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GS칼텍스 석유거래

온도 높여 기름양 늘렸나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GS칼텍스가 법으로 지정된 유통 온도 기준을 초과한 채 석유를 유통했다는 의심을 사고 있다.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GS칼텍스의 입장과 달리 이를 통해 매년 막대한 이득을 남겼을 거라는 추측이 뒤따르고 있다.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석대법)’ 18조에는 ‘물량단위가 부피단위인 경우 15℃서의 물량을 기준으로 한다’는 내용이 명시돼있다. 즉, 석유 유통을 담당하는 정유사는 일정한 온도를 유지한 상태서 석유를 유통해야 할 책무가 있다는 뜻이다.

주유소는 ‘봉’

그러나 확인 결과 GS칼텍스는 이 같은 조항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었다. 특히 GS칼텍스서 발행한 ‘출하전표’를 보면 기준을 준수하지 않는 석유 유통 실태가 극명히 드러난다.

출하전표서 눈여겨볼 부분은 온도 표시다. GS칼텍스 ‘인천물류센터’가 출하처로 표기된 다수의 전표 하단부 온도 표시란에는 유통 온도 기준치(15℃)를 훌쩍 뛰어 넘는 숫자가 적혀있다. 기준치의 2배에 육박하는 온도가 표시된 전표도 눈에 띈다.

GS칼텍스가 온도 기준치를 지키지 않은 채 석유를 유통했다고 의심할 만한 대목이다.


이 같은 행태가 논란이 되는 건 단순히 법적 기준 때문만은 아니다. 부피 단위를 기준으로 하는 현행 석유 유통량 측정 방식을 살펴봐야 할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승용차에 쓰이는 휘발유는 비중이 0.75(1리터당 무게가 0.75kg)에 해당한다. 다만 부피에 따른 측정방식은 온도에 따라 편차가 발생한다. 통상 온도가 1℃ 오르면 휘발유와 경유는 각각 0.11%, 0.09% 팽창한다.

기온이 30℃를 초과하는 여름에는 0℃인 겨울보다 휘발유의 부피가 3.3%나 늘어나게 된다. 주유 시 여름철에는 ‘손해’, 겨울철에는 ‘이득’이라는 공식이 소비자들에게 통용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하지만 출하전표서 확인된 석유 온도 표시는 이 같은 상식을 받아들이기 힘들게 한다. 출하 온도가 기준치를 넘기는 사례가 빈번하다. 유통과정서 발생하는 온도 하락, 주유소 유류탱크의 설치 기준에 따른 온도 하락 등을 감안해도 목적지에 도달 시 석유 온도의 기준치 초과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더구나 GS칼텍스 인천물류센터는 정유공장이 아닌 석유를 보관하는 저유소다. 석유가 기준치를 초과한 고온에서 보관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일선 주유소들은 온도차로 인해 정량의 석유를 제공받지 못하는 피해자로 전락할 수 있다.

GS칼텍스서 주유소에 공급하는 석유의 온도가 기준치를 훨씬 상회한다는 점을 그냥 지나치기 힘든 이유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석대법에 따른 15℃ 기준은 임의로 온도 조정을 해서 맞추라는 의미가 아니라 석유 수입 과정의 기준일 뿐”이라며 “전혀 문제 될 게 없다”고 밝혔다.


온도 기준치 2배 가까이 초과
부당 이익 가능성 

기준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GS칼텍스의 석유 유통 행태는 또 다른 의문점과 직결된다. 예상치 못한 부당 이득 가능성이 바로 그것이다.

지난해 4월 공개된 한국석유공사와 각 정유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GS칼텍스의 국내 경질유(휘발유·경유·등유) 내수시장 점유율은 약 26%에 달한다. SK에너지(31.5%)에 이은 업계 2위다.

시장 점유율을 전체 석유 소비량에 대입하면 GS칼텍스의 천문학적인 국내 유통 물량을 어림짐작 할 수 있다. 지난 5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휘발유 소비량은 전년 대비 3.3% 증가한 125억6263리터였다.

이 가운데 약 32억6000만리터는 GS칼텍스의 유통 물량이다. 이를 기준으로 휘발유 1℃ 상승 시 비중 변화량 0.11%을 리터당 1296.2원(2016년 정유사 휘발유 판매가격 기준)에 대입해 보면 한해 동안 약 46억원 상당의 부당이득 발생을 의심해볼 만하다.
 

경유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해 국내서 소비된 경유는 전년 대비 6.9% 증가한 264억9816만리터. 이 가운데 75% 수준인 약 200억리터는 자동차용으로 쓰였고 약 52억리터가 GS칼텍스 유통물량이다. 이를 0.09%(경유 1℃ 상승 시 비중 변화량)와 기준온도 리터당 1068.7원(2016년 정유사 경유 판매가격 기준)에 대입하면 1년간 약 50억원 규모의 부당이익을 생각해봄 직하다.

이마저도 가장 낮은 오차를 대입했을 때 거둬들이는 수익이다. 오차범위가 커질수록 이득은 커진다. 출하전표에 기록된 것처럼 기준 온도를 10℃ 이상 초과할 경우 이득은 더 커진다. 즉, 공급 온도를 기준치서 조금만 높여도 정유사가 얻는 혜택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난다는 뜻이다.

눈먼 돈 어디로

주유업계 관계자는 “온도차에 따른 소비자의 득실 여부는 꾸준히 이어져 온 논란”이라며 “이런 문제를 개선하려면 주유기마다 온도 보정을 해야 하는데 이 문제에 앞서 주유소가 감당해야 할 비용 측면과 현실적 어려움이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