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후계자들의 비밀곳간 대해부

앉아서 돈 벌고 그 돈으로 회장 된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식품업계 1세대가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면서 가업을 이끌 후계자들이 주목 받고 있다. 3·4세대들 사이에는 공통분모가 존재한다. 물밑에서 원활한 승계작업을 지원하는 오너 일가 소유 관계사들을 보유했다는 점이다.

경영승계 과정을 밟는 식품업계 터줏대감들 사이에서 비슷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사실상 오너 일가 소유의 계열사를 앞세워 그룹 전반의 경영권을 공고히 하려는 움직임이다. 승계 효과 극대화를 위해 세심히 신경 쓴 흔적이 곳곳서 감지된다.

오너 가족회사
그룹 전체 지배

‘제때’(전 케이엔엘물류)는 빙그레 계열사 가운데 승계와 관련해 가장 주목받는 계열사다. 빙그레의 냉장·냉동 제품을 운송하는 물류업체로 그동안 내부 거래를 통해 꾸준히 성장해왔다. 이 회사는 김호연 빙그레 회장의 자녀들이 소유하고 있다. 제때는 김호연 회장의 장남인 동환씨가 33.4%, 장녀 정화씨가 33.33%, 차남 동만씨가 33.33%의 등 오너 자녀가 사실상 100% 지분을 보유한 개인회사다.

2007년 빙그레 지분 1.70%를 사들인 이후 10년여 동안 이를 유지해온 제때는 지난해 9월 빙그레 지분 늘리기에 나섰다. 불과 6일 동안 총 29만8290주를 사들였고 지분율은 1.70%서 1.96%로 늘었다. 제때의 빙그레 지분 매입을 두고 향후 경영승계를 고려한 포석쯤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풀무원의 유기농 계열사 '올가홀푸드'서도 승계작업을 짐작게 하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남승우 대표의 장남 성윤씨는 2015년 올가홀푸드 지분 94.95%를 사들이며 단번에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전까지 성윤씨는 지분 19.03%를 보유한 2대주주였다. 풀무원아이씨는 75.92%의 보유 지분을 성윤씨에게 전량 매각했다.
 


성윤씨에게 보유지분 전량을 매각한 풀무원아이씨는 남 대표(71.67%)와 부인 김명희(28.33%)씨가 지분 100%를 보유한 오너가 개인회사나 다름없다. 사실상 남 대표 부부가 아들에게 보유지분 전량을 매각한 셈이다.

실제로 올가홀푸드는 성윤씨의 행보와 맞물려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지분구조상 사실상 오너가 개인회사로 분류되는 올가홀푸드는 수익성 악화 속에서도 그룹의 전방위 지원으로 매년 사업을 유지해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남 대표는 수차례 유상증자에 나서며 아들이 대주주로 있는 올가홀푸드의 전방위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일각에선 성윤씨가 올가홀푸드의 최대주주에 오른 점과 그동안 올가홀푸드에 지원이 이뤄진 것도 향후 풀무원의 지배구조와 맞닿아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계속되고 있다.

주식 증여하는
우회 승계작업

하이트진로 경영승계 과정서 주목할 계열사는 생맥주 제조기 및 냉각기 제조사 ‘서영이앤티’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박문덕 회장의 장남이자 지난해 말 승진한 박태영 부사장(58.44%)이다. 박 부사장은 그룹 내 지주사인 하이트진로홀딩스의 2대 주주(27.66%)기도 하다.

서영이앤티는 박 부사장 외에도 차남 재홍씨가 21.62%, 박 회장이 그의 형인 박문효 하이트진로산업 회장이 각각 14.69%, 5.16%의 지분을 보유한 오너 일가 개인회사다.

하이트진로 오너 일가가 서영이앤티를 통해 우회적인 승계 작업을 펼칠 가능성은 충분하다. 박 회장이 보유한 하이트진로홀딩스의 지분을 박 부사장과 재홍씨에게 직접 증여할 경우 막대한 증여세를 내야 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에 박 부사장과 재홍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서영이앤티에 주식을 증여하는 방식으로 승계 작업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분석은 2015년 박 회장이 경영 일선서 물러나고 박 부사장이 입사 4년 만에 부사장 자리에 오르면서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하이트진로그룹의 유력 후계자로 지목되는 박 부사장은 2012년 4월 하이트진로 경영관리실장(상무)으로 입사했다. 이후 8개월 만에 전무로 초고속 승진한 후 지난해 초에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경영권 좌지우지 비상장 오너 가족회사
내부거래로 덩치 키워 승계작업에 이용

사조그룹 3세 경영권 승계 작업의 중심에는 주지홍 사조해표 상무와 ‘사조시스템즈’가 있다. 주 상무는 2015년 12월 사조인터내셔널을 흡수합병하면서 실질적인 그룹 지주사가 된 사조시스템즈(비상장)의 최대주주다.

현재 주 상무는 사조시스템즈 전체 지분의 39.72%를 보유하고 있다. 합병 과정서 사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사조대림(3.84%), 사조산업(6,78%), 사조해표(1.4%) 지분이 사조시스템즈로 귀속됐다.

이에 따라 복잡하게 얽혀 있던 사조그룹의 지배구조는 ‘주지홍 - 사조시스템즈 - 사조산업 - 각 주요계열사’ 형태로 재정립됐다. 오너 일가의 지배력도 함께 강화됐다는 평가다. 주진우 회장이 그룹개편 이전 핵심 계열사인 사조산업의 지분을 50% 이상 보유하고 있기는 하지만 실질적인 영향력은 주 상무가 최대주주로 있는 사조시스템즈가 더 크다.
 

