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21) 검일의 투항

  • 황천우 작가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2.20 10:00:17
  • 호수 1102호
  • 댓글 0개

복수의 칼날을 겨누다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임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밤이 깊은 시각 백제 진영에서 작은 소요가 일어났다. 쥐도 새도 모르게 그곳에 찾아든 검일이 흥수를 접촉하고 있었다.

“이놈을 결박하고 목을 베어라!”

조근하게 대화를 나누던 흥수가 갑자기 곁에 있는 병사들에게 명을 내렸다. 그 소리에 검일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어서 이놈을 끌고 나가 참수하라!”

자신에게 달려드는 병사들을 밀치고 검일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네 놈이 투항을 빙자해서 우리 군영을 염탐하려는 그 수를 내 모르는 줄 알았느냐!”

“염탐이라니요. 말이 되는 소리를 하십시오!”

“뭐라!”

“내가 악의를 품고 왔다면 이미 군사의 목은 내 칼에 떨어졌소. 모르시겠소!”

그곳까지 오는 동안 어느 누구의 제지도 받지 않고 왔음을 의미했다.

그를 상기했는지 흥수가 가볍게 한숨을 토해냈다.

“그런 놈이 맨 손으로 왔단 말이냐?”

“그러면 군사는 한 두 사람의 목을 취하고자 이 전쟁을 시작하였소?”

“그야 물론 아니.”

흥수가 슬그머니 말꼬리를 흐렸다.

“군사, 내 진정을 그리도 모르시오. 내가 이 자리에서 자결해야 알겠소!”

말을 마침과 동시에 검일이 칼을 뽑아 자신의 목에 들이댔다. 순간 흥수가 무릎을 꿇었다.

“검일 장군, 참으시오.”

갑작스런 상황 변화에 검일이 말을 잇지 못했다.

“이 몸이 크나큰 결례를 법했습니다. 용서하시오.”

머리를 조아리는 흥수의 모습을 살피며 검일이 칼을 다시 칼집에 넣었다.

“갑자기 이러는 이유가 뭡니까?”

“당연한 수순 아니겠습니까?”

“뭐라고요?”

“맨 손으로 나타난, 그것도 적의 하급 지휘자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어리석은 자가 세상 천지에 어디 있겠습니까.”

자리에서 일어난 흥수가 만면에 미소를 머금었다.

“그러면?”

“그렇소. 내 장군의 속내를 떠보기 위함이었음을 솔직하게 고백하겠소.”

검일이 눈을 반짝였다.

“이 시간 이후로는 절대 그리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장군이란 호칭은 너무 과분합니다.”

“당연히 그리하리다. 그리고 어차피 우리 백제는 귀하를 장군으로 예우할 터요. 그럼 바로 윤충 장군을 만나도록 하지요.”

말을 마친 흥수가 밖으로 나가더니 그리 오래지 않아 다시 돌아왔다.

그의 안내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윤충의 막사로 들어갔다.

“군사로부터 대략의 이야기는 들었소만 그대의 제안은 무엇이오?”

“개인적으로 너무 창피한 일입니다만, 솔직하게 말씀드려서 제 아내를 빼앗아간 성주 놈과 그 일족 모두를 죽일 수 있다면 다른 뜻은 없습니다. 그러니 여타의 제안은 없고 단지 기왕지사 이렇게 된 일, 백제 사람으로 다시 살아갈 수 있도록 조처 바랄 뿐입니다.”

“알았소만.”

윤충의 얼굴에 의혹이 가시지 않은 듯했다.

“왜 그러십니까, 장군.”

“장군의 제안이 납득하기 힘드오. 이미 죽음까지 마다하지 않은 장군이 목숨을 부지하겠다는 듯 비쳐져서.”

윤충의 얼굴을 주시하던 검일이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실은 저의 행동에 여러 사람이 동조할 것입니다. 저는 아무래도 상관없으나 그 사람들과 가족들은 저와는 다르기 때문에 그러합니다.”

윤충이 검일의 진지한 표정을 살피며 호탕하게 웃었다.

“그 문제라면 추호도 걱정 마시오. 여하튼 우리는 장군과 일행들을 백제 사람과 똑같이 대우하도록 하겠소. 그런데 어떻게 일을 도모할 생각이오?”

“내일 정오 쯤 저를 배신한 그 년을 죽이고 창고에 불을 지르겠습니다. 날도 건조해서 순식간에 창고를 날려버릴 수 있을 겁니다. 아울러 보급품이 모두 사라지면 오래 버티지 못하고 모두 우왕좌왕하게 될 것입니다.”

