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부리 여행 ①서대문 영천시장

고소한 냄새가 10리까지 퍼지는 주전부리의 향연

출출한 오후 4시 반, 입이 심심한데 뭐 먹을 게 없을까 고민이라면 서대문 영천시장으로 가보자. 시장의 명물 꽈배기와 떡볶이부터 참기름 바른 꼬마김밥, 든든한 팥죽, 고소한 인절미, 쫀득한 찹쌀순대, 시원한 식혜까지 입맛 돋우고 속 채워줄 간식거리가 모두 모였다. 저렴한 값은 덤이다.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 인근의 영천시장에서는 그야말로 먹거리의 향연이 펼쳐진다. 시장은 깔끔한 모습으로 정비됐지만, 그 역사는 60년 세월을 품고 있다. 심심풀이로 먹던 주전부리에 맛을 더하는 시장 인심이 살아 있는 곳, 한 번도 못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가본 사람은 없다는 영천시장으로 맛있는 간식 여행을 떠나보자.
 

시장 인심 가득한 곳

시장 주전부리 가운데 선두주자는 꽈배기다. 밀가루 반죽이 170℃ 기름에 노릇노릇 익어 갈색 옷으로 갈아입는다. 뜨끈한 열기 품은 꽈배기가 설탕 통에 툭 떨어진다.

흰 안개꽃을 맷돌에 곱게 갈아놓은 듯한 설탕이 빠지면 팥소 없는 찐빵. 한 입 베어 물면 달콤하고 바삭하게 씹히는 맛에 기분이 좋아진다. 후드득 떨어지는 설탕을 털어내며 또 한 입, 멈출 수가 없다.
 

영천시장 대표 옛날 꽈배기 장사는 두 자매가 책임진다. 언니는 시장 안 ‘원조꽈배기’서, 동생은 시장 입구 ‘달인꽈배기’서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잡는다. 자매가 서대문에 터를 잡았을 때만 해도 인근 아파트가 모두 판자촌이었다.

“1980년대에 영천시장이 꽈배기 골목으로 유명했어요. 꽈배기 집만 13곳이나 됐지요. 꽈배기 하나에 25원일 때니까요. 고무 대야에 물건 파는 아주머니들이 매일 아침 가게 앞에 늘어서서 받아 가곤 했어요.”

지금은 인근 사무실 직원이나 등산객이 출출할 때 간식으로 많이 찾는다. 1000원짜리 한 장에 어른 손바닥만 한 꽈배기를 네 개나 담아주니 고맙다. 비싼 물가에 빈 장바구니와 배 속을 넉넉하게 채워줄 고마운 먹거리다.

‘독립문영천도넛’의 쫀득한 찹쌀도넛도 인기다. 직접 불려 만든 찹쌀 반죽을 5분간 튀긴다. 찹쌀 반죽은 밀도가 높아 밀가루 반죽보다 기름에 오래 머물러야 제맛이 난다. 주문은 1번에서 6번까지 번호로 하면 된다. 못난이찹쌀꽈배기와 못난이찹쌀팥도넛은 천안남산중앙시장서 반죽을 가져오고, 나머지는 직접 개발했다. 휴일이 따로 없다.“

원래 수요일이 휴일인데 거의 쉬지 못해요. 모처럼 한 번 쉬면 다녀간 사람들이 ‘헛걸음했다. 이제 장사 그만하려고 그러냐’면서 한마디씩 하거든요.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들이 고마워서 매일 나옵니다.” 주말에는 주인과 똑 닮은 딸아이가 일손을 돕는다.

이곳 시장 사람들은 손님이 모두 이웃이다. 영천시장 먹거리가 맛있는 까닭이다. 정겨움과 따스함이 비법 양념이 되고, 내 가족이 먹는 음식이라는 생각으로 정성을 더한다. 거래가 아니라 나눔인 것. 그래서 사람 냄새 풀풀 나는 이야기가 넘친다.
 

영천시장의 또 다른 먹거리인 매콤하고 달콤한 떡볶이는 대체 불가 메뉴다. 과거 인근에 떡 공장이 많아 자연스럽게 떡볶이 가게가 늘어났다고 한다.

