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여행 한옥마을 ③아산 외암마을

500년 전통과 세월을 머금은 곳, 아산 외암마을

 

아산 외암마을은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예안 이씨 집성촌이다. 설화산 자락 남서쪽 양지바른 곳에 마을이 들어섰고, 마을 앞으로 외암천이 흐르는 배산임수 지형이다.

마을의 역사는 약 5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참봉을 지낸 진한평의 맏딸과 혼인한 안동의 예안 이씨 이사종이 들어와 살면서부터다. 마을 이름은 외암 이간의 호에서 유래했다. 마을에는 기와집과 초가집 등 전통 한옥 60여 채가 돌담을 따라 옹기종기 모였다. 주요 건물은 건재고택(영암댁), 참판댁, 감찰댁 등 택호가 있는데, 주로 고택 주인의 관직이나 부임한 지역 이름을 따서 붙였다.

정감 어린 농촌 풍경

한옥 사이로 난 고샅을 따라 마을을 한 바퀴 돌아보자. 외암천을 건너는 반석교를 지나면 바로 외암마을이다. 반석정 아래 외암천의 너른 바위에는 외암동천(巍岩洞天)과 동화수석(東華水石)이라는 붉은 글씨가 새겨져, 옛 선비들이 사랑한 아름다운 풍경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낮은 언덕에 소나무가 숲을 이루고, 나무를 거꾸로 꽂아 만든 듯한 장승 두 기가 여행자를 반긴다. 마을의 전통 가옥은 대부분 잠겨 있거나 실제로 거주하는 집이 많아, 여행자가 집 안을 둘러보기는 쉽지 않다. 한옥과 어우러진 고샅이나 정감 어린 농촌 풍경을 보는 것으로도 걸음이 가벼워진다.

외암마을을 대표하는 고택으로 건재고택과 참판댁을 꼽는다. 건재고택은 영암군수를 지낸 이상익이 살던 집으로, 마을 이름의 유래가 된 외암 이간 선생이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수종이 다양한 정원과 사랑채가 어울려 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집으로 꼽히지만, 출입할 수 없다. 대신 건재고택 돌담에서 아쉬움을 달래보자. 소나무, 단풍나무 등 정원수와 돌담이 아름다운 풍경을 선사하는 최고의 포토 존이다.

참판댁은 이조참판을 지낸 퇴호 이정렬이 고종에게 하사받은 집이다. 고종의 아들 이은(영친왕)의 스승이기도 한 퇴호 이정렬은 일본의 굴욕적인 조약에 울분을 참지 못하고 고종에게 상소를 올렸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낙향한다. 이때 고종이 하사한 ‘퇴호거사’ 현판이 지금도 사랑채 앞에 있다.


참판댁 연엽주가 유명하다. 고종 때 지독한 가뭄이 들어 각 지방에서 상소를 올렸지만, 임금에게 직언하는 이가 없었다. 비서감승을 지낸 이원집이 백성이 고통 받는 상황을 알리자, 고종은 반찬 가짓수를 줄이고 반주도 내지 말라고 명한다. 이원집은 자신 때문에 임금이 반주조차 마시지 못하는 것을 죄스럽게 여겨 대신 연엽주를 올렸다. 누룩과 고두밥을 연잎에 싸서 따뜻한 곳에 두면 술이 된다. 참판댁에서는 직접 채취한 연잎으로 연엽주를 만들며, 판매도 한다.

외암마을에서는 전통 체험을 진행한다. 30인 이상 단체 체험 외에 한지 손거울 만들기, 율무 팔찌 만들기, 엿 만들기 등은 개인이나 가족 단위 체험도 가능하다. 한지 손거울 만들기는 한지의 거친 면에 풀을 듬뿍 바르고 손거울 틀 양면에 붙인 다음, 곡선이 살아나도록 다듬는다. 알록달록한 한지와 큐빅으로 장식하고, 거울을 붙인 뒤 말리면 개성 있는 손거울이 된다.
엿 만들기는 전통 엿을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이다. 뜨끈한 조청을 콩가루에 버무린 뒤 엿 늘이기 작업을 한다. 서서히 굳어가는 조청에 바람을 넣어 엿이 만들어지는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서서히 굳어가는 조청을 손으로 잡고 혼자나 두 사람이 번갈아가며 늘인다. 엿이 굳으면 막대로 쳐서 잘라낸다.

