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난파선 선장’ 허창수 전경련 회장

허창수호 4번째 출항 이대로 침몰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배가 침몰 직전에 놓였다. 몇몇 선원들은 이미 가라앉는 배에서 탈출했다. 전임 선장이 놓은 키를 잡을 선원이 없다. 결국 전임 선장이 다시 키를 쥐었다. 배는 이미 만신창이가 된 지 오래다. 기름도 없어 얼마나 더 항해할 수 있을지 아무도 모른다. 키를 쥔 선장은 덮쳐오는 파도와 선원들의 이탈을 막아야 한다. 다 망가진 전경련 회장직을 또다시 연임하게 된 허창수 GS 회장 이야기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1961년 경제재건촉진회라는 이름으로 출범한 이래 재계서 막강한 영향력을 휘둘러왔다. ‘정권의 수금 창구’ ‘재계의 대변인’ 등 부정적인 시선에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숱하게 불거졌지만 전경련의 생명력은 질겼다. 쇄신과 혁신을 부르짖으며 따가운 눈길을 이겨냈던 전경련이지만 이번은 좀 다르다. 역사의 뒤안길로 불명예 퇴진하는 모습이 눈에 선한 지경에 이르렀다.

해체? 재건?
기로 선 전경련

미르·K스포츠재단과 관련한 의혹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불씨였다. 전경련은 회원사들을 압박해 두 재단의 출연금을 모금했다. 검찰 수사 결과 두 재단에 출연금을 낸 기업은 53개, 이들이 낸 출연금은 774억에 달했다. 베일에 싸여 있던 두 재단의 설립 과정이 만천하에 드러나면서 대통령의 정치 생명이 끝났고, 국내 최고 기업의 부회장은 감방 신세가 됐다.

지난달 수사 기간이 종료된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삼성이 두 재단에 낸 출연금 204억원에 대해 제3자 뇌물공여 혐의를 적용했다. 삼성이 대가를 바라고 두 재단에 돈을 냈다고 본 것이다. 검찰서 본격적으로 수사가 진행되면 출연금을 낸 다른 기업도 같은 혐의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재계의 입장을 대변한다며 야심차게 출범한 전경련은 정경유착의 본거지로 전락했다. 지난해 12월 재계 총수들이 한자리에 모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는 ‘별들의 전쟁’을 방불케 했다. 당시 청문회는 ‘전경련 성토장’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국조특위 위원들은 두 재단에 출연금을 낸 기업 총수들을 압박했다.


바른정당(당시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삼성이 전경련 해체에 앞장서겠느냐. 앞으로 전경련 기부금을 내지 않겠다고 선언하라”고 재촉했고 이 부회장은 “그러겠다”고 답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전경련 해체를 반대하면 손들어달라”고 요구하자 그 자리에 모인 9명의 총수 중 구본무 LG 회장, 김승연 한화 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 조양호 한진 회장, 정몽구 현대차 회장, 허창수 GS 회장이 손을 들었다.

허 회장은 당시 전경련 회장직을 맡고 있었다. 삼성 이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손경식 CJ 회장 등 3명은 거수하지 않았다. 삼성 이 부회장은 ‘전경련 탈퇴’를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해체와 함께 쇄신 방안으로 내세웠다. 조부인 고 이병철 회장이 주축이 돼서 세운 단체가 손자 대에 이르러 쇄신 대상이 된 셈이다.

해를 넘기기도 전에 LG가 스타트를 끊었다. LG 측은 지난해 12월27일 “올해 말로 전경련서 탈퇴키로 하고 최근 전경련에 공식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어 “내년부터 전경련 회원사로 활동에 참여하지 않을 계획”이라며 “회비도 내지 않겠다”고 했다.

이후 잠잠해지나 싶더니 지난달 6일 삼성은 삼성전자를 비롯, 15개 전 계열사가 전경련을 탈퇴했고, 같은 달 16일에는 SK, 21일에는 현대차가 탈퇴원을 제출하면서 우리나라 4대 그룹이 전경련과 관계를 끊었다.

