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부리 여행 ①서대문 영천시장

고소한 냄새가 10리까지 퍼지는 주전부리의 향연

출출한 오후 4시 반, 입이 심심한데 뭐 먹을 게 없을까 고민이라면 서대문 영천시장으로 가보자. 시장의 명물 꽈배기와 떡볶이부터 참기름 바른 꼬마김밥, 든든한 팥죽, 고소한 인절미, 쫀득한 찹쌀순대, 시원한 식혜까지 입맛 돋우고 속 채워줄 간식거리가 모두 모였다. 저렴한 값은 덤이다.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 인근의 영천시장에서는 그야말로 먹거리의 향연이 펼쳐진다. 시장은 깔끔한 모습으로 정비됐지만, 그 역사는 60년 세월을 품고 있다. 심심풀이로 먹던 주전부리에 맛을 더하는 시장 인심이 살아 있는 곳, 한 번도 못 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가본 사람은 없다는 영천시장으로 맛있는 간식 여행을 떠나보자.
 

시장 인심 가득한 곳

시장 주전부리 가운데 선두주자는 꽈배기다. 밀가루 반죽이 170℃ 기름에 노릇노릇 익어 갈색 옷으로 갈아입는다. 뜨끈한 열기 품은 꽈배기가 설탕 통에 툭 떨어진다.

흰 안개꽃을 맷돌에 곱게 갈아놓은 듯한 설탕이 빠지면 팥소 없는 찐빵. 한 입 베어 물면 달콤하고 바삭하게 씹히는 맛에 기분이 좋아진다. 후드득 떨어지는 설탕을 털어내며 또 한 입, 멈출 수가 없다.
 

영천시장 대표 옛날 꽈배기 장사는 두 자매가 책임진다. 언니는 시장 안 ‘원조꽈배기’서, 동생은 시장 입구 ‘달인꽈배기’서 오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잡는다. 자매가 서대문에 터를 잡았을 때만 해도 인근 아파트가 모두 판자촌이었다.


“1980년대에 영천시장이 꽈배기 골목으로 유명했어요. 꽈배기 집만 13곳이나 됐지요. 꽈배기 하나에 25원일 때니까요. 고무 대야에 물건 파는 아주머니들이 매일 아침 가게 앞에 늘어서서 받아 가곤 했어요.”

지금은 인근 사무실 직원이나 등산객이 출출할 때 간식으로 많이 찾는다. 1000원짜리 한 장에 어른 손바닥만 한 꽈배기를 네 개나 담아주니 고맙다. 비싼 물가에 빈 장바구니와 배 속을 넉넉하게 채워줄 고마운 먹거리다.

‘독립문영천도넛’의 쫀득한 찹쌀도넛도 인기다. 직접 불려 만든 찹쌀 반죽을 5분간 튀긴다. 찹쌀 반죽은 밀도가 높아 밀가루 반죽보다 기름에 오래 머물러야 제맛이 난다. 주문은 1번에서 6번까지 번호로 하면 된다. 못난이찹쌀꽈배기와 못난이찹쌀팥도넛은 천안남산중앙시장서 반죽을 가져오고, 나머지는 직접 개발했다. 휴일이 따로 없다.“

원래 수요일이 휴일인데 거의 쉬지 못해요. 모처럼 한 번 쉬면 다녀간 사람들이 ‘헛걸음했다. 이제 장사 그만하려고 그러냐’면서 한마디씩 하거든요.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들이 고마워서 매일 나옵니다.” 주말에는 주인과 똑 닮은 딸아이가 일손을 돕는다.

이곳 시장 사람들은 손님이 모두 이웃이다. 영천시장 먹거리가 맛있는 까닭이다. 정겨움과 따스함이 비법 양념이 되고, 내 가족이 먹는 음식이라는 생각으로 정성을 더한다. 거래가 아니라 나눔인 것. 그래서 사람 냄새 풀풀 나는 이야기가 넘친다.
 

영천시장의 또 다른 먹거리인 매콤하고 달콤한 떡볶이는 대체 불가 메뉴다. 과거 인근에 떡 공장이 많아 자연스럽게 떡볶이 가게가 늘어났다고 한다.

