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부리 여행 ②인천 중구 차이나타운로59번길

담백한 화덕만두와 달콤한 공갈빵으로 행복한 여행

주전부리의 사전적 의미는 ‘맛이나 재미, 심심풀이로 먹는 음식’이다. 여행길에 들고 다니며 재미 삼아 먹는 음식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국내서 주전부리 천국을 들라면 인천 중구에 자리한 차이나타운이 단연 첫손에 꼽히지 않을까. 화덕만두를 비롯해 공갈빵, 홍두병 등 맛있는 먹거리가 넘친다. 차이나타운에 가면 길게 줄 서서 뭔가 기다리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이 줄을 기웃거리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주전부리가 담긴 비닐봉지로 양손이 무거워진다.

요즘 차이나타운서 가장 ‘핫한’ 먹거리는 화덕만두다. 거리에 다니는 사람들 손에 꼭 하나씩 들려 있다. 화덕만두를 만드는 가게는 오전 11시에 시작하는데, 문 열자마자 사람들이 10m 이상 늘어선다. 화덕만두는 원래 이름이 ‘옹기병’으로, 옹기 화덕서 굽는 중국식 만두를 말한다. 대만서 기술을 배워 온 차이나타운의 ‘십리향’이 처음 선보인 뒤 여러 상점서 판매한다.

먹거리 천국

만드는 방법은 비교적 간단하다. 하루 동안 숙성시킨 밀가루 반죽으로 만든 피에 고기와 채소가 들어간 소를 넣고 빚어, 옹기 안쪽 벽에 다닥다닥 붙인 뒤 7분 동안 굽는다.

만두를 굽는 옹기 화덕을 만들기가 만만치 않아, 차이나타운의 몇몇 가게가 아니면 맛볼 방법이 없다고 한다.

200℃가 넘는 옹기 화덕에서 완성된 화덕만두는 맛과 모양이 물이나 기름을 사용해 굽고 찐 일반 만두와 확연히 다르다.


숯불에 천천히 구워 수분이 날아간 만두피는 과자처럼 바삭하다. 속은 푹 익어 한입 베어 물면 육즙이 가득 나온다. 돼지고기 누린내도 전혀 나지 않는다. 고기, 고구마, 단호박, 팥 등 소가 다양해서 입맛에 따라 골라 먹으면 된다. 향신료를 쓰지 않는 것이 오리지널 중국식 화덕만두와 다른 점이다.

공갈빵도 여행객이 많이 찾는 주전부리다. 공갈(거짓말)이라는 이름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음식도 없다. 한쪽에 꿀을 바르고 겉이 부풀게 구운 중국식 호떡으로, 잘라보면 속은 텅 비었다. 별맛 있을까 싶어 무심코 집어 먹었다가 달콤하면서 고소한 맛에 자꾸 손이 간다. 거기서 거기일 것 같지만, 집집마다 맛이 미묘하게 다르다. 반죽이 지나치게 두껍거나 꿀을 덜 바르면 맛이 잘 나지 않는다고 한다.

홍두병도 인기다. 직역하면 ‘붉은 팥이 든 과자’다. 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국화빵 비슷하게 생겼다. 대만서 인기 있는 간식 중 하나로, 큼직하고 부드러운 빵에 팥소가 듬뿍 들어갔다. 의외로 달지 않아 생각보다 많이 먹을 수 있다. 크림치즈와 망고, 다크초콜릿, 녹차 등을 넣은 것도 인기다.

차이나타운서만 볼 수 있는 ‘화덕만두’
짜장면 원조 ‘공화춘’도 빼놓으면 섭섭

차이나타운 여행서 짜장면을 빼놓으면 섭섭하다. 인천 개항 후 산둥(山東) 지방의 중국인이 대거 몰려와 중국요리를 하는 집이 문을 열었다. 중국요리가 인기를 끌자 누군가 부두 노동자를 위한 싸고 손쉬운 음식을 생각했고, 산둥지방서 삶은 국수에 중국 된장인 미옌장(甛麵醬)을 올려 비벼 먹던 짜장면(炸醬麵)을 소개하면서 퍼지기 시작했다.

