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뜨고 진’ 먹거리 아이템 백태

‘줄’ 보고 들어갔다 한방에 ‘훅’ 간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만 대왕카스테라 논란이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대만서 건너온 달콤한 빵은 입소문을 타고 카스텔라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전국 각지에 매장이 들어서는 등 인기를 누리던 것도 잠시, 방송 한 번에 말 그대로 ‘훅’ 갔다. 기존 점주, 신입 점주, 예비 점주 모두 멘탈 붕괴 상태. ‘줄’ 보고 들어갔다 연기처럼 사라진 먹거리 아이템을 <일요시사>가 조명해봤다.

최근 창업시장은 취업시장만큼이나 꽁꽁 얼어붙었다. 은퇴한 직장인이나 취업에 실패한 구직자들이 창업에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 성공까지 이어지는 일은 드물다. 10여년 전 커피전문점 창업이 큰 인기를 끌었던 때와 비교해보면 변화는 더욱 뚜렷하다. ‘붐’에 가까웠던 창업 열기는 이제 더 이상 느낄 수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유행 따라 창업
실패 확률 높아

지난해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자영업 현황분석’에 따르면, 전체 자영업체 4곳 중 1곳은 사업 기간이 2년 미만인 신생업체다. 음식점업의 경우 10곳 중 4곳이 창업한지 채 2년도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5곳 중 1곳은 연 매출이 1200만원 이하로 월 매출이 100만원도 안 됐다.

정부 당국서 발표한 외식산업 경기전망지수를 보면 업계 분위기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지난달 발표한 지난해 4분기 외식산업 경기전망지수의 현재경기지수는 65.04로 직전 분기보다 2.47포인트 떨어졌다. 현재경기지수는 1년 전 상황을 100으로 가정할 때 최근 3개월 동안 성장과 위축 정도를 나타내는 지수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진입장벽이 낮아 경쟁이 격화된 데다 소비심리까지 위축되면서 경기가 크게 악화된 점을 부진의 이유로 분석했다.

최근 채널A 시사프로그램 <먹거리X파일>에 방송된 이후 빠른 속도로 하락세를 타고 있는 대만 대왕카스테라는 현재 우리나라 자영업 실태를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사례다.

<먹거리X파일>은 지난 12일 대만 대왕카스테라가 제조 과정서 식용유를 과다하게 사용한다는 비판적인 내용의 방송을 보도했다. 방송 직후 대만 대왕카스테라가 포털 사이트서 검색어 순위 1위에 오르는 등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관심은 즉시 매출 하락으로 나타났다.

SNS, 시청자 게시판에는 방송으로 피해를 봤다는 대만 대왕카스테라 업주들의 글이 이어졌다. 대만 대왕카스테라 매장의 아르바이트생이 제조과정에 대해 말하며 <먹거리X파일>이 지나친 일반화를 하고 있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한 업주는 “폐업하게 됐다. ‘대부분 업체가 이렇게 만든다’는 무책임한 한 줄 때문에 억대의 빚이 생겼다”며 “이틀 전부터 문 닫은 카스텔라 가게가 수두룩한데 왜 당신들 때문에 죄 없는 우리가 파산해야 하냐”고 토로했다. 해당 글은 인터넷 커뮤니티로 퍼져나갔고 누리꾼은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일각에선 대만 대왕카스테라의 몰락에 <먹거리X파일>이 치명타를 입힌 건 맞지만 이미 인기가 떨어지는 중이었다고 분석했다. 방송이 속도를 가속했을 뿐 유행이 끝나가던 시점이었다는 것.

대만서 건너와 입소문을 탄 대왕카스테라의 초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사람들은 30분 넘게 매장 앞에 줄을 섰고, 일부 매장에선 판매 개수를 1인당 1개로 제한하기까지 했다.


대왕카스테라 방송 보도 이후 ‘휘청’
대유행 좇아 매장 차린 업자들 ‘울상’

이달 초까지만 해도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 역사 내 매장 앞에 세워놓은 입간판에는 시간별로 ‘매진’ 딱지가 붙어 있었다. 장사가 잘된다는 소문이 돌자 순식간에 매장이 늘어났고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졌다. 그사이 입소문을 탔던 속도와 엇비슷하게 유행이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매 시간 입간판에 붙어 있던 매진 딱지가 하나둘씩 사라지더니 주재료인 달걀값 폭등으로 1차 충격, 방송보도로 카운터를 맞고 결국 주저앉았다. 매장 앞에 서 있는 줄을 보고 사업에 뛰어들었던 점주들은 허탈한 상황에 처했다.

