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연에 지연까지’ 얽힌 GS그룹 관통하는 핵심키워드

회장님 밑으로 피라미드 권력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에 재추대됐다. 해체 위기에 놓인 전경련을 추스르겠다는 결의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허 회장의 역할이 강조되는 가운데 그가 이끌고 있는 GS그룹 역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그룹의 특수성도 이참에 부각되는 양상이다. GS그룹을 여타 재벌기업과 구분 짓는 핵심 키워드를 되짚어봤다.

2017년 GS그룹 전체 상장사 사장단 16명 가운데 오너 일가는 총 7명이다. GS그룹 사장단 오너일가는 GS그룹 지주사인 GS를 포함 GS리테일, GS건설, GS홈쇼핑, GS칼텍스, 삼양통상 등 총 6개 기업에 포진돼있다. 그룹 사장단 내 오너일가 비중은 44%(16명 중 7명)로 10대그룹에서 한진그룹(50%)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오너 일가 포진
[굳건한 순혈주의]

그룹 및 계열사 내 회장, 부회장, 사장을 맡고 있는 오너일가는 허창수 GS그룹 회장 및 GS건설 회장,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대표이사), 허승조 GS리테일 부회장, 허명수 GS건설 부회장,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 허진수 GS칼텍스 회장, 허연수 GS리테일 사장 총 7명이다.

사장단 오너일가 중에는 창업주인 고 허만정씨의 셋째 아들인 허준구 전 LG건설 명예회장의 아들이 4명으로 가장 많았다. 먼저 GS와 GS건설의 회장인 허창수 회장은 허준구 LG건설 명예회장의 첫째 아들이다. 셋째 아들인 허진수 GS칼텍스 회장은 지난해 12월 정기 인사를 통해 GS칼텍스 대표이사 부회장서 회장으로 승진했다.

넷째 아들인 허명수 GS건설 부회장은 1955년 부산 출생으로 경복고와 고려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후 1981년 LG전자에 입사했다. 막내아들인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은 1957년 부산 출생으로 중앙고와 고려대를 거쳐 조지워싱턴대 MBA 졸업 후 1988년 럭키투자증권에 입사했다.

오너일가 경영 참여 활발 
속도 내는 오너 4세 시대

허만정 창업주의 장남인 고 허정구 삼양통상 명예회장의 장남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은 1938년 경남 출생이다. 보성고, 서울대 상학과, 시카고대 경제학과 졸업 후 1963년 삼양통상에 입사했다.

허연수 GS리테일 사장은 허만정 창업주의 넷째 아들인 허신구 GS리테일 명예회장의 둘째 아들이다. 허 사장은 1961년 서울 출생으로 보성고와 고려대 전기공학과 졸업 후 1987년 럭키금성상사에 입사했다.

허승조 GS리테일 부회장은 사장단 중 유일하게 허만정 창업주의 아들이다. 1950년 경남 출생으로 서울고, 한양대 공업경영학을 졸업한 후 1978년 럭키금성상사에 입사했다.

가업 승계 척척
[4세 전진배치]

GS그룹 오너 4세들이 경영 일선에 전진 배치되고 있다. 지난해 3월 오너4세들 중 가장 먼저 GS 계열사의 등기이사에 오른 허세홍 GS글로벌 대표는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아들이며 1969년생으로 오너 4세들 가운데 최연장자다.

허만정 GS그룹 창업주의 손자인 허준홍 GS칼텍스 전무,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허윤홍 GS건설 전무, 허광수 삼양인터네셔날 회장의 장남 허서홍 GS에너지 상무, 허정수 GS네오텍 회장의 장남 허철홍 ㈜GS 부장 등도 계열사 경영 일선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재계에선 이들 4세의 약진과 최근 진행되는 주요 계열사의 지분 매입 경쟁을 두고 GS그룹의 승계 경쟁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예상이 나온다. 

흥미로운 점은 GS그룹 오너 4세들이 싱가포르 법인을 거쳤다는 점이다. 허주홍 GS칼텍스 부장은 최근 싱가포르 법인(GS Caltex Singapore)으로 이동했다.

허명수 GS건설 부회장의 장남인 허주홍 부장은 앞으로 GS를 이끌어 갈 오너 4세 중 한 명으로 꼽힌다. 2012년 GS칼텍스에 대리로 입사해 여수공장서 현장 경험을 쌓았고, 2014년부터는 경질제품팀서 해외 트레이딩을 담당했다.

허주홍 부장의 6촌 형인 허세홍 GS글로벌 대표, 허준홍 GS칼텍스 전무 역시 마찬가지다. GS그룹 오너 4세 중 맏형인 허세홍 대표는 2006년 GS칼텍스에 입사 후 2008년 싱가포르 법인장을 맡아 3년 동안 GS칼텍스의 원유·석유화학 제품 거래를 총괄했다.