사람 없어 도로 회장님
2011년부터 네 번째 연임

숫자상으로는 4개 기업이지만 이들이 부담하고 있던 회비는 전경련 연간 회비의 77%가량이나 된다. 2015년 기준으로 4대 그룹은 492억원의 전경련 연간 회비 가운데 378억원을 부담했다. 주요 그룹이 줄줄이 탈퇴를 선언하면서 전경련의 위상은 바닥까지 떨어졌다.


1988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일해재단 모금 사건, 1995년 노태우 전 대통령의 대선 비자금 모금, 1997년 세풍사건, 2002년 한나라당 불법 대선자금 의혹 등에 연루되면서도 회원사 탈퇴는 없었던 전경련이었다.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지만 전경련은 여전히 혁신을 외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또다시 중책을 맡게 된 허창수 GS 회장이 있다.
 

청문회 당시 전경련 해체 반대 의사를 분명히 밝혔던 허 회장은 난파선서 내리지 못하고 또다시 키를 움켜쥐게 됐다. 2011년부터 회장직을 맡고 있던 허 회장은 이번에는 그만두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지만 결국 벗어나지 못했다. 벌써 4번째 연임이다.

허 회장은 2011년 처음 전경련 회장을 맡을 때도 삼성, LG, SK 등 상위재벌 회원사 측에서 회장을 맡을 차례였지만 모두 고사하는 바람에 떠밀리듯 직을 맡은 바 있다. 올해로 3번째 임기가 완료됐지만 4대 그룹 탈퇴 이후 아무도 회장직을 맡으려 하지 않아 ‘울며 겨자 먹기’로 허 회장이 다시 자리에 앉았다.

물론 재계서 후임 회장을 인선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은 건 아니다. 재계 원로들은 차기 전경련 회장 추대를 위해 수차례 머리를 맞댔다. 그중에서도 허 회장은 직접 재계 인사들을 만나 의사를 묻는 등 가장 적극적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지만 내부에선 현 상황을 가장 잘 알고 사태를 수습할 수 있는 인물로 허 회장을 지목했다. 허 회장은 그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못하고 직을 수락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경련 내부서도 허 회장의 연임을 긍정적으로 본 사람은 몇 없었다.

그가 지난해 12월28일 연임 의사가 없다는 점을 밝히는 등 이번에야말로 회장직을 내려놓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4대 그룹 탈퇴
예산 대폭 감소

일각에선 대내외 상황상 허 회장이 계속 회장을 맡을 수밖에 없다는 말이 돌기도 했다. 허 회장은 세 번째 연임 때도 재계서 새 인물을 찾지 못해 직에서 내려오지 못했었다. 당시보다 상황이 더 악화된 지금, 회장직을 맡을 회원사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라는 것.

차기 후보로 거론됐던 손경식 CJ 회장,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은 끝내 고사했다. 여기에 차기 회장이 인선되기 전 자리서 물러나면 ‘책임감 없는 기업인’으로 비칠 수 있다는 여론도 허 회장의 결심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은 지난달 24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서 정기총회를 열고 허 회장을 36대 회장으로 추대했다. 부회장에는 권태신 한국경제연구원장을 선임했다. 이로써 허 회장은 회원사 이탈로 추락한 전경련의 위상을 제고하고 줄어든 회비로 살림을 꾸려야 하는 중책을 짊어지게 됐다.

허 회장은 취임사에서 전경련의 현 상황에 대한 사과와 혁신을 약속했다. 그는 “전경련이 여러 가지로 회원 여러분과 국민들께 걱정과 심려를 끼쳐드렸다”며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훌륭한 분이 새 회장으로 추대돼 전경련을 거듭나게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 과정이 여의치 않아 제가 이 상황을 수습하게 됐다”며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회장직을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유임된 이유는?
궁여지책 선택?