짜장면의 원조는 ‘공화춘’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공화춘이 있던 자리에 짜장면박물관이 들어섰다. 짜장면의 탄생부터 철가방의 변천사, 원조 공화춘의 역사까지 짜장면의 모든 것에 대해 살펴볼 수 있다.

원조 공화춘을 운영한 우희광씨의 외손녀 왕애주씨가 ‘신승반점’에서 공화춘 짜장면의 맥을 이어간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유니짜장.


쇠고기와 채소를 잘게 썰어 만든 소스가 짜지 않고 부드럽게 넘어간다. 면에 달걀 프라이를 올려주는데, 맛이 한결 부드럽다. 종이처럼 얇은 단무지로 짜장면을 싸서 후루룩 넘기는 것이 맛있게 먹는 노하우다.

오전 11시에 문을 여는데, 10시50분부터 대기표를 뽑고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인기다.
짜장면으로 배를 채우고 맛있는 주전부리를 양손 가득 들었다면, 본격적으로 차이나타운 여행에 나서보자. 짜장면박물관에서 삼국지벽화거리가 가깝다.

<삼국지>의 명장면이 벽화 160점으로 살아난 곳이다. <삼국지>의 역사적 사실을 고사성어와 그림으로 표현해, 길을 걷다 보면 <삼국지> 내용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삼국지벽화거리를 지나 언덕에 오르면 자유공원이다. 개항 당시만 해도 ‘각국공원’으로 불리며 존스턴 별장을 비롯한 외국인 사택과 공장 등이 들어섰지만, 한국전쟁 당시 폭격으로 대부분 소실됐다. 현재는 인천 상륙작전의 시발이 된 월미도를 바라보는 맥아더 장군의 동상과 한미 수교 100주년 기념탑 등이 있다. 인천에는 개항장 인천의 모습이 아직 남았다.

인천 개항장 근대역사문화타운은 근대 은행, 제물포구락부(클럽), 물류 창고 등 이국적인 옛 건축물을 인천개항박물관,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 한국근대문학관 등으로 새롭게 꾸민 곳으로 아이들과 함께 돌아보기에 좋다.

근대 역사 문화 탐방

인천개항박물관은 일본제1은행을 리모델링한 곳으로 개항기 우표, 인천전환국 압인 주화 등 근대 문화와 관련된 유물을 전시한다. 일본이 한국 금융계를 식민지화하려고 세운 인천일본18은행지점을 리모델링한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은 개항장 일대의 건물 모형으로 시선을 끈다.

대한통운 창고를 개조한 인천아트플랫폼은 얼마 전 종영한 드라마 〈도깨비〉의 촬영 장소로 사용되어 유명세를 치렀다. 1년 내내 다양한 전시가 열려 꼭 한 번 가볼 만한 곳이다.

한국근대문학관은 물류 창고를 문학 박물관으로 조성했다. 일제강점기에 지은 창고의 투박한 외벽과 내부의 목조 천장에서 옛 개항장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최남선, 한용운, 김소월, 나도향, 현진건, 백석, 염상섭 등 우리나라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문인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한국근대문학관에서 가까운 신포국제시장 역시 주전부리의 천국이다. 닭강정, 만두, 순대 등 입맛 다시게 하는 먹거리가 많다.

추억이 있는 곳

차이나타운 바로 옆에는 송월동 동화마을이 있다. 가족 단위 여행객과 연인들에게 사랑받는 곳이다. 세계 명작 동화를 테마로 마을을 꾸몄다. <백설공주> <오즈의 마법사> <피터팬> 등 명작 동화에 등장하는 주인공이 상점은 물론 빌라, 유치원, 마을회관, 계단에 빼곡히 그려졌다.


