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후계자들의 비밀곳간 대해부

앉아서 돈 벌고 그 돈으로 회장 된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식품업계 1세대가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지면서 가업을 이끌 후계자들이 주목 받고 있다. 3·4세대들 사이에는 공통분모가 존재한다. 물밑에서 원활한 승계작업을 지원하는 오너 일가 소유 관계사들을 보유했다는 점이다.

경영승계 과정을 밟는 식품업계 터줏대감들 사이에서 비슷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사실상 오너 일가 소유의 계열사를 앞세워 그룹 전반의 경영권을 공고히 하려는 움직임이다. 승계 효과 극대화를 위해 세심히 신경 쓴 흔적이 곳곳서 감지된다.

오너 가족회사
그룹 전체 지배

‘제때’(전 케이엔엘물류)는 빙그레 계열사 가운데 승계와 관련해 가장 주목받는 계열사다. 빙그레의 냉장·냉동 제품을 운송하는 물류업체로 그동안 내부 거래를 통해 꾸준히 성장해왔다. 이 회사는 김호연 빙그레 회장의 자녀들이 소유하고 있다. 제때는 김호연 회장의 장남인 동환씨가 33.4%, 장녀 정화씨가 33.33%, 차남 동만씨가 33.33%의 등 오너 자녀가 사실상 100% 지분을 보유한 개인회사다.

2007년 빙그레 지분 1.70%를 사들인 이후 10년여 동안 이를 유지해온 제때는 지난해 9월 빙그레 지분 늘리기에 나섰다. 불과 6일 동안 총 29만8290주를 사들였고 지분율은 1.70%서 1.96%로 늘었다. 제때의 빙그레 지분 매입을 두고 향후 경영승계를 고려한 포석쯤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풀무원의 유기농 계열사 '올가홀푸드'서도 승계작업을 짐작게 하는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남승우 대표의 장남 성윤씨는 2015년 올가홀푸드 지분 94.95%를 사들이며 단번에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전까지 성윤씨는 지분 19.03%를 보유한 2대주주였다. 풀무원아이씨는 75.92%의 보유 지분을 성윤씨에게 전량 매각했다.
 


성윤씨에게 보유지분 전량을 매각한 풀무원아이씨는 남 대표(71.67%)와 부인 김명희(28.33%)씨가 지분 100%를 보유한 오너가 개인회사나 다름없다. 사실상 남 대표 부부가 아들에게 보유지분 전량을 매각한 셈이다.

실제로 올가홀푸드는 성윤씨의 행보와 맞물려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지분구조상 사실상 오너가 개인회사로 분류되는 올가홀푸드는 수익성 악화 속에서도 그룹의 전방위 지원으로 매년 사업을 유지해오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남 대표는 수차례 유상증자에 나서며 아들이 대주주로 있는 올가홀푸드의 전방위 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일각에선 성윤씨가 올가홀푸드의 최대주주에 오른 점과 그동안 올가홀푸드에 지원이 이뤄진 것도 향후 풀무원의 지배구조와 맞닿아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계속되고 있다.

주식 증여하는
우회 승계작업

하이트진로 경영승계 과정서 주목할 계열사는 생맥주 제조기 및 냉각기 제조사 ‘서영이앤티’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박문덕 회장의 장남이자 지난해 말 승진한 박태영 부사장(58.44%)이다. 박 부사장은 그룹 내 지주사인 하이트진로홀딩스의 2대 주주(27.66%)기도 하다.

서영이앤티는 박 부사장 외에도 차남 재홍씨가 21.62%, 박 회장이 그의 형인 박문효 하이트진로산업 회장이 각각 14.69%, 5.16%의 지분을 보유한 오너 일가 개인회사다.

하이트진로 오너 일가가 서영이앤티를 통해 우회적인 승계 작업을 펼칠 가능성은 충분하다. 박 회장이 보유한 하이트진로홀딩스의 지분을 박 부사장과 재홍씨에게 직접 증여할 경우 막대한 증여세를 내야 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에 박 부사장과 재홍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서영이앤티에 주식을 증여하는 방식으로 승계 작업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분석은 2015년 박 회장이 경영 일선서 물러나고 박 부사장이 입사 4년 만에 부사장 자리에 오르면서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하이트진로그룹의 유력 후계자로 지목되는 박 부사장은 2012년 4월 하이트진로 경영관리실장(상무)으로 입사했다. 이후 8개월 만에 전무로 초고속 승진한 후 지난해 초에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경영권 좌지우지 비상장 오너 가족회사
내부거래로 덩치 키워 승계작업에 이용

사조그룹 3세 경영권 승계 작업의 중심에는 주지홍 사조해표 상무와 ‘사조시스템즈’가 있다. 주 상무는 2015년 12월 사조인터내셔널을 흡수합병하면서 실질적인 그룹 지주사가 된 사조시스템즈(비상장)의 최대주주다.

현재 주 상무는 사조시스템즈 전체 지분의 39.72%를 보유하고 있다. 합병 과정서 사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사조대림(3.84%), 사조산업(6,78%), 사조해표(1.4%) 지분이 사조시스템즈로 귀속됐다.

이에 따라 복잡하게 얽혀 있던 사조그룹의 지배구조는 ‘주지홍 - 사조시스템즈 - 사조산업 - 각 주요계열사’ 형태로 재정립됐다. 오너 일가의 지배력도 함께 강화됐다는 평가다. 주진우 회장이 그룹개편 이전 핵심 계열사인 사조산업의 지분을 50% 이상 보유하고 있기는 하지만 실질적인 영향력은 주 상무가 최대주주로 있는 사조시스템즈가 더 크다.
 

