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고-억울한 사람들> (50)어렵게 사는 공익제보자 이상돈

“세상 바꾸려다…삶이 박살났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일요시사>가 연속기획으로 ‘신문고’ 지면을 신설합니다. 매주 억울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담을 예정입니다. 어떤 이야기이든, 어느 누구든 좋습니다. <일요시사>는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오십 번째는 ‘공익제보자’ 이상돈 전 명지전문대학 기계과 겸임교수의 이야기입니다.

지난해 7월 처음 불거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우리 사회 거의 모든 분야를 온통 뒤흔들었다. 사안이 이만큼 커진 데는 끊임없이 흘러나온 정보가 한몫을 했다. 그 중에서도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 등 내부고발자의 목소리가 큰 영향을 끼쳤다.

이들은 내부 정보를 언론, 검찰 등 외부로 알리는 데 모든 것을 걸었다. 그 이유가 개인을 위해서든 공익을 위해서든 그들 덕분에 우리 국민들은 어쩌면 평생가도 몰랐을 일을 실시간으로 전달받고 있다.

그들에게 관심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내부고발자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부정적 어감의 내부고발자를 공익제보자로 바꿔 부르자는 주장도 있다. 공익제보자를 보호하고 포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낯설지 않다. 그러나 아무리 인식 수준이 개선됐어도 공익제보자를 보는 시선은 여전히 차갑다.

공익을 위해 편안한 삶을 뒤로한 채 내부 상황을 고발한 이들의 생활은 팍팍하기 그지없다. 학교 내 학사부정 의혹을 제기한 이상돈 전 명지전문대학 기계과 겸임교수도 예외는 아니다.


이 전 교수는 2014년 공개채용 방식으로 명지전문대학 기계과 겸임교수가 됐다. 학교와 마찰을 빚고 있던 한 교수를 도와주다가 대학 내부에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수업을 진행할 수 없을 정도로 엉망이던 기자재 상태는 ‘빙산의 일각’이었다.

이 전 교수는 학생들에게 수업 진행 방식에 대해 의견을 구했고, 이를 모아 학교 측에 전달했지만 변화는 크지 않았다. 이 전 교수는 “이런 일이 발생하면 결국 피해를 보는 건 학생”이라며 “제자들에게 미안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더 큰 사달은 근로장학생 한 명이 한 교수의 기말고사 시험 문제를 대리 출제했다는 의혹을 알게 됐을 때 일어났다. 학생에게 직접 상황을 들은 이 전 교수는 학교 측에 해명을 요구하고 언론 제보, 경찰 고발 등 공론화를 위해 힘썼다. 돌아온 건 2017학년도 1학기 강의 배제와 계약 해지 통보였다.

학교 측은 이 전 교수에게 사직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했지만 응하지 않자 재임용 기간에 계약을 연장하지 않는 방식으로 관계를 정리했다. 문제는 기말고사 대리 출제 의혹에 휩싸인 교수는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고 여전히 수업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전 교수는 “학사부정 의혹이 불거졌으면 이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하는데, 학교는 공익제보자인 나를 핍박하는 데만 혈안이 돼있다”며 “그러는 사이 정작 중요한 문제는 놓쳐버렸다”고 한탄했다.

학교 내 학사부정 의혹 제기
내부고발했다가 혹독한 대가

이 전 교수는 2009년 이와 비슷한 일을 이미 겪은 바 있다. 재단법인 인천테크노파크서 근무하던 중 4200여건의 허위 시험성적서, 90억원 상당의 국가장비 엉터리 관리, 연구용역 입찰 비리, 채용 인사 비리 등 총 59건의 비리 의혹을 공익제보한 적이 있다.


인천테크노파크는 산업통상자원부 및 인천광역시 산하 출연기관이다. 현재는 인천정보산업진흥원, 인천경제통상진흥원과 함께 인천경제산업정보테크노파크로 통합됐다.
 

공익제보 이후 이 전 교수의 삶은 급속도로 망가지기 시작했다. 약혼녀와 파혼한 것도 그 시기였다. 이 전 교수의 약혼녀는 “문제를 제기하는 건 좋은데, 왜 그게 당신이어야 하느냐”고 했다. “다른 사람들은 아무 불만 없이 잘 다니고 있는데 왜 너만 나서서 난리냐”는 말도 숱하게 들었다.

그래도 이 전 교수는 정년과 높은 연봉이 보장되는 직장을 뒤로하고 기관과 전쟁을 시작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그는 “2009년 11월부터 2010년 5월까지 6개월 동안 해고-복직-보직해임 및 대기-임금 삭감-재해고-형사고소 등 당할 수 있는 건 다 당했다”며 “정말 힘든 시기였다”고 고백했다.

이 전 교수는 정부 기관과 부딪쳐 삶이 박살 난 경험이 있음에도 또다시 학교와 전쟁을 시작한 셈이다.

그는 “우리 사회에는 많은 공익제보자들이 있다. 그 당시에는 아무것도 변한 게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금 되짚어보면 더디지만 조금이나마 앞으로 나아갔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나도 그에 일조하고 싶다”고 담담히 말했다.

또 부패방지법, 공익신고자 보호법, 청탁금지법 등이 제정된 이유도 공익제보자들이 하나씩 이뤄낸 성과라고 평가했다. 실제 공익신고 적용 대상법률이 180개에서 279개로 대폭 확대되는 등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어렵게 내부에서 터져 나온 한마디가 세상을 바꾸는 경우는 많지만 대신 개인의 삶은 혹독한 대가를 치른다. 대부분 공익제보자의 삶이 그렇다. 1992년 군 내부의 부재자투표 비리를 폭로한 이지문 중위는 이등병으로 파면돼 전역했다. 그의 고발로 일부를 제외한 모든 장병들이 병영 밖에서 부재자 투표하는 것을 원칙으로 선거법이 개정됐다.

대학 측은 계약 해지로 응수
2009년에도 공익제보로 고초

2005년 교사들이 청각장애 학생들을 성폭행한 사건, 일명 도가니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장애아동에 대한 성폭력 범죄 처벌이 강화됐다. 세상을 경악케 한 이 사건을 고발한 교사 전응섭씨는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

중앙대 박흥식 교수가 1990년부터 15년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공익제보자 108명 중 70명이 직장서 잘렸고, 전체의 59%가 자살 충동을 겪었다. 소송 등을 통해 복직해도 동료들에게 싸늘한 시선을 받기 일쑤다. 왕따를 당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이 전 교수는 “공익제보자들을 보면 안타깝다. 워낙 혹독하게 당한 분들이 많아 남의 일 같지 않다”며 공감했다. 그는 학생운동을 하다 수감생활을 겪고 사면된 후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를 하면서 “세상은 자고 일어난 다음 날 바뀌는 게 아니다”며 “이후 또 다른 공익제보자가 나왔을 때 그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나아진 사회를 전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해 12월부터 국민권익위원회 청렴연수원 전문 강사로 활동하면서 공직자등을 대상으로 공익신고 및 부패신고, 청탁금지법, 공직자 행동강령 등을 강의 중이다. 이 전 교수는 명지전문대학과 오랜 싸움을 준비 중이다.


해고·핍박 부지기수

그는 “청년들은 나라의 미래를 이끌어갈 주역이다. 그들의 시간은 개인의 시간이면서 동시에 사회의 시간이며 공공재”라며 “학교는 그들을 위해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내 삶의 궤적은 학생운동을 할 때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습니다. 공직자나 학교의 주인은 기관장이나 이사장이 아니라 국민과 학생이라는 신념으로 살아가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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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