손님은 잊히지 않는 맛을 기억해서 매번 찾아오고, 주인은 그 맛을 대접하려고 평생 떡볶이를 만든다. 떡볶이 장사만 40년. 독립문역 방향 초입에 있는 ‘원조떡볶이’가 방송을 타며 유명세를 얻었고, 덕분에 영천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꽈배기, 떡볶이, 팥죽… 정성 가득 주전부리
서대문독립공원, 개미마을 등 가족 나들이로 제격

“한 총각이 예쁜 처녀를 데리고 와서 ‘할머니, 아직 살아 계시네요!’ 하더라고요. 대전에 사는데 10년 만에 왔다면서요. 가는 길에는 ‘다시 올 때까지 꼭 건강하세요’라고 하는데, 내 나이 일흔다섯이니까 그 총각 때문에 백 살까지 살아야겠어요.” 정정한 주인 할머니의 모습에 기분이 좋다.


바로 옆 ‘영천떡볶이집’은 이곳 상인들도 인정하는 맛이다. 국산 쌀로 직접 뽑은 떡을 사용하고, 모든 튀김 재료는 직접 마련해 믿고 먹을 만하다. 도톰한 김말이도 매일 저녁 국산 당면으로 사장이 직접 만든다. 꼬마김밥은 우엉을 넣어 맛이 알차다. 식사 대용으로도 맞춤이라 가족 단위 손님이 많다.

몇 년 전 일본 관광 잡지에 소개돼 외국인 손님이 자주 찾는다. 특수 제작한 패널 의자가 엉덩이를 데우고, 먹기 전에 나오는 보리차가 입맛을 돋운다.

“좋은 재료를 쓰는 건 25년 장사에 변함없는 철학이에요. 2000원짜리 판다고 아무렇게나 만들면 안 되죠. 처음에는 적자였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손님이 가득하니 기분이 좋아요.”

영천시장의 가게 이름은 직관적이다. 40년 전통의 일명 ‘갈떡’, 떡볶이 마니아 사이에 유명한 갈현동 할머니 떡볶이에 ‘둘째네’가 붙었다. 갈현동 할머니 떡볶이집의 둘째 아들이 운영하는 곳이다. 국물떡볶이를 맛보고 싶다면 둘째네를 찾으면 된다. 말랑한 밀가루 떡과 떡볶이 국물에 푹 젖은 군만두가 잘 어울린다.
 

한 끼 식사로 손색없는 ‘맛나팥죽’의 팥죽과 호박죽도 일품이다. 붉은팥과 쌀 모두 국산을 쓴다. 푸근해 보이는 주인이 새알을 빚어 매일 아침 팥죽을 끓인다.

엄마가 끓여준 것처럼 달지 않고, 밥알이 부드럽게 씹히면서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팥죽 한 그릇에 건강을 담았다. 이 집의 또 다른 인기 품목은 식혜. 시원하고 깔끔한 단맛이 갈증을 풀어준다. 2ℓ생수병에 담긴 식혜 한 통에 4000원.
 

비 오는 날에 영천시장을 찾는다면 파전에 막걸리가 제격이다. 끼니와 끼니 사이, 구수한 막걸리 한 잔과 잘 구운 파전 한 점이면 쌓인 피로가 스르르 녹는다. 전집은 맑은 날에도 안산자락길 걷기를 마친 등산객으로 붐빈다. 쫄깃한 찹쌀순대 역시 허기를 채우는 간식으로 훌륭하다.

인절미와 흑임자인절미는 하루가 지나도 쫀득하다. 영천시장 골목 250m는 배가 불러도 먹고 싶은 먹거리로 가득하다. 가벼운 주머니로 허기를 채우고, 그저 한 입 먹어보라는 시장 인심이 있어 계속 가고 싶은 곳이다.
 

서대문구의 주전부리 여행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빵 굽는 냄새 가득한 연희동 베이커리 골목이 있다. 서울 3대 빵집으로 꼽히는 ‘리치몬드’ 연희점, 역사가 50년이 훌쩍 넘은 ‘독일빵집’ 등 연희삼거리를 중심으로 빵집 여섯 곳이 모였다.

