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뜨고 진’ 먹거리 아이템 백태

‘줄’ 보고 들어갔다 한방에 ‘훅’ 간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만 대왕카스테라 논란이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대만서 건너온 달콤한 빵은 입소문을 타고 카스텔라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전국 각지에 매장이 들어서는 등 인기를 누리던 것도 잠시, 방송 한 번에 말 그대로 ‘훅’ 갔다. 기존 점주, 신입 점주, 예비 점주 모두 멘탈 붕괴 상태. ‘줄’ 보고 들어갔다 연기처럼 사라진 먹거리 아이템을 <일요시사>가 조명해봤다.

최근 창업시장은 취업시장만큼이나 꽁꽁 얼어붙었다. 은퇴한 직장인이나 취업에 실패한 구직자들이 창업에 관심을 갖는 경우가 많지만 실제 성공까지 이어지는 일은 드물다. 10여년 전 커피전문점 창업이 큰 인기를 끌었던 때와 비교해보면 변화는 더욱 뚜렷하다. ‘붐’에 가까웠던 창업 열기는 이제 더 이상 느낄 수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유행 따라 창업
실패 확률 높아

지난해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자영업 현황분석’에 따르면, 전체 자영업체 4곳 중 1곳은 사업 기간이 2년 미만인 신생업체다. 음식점업의 경우 10곳 중 4곳이 창업한지 채 2년도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5곳 중 1곳은 연 매출이 1200만원 이하로 월 매출이 100만원도 안 됐다.

정부 당국서 발표한 외식산업 경기전망지수를 보면 업계 분위기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난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지난달 발표한 지난해 4분기 외식산업 경기전망지수의 현재경기지수는 65.04로 직전 분기보다 2.47포인트 떨어졌다. 현재경기지수는 1년 전 상황을 100으로 가정할 때 최근 3개월 동안 성장과 위축 정도를 나타내는 지수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진입장벽이 낮아 경쟁이 격화된 데다 소비심리까지 위축되면서 경기가 크게 악화된 점을 부진의 이유로 분석했다.

최근 채널A 시사프로그램 <먹거리X파일>에 방송된 이후 빠른 속도로 하락세를 타고 있는 대만 대왕카스테라는 현재 우리나라 자영업 실태를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사례다.

<먹거리X파일>은 지난 12일 대만 대왕카스테라가 제조 과정서 식용유를 과다하게 사용한다는 비판적인 내용의 방송을 보도했다. 방송 직후 대만 대왕카스테라가 포털 사이트서 검색어 순위 1위에 오르는 등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관심은 즉시 매출 하락으로 나타났다.

SNS, 시청자 게시판에는 방송으로 피해를 봤다는 대만 대왕카스테라 업주들의 글이 이어졌다. 대만 대왕카스테라 매장의 아르바이트생이 제조과정에 대해 말하며 <먹거리X파일>이 지나친 일반화를 하고 있다고 항변하기도 했다.

한 업주는 “폐업하게 됐다. ‘대부분 업체가 이렇게 만든다’는 무책임한 한 줄 때문에 억대의 빚이 생겼다”며 “이틀 전부터 문 닫은 카스텔라 가게가 수두룩한데 왜 당신들 때문에 죄 없는 우리가 파산해야 하냐”고 토로했다. 해당 글은 인터넷 커뮤니티로 퍼져나갔고 누리꾼은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일각에선 대만 대왕카스테라의 몰락에 <먹거리X파일>이 치명타를 입힌 건 맞지만 이미 인기가 떨어지는 중이었다고 분석했다. 방송이 속도를 가속했을 뿐 유행이 끝나가던 시점이었다는 것.

대만서 건너와 입소문을 탄 대왕카스테라의 초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사람들은 30분 넘게 매장 앞에 줄을 섰고, 일부 매장에선 판매 개수를 1인당 1개로 제한하기까지 했다.


대왕카스테라 방송 보도 이후 ‘휘청’
대유행 좇아 매장 차린 업자들 ‘울상’

이달 초까지만 해도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 역사 내 매장 앞에 세워놓은 입간판에는 시간별로 ‘매진’ 딱지가 붙어 있었다. 장사가 잘된다는 소문이 돌자 순식간에 매장이 늘어났고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졌다. 그사이 입소문을 탔던 속도와 엇비슷하게 유행이 사그라지기 시작했다.