기와, 초가, 돌담… 한옥을 거닐다
눈과 입이 즐거운 전통문화 체험

참판댁, 신창댁, 풍덕고택 등에서는 숙박도 가능하다. 주인의 거주 여부에 따라 독채, 아래채 등을 사용해 가족이나 단체 숙소로 적합하다. 외암마을에서 보내는 하룻밤은 조선 시대에 머무르는 기분이 들어 더욱 값지다.

외암마을에서 6km 거리에 봉곡사가 있다. 봉수산에 깃든 봉곡사는 경내에 이르는 소나무 숲길이 일품이다. 일제강점기에 송진을 채취한 흔적도 곳곳에 있다. 소나무 숲길은 주차장에서 봉곡사 경내까지 600m로 10분 정도면 충분하다. 숨을 깊이 마시며 숲길을 걸으면 몸과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다.

아산환경과학공원은 하루 1t 트럭 200대 분량의 쓰레기를 소각 처리하는 생활자원처리장에 위치한 친환경 생태 공원이다. 혐오 시설이 관광자원으로 탈바꿈한 것이다. 아산환경과학공원에는 장영실과학관, 아산생태곤충원, 그린타워전망대가 있어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여행지로 좋다.

장영실과학관은 어린이과학관(1층)과 장영실과학관(2층)으로 나뉜다. 2층은 장영실의 일대기, 물, 바람, 금속, 빛, 우주를 주제로 장영실의 발명품과 다양한 과학 원리를 체험해보는 공간이다. 가장 먼저 장영실이 발명한 자격루를 만난다. 물이 채워지면 구슬이 굴러 종을 울리는 자격루의 원리를 보여준다. 종이 울릴 때마다 귀여운 십이신 동물 인형이 차례로 나타나 아이들에게 인기다. 자격루와 옥루, 풍기대, 태종 때 만든 계미자와 세종 때 만든 갑인자, 앙부일구, 간의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아산생태곤충원과 그린타워전망대는 한 건물에 있다. 아산생태곤충원은 1층 유리온실에서 살아 있는 곤충 40여 종을 관찰하고 만져보는 공간이다.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아보고, 흙 속에서 흰점박이꽃무지와 장수풍뎅이 애벌레를 찾아 만져볼 수 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프레리도그, 미어캣, 사막여우 등 귀여운 동물들에게 먹이 주기 체험도 한다. 그린타워전망대는 타워 높이만 150m에 이른다. 전망대에서는 넓은 창을 통해 아산 시내뿐 아니라 신정호, 광덕산, 영인산 등이 보이며, 외암마을이 있는 설화산도 지척이다.

다양한 문화공간

겨울에도 형형색색 화사한 꽃과 그윽한 향기로 가득한 곳이 있다. 도고면에 위치한 세계꽃식물원은 연중 3000여 종에 달하는 원예종 관상식물을 관람할 수 있는 실내 온실이다. ‘삶이 꽃이다(Life is a Flower)’라는 의미를 담은 LIAF가든센터가 들어서 예전보다 규모가 훨씬 커졌다. LIAF가든센터는 카페와 레스토랑이 있고, 다양한 식물과 가드닝 제품을 판매하며, 체험과 교육 활동을 진행하는 복합 원예 문화 공간이다.

실내 온실 가운데 붉은 베고니아와 푸른 뉴질랜드앵초가 드리워진 곳은 스산한 겨울 느낌을 지워준다. 앵무새체험관에서는 사랑앵무, 모란앵무 등 100여 마리에게 먹이 주기 체험을 할 수 있다. 먹이를 줄 때마다 몸빛이 화려한 앵무새들이 재롱을 부린다. 세계꽃식물원은 목줄을 착용하면 애완견도 입장 가능하고, 귀여운 다육식물을 입장객에게 선물로 준다.