2015년 8월 주 회장은 장남인 주 상무가 최대주주로 있는 계열사에 사조산업 주식을 대량으로 매각했다. 총 거래가격은 330억원으로 이날 종가기준 주당 매매가격은 6만6000원이었다.

불과 한달 전 사조산업 주식의 종가가 11만9000원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주가가 급락한 시점에 지분을 넘겨 승계비용을 크게 줄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주 회장이 보유한 사조산업 지분을 매입한 사조시스템즈는 주 상무가 최대주주인 만큼 간접적으로나마 주 상무의 사조산업 지분율 증대로 연결된다.

삼양식품그룹 역시 계열사를 통한 승계작업 가능성이 점쳐지는 곳이다. 삼양식품 지배구조의 최정점인 ‘SY캠퍼스’의 지분은 전인장 회장의 아들인 병우씨가 100% 소유하고 있다. 사실상 경영권 승계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이 회사가 오너 일가 편법승계 논란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SY캠퍼스는 2007년 2월 ‘비글스’라는 이름으로 설립됐고 지난해 3월 SY캠퍼스로 이름을 바꿨다. 회사가 설립된 2007년 당시 전씨의 나이는 13세에 불과했다.

전인장 회장, 김정수 사장, SY캠퍼스는 내츄럴삼양을 100% 소유하고 있고, 내츄럴삼양은 그룹의 핵심계열사이자 유일한 상장사인 삼양식품 지분 33.2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전 회장 등 특수관계인 10여명도 삼양식품 지분 16.63%를 직접 보유하고 있다. 

SY캠퍼스는 설립과 동시에 삼양식품그룹의 알짜회사 테라윈프린팅(삼양식품에 포장 공급)을 그룹서 분리해 가져가면서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기도 했다. SY캠퍼스는 불과 3년 후 매출 195억원의 규모로 급성장했다.

내부거래 횡횡
커지는 덩치


크라운제과는 지난해 10월 윤영달 회장이 오너 일가 개인회사인 ‘두라푸드’에 지분을 매각하며 편법 승계 논란을 일으켰다. 윤 회장은 지분 4.07%(60만주)를 두라푸드에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넘겼다. 크라운제과 지분 20.06%를 들고 있던 두라푸드는 지분 4.07%를 추가로 취득하면서 윤 회장을 제치고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윤 회장은 지분 처분으로 지분율이 27.38%에서 20.26%로 낮아져 2대주주로 내려앉았다.
 

윤 회장의 아들 윤석빈 크라운제과 대표가 59.60%의 지분을 보유한 두라푸드는 2009년 크라운제과로부터 연양갱 생산설비를 넘겨받은 뒤 내부거래를 통해 성장해온 비상장사다. 두라푸드가 윤 회장을 제치고 크라운제과 최대주주로 등극하자 3세 중심의 지배체제가 확고히 구축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윤 대표 개인회사인 두라푸드와 직접 보유 지분을 모두 합치면 크라운제과 지분율은 27%가 넘는다. 윤 대표는 사실상 그룹 핵심 계열사인 크라운제과의 최대주주로 등극한 셈이다.

불법 아닌 편법 기승
돈 벌고 지배력 높여

한국야쿠르트 경영승계는 팔도를 중심으로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 팔도는 한국야쿠르트 지배구조상 최상위 위치에 있으며 한국야쿠르트 지분 40.8%를 보유 중이다. 팔도는 한국야쿠르트에 플라스틱 용기를 납품하면서 성장해왔지만 ‘일감몰아주기’ 편법승계 논란이 일면서 지난 2012년 한국야쿠르트에서 라면·음료 사업을 인수, 독립하고 사명도 삼영시스템서 현재의 사명으로 변경했다.

2011년까지 한국야쿠르트의 최대주주는 일본의 야쿠르트혼샤(38.3%)였다. 윤호중 전무와 팔도, 비락의 지분을 모두 합하면 58%지만, 단일 최대주주는 일본 기업이었다. 윤덕병 회장은 2011년 말 라면 및 음료사업부를 삼영시스템에 매각했고 삼영시스템은 팔도로 사명을 교체했다.


이로써 윤 전무가 100%의 지분을 보유한 팔도는 한국야쿠르트의 최대주주(40.83%)로 올라섰다. 팔도는 윤 전무의 개인회사나 다름없다. 아버지는 핵심기업을, 아들이 지주사를 맡는 모양새다.

동원그룹의 경우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동원엔터프라이즈를 중심으로 경영권 승계 작업을 마무리했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김재철 회장의 차남인 김남정 부회장(67.98%)이며 김 회장은 지분 24.5%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산하에 동원산업, 동원F&B, 동원시스템즈 등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3곳과 동원홈푸드를 비롯한 비상장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비슷한 의도
티나는 편법

이처럼 상당수 식품업계 기업이 오너 일가 소유 가족회사를 키우는 건 기업 지배력 강화 차원의 움직임이라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주력 사업회사 주식을 대량으로 오너 일가 가족회사가 보유하면 비용부담을 최소화한 상태서 그룹 지배력을 공고히 할 수 있다. 오너 자녀가 대주주로 있는 비상장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줘 회사의 몸집을 키우는 통상적인 편법승계 형태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식품업계 젊은 후계자들은 기업문화에 혁신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측면이 있다”며 “그러나 객관적인 검증과 전문성 없는 경영 승계는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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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