매 시간 입간판에 붙어 있던 매진 딱지가 하나둘씩 사라지더니 주재료인 달걀값 폭등으로 1차 충격, 방송보도로 카운터를 맞고 결국 주저앉았다. 매장 앞에 서 있는 줄을 보고 사업에 뛰어들었던 점주들은 허탈한 상황에 처했다.

트렌드 변화 주기가 빠른 국내서 유행에 따라 흥했다가 한순간에 몰락한 먹거리 아이템은 발에 차일 정도도 수두룩하다. 2015년 통계청이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신규 자영업자의 사업 준비기간은 ‘1∼3개월 미만’이 절반 이상이다. 은행 대출 등을 통해 사업 자금을 마련하는 경우는 10명 중 3명꼴이었다.

준비가 부족한 상황서 빚을 내 유행하는 업종을 좇다 망하는 경우가 태반이라는 뜻이다.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은 “자영업 창업이 과밀업종에 집중되다 보니 그로 인한 자영업의 수익 구조는 악화될 수밖에 없다”며 “준비부족-사업부진-부채증가-폐업-유행하는 자영업 재진입-공급과잉-폐업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예가 ‘찜닭’이다. 우리나라 치킨 소비량은 지난해 기준 연간 8억마리, 1인당 14마리, 성인 기준 20마리 이상이다.

지난해 기준 전국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는 2만4453개로,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동네 치킨집까지 더하면 현재 4만개가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 세계 맥도날드 매장수(3만6000여개)보다 국내 치킨 매장이 많다.

초반 반짝 인기
지속 가능성↓

닭을 주재료로 하는 사업이지만 치킨이 사람들의 삶에 완전히 녹아든 것과 반대로 찜닭 열풍은 채 1년이 못돼 수그러들었다. 골목마다 찜닭집이 생길 정도로 특수를 누렸던 때가 거짓말 같을 정도다. 2002년 전국적으로 찜닭 체인업체만 20여개에 달했다. 경기 안양시의 한 먹거리촌에는 불과 1km 사이에 3∼4곳의 매장이 몰려 있었다.

찜닭과 함께 2000년대 초반을 휩쓸었던 아이스크림 전문점 캔모아, 아이스베리, 레드망고도 추억의 이름이 됐다. 2000년대 학창시절을 보낸 이들이라면 캔모아에 방문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1999년 한국 최초 생과일 전문점으로 문을 연 캔모아는 그네의자, 토스트, 과일빙수 등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지금은 학창시절의 경험담 정도로 회자된다. 요거트에 다양한 토핑으로 인기를 모았던 레드망고도 자취를 감췄다.

번(BUN)을 주력 메뉴로 밀었던 카페 로티보이의 몰락도 비슷한 예다. 번은 버터 필링이 돼있는 생지를 발효시켜 그 위에 커피크림을 토핑하고 구워내 겉은 바삭하면서도 속은 부드럽고 짭조름한 맛이 특징이다. 2007년 3월 서울 이화여대점을 시작으로 국내에 도입된 카페 로티보이는 ‘번 열풍’을 주도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인기 끌면 몰려
매장 우후죽순

특히 2009년에는 백화점에 입점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가파르게 성장했다. 칼로리가 낮고 식사대용으로 유용해 20∼30대 젊은 층의 관심을 받았던 카페 로티보이는 2012년 창업 5년 만에 최종부도 처리됐다. 이후 새로운 파트너와 부활의 날갯짓을 했지만 과거의 영광은 회복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망치로 부숴 먹는 과자’ 슈니발렌도 한때 열풍에 가까운 인기를 끌었다. 번 열풍이 사라진 이후 그 자리를 차지한 독일과자 슈니발렌은 독일 로텐부르크 지방의 전통과자로, 동그란 공 모양처럼 생겨 기름에 튀겨낸 제품이다.

2012년 한창 슈니발렌 열풍이 불 당시에는 개당 3500원짜리 과자를 위해 사람들이 매장 앞에 줄 서 있는 진풍경을 볼 수 있었다. 특히 과자를 나무망치로 깨 먹는 색다른 방식에 호기심을 느낀 사람들의 관심을 먹고 큰 인기를 누렸다. 그것도 잠시, ‘강남과자’라는 별칭으로 불렸던 말 그대로 없어서 못 팔던 슈니발렌의 인기는 빠른 속도로 가라앉았다.