허 회장이 내세운 전경련 혁신 방안에 관심이 쏠렸다. ‘환골탈태’ ‘재탄생’ 수준의 혁신을 예고한 그는 3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전경련은 ‘정경유착 근절’ ‘투명한 운영’ ‘싱크탱크 역할’ 등의 혁신안을 통해 국민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고 국민의 신뢰와 회원사의 지지를 회복하겠다는 입장을 드러냈다. 시민단체뿐 아니라 정치권서 전경련 해체 요구가 높은 상황을 정공법으로 맞서겠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어디서든 곱지 않은 시선을 받고 있지만 전경련은 일단 혁신을 밀어붙이겠다는 입장이다. 전경련은 지난 2일 외부 인사 3명을 영입해 혁신위원회를 꾸렸다고 밝혔다.

혁신위원회는 허 회장을 위원장으로,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장관,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장관, 김기영 전 광운대 총장 등 외부인사 3인과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이웅열 코오롱 회장, 권 신임 상근부회장(간사)으로 구성됐다.

혁신위원회는 전경련 현황과 혁신추진 경과, 혁신방향 및 추진계획 등을 논의하고 각계각층서 외부 의견을 수렴해 최종 혁신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전경련 임원진은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 지난 5일 일괄 사의를 표명했다.
 


전경련에 따르면 임상혁 전무, 송원근 경제본부장, 이용우 사회본부장 등 임원 6명이 사의를 밝혔다. 혁신위원회는 임원진 사표 수리 여부를 신중히 검토한 뒤 혁신안과 함께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은 쇄신의 일환으로 국민의 목소리를 직접 듣겠다고 나섰다. 지난 7일 전경련은 ‘전경련의 새 모습을 국민에게 듣겠다’며 온라인 창구를 개설했다. 온라인 창구를 통해 받은 의견을 혁신안과 향후 진행될 전경련 사업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10일에는 전경련 회관서 ‘전경련 역할 재정립과 혁신방향’을 주제로 토론회도 개최했다. 온라인 창구, 토론회 등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모으고 소통을 통해 혁신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외부인사 영입해 혁신위 구성
정치권·시민단체 반응 싸늘

하지만 여전히 반응은 싸늘하다. 경제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전경련 해체를 전제하지 않고서는 어떤 대안을 내놓더라도 국민을 기만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전경련은 자발적 해체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전사회시민연대 등 시민단체 16곳으로 구성된 전경련해체시민연대도 “국정 농단과 정경유착의 공범으로 지목된 전경련이 해산을 거부하고 임원진을 선임한 것은 국민을 우롱한 행위”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허 회장이 내놓은 쇄신안은 재탕에 불과하다는 쓴소리도 이어졌다. 문제가 생길 때마다 쇄신안을 내놓고 변화를 약속했지만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특히 정경유착 근절은 사건이 터질 때마다 전경련이 매번 들고 나오는 쇄신안이라 약발이 전혀 먹히지 않을 것이라는 자조 섞인 시선도 있다. 전경련 회원사들이 두 재단에 출연금을 낼 당시 회장직을 맡고 있던 허 회장이 다시 수장으로 추대된 것에서 이미 혁신은 불가능하다는 강경한 입장도 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언론과 인터뷰서 “전경련의 역할은 로비하는 것 말고는 없다”며 “반성을 한다면 해체를 통해서 개혁이 진행돼야 한다”며 해체론을 주장했다. 이어 “전경련 해체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해결의 시작이라고 본다. 사회에서 강자들이 모여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가겠다고 이익단체를 만드는 것은 탐욕스럽고 뻔뻔스러운 짓”이라고 지적했다.

