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베이징서 뭐한거야?
연예인 21명으로 구성됐던 연예인 응원단이 지난 8월 10여 일 동안 무려 2억원의 호화판 ‘귀족 여행’을 한 것으로 드러나 네티즌들의 질타를 받고 있다.
연예인 응원단은 10일간의 체류기간 동안 경기장 현장응원은 8차례에 그쳤고, TV시청을 하며 응원하는 등 사흘은 아예 경기장도 찾지 않았다. 특히 지원된 정부 예산으로 사적인 스파 이용까지 한 것으로 밝혀졌다.
연예인응원단은 비유엔터테인먼트 대표인 방송인 강병규가 지난 7월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안해 구성됐고, 문광부 장관 재량으로 쓸 수 있는 스포츠토토 수익금 중 2억1천1백89만원이 지원됐다.
이에 따라 강병규를 원정대장으로 김나영, 임성훈, 미나, 조여정, 최성조, 진보라, 김용만, 윤정수, 왕배, SIC, 채연, 에바포피엘, 주영훈, 이영미, 박준형, 김지혜, 남승민, 한성주, 안선영, 현영 등 연예인 21명과 수행인 21명으로 구성된 응원단은 개별적 차이는 있으나 8월9일부터 19일까지 열흘간 현지에 머물며 응원에 나섰다.
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지난 20일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연예인 신분이지만 1명당 수행원 1명을 무작위로 조합해 전체 응원단을 42명으로 부풀렸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이어 “채연과 에바포피엘, 김용만이 각각 2명의 수행을 동반한 가운데 강병규는 2명의 수행 이외에 4명의 스태프를 동반했다”며 “부부가 함께 간 박준형-김지혜, 주영훈-이윤미 커플의 경우 박준형과 이윤미가 수행을 동반했다”고 밝혔다.
연예인 응원단은 숙소로 5성급 호텔인 그랜드햐얏트베이징을 이용해 숙박비로만 1억1천여만원이 사용됐다. 최의원은 이에 대해 “연예인 응원단은 애초 기획 때부터 1박에 1인당 100만원의 예산 배정을 요구해 문체부로부터 지적을 받기도 했다”고 밝혔다.
일부 연예인들은 특히 정부 지원금으로 세 차례나 스파 시설을 이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연예인 응원단은 입장권을 구하지 못해 유도의 왕기춘의 경기가 열린 11일과 수영 박태환의 자유형 200M경기가 열린 12일에는 베이징 시내 음식점에서 TV를 보면서 응원하는 해프닝을 빚기도 했다.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은 “연예인 응원단에 2억원 이상을 지원하고도 정작 입장권 확보 등에는 방관했던 당국의 상식이하의 대처로 이같은 일이 벌어졌다”고 질타했다.
이러한 와중에 원정대장이었던 강병규는 엉뚱하게도 MBC와 야구중계 해설가 참가를 놓고 논란을 벌이는 등 응원에 몰두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입장권 못구해 음식점에서 TV보며 부실 응원
일부는 스파 즐기며 특정방송 리포터도 맡아
한편, 연예인 응원단으로 현지 응원에 나섰던 해당 연예인들은 이러한 지적에 대해 대부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예인의 소속사는 “우리는 단장인 강병규가 초청해 갔기 때문에 국감 내용에 대해 대답할 위치가 아니다”라며 이번 논란에 입장 밝히기를 거부했다. 대다수 연예인 응원단원들이 위와 같은 답변을 하거나 “연예인 본인만 보냈기 때문에 현지 상황을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한 연예인의 소속사는 대다수 연예인 응원단원들이 답변을 거부하는 것에 대해 “이번 베이징 올림픽 응원단원으로 참석한 연예인들은 나라를 위해 좋은 일을 한다는 뜻으로 출연료 없이 숙식만 제공받았는데 이런 논란이 불거져 답답할 따름이다”고 풀이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대다수 참석 연예인들이 단장인 강병규의 제안으로 응원단에 들어왔기 때문에 이번 논란에 대해 답할 수 연예인은 단장인 강병규 뿐일 것이다”라고 귀띔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강병규는 지난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신관에서 KBS 2TV <비타민> 녹화를 마친 후 약식 기자회견에서 “알려진 내용들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변했다.
강병규는 “해외 출장으로 인해 21일 오후 귀국했다. 인터넷으로 사실을 접하고 좋은 취지로 간 것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에 당황스럽고 겁도 났다. 하루 동안 내 입장을 정리하느라 시간이 다소 걸렸다”며 “국민들이 화를 내는 부분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나랏돈으로 흥청망청 썼다는 잘못된 소식이 결국 국민 정서와 감정을 상하게 한 것 같다. 하지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알려진 바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강병규는 이어 “당시 물가를 고려해줬으면 좋겠다. 호텔 비용이 지금보다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았다. 비행기 표 역시 그 당시 구하기 힘들어 몇몇 비지니스석을 이용했다”며 “실제로 우리는 2인1실 기준을 정하는 등 조심스레 움직였다는 걸 말씀드리고 싶다”고 해명했다.
강병규는 또 “실제 사용 내용은 조만간 문광부에서 밝힌다고 들었다. 다른 연예인들에게 피해가 간 것 같아 유감이다. 우리는 나름대로 악조건 속에서 최대한 티를 내지 않고 노력했는데 왜 잘못 받아들여졌는지 아쉬울 따름이다”라고 설명했다.
국고사용 문제에 대해서는 “문광부가 우리나라 선수들을 응원하자는 취지에서 지원을 해준 것이다. 국고 사용이란 의미와는 다소 다른 것 같다”며 “우리 역시 문광부와 현지 교민이 표를 구해주기로 했는데 상황이 되지 않아 당황스러운 부분이 적지 않았다. 분명 그런 실수는 있었다. 이런 부분은 굉장히 어필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