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난파선 선장’ 허창수 전경련 회장

허창수호 4번째 출항 이대로 침몰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배가 침몰 직전에 놓였다. 몇몇 선원들은 이미 가라앉는 배에서 탈출했다. 전임 선장이 놓은 키를 잡을 선원이 없다. 결국 전임 선장이 다시 키를 쥐었다. 배는 이미 만신창이가 된 지 오래다. 기름도 없어 얼마나 더 항해할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키를 쥔 선장은 덮쳐오는 파도와 선원들의 이탈을 막아야 한다. 다 망가진 전경련 회장직을 또다시 연임하게 된 허창수 GS 회장 이야기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1961년 경제재건촉진회라는 이름으로 출범한 이래 재계서 막강한 영향력을 휘둘러왔다. ‘정권의 수금 창구’ ‘재계의 대변인’ 등 부정적인 시선에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숱하게 불거졌지만 전경련의 생명력은 질겼다. 쇄신과 혁신을 부르짖으며 따가운 눈길을 이겨냈던 전경련이지만 이번은 좀 다르다. 역사의 뒤안길로 불명예 퇴진하는 모습이 눈에 선한 지경에 이르렀다.

해체? 재건?
기로 선 전경련

미르·K스포츠재단과 관련한 의혹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불씨였다. 전경련은 회원사들을 압박해 두 재단의 출연금을 모금했다. 검찰 수사 결과 두 재단에 출연금을 낸 기업은 53개, 이들이 낸 출연금은 774억에 달했다. 베일에 싸여 있던 두 재단의 설립 과정이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대통령의 정치 생명이 끝났고, 국내 최고 기업의 부회장은 감방 신세가 됐다.

지난달 수사 기간이 종료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삼성이 두 재단에 낸 출연금 204억원에 대해 제3자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했다. 삼성이 대가를 바라고 두 재단에 돈을 냈다고 본 것이다. 검찰서 본격적으로 수사가 진행되면 출연금을 낸 다른 기업도 같은 혐의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재계의 입장을 대변한다며 야심차게 출범한 전경련은 정경유착의 본거지로 전락했다. 지난해 12월 재계 총수들이 한자리에 모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는 ‘별들의 전쟁’을 방불케 했다. 당시 청문회는 ‘전경련 성토장’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국조특위 위원들은 두 재단에 출연금을 낸 기업 총수들을 압박했다.


바른정당(당시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삼성이 전경련 해체에 앞장서겠느냐. 앞으로 전경련 기부금을 내지 않겠다고 선언하라”고 재촉했고 이 부회장은 “그러겠다”고 답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전경련 해체를 반대하면 손들어달라”고 요구하자 그 자리에 모인 9명의 총수 중 구본무 LG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조양호 한진 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허창수 GS 회장이 손을 들었다.

허 회장은 당시 전경련 회장직을 맡고 있었다. 삼성 이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손경식 CJ 회장 등 3명은 거수하지 않았다. 삼성 이 부회장은 ‘전경련 탈퇴’를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해체와 함께 쇄신 방안으로 내세웠다. 조부인 고 이병철 회장이 주축이 돼서 세운 단체가 손자 대에 이르러 쇄신 대상이 된 셈이다.

해를 넘기기도 전에 LG가 스타트를 끊었다. LG 측은 지난해 12월27일 “올해 말로 전경련서 탈퇴키로 하고 최근 전경련에 공식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내년부터 전경련 회원사로 활동에 참여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회비도 내지 않겠다”고 했다.

이후 잠잠해지나 싶더니 지난달 6일 삼성은 삼성전자를 비롯, 15개 전 계열사가 전경련을 탈퇴했고, 같은 달 16일에는 SK, 21일에는 현대차가 탈퇴원을 제출하면서 우리나라 4대 그룹이 전경련과 관계를 끊었다.

사람 없어 도로 회장님
2011년부터 네 번째 연임

숫자상으로는 4개 기업이지만 이들이 부담하고 있던 회비는 전경련 연간 회비의 77%가량이나 된다. 2015년 기준으로 4대 그룹은 492억원의 전경련 연간 회비 가운데 378억원을 부담했다. 주요 그룹이 줄줄이 탈퇴를 선언하면서 전경련의 위상은 바닥까지 떨어졌다.


