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회사 눈치 안보고 돈 챙기는 회장들- 조양래 한국타이어 회장

분위기 안 좋은데…왕족만 살판났다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대주주로 있는 오너 일가에 회사 차원서 고배당을 일삼는 ‘반칙’은 비단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배당을 둘러싼 논란이 재연됐다. 변칙적으로 자행되는 ‘오너 곳간 채우기’는 좀처럼 멈춰지지 않고 있다. 어디서부터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기획으로 배당 논란에 휘말린 오너 일가들을 짚어봤다.
 

올해 조양래 한국타이어그룹 회장, 조현식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 사장,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 등 한국타이어그룹 오너 일가는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이하 한국타이어월드)와 한국타이어에서 약 240억원의 배당금을 챙길 것으로 추산된다.

통큰 돈잔치

한국타이어는 지난 7일, 보통주 1주당 400원의 현금배당 결정을 공시했다. 시가배당률은 0.70%, 총배당금은 약 495억원이다. 한국타이어는 2011년 주당 배당금을 350원서 400원으로 올린 뒤 올해까지 1주당 배당금을 동결했다.

한국타이어 지분은 조양래 회장이 10.5%(1300만7897주), 조현식 사장이 0.65%(79만9241주), 조현범 사장이 2.07%(256만1241주)를 보유하고 있다. 주당 400원의 배당금을 곱하면 조 회장 52억원, 조현식 사장 3억원, 조현범 사장 10억원의 배당금을 받게 됐다.

한국타이어그룹 오너 일가가 받는 배당금은 한국타이어에 국한되지 않는다. 한국타이어월드서도 두둑한 배당금이 기다리고 있다. 한국타이어가 배당을 결정한 지난 7일 한국타이어월드 역시 보통주 1주당 30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시가배당률은 1.45%이며 배당금 총액은 275억원이다.


한국타이어월드는 지난 2013년 한국타이어를 사업회사로 두고 지주회사로 전환 후 한국타이어와 따로 배당을 실시하고 있다. 1주당 배당금은 2014년부터 변동 없이 300원이다. 한국타이어월드는 한국타이어(25%), 아트라스비엑스(31%), 엠프론티어(30%) 등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타이어월드의 주요 주주는 조양래 회장 23.59%, 조현식 사장 19.32%, 조현범 사장 19.31% 등이다. 각각 2194만2693주, 1797만4870주, 1795만9178주에 해당하는 지분율이다. 여기에 1주당 배당금 300원을 곱하면 조 회장은 66억원, 조현식 사장 및 조현범 사장은 54억원의 배당금을 받게 된다.
 

이들이 받는 배당금의 총합은 약 174억원이다. 두 곳에서 받게 될 배당금을 합하면 조 회장과 두 아들의 배당금 총액은 239억원 수준이다.

한국타이어월드가 앞으로도 안정적인 사업구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오너 일가는 적어도 현 수준의 배당금을 지속해서 받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한국타이어월드 주 수익원은 자회사 지분법이익(70%), 브랜드 로열티 수입(20%) 등으로 구성돼있으며 한국타이어로부터 나오는 수익이 전체의 90%를 차지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한국타이어의 수익구조가 견고한 데다 최근 그룹 차원의 공격적인 경영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며 “한국타이어월드는 지분법이익 발생 및 브랜드 로열티 수입이 확대돼 기업가치 상승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두둑한 배당잔치…앉아서 240억 꿀꺽
미성년 ‘금수저’ 손주들도 수백만원씩

다만 배당성향이 낮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타이어그룹 오너 일가가 받는 거액의 배당금을 무작정 비판적인 시각으로 보긴 힘들다.


실제로 이번 배당 결정서 한국타이어와 한국타이어월드는 각각 5.63%, 10.20%의 배당성향을 보였다. 보통 15∼20% 수준으로 책정되는 여타 기업의 배당성향보다 현격히 낮은 수준이다. 두 회사의 전년 배당성향은 7.56%와 15.93%였다.

배당성향이 낮다는 건 그만큼 순이익 대비 1주당 배당금 책정이 낮게 정해졌음을 의미한다. 만약 배당성향이 일반적인 수준으로 결정됐다면 한국타이어그룹 오너 일가는 지금 받는 배당금보다 두 배 많은 금액을 챙길 수 있었던 셈이다.

반면 배당정책을 탄력적으로 운영하지 않는 점은 논란거리다.

2016년 연결재무제표 기준 한국타이어와 한국타이어월드의 순이익은 각각 8790억원과 2694억원이었다. 6554억원, 1727억원 수준이었던 전년 대비 일취월장한 기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주당 배당금은 변동 없었고 자연스럽게 배당성향은 더 낮아졌다. 달리 말하자면 소액 주식투자자들은 제대로 된 주식 가치 평가를 받지 못했다고 볼 수도 있다.
 

한국타이어 측은 수년째 변동 없는 배당정책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회사 내규에 따라 배당금이 책정됐고 특별히 말할 게 없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점은 한국타이어 주주명단에 미성년자 4명이 포진해있다는 사실이다. 바로 조현식 사장과 조현범 사장의 자녀들이다. 아직 10대 초중반 나이에 불과한 이들은 이미 한국타이어 지분 0.01%씩을 보유하고 있다.

미세한 차이는 있지만 1인당 약 1만5300주가 이들의 몫이다. 공교롭게도 태어난 순으로 조금 더 주식이 많다. 이들이 개별적으로 받는 배당금은 약 610만원이다.

조 회장의 손자·손녀들은 한국타이어월드 주식도 갖고 있다. 각각 3518주, 3508주, 3497주, 3495주로 역시 태어난 순서대로 미세한 차이를 보인다. 이번 배당 결정을 통해 이들은 한국타이어월드서 약 105만원씩 배당금을 받게 된다. 한국타이어와 한국타이어월드서 받는 배당금을 합치면 조 회장의 손자·손녀들은 각각 700만원이 넘는 금액을 손에 넣게 된다.

소액주주는 울상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여세를 회피하고, 경영권 승계를 원활하게 하기 위해 어린 나이에 주식을 갖게 하는 경우가 많다”며 “배당금 또는 시세차익을 통한 자금 확보, 합병 등을 통한 지분 확보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djy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한국타이어 ‘어긋난’ 애사심


한국타이어의 엇나간 애사심 강요 정책이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앞으로 한국타이어 공장을 출입하는 차량에는 제약이 따르게 된다. 직원이라고 해서 출입문이 절로 열리지 않는다. 

별도로 ‘일정 자격’을 갖춘 차량에 한해 출입 허가가 내려진다. 다음달 1일부터 이 회사 직원일지라도 경쟁회사의 타이어를 장착한 차량은 대전과 금산 두 곳의 공장 문을 통과할 수 없게 된다. 한국타이어 직원뿐 아니라 협력업체 직원들도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회사 안팎에선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타이어 제조기업서 나온 애사심 고취 방안치고는 옹색하다는 지적뿐만 아니라 협력업체 직원까지 대상에 포함시킨 건 지나친 처사라는 불만도 나온다. 더욱이 차량에 장착된 타이어를 공장의 출입 기준으로 삼는 유일한 사례기 때문에 회사를 향한 비난의 화살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임직원들에게 타이어 구매 가격의 90%를 지급하는 등 지원정책을 계속해왔다”며 “이외에는 특별히 언급할 게 없다”고 잘라 말했다.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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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