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후계자들의 비밀곳간 대해부

앉아서 돈 벌고 그 돈으로 회장 된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식품업계 1세대가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면서 가업을 이끌 후계자들이 주목 받고 있다. 3·4세대들 사이에는 공통분모가 존재한다. 물밑에서 원활한 승계작업을 지원하는 오너 일가 소유 관계사들을 보유했다는 점이다.

경영승계 과정을 밟는 식품업계 터줏대감들 사이에서 비슷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사실상 오너 일가 소유의 계열사를 앞세워 그룹 전반의 경영권을 공고히 하려는 움직임이다. 승계 효과 극대화를 위해 세심히 신경 쓴 흔적이 곳곳서 감지된다.

오너 가족회사
그룹 전체 지배

‘제때’(전 케이엔엘물류)는 빙그레 계열사 가운데 승계와 관련해 가장 주목받는 계열사다. 빙그레의 냉장·냉동 제품을 운송하는 물류업체로 그동안 내부 거래를 통해 꾸준히 성장해왔다. 이 회사는 김호연 빙그레 회장의 자녀들이 소유하고 있다. 제때는 김호연 회장의 장남인 동환씨가 33.4%, 장녀 정화씨가 33.33%, 차남 동만씨가 33.33%의 등 오너 자녀가 사실상 100% 지분을 보유한 개인회사다.

2007년 빙그레 지분 1.70%를 사들인 이후 10년여 동안 이를 유지해온 제때는 지난해 9월 빙그레 지분 늘리기에 나섰다. 불과 6일 동안 총 29만8290주를 사들였고 지분율은 1.70%서 1.96%로 늘었다. 제때의 빙그레 지분 매입을 두고 향후 경영승계를 고려한 포석쯤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풀무원의 유기농 계열사 '올가홀푸드'서도 승계작업을 짐작게 하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남승우 대표의 장남 성윤씨는 2015년 올가홀푸드 지분 94.95%를 사들이며 단번에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전까지 성윤씨는 지분 19.03%를 보유한 2대주주였다. 풀무원아이씨는 75.92%의 보유 지분을 성윤씨에게 전량 매각했다.
 


성윤씨에게 보유지분 전량을 매각한 풀무원아이씨는 남 대표(71.67%)와 부인 김명희(28.33%)씨가 지분 100%를 보유한 오너가 개인회사나 다름없다. 사실상 남 대표 부부가 아들에게 보유지분 전량을 매각한 셈이다.

실제로 올가홀푸드는 성윤씨의 행보와 맞물려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지분구조상 사실상 오너가 개인회사로 분류되는 올가홀푸드는 수익성 악화 속에서도 그룹의 전방위 지원으로 매년 사업을 유지해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남 대표는 수차례 유상증자에 나서며 아들이 대주주로 있는 올가홀푸드의 전방위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일각에선 성윤씨가 올가홀푸드의 최대주주에 오른 점과 그동안 올가홀푸드에 지원이 이뤄진 것도 향후 풀무원의 지배구조와 맞닿아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계속되고 있다.

주식 증여하는
우회 승계작업

하이트진로 경영승계 과정서 주목할 계열사는 생맥주 제조기 및 냉각기 제조사 ‘서영이앤티’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박문덕 회장의 장남이자 지난해 말 승진한 박태영 부사장(58.44%)이다. 박 부사장은 그룹 내 지주사인 하이트진로홀딩스의 2대 주주(27.66%)기도 하다.

서영이앤티는 박 부사장 외에도 차남 재홍씨가 21.62%, 박 회장이 그의 형인 박문효 하이트진로산업 회장이 각각 14.69%, 5.16%의 지분을 보유한 오너 일가 개인회사다.

하이트진로 오너 일가가 서영이앤티를 통해 우회적인 승계 작업을 펼칠 가능성은 충분하다. 박 회장이 보유한 하이트진로홀딩스의 지분을 박 부사장과 재홍씨에게 직접 증여할 경우 막대한 증여세를 내야 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에 박 부사장과 재홍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서영이앤티에 주식을 증여하는 방식으로 승계 작업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분석은 2015년 박 회장이 경영 일선서 물러나고 박 부사장이 입사 4년 만에 부사장 자리에 오르면서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하이트진로그룹의 유력 후계자로 지목되는 박 부사장은 2012년 4월 하이트진로 경영관리실장(상무)으로 입사했다. 이후 8개월 만에 전무로 초고속 승진한 후 지난해 초에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경영권 좌지우지 비상장 오너 가족회사
내부거래로 덩치 키워 승계작업에 이용

사조그룹 3세 경영권 승계 작업의 중심에는 주지홍 사조해표 상무와 ‘사조시스템즈’가 있다. 주 상무는 2015년 12월 사조인터내셔널을 흡수합병하면서 실질적인 그룹 지주사가 된 사조시스템즈(비상장)의 최대주주다.

현재 주 상무는 사조시스템즈 전체 지분의 39.72%를 보유하고 있다. 합병 과정서 사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사조대림(3.84%), 사조산업(6,78%), 사조해표(1.4%) 지분이 사조시스템즈로 귀속됐다.

이에 따라 복잡하게 얽혀 있던 사조그룹의 지배구조는 ‘주지홍 - 사조시스템즈 - 사조산업 - 각 주요계열사’ 형태로 재정립됐다. 오너 일가의 지배력도 함께 강화됐다는 평가다. 주진우 회장이 그룹개편 이전 핵심 계열사인 사조산업의 지분을 50% 이상 보유하고 있기는 하지만 실질적인 영향력은 주 상무가 최대주주로 있는 사조시스템즈가 더 크다.
 