2015년 8월 주 회장은 장남인 주 상무가 최대주주로 있는 계열사에 사조산업 주식을 대량으로 매각했다. 총 거래가격은 330억원으로 이날 종가기준 주당 매매가격은 6만6000원이었다.

불과 한달 전 사조산업 주식의 종가가 11만9000원에 달했던 점을 감안하면 주가가 급락한 시점에 지분을 넘겨 승계비용을 크게 줄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주 회장이 보유한 사조산업 지분을 매입한 사조시스템즈는 주 상무가 최대주주인 만큼 간접적으로나마 주 상무의 사조산업 지분율 증대로 연결된다.

삼양식품그룹 역시 계열사를 통한 승계작업 가능성이 점쳐지는 곳이다. 삼양식품 지배구조의 최정점인 ‘SY캠퍼스’의 지분은 전인장 회장의 아들인 병우씨가 100% 소유하고 있다. 사실상 경영권 승계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이 회사가 오너 일가 편법승계 논란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SY캠퍼스는 2007년 2월 ‘비글스’라는 이름으로 설립됐고 지난해 3월 SY캠퍼스로 이름을 바꿨다. 회사가 설립된 2007년 당시 전씨의 나이는 13세에 불과했다.

전인장 회장, 김정수 사장, SY캠퍼스는 내츄럴삼양을 100% 소유하고 있고, 내츄럴삼양은 그룹의 핵심계열사이자 유일한 상장사인 삼양식품 지분 33.2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전 회장 등 특수관계인 10여명도 삼양식품 지분 16.63%를 직접 보유하고 있다. 

SY캠퍼스는 설립과 동시에 삼양식품그룹의 알짜회사 테라윈프린팅(삼양식품에 포장 공급)을 그룹서 분리해 가져가면서 일감 몰아주기 의혹을 받기도 했다. SY캠퍼스는 불과 3년 후 매출 195억원의 규모로 급성장했다.

내부거래 횡횡
커지는 덩치


크라운제과는 지난해 10월 윤영달 회장이 오너 일가 개인회사인 ‘두라푸드’에 지분을 매각하며 편법 승계 논란을 일으켰다. 윤 회장은 지분 4.07%(60만주)를 두라푸드에 시간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넘겼다. 크라운제과 지분 20.06%를 들고 있던 두라푸드는 지분 4.07%를 추가로 취득하면서 윤 회장을 제치고 최대주주로 등극했다. 윤 회장은 지분 처분으로 지분율이 27.38%에서 20.26%로 낮아져 2대주주로 내려앉았다.
 

윤 회장의 아들 윤석빈 크라운제과 대표가 59.60%의 지분을 보유한 두라푸드는 2009년 크라운제과로부터 연양갱 생산설비를 넘겨받은 뒤 내부거래를 통해 성장해온 비상장사다. 두라푸드가 윤 회장을 제치고 크라운제과 최대주주로 등극하자 3세 중심의 지배체제가 확고히 구축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윤 대표 개인회사인 두라푸드와 직접 보유 지분을 모두 합치면 크라운제과 지분율은 27%가 넘는다. 윤 대표는 사실상 그룹 핵심 계열사인 크라운제과의 최대주주로 등극한 셈이다.

불법 아닌 편법 기승
돈 벌고 지배력 높여

한국야쿠르트 경영승계는 팔도를 중심으로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 팔도는 한국야쿠르트 지배구조상 최상위 위치에 있으며 한국야쿠르트 지분 40.8%를 보유 중이다. 팔도는 한국야쿠르트에 플라스틱 용기를 납품하면서 성장해왔지만 ‘일감몰아주기’ 편법승계 논란이 일면서 지난 2012년 한국야쿠르트에서 라면·음료 사업을 인수, 독립하고 사명도 삼영시스템서 현재의 사명으로 변경했다.

2011년까지 한국야쿠르트의 최대주주는 일본의 야쿠르트혼샤(38.3%)였다. 윤호중 전무와 팔도, 비락의 지분을 모두 합하면 58%지만, 단일 최대주주는 일본 기업이었다. 윤덕병 회장은 2011년 말 라면 및 음료사업부를 삼영시스템에 매각했고 삼영시스템은 팔도로 사명을 교체했다.


이로써 윤 전무가 100%의 지분을 보유한 팔도는 한국야쿠르트의 최대주주(40.83%)로 올라섰다. 팔도는 윤 전무의 개인회사나 다름없다. 아버지는 핵심기업을, 아들이 지주사를 맡는 모양새다.

동원그룹의 경우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동원엔터프라이즈를 중심으로 경영권 승계 작업을 마무리했다.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김재철 회장의 차남인 김남정 부회장(67.98%)이며 김 회장은 지분 24.5%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동원엔터프라이즈는 산하에 동원산업, 동원F&B, 동원시스템즈 등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3곳과 동원홈푸드를 비롯한 비상장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비슷한 의도
티나는 편법

이처럼 상당수 식품업계 기업이 오너 일가 소유 가족회사를 키우는 건 기업 지배력 강화 차원의 움직임이라고 봐도 무리는 아니다. 주력 사업회사 주식을 대량으로 오너 일가 가족회사가 보유하면 비용부담을 최소화한 상태서 그룹 지배력을 공고히 할 수 있다. 오너 자녀가 대주주로 있는 비상장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줘 회사의 몸집을 키우는 통상적인 편법승계 형태도 심심치 않게 발견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식품업계 젊은 후계자들은 기업문화에 혁신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측면이 있다”며 “그러나 객관적인 검증과 전문성 없는 경영 승계는 오히려 독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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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