월미도는 조금은 유치하고 낡았지만, 여전한 모습으로 여행자를 반긴다. 하늘 높이 솟구치는 바이킹, DJ의 화려한 입담으로 타는 사람뿐만 아니라 구경하는 이도 즐겁게 해주는 ‘디스코팡팡’은 옛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갈매기 떼가 날아다니는 하늘을 바라보며 걷는 길도 여행의 낭만을 더해준다.

<여행정보>
당일 여행 코스 인천역→차이나타운→자유공원→송월동 동화마을

1박2일 여행 코스 [첫째 날] 인천역→차이나타운→자유공원→송월동 동화마을 [둘째 날] 인천 개항장 근대역사문화타운→신포국제시장→월미도

관련 웹 사이트 주소
·인천광역시 중구 문화관광사이트 www.icjg.go.kr/tour
·인천 차이나타운 www.ichinatown.or.kr
·짜장면박물관 www.icjgss.or.kr/jajangmyeon
·인천개항박물관 www.icjgss.or.kr/open_port
·인천아트플랫폼 www.inartplatform.kr
·한국근대문학관 lit.ifac.or.kr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 www.icjgss.or.kr/architecture

문의 전화
·인천역관광안내소 032)777-1330
·십리향 032)762-5888
·짜장면박물관 032)773-9812
·신승반점 032)762-9467
·인천개항박물관 032)760-7508
·인천아트플랫폼 032)760-1000
·한국근대문학관 032)455-7165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 032)760-7549

대중교통 정보
[지하철] 1호선 인천역서 하차, 역 광장 건너편이 차이나타운. *문의: 서울메트로 1577-1234, www.seoulmetro.co.kr


자가운전 정보 경인고속도로→인천 IC 우회전→인천역·중구청 방면→인천역

숙박정보
·파라다이스호텔 인천: 중구 제물량로, 032)762-5181, incheon.paradisehotel.co.kr
·하버파크호텔: 중구 제물량로, 032)770-9500, www.harborparkhotel.com
·이츠관광호텔: 중구 연안부두로53번길, 032)883-0083
·K모텔: 중구 연안부두로55번길, 032)888-6336

식당 정보
·공화춘: 짜장면, 중구 차이나타운로, 032)765-0571, www.gonghwachun.co.kr
·경인면옥: 냉면, 중구 신포로46번길, 032)762-5770, blog.naver.com/hamjw0203
·신포닭강정: 닭강정, 중구 우현로49번길, 032)762-5800
·큰손집삼치: 삼치구이, 중구 우현로67번길, 032)766-2994