트렌드 변화 주기가 빠른 국내서 유행에 따라 흥했다가 한순간에 몰락한 먹거리 아이템은 발에 차일 정도도 수두룩하다. 2015년 통계청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신규 자영업자의 사업 준비기간은 ‘1∼3개월 미만’이 절반 이상이다. 은행 대출 등을 통해 사업 자금을 마련하는 경우는 10명 중 3명꼴이었다.

준비가 부족한 상황서 빚을 내 유행하는 업종을 좇다 망하는 경우가 태반이라는 뜻이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은 “자영업 창업이 과밀업종에 집중되다 보니 그로 인한 자영업의 수익 구조는 악화될 수밖에 없다”며 “준비부족-사업부진-부채증가-폐업-유행하는 자영업 재진입-공급과잉-폐업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예가 ‘찜닭’이다. 우리나라 치킨 소비량은 지난해 기준 연간 8억마리, 1인당 14마리, 성인 기준 20마리 이상이다.

지난해 기준 전국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는 2만4453개로,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동네 치킨집까지 더하면 현재 4만개가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 세계 맥도날드 매장수(3만6000여개)보다 국내 치킨 매장이 많다.

초반 반짝 인기
지속 가능성↓

닭을 주재료로 하는 사업이지만 치킨이 사람들의 삶에 완전히 녹아든 것과 반대로 찜닭 열풍은 채 1년이 못돼 수그러들었다. 골목마다 찜닭집이 생길 정도로 특수를 누렸던 때가 거짓말 같을 정도다. 2002년 전국적으로 찜닭 체인업체만 20여개에 달했다. 경기 안양시의 한 먹거리촌에는 불과 1km 사이에 3∼4곳의 매장이 몰려 있었다.

찜닭과 함께 2000년대 초반을 휩쓸었던 아이스크림 전문점 캔모아, 아이스베리, 레드망고도 추억의 이름이 됐다. 200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이들이라면 캔모아에 방문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1999년 한국 최초 생과일 전문점으로 문을 연 캔모아는 그네의자, 토스트, 과일빙수 등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지금은 학창시절의 경험담 정도로 회자된다. 요거트에 다양한 토핑으로 인기를 모았던 레드망고도 자취를 감췄다.

번(BUN)을 주력 메뉴로 밀었던 카페 로티보이의 몰락도 비슷한 예다. 번은 버터 필링이 돼있는 생지를 발효시켜 그 위에 커피크림을 토핑하고 구워내 겉은 바삭하면서도 속은 부드럽고 짭조름한 맛이 특징이다. 2007년 3월 서울 이화여대점을 시작으로 국내에 도입된 카페 로티보이는 ‘번 열풍’을 주도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인기 끌면 몰려
매장 우후죽순

특히 2009년에는 백화점에 입점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가파르게 성장했다. 칼로리가 낮고 식사대용으로 유용해 20∼30대 젊은 층의 관심을 받았던 카페 로티보이는 2012년 창업 5년 만에 최종부도 처리됐다. 이후 새로운 파트너와 부활의 날갯짓을 했지만 과거의 영광은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망치로 부숴 먹는 과자’ 슈니발렌도 한때 열풍에 가까운 인기를 끌었다. 번 열풍이 사라진 이후 그 자리를 차지한 독일과자 슈니발렌은 독일 로텐부르크 지방의 전통과자로, 동그란 공 모양처럼 생겨 기름에 튀겨낸 제품이다.

2012년 한창 슈니발렌 열풍이 불 당시에는 개당 3500원짜리 과자를 위해 사람들이 매장 앞에 줄 서 있는 진풍경을 볼 수 있었다. 특히 과자를 나무망치로 깨 먹는 색다른 방식에 호기심을 느낀 사람들의 관심을 먹고 큰 인기를 누렸다. 그것도 잠시, ‘강남과자’라는 별칭으로 불렸던 말 그대로 없어서 못 팔던 슈니발렌의 인기는 빠른 속도로 가라앉았다.