“불을 지른 연후에는?”

“동조자들과 함께 바로 백제 진영으로 넘어오겠습니다.”

“그러면 우리 군사로 하여금 장군과 동조자들을 도울 수 있도록 그 시간에 맞추어 성 밖에서 대응하도록 하겠소.”

“그래주시면 고맙습니다. 그러면 저는 다시 대야성으로 돌아가 내일 일에 대해 동조자들과 의견을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다음날 정오 쯤 대야성 안이 어수선하였다.

백제 군사들이 성 가까이 다가오자 신라군들이 전투 준비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에 따라 성 중에 있는 신라 군사들의 모든 신경이 그리로 집중되었다.

그를 감지한 검일과 모척이 신속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검일은 자신의 처였던 애랑의 집으로, 모척은 핵심 수하들과 함께 창고로 이동했다.

검일이 칼을 빼들고 애랑이 거처하는 곳에 이르자 애랑이 누가 업고가도 모를 정도로 깊은 잠에 빠져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자 개기름을 흘리며 야수처럼 달려드는 김품석의 얼굴이 회상되었고, 가벼운 한숨과 함께 은연 중 연민의 정이 솟구쳤다.

그러나 생각도 잠시, 애랑의 옆구리를 힘차게 걷어찼다.

외마디 비명과 함께 눈을 뜬 애랑이 검일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통증은 고사하고 두려움이 먼저 솟구쳤는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놀란 표정으로 검일을 주시했다.

되는대로 걸친 옷 사이로 뽀얀 살결이 언뜻언뜻 비쳤다.

“가증스럽게 나를 속이.”

김품석과 놀아난 애랑…검일에 죽다
검일·모척 반란 착수…백제로 진격

분노로 인해 말이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다.

“서방…니…임.”

그제야 사태의 추이를 감지했는지 옷매무시를 바로하며 중얼거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검일의 손이 떨렸다.

“네년을 시간 끌며 내가 당한 고통을 뼛속 깊이 새겨주고 싶지만 그럴 수 없음을 한탄할 뿐이다. 여하튼 먼저 가서 기다려라. 내 성주 이놈도 갈가리 찢어서 조만간에 보내줄 테니 그 추한 몰골로 천년만년 함께 뒹굴도록 해라!”

“용서…….”

애랑이 뭐라 대꾸하려는 순간 이미 검일의 칼이 정확하게 심장을 꿰뚫었고 이어 발로 배를 세차게 걷어찼다.

짧은 비명과 함께 애랑의 몸이 뒤로 무너져 내렸다.

뒤 이어 검일이 꿈틀거리는 애랑의 몸을 발로 누르고 목이며 팔 다리 특히 가운데 부분을 수차례에 걸쳐 난도질 하듯 칼을 휘둘렀다.

“사지, 이제 그만하시지요. 빨리 움직여야 합니다.”

어느새 다가왔는지 수하 병사가 검일의 손을 잡아끌었다.

“빨리 모척 사지와 합류해야 합니다.”

또 다른 병사가 거들고 나서자 행동을 멈추고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검일이 이미 너덜거리며 간신히 달라붙어 있는 애랑의 목에 다시 칼질 해대자 머리가 힘없이 몸에서 떨어졌다.

“가자!”

피가 뚝뚝 떨어지는 여인의 두상을 들고 서둘러 창고로 이동했다.

이미 모든 준비를 마치고 모척 일행이 기다리고 있다 검일이 나타나자 창고에 불을 붙이기 시작했다.

잠시 그를 주시하던 검일이 수하 병사가 들고 있는 횃불을 빼앗듯이 낚아채서는 그 저주스런 물통에 던지고 일행과 함께 성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거리에 이르자 우회하여 백제군에 합류한 검일이 모척과 함께 앞으로 나섰다.

“김품석 이놈, 나오너라!”

검일이 큰소리로 외쳐대자 신라 진영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창고의 화재로 뒤숭숭하던 신라 군사들이 검일과 모척이 백제 진영에 있는 모습을 보고는 그 사유를 묻기라도 하듯 서로의 얼굴을 주시했다.

“나 신라의 사지였던 검일이다. 어서 더러운 성주 놈은 앞으로 나오너라!”

말과 동시에 검일이 여인의 두상을 들어올렸다.

순간 신라 진영 여기저기서 비명이 울려 퍼졌다.

“신라 병사들은 잘 들어라!”

가만히 있던 모척이 앞으로 나섰다.
 

<다음 호에 계속>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