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상륙’ 테슬라 치명적인 약점들

  • 박민우 기자 pmw@ilyosisa.co.kr
  • 등록 2017.03.27 10:36:05
  • 호수 11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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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전기차? 짊어지고 다닐 판

[일요시사 취재2팀] 박민우 기자 = 전 세계적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테슬라가 드디어 한국에 상륙했다. 하남 스타필드에 1호점을 차리고 본격적인 국내 시장 공략에 나섰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꿈의 전기차’의 경쟁력을 짚어봤다.

지난 15일, 경기도 하남 스타필드엔 많은 인파가 모였다. 2층 아르마니 매장 옆에 위치한 테슬라스토어 내외부에 검은 정장을 입은 가이드와 눈이 휘둥그레진 채 테슬라를 직접 만져보는 방문객들로 북적거렸다. 마치 IT신제품을 공개하는 분위기가 연출됐다.

테슬라스토어에는 198㎡(60평) 정도의 공간에 흰색과 빨간색 ‘Model S 90D(이하 모델 S)’2대가 배치됐다. 그 외 뼈대를 살필 수 있는 하단부 새시 플랫폼과 주행거리 및 연비를 알아보는 디스플레이, 슈퍼 차저 충전기, 내장재를 확인하는 디자인 스튜디오 등이 자리 잡았다.

5명의 테슬라 프로덕트 스페셜리스트(차량전문가)들은 방문객들에게 테슬라의 이점을 소개하느라 분주했다. 전시장 입구 쪽에 배치된 빨간색 모델 S에 차저(전용충전기)로 충전하는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공개된 테슬라의 성능은 확실히 뛰어나다. 다만 충전 문제와 비싼 가격, 미약한 서비스 등이 발목을 잡고 있다. 이는 아직 낯가림 중인 국내 전기차 시장서 소비자들이 구입을 망설이게 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밤새 꽂아놔도

100% 충전 못해

먼저 가장 중요한 충전 문제다. 테슬라가 직면한 과제는 한마디로 충전소가 적고 충전 시간이 길다는 점이다. 전기차의 가장 큰 특징은 전기 충전을 통한 차량 유지기능이다. 따라서 테슬라 구입을 원하는 수요자들에게는 1회 충전을 통해 얼마나 주행할 수 있는지, 충전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 지, 충전소의 접근성은 뛰어난지 등이 가장 고려해야할 사항이다.

국내 시장에 판매하는 ‘모델 S 90D’의 경우 국내에서 판매되는 전기차 중 주행거리가 가장 길다. 이는 배터리를 많이 장착했기 때문이다. 배터리 용량이 크기 때문에 그만큼 충전시간은 길어질 수밖에 없다. 충전 방식은 일반 충전(데스티네이션 차저)과 급속 충전(슈퍼 차저)으로 나뉜다.

국내 1·2호점 개장…본격 시장 공략
성공할 수 있을까? 비관적 전망 제기

테슬라 측은 “테슬라 전기차를 충전하면 16kW 속도의 중속 충전만 가능해 100% 풀 충전에 5∼6시간 정도가 걸린다. 급속 충전은 30분∼1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설명했다.

테슬라 전용 충전기가 아닌 일반 완속 충전기로 충전하면 사정이 달라진다. 공용충전소 완속충전 시간은 13∼14시간 이상 걸린다. 밤새 꽂아놔도 100% 충전을 못한다는 얘기다.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경우 완속 충전은 4시간, 급속 충전은 20∼30분이 걸린다.


한-미 다른
1회 주행거리

1회 충전 주행가능 거리도 논란이 되고 있다.

테슬라 측은 “고속도로서 시속 90km로 정속 주행할 경우 100kWh배터리가 장착된 모델S 90D는 1회 충전 시 613km 이상 주행이 가능하다”며 “일반적으로 시속 90km 이내에서는 주행거리가 더 늘어난다”고 전했다.

이와 달리 모델 S 90D가 환경부로부터 인증받은 1회 충전 주행거리는 378㎞(배터리 용량은 90KWh). 미국 환경보호청(EPA)이 인증한 모델 S 90D의 1회 충전 주행거리 473㎞(294마일)과는 약 100㎞ 가까이 차이가 난다.
 

일각에선 환경부의 주행거리 측정 방식이 미국보다 까다로운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테슬라처럼 미국과 한국서 인증한 전기차 주행거리가 큰 차이를 보인 경우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다른 전기차들은 한국과 미국의 주행거리가 비슷비슷하다. 한국지엠이 상반기 출시하는 볼트(Bolt)는 환경부로부터 미국 EPA의 238마일(383km)과 같은 주행거리를 인증받았다. 볼트(Volt)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미국서 전기만으로 53마일(85.3km)에 총 420마일(675.9km)을 인증받았다.