이 가운데 ‘피터팬제과(PETERPAN1978)’의 크로앙슈가 인기다. 부드러운 페이스트리와 달콤한 아몬드크림이 만나 여성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현미를 커피콩 로스팅하듯 갈아 차처럼 만든 오늘의차와 함께 먹으면 좋다.


역사의 발자취

영천시장 주변에는 볼거리도 많다. 길 건너 서대문독립공원에 있는 서대문형무소역사관은 가족 나들이나 데이트 코스, 아이들의 체험 활동지 등으로 많은 이들이 찾는다. 서대문형무소는 일제강점기에 독립운동가를 탄압·통제하기 위해 만든 전국 최대 규모의 근대 감옥이다. 독립운동과 민주화 운동의 상징적 건물에서 역사의 발자취를 거슬러 올라가자.


형무소 뒤편의 서대문구립이진아기념도서관을 따라가면 혼자만 알고 싶은 도심의 쉼터, 안산자락길을 만난다. 산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그리 높지 않고, 전국 최초로 조성된 순환형 무장애 산책로라 노약자나 장애인도 불편함 없이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연희숲속쉼터는 4월이면 벚꽃과 개나리, 목련이 흐드러져 봄을 만끽할 최고의 장소로 변한다. 안산 정상(295. 9m)의 봉수대는 서울시를 한눈에 담기 벅찰 만큼 탁 트인 시야로 도심 속 서울 전망대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인왕산을 품은 홍제동 개미마을도 놓치지 말자. 서울에 몇 남지 않은 달동네로, 지하철 3호선 홍제역 1번 출구에서 서대문 07번 마을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가면 된다. 언덕길을 오르며 세월에 지워진 벽화를 바라보면 할머니의 분칠처럼 정겹다. 골목골목 연탄 냄새가 짙게 배었다.

살림살이 곳곳에 가난의 흔적이 묻어나지만, 이곳 사람들은 개미처럼 열심히 산다. 마을 중간에 위치한 ‘버드나무가게’는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 사는 집이다. 오가며 우연히 만난 이에게 따뜻한 차 한잔 건네는, 사람 냄새 그득한 동네다.  

 


<여행 정보>

당일 여행 코스
영천시장→서대문독립공원(독립문-서재필 선생 동상-독립관-3·1독립선언기념탑-순국선열추념탑-서대문형무소역사관-서대문구립이진아기념도서관)→홍제천→개미마을

1박2일 여행 코스
- 첫째 날: 영천시장→서대문독립공원(독립문-서재필 선생 동상-독립관-3·1독립선언기념탑-순국선열추념탑-서대문형무소역사관-서대문구립이진아기념도서관)→홍제천→개미마을
- 둘째 날: 홍제역→인왕시장→연희숲속쉼터→안산자락길→서대문자연사박물관→연희동 베이커리 골목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영천시장 www.facebook.com/sijangyc
- 서대문구청 서대문여행 www.sdm.go.kr/educate/travel.do
- 서대문형무소역사관 www.sscmc.or.kr/newhistory/index_culture.asp
- 서대문자연사박물관 namu.sdm.go.kr

문의 전화
- 서대문구청 문화체육과 02-330-1410
- 서대문구청 지역활성화과 02-330-8106
- 서대문형무소역사관 02-360-8583
- 서대문자연사박물관 02-330-8899

대중교통 정보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 4번 출구, 도보 약 8분. 5호선 서대문역 2번 출구, 도보 약 14분.
(문의: 서울메트로 1577-1234, www.seoulmetro.co.kr)

자가운전 정보
경부고속도로 한남 IC→한남대교→소월로→후암로58길→서울역사거리에서 연신내역·서대문역·서울역 방면으로 좌측→통일로→의주로지하차도→독립문 앞 공영주차장
(독립문사거리 직전에 독립문 앞 공영주차장이 있다. 요금은 10분당 500원. 평일 오후 7시 이후, 토요일 오후 3시 이후, 일요일·공휴일에는 무료. 주말에는 영천시장 옆 대로 갓길에 오전 10시~오후 6시 무료 주차 가능.)