여야 대선주자들도 한목소리로 전경련 해체를 외쳤다. 경실련은 지난달 22일 대선주자 8명과 각 정당을 상대로 전경련 해체에 관한 공개질의 결과를 발표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와 손학규 전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 남경필 경기도지사, 정의당 심상정 대표 등 6명은 즉각 해체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안희정 충남도지사는 해체 찬반 여부에는 즉답을 하지 않고 전경련에 사법적 책임을 묻는 게 우선이라고 답했다.

재탕 혁신안으로
쇄신? 의구심만

허 회장은 취임사 말미에서 “지금은 한국 경제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모두가 같은 곳을 바라봐야 할 때”라며 “전경련이 진실하고 진지한 자세로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기업에 활력을 주는, 국민생활에 도움이 되는, 국가경제 발전을 위한 경제단체로 거듭나겠다”며 “지금의 혼란과 어려움을 조속히 극복하고 새로운 지도부가 안정된 가운데 업무를 추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빈사상태에 빠진 전경련 ‘허창수호’가 다시 한 번 재계 중심 단체로 살아날 수 있을지 아니면 ‘좀비’ 상태로 유지되다 역사 속으로 사라질지 여부는 허 회장의 손에 달렸다.
 

<jsja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허창수는 누구?

또다시 ‘재계의 맏형’ 역할을 맡게 된 허창수 GS 회장은 GS그룹을 이끌고 있는 오너 일가 2세다. 허준구 LG건설 명예회장의 5남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1967년 경남고, 1972년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1977년 미국 세인트루이스대학 경영대학원에서 MBA 과정을 이수했다. 1977년 LG그룹 기획조정실 인사과 과장으로 입사해 1979년 LG상사 해외기획실 부장을 맡는 등 LG그룹의 핵심 계열사를 두루 거쳤다.