2015년 8월 주 회장은 장남인 주 상무가 최대주주로 있는 계열사에 사조산업 주식을 대량으로 매각했다. 총 거래가격은 330억원으로 이날 종가기준 주당 매매가격은 6만6000원이었다.

불과 한달 전 사조산업 주식의 종가가 11만9000원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주가가 급락한 시점에 지분을 넘겨 승계비용을 크게 줄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주 회장이 보유한 사조산업 지분을 매입한 사조시스템즈는 주 상무가 최대주주인 만큼 간접적으로나마 주 상무의 사조산업 지분율 증대로 연결된다.

삼양식품그룹 역시 계열사를 통한 승계작업 가능성이 점쳐지는 곳이다. 삼양식품 지배구조의 최정점인 ‘SY캠퍼스’의 지분은 전인장 회장의 아들인 병우씨가 100% 소유하고 있다. 사실상 경영권 승계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이 회사가 오너 일가 편법승계 논란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SY캠퍼스는 2007년 2월 ‘비글스’라는 이름으로 설립됐고 지난해 3월 SY캠퍼스로 이름을 바꿨다. 회사가 설립된 2007년 당시 전씨의 나이는 13세에 불과했다.

전인장 회장, 김정수 사장, SY캠퍼스는 내츄럴삼양을 100% 소유하고 있고, 내츄럴삼양은 그룹의 핵심계열사이자 유일한 상장사인 삼양식품 지분 33.2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전 회장 등 특수관계인 10여명도 삼양식품 지분 16.63%를 직접 보유하고 있다. 

SY캠퍼스는 설립과 동시에 삼양식품그룹의 알짜회사 테라윈프린팅(삼양식품에 포장 공급)을 그룹서 분리해 가져가면서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기도 했다. SY캠퍼스는 불과 3년 후 매출 195억원의 규모로 급성장했다.

내부거래 횡횡
커지는 덩치


크라운제과는 지난해 10월 윤영달 회장이 오너 일가 개인회사인 ‘두라푸드’에 지분을 매각하며 편법 승계 논란을 일으켰다. 윤 회장은 지분 4.07%(60만주)를 두라푸드에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넘겼다. 크라운제과 지분 20.06%를 들고 있던 두라푸드는 지분 4.07%를 추가로 취득하면서 윤 회장을 제치고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윤 회장은 지분 처분으로 지분율이 27.38%에서 20.26%로 낮아져 2대주주로 내려앉았다.
 

윤 회장의 아들 윤석빈 크라운제과 대표가 59.60%의 지분을 보유한 두라푸드는 2009년 크라운제과로부터 연양갱 생산설비를 넘겨받은 뒤 내부거래를 통해 성장해온 비상장사다. 두라푸드가 윤 회장을 제치고 크라운제과 최대주주로 등극하자 3세 중심의 지배체제가 확고히 구축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윤 대표 개인회사인 두라푸드와 직접 보유 지분을 모두 합치면 크라운제과 지분율은 27%가 넘는다. 윤 대표는 사실상 그룹 핵심 계열사인 크라운제과의 최대주주로 등극한 셈이다.

불법 아닌 편법 기승
돈 벌고 지배력 높여

한국야쿠르트 경영승계는 팔도를 중심으로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 팔도는 한국야쿠르트 지배구조상 최상위 위치에 있으며 한국야쿠르트 지분 40.8%를 보유 중이다. 팔도는 한국야쿠르트에 플라스틱 용기를 납품하면서 성장해왔지만 ‘일감몰아주기’ 편법승계 논란이 일면서 지난 2012년 한국야쿠르트에서 라면·음료 사업을 인수, 독립하고 사명도 삼영시스템서 현재의 사명으로 변경했다.

2011년까지 한국야쿠르트의 최대주주는 일본의 야쿠르트혼샤(38.3%)였다. 윤호중 전무와 팔도, 비락의 지분을 모두 합하면 58%지만, 단일 최대주주는 일본 기업이었다. 윤덕병 회장은 2011년 말 라면 및 음료사업부를 삼영시스템에 매각했고 삼영시스템은 팔도로 사명을 교체했다.


이로써 윤 전무가 100%의 지분을 보유한 팔도는 한국야쿠르트의 최대주주(40.83%)로 올라섰다. 팔도는 윤 전무의 개인회사나 다름없다. 아버지는 핵심기업을, 아들이 지주사를 맡는 모양새다.

동원그룹의 경우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동원엔터프라이즈를 중심으로 경영권 승계 작업을 마무리했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김재철 회장의 차남인 김남정 부회장(67.98%)이며 김 회장은 지분 24.5%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산하에 동원산업, 동원F&B, 동원시스템즈 등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3곳과 동원홈푸드를 비롯한 비상장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비슷한 의도
티나는 편법

이처럼 상당수 식품업계 기업이 오너 일가 소유 가족회사를 키우는 건 기업 지배력 강화 차원의 움직임이라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주력 사업회사 주식을 대량으로 오너 일가 가족회사가 보유하면 비용부담을 최소화한 상태서 그룹 지배력을 공고히 할 수 있다. 오너 자녀가 대주주로 있는 비상장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줘 회사의 몸집을 키우는 통상적인 편법승계 형태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식품업계 젊은 후계자들은 기업문화에 혁신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측면이 있다”며 “그러나 객관적인 검증과 전문성 없는 경영 승계는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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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