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박두> 장외 ‘대선주자 내조’ 열전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2.13 10:02:25
  • 호수 11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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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인 치맛바람이 대선 가른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대선주자 부인들의 외곽 지원이 뜨겁다. 전국으로 활동 보폭을 넓히면서 대선주자들이 지지율 확장에 고심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잠룡부인들의 각양각색 내조 방식이 주목 받고 있다.

대선주자들이 하나둘씩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조기 대선 정국이 무르익고 있다. 동시에 대선주자 부인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특히나 당내 경선을 앞두고 있는 현 시점, 대선주자 부인들은 동분서주하며 전국을 누비고 있다.

너도나도 호남
호남 올인 왜?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며 대세론을 굳히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부인 김정숙씨는 모든 열정을 호남에 쏟고 있다. 그는 매주 토요일 1박2일 일정으로 호남을 방문했고, 스스로 ‘광주 특보’라 부르며 스킨십을 높였다.

그는 배식 봉사, 복지시설 방문, 종교 지도자 만남 등을 통해 호남 민심잡기에 나섰다. 김씨가 호남에 그토록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대선서 호남은 문 전 대표에게 90%에 가까운 지지율을 보냈다. 부산 출신이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호남민들은 전폭적 지지를 보낸 셈이다.

하지만 대선서 떨어진 이후 민주당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친문 패권주의가 득세했다. 자연스레 호남은 2순위로 밀려났고 반문 정서가 확대됐다.


그 결과 지난해 4월 총선서 민주당은 호남에서 단 1석도 차지하지 못하는 굴욕을 당했다. 당시 문 전 대표는 “광주서 지지를 받지 못하면 정계은퇴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광주의 지지를 못 받은 문 전 대표는 난처하게 됐다. 이후 문 전 대표는 “정계 은퇴를 시사할 만큼 호남의 지지를 꼭 받고 싶다는 간절한 뜻”이라고 에둘러 변명했지만 자존심에 난 상처는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탄핵 정국을 지나면서 문 전 대표의 호남 지지율은 반등했다. 김씨의 내조가 호남 민심 회복에 적잖은 역할을 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문 전 대표의 한 측근은 “반문 정서가 완전히 소멸되지는 않았지만 많이 따듯해진 건 사실”이라며 “내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3일에는 거제 명진마을을 찾았다. 김씨는 “거제면 명진마을은 시부모님이 피난 와서 남편을 낳은 곳”이라며 “당시 굉장히 어려운 살림이었는데 마을 사람들이 많은 도움을 줘 연명할 수 있었다고 들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잠룡 부인들 모두 호남 헤쳐모여…왜?
전국팔도 동분서주…영부인 주인공은?

거제 방문길에는 수행원 2∼3명만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4시30분까지 명진마을에 머물던 김씨는 장승포 애광원으로 이동해 원생들을 만난 뒤 저녁에는 지역 내 핵심 활동가들과 식사를 함께한 것으로 알려진다.

김씨의 내조는 ‘현장형 내조’로 불린다. 지난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경선 과정서 대구지역 합동간담회에 참석해 “당을 총선 승리로 이끌 후보, 국민이 가장 사랑하고 원하는 후보가 누구입니까”라고 발표해 이목이 집중됐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선 대선후보 부인 신분으로는 처음으로 북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도 연일 호남에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전남 여수 출신인 김 교수는 방학을 맞아 지난달에만 호남을 4차례 방문했다. 지난 대선과 총선서 외부활동을 자제했던 김 교수의 스타일을 볼 때 정가에선 최근 행보는 의외라는 반응이다.
 

안 전 대표 측도 김 교수의 행보에 대해 “외부 활동을 하지 않던 분이었다. 설 연휴 때 지역구 일부서 약간의 활동은 있었지만, 이번 호남 방문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예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의 광주 1박 2일 일정은 바쁘게 돌아갔다.

지난 4일 배식봉사를 시작으로 지역민 여론을 듣기 위해 송정역 1913시장을 방문했다. 이후 광주문화재단 전통문화관 토요상설공연을 찾아 지역문화예술단체 관계자와 간담회를 갖고, 광주 주요무형문화재 작품 전시관과 공연을 관람하면서 지역 문화계 고충을 살폈다.

지역 곳곳을 살피면서 민심 챙기기에 나선 김 교수는 오는 17일에 전북을 방문해 20일까지 3박4일 일정으로 민심 행보에 나설 예정이다. 김 교수가 여수 출신이라는 점에서 벌써부터 ‘여수댁’이라는 애칭이 생기는 등 지역 민심의 반응도 좋다. 안 전 대표의 ‘호남 사위’ 이미지가 강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내가 지키고
대신 싸운다

‘사이다’ 발언으로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 이재명 성남시장의 부인 김혜경씨도 호남행에 동참했다. 설 연휴 이후 첫 방문지로 광주를 택한 김씨는 세월호 광주시민상주모임 피케팅을 시작으로 광주공원 무료 배식봉사, 국립 5·18묘지 참배, 광주 트라우마센터 방문, 양동시장 방문 일정을 소화했다.

그는 호남과 광주에 대해 “올 때마다 맘씨 좋은 시댁을 찾은 듯 편안한 느낌”이라며 “남편의 정치 성향과도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어서 자주 찾고 싶은 마음이 늘 간절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2006년 5·31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2008년 총선, 2010년 지방선거, 2014년 지방선거, 이번 대선까지 5번째 이 시장을 내조하고 있다.