‘국민간식’ 떡볶이 열풍도 사그라지는 추세다. 학교 앞 포장마차서 팔던 떡볶이가 프랜차이즈화되면서 가맹점이 우후죽순 늘어났다. 가장 먼저 가맹점을 시작한 아딸(아버지 튀김 딸 떡볶이), 매운맛의 죠스떡볶이, 국물 떡볶이를 주력으로 하는 국대떡볶이 등이 빠르게 시장을 점령했다.

2013년 3000억원대까지 성장했던 떡볶이 프랜차이즈 시장은 점차 가맹점 수가 줄고 실적이 나빠지는 등 하향세를 타고 있다.


아딸의 경우 한때 가맹점이 1000개를 넘어섰지만 지난해 기준으로 800개 선을 유지 중이다. 영업이익이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죠스떡볶이도 초반에는 가맹점수가 400개 가까이 늘었다가 최근 300개 초반대로 줄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반 토막 수준으로 급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떡볶이 시장의 위축은 대체 상품의 증가, 편의점 상품의 영향이 크다고 보고 있다.
 

2013년에는 ‘밥버거’가 대세였다. 김치, 참치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든 주먹밥 형태의 밥 버거는 당시 소자본 창업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바쁜 현대인의 한 끼를 저렴한 가격으로 짧은 시간 안에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인기 요인이었다. 적은 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는 아이템의 특성상 창업자들이 몰렸고, 매장은 광범위하게 늘어났다.

시장이 커지자 비슷한 브랜드가 여럿 등장했고, 원조 여부를 놓고 전쟁이 벌어졌다. 최근 스몰창업이 인기를 끌면서 불거진 ‘베끼기 논란’의 시발점이다. 업계 1위와 후발주자는 이를 두고 소송전까지 치렀다.

전문가들은 비슷한 콘셉트의 브랜드가 늘어나고 작은 파이를 두고 경쟁을 치르다보면 그 열기가 과열될 수밖에 없고 결국 가맹점이나 본사가 손해를 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팍팍해진 삶 속에서 한 끼라도 제대로 먹자는 인식이 사람들 사이에 파고들면서 밥버거 열풍은 한결 잠잠해졌다. 소자본창업의 대표주자인 ‘스몰비어’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과자 ‘허니버터칩’ 열풍도 존재감이 희미해졌다. 한때 누리꾼 사이에서 구하기 어려운 과자로 소문이 나면서 허니버터칩의 인기가 급상승했다. 일부 누리꾼은 온라인 중고시장서 과자를 소비자가격보다 높게 책정해 거래하기도 했다. 이색 열풍은 아이스크림으로까지 번졌다.

찜닭, 아이스크림, 디저트, 밥버거…
‘반짝 인기’ 바람 불다 사라진 업종들

디저트 소비가 극에 달했던 2014년 ‘벌집 아이스크림’은 그 중에서도 맨 앞에 있었다. 벌집 아이스크림의 판매량 폭발로 비슷한 콘셉트의 소프트아이스크림 전문 프랜차이즈까지 다수 등장했다. 대중화가 이뤄지나 했던 소프트 아이스크림 시장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졌다.

처음 아이템이 대중에 공개됐을 때 줄을 서서 먹던 사람들의 지속적인 소비가 이뤄지지 않았다. 문제는 그 줄을 보고 창업했던 사람들이 시장에서 도태됐다는 점이다. 특히 벌집 아이스크림은 대만 대왕카스테라와 마찬가지로 방송 보도가 큰 영향을 끼쳤다.

지난 2014년 벌집 아이스크림을 집중 조명한 <먹거리X파일>이 제품 토핑 일부에 파라핀 성분이 첨가돼있다고 논란을 제기했다. 한바탕 불고 있던 유행 바람에 방송 보도가 끼얹어지면서 촛불 꺼지듯 인기가 식었다. 그 당시 벌집 아이스크림 사업에 뛰어들었던 업주들은 크게 반발했지만 상황을 반전시키진 못했다. 파장은 업계 전체를 뒤흔들 정도로 강력했다.

‘눈꽃빙수’도 디저트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세로 떠올랐던 아이템이다. 우유를 얼려 눈꽃처럼 곱게 갈아 만든 빙수는 부드러운 식감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 때를 만난 빙수업계는 비슷한 유의 제품을 연이어 내놓으며 여름 특수를 누렸다.
 