1995년 LG전선 회장으로 선임되면서 경영 일선에 뛰어들었다. 특히 2004년 GS그룹이 LG그룹에서 분할되면서 GS홀딩스 회장으로 그룹을 이끌었다. 2009년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단에 합류한 허 회장은 2011년부터 회장직을 맡아 활동 중이다.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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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민주당 쪼개는 민주당발 음모론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을 둘러싼 ‘공소 취소’ 논란이 뜨겁다. 진위는 사라지고 무수히 많은 뒷말과 갈라치기만 남았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내기엔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정청 모두 “황당하다”는 입장이지만 ‘스피커’로 불리는 외부 인사가 계속해서 당을 흔든다면 그 목적을 두고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 대형 폭탄이 떨어졌다. 소위 말하는 ‘정부 고위 관계자’가 ‘고위급 검사’ 다수에게 “내 말이 곧 대통령의 뜻이다. 나는 대통령이 시키는 것만 한다. 공소 취소해 줘라”라고 주장했다는 것.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 ‘저널리스트’를 운영하는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는 친청(친 정청래)·친문(친 문재인) 성향으로 알려진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단독”이라고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안으로 겨눈 칼날 왜? 장씨는 “검찰은 이 메시지를 ‘아, 이재명정부가 우리랑 거래하고 싶어하는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여기까지는 팩트”라고 부연했다. 검찰과 정부가 보완수사권·검찰개혁 수위 등을 놓고 일종의 ‘거래’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및 성남FC 후원금 ▲쌍방울 대북 송금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위증교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등 5개 재판을 받았으나 대통령 당선 뒤 중단됐다. 장씨는 “이미 검찰은 이재명정부 말기 혹은 퇴임 후에 이 대통령을 털 생각을 하고 있다. 직권남용이라는 죄목까지 정해놨다”며 “이 대통령의 업무보고나 국무회의 생중계에서 지시하는 사안들을 직권남용으로 걸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임은정 동부지검장의 인천세관 마약 사건 수사팀에 백해룡 경정을 배치하라고 지시한 일을 사례로 들었다. 그러자 김어준씨는 “대통령의 뜻이라는 건 사실이 아닐 것이라 본다. 이 대통령이 법률가이기 때문에 법무부 장관을 통해 절차대로 하면 되는 것이지, 누굴 만나서 부탁할 일은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면서도 “어떤 사람이 그런 발언을 하거나 메시지를 보냈다면 대단히 부적절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방송 직후 해당 발언은 ‘공소 취소 거래설’로 압축돼 여의도 전역에 퍼졌다. 코너에 몰렸던 국민의힘은 이를 ‘공소 취소 거래 게이트’로 규정하고 이 대통령에 대한 특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특검을 통해 이 추악한 뒷거래 시도의 실체를 낱낱이 밝혀낼 것”이라며 “이 황당한 ‘사법 거래설’이 세간에 설득력을 얻는 이유는 명백하다. 최근 친명(친 이재명)계 주도로 이른바 ‘대통령 공소 취소 모임’이 결성됐고, 심지어 민주당은 오늘 그 빌드업의 일환으로 억지스러운 ‘국정조사 요구서’까지 제출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등에 불이 떨어진 민주당과 친명계는 아수라장”이라며 “정권의 사법 거래 의혹을 두고 여권 내부에서 서로 삿대질해대는 참담한 촌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혹평했다. 정부 고위급 관계자의 수상한 거래? “사법 농단 탄핵감” 국민의힘 맹공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 역시 “대통령 사건의 공소 취소와 검찰 수사권 문제를 맞바꾸려 했다면 이는 헌정질서를 뒤흔드는 중대한 범죄”라며 “관련자 처벌은 물론이고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 정도에 따라 대통령 탄핵까지 가능한 사안”이라고 압박 수위를 높였다. 민주당은 곧바로 받아쳤다. 대표 친명계인 한준호 의원은 자신의 SNS에 ‘음모론도 모자라 탄핵까지, 정말 선을 넘었다. 참담하다’는 제목의 게시글을 통해 “확인되지 않은 음모론을 근거로 대통령 탄핵까지 입에 올리는 발언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에서 흘러나온다”며 “사실 확인도 없는 이야기로 음모론을 키우고 급기야 탄핵까지 거론하는 행위는 국정을 흔드는 무책임한 선동”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이언주 의원은 직접적으로 여권 세력을 지적하고 나섰다. 이 의원은 “검찰개혁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정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공소 취소 거래설 자체를 감히 꺼낼 수 없다”며 “이 대통령에 대한 부당한 공소가 취소되기를 바라지 않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어 “윤석열 검찰 세력도, 국민의힘 윤 어게인 세력도 그렇지만 우리 내부에서도 대통령을 쥐고 흔들려는 이들이 많은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공소 취소 사건의 고위급 검사로 지목된 이들이 직접 해명에 나서기도 했다. 