‘국민간식’ 떡볶이 열풍도 사그라지는 추세다. 학교 앞 포장마차서 팔던 떡볶이가 프랜차이즈화되면서 가맹점이 우후죽순 늘어났다. 가장 먼저 가맹점을 시작한 아딸(아버지 튀김 딸 떡볶이), 매운맛의 죠스떡볶이, 국물 떡볶이를 주력으로 하는 국대떡볶이 등이 빠르게 시장을 점령했다.

2013년 3000억원대까지 성장했던 떡볶이 프랜차이즈 시장은 점차 가맹점 수가 줄고 실적이 나빠지는 등 하향세를 타고 있다.


아딸의 경우 한때 가맹점이 1000개를 넘어섰지만 지난해 기준으로 800개 선을 유지 중이다. 영업이익이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죠스떡볶이도 초반에는 가맹점수가 400개 가까이 늘었다가 최근 300개 초반대로 줄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반 토막 수준으로 급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떡볶이 시장의 위축은 대체 상품의 증가, 편의점 상품의 영향이 크다고 보고 있다.
 

2013년에는 ‘밥버거’가 대세였다. 김치, 참치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든 주먹밥 형태의 밥 버거는 당시 소자본 창업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했다. 바쁜 현대인의 한 끼를 저렴한 가격으로 짧은 시간 안에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인기 요인이었다. 적은 자본으로 시작할 수 있는 아이템의 특성상 창업자들이 몰렸고, 매장은 광범위하게 늘어났다.

시장이 커지자 비슷한 브랜드가 여럿 등장했고, 원조 여부를 놓고 전쟁이 벌어졌다. 최근 스몰창업이 인기를 끌면서 불거진 ‘베끼기 논란’의 시발점이다. 업계 1위와 후발주자는 이를 두고 소송전까지 치렀다.

전문가들은 비슷한 콘셉트의 브랜드가 늘어나고 작은 파이를 두고 경쟁을 치르다보면 그 열기가 과열될 수밖에 없고 결국 가맹점이나 본사가 손해를 보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팍팍해진 삶 속에서 한 끼라도 제대로 먹자는 인식이 사람들 사이에 파고들면서 밥버거 열풍은 한결 잠잠해졌다. 소자본창업의 대표주자인 ‘스몰비어’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과자 ‘허니버터칩’ 열풍도 존재감이 희미해졌다. 한때 누리꾼 사이에서 구하기 어려운 과자로 소문이 나면서 허니버터칩의 인기가 급상승했다. 일부 누리꾼은 온라인 중고시장서 과자를 소비자가격보다 높게 책정해 거래하기도 했다. 이색 열풍은 아이스크림으로까지 번졌다.

찜닭, 아이스크림, 디저트, 밥버거…
‘반짝 인기’ 바람 불다 사라진 업종들

디저트 소비가 극에 달했던 2014년 ‘벌집 아이스크림’은 그 중에서도 맨 앞에 있었다. 벌집 아이스크림의 판매량 폭발로 비슷한 콘셉트의 소프트아이스크림 전문 프랜차이즈까지 다수 등장했다. 대중화가 이뤄지나 했던 소프트 아이스크림 시장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사라졌다.

처음 아이템이 대중에 공개됐을 때 줄을 서서 먹던 사람들의 지속적인 소비가 이뤄지지 않았다. 문제는 그 줄을 보고 창업했던 사람들이 시장에서 도태됐다는 점이다. 특히 벌집 아이스크림은 대만 대왕카스테라와 마찬가지로 방송 보도가 큰 영향을 끼쳤다.

지난 2014년 벌집 아이스크림을 집중 조명한 <먹거리X파일>이 제품 토핑 일부에 파라핀 성분이 첨가돼있다고 논란을 제기했다. 한바탕 불고 있던 유행 바람에 방송 보도가 끼얹어지면서 촛불 꺼지듯 인기가 식었다. 그 당시 벌집 아이스크림 사업에 뛰어들었던 업주들은 크게 반발했지만 상황을 반전시키진 못했다. 파장은 업계 전체를 뒤흔들 정도로 강력했다.

‘눈꽃빙수’도 디저트에 대한 젊은 층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세로 떠올랐던 아이템이다. 우유를 얼려 눈꽃처럼 곱게 갈아 만든 빙수는 부드러운 식감으로 큰 인기를 누렸다. 때를 만난 빙수업계는 비슷한 유의 제품을 연이어 내놓으며 여름 특수를 누렸다.
 

