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27) 요청

  • 황천우 작가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4.03 10:13:50
  • 호수 11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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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제와 손잡고 신라를 친다?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임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제가 고구려에 가서 도움을 청하겠습니다.”

“백제가 고구려와 손잡고자 한다는데 느닷없이 고구려를 방문하여 도움을 청하다니, 대체 정신이 있는 겐가?”

“여하튼 여기서 이러지 말고 어서 가서 여주를 만나자니까요.”

유신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밖으로 나서는 춘추의 뒤를 따랐다.

“그게 무슨 소린가?”


밖으로 나오자마자 유신이 의아한 눈초리를 보내며 다시 다그쳤다.

“무슨 말이오?”

“고구려에 가겠다는 이야기 말일세.”

담판을 짓다

“지금 백제군만 해도 벅찬데 고구려 군까지 합세하면 그야말로 대책 없는 거 아닙니까. 그러니 고구려를 찾아가 백제에 동조하지 못하도록 담판을 지어야지요.”

“무슨 이야기인지는 알겠네만 도대체 무엇을 가지고 담판 짓겠다는 말인가?”

“무엇이라니요?”


“그러면 맨 손으로 가겠다는 건가?”

춘추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무릎 꿇었다.

“왜 그러는가?”

유신이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펴보았다.

오고 가는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둘을 향했다.

“처남,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습니다.”

“지금 그 이야기가 아니지 않은가.”

“무작정 가보려 합니다. 오래전에도 이와 유사한 일이 있지 않았습니까?”

“유사한 일이라니?”“오래전 내물왕 때 왜구의 침략을 받은 일이 있었지요.”

“그랬었지.”

“당시 고구려의 광개토대왕은 군사를 파견하여 왜구를 물리쳤습니다.”

“그거야 경우가 틀리지 않은가. 당시는 이민족인 왜구였고 지금은 같은 민족인 백제란 말일세. 백제!”


유신이 답답한 듯 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어쨌든 여하한 일이 있더라도 고구려의 생각을 돌려보겠습니다.”

“지원요청을 빌미로 말이지. 그러다 일이 틀어지면 어찌할 텐가. 게다가 만에 하나 고구려에서 자네를…….”

“처남이 계시지 않습니까.”

춘추가 말을 함과 동시에 고개를 숙였다.

“내가 뭘!”


“처남께 사과드립니다. 그리고 뒤를 부탁드립니다.”

“그게 무슨 소린가?”

“그동안 처남을 무시하고 설쳐댄 점 깊이 사과드립니다.”

유신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도 춘추와 같은 진골이었지만 가야 출신이라는 이유로 결정적인 일에는 늘 소외당하고는 했었다.

작금의 상황 역시 자신의 뜻이 반영되지 않아 초래된 결과였다.

“저와 처남이 한 몸임을 미처 알지 못했습니다. 부디 용서하여 주십시오.”

유신이 춘추의 손을 잡고 일으켜 세웠다.

“정녕 자네의 경솔했음을 깨닫는가?”

“그러합니다, 처남. 알량한 핏줄 운운하며 처남을 무시하고 또.”

“또 무언가?”

“결론적으로 너무나 가볍고 소심하게 굴었습니다.”

유신이 가만히 춘추의 손을 잡았다.

“향후에는 반드시 처남 의견에 따라 움직이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이번만은 저의 뜻을 따라주십시오.”

“어떤 결과가 나올지 예측할 수 없으나 자네의 뜻이 그렇다면 가게. 뒤는 내가 책임지도록 함세.”

“고맙습니다, 처남.”

위기의 신라, 고구려 회유에 총력 대응
근심 어린 선덕여왕…연개소문 선택은?

의기투합된 두 사람이 서둘러 궁으로 들어가 선덕여왕을 만났다.

만나자마자 춘추가 자신의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했다.

“당나라에 사신을 보내려던 참인데 굳이 고구려에 가야겠단 말이오? 게다가 고구려는 지금 백제와 손잡고 우리를 공격하려 한다는 말이 있는데요.”

이야기를 듣고 난 선덕여왕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비록 백제가 고구려와 함께 일을 도모하려 하나 고구려는 입장이 다를 수 있습니다. 그러니 어떻게 해서라도 고구려와 백제가 연합하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당나라에 사신을 보냄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춘추 공이 고구려에 가서 신라의 뜻을 제대로 전해 통할 수 있다면 어느 정도 승산 있습니다. 그러니 보내시지요.”

잠자코 있던 유신이 나서자 선덕여왕이 춘추와 유신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행여나 춘추 공에게 불미스런 일이 생긴다면 소장이 목숨 걸고 나서겠습니다.”

“어떻게 말인가요?”

“춘추 공이 떠나자마자 바로 병사들을 모집하여 대기하고 있다 기간 내에 돌아오지 않으면 곧바로 고구려로 쳐들어가겠습니다.”

유신이 힘주어 답하자 선덕여왕이 근심스런 눈빛으로 춘추를 바라보았다.

“마마!”

“말해보세요.”

“제가 길을 떠나면 모든 병권을 김유신 장군에게 일임하여 주십시오.”

둘의 표정을 살피던 선덕여왕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연개소문이 마차에 온갖 재물을 싣고 길 나설 차비를 갖추었다.

“선 책사, 이른 대로 일처리하고 돌아오리다.”

“소인은 연정토 장군과 차후의 일을 준비하겠습니다.”

답을 한 선도해가 연정토를 바라보았다.

“형님, 아니꼽고 더럽더라도 이번 한번만 눈을 질끈 감으십시오. 그런 연후에는 이놈들의 생간을 씹어 먹든 삶아먹든 아무 말 않겠습니다.”

“그런 염려 말고 아우는 책사의 말에 따라 철저하게 준비를 갖추게.”

말을 마친 연개소문이 말에 오르기에 앞서 우마차를 바라보았다.

“이리 그놈 참 대단하네 그려. 들이 넣고 들이 밀어도 끝이 없으니.”

“조만간에 배가 터져 죽을 터이니 조금도 서운해 하지 마십시오.”

“하긴 잠시 보관 장소만 바뀌는 것 뿐이지.”

“아니지요, 형님. 일종의 투자지요.”

“투자라니?”

“더 큰 것을 얻기 위해 들이는 것이니만큼 당연히 투자라 해야지요.”

순간 연개소문과 선도해가 눈을 맞추었다.

“허허, 연정토 장군도 대단한 구석이 있습니다.”

“무슨 말씀을 그리 섭섭하게 하시오. 내 명색이 연정토요, 연정토!”

연정토가 무지막지하게 큰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치면서 허풍을 떨자 연개소문과 선도해가 파안대소했다.

“내 아우가 맞네, 맞아.”

호탕하게 웃고 난 연개소문이 말위에 올랐다.

말위에 올라 자신의 집과 배웅하는 사람들을 한번 쭉 훑어보고는 천천히 이리의 집으로 방향을 잡았다.

길을 가는 내내 그동안 가슴 졸였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다.

새로운 고구려

이리를 중심으로 뭉친 귀족들로 인해 대대로의 직위에 오르는 일이 장벽에 부딪치자 연개소문은 책사인 선도해의 의견에 따라 뇌물공세를 펼쳤다.

처음에는 자신의 속내를 익히 알고 있던 이리가 거만 떨면서 외면하자 다시금 자신의 계획을,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죽여 버리려는, 실행에 옮기고자 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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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