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치는 재계> 쪼개지는 중견기업 대해부

‘같이 못해’ 갈기갈기 찢어 경영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형제간 우애가 남다르더라도 자식 세대의 유대관계는 선대만 못한 법이다. 경영권을 쥔 오너 일가 역시 마찬가지다. 1세대와 2세대를 거쳐 3·4세대로 경영권이 승계될수록 끈끈했던 공조체제는 약해질 수밖에 없다. 한 뿌리를 공유하던 몇몇 기업들이 각자 생존을 도모하고자 계열분리 카드를 꺼내드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과거 그룹사 계열분리는 ‘형제의 난’을 통해 주로 이뤄졌다. 창업주에게 선택받지 못한 다른 핏줄이 갈라져 나오거나 동업자 가문이 따로 떨어져 나오는 형태로 계열분리가 이뤄진 것이다. 후대로 갈수록 유대관계가 느슨해지는 특성상 재벌가에선 계열분리가 당연한 수순처럼 인식되기도 한다.

사촌 체제서
각자 생존 모색

사촌경영 체제를 구축한 그룹사 가운데 계열분리 가능성이 점쳐지는 곳은 세아그룹과 삼보판지그룹이다.

형제경영 체제로 운영되던 세아그룹은 고 이운형 회장이 2013년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후 이태성 전무와 이주성 전무를 내세운 ‘3세 사촌경영 체제’로 탈바꿈했다.

아버지인 고 이운형 전 세아그룹 회장에게 세아제강 지분을 상속받은 2013년까지만 해도 이태성 세아홀딩스 전무의 세아제강 지분은 19.12%였다. 그러나 상속세 마련을 위해 이태성 전무는 세아제강 지분을 정리하기 시작했고 세아제강 지분율은 지난해 말 15.44%까지 떨어졌다.


대신 세아홀딩스 지분을 32.05%서 35.12%로 늘렸다. 반대로 이주성 세아제강 전무는 같은 기간 세아제강 지분율을 10.77%서 11.2%로 늘렸다.

지분변화가 발생하자 이순형 회장과 이주성 전무가 세아제강과 해덕기업 등 계열사를 중심으로 계열분리 가능성을 점치는 목소리도 한층 커졌다. 고 이운형 회장의 아들인 이태성 전무는 세아홀딩스, 이순형 세아홀딩스 회장의 아들인 이주성 전무는 세아제강을 주축으로 계열분리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창업세대인 류종욱 회장과 류종우 부회장 형제의 긴밀한 협력관계로 유명한 삼보판지그룹은 오너 2세들이 공동 경영행보를 계속 이어갈지 관심이 집중된다. 삼보판지그룹은 주력 계열사인 삼보판지만 공동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할 뿐 오너 2세로 승계가 이뤄지면서 각자 지분 정리가 끝난 양상이다.

류 회장 일가는 삼보판지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삼보판지는 류 회장의 차남인 류진호 사장이 21.87%(306만 1100주)로 최대주주다. 류 사장의 형인 류경호 이사가 13.68%, 류 회장도 10.99%를 보유해 류 회장 일가 지분율이 총 46.54%에 달한다.

류 부회장의 장남 류동원 사장은 공동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삼보판지 지분 15.18%를 보유해 2대 주주로 이름을 올렸지만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뒤쳐진다.

또 다른 주력 계열사인 대림제지는 류 부회장 일가 소유다. 대림제지의 최대주주는 지분 22.47%를 가진 류 부회장의 차남 류창승 대표다. 2대 주주는 15.35%를 가진 류 부회장이며 류 회장은 지분 2.56%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경영권 때문에
갈라서는 형제


형제경영 체제를 띠고 있는 중흥건설, 대웅제약, 매일유업 역시 계열분리 가능성이 언급된다.

중흥건설 승계 과정서 주목할 회사는 중흥토건과 시티건설(옛 중흥종합건설)이다. 중흥토건과 시티건설은 정창선 회장의 장남인 정원주 사장과 차남인 정원철 사장이 각각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중흥건설은 중흥토건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분위기다. 정원주 사장이 중흥토건을 통해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중흥토건은 중흥에스클래스의 지분 90%를 확보한 것을 비롯해 중봉건설, 다원개발, 새솔건설, 에코세종, 중흥엔지니어링, 청원개발, 청원산업개발 등의 지분을 과반 이상 보유한 상태다.

정원철 사장은 시티건설을 앞세워 독자 생존을 모색 중이다. 정 사장은 시티건설과 시티글로벌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시티글로벌은 시티주택건설, 시티개발, 아이시티건설 지분 100%를, 시티종합건설 지분 51.18%를 갖고 있다.
 