환경부 인증은 전기만으로 89km에 총 676km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주행거리는 환경부 191km, EPA 124마일(199.6km)이다.

모자라도 한참
모자란 충전소

모델 S 90D는 정지상태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이 4.4초에 불과하다. 웬만한 스포츠카보다 나은 성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다만 충전소가 모자란 점이 문제다. 일반 자동차의 주유소와 같은 충전소가 아직은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테슬라 측은 세계 최고 속도의 충전소를 자랑한다.

회사 홈페이지를 통해 ‘슈퍼 차저 스테이션은 장거리 여행 중 정차를 최소화하도록 적재적소에 배치된다. 레스토랑, 쇼핑센터 및 Wifi 핫스팟과 가까운 곳에 위치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며 ‘각 스테이션에는 여러 대의 슈퍼 차저가 있으므로 여러 대의 차량이 이용시에도 빠르게 충전을 완료하고 다시 주행을 시작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 810곳의 스테이션에 5195대의 슈퍼 차저가 구비돼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한국엔 급속 충전할 수 있는 슈퍼 차저는 물론 슈퍼 차저 스테이션도 없다. 테슬라가 공개한 슈퍼 차저 지도에도 한국은 빠져 있다. 테슬라는 오는 6월 중에나 서울 광화문 그랑서울 빌딩과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 등에 슈퍼 차저를 설치할 계획.
 

서울 2곳을 비롯해 대구, 부산 등에 연내 총 5개까지 확보할 예정이다. 하지만 충전 수요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란 지적이다. 이와 별도로 데스티네이션 차저(완속 충전)는 신세계백화점과 신세계사이먼 프리미엄 아웃렛, 스타벅스 등 신세계그룹 계열의 다양한 유통채널에 25대를 설치한다고 밝혔지만, 이마저도 주로 서울과 경기도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는 “국내 시장에 매장을 오픈한 테슬라의 성공 관건은 슈퍼 차저의 보급”이라며 “모델 S는 배터리 용량이 큰데 역설적으로 큰 배터리 용량은 충전에 장시간이 소요돼 보급 확산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접근성 나쁘고

서비스도 미비

테슬라는 국내서 새로운 마케팅 방식을 도입했다. 언론이나 TV 광고를 전혀 계획하지 않고 있는 것. 대신 스토어를 통해 직접 고객에게 시승 기회를 제공하고 차량 상담을 받으며, 온라인으로 예약을 받은 뒤 주문 제작한 차량을 배송하는 방식으로 차량을 판매하게 된다.

테슬라 판매 매장은 스타필드와 청담동 2곳뿐이다. 스타필드에 이어 지난 17일 서울 강남구 청담동 영동대로에 2호 매장을 열고 본격 영업에 들어갔다. 테슬라는 지난해 8월 배포한 보도자료서 “한국 내 테슬라 브랜드 확장을 위해 2017년과 2018년 추가로 오픈할 신세계 점포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매장과 마찬가지로 서비스센터도 미약하다. 테슬라는 강서구 등촌동과 청담 매장 지하 2곳에 서비스네트워크를 구축할 예정이다. 당분간 지리적인 불편함이 예상된다. 서비스센터는 아직 설비가 완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로, 차량이 소비자에게 본격적으로 인도되는 시점에 맞춰 완성될 계획이다.

웬만한 스포츠카보다 나은 성능
그러면 뭐하나 충전소가 없는데

회사에 따르면 모델 S 90D의 첫 번째 차량 출고는 이르면 6월 말 이뤄진다. 패스트백 스타일의 5인승 모델로 국내 인증이 완료된 90D를 비롯해 60과 60D, 75, 75D, 100D, P100D 등 총 7가지 트림으로 구성됐다.

테슬라 측은 “현재 국내 인증이 완료된 모델은 90D뿐”이라며 “트림별로 각각 정부 인증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다른 모델들은 추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모델 S 90D는 지난 7일부터 고객 주문을 받고 있다. 영업사원은 없다. 고객이 직접 홈페이지를 통해 주문해야 한다. 전시장 직원은 차량에 대한 정보를 안내하고 설명해주는 역할만 한다. 테슬라는 다른 완성차 업체들과 달리 별도의 재고 차량을 보유하지 않는다. 주문 즉시 맞춤 생산이 진행된다. 이로 인해 신차 출고까지 3∼4개월가량 걸린다.
 

