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발’ 김기춘·조윤선 공소장 공개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2.21 09:58:43
  • 호수 1102호
  • 댓글 0개

‘블랙리스트’ 박근혜가 지시했나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뜻밖에 등장한 ‘문화계 블랙리스트’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부 장관의 목을 조였다. 이들은 박근혜정부의 실세들로 블랙리스트를 작성 및 주도한 혐의로 철창신세가 됐다. 국회 위증 혐의도 추가됐다. <일요시사>는 이들의 범죄 사실이 담긴 특검 공소장을 입수했다. 김기춘과 조윤선의 혐의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른바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주도한 혐의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부장관을 구속 기소했다. 박근혜 대통령 역시 일부 공소사실에 공범으로 이름을 올렸다.

김기춘 하달
조윤선 실행

특검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지난 7일 정례브리핑서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을 문화계 지원배제 명단 작성 및 관리 관련, 직권남용과 강요, 국회 위증죄로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과 함께 문화계 블랙리스트 핵심 피의자로 알려진 김상률 전 교육문화수석과 김소영 전 문화체육비서관은 불구속 기소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특검팀 공소장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의 블랙리스트 작성과 집행 시작은 이렇다. 2013년 8월 초순 김 전 실장은 수석비서관들이 참여하는 회의서 “종북세력이 문화계를 15년간 장악했다. CJ와 현대백화점 등 재벌들도 줄을서고 있다”며 “정권 초기에 사정을 서둘러야 한다. 이것은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국정 과제다”고 발언했다.

당시 이 자리에는 박준우 정무수석, 모철민 교문수석 등 수석비서관 등이 있었다.


박근혜 정권 두 실세 구속
리스트 작성 주도한 혐의

또 김 전 실장은 2013년 9월30일경 수석비서관들에게 “국정 지표가 문화 융성인데 좌편향 문화 예술계에 문제가 많다”며 “특히 롯데와 CJ 등 투자자가 협조를 하지 않아 문제다”라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그 밖에 김 전 실장은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에게 ‘보수 가치’의 확산 등을 언급하고 ‘정부에 비판적 활동을 한 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지원을 배제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3년 12월 말 김 전 실장은 블랙리스트 작업을 구체화한다.

당시 김 전 실장은 수석비서관들에게 “공직자는 자유민주주의 헌법 가치를 수호해야 한다. 그런데 반정부·반국가적인 성향의 단체들이 좌파의 온상이 되어 종북세력을 지원하고 있다”며 “그러한 성향의 단체들에 현 정부가 지원하는 실태를 전수조사하고, 그에 대한 조치를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2014년 1월4일 수석비서관들과 함께 모인 자리에서 김 전 실장은 ‘좌파에 대한 지원 현황을 전수조사하라’는 취지로 재차 지시한다.

김 전 실장은 “좌파정권 10년에 MB정권 5년까지 총 15년 동안 좌파의 뿌리가 깊다. 모두가 전투모드를 갖추고 불퇴전의 각오로 좌파세력과 싸워 나가야 한다”며 “대통령은 혼자 뛰고 계시는데, 내각은 비정상의 정상화에 대한 지시가 잘 먹히지 않는다. 좌파 척결의 진도가 잘 안 나간다”고 말했다.


최순실로 촉발
다른 의혹은?

특검은 김 전 실장이 문체부뿐 아니라, 교육부, 복지부, 안행부 산하의 시민사회 단체에 대한 정부 지원실태를 전수조사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파악했다. 블랙리스트 작성이 모든 부처에서 이뤄졌음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김 전 실장은 박준우 청와대 정무수석을 직접 불러 ‘수석실 별로 나뉘어 있는 업무 관련 비서관들을 모아서 TF를 만들어서 내용을 정리하라’는 취지로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지시에 따라 박 수석 등은 2014년 4월4일부터 5월 말까지 국민소통, 행정자치, 사회안전, 경제금융, 교육, 문화체육, 보건복지, 고용노동 등 비서관들이 참여하는 ‘민간단체보조금 TF’를 운영했다.

각 분야별로 야당 후보자 지지선언, 정권 반대 운동 등에 참여하거나 좌파 성향으로 선별한 개인·단체 등에게 지원된 정부 예산을 소위 ‘문제 예산’으로 명명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중 총 130건(예산 합계 189억원)의 문제예산을 선별 후 이들에 대한 지원 축소 내지 지원 배제를 지시했다.

이후 3000여개의 문제단체(좌파단체, 불법 시위 참여 등)와 8000여명의 좌편향인사(문재인 지지, 민노당 지지 등)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지속적으로 이를 보완하며 감시했으며, 공모사업을 실시하는 문체부 등 주요 부처 및 산하 기관의 심사위원 중 좌편향 인사를 선별해 배제토록 조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주해군기지를 반대했다는 이유로 문학평론가 황현산 등이 문화예술위 책임심사위원서 배제됐다. 맨부커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와 공지영 작가 등도 블랙리스트 명단에 포함됐다. 이밖에 작가 강은교, 은희경, 윤대녕, 박범신 등도 문화예술위 심의위원 선정 명단서 배제됐다.

