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22) 대야성

  • 황천우 작가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2.27 11:01:28
  • 호수 11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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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복만이 살길이다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임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나, 신라의 사지였던 모척이다. 쥐새끼만도 못한 성주 놈의 패악으로 인해 사지인 검일과 여러 병사들이 행동을 같이하기로 했다. 지금 너희들이 보고 있는 두상은 성주 놈이 빼앗아간 검일의 처다. 계집에 환장해서, 부하의 처를 빼앗기 위해 부하를 죽이려했던 놈에게 빌붙어 있느니 차라리 백제 백성으로 새로이 살기로 작정했다.”

잠시 말을 멈춘 모척이 다시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애꿎은 병사들에게 이야기하겠다. 보급품이 가득 찼던 창고는 지금쯤 잿더미로 변했을 것이다. 오래지 않아 식량이 떨어지면 굶주림에 직면하게 된다. 구원병이 오리라 생각하면 커다란 오산이다. 백제의 의자왕이 신라 국경 곳곳을 공격하여 여러 성이 이미 백제의 수중으로 들어갔다. 그러한 사실을 너희들도 훤히 알고 있을 터, 속히 성문을 열고 투항하기 바란다. 투항하는 자들에 대해서는 일체의 책임을 묻지 않고 원하는 자에 대해서는 백제인으로 살 수 있도록 배려해 주겠다. 그러니 빨리 성문을 열고 투항하기 바란다.”

잠시 대야성을 주시하던 검일과 모척이 천천히 일행을 거느리고 백제군의 본진으로 이동했다.

화염에 휩싸인 대야성을 바라보며 모든 정황을 가늠한 윤충과 흥수가 모척 일행을 지극하게 맞이했다.


“고생하셨소.”

간단한 상견례가 끝나자 윤충과 흥수가 검일과 모척 그리고 동행한 수하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주었다.

아울러 함께한 가족들을 배불리 먹이고 사비성으로 가서 살 수 있도록 조처 취했다.

“그저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검일의 치사에 흥수가 손을 저었다.

“검일 장군과 모척 장군은 어찌하시겠습니까?”

“어찌하다니요?”


“사비성으로 가겠습니까, 이곳에 남아있겠습니까?”

“소장이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성주 놈의 씨를 깨끗이 말려버리겠다고!”

순간적으로 검일의 눈동자에 핏발이 섰다.

“저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모척 역시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뜻이 정히 그러시다면 다른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돌아가는 상황을 주시하던 김품석이 그야말로 좌불안석이었다.

이미 전령을 통해 신라의 여러 성이 의자왕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고 그로 인해 여하한 경우라도 지원군이 올 수 없음을 익히 알고 있었다.

게다가 창고는 깨끗이 불타 남은 거라고는 재밖에 없으니 시간을 끌어도 방도는 없어보였다.

그날 밤 즉각 참모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이미 모척과 검일이 백제군에 투항한지라 죽죽과 용석 두 사지와 서천뿐이었다.

“자네들 볼 낯이 없네.”


회의에 앞서 품석이 길게 한숨을 내쉬자 죽죽과 용석이 고개를 돌렸다.

“이보게, 서천. 지금 상황은 어떠한가?”

무안한지 시선을 서천에게 주었다.

“성의 상황을 떠나 병사들의 사기가 말이 아닙니다. 그 용맹한 검일과 모척이 병사들과 식솔들을 데리고 백제군에 투항했으니.”

서천이 말하다 말고 품석의 눈치를 살폈다.

“말해보게.”


“문제가 결국 한 여자 때문에 일어났다 하여.”

“원망들이 많겠지.”

힘없이 말을 이은 품석이 두 사지를 바라보았으나 여전히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그러지 말고 자네들 의견도 들어보세.”

“무슨 의견이 필요합니까. 최후의 일인까지 싸워야지요.”

죽죽이 시선도 돌리지 않고 말을 잇자 용석 역시 침통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용석, 자네는 어떤가?”

“비록 상황이 이리 되었지만 신중하게 처신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신중하게라면?”