아산 이충무공 유허(사적 155호)는 충무공을 모신 현충사, 장군이 무과에 급제한 32세까지 살던 고택, 충무공이순신기념관으로 나뉜다. 특히 기념관에는 이순신 난중일기 및 서간첩 임진장초(국보 76호)를 비롯해 귀한 유물이 전시되어 꼭 들러봐야 한다. 이충무공 유허에서 9km 거리에 아산 이충무공묘(사적 112호)가 있다. 국사봉 낮은 언덕에 1794년 정조가 지은 어제비와 비각, 이충무공과 부인 상주 방씨가 잠든 합장묘가 단정히 앉았다.

<여행정보>

당일 여행 코스
아산 이충무공 유허(현충사)→아산환경과학공원(장영실과학관, 아산생태곤충원, 그린타워전망대)→아산 외암마을→봉곡사 소나무 숲길

1박 2일 여행 코스
- 첫째 날: 아산 이충무공묘→아산 이충무공 유허(현충사)→봉곡사 소나무 숲길→아산 외암마을
- 둘째 날: 아산환경과학공원(장영실과학관, 아산생태곤충원, 그린타워전망대)→세계꽃식물원→파라다이스스파 도고

관련 웹 사이트 주소
- 아산시 문화관광 www.asan.go.kr/culture
- 아산 외암마을 http://체험마을.한국
- 아산생태곤충원 http://insect.asan.go.kr
- 장영실과학관 www.jyssm.co.kr
- 아산 이충무공 유허(현충사) http://hcs.cha.go.kr
- 세계꽃식물원 http://liaf.kr

문의 전화
- 아산시청 관광기획팀 041)540-2631
- 아산 외암마을 041)540-2654
- 아산생태곤충원 041)538-1980
- 장영실과학관 041)903-5594~6
- 아산 이충무공 유허(현충사) 041)539-4600
- 세계꽃식물원 041)544-0746~7

대중교통 정보
기차 용산역-온양온천역, 무궁화호·새마을호 하루 15회(05:35~20:39) 운행, 약 1시간 30분 소요.
(문의: 레츠코레일 1544-7788, www.letskorail.com)
전철 서울역-온양온천역, 하루 25~28회(07:08~22:06) 운행, 약 2시간 20분 소요. 1번 출구 온양온천역 정류장에서 100번(20~45분 간격 운행)·101번 버스(하루 7회 운행) 이용, 외암마을 저잣거리 정류장에서 하차.
(문의: 서울메트로 1577-1234, www.seoulmetro.co.kr)
버스 서울-아산,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하루 27~29회(06:10~22:40) 운행, 약 1시간 30분 소요.
(문의: 서울고속버스터미널 1688-4700 코버스 www.kobus.co.kr 아산고속버스터미널 041)544-4880)
자가운전 정보 경부고속도로 천안 IC→천안아산역에서 아산시청 방면 우측 천안대로 진입→천안터널 지나 직진→고가도로 진입 후 번영로 진입→장재2교차로에서 아산 방면 온천대로로 우회전→장존교차로에서 공주·유구 방면 우측→외암사거리에서 외암리 방면 우측→아산 외암마을

숙박 정보
- 아이엔지모텔: 아산시 충무로8번길, 041)542-3313, www.ingmotel.co.kr (굿스테이)
- 외암마을: 송악면 외암민속길9번길, 041)541-0848, www.oeam.co.kr (한옥스테이)
- 파라다이스스파 도고 카라반캠핑장: 도고면 도고온천로,
  041)537-7177, www.paradisespa.co.kr
- 온양관광호텔: 아산시 온천대로, 041)540-1000, www.onyanghotel.co.kr
- 온양그랜드호텔: 아산시 충무로20번길, 041)543-9711, www.grand-hotel.co.kr

식당 정보
- 유리카모메: 어니언돈가스, 아산시 실옥로(그린타워전망대 2층), 041)549-1114
- 홍두깨칼국수: 해물칼국수, 아산시 외암로, 041)532-0079
- 청와삼대 온양점: 명이마늘보쌈, 아산시 순천향로, 041)549-8377, www.blue3.co.kr
- 정다운연탄구이: 목삼겹살, 도고면 기곡로84번길, 041)541-0799


주변 볼거리
아산스파비스, 영인산자연휴양림, 공세리성당, 영인산산림박물관, 피나클랜드, 인주장어촌, 아산레일바이크, 파라다이스스파 도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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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