주변 볼거리
계양산, 연안부두, 소래포구, 인천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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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서울시장 올인’ 민주당 그래도 불안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내년 6월 치러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는 단연 서울시다. 서울시에 깃발을 꽂는 쪽이 전체 선거의 승리라 봐도 무관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진보 진영에서는 당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오세훈 대항마’를 자처하는 후보군이 속속 등장했지만, 서울 시민의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전국 지역위원장 워크숍에서 제9회 지방선거(이하 지선) 승리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달 중으로 지선 공천 룰을 확정해 빠르게 선거에 임하겠다는 방침이다. 큰 틀로는 ▲당원 민주주의 실현 ▲완전한 민주적 경선 ▲깨끗하고 유능한 후보 선출 ▲여성·청년·장애인 기회 확대 등 4대 방향이 제시됐다. 출사표 만지작 민주당은 이번 지선의 성격을 ‘완전한 내란 종식’으로 규정했다. 민주당 전국 지역위원장은 워크숍에서 ‘이재명정부 성공과 지선 승리를 위한 더불어민주당 전국지역위원장 결의문’을 통해 “국민의 준엄한 명령을 받들어 민생회복·내란청산·개혁완수라는 역사적 사명을 반드시 이루어 낼 것을 결의한다”고 밝혔다. 내년 지선서 압도적 승리를 이끌어냄으로서 ‘무능 부패한 국민의힘 지방권력’을 심판하고 ‘진짜 자치분권 균형성장’의 시대를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 또한 “이정부 성공을 위해 당이 무엇을 할 것인지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다가오는 지선은 민주당의 책임과 기회의 시험대다. 당의 힘을 모아 이정부의 성공과 지선 승리라는 두 목표를 함께 이뤄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목도가 높은 서울시장 선거 최종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을 키울 수 있다. 차기 서울시장 임기는 2030년으로 21대 대통령선거 시기와 맞아떨어진다. 그동안 서울시장은 대선주자로 가는 지름길로 여겨졌던 만큼 정치인으로서 큰 꿈을 꾸는 이들에게는 ‘일생일대의 기회’다. 민주당은 서울시장 선거 본선행 티켓을 놓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원내 의원들의 공식 출마 선언 이후에도 자칭타칭 물망에 오른 진보 인사들이 시기를 재고 있어 다양한 경선 구도가 그려질 것으로 관측된다. 박주민 의원은 민주당 내에서도 가장 먼저 공식 출마 의사를 밝힌 인물이다. 그는 “서울이 ‘맏이’ 역할을 하며 지방 도시들과 함께 성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찌감치 선거판을 예열했다. 뒤이어 민주당 서영교 최고위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조희대 대법원장 저격수를 자처하며 존재감을 키운 그가 이번에는 “서민을 위해 일 잘하는 시장이 필요하다”며 오세운 서울시장 대항마로 나섰다. 서 최고위원은 “(오 시장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무리하게 해제하면서 부동산 폭등을 자초했다”며 “이태원 참사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시점에서 큰 책임이 있는 용산구청장에게 서울시 주최 지역축제 안전관리 대상을 주는 등 시민의 요구, 시대의 요구를 전혀 읽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정감사 이후 결단을 내리겠다”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지난달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적 중요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반드시 승리할 후보가 서울시를 탈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런 자리에 과연 제가 적합한 후보인지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큰 판 향하는 의원들 오세훈만 꺾으면 끝? 지난 조기 대선 당시 ‘민주당 골목골목선대위 서울위원장’을 맡아 서울시 정책 로드맵을 짜는 데 참여한 만큼 출마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이 나온다. 마찬가지로 원내 인사인 박홍근 의원과 김영배 의원도 몸풀기에 나섰다. 특히 박 의원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선 지난해 8월 당시 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과 사전 논의가 있었던 점을 강조만 만큼 오랜 고심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낸 홍익표 전 의원도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생각하고 준비 중”이라며 도전을 시사했다. 홍 전 의원은 가장 민감한 서울 부동산 문제를 겨냥하는 등 오 시장의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를 집값 상승의 원인으로 꼽으며 저격에 나섰다. 박용진 전 의원의 출마 가능성도 점쳐진다. 박 전 의원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면서도 연일 오 시장을 때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최근에는 “민주당의 정치가 ‘영포티(젊어 보이려 애쓰는 40대)’ 정치로 전락하지 않도록 몸부림쳐야 한다”며 청년세대와의 통합을 강조하기도 했다. 