시티글로벌이 실질적인 지주사 역할을 하면서 계열사를 지배하는 구조다. 시티건설은 2005년 중흥건설의 본거지인 광주를 떠나 서울 강남으로 이전했다.

일반화되는 3·4세 경영승계 속도 
경영권·상속분쟁 계열분리로 해결

대웅제약그룹은 윤재훈 알피그룹 회장이 ㈜대웅 주식담보대출을 모두 상환하면서 사실상 계열분리가 끝났다. 윤 회장은 최근 삼성증권과 체결했던 주식담보대출(주담대) 계약을 해지했다. 계약해지로 주식 자본거래가 자유로워진 윤 회장이 대웅제약그룹과의 계열분리를 마무리 짓기 위해 ㈜대웅 지분을 모두 처분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윤 회장은 2015년 대웅제약그룹 후계자 자리를 놓고 동생인 윤재승 회장과 경합을 벌였지만 결국 계열사인 알피코프를 가져가는 형태로 형제간 경영권 분쟁을 마무리했다. 현재 윤 회장이 보유한 ㈜대웅 지분은 33만8823주(2.91%)까지 줄어든 상태다.

업계에선 대웅제약그룹과 선을 그은 윤 회장이 ㈜대웅 지분을 모두 처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지주회사 전환에 나선 매일유업그룹은 김정완 매일유업 회장과 동생인 김정민 제로투세븐 회장을 주축으로 계열분리 가능성이 점쳐진다. 매일유업은 오는 5월1일 투자회사 매일유업홀딩스(가칭)와 사업회사 매일유업으로 분할된다. 매일유업홀딩스가 지주회사로서 매일유업 등의 자회사를 거느리는 구조가 될 전망이다.

지주회사 전환은 형제간 계열분리 시나리오를 고려한 포석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계열분리의 대상으로 꼽히는 기업은 제로투세븐이다. 매일유업이 34.74%의 지분을 보유한 제로투세븐은 김정완 회장의 막냇동생인 김정민 회장이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김정민 회장은 원두커피 기업인 씨케이코퍼레이션, 커피전문점 루쏘랩 등을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등 새 사업 발굴에 적잖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희미해지는
선대의 유산

일동제약, 영풍, 삼천리 등 동업관계로 출발한 기업서도 계열분리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된다.

일동제약과 일동후디스라는 이분화된 체계로 운영되는 일동제약그룹은 지난해 지주사 출범을 공표한 이래 계열분리 가능성이 누차 언급된 곳이다. 일동후디스 경영권을 쥐고 있는 이금기 명예회장 일가서 그룹사를 떠날 거란 관측이다.

이금기 회장은 일동후디스 지분 21.47%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를 일가로 확대하면 42.84%로 늘어난다. 일동제약이 보유한 일동후디스 지분은 29.91%로 이금기 회장 일가에 훨씬 못 미친다. 이 회장은 1960년 일동제약에 입사한 평사원 출신으로 26년간 대표이사로 활동했고 일동제약 지분 5.47%를 보유한 주요 주주다.

일동제약과 이 회장이 서로 보유한 주식을 스왑(주식 교환)하는 형태로 계열분리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증권가서 나온다.

수면 아래서 치열해지는 합종연횡 
사촌·형제·동업…유대관계 옛말


영풍그룹은 오너2세인 장형진 영풍그룹 명예회장이 2015년 3월, 22년 만에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데 이어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도 지난해 3월 등기이사에서 사임했다. 두 사람은 영풍그룹 공동창업주인 최기호, 장병희씨의 장남이다.
 

장 명예회장의 장남인 장세준 영풍전자 부사장과 최 명예회장의 차남인 최윤범 고려아연 부사장도 영풍그룹 경영을 이끌 오너 3세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장세준 부사장은 2009년부터, 최윤범 부사장은 2007년부터 영풍그룹의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두 집안은 전자사업과 비철금속 제련사업을 각각 맡고 있다. 장씨 일가는 지주회사 격인 영풍을 중심으로 영풍전자, 영풍문고, 영풍개발 등을 거느리고 있다. 최씨 일가는 고려아연을 중심으로 유미개발, 서린상사, 서린정보기술, 알란텀 등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런 지배구조 때문에 고려아연과 고려아연 지분을 보유한 유미개발, 영풍정밀 등을 중심으로 계열분리 가능성이 떠오른다. 계열분리 수준을 밟는 것이 회사의 성장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삼천리그룹은 창업자인 고 이장균 회장과 고 유성연 회장이 공동 설립한 후 60년 넘게 ‘한 지붕 두 가족’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2세인 이만득 회장과 유상덕 회장도 동업 체제를 이어받았다. 두 사람은 삼천리와 삼탄의 지분을 절반씩 나눠 갖고 동업체제를 유지한 바 있다. 서로 경영에 간섭하지 않고, 이씨 집안은 삼천리 계열, 유씨 집안은 삼탄 계열을 독자 경영하기로 한 것이다.