설빙과 옥루몽은 한때 점포가 각각 500개, 70개에 이를 정도로 전성기를 누렸다가 최근 구 수가 감소하고 있다. 폭발적인 인기를 끌 당시에도 빙수 자체가 여름에 특화된 계절 아이템이라 겨울 비수기를 넘어서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또 관심이 높아지면서 비슷한 콘셉트의 프랜차이즈가 덩달아 세를 불렸고, 이는 또다시 베끼기 논란으로 이어졌다. 한 집 걸러 하나씩 있는 매장에 사람들이 싫증을 느낄 때쯤 이미 유행은 막을 내리고, 매장 문을 닫는 자영업자가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츄러스, 딸기모찌, 도지마롤 등은 말 그대로 ‘반짝 인기’였다. 특히 일본 오사카의 명물인 크림 롤케이크 도지마롤은 판매 초기에는 사람이 너무 몰려 일부 매장서 물량을 2배로 늘릴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사람들은 보통 롤케이크보다 크림양이 많은 도지마롤에 순식간에 빠져들었지만 인기는 길지 않았다.

열풍이라고 부를 정도로 바람이 불었다가 사라진 먹거리 아이템은 대부분 디저트에 집중돼있다. 삼시세끼 챙겨 먹는 주식과 달리 디저트는 1회성으로 소비하는 경우가 많다.

폐업하는 매장이 넘치고, 레드오션이라 불릴 정도로 포화 상태지만 여전히 커피전문점이 늘어나는 건 커피라는 아이템 자체가 생활 속에 완전히 뿌리내렸기에 가능하다. 그에 반해 디저트는 지속적인 소비를 보장받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사람들의 기호나 호기심에 따라 ‘원 히트 원더’는 가능해도 ‘롱런’하는 아이템이 극소수인 이유다.

뜨고 지고 순식간
업계 재편 가시화

대만 대왕카스테라의 방송보도가 나간 직후 누리꾼은 몇 가지 아이템을 거론하며 곧 하향세에 접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부산명물로 이름난 명랑핫도그가 첫손에 꼽혔다. 명랑핫도그는 일반 밀가루 반죽이 아니라 쌀가루와 밀가루의 적절한 배합으로 숙성시킨 반죽으로 만든다.

명랑핫도그는 1호점이 생긴 지 5개월 만에 340호점 출점(1월 기준)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출점 속도를 봐서는 올해 상반기 내 700호점까지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스전쟁이라고 불릴 정도로 짧은 시간 안에 폭발적으로 증가한 생과일주스전문점도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분분하다. 초저가 생과일주스의 등장은 무더웠던 지난해 여름 시장에서 승승장구했다.

2010년에 창업한 쥬시의 경우 가맹사업 시작 전인 2015년 4월까지 직영매장이 3개에 불과했다. 불과 1년 새 쥬씨 매장은 500여개로 늘어났고, 업계 선두주자로 과일주스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생과일주스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안정기에 접어드는 올해 업계가 재편될 것으로 보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식품업계 ‘먹거리X파일‘ 주의보
‘먹거리 저승사자’ 뜨면 잡힌다?

종편 채널A의 <먹거리X파일>이 대만 대왕카스테라를 다룬 이후 줄폐업이 이어지고 있다. <먹거리X파일>은 사람들의 삶과 가장 밀접한 먹을거리를 다룬다는 점에서 그 파급효과가 상당하다. 이번 사례나 벌집 아이스크림 파라핀 논란, 생과일주스 설탕 과다 첨가 논란 등 <먹거리X파일>로 촉발된 논란이 업계 전체를 뒤흔든 적도 있다.

업계 쥐락펴락 논란의 프로
아니면 말고 식? 업주 운도

일부 누리꾼들은 “<먹거리X파일>은 대기업은 절대 안 건드린다”며 “무책임한 과장보도로 영세사업자만 죽어난다”고 꼬집었다. 황교익 맛칼럼니스트는 대왕카스테라 논란에 대해 언급하며 “<먹거리X파일>에 대해 말들이 많다. 문제 있는 방송에 대한 시청자의 가장 강력한 처벌은 안 보는 것이고, 그래서 나부터 그렇게 했다”고 설명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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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