원외에서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의 이름이 눈에 띈다. ‘K-브랜드지수’에서 서울시 지자체장 부문 1위 타이틀을 따낸 그는 활발한 SNS 활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나 서울 시민인데, 구청장님 좀 같이 씁시다” 등 밈(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온라인에 퍼지면서 팬덤을 등에 업고 민주당 원내 인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지 이목이 쏠린다. 민주당 후보군은 일동 ‘오세훈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오 시장의 야심작인 한강버스가 연일 구설수에 오른 데 이어 최근 서울시가 최근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서울 종묘 맞은편에 높이 145m 건물이 들어설 수 있도록 재정비촉진계획을 변경한 것을 두고 맹공에 나선 것이다. 지난 11일 민주당 문화예술특별위원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종묘 재개발 논의를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당내 서울시장 후보군인 박주민 의원과 서영교 최고위원을 비롯한 전현희·김영배·박홍근 의원 등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박홍근 의원은 “차기 시장, 그리고 대권 놀음을 위해 종묘를 제물로 바치겠다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 종묘가 서울시장 선거의 새로운 전장이 된 셈이다. 이리저리 혼돈의 표심 민주당에서는 윤석열정부 조기 퇴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 승리의 후광효과가 지선까지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지선 기조를 내란 청산으로 내세운 것 역시 ‘내란 VS 헌법 수호’ 프레임이 유효하다고 본 것이다. 다시 꺼내든 내란 종식 키워드가 내년 지선에서도 먹힐지는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지선 압승이라는 낙관론에 젖어 서울시 민심을 제대로 훑지 못한다면 ‘이정부 심판론’으로 되치기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지점이다. 민주당 출신의 한 정치권 관계자는 “서울시 선거는 ‘오세훈만 꺾으면 당선’ 같은 일차 방정식이 아니다. 오 시장이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등 각종 리스크에 발목 잡혀 약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서울시민이 내란 종식을 외치는 후보에게 표를 던지겠냐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다시 출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구 특성만큼 변수도 많은 서울시 자체가 첫 번째 허들이다. 서울은 마포·용산·영등포·광진·동작·성동·강동·중구 등 13개 선거구를 일컫는 한강벨트를 따라 보수층이 포진해 있어 보수 텃밭으로 여겨지지만, 지난해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서울 48석 중 37석을 얻어 과반이 넘는 지역에 파란 깃발을 수놓았다. 그럼에도 조기 대선에서 당시 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서울시에서 각각 47.1%, 41.6%를 얻어 두 후보 간의 격차는 5.5%p에 불과했다. 여기에 범보수로 여겨지는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가 얻은 9.9%를 더하면 보수 진영이 진보 진영을 앞서게 된다.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경험했지만 40%에 달하는 서울 시민이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한강벨트를 따라 빼곡히 자리 잡은 부동산이다. 정부의 10·15 부동산 정책을 통해 서울시 민심을 움직이는 건 진영 간의 논리 싸움이 아닌 정책, 그중에서도 집값이라는 게 명확해졌다. 서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으로 지정하는 이재명표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지 약 보름 뒤 민주당 지지율이 1주일 새 10%포인트 하락하며 국민의힘에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됐다. 지지층에 휩쓸릴라 한국갤럽이 지난달 28~30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의 서울 지지율은 31%로 전주 대비 10%p 떨어졌다. 반면 국민의힘은 12%p 오른 32%로 집계됐다. 서울을 대상으로 고강도 대책이 발표되자 서울 민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끼쳤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전체 긍정 평가는 전주 대비 1%포인트 상승해 57%를 기록했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서울 지역에서는 8%p 하락한 47%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로 응답률은 12.6%다.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와 한국갤럽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결국 이번 서울시장 선거는 진영 간의 대립구도가 아닌 인물과 정책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의견에 초점이 맞춰지지만, 진보 진영 후보들은 본선 진출을 위해 당원의 표심을 얻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딜레마에 빠졌다. 지선을 앞두고 민주당 지도부가 권리당원 권한을 대폭 강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국민의힘과 잘 싸우는 ‘전투적인 후보’가 경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차기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진보·여권 후보 가운데 정 구청장이 1위를 차지했다. 