“전혀 승산 없는 싸움으로 피만 흘리느니 일단 항복하고 후일을 기약함이 옳다는 생각입니다.”

“자네 무슨 말을 그리하는가? 지금 항복하자고 했는가?”

복수의 칼 간 검일과 모척
백기 투항 위해 길 나서다

죽죽이 고개 돌려 용석을 주시했다.

“꼭 항복이라기보다도 사태의 추이를 보아가며 대처하자는 의미일세.”

“사태의 추이라니!”

“저들의 의도를 알아야 할 일 아닌가?”

“무슨 의도란 말인가. 항복하면 저들 말대로 우리를 살려줄 것 같은가. 그리고 설령 살아남는다 치세. 살아서 그 수치를 어찌 감당하려는 겐가. 내 이름이 왜 죽죽인지 아는가? 내 아버지께서 나를 죽죽이라 이름 지은 사유는 추울 때도 시들지 않고 꺾일지언정 굽히지는 말라 함이었네. 그런 내가 어찌 죽음을 겁내 항복하겠는가!”

“이보게, 차근히 생각해보게. 버티는 일만 능사는 아니지 않는가.”

잠자코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품석이 끼어들었다.

“지금 백제 진영에서 검일과 모척이 칼을 갈며 성주님을 베려고 안달할 터인데 어떻게 목숨건지기를 바라십니까!”

죽죽이 목소리를 높이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휑하니 밖으로 나가버렸다.

이미 권위를 잃어버린 품석은 그를 말릴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이보게, 서천.”

“말씀하시지요.”

“내일 날이 밝으면 자네가 백제 진영에 다녀오게.”

“무슨 일로?”

“방금 용석 사지가 말한 것처럼 일단 위기를 넘길 수 있는지, 즉 항복하면 목숨을 보전할 수 있는지 타진하게.”

순간 서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왜 그러는가?”

“혹여 무슨 일이라도.”

“사자는 어떠한 경우라도 죽이지 못한다는 사실을 모르는가? 그리고 자네는 전쟁을 하겠다는 사자가 아니라 항복을 타진하러 가는 자인데 무얼 그리 걱정하는가.”

“단지 그 사실만 확인하면 됩니까?”

죽어가던 표정이 다시 살아났다.

“그리고 검일과 모척 특히 검일이 그곳에 남아 있는지도 살펴보게.” 

다음날 날이 밝기 무섭게 서천이 백기를 든 병사를 앞세우고 백제 진영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백제 진영에서 백기를 들고 신라의 사자가 오고 있다는 전갈을 받은 흥수가 급히 검일과 모척을 찾았다.

“신라에서 항복을 타진하기 위해 사자가 오고 있소.”

“벌써요?”

모척이 의외라는 듯 검일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러게 말이오. 내가 생각해도 어이없소.”

“결국 계집 밝히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쥐새끼로군!”

검일이 흥분한 듯 목소리를 높이다 침까지 뱉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두 분 장군과 수하 장병들은 이 자리에 꼼짝 말고 계시오.”

“그건 무슨 말씀입니까?”

“저들이 고분고분히 항복하게 만들자, 이 말입니다.”

“그런데 저희는 왜?”

검일이 의아스런 표정으로 앞으로 나섰다.

“당연한 일 아닙니까. 저들이 행여나 두 장군이 이곳에 머물러 있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앙갚음을 하고자 남았다고 판단할 거 아닙니까. 그렇게 되면 저들은 항복하지 않을 테고 수고롭게도 전쟁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면?”

“일단 저들이 마음 놓고 항복할 수 있도록 유도한 연후에 그때 가서 일처리해도 늦지 않을 것이오.”

“그리합시다. 우리는 이곳에서 숨도 쉬지 않고 있을 터이니 잘 처리해 주십시오.”

모척이 검일에게 눈짓하고 말을 잇자 흥수가 다시 주의 주고 자리를 떴다.

밖으로 나온 흥수가 병사에게 검일 일행이 있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막사로 서천을 안내하라 일렀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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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