그는 2010년 지방선거 과정서 “2006년 5·31선거 끝나고 많이 힘들었다. 6개월 정도 두문불출했을 정도다”고 말해 선거운동의 고됨을 밝혔다.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이 시장 선거운동의 노하우를 밝혔다.

그는 “처음 선거 때는 경로당에 가서 남편 사진을 일일이 보여주며 이 사람이 누구라고 한참 설명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서 편하다”며 “일 잘하는 사람으로 인정받고 있어 시민들이 남편을 많이 홍보해준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남편 이 시장과 각을 세운 안희정 충남지사를 겨냥한 듯한 발언으로 관심이 집중됐다. 김씨는 남편 이 시장에 대해 “과한 면도 있지만 원칙에 위배되거나 불의한 세력에 관해서는 단호하다”며 “남편은 중도 코스프레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용하던 아내도 갑자기 박차고 나가
현장형·그림자형
·우렁각시형 제각각


또 김씨는 “남편은 당장의 지지율을 위해 할 말을 참지 않을 것”이라며 “약속을 꼭 지키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설 이후 지지율 급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부인인 민주원씨도 내조 경쟁에 합류했다.

안 지사와 고려대학교 동문으로 고등학교 교사 출신인 민씨는 안 지사가 도지사에 당선된 뒤 언론, 정치권의 접촉을 피해왔다. 다만 지역사회서 봉사활동을 하는 ‘그림자 내조’를 이어왔다. 최근 서울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등 ‘현장형 내조’로 기조를 바꿨다.

김씨는 지난달 22일부터 본격적인 내조에 나섰다. 안 지사의 대선 출마 선언 회견에 참석한 민씨는 “남편이 왕자병이 있다”며 입담을 과시했다. 그는 “안 지사에게 자기 얘기를 허심탄회하게 하라고 조언했다”며 “어디까지 갈지 걱정이지만 선을 잘 그어달라. 오래오래 끝까지 밀고 당겨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봤으면 좋겠다”고 지지자들에게 당부했다.

대선주자 부인들 중 가장 극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는 사람은 국민의당 안 전 대표 부인인 김미경 교수다. 그간 김 교수는 그림자 내조를 했을 뿐 전면에 나서기를 꺼려했다. 최근에는 호남에 얼굴을 비치며 스킨십 강도를 높이는가 하면 여성당원 간담회에 참석해 안 대표 자랑을 늘어놓는 팔불출(?)로 변신했다.

지난 8일 기독교연합봉사회관서 열린 국민의당 여성당의과의 간담회에 참석한 김 교수는 대전을 언급하며 포문을 열었다.

그는 “대전은 안 전 대표와 인연이 깊다. 대전서 국민의당을 창당하면서 시작했고, 오래전 카이스트 교수 시절 원촌동에 살았다”며 “대전이 지리적으로 중심이고 교육적으로 앞서가고 과학 안보적으로도 앞서가는 명실상부한 중심이라고 생각한다”고 명예대전시민 안 전 대표의 생각을 전했다.


대학 선배인 안 전 대표에 대해 “의대에서 처음 만났는데 본과 3학년 때 남편과 무의촌 봉사하면서 알게 됐다. 남편이 먼저 시험 공부를 도와주겠다고 해서 같이 도서관을 다니며 친해졌다”며 “철수와 영희처럼 다녔다”고 웃음 지었다.

뒤에서 묵묵히
각양각색 내조

김 교수는 ‘정치인 안철수’에 대해서는 유독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남편이 정치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대학교서 후학을 양성할 수 있고 IT나 BT 등 전문분야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데 왜 정치를 하느냐고 말렸다”며 “그랬더니 남편이 딸과 비슷한 대학생, 대학원생의 미래를 위해서, 그리고 다음 세대를 위해 좀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어줘야 된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공직에 있는 분들은 공공성을 철두철미하게 지켜야 하기 때문에 만약 안철수가 대통령이 된다면 안철수는 죽어야 되고 대통령만 남아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정말 앞서가는 얘기지만 남편을 보좌해서 퍼스트레이디로 일하게 된다면 공공의 자리이기 때문에 공공성을 지켜야 하고 자리가 원하는 도구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민의당과 통합을 선언한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손학규 의장의 부인인 이윤영씨의 조용한 내조스타일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씨는 ‘우렁각시 내조’라는 수식어로 유명하다. 꼭 나서야 할 때가 아니면 좀체 사람들 앞에 나서지 않아 붙여진 별명이다.

최근 손 의장과 촛불집회에 꼬박꼬박 동행했던 이 여사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도 동행하며 전속 사진사를 자임했다.

바른정당서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주목받고 있는 유승민 의원의 부인인 오선혜씨도 ‘그림자 내조’형으로 평가받는다. 건강 문제로 인해 외부활동에 적극 참여하기보다는 조용히 주변 여론을 유 의원에게 전달하고 조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총선 출마, 대선 출마 등 중요한 자리에는 꼭 참석하면서 지지자들과의 스킨십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진다.

활발한 활동
최근 트렌드

한 정치 관계자는 최근 대선주자 부인들의 내조 열풍에 대해 “조기 대선을 앞두고 잠룡들이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서면서 이와 더불어 부인들도 전면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며 “과거 뒤에서 조언자 역할을 미덕으로 여겼다면 요즘에는 부인들의 활발한 정치활동이 트렌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장