고위급 검사 중 한 명으로 지목된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과 주고받은 문자 내역을 공개하며 “장관님께 문자메시지와 이메일로 종종 건의사항을 보내고 있는데, 가장 최근 문자를 받은 것은 지난 12월”이라고 밝혔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검사들에게 특정 사건 관련 공소 취소에 대해 말한 사실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 장관은 “최근 제기된 황당한 음모론으로 인해 진지하게 숙의돼야 할 검찰개혁 논의가 소모적 논쟁에 휩싸이고 있다”며 “다시 건설적인 개혁의 논의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의혹이 제기된 경위를 조사할 계획이냐’는 질문에는 “어디서 문제가 됐는지 조사한다는 게 불가능하고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중요한 검찰개혁 문제가 엉뚱한 데로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고, 제 말씀을 국민이 합리적으로 잘 판단해 주시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치명타 여권 인사들은 불씨를 댕긴 장씨를 향해 “출처를 밝히라”며 근거 제시를 요구했다. 이에 장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긴급 라이브’ 공지를 띄우고 “방송 후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저잣거리 소문만도 못한 근거 없는 음모론’이라고 표현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누가 뭐라고 하든 제 취재 내용은 이미 벌어진 일이고 흔들릴 수 없는 팩트”라고 강조했다. 이어 “한 의원은 ‘누가 말했는지, 어떤 방식으로 전달됐는지 무슨 근거로 확인했는지 하나도 빠짐없이 공개하라’고 하는데 고민해 보겠다”며 “공개할 경우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이날 라이브 방송에서 “죄송하지만 출처를 밝힐 수 없다. 출처를 밝히지 않기로 약속하고 취재했다”며 한 발 물러섰다. 공소 취소를 지시한 정부 고위 관계자의 신원도 “그 사람을 저격하기 위해 해당 취재 내용을 밝힌 것이 아니”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결국 공소 취소에 대한 사실관계는 사라지고 진영 논리와 경쟁구도만 남았다. 또다시 ‘정청래 VS 청와대’ ‘친명 VS 친청’ 프레임이 굳어지면서 오는 8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향한 당권 경쟁이 벌써 과열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 대표는 평소 김씨가 운영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딴지일보’를 “민심의 척도”로 강조하는 등 김씨와 우호적인 관계였던 만큼 친청·친문계의 모든 행동이 ‘김민석 총리 당대표 차출설에 대응했다’는 주장으로 귀결된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김 총리를 견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 이름을 넣지 말아달라”는 총리실의 요청이 있었음에도 “내가 알아서 하겠다”며 거부하거나 이 대통령의 순방 기간에 벌어진 중동 사태에 대한 국무총리실의 대응을 두고 “국무회의도 없었다”며 국정 공백을 지적했다. 이에 총리실은 “대통령 순방 중에 정부는 중동 상황 발발 직후부터 매일 오후 비상 점검을 위한 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했다. 회의 후에는 대국민 브리핑을 진행해 왔다”고 직접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개혁 뒷다리만 최근에는 ‘KTV 이매진(KTV의 유튜브 채널)’에 공개된 이재명 대통령의 싱가포르·필리핀 국빈 방문 출국길 영상을 논란 삼으면서 직접적으로 정부와 각을 세웠다. 해당 영상에 이 대통령과 정 대표가 악수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발견한 정 대표 지지자들이 ‘딴지일보’ 게시판을 통해 “의도적 삭제”라고 반발한 것. 김씨는 자신의 방송을 통해 “대통령과 당 대표자의 악수 장면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 실수일 수 있다”면서도 “그런 실수가 민주정부 정권 재창출을 막으려는 악의적인 시도에 이용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몇 차례 마찰이 있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공개적으로 비난하지 않았다. 조금씩 갈라지던 민주당 지지층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면으로 충돌하면서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것으로 보인다. 공소 취소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통령을 엮었다는 점이 도화선으로 작용한 것이다. 김씨와 정 대표가 한 달에 한 번꼴로 민주 진영에 내분을 일으켜 국정 운영의 발목을 잡는다는 게 이 대통령 지지자들의 설명이다. 기존 지지자와 더불어 ‘뉴이재명’으로 분류되는 이들은 전통 민주당 당권파와 다른 양상을 띠면서 표심이 어디를 향할지 예측할 수 없다는 특징을 지녔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투쟁 전선이 넓어진 것 역시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과 ‘당심(당원의 의중)’이 대척점에 서면서 모든 사안이 권력투쟁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다. 