숙박 정보
- 그랜드힐튼서울: 서대문구 연희로, 02-3216-5656, www.grandhiltonseoul.com
- Ever8레지던스: 서대문구 신촌역로, 02-6946-0808, ever8.co.kr
- 신라스테이 서대문: 서대문구 충정로, 02-6388-9000, www.shillastay.com/seodaemun/index.do

식당 정보
- 석교식당(순댓국): 서대문구 통일로, 02-363-2803
- 녹원쌈밥(쌈밥): 서대문구 연희로25길, 02-336-9483
- 대성집(도가니탕): 종로구 사직로, 02-735-4259, daesungjip.modoo.at

주변 볼거리
서대문형무소역사관, 서대문독립공원, 딜쿠샤, 돈의문 터, 서울 경교장, 서울 홍파동 홍난파 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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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두 자리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원내 3당으로 자리 잡았다. 조국 대표는 비례순번 2번으로 단숨에 여의도행 티켓을 따냈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비서관과 66대 법무부 장관 등 굵직한 이력을 지녔지만 초선인 만큼 처음부터 입지를 다져야 한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과반을 넘기면서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졌다. 지난 10일, 민주당의 압승에 가까운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서 상황을 지켜보던 조국당 지지자들도 감탄사를 내뱉었다. 조국당이 기대하던 ‘10석+알파(α)’가 확실해졌다. 주먹을 쥔 지지자들은 연신 “조국”을 외쳤다. 총선 뒤흔든 조국혁신당 조 대표는 이날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이 승리했다”고 소리 높였다. 그는 “국민께서 윤석열정권 심판이라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셨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퇴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 여러분이 이번 총선 승리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라. 그리고 그간 수많은 실정과 비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며 “이를 바로잡을 대책을 국민께 보고하라”며 “총선은 끝났지만 조국당이 만들 우리 정치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비례대표 개표 현황에 따르면, 조국당은 12석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18석으로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이 14석을 얻었으며 개혁신당과 진보당은 각각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조국당은 24.2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신생정당이 20%가 넘는 지지율을 거두자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조국당 비례대표 12번까지는 무난히 당선권에 들었다. 차례대로 ▲박은정 ▲조국 ▲이해민 ▲신장식 ▲김선민 ▲김준형 ▲김재원 ▲황운하 ▲정춘생 ▲차규근 ▲강경숙 ▲서왕진 등의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한때 여권서 “조국이 나오면 땡큐”인 ‘조나땡’이란 말까지 나왔지만 이를 상쇄시킬 정도로 조국당의 돌풍은 거셌다. 조 대표가 부산 민주공원서 신당 창당 선언문을 낭독했을 때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기세 좋게 제3지대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조국 열풍’ 또한 금세 식을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조 대표는 지난 2월8일 자녀들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항소심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총선 한 달 앞두고 등장한 루키 정당 민주당과 정권 심판론 쌍끌이 전략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조국당은 이번 총선서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았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권 심판론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사건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는 조국당의 동력으로 이어졌다. 조국당의 슬로건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암시하는 “3년은 너무 길다”였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중도층 여론을 의식해 탄핵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결국 ‘윤정부 무력화’를 거침없이 외치는 조국당에 심판을 벼르던 강성 유권자들이 동참한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다소 약한 목소리에 갈증을 느끼던 지지층의 표를 흡수한 셈이다. 22대 총선을 통해 조 대표는 완벽한 정치적 부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실형이 나온 만큼 조 대표가 22대 국회를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의 대표이자 간판인 조 대표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의원직을 상실한다면 사실상 조국당은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조 대표가 집어든 여의도 생존 전략은 ‘검찰 탄압 프레임’을 굳히는 것이다. 자신을 여의도로 이끈 ‘검찰 탄압’이라는 명분을 긴 호흡으로 유지하면서 원포인트 전략으로 내세우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조 대표가 출소 후 여의도로 돌아오기 위한 명분으로도 내세울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한 조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한동훈 특검법을 띄우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동안 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면 한동훈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한동훈 특검법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관련 의혹 ▲검찰 고발사주 의혹 ▲논문 대필 등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걸 골자로 한다. 이 밖에도 조 대표는 ‘윤석열정권 관권선거운동 의혹 국정조사’를 실시하거나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국정조사’를 추진해 윤 대통령을 국회에 출석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12석 확보 완벽한 성공 당선권에 진입하자 조 대표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지난 11일 조국당은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외쳤다. 조 대표는 “이번 총선서 확인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전하려 한다”며 “검찰은 즉각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거론했다. 그는 “검찰은 ‘몰카 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느냐”며 “몰카 공작이라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처벌하라. 그것과 별개로 김 여사도 당장 소환하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조국당은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 여사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조국당이 검찰만 정조준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정치적 죽임’을 당했다는 여론 때문이다. 