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후계자들의 비밀곳간 대해부

앉아서 돈 벌고 그 돈으로 회장 된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식품업계 1세대가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면서 가업을 이끌 후계자들이 주목 받고 있다. 3·4세대들 사이에는 공통분모가 존재한다. 물밑에서 원활한 승계작업을 지원하는 오너 일가 소유 관계사들을 보유했다는 점이다.

경영승계 과정을 밟는 식품업계 터줏대감들 사이에서 비슷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사실상 오너 일가 소유의 계열사를 앞세워 그룹 전반의 경영권을 공고히 하려는 움직임이다. 승계 효과 극대화를 위해 세심히 신경 쓴 흔적이 곳곳서 감지된다.

오너 가족회사
그룹 전체 지배

‘제때’(전 케이엔엘물류)는 빙그레 계열사 가운데 승계와 관련해 가장 주목받는 계열사다. 빙그레의 냉장·냉동 제품을 운송하는 물류업체로 그동안 내부 거래를 통해 꾸준히 성장해왔다. 이 회사는 김호연 빙그레 회장의 자녀들이 소유하고 있다. 제때는 김호연 회장의 장남인 동환씨가 33.4%, 장녀 정화씨가 33.33%, 차남 동만씨가 33.33%의 등 오너 자녀가 사실상 100% 지분을 보유한 개인회사다.

2007년 빙그레 지분 1.70%를 사들인 이후 10년여 동안 이를 유지해온 제때는 지난해 9월 빙그레 지분 늘리기에 나섰다. 불과 6일 동안 총 29만8290주를 사들였고 지분율은 1.70%서 1.96%로 늘었다. 제때의 빙그레 지분 매입을 두고 향후 경영승계를 고려한 포석쯤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풀무원의 유기농 계열사 '올가홀푸드'서도 승계작업을 짐작게 하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남승우 대표의 장남 성윤씨는 2015년 올가홀푸드 지분 94.95%를 사들이며 단번에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전까지 성윤씨는 지분 19.03%를 보유한 2대주주였다. 풀무원아이씨는 75.92%의 보유 지분을 성윤씨에게 전량 매각했다.
 


성윤씨에게 보유지분 전량을 매각한 풀무원아이씨는 남 대표(71.67%)와 부인 김명희(28.33%)씨가 지분 100%를 보유한 오너가 개인회사나 다름없다. 사실상 남 대표 부부가 아들에게 보유지분 전량을 매각한 셈이다.

실제로 올가홀푸드는 성윤씨의 행보와 맞물려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지분구조상 사실상 오너가 개인회사로 분류되는 올가홀푸드는 수익성 악화 속에서도 그룹의 전방위 지원으로 매년 사업을 유지해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남 대표는 수차례 유상증자에 나서며 아들이 대주주로 있는 올가홀푸드의 전방위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일각에선 성윤씨가 올가홀푸드의 최대주주에 오른 점과 그동안 올가홀푸드에 지원이 이뤄진 것도 향후 풀무원의 지배구조와 맞닿아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계속되고 있다.

주식 증여하는
우회 승계작업

하이트진로 경영승계 과정서 주목할 계열사는 생맥주 제조기 및 냉각기 제조사 ‘서영이앤티’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박문덕 회장의 장남이자 지난해 말 승진한 박태영 부사장(58.44%)이다. 박 부사장은 그룹 내 지주사인 하이트진로홀딩스의 2대 주주(27.66%)기도 하다.

서영이앤티는 박 부사장 외에도 차남 재홍씨가 21.62%, 박 회장이 그의 형인 박문효 하이트진로산업 회장이 각각 14.69%, 5.16%의 지분을 보유한 오너 일가 개인회사다.

하이트진로 오너 일가가 서영이앤티를 통해 우회적인 승계 작업을 펼칠 가능성은 충분하다. 박 회장이 보유한 하이트진로홀딩스의 지분을 박 부사장과 재홍씨에게 직접 증여할 경우 막대한 증여세를 내야 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에 박 부사장과 재홍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서영이앤티에 주식을 증여하는 방식으로 승계 작업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분석은 2015년 박 회장이 경영 일선서 물러나고 박 부사장이 입사 4년 만에 부사장 자리에 오르면서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하이트진로그룹의 유력 후계자로 지목되는 박 부사장은 2012년 4월 하이트진로 경영관리실장(상무)으로 입사했다. 이후 8개월 만에 전무로 초고속 승진한 후 지난해 초에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경영권 좌지우지 비상장 오너 가족회사
내부거래로 덩치 키워 승계작업에 이용

사조그룹 3세 경영권 승계 작업의 중심에는 주지홍 사조해표 상무와 ‘사조시스템즈’가 있다. 주 상무는 2015년 12월 사조인터내셔널을 흡수합병하면서 실질적인 그룹 지주사가 된 사조시스템즈(비상장)의 최대주주다.

현재 주 상무는 사조시스템즈 전체 지분의 39.72%를 보유하고 있다. 합병 과정서 사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사조대림(3.84%), 사조산업(6,78%), 사조해표(1.4%) 지분이 사조시스템즈로 귀속됐다.

이에 따라 복잡하게 얽혀 있던 사조그룹의 지배구조는 ‘주지홍 - 사조시스템즈 - 사조산업 - 각 주요계열사’ 형태로 재정립됐다. 오너 일가의 지배력도 함께 강화됐다는 평가다. 주진우 회장이 그룹개편 이전 핵심 계열사인 사조산업의 지분을 50% 이상 보유하고 있기는 하지만 실질적인 영향력은 주 상무가 최대주주로 있는 사조시스템즈가 더 크다.
 