손님은 잊히지 않는 맛을 기억해서 매번 찾아오고, 주인은 그 맛을 대접하려고 평생 떡볶이를 만든다. 떡볶이 장사만 40년. 독립문역 방향 초입에 있는 ‘원조떡볶이’가 방송을 타며 유명세를 얻었고, 덕분에 영천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꽈배기, 떡볶이, 팥죽… 정성 가득 주전부리
서대문독립공원, 개미마을 등 가족 나들이로 제격

“한 총각이 예쁜 처녀를 데리고 와서 ‘할머니, 아직 살아 계시네요!’ 하더라고요. 대전에 사는데 10년 만에 왔다면서요. 가는 길에는 ‘다시 올 때까지 꼭 건강하세요’라고 하는데, 내 나이 일흔다섯이니까 그 총각 때문에 백 살까지 살아야겠어요.” 정정한 주인 할머니의 모습에 기분이 좋다.


바로 옆 ‘영천떡볶이집’은 이곳 상인들도 인정하는 맛이다. 국산 쌀로 직접 뽑은 떡을 사용하고, 모든 튀김 재료는 직접 마련해 믿고 먹을 만하다. 도톰한 김말이도 매일 저녁 국산 당면으로 사장이 직접 만든다. 꼬마김밥은 우엉을 넣어 맛이 알차다. 식사 대용으로도 맞춤이라 가족 단위 손님이 많다.

몇 년 전 일본 관광 잡지에 소개돼 외국인 손님이 자주 찾는다. 특수 제작한 패널 의자가 엉덩이를 데우고, 먹기 전에 나오는 보리차가 입맛을 돋운다.

“좋은 재료를 쓰는 건 25년 장사에 변함없는 철학이에요. 2000원짜리 판다고 아무렇게나 만들면 안 되죠. 처음에는 적자였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손님이 가득하니 기분이 좋아요.”

영천시장의 가게 이름은 직관적이다. 40년 전통의 일명 ‘갈떡’, 떡볶이 마니아 사이에 유명한 갈현동 할머니 떡볶이에 ‘둘째네’가 붙었다. 갈현동 할머니 떡볶이집의 둘째 아들이 운영하는 곳이다. 국물떡볶이를 맛보고 싶다면 둘째네를 찾으면 된다. 말랑한 밀가루 떡과 떡볶이 국물에 푹 젖은 군만두가 잘 어울린다.
 

한 끼 식사로 손색없는 ‘맛나팥죽’의 팥죽과 호박죽도 일품이다. 붉은팥과 쌀 모두 국산을 쓴다. 푸근해 보이는 주인이 새알을 빚어 매일 아침 팥죽을 끓인다.

엄마가 끓여준 것처럼 달지 않고, 밥알이 부드럽게 씹히면서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팥죽 한 그릇에 건강을 담았다. 이 집의 또 다른 인기 품목은 식혜. 시원하고 깔끔한 단맛이 갈증을 풀어준다. 2ℓ생수병에 담긴 식혜 한 통에 4000원.
 

비 오는 날에 영천시장을 찾는다면 파전에 막걸리가 제격이다. 끼니와 끼니 사이, 구수한 막걸리 한 잔과 잘 구운 파전 한 점이면 쌓인 피로가 스르르 녹는다. 전집은 맑은 날에도 안산자락길 걷기를 마친 등산객으로 붐빈다. 쫄깃한 찹쌀순대 역시 허기를 채우는 간식으로 훌륭하다.

인절미와 흑임자인절미는 하루가 지나도 쫀득하다. 영천시장 골목 250m는 배가 불러도 먹고 싶은 먹거리로 가득하다. 가벼운 주머니로 허기를 채우고, 그저 한 입 먹어보라는 시장 인심이 있어 계속 가고 싶은 곳이다.
 

서대문구의 주전부리 여행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빵 굽는 냄새 가득한 연희동 베이커리 골목이 있다. 서울 3대 빵집으로 꼽히는 ‘리치몬드’ 연희점, 역사가 50년이 훌쩍 넘은 ‘독일빵집’ 등 연희삼거리를 중심으로 빵집 여섯 곳이 모였다.

이 가운데 ‘피터팬제과(PETERPAN1978)’의 크로앙슈가 인기다. 부드러운 페이스트리와 달콤한 아몬드크림이 만나 여성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현미를 커피콩 로스팅하듯 갈아 차처럼 만든 오늘의차와 함께 먹으면 좋다.