박 수석 등은 민간단체보조금 TF의 중간 진행상황을 김 전 실장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특검은 파악했다. 2014년 5월 하순경 ‘문제단체 조치내역 및 관리 방안’ 보고서를 김 전 실장이 보고 받은 후 이를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좌편향 인사들
데이터베이스

박 수석은 그해 6월 퇴임을 앞두고 후임자인 조 전 장관을 만나 민간단체보조금 TF 활동과 문제 단체 조치 내역 및 관리방안 등 현안을 설명하면서 업무를 인계한 것으로 전해진다.

조 전 장관은 당시 김 전 실장 등의 지시에 따른 기조를 유지하면서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대상자를 선별해 교문수석실을 통해 문체부 등에 그 명단을 하달했다.
 

2014년 10월 경 정관주 전 청와대 소통비서관도 교문수석실과 협업해 정부정책에 반대하거나 야당 인사들에 대한 지지의사를 표명한 문화예술계 개인·단체 등에 대한 지원 배제 등 조치사항을 조 전 장관에게 보고한 것으로 특검은 파악하고 있다.

조 전 장관은 정무수석이 된 이후 문화계블랙리스트 선별 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조 전 장관은 2014년 11월 경 영화 <다이빙벨>의 상영 결과 등 진행 상황을 보고서로 정리해 김 전 실장에게 보고했다.


반대 세력 종북 좌파로 분류 
문화계 전반 지원 배제 의혹

소위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시각을 포함한 영화들이 상영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교문수석실과 문체부 등 일부 예술전용관에 대한 지원 중단,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지원금 삭감 방침 등을 정해 실행한 것으로 공소장에 나타났다.

영진위(영화진흥위원회)의 영화진흥사업 심사관리 규정에 따르면 “영진위의 심사위원회는 한국영화산업과 영상문화의 진흥을 도모할 수 있도록 공모와 심사가 필요한 영화진흥사업에 대해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심사해야 한다”며 “영진위 소속 임직원들도 이러한 심사 과정에 개입할 권한이 없다”고 명시했다.

특검은 “청와대와 문체부가 영진위 소속 위원들로 하여금 특정 문화예술인 지원 배제 요구를 관철시켰다”고 주장했다.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비서관에게 “정부 정책을 비판하거나 좌파 성향 저자가 저술한 도서가 세종도서에 선정되지 않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세종도서에 선정되면 출판진흥원이 1000만원 상당을 구매해 공공도서관 등에 보급한다. 그 결과 소설가 한강의 <소년이 온다> 등 9종의 도서가 배제된 것으로 특검팀 수사 결과 드러났다.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은 위증혐으로도 특검에 기소됐다. 공소장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7일 국회의사당 회의실에서 속개된 ‘박근혜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제8차)’에 증인으로 출석해 위증한 혐의다.


알면서…
“모릅니다”

국정조사 특별위원들은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주도했느냐’고 김 전 실장에게 질의했지만, 김 전 실장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하지만 김 전 실장은 청와대 수석비서관들에게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지시한 사실이 특검 조사에서 밝혀졌다.

조 전 장관 역시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블랙리스트 존재에 대해 ‘모르쇠’로 일관 한 바 있다. 특검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 김기춘은 자신의 기억에 반하는 허위의 진술을 하여 위증했다”고 주장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블랙리스트’ 예술인들의 반격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오른 예술인들이 박근혜 대통령,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박근혜 퇴진과 시민정부 구성을 위한 예술행동위원회, 문화연대 등으로 구성된 ‘블랙리스트 법률대응 모임’은 지난 8일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국가와 개인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한 집단소송을 제기한다”며 “9일 서울중앙지법에 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소송 대리인단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 소속 변호사 10여명으로 구성했다. 이들은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3일까지 원고를 모집했고 현재 예술인 474명이 원고로 참여했다. 피고는 정부를 비롯해 블랙리스트 작성을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 김기춘 전 실장, 조윤선 전 장관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 법인이다.

청구액은 소장 제출 시 1인당 100만원으로 정했다. 향후 블랙리스트 기재 경위와 피해 실태가 좀 더 분명히 드러날 경우 청구액을 확장할 방침이다. 대리인단은 이름과 직업, 정치적 견해 등 개인정보호법상 민감한 정보가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를 들어 김 전 실장 등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추가 고발했다.

앞서 블랙리스트 법률대응 모임은 지난해 12월 12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 등을 고발했다.

소장이 제출된 뒤 김 전 실장과 조 전 장관 등이 답변서를 30일 이내 법원에 제출하지 않으면 자백으로 간주되고 무변론 패소 판결이 나올 수 있다고 법조계는 전했다. 이들이 고위 공무원으로서 재산을 매년 신고해왔다는 점에서 패소시 집행도 쉽게 피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답변서 제출도 두 사람에게는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블랙리스트 피해자인 원고가 답변서를 첨부해 두 사람의 형사사건 재판부에 탄원서를 제출하면 두 사람에게 불리해지기 때문이다. <창>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