공개적으로 언급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상욱 의원은 지난 2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서 “장 대표의 지난 삶을 돌아보면 정말 카멜레온 같다”며 “장 대표는 또 바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 서용주 전 상근부대변인도 같은 날 MBC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장 대표는 본인의 권력을 위해 끊임없이 변신하는 카멜레온 정치를 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는 또 누군가를 배신하는 선택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는 김 의장 등 합리적이란 평가를 받는 정치인을 주요 당직에 임명하는 것을 통해 강경 보수 세력이 매우 싫어하는 중도 보수 노선을 함께 추구할 가능성을 드러냈다. 이는 일본 자유민주당식 빅텐트 정당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특히 그는 지난달 28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전씨를 일컬어 “당 외곽에서 의병으로 열심히 싸웠다”며 “그게 전씨에게 가장 잘 맞는 옷이자 역할”이라고 말했다. 이는 정치권에서 암암리에 돌던 ‘전씨 주요 당직 임명설’을 정면으로 부정한 발언이라고 볼 수 있다. 관군은 성안 의병은 밖에서 공포·불안·분노 버튼 눌러? 장 대표는 전씨 등 강경 보수 세력을 ‘의병’이라고 표현했다. 그렇다면 자신을 포함한 국민의힘은 ‘관군’이 된다. 장 대표의 발언은 “관군이 성안에서 내부 민심까지 추슬러 수성전을 주도할 때, 의병은 성 밖에서 별동대 역할을 맡는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문재인 전 대통령·김어준씨의 관계와 정확하게 일치한다. 그리고 “군을 일부 분산 배치한 후 별동대로 활용해 양면 공세를 한다”는 기각지세를 취하는 것과 비슷하다. 본대와 별동대를 총지휘하는 사람은 장 대표 자신일 것이다. 문제는 “장 대표에게 그만한 영향력이 있느냐”는 것이다.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재선 의원이 된 후 불과 1년이 지났다. 재선이지만, 여전히 초선 의원이라고 볼 여지도 있다. 대안당에서도 플뤼겔과 중도 성향 계파 미테가 치열하게 내부 투쟁을 이어갔다. 플뤼겔의 세가 커지자, 이를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도 있었다. 프라우케 페트리 전 대표는 플뤼겔이 지원해 지난 2015년 당 대표로 선출됐지만, 회케 대표와의 갈등 끝에 2년 만에 대안당을 탈당한 후 파란당을 창당했다. 대안당은 보수 성향의 중산층들을 주된 지지층으로 거느리고 있다. 난민 반대 이슈를 크게 내세운 이후엔 ▲청소년 ▲이민 1세대 ▲정치·경제 상황에 불만이 많은 구동독 지역주민 등으로 지지층을 확장했다. 하지만 우리 정치 구도는 독일과 다르다. 우리 정치 구도에선 4050 세대와 2030 세대 여성의 민주당 지지가 매우 굳건하다. 노년 세대의 국민의힘 지지는 비교적 확고하지만, 4050 세대가 노년으로 진입한 이후에도 이 지지를 굳건하게 유지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2030 남성은 4050 세대와 민주당에 대한 반감이 커서 보수 성향을 강하게 드러낸다. 하지만 보수 성향 표심은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으로 분산돼있고, 민주당을 지지하는 2030 남성의 수도 적지 않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을 모두 비판하면서 중도 성향을 유지하는 유권자 비중도 적지 않다. 강경 보수 성향만 유지해선 대안당처럼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기 어렵다. 국민의힘은 시대 변화에 발맞추지 못한 채 계파 갈등에만 몰두해 나날이 국회 의석수가 줄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수반된 당 몰락은 한편으로 국민의힘이 변화할 기회였다. 하지만 이들은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6월 제안한 5대 개혁안을 하나도 수용하지 않았다. 이어 윤희숙 혁신위원장의 인적 쇄신 시도도 소리 없이 자취를 감추게 했다. 장 대표는 선거 과정에서 그동안의 정치적 변화가 모두 공개됐고,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 측은 이를 쇼츠로 제작해 널리 퍼트렸다. 따라서 장 대표의 변화는 어느 정도 예측됐던 측면도 있다. 앞으로 더… 남은 9개월 내년 지방선거가 불과 9개월여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에 장 대표가 서두를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 장 대표는 독자적인 세 없이 당 대표로서의 역량과 성과를 검증받아야 한다. 이것이 ‘카멜레온’으로 평가받는 장 대표의 기질을 더욱 부추기는 것으로 보인다. 기각지세라는 그림은 그럴듯하게 그렸지만 이는 확고한 지도력을 갖춘 수장만이 전개할 수 있다. <삼국지>의 여포는 책사 진궁으로부터 적의 포위를 뚫을 방법으로 기각지세를 조언받았다. 하지만 여포는 부하의 믿음을 얻지 못해서 감히 시도조차 못했다. 혹시 장 대표도 이런 상황인 것은 아닐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