이미 민주당 몇몇 의원들은 ‘공취모(이재명 공소 취소와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의원 모임)’를 중심으로 움직임에 나섰지만, 외부에서 여론을 흔드는 식으로 접근해서는 현 정부에 오히려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대통령의 뜻’인지 ‘참칭’인지조차 불분명한 상황에서 대통령 직접 개입이라는 최대 해석을 전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화가 치밀어 오른다”며 “정치적 파장이 큰 주장일수록 더 엄격한 증거 기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잘 알면서 이렇게 음모론적으로 접근하는 이유는 대체 무엇 때문이냐”고 되묻기도 했다. ‘김어준 VS 청와대’ 유튜버에 휘청 8월 전대 앞두고 사방서 권력투쟁 정 대표는 “당에서 엄정한 조치를 취하겠다”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그는 “윤석열 검찰 독재정권 치하도 아니고 가장 민주적인 이정부에서 이런 일은 상상할 수 없다”며 “있을 수도 없는 일이지만,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 있는 일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소 취소는 거래로 될 일이 아니”라며 “합법적인 방법인 국정조사와 특검으로 윤석열 정권 치하에서 벌어진 조작 기소 사실이 드러나면 상응하는 조치와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 대표와 김씨가 친분이 두터운 사이이나 강경 대응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수습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갈등 진화에도 민주 진영 커뮤니티는 이미 격양된 사용자들의 게시글로 도배가 됐다. “이 대통령이 보완수사권을 갖고 거래를 시도했다”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서는 “유튜버가 정부를 흔드는 게 말이 되느냐”며 비대해진 유튜브 권력을 규탄하기도 했다. 정부의 검찰개혁인 이른바 ‘정부안’에 반대하는 세력이 의도적으로 공소 취소 거래설을 퍼뜨린 게 아니냐는 의심의 눈빛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다. 친명·친청계 유튜버들이 이번 사태에 대거 참전해 분석에 나섰고, 해당 주장은 게시글로 가공돼 또다시 커뮤니티로 퍼지는 순환이 이어졌다. 청와대는 이번 논란에 대해 공식 대응을 삼가고 있다. 해명할 가치가 없을뿐더러 사사건건 대응한다면 오히려 국정 운영에 힘만 빠진다는 점에서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일종의 ‘프레임 작전’이라며 상대방에 휘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거래설 제기’가 정말인지부터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별도 방송을 확인한 결과 어디에서도 ‘우리 정부 고위 관계자가 검찰과 공소 취소로 거래를 시도했다’는 말은 없었다”고 밝혔다. 노 의원은 ‘검찰개혁-공소 취소 거래설’의 근원지를 추적했다. 노 의원은 “네이버 기사 검색 결과에 따르면 가장 먼저 거래설을 띄운 건 <조선일보>”라며 “장씨의 주장 전체를 거래설 제기로 인식케 하는 교묘한 프레임이라 할 만하다. 이후 나온 보도들에서는 대놓고 거래설 제기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배후는 누구? 이어 “장씨가 거론한 ‘거래’는 ‘우리랑 거래하자는 거구나’라는 검찰의 일방적 반응을 전하면서 말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논란의 문장 자체를 ‘거래 시도’로 해석한다면 해석하는 쪽과 다퉈야 할 문제라는 것이다. 아울러 장씨를 향해 “섣부르고 무책임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면서도 “프레임에 갇혀 지금처럼 우리끼리 싸우면 별것도 아닌 것만 나와도 수습하기 어렵다. 잠시 숨을 고르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칼 빼든 민주당 “법적 조치 나서겠다” 더불어민주당이 공소 취소설을 제기한 MBC 기자 출신 장인수씨를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공소 취소 거래설에 대해 강력 대응 방침을 밝힌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12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인 김현 의원과 허위조작 정보 대응 특별위원회 부위원장인 김동아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씨를 정보통신망법 제70조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논란이 된 발언이 ‘대통령과 정부의 명예를 훼손하는 허위 주장’이라는 게 주요 골자다. 앞서 시민단체인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이하 사세행)은 장씨와 더불어 김어준씨를 정보통신망법상 허위사실적시 명예훼손과 형법상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위반 혐의로 고발했다. 사세행은 “김씨는 장씨 발언 내용에 대해 방송 이전에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장씨의 발언을 사전에 승인하고 그대로 방송에 출연시켰다”며 “장씨와 함께 공동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 정 장관의 검찰개혁 업무 특히 공소청법 및 중수청법 입법 추진을 심대하게 방해했다”고 설명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