설빙과 옥루몽은 한때 점포가 각각 500개, 70개에 이를 정도로 전성기를 누렸다가 최근 구 수가 감소하고 있다. 폭발적인 인기를 끌 당시에도 빙수 자체가 여름에 특화된 계절 아이템이라 겨울 비수기를 넘어서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주를 이뤘다.

또 관심이 높아지면서 비슷한 콘셉트의 프랜차이즈가 덩달아 세를 불렸고, 이는 또다시 베끼기 논란으로 이어졌다. 한 집 걸러 하나씩 있는 매장에 사람들이 싫증을 느낄 때쯤 이미 유행은 막을 내리고, 매장 문을 닫는 자영업자가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츄러스, 딸기모찌, 도지마롤 등은 말 그대로 ‘반짝 인기’였다. 특히 일본 오사카의 명물인 크림 롤케이크 도지마롤은 판매 초기에는 사람이 너무 몰려 일부 매장서 물량을 2배로 늘릴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사람들은 보통 롤케이크보다 크림양이 많은 도지마롤에 순식간에 빠져들었지만 인기는 길지 않았다.

열풍이라고 부를 정도로 바람이 불었다가 사라진 먹거리 아이템은 대부분 디저트에 집중돼있다. 삼시세끼 챙겨 먹는 주식과 달리 디저트는 1회성으로 소비하는 경우가 많다.

폐업하는 매장이 넘치고, 레드오션이라 불릴 정도로 포화 상태지만 여전히 커피전문점이 늘어나는 건 커피라는 아이템 자체가 생활 속에 완전히 뿌리내렸기에 가능하다. 그에 반해 디저트는 지속적인 소비를 보장받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사람들의 기호나 호기심에 따라 ‘원 히트 원더’는 가능해도 ‘롱런’하는 아이템이 극소수인 이유다.

뜨고 지고 순식간
업계 재편 가시화

대만 대왕카스테라의 방송보도가 나간 직후 누리꾼은 몇 가지 아이템을 거론하며 곧 하향세에 접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부산명물로 이름난 명랑핫도그가 첫손에 꼽혔다. 명랑핫도그는 일반 밀가루 반죽이 아니라 쌀가루와 밀가루의 적절한 배합으로 숙성시킨 반죽으로 만든다.

명랑핫도그는 1호점이 생긴 지 5개월 만에 340호점 출점(1월 기준)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출점 속도를 봐서는 올해 상반기 내 700호점까지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스전쟁이라고 불릴 정도로 짧은 시간 안에 폭발적으로 증가한 생과일주스전문점도 성장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예측이 분분하다. 초저가 생과일주스의 등장은 무더웠던 지난해 여름 시장에서 승승장구했다.

2010년에 창업한 쥬시의 경우 가맹사업 시작 전인 2015년 4월까지 직영매장이 3개에 불과했다. 불과 1년 새 쥬씨 매장은 500여개로 늘어났고, 업계 선두주자로 과일주스 열풍을 주도하고 있다. 생과일주스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안정기에 접어드는 올해 업계가 재편될 것으로 보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식품업계 ‘먹거리X파일‘ 주의보
‘먹거리 저승사자’ 뜨면 잡힌다?

종편 채널A의 <먹거리X파일>이 대만 대왕카스테라를 다룬 이후 줄폐업이 이어지고 있다. <먹거리X파일>은 사람들의 삶과 가장 밀접한 먹을거리를 다룬다는 점에서 그 파급효과가 상당하다. 이번 사례나 벌집 아이스크림 파라핀 논란, 생과일주스 설탕 과다 첨가 논란 등 <먹거리X파일>로 촉발된 논란이 업계 전체를 뒤흔든 적도 있다.

업계 쥐락펴락 논란의 프로
아니면 말고 식? 업주 운도

일부 누리꾼들은 “<먹거리X파일>은 대기업은 절대 안 건드린다”며 “무책임한 과장보도로 영세사업자만 죽어난다”고 꼬집었다. 황교익 맛칼럼니스트는 대왕카스테라 논란에 대해 언급하며 “<먹거리X파일>에 대해 말들이 많다. 문제 있는 방송에 대한 시청자의 가장 강력한 처벌은 안 보는 것이고, 그래서 나부터 그렇게 했다”고 설명했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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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