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캐피탈 사장 내정설 내막
한국캐피탈 사장 내정설 내막
  • 양동주 기자
  • 승인 2017.02.15 09:51
  • 호수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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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니 짜고 치는 고스톱?

[일요시사 취재1팀] 양동주 기자 = 한국캐피탈이 신임 사장 ‘내정설’에 휩싸였다. 최종면접도 치러지지 않았건만 공개 모집은 형식적인 절차일 뿐, 군인공제회가 특정 인물을 점찍었다는 소문이 퍼지는 양상이다. 이미 최종 후보자의 실명이 공공연하게 거론되는 등 뜬소문으로 치부하기에는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이다.

 

군인공제회 산하 사업체이자 여신전문회사인 한국캐피탈은 최근 사장 공개모집 과정을 밟고 있다. 3월 말 임기가 끝나는 김철영 사장의 후임자를 선정하는 절차다. 지난달 16일부터 31일까지 진행된 서류접수에 20명 가까운 금융권 인사들이 지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정해졌나

서류심사를 통과한 최종 후보자를 대상으로 3월 중 면접을 통해 적임자를 뽑고 대주주인 군인공제회 이사회의 추천과 국방부,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4월1일자로 인선이 완료될 예정이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국캐피탈 사장 후보 최종면접에 이름을 올린 인물은 두산캐피탈 사장을 역임했던 진모씨, KDB캐피탈 부사장 출신 최모씨, IBK캐피탈 부사장이었던 문모씨 등 3명인 것으로 전해진다.

흥미로운 점은 진씨가 내정된 상태에서 사장 인선 절차를 진행 중이라는 의혹이 거듭된다는 사실이다. 만약을 대비해 최씨를 2순위로 정했다는 소문과 함께 후보자 필수자격요건을 바꾼 의도가 따로 있다는 의심마저 더해진 상태.

한국캐피탈은 사장 공개 모집에 앞서 후보자 필수자격요건을 일부 변경했다. 김철영 사장 선임 당시만 해도 필수자격요건은 ‘여신금융법상 임원자격기준 결격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자, 여신금융회사 10년 이상 근무경력, 여신금융회사 임원 3년 이상 근무경력, 퇴직자의 경우 퇴직 후 3년이 경과하지 않은 자, 임원 재직 시 리스·M&A·PF 등 영업분야 업무경력’ 등이었다.
 

 

이 가운데 ‘여신금융법상’ 임원자격기준은 ‘금융지배구조법상’으로, 임원경력은 ‘3년’에서 ‘2년’으로 바뀌는 등 일부 필수자격요건이 완화됐고 영업분야 경력 조항은 아예 삭제됐다.

공교롭게도 내정설에 휘말린 진씨와 최씨 모두 필수지원요건 변경에 따라 후보자 등록이 가능했다. 진씨는 2012년 3월부터 2015년 11월까지 두산캐피탈 사장직을 수행한 게 여신사 근무경력의 전부고 영업실무경력은 해석의 여지를 남긴다.

2015년 3월 KDB캐피탈 부사장에 임명된 최씨는 여신사 10년이상 근무경력, 영업분야 경력은 물론이고 여신사 임원경력마저 3년이 채 되지 않는다. 필수자격요건 변경이 없었더라면 두 사람 모두 능력검증은 고사하고 후보자 지원조차 할 수 없었던 셈이다.

한국캐피탈 사장 인사 결정에 관여하는 군인공제회 측은 우수 인력 선정을 위한 지원자격 변경이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큰 틀에서 여신전문회사 역시 금융업종에 포함되는 만큼 필수지원자격 변경에 대해 무작정 색안경을 끼면 안 된다는 점을 내세웠다.

면접도 안 끝났는데…난무하는 소문
기막힌 타이밍에 ‘자격기준’ 변경

군인공제회 관계자는 “필수지원자격을 여전사로 한정하는 바람에 지원 인력이 한정적이었던 게 사실”이라며 “검증된 인재를 찾기 위해 후보군을 넓힐 필요성이 대두됐고 기준 변경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필수자격요건 개정을 우수 인력 영입의 필요성과 연결시키는 군인공제회 측 주장과 내정설에 휘말린 유력 후보자의 행적 사이에는 모순점이 발견된다. 무엇보다 1순위 후보자로 거론되는 진씨의 지난 이력이 논란거리다.

진씨가 사장 직함을 유지할 당시 두산캐피탈은 연이은 풍파에 신음하던 상황이었다. 신용등급 하락은 물론이고 부실 규모는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불어났다. 2015년 6월 말 ‘요주의이하여신’은 1551억원에 달한 반면 충당금은 594억원에 불과했다.

두산캐피탈의 부실은 진씨 부임 이전인 2010년 무렵부터 표면화 된 사안이지만 진씨 역시 부실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건 마찬가지였다. 2008년 12월부터 약 3년간 군인공제회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한 진씨의 이력 덕분에 ‘제식구 감싸기’ 쯤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이런 상황에서 금융권서 명망 높던 A캐피탈과 B캐피탈 고위 임원 출신들이 모두 서류 과정에서 탈락했던 것으로 전해지자 의구심은 한층 깊어졌다. 특히 A사 출신 임원은 2010년 설립된 A사를 자산 4조원대 여신사로 키운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반면 2009년 3월 기준 8000억원대 규모였던 한국캐피탈 영업자산은 현재 1조3000억원대에 머물러 있다.

더 큰 문제는 불충분한 인사 검증이 회사 미래와 직결될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한국캐피탈이 처한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지난 1월 신용등급이 2단계 하락하면서 조달금리는 100bp이상 올랐다. 육류담보대출(이하 미트론)서 100억원대 손실도 발생했다.
 

 

게다가 한국캐피탈은 사장 필수지원 기준을 완화하는 동시에 ‘3년차 이후 경영평가를 통해 1년 단위로 3회까지 연장’으로 임기규정을 일부 손본 상황이다. 기존 규정은 ‘2년 임기 만료 후 경영평가를 통해 1년 단위로 최대 2회 연장’이었다. 즉, 최대 4년이었던 사장 임기가 최대 6년으로 늘어났다는 뜻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철저히 검증된 사장을 뽑는 게 한국캐피탈 입장서 무척 중요하다”며 “누차 지적된 인사구설이 반복되면 임기 연장 가능성이 높아진 게 독으로 작용할지도 모를 일”이라고 지적했다.

거듭된 의혹

군인공제회 측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사전 내정설은 대꾸할 가치도 없고 철저한 내부 인선 체계에 따라 인사 검증을 거치는 만큼 문제될 게 전혀 없다는 입장이다.

군인공제회 관계자는 “선임 절차를 밟는다는 것 이외에 모든 게 철저한 내부 기밀인데, 특정 인물이 거론되는 이유를 도대체 모르겠다”며 “단순 억측에 불과하다”고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