허준홍 전무는 2005년 GS칼텍스 생산기획팀에 입사해 시장분석팀, 윤활유 해외영업팀을 거쳤다. 윤활유 해외영업팀장으로 재직할 당시 인도 법인 설립을 주도했다. 상무로 승진한 2013년 싱가포르 법인으로 자리를 옮겨 2년 간 원유제품 트레이딩부문장을 역임했다.

싱가포르 법인은 최근 3년간 약 20조원의 평균 매출을 기록했다. GS칼텍스 전체 매출액서 싱가포르 법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60% 수준이다. GS칼텍스의 핵심 계열사라고 할 수 있다. 싱가포르 법인은 원유 조달부터 제품 판매까지 모든 과정을 배울 수 있는 최적의 장소 꼽힌다.

실제로 허세홍 대표, 허준홍 전무는 싱가포르 법인에 있을 때 인적 네트워크 형성에 상당한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남권 출신 다수
[뿌리깊은 PK인연]

GS그룹 계열사 부회장단은 허승조 GS리테일 부회장, 허명수 GS건설 부회장,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 하영봉 GS에너지 부회장, 정택근 GS 부회장, 손영기 GS E&R 부회장 등 총 6명으로 구성돼있다. 공교롭게도 이들 모두 부산·경남(PK) 출신이다.

GS그룹 계열사 부회장단에 영남 출신자가 많은 건 창업자인 고 허만정 가문이 경남 진주에 뿌리를 두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04년 7월 LG그룹의 인적 분할을 통해 분리된 GS그룹은 고 구인회 회장과 함께 LG그룹을 설립했던 공동 창업주 고 허만정 가문이 이끌고 있다. 실제로 부회장단 6명 가운데 3명이 오너 일가인데 이들은 모두 영남 출신이다.

영남권 출신 고위 임원 다수
학연으로 연결된 ‘고대 라인’

고 허만정 창업주의 막내아들인 허승조 GS리테일 부회장은 1950년생으로 경남 출신이다. 허명수 GS건설 부회장과 허태수 GS홈쇼핑 부회장은 부산 출신이다. 허명수 부회장은 창업자 허만정의 셋째 아들인 고 허준구의 넷째 아들이다. 허태수 부회장은 허준구의 막내 아들로 허명수 부회장의 동생이다.

비 오너 일가인 GS그룹 부회장단으로는 하영봉 GS에너지 부회장과 정택근 GS 부회장, 손영기 GS E&R부회장 등 3명이 있으며, 이들 역시 모두 영남 출신이다. 하영봉 부회장은 1952년생으로 부산 출신이며 경남고와 연세대를 졸업했다. 정택근 GS 부회장은 1953년생으로 경남이 고향이며, 손영기 GS E&R 부회장은 부산 출신이다.

학연으로 연결
[고려대 사람들]

GS그룹 부사장 이상 고위임원은 고려대 출신인사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GS그룹 계열사 14개 기업 가운데 부사장 이상급 고위 임원(회장·부회장·사장·부사장)은 총 44명이다. 이들 가운데 회장·부회장·사장·부사장 임원의 28%인 12명이 고려대를 나왔다.

이는 GS그룹 오너 일가가 유독 고려대 출신이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허창수(경영학과 67학번)·허진수(경영학과 72학번) 회장을 비롯해 허명수(전기공학 74학번)·허태수(법학과 76학번) 부회장, 허연수 사장(전기공학)등이 고려대 출신이다.

이 밖에 이완경 GS글로벌 사장(경영학과), 조유넝 GS리테일 부사장(통계학과), 송홍섭 파르나스호텔 부사장(농업경제학과), 김호성 GS홈쇼핑 부사장(경제학과), 김석환 GS E&R 부사장(경제학과), 권혁관 GS칼텍스 부사장(화학공학), 김기태 GS칼텍스 부사장(법학과) 등도 고려대 출신의 고위 임원이다.

서울대는 고려대보다 4명 적은 8명의 GS그룹 계열사 고위 임원을 배출했다. 서울대를 졸업한 대표적인 인물은 오너 일가인 허남감 삼양통상 회장이다. 허남감 회장은 보성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서울대서 상학과 학사 학위를 취득했다.

연세대는 7명의 임원을 배출하면서 3위를 차지했다. 하영봉 GS칼텍스 부회장(철학과), 정택근 GS 부회장(행정학), 손영기 GS E&R 부회장(화학공학)를 비롯해 김응식 GS엔텍 사장(화학공학), 허세홍 GS글로벌 대표(경영학), 이두희 GS칼텍스 부사장(화학공학), 고춘석 GS EPS 부사장(화학공학) 등도 연세대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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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