인프라가 완벽하게 갖춰지지 않았는데도 차량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지적도 있다. 모델 S 90D의 국내 판매가격은 기본 사양이 1억2100만원. 완전주행기능이 탑재된 풀옵션은 1억6100만원에 달한다. 아이오닉과 쏘울EV의 경우 4000만원대 초중반이다.

더욱이 모델 S 90D는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서 제외된다. 현행법상 충전 시간이 10시간 이내 차량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명시돼있기 때문이다(완속 기준 충전 시간이 10시간 이상 소요). 다른 전기차에 지급될 구매 보조금은 국고 1400만원, 지방비 300만∼1200만원 수준이다.

급발진 사고
내부결함 의심

테슬라는 국내 출시를 앞두고 악재부터 만났다. 급발진 사고가 그것이다. 사고자는 다름 아닌 배우 손지창씨.

손씨에 따르면 지난해 9월10일 오후 8시쯤 자택 차고에 진입하던 중 사고가 발생했다. 아들과 함께 타고 있던 ‘모델 X’가 차고 문이 열린 뒤 급발진하면서 거실 벽을 뚫고 들어간 것. 사고 후 손씨는 테슬라 측에 피해 보상을 요구했지만 무시당했고, 지난해 12월30일 “급발진으로 인해 사고가 났다”며 테슬라를 상대로 피해보상 소송을 냈다.

손씨는 “자동차의 결함 가능성이 있다. 자율주행 기술 자체의 안전성에 의구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또 재판부에 “잠재적 피해자가 많으니 집단소송으로 인정해달라”고 요청했다.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 조회 결과 손씨와 같은 모델 X의 급발진 사고 접수는 7건인 것으로 확인됐다.

테슬라 측은 “데이터 분석 결과 손씨가 사고 상황 내내 가속페달을 밟고 있었다”며 “차에는 아무 이상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손씨는 유명 연예인이라는 입지를 이용해 회사를 협박했다”고 반박했다.


<pmw@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현대카드, M3 신차구매 혜택

현대카드가 자동차 구매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캐시백을 최대 2.5%까지 지급하면서 합리적으로 자동차를 구입하려는 고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현대카드는 3월 말까지 현대·기아차 신차 구매 시 ‘현대카드 M3’로 2000만원 이상 결제할 경우 2% 캐시백을 지급한다. ‘세이브-오토’선지급 포인트 서비스 이용 시 추가로 0.5%를 지급해 최대 2.5%의 캐쉬백을 지급한다. 즉, 현대·기아차 구입 시 현대카드 M3로 2000만원 결제하면서 세이브-오토 선지급 포인트 서비스 이용 시 50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다.

현대카드 M3 2.5% 캐시백 지급은 주요 카드사들의 1.5∼2.0%(차량 구입가 2000만원 기준)과 비교할 때 매우 높은 수준이다. 타 카드사는 차량 구입 시 2000만원을 결제하면 1.5∼2.0%인 30만∼40만원만 돌려 받을 수 있어 현대카드와 10만∼20만원 차이가 난다.