1988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일해재단 모금 사건,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대선 비자금 모금, 1997년 세풍사건, 2002년 한나라당 불법 대선자금 의혹 등에 연루되면서도 회원사 탈퇴는 없었던 전경련이었다.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지만 전경련은 여전히 혁신을 외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또다시 중책을 맡게 된 허창수 GS 회장이 있다.
 

청문회 당시 전경련 해체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던 허 회장은 난파선서 내리지 못하고 또다시 키를 움켜쥐게 됐다. 2011년부터 회장직을 맡고 있던 허 회장은 이번에는 그만두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지만 결국 벗어나지 못했다. 벌써 4번째 연임이다.

허 회장은 2011년 처음 전경련 회장을 맡을 때도 삼성, LG, SK 등 상위재벌 회원사 측에서 회장을 맡을 차례였지만 모두 고사하는 바람에 떠밀리듯 직을 맡은 바 있다. 올해로 3번째 임기가 완료됐지만 4대 그룹 탈퇴 이후 아무도 회장직을 맡으려 하지 않아 ‘울며 겨자 먹기’로 허 회장이 다시 자리에 앉았다.

물론 재계서 후임 회장을 인선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은 건 아니다. 재계 원로들은 차기 전경련 회장 추대를 위해 수차례 머리를 맞댔다. 그중에서도 허 회장은 직접 재계 인사들을 만나 의사를 묻는 등 가장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내부에선 현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인물로 허 회장을 지목했다. 허 회장은 그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못하고 직을 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경련 내부서도 허 회장의 연임을 긍정적으로 본 사람은 몇 없었다.

그가 지난해 12월28일 연임 의사가 없다는 점을 밝히는 등 이번에야말로 회장직을 내려놓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4대 그룹 탈퇴
예산 대폭 감소

일각에선 대내외 상황상 허 회장이 계속 회장을 맡을 수밖에 없다는 말이 돌기도 했다. 허 회장은 세 번째 연임 때도 재계서 새 인물을 찾지 못해 직에서 내려오지 못했었다. 당시보다 상황이 더 악화된 지금, 회장직을 맡을 회원사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라는 것.

차기 후보로 거론됐던 손경식 CJ 회장,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은 끝내 고사했다. 여기에 차기 회장이 인선되기 전 자리서 물러나면 ‘책임감 없는 기업인’으로 비칠 수 있다는 여론도 허 회장의 결심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은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서 정기총회를 열고 허 회장을 36대 회장으로 추대했다. 부회장에는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을 선임했다. 이로써 허 회장은 회원사 이탈로 추락한 전경련의 위상을 제고하고 줄어든 회비로 살림을 꾸려야 하는 중책을 짊어지게 됐다.

허 회장은 취임사에서 전경련의 현 상황에 대한 사과와 혁신을 약속했다. 그는 “전경련이 여러 가지로 회원 여러분과 국민들께 걱정과 심려를 끼쳐드렸다”며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훌륭한 분이 새 회장으로 추대돼 전경련을 거듭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 과정이 여의치 않아 제가 이 상황을 수습하게 됐다”며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회장직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유임된 이유는?
궁여지책 선택?

허 회장이 내세운 전경련 혁신 방안에 관심이 쏠렸다. ‘환골탈태’ ‘재탄생’ 수준의 혁신을 예고한 그는 3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전경련은 ‘정경유착 근절’ ‘투명한 운영’ ‘싱크탱크 역할’ 등의 혁신안을 통해 국민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고 국민의 신뢰와 회원사의 지지를 회복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시민단체뿐 아니라 정치권서 전경련 해체 요구가 높은 상황을 정공법으로 맞서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어디서든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지만 전경련은 일단 혁신을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이다. 전경련은 지난 2일 외부 인사 3명을 영입해 혁신위원회를 꾸렸다고 밝혔다.

혁신위원회는 허 회장을 위원장으로,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장관,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장관, 김기영 전 광운대 총장 등 외부인사 3인과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이웅열 코오롱 회장, 권 신임 상근부회장(간사)으로 구성됐다.

