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25) 신라의 충신

결사항전 택한 대야성…그 운명은?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임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네 놈은 어떻게 죽여줄까!”

칼끝을 턱 밑에 대고 품석의 얼굴을 치켜들었다.

“빨리, 제발 빨리.”

이미 반쯤 넋이 나간 품석이 포기한 듯 횡설수설했다.

“여봐라. 이놈이 정신 차리게 해주어라!”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한 병사가 바가지에 물을 가져와 품석의 얼굴에 부었다.

그사이 검일은 탁자 위에 있는 애랑의 두상을 움켜쥐고 자리로 돌아왔다.

“이 년의 얼굴 잘 기억해 두어라!”

희미하게 정신을 차린 품석의 얼굴에 여인의 두상을 바짝 갖다 대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복수의 칼

“이놈아, 왜 그러느냐. 네놈이 그리도 환장했던 년이 아니더냐!”

이번에는 품석의 얼굴에 대고 비벼댔다.


품석이 피해봐야 소용없다 생각했는지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이놈아, 어떻게 성주란 놈이 부하 마누라를 빼앗기 위해 부하를 죽이려 들 수 있느냐. 그리고도 온전히 살아남을 줄 알았더냐!”

검일의 목소리가 솟구치는 울분 탓인지 심하게 떨렸다.

“형님, 그냥 처리해 버리지요. 구역질나는 저 얼굴 더 이상 보기도 싫습니다.”

검일이 돌연 애랑의 수급을 땅바닥에 팽개치고는 자세를 바로잡았다.

모척이 검일의 뜻을 알았는지 천천히 서천의 곁으로 다가갔다.

“저 세상에 가거든 부디 인간답게 살거라!”

순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거의 동시에 두 개의 머리가 땅바닥으로 떨어져 뒹굴었다.

검일과 모척이 품석과 그의 가족 그리고 서천을 처리하고는 윤충과 흥수와 자리했다.

“이제 성안에 남은 신라군을 토벌해야 하는데 무슨 묘안이라도 있소이까?”

검일과 모척의 마음이 가라앉기를 기다린 흥수가 본격적인 이야기를 꺼냈다.

검일이 모척을 바라보다 윤충에게 고개를 돌렸다.


“형님, 그리고 장군!”

“말해보시오.”

“지금 대야성은 전쟁을 치를만한 형편이 못됩니다.”

“그야 그렇지.”

침통한 표정으로 앉아있던 모척이 고개를 들었다.

“그래서 드리는 부탁입니다만 그들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십시오. 소장이야 성주와의 원한으로 이렇게 되었지만 지금 성중에 남아 있는 올곧은 사람들은 몰라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기회를 준다 하면?”

흥수가 진중하게 말을 받았다.

“군사, 제가 그들을 만나 설득해 보겠습니다.”

“그들이 받아들이겠소?”

“물론 쉽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지금까지 한 솥밥을 먹었던 사람들이니 어떻게 해서라도 설득해 봐야지요.”

순간 모척이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보았다.

“모척 장군의 생각은 어떻소?”

“장군, 지금 성 중에 남아 결사항전도 불사하겠다는 저들이야말로 진정한 군인들입니다. 항복을 종용하기 전에 저 또한 일단 군인 대 군인으로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으면 합니다.”

모척의 말에 윤충이 흥수를 바라보며 호탕하게 웃었다.

“기대는 하지 않겠지만 이유 여하를 떠나서 한 번 만나보시구려. 여하튼 우리는 그들을 최상으로 예우할 것이오.”

호쾌한 윤충의 응답에 모척과 검일이 경의를 표하고 진중을 빠져나와 대야성으로 향했다.

성 가까이 이르자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성루가 한가했다.

검일이 잠시 심호흡하고 모척을 바라보자 눈짓을 주었다. 눈짓에 따라 검일이 앞으로 나섰다.

모척의 회유 작전 통할까?
긴장감 도는 대야성의 밤

“나 신라군 사지였던 검일이다. 죽죽과 잠시 이야기하고자 하니 불러 달라!”

검일의 고함에 성루에서 소란이 일더니 잠시 후 죽죽과 용석이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검일과 뒤에 조금 떨어져있는 모척의 존재를 확인하고는 물끄러미 바라보다 허공으로 시선을 돌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보시게, 나 검일일세.”

검일이 목소리를 높였다.

“자네가 어인 일인가?”

답을 하는 죽죽의 목소리가 떨렸다.

“자네에게 긴히 할 이야기가 있어 왔네.”

순간 모척이 나서며 목소리를 높였다.

모척이 대신 답을 하자 죽죽이 잠시 멈칫했다가는 시선을 그들에게 주었다.

“형님이 무슨 일입니까?”

“그동안 우리 사이에 진한 정이 있었지 않은가. 그러니 잠시 만나세!”

죽죽이 용석에게 시선을 돌렸다.

용석이 곤혹스런 표정을 지으며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가 나갈까요, 아니면 들어오시겠습니까?”

“그쪽에서 편한 대로 하게.”

죽죽이 잠시 용석과 대화를 나누고는 성문을 열었다.

검일과 모척이 천천히 주위를 살피며 성문 가까이 이르자 죽죽과 용석이 성안으로 안내했다.

이미 지시가 있었는지 병사들이 경계를 늦추고 있었다.

그들의 모습을 찬찬히 살피며 성루로 올라갔다.

“이런 일이 발생하여 참으로 송구하기 그지없네.”

모척이 먼저 말을 꺼내자 죽죽이 저만치에 떨어져 있는 병사를 불렀다.

“형님, 그리고 검일. 우리 이러지 말고 이별주나 한잔마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이별주라.”

“형님 말씀대로 오랫동안 나누었던 서로에 대한 정을 이제 말끔히 정리해야지요.”

결코 항복할 수 없음을 돌려 이야기했다.

“자네들 편하면 그렇게 하세.”

모척의 답에 죽죽이 병사에게 술과 안주될 만한 음식을 가져오라 주문했다.

“살다보니 이런 일도 다 있습니다.”

말을 마친 용석이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게 신호라도 된 듯 모두가 한숨을 내쉬었다.

잠시 침묵이 흐르는 사이 병사가 되는 대로 가져온 술과 음식을 차렸다.

모척이 병을 잡았다.

눈시울 붉히다

“왜요, 먼저 갈 저의 제상에 형님이 먼저 예우하자는 이야긴가요?”

모척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머금은 죽죽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묵묵히 모두의 잔을 채우고 스스로의 잔을 채우려했다.

순간 용석이 병을 빼앗듯 낚아채 모척의 잔에 술을 따랐다.

“참으로 기구하구먼. 어쩌다 형제보다 더 가까이 지내던 우리가 이 지경이 되었는가.”

“제 말이 그 말입니다.”

모척의 이야기에 죽죽이 눈시울을 붉혔다.

“우리가 이곳에 온 사유를 훤히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네만 그와 관련된 이야기는 하지 않는 편이 나을 듯하네.”

“그러세요, 형님. 그저 그동안 호형호제하며 지냈던 정이나 나누다 웃으면서 헤어지는 게 좋을 듯합니다.”

“그러나 이 일만은 자네들의 생각을 들어야겠네.”

“무슨 일인지요?”

용석이 바로 반문하며 나섰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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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