역사의 발자취

영천시장 주변에는 볼거리도 많다. 길 건너 서대문독립공원에 있는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은 가족 나들이나 데이트 코스, 아이들의 체험 활동지 등으로 많은 이들이 찾는다. 서대문형무소는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가를 탄압·통제하기 위해 만든 전국 최대 규모의 근대 감옥이다. 독립운동과 민주화 운동의 상징적 건물에서 역사의 발자취를 거슬러 올라가자.


형무소 뒤편의 서대문구립이진아기념도서관을 따라가면 혼자만 알고 싶은 도심의 쉼터, 안산자락길을 만난다. 산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그리 높지 않고, 전국 최초로 조성된 순환형 무장애 산책로라 노약자나 장애인도 불편함 없이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연희숲속쉼터는 4월이면 벚꽃과 개나리, 목련이 흐드러져 봄을 만끽할 최고의 장소로 변한다. 안산 정상(295. 9m)의 봉수대는 서울시를 한눈에 담기 벅찰 만큼 탁 트인 시야로 도심 속 서울 전망대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인왕산을 품은 홍제동 개미마을도 놓치지 말자. 서울에 몇 남지 않은 달동네로, 지하철 3호선 홍제역 1번 출구에서 서대문 07번 마을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가면 된다. 언덕길을 오르며 세월에 지워진 벽화를 바라보면 할머니의 분칠처럼 정겹다. 골목골목 연탄 냄새가 짙게 배었다.

살림살이 곳곳에 가난의 흔적이 묻어나지만, 이곳 사람들은 개미처럼 열심히 산다. 마을 중간에 위치한 ‘버드나무가게’는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 사는 집이다. 오가며 우연히 만난 이에게 따뜻한 차 한잔 건네는, 사람 냄새 그득한 동네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영천시장→서대문독립공원(독립문-서재필 선생 동상-독립관-3·1독립선언기념탑-순국선열추념탑-서대문형무소역사관-서대문구립이진아기념도서관)→홍제천→개미마을

1박2일 여행 코스
- 첫째 날: 영천시장→서대문독립공원(독립문-서재필 선생 동상-독립관-3·1독립선언기념탑-순국선열추념탑-서대문형무소역사관-서대문구립이진아기념도서관)→홍제천→개미마을
- 둘째 날: 홍제역→인왕시장→연희숲속쉼터→안산자락길→서대문자연사박물관→연희동 베이커리 골목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영천시장 www.facebook.com/sijangyc
- 서대문구청 서대문여행 www.sdm.go.kr/educate/travel.do
- 서대문형무소역사관 www.sscmc.or.kr/newhistory/index_culture.asp
- 서대문자연사박물관 namu.sdm.go.kr

문의 전화
- 서대문구청 문화체육과 02-330-1410
- 서대문구청 지역활성화과 02-330-8106
- 서대문형무소역사관 02-360-8583
- 서대문자연사박물관 02-330-8899

대중교통 정보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 4번 출구, 도보 약 8분. 5호선 서대문역 2번 출구, 도보 약 14분.
(문의: 서울메트로 1577-1234, www.seoulmetro.co.kr)

자가운전 정보
경부고속도로 한남 IC→한남대교→소월로→후암로58길→서울역사거리에서 연신내역·서대문역·서울역 방면으로 좌측→통일로→의주로지하차도→독립문 앞 공영주차장
(독립문사거리 직전에 독립문 앞 공영주차장이 있다. 요금은 10분당 500원. 평일 오후 7시 이후, 토요일 오후 3시 이후, 일요일·공휴일에는 무료. 주말에는 영천시장 옆 대로 갓길에 오전 10시~오후 6시 무료 주차 가능.)

숙박 정보
- 그랜드힐튼서울: 서대문구 연희로, 02-3216-5656, www.grandhiltonseoul.com
- Ever8레지던스: 서대문구 신촌역로, 02-6946-0808, ever8.co.kr
- 신라스테이 서대문: 서대문구 충정로, 02-6388-9000, www.shillastay.com/seodaemun/index.do

식당 정보
- 석교식당(순댓국): 서대문구 통일로, 02-363-2803
- 녹원쌈밥(쌈밥): 서대문구 연희로25길, 02-336-9483
- 대성집(도가니탕): 종로구 사직로, 02-735-4259, daesungjip.modoo.at

주변 볼거리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서대문독립공원, 딜쿠샤, 돈의문 터, 서울 경교장, 서울 홍파동 홍난파 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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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