현대카드는 자사만의 독특한 자동차 구매 프로그램인 세이브-오토 선지급 포인트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세이브-오토는 카드 포인트를 먼저 지급받아 해당 포인트를 차량 결제 시 사용한 뒤 차가 할인받은 후 카드 사용을 통해 지급받은 포인트를 상환하는 프로그램이다. 차종별로 최대 50만원까지 선지급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현대·기아차를 구입할 때 현대카드 캐시백과 세이브-오토를 이용하면 매우 큰 할인효과를 볼 수 있다”며 “합리적으로 자동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현대카드 M3 캐시백은 현대·기아차 신차 구입 시 카마스터에게 이용 신청하면 되고, 결제금액의 청구일 이후 3일 이내에 현대카드 결제계좌로 캐시백 금액이 입금된다. <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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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사분오열’ 의료계 내분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뚝심인가, 고집인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대통령의 뜻이 확고해도 너무 확고하다. 겉으로는 유연한 대처를 언급하면서 ‘2000명’이라는 수치는 굽히지 않을 기세다. 강 대 강 대치에 나섰던 의료계는 우왕좌왕하는 모양새다. 의료계 내부의 의견을 모으는 일도 쉽지 않아 보인다. <일요시사>와 인터뷰한 지방의대 A 교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를 밀어붙이는 윤석열정부의 강경 기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규군은 수뇌부만 처리하면 와해되기 쉽다. 하지만 현재 의료계는 게릴라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주동자를 찾기 어렵고 실제 주동자도 없다. 전공의, 의대생 모두 조직의 통제하에 움직이는 게 아니라 본능에 따라 행동하고 있다. 윤정부 입장에서는 협상 대상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괄 협상에 따른 일괄 타결은 어렵다고 본다.” 2월 이후 평행선만 실제 의료계는 대학의사협회(의협),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의대협) 등 여러 단체가 의대 정원 확대 정책에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 반대’를 큰 틀로 하되 대응 방식이나 세부적인 요구사항은 각각 다른 상황이다. A 교수의 말대로 의료계는 현재 단일협의체가 없다. 협상테이블이 마련된다 해도 앞에 대표로 나설 사람이 없는 셈이다. 과거 의정갈등이 일어났을 때 주로 의협이 나서서 의료계 입장을 전달하고 대응을 이끌었다면 현재는 각개전투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정부는 의협의 대표성에 대해 의문을 표한 상태다. 정부는 지난 2월 말 의협 대신 ‘대표성을 갖춘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정원 확대 등에 대해 대화하자고 의료계에 요청했다. 의협이 전체 의사들의 대표성을 띠기 어렵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당시 주수호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의협 회원엔 전공의·봉직의 등 모든 직역이 포함돼있고 모든 직역이 배출한 대의원 총회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조직이 비대위”라며 “정부가 의협의 대표성을 부정하는 이유는 내부 분열을 조장하기 위함”이라고 반발했다. 의협은 의료법에 근거해 모든 의사가 가입하는 법정 단체지만 개원의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의정갈등 국면서 가장 선봉에 선 단체는 전공의가 모인 대전협이 꼽힌다. 전공의가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병원을 떠나는 등 집단 강경 투쟁에 나서면서 의정갈등에 불이 붙었다. 의대생은 집단 휴학으로 힘을 실었다. 유급 마지노선에 이른 대학들이 수업을 재개했지만 의대생은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집단사직에 나선 전공의가 여전히 버티고 있는 상황서 의대생의 복귀 가능성 역시 낮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대통령실 1년 유예안 일축하면서도 ‘2000명 정원’ 논의 가능성 제시해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학칙에 따른 형식적인 신청 요건을 지킨 의대생의 휴학 신청은 누적 1만242명으로 전체 의대 재학생 대비 54.5% 규모에 이른다.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과 수업 거부는 지난 2월부터 시작됐다. 대학 사이에선 이달 중순이 지나면 여름방학까지 총동원해도 유급을 막을 수 없다. 의대는 특정 수업서 3분의 1 또는 4분의 1 이상을 결석하면 낙제(F) 처리되고 F가 하나라도 나올 경우 유급이 되도록 학칙을 세워둔 곳이 많다. 전공의의 집단사직으로 병원 업무가 마비되고 일부 의료진에 업무가 과중되는 이른바 ‘의료대란’이 벌어졌다. 여기에 의대생의 집단 휴학은 의사 수급 부족 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의료현장에 구멍이 생기면서 의사를 찾지 못해 환자가 사망하는 ‘응급실 뺑뺑이’ 사건도 일어났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지난 2월6일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을 5058명으로 현행보다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한 이후부터 현재까지 요지부동 상태다. 정부는 2035년까지 1만명의 의사 인력을 확충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2006년 이후 19년 동안 동결됐던 의대 정원 확대를 예고한 것이다. 당시 보건복지부(이하 복지부)는 발표 당시 의료계와 소통한 결과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지난해 10월26일 ‘의대정원 확대 추진계획’을 발표한 이후 40개 대학으로부터 증원 수요와 교육역량에 대한 자료를 받았고 현장점검을 포함한 검증을 마쳤다고 밝혔다. 의료계를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과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특히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강조했다. 언론사 여론조사 등에서 의대 정원을 늘리는 문제에 대해 국민 10명 가운데 8명 이상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것을 의미있게 언급했다. “흔들림 없는 의료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에 국민의 응원을 지지대로 삼은 것이다. 