삼천리그룹 오너 3세 가운데 경영에 참여한 사람은 이씨 집안의 이은백 부사장과 이은선 이사 둘 뿐이다. 유씨 일가 3세 중에는 아직 경영에 참여한 사람이 없다.

이해관계 얽힌
당연한 수순?

재계에선 60년간 이어져왔던 동업경영이 언제쯤 중단될지 주목하고 있다. 당장은 아니겠지만 3세 경영시대가 갖춰지면 각자 생존을 모색하는 모양새로 오너 경영체제가 자리잡을 거란 관측이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에 참여하는 구성원이 증가하면 필연적으로 계열분리가 뒤따르는 경우가 많다”며 “3·4세대에 이르러 자연스럽게 유대력이 약해지고 독자노선을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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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신학원 이사였던 A씨가 한신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고소를 취하하기 직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그는 교육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고소가 이뤄진 배경은 지난 5월22일 열린 한신대학교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이사 17명이 참석했다. 당시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감사가 “그동안 한신대에서 사내 공사를 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데 모두 입찰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사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했다”고 보고하면서다. 학원 감사 내부 폭로 당시 감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신학원 이사 A씨는 고민 끝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한신대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A씨가 지적하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로 한신학원 재산인 거제도 땅과 관련한 배임을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학원은 거제시에 임야 약 55만평을 보유하고 있었고,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로 분류된 해당 부지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그 곳은 수익용 기본재산임에도 장기간 활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한신학원 측은 이 토지를 단순 보유할 경우 관리비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가치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당시 M 건설은 2016년부터 경남 거제시 아주동 일원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업 대상 부지 중 일부가 학교법인 한신학원 소유의 임야로 포함돼있었고, 한신학원 역시 해당 지역 임야를 공동개발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M 건설은 경상남도로부터 지구 지정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신학원 이사들은 당시 이사장이 학원 소유 토지를 공공임대주택 개발에 제공하는 대가로 2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용역업체 대표의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이사회는 즉시 M 건설 측에 협상단을 파견해 토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한신학원의 상급기관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이하 기장총회)는 사업 자체를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M 건설은 한신학원 측의 토지 사용 승낙을 얻지 못하게 됐고, 결국 조건부 지구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면서 개발사업은 사실상 좌초됐다. 이후, 한신학원 법인 산하 ‘한신영림운영위원회’는 열린 회의에서 해당 부지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회의에는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B씨와 C씨가 직접 참석해 사업 구조와 예상 수익, 한신학원의 참여 방식 등을 설명했다. 이들은 명함까지 주며 자신들을 “삼부토건 고문”과 “부사장”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한신대 상대로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고소 불법 매각·쪼개기 공사·교비 횡령 의혹 제기 두 사람이 제안한 내용은 “삼부토건이 M 건설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해 시행하며, 한신학원은 부동산투자회사(REITs)에 현물출자하고 주식 지분을 배당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때 M 건설에도 B씨와 C씨가 접근했다. 이들은 “한신학원과 협의를 주선해 사업을 재개시키겠다”고 제안했다. M 건설은 이 제안을 믿고 2023년 8월 ‘사업시행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B씨 측이 같은 해 9월20일까지 한신학원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아오면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M 건설은 계약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이사회는 한신영림운영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관련 헌의안을 기장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신학원은 기장총회가 한신대 운영을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모든 사업은 기장총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업 예측치도 포함됐다. “지구 단위 승인을 거쳐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의 감정가가 예상되며, 현물출자 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 전환 시 내부수익률(IRR)은 약 6.77% 이상”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기장총회는 “한신학원 소유 토지는 공공개발 참여 대신 현금 매매로 전환한다”는 결의를 내렸다. 한편, 약속된 기한이 지나도 M 건설에 토지 사용 승낙서는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B씨 측은 “승낙서가 곧 발급된다”며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승낙서는 끝내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은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실제 B씨가 대표로 있는 S사를 상대로 계약금 1억원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기 한신학원은 삼부토건에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삼부토건은 “B씨와 C씨는 우리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즉, 자신들을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밝힌 B씨와 C씨가 실제로는 삼부토건 관계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본사는 “이들과 별도의 위임이나 계약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대형 건설사인 삼부토건의 이름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실체 없는 부동산 리츠 이후 B씨는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P사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B씨 일행의 만행을 알게 된 M 건설은 지난해 3월, 한신학원에 ‘토지 매수의향서’를 보내 “거제 아주동 임야를 평당 50만원에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다. M 건설은 인근 토지를 이미 평당 44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히며, 한신학원 토지는 “13% 이상 높은 가격으로 정당하게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B씨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한신학원은 같은 해 5월30일, B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P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총장과 이사장이 이 제안을 알고도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M 건설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총장과 이사장이 P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한 점은 계약 내용이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 총액은 10억5000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한신학원이 받은 금액은 1억원뿐이었다. 