혁신위원회는 전경련 현황과 혁신추진 경과, 혁신방향 및 추진계획 등을 논의하고 각계각층서 외부 의견을 수렴해 최종 혁신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전경련 임원진은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지난 5일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임상혁 전무, 송원근 경제본부장, 이용우 사회본부장 등 임원 6명이 사의를 밝혔다. 혁신위원회는 임원진 사표 수리 여부를 신중히 검토한 뒤 혁신안과 함께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은 쇄신의 일환으로 국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겠다고 나섰다. 지난 7일 전경련은 ‘전경련의 새 모습을 국민에게 듣겠다’며 온라인 창구를 개설했다. 온라인 창구를 통해 받은 의견을 혁신안과 향후 진행될 전경련 사업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10일에는 전경련 회관서 ‘전경련 역할 재정립과 혁신방향’을 주제로 토론회도 개최했다. 온라인 창구, 토론회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모으고 소통을 통해 혁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외부인사 영입해 혁신위 구성
정치권·시민단체 반응 싸늘

하지만 여전히 반응은 싸늘하다. 경제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전경련 해체를 전제하지 않고서는 어떤 대안을 내놓더라도 국민을 기만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전경련은 자발적 해체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전사회시민연대 등 시민단체 16곳으로 구성된 전경련해체시민연대도 “국정 농단과 정경유착의 공범으로 지목된 전경련이 해산을 거부하고 임원진을 선임한 것은 국민을 우롱한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허 회장이 내놓은 쇄신안은 재탕에 불과하다는 쓴소리도 이어졌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쇄신안을 내놓고 변화를 약속했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특히 정경유착 근절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전경련이 매번 들고 나오는 쇄신안이라 약발이 전혀 먹히지 않을 것이라는 자조 섞인 시선도 있다. 전경련 회원사들이 두 재단에 출연금을 낼 당시 회장직을 맡고 있던 허 회장이 다시 수장으로 추대된 것에서 이미 혁신은 불가능하다는 강경한 입장도 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언론과 인터뷰서 “전경련의 역할은 로비하는 것 말고는 없다”며 “반성을 한다면 해체를 통해서 개혁이 진행돼야 한다”며 해체론을 주장했다. 이어 “전경련 해체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해결의 시작이라고 본다. 사회에서 강자들이 모여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가겠다고 이익단체를 만드는 것은 탐욕스럽고 뻔뻔스러운 짓”이라고 지적했다.

여야 대선주자들도 한목소리로 전경련 해체를 외쳤다. 경실련은 지난달 22일 대선주자 8명과 각 정당을 상대로 전경련 해체에 관한 공개질의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와 손학규 전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 남경필 경기도지사, 정의당 심상정 대표 등 6명은 즉각 해체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해체 찬반 여부에는 즉답을 하지 않고 전경련에 사법적 책임을 묻는 게 우선이라고 답했다.

재탕 혁신안으로
쇄신? 의구심만

허 회장은 취임사 말미에서 “지금은 한국 경제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모두가 같은 곳을 바라봐야 할 때”라며 “전경련이 진실하고 진지한 자세로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기업에 활력을 주는, 국민생활에 도움이 되는, 국가경제 발전을 위한 경제단체로 거듭나겠다”며 “지금의 혼란과 어려움을 조속히 극복하고 새로운 지도부가 안정된 가운데 업무를 추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빈사상태에 빠진 전경련 ‘허창수호’가 다시 한 번 재계 중심 단체로 살아날 수 있을지 아니면 ‘좀비’ 상태로 유지되다 역사 속으로 사라질지 여부는 허 회장의 손에 달렸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허창수는 누구?

또다시 ‘재계의 맏형’ 역할을 맡게 된 허창수 GS 회장은 GS그룹을 이끌고 있는 오너 일가 2세다. 허준구 LG건설 명예회장의 5남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1967년 경남고, 1972년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1977년 미국 세인트루이스대학 경영대학원에서 MBA 과정을 이수했다. 1977년 LG그룹 기획조정실 인사과 과장으로 입사해 1979년 LG상사 해외기획실 부장을 맡는 등 LG그룹의 핵심 계열사를 두루 거쳤다.

1995년 LG전선 회장으로 선임되면서 경영 일선에 뛰어들었다. 특히 2004년 GS그룹이 LG그룹에서 분할되면서 GS홀딩스 회장으로 그룹을 이끌었다. 2009년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단에 합류한 허 회장은 2011년부터 회장직을 맡아 활동 중이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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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