요구 다른 의사단체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는 더 강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일 ‘국민께 드리는 말씀’ 대국민담화서 “역대 정부들이 9번 싸워 9번 모두 졌고 의사들의 직역 카르텔은 더욱 공고해졌다”며 “이제는 결코 그런 실패를 반복할 여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00명이라는 숫자는 정부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한의 증원 규모”라며 “이를 결정하기까지 의사단체를 비롯한 의료계와 충분하고 광범위한 논의를 거쳤다”고 설명했다. 연구 결과를 들어 그 배경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국책연구소 등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연구된 의사 인력 수급 체계를 검토했다. 수요 측면서 저출산 고령화와 같은 인구구조의 변화, 만성질환의 증가와 같은 질병구조의 변화, 소득 증가에 따른 의료수요 변화까지 반영했다”며 “어떤 방법론이더라도 지금부터 10년 후인 2035년에는 자연 증감분을 고려하고도 최소 1만명 이상의 의사가 부족하다는 결론은 동일하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 확대 시기에 대해서도 정부는 가차없는 태도를 보인다. 대통령실은 지난 8일, 의협이 제안한 의대 증원 1년 유예안에 대해 “정부는 그간 검토한 바 없고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도 없다”고 밝혔다. 앞서 박민수 복지부 차관이 “내부 검토는 하겠고 현재로서 수용 여부를 말씀드리기 어렵다”고 내놓은 답변서 더 강경해진 입장이다. 대통령실은 1년 유예안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도 “만약 의료계서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근거, 그리고 통일된 의견으로 제시한다면 논의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며 “열린 마음으로 임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팔짱 낀 정부 공은 의료계로 일각에서는 정부는 초지일관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현재로선 ‘2000명’이 정부와 의료계 간 대화의 장벽이 되고 있다. 정부는 2000명이라는 수치를 꿋꿋하게 고수하고 의료계는 2000명 백지화가 대화의 선결 조건이라는 뜻을 굽히지 않는 중이다. 정부든 의료계든 어느 한쪽이라도 구부려야 맞닿는 법인데 평행선만 그리는 모양새다. 이 와중에 의료계는 내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의료계에 요구하는 ‘통일된 의견’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새 회장을 선출한 의협이 그 중심에 있는 상황이다. ‘강성’으로 꼽히는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과 의협 비대위가 엇박자를 내고 있고 대전협의 박단 비대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갈등 조짐을 보이는 중이다. 현재 의협은 비대위원장과 차기 회장이 공존하는 상태다. 의협은 지난달 26일, 임 당선인을 차기 회장으로 선출했다. 임 당선인은 결선투표서 65%의 지지를 얻어 당선됐고 임기는 다음 달 1일부터다. 임 당선인의 등장으로 의협의 대정부 투쟁 수위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임 당선인은 의대 정원 증원 철회를 비롯해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 파면을 요구하는 등 다른 의사단체에 비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마찰음이 나온 건 ‘단일대오’를 구성하는 과정에서였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 7일, 기자회견서 전의교협, 대전협, 의대협 등과 함께 합동 기자회견을 이번주 안에 열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임 당선인이 이런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의협 비대위, 차기 회장·전공의 회장 갈등 삐걱거리는 단일대오에 대화 공전 가능성도 의협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의협 비대위와 대의원회에 공문을 보내 임 당선인이 김택우 현 비대위원장 대신 의협 비대위원장직을 수행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한 지붕 두 가족’ 상황의 의협 창구를 단일화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전협 박 위원장도 의협 비대위와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박 위원장은 자신의 SNS에 “의협 비대위 김택우 위원장, 전의교협 김창수 회장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지만 합동 브리핑 진행에 합의한 적은 없다”고 적었다. 합동 기자회견은 일단 취소된 상태다. 박 위원장과 임 당선인의 갈등도 관심사다. 임 당선인은 지난 4일,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비공개 만남에 불만을 드러냈다. 의협 비대위는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을 ‘의미 있다’고 평가했지만 임 당선인은 SNS에 ‘내부의 적’을 운운하며 박 위원장을 강도 높게 비난하는 듯한 글을 남겼다. 박 위원장은 이 같은 보도 내용을 게시글에 공유하며 ‘유감’이라고 적었다. 전의교협은 의대 비대위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전의교협은 전국 40개 의과대학 교수협의회로 구성된 단체다. 김창수 전의교협 회장이 의협 비대위에 합류하면서 의료계 단일대오 구성이 빨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통일된 의견을 내놓을 단일협의체 구성 속도에 따라 의정갈등의 타결 가능성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의협 비대위를 중심으로 단일대오를 구성하려던 시도가 임 당선인과 박 위원장의 행보로 삐걱거리면서 의료계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처지가 됐다. 여기에 협상테이블이 마련돼 정부와 의료계의 대화가 이뤄진다 해도 합의까지 가는 데는 하 세월이 걸릴 것이라는 의견이 만만찮다. 입장차가 그만큼 첨예하다는 뜻이다. 타결까지 첩첩산중 일각에서는 정부와 의료계 모두 환자에 대한 배려는 뒷전에 두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월 이후 두 달 넘게 갈등이 계속되면서 환자들은 불편을 겪고 있고 일부 의료진은 업무 과중으로 그로기 상태에 빠졌다. 전공의가 떠난 병원은 매일 막대한 손해를 입고 있다. 정부와 의료계의 10번째 갈등이 어떤 결론으로 끝나느냐에 따라 의료계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