잔금 9억5000만원은 “4년 이내 부동산투자회사(REITs)와의 매매계약 재체결 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심지어 한신학원은 받은 계약금 1억원을 매수인에게 반환하기로 명시돼있었다. 또 특약 사항에는 ‘매도인은 계약 체결 시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발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계약금 실수령액이 전체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수인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셈이었다. 고소인은 이를 “매매계약을 가장한 사실상 사용 허가서”라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 시행세칙 제18조에는 “기본재산의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 변경 시에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할 관청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고소인은 “삼부토건으로 의결된 사업을 P사로 변경하면서 이사회가 새로이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토지 처분 신고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한신학원은 지난해 1월 교육부에 ‘수익용기본재산 처분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감정가 이상(16억7000만원 이상)에 토지를 처분하고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교육부는 이 신고를 ‘처분 허가’로 정정해 승인했으며 “1년 내 매각 완료, 대금 완납 전 소유권 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P사와의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 시점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소인은 “교육부에는 단기 매각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장기 임대 형태로 계약했다”며 기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약서상 ‘잔금 수령일’이 없고, 2차 계약금도 부동산투자회사와의 별도 계약 체결 이후로 미뤄져 있다. 쪼개기 공사? 교비도 횡령? 가장 큰 문제점은 잔금을 받기로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는 현재 설립 예정으로 실체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토지 사용 허락서는 교육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토지 사용 허락서가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발급됐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실제 교육부는 민원 답변을 통해" 해당 토지의 사용 승낙 신청을 접수하거나 허가한 내역이 없으며, 우리부 허가가 없는 토지 사용 승낙은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로, 한신대가 진행한 각종 시설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 체결 과정의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학교법인 및 산하 대학이 사립학교법과 학내 재정세칙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 공사계약을 다수 수의계약 형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과 세칙에는 ‘2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고를 해서 경쟁에 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인 이상의 견적서와 시방서, 설계서를 징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한신대학교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약 40억원 규모의 공사 57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대부분 생략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법인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 교내 공사 57건이 40억원에 진행됐다. 동일 공사인데도 나눠서 계약을 하고, 2억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명목으로 쪼개기 공사와 공사 지정 업체의 중복이 발견되는 등 부실 흔적이 많다. 앞으로 전자입찰이 되도록 공사 입찰 규정을 반드시 만들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계약단가가 낮아져 수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긴 업무처리로 한신학원 및 한신대에 수억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한신대학교 교비 회계 자금이 학교 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교비 회계는 학교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음에도, 교비 자금이 법적 분쟁 비용으로 전용됐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것은 노무사 선임비용 약 6800만원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대 총장은 2023년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무사 및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 해당 진정은 한신대 내부 인사·노무 관련 사안으로, 교직원 고용 문제 및 근로계약 분쟁에 대한 것이었다. 이사회 후 돌연 취하, 왜? 학원 교육인사위원장 임명 A씨는 이를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는 학생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인 소송이나 노무 분쟁처럼 학교 운영 전반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교비에서 부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고소인 측의 입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용 지출의 성격이다. 즉 ‘노무사 선임이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관련된 행위인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올해 대법원은 노무법인 자문 비용을 교비회계 자금으로 집행한 행위를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의 한 대학교 총장 A씨는 소속 교수가 자신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 330만원을 포함해 총 188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교수 및 노조 등과 관련한 분쟁 대응을 위한 변호사 비용은 학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해당 고소 건은 취하된 상태다. 지난달 <일요시사>가 이 사건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한신대 비서실을 통해 A씨가 고소를 취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제보자 역시 “해당 이사가 면직 압박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며, 그 직후 인사위원장 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기자가 한신학원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달 11일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됐다. 추가로 확보한 녹취에서 A씨는 고소를 취하한 이유에 대해 “이사회에서 강제로 면직시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신학원 인사위원회는 내부 교직원의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교육인사위원장은 실질적인 권한이 큰 자리로 알려져 있다. 통상 이사장은 교육인사위원장 출신 가운데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보직이 사실상 이사장 자리로 가는 주요 루트인 셈이다. 대가성 보직? 이사장 루트 한편, 한신대는 해당 고소 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토지 매각 문제의 경우 한신학원의 문제고 한신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2억원 미만이면 가능하다”고 밝혔고, 교비 횡령 의혹은 “사건 조사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된 부분이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