2015년 8월 주 회장은 장남인 주 상무가 최대주주로 있는 계열사에 사조산업 주식을 대량으로 매각했다. 총 거래가격은 330억원으로 이날 종가기준 주당 매매가격은 6만6000원이었다.

불과 한달 전 사조산업 주식의 종가가 11만9000원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주가가 급락한 시점에 지분을 넘겨 승계비용을 크게 줄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주 회장이 보유한 사조산업 지분을 매입한 사조시스템즈는 주 상무가 최대주주인 만큼 간접적으로나마 주 상무의 사조산업 지분율 증대로 연결된다.

삼양식품그룹 역시 계열사를 통한 승계작업 가능성이 점쳐지는 곳이다. 삼양식품 지배구조의 최정점인 ‘SY캠퍼스’의 지분은 전인장 회장의 아들인 병우씨가 100% 소유하고 있다. 사실상 경영권 승계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이 회사가 오너 일가 편법승계 논란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SY캠퍼스는 2007년 2월 ‘비글스’라는 이름으로 설립됐고 지난해 3월 SY캠퍼스로 이름을 바꿨다. 회사가 설립된 2007년 당시 전씨의 나이는 13세에 불과했다.

전인장 회장, 김정수 사장, SY캠퍼스는 내츄럴삼양을 100% 소유하고 있고, 내츄럴삼양은 그룹의 핵심계열사이자 유일한 상장사인 삼양식품 지분 33.2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전 회장 등 특수관계인 10여명도 삼양식품 지분 16.63%를 직접 보유하고 있다. 

SY캠퍼스는 설립과 동시에 삼양식품그룹의 알짜회사 테라윈프린팅(삼양식품에 포장 공급)을 그룹서 분리해 가져가면서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기도 했다. SY캠퍼스는 불과 3년 후 매출 195억원의 규모로 급성장했다.

내부거래 횡횡
커지는 덩치


크라운제과는 지난해 10월 윤영달 회장이 오너 일가 개인회사인 ‘두라푸드’에 지분을 매각하며 편법 승계 논란을 일으켰다. 윤 회장은 지분 4.07%(60만주)를 두라푸드에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넘겼다. 크라운제과 지분 20.06%를 들고 있던 두라푸드는 지분 4.07%를 추가로 취득하면서 윤 회장을 제치고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윤 회장은 지분 처분으로 지분율이 27.38%에서 20.26%로 낮아져 2대주주로 내려앉았다.
 

윤 회장의 아들 윤석빈 크라운제과 대표가 59.60%의 지분을 보유한 두라푸드는 2009년 크라운제과로부터 연양갱 생산설비를 넘겨받은 뒤 내부거래를 통해 성장해온 비상장사다. 두라푸드가 윤 회장을 제치고 크라운제과 최대주주로 등극하자 3세 중심의 지배체제가 확고히 구축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윤 대표 개인회사인 두라푸드와 직접 보유 지분을 모두 합치면 크라운제과 지분율은 27%가 넘는다. 윤 대표는 사실상 그룹 핵심 계열사인 크라운제과의 최대주주로 등극한 셈이다.

불법 아닌 편법 기승
돈 벌고 지배력 높여

한국야쿠르트 경영승계는 팔도를 중심으로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 팔도는 한국야쿠르트 지배구조상 최상위 위치에 있으며 한국야쿠르트 지분 40.8%를 보유 중이다. 팔도는 한국야쿠르트에 플라스틱 용기를 납품하면서 성장해왔지만 ‘일감몰아주기’ 편법승계 논란이 일면서 지난 2012년 한국야쿠르트에서 라면·음료 사업을 인수, 독립하고 사명도 삼영시스템서 현재의 사명으로 변경했다.

2011년까지 한국야쿠르트의 최대주주는 일본의 야쿠르트혼샤(38.3%)였다. 윤호중 전무와 팔도, 비락의 지분을 모두 합하면 58%지만, 단일 최대주주는 일본 기업이었다. 윤덕병 회장은 2011년 말 라면 및 음료사업부를 삼영시스템에 매각했고 삼영시스템은 팔도로 사명을 교체했다.


이로써 윤 전무가 100%의 지분을 보유한 팔도는 한국야쿠르트의 최대주주(40.83%)로 올라섰다. 팔도는 윤 전무의 개인회사나 다름없다. 아버지는 핵심기업을, 아들이 지주사를 맡는 모양새다.

동원그룹의 경우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동원엔터프라이즈를 중심으로 경영권 승계 작업을 마무리했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김재철 회장의 차남인 김남정 부회장(67.98%)이며 김 회장은 지분 24.5%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산하에 동원산업, 동원F&B, 동원시스템즈 등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3곳과 동원홈푸드를 비롯한 비상장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비슷한 의도
티나는 편법

이처럼 상당수 식품업계 기업이 오너 일가 소유 가족회사를 키우는 건 기업 지배력 강화 차원의 움직임이라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주력 사업회사 주식을 대량으로 오너 일가 가족회사가 보유하면 비용부담을 최소화한 상태서 그룹 지배력을 공고히 할 수 있다. 오너 자녀가 대주주로 있는 비상장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줘 회사의 몸집을 키우는 통상적인 편법승계 형태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식품업계 젊은 후계자들은 기업문화에 혁신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측면이 있다”며 “그러나 객관적인 검증과 전문성 없는 경영 승계는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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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