만일 정 구청장이 출마 의지를 굳히더라도 박주민·서영교 의원 등 쟁쟁한 원내 인사를 제치고 당원의 선택을 받을지 확신할 수 없다. 인지도면은 물론 민주당 지선 기조가 내란 청산으로 자리 잡은 한 12·3 비상계엄을 해제한 인물에게 더 많은 정치적 유산과 서사가 쥐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박 전 의원은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동시에 민주당 강성 지지층에게 집중적으로 질타 받았다. 2023년 8월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이던 시절 체포동의안을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지던 중 불체포특권 포기 성명에 이름을 올린 31명의 의원 중 한 명인 만큼 경선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꾸준히 이름을 알려온 경우 경선 통과가 수월하지만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개딸(개혁의 딸들)이 밀어준 강경파 후보’라는 꼬리표가 붙는다면 정책이나 행정가로서의 자질은 묻히고 이에 거부감을 느낀 중도층의 표가 분산될 것이란 점에서다. 당원 마음 잡으랴, 중도층 안으랴 김민석·강훈식 ‘투톱’ 차출설도 경선과 본선을 놓고 민주당의 딜레마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김민석·강훈식 차출설’이 돌면서 서울시장 선거판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인지도가 높고 행정가 면모가 돋보이는 김민석 국무총리와 강훈식 대통령실비서실장을 서울시장 후보로 내보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국정 투톱이 또다시 정치의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앞서 김 총리는 여러 차례에 걸쳐 서울시장 출마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지만 종묘 재개발 논쟁에 뛰어들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지난 10일 김 총리가 서울 종묘 일대를 찾아 “무리하게 한강버스를 밀어붙이다 시민의 부담을 초래한 서울시로서는 더욱 신중하게 국민적 우려를 경청해야 한다”고 우려를 표했는데, 이를 두고 오 시장이 “국민 감정을 자극하려 하는데 이는 선동”이라며 지선을 겨냥한 발언이라고 의심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차례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이름도 다시 거론된다. 김 총리가 서울시장 대신 당 대표로 나서고, 직을 내려놓은 정 대표가 서울시장 도전 후 대권 코스를 밟는 시나리오다. 3대 개혁을 두고 당정 불협화음이라는 의심의 눈초리가 따라붙는 만큼 교통정리를 통해 당정 서로에게 윈윈(win-win)하는 방법으로 꼽힌다. 우선 민주당 관계자들은 앞선 두 사람의 출마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보고 있다. 가장 중요한 시기에 총리나 대통령비서실장 자리에 생긴 공백은 국정 운영에 차질이 빚을뿐더러 정부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시기에 지선 후보로 차출할 시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정 대표의 서울시장 도전 여부 역시 “이제 겨우 (취임) 100일이 지났다”며 일축했다. 이처럼 ‘스타 정치인’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자 당 일각에서도 지역 일꾼을 뽑는 지선의 의미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모양새다. 경선 당락을 결정할 당원의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지나친 선명성 경쟁이 이어질 경우 중도층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거라는 지적도 나온다. 수많은 변수들 여권 관계자는 “지선 결과를 미리 예단하기엔 시간이 많이 남았으니 차분하게 기다리면서 후보들의 공약을 분석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앞으로 종묘 재개발 같은 이슈가 전방으로 나올 텐데 그때마다 (민주당도) 네거티브로 맞받아치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 당원도 내란 종식과 민생회복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을 최종 후보로 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터줏대감 눈치 보는 국힘? 더불어민주당과 마찬가지로 국민의힘 역시 서울시장을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격전지로 보고 있다. 서울시 사수를 위해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지만, 오세훈 시장의 임기가 남은 만큼 누구 하나 선뜻 도전장을 내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에 오 시장의 재도전이 유일한 방법으로 여겨지는 모양새다. 오 시장은 “시민들이 어떤 평가를 해줄지 지켜보며 거취를 분명히 하겠다”며 3선 도전 가능성을 내비쳤다. 명태균 게이트, 한강버스, 종묘 재개발 등 리스크를 안고 있지만 현역 프리미엄에 기댄다면 시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본 셈이다. 한때 경기도지사 후보로 거론됐던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이번에는 서울시장 물망에 올랐다. 서울시장 출사표를 던진 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오 시장이 아닌 나 의원을 상대할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말하면서 이목이 쏠렸지만 정작 나 의원은 서울시장 도전 가능성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