따라서 조 대표를 향한 동정론도 조국당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검찰에게 탄압받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조 대표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수록 오히려 지지자의 결집력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몇 년 동안 조 대표 본인은 물론 그의 가족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를 시작으로 조 대표와 그의 일가족이 잘못한 부분은 있지만 죄명에 비해 과도하게 탄압받았다는 동정론이 형성됐다. 동정론은 조국당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강한 무기다. 오래전부터 조 대표를 지지해 왔다는 A씨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나 “조 대표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짠하다”고 말했다. 함께 온 B씨도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나.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역경을 딛고 나선 것을 보면 마음이 이쪽(조국당)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 VS 조 동상이몽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미 이 대표의 재판에 익숙해져 있기 떄문에 조 대표의 범죄 혐의가 비교적 희석됐다는 평도 나온다. 조국당이 총선 직전까지 지지율을 견인하자 여권에서는 급하게 견제에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총선 기간 동안 조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며 “범죄자들에게 미래를, 아이의 미래를 맡길 수 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에 조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에 동의부터 하라”며 맞불을 놨다. 조국당은 한동훈 특검법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의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조 대표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여의도 신입인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동일선상서 바라보는 모양새다. 총선 다음 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번 선거를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던 (윤석열)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라고 평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하루빨리 이재명·조국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뿐만이 아니라 조 대표까지 함께 언급된 만큼 조 대표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고 해석했다. 조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은 닫아뒀지만 민주당에서는 견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현해 “야권의 분열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속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야권이) 윤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갖고 거대 의석을 이뤘지만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시간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 입시 비리’ 사법 리스크 여전 대법 판결 정치생명 마침표될 수도 현재 조 대표는 대법원 판결만 남은 만큼 모든 일정을 빠르게 해치워야 한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과 견줄 만큼 몸집을 키우거나 진보 진영서 대권을 잡아 스스로의 힘으로 사면해야 한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시나리오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기 때문에 서서히 조여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그 속도 차이가 역설적으로 두 세력의 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조국당의 원동력을 유지하거나 추후 여의도 복귀를 위한 명분을 쌓는 데 그칠 뿐이다. 조국당의 정치 공간을 넓히고 다른 당과 손을 잡기 위해 매력적인 묘수를 꾀어내는 게 조 대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조국당 의석은 12석으로 교섭단체를 충족시키는 20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8석이 더 필요하다. 1석씩 얻은 새로운 미래와 진보당, 혹은 소수 야당과 손을 잡고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다. 이제까지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조국당이 내세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 슬로건에 민주당은 ‘몰빵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얻은 지금으로서는 조국당이 거대야당에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의외의 성적을 거둔 조국당이 22대 총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쥐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민주연합·조국당 등 범야권이 힘을 합치면 의석수가 국회의원 전체의 5분의 3인 180을 넘기게 된다. 이 경우 신속처리안건인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안을 강행할 수 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에 저항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혼자일 때 더 강하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조국 대표가 민주당과 합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후 민주당서 탈당할 의원이나 제3지대 의원이 합류한다면 원내교섭단체인 20석이 충분한 만큼 조 대표가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적으로 조 대표의 판단에 달렸지만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지금과 같은 선명성이 묻히고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잃게 된다”며 “조 대표는 이번 총선의 캐스팅보트다. 살아남는 방법은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급해진 대법원? 대법원이 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상고심 사건의 재판부를 결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주심은 엄상필 대법관으로 2021년 조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이력이 있다. 현재 대법원은 엄 대법관이 상고심 재판을 맡더라도 형사소송법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 대표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 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엄 대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있으므로 조 대표 측은 재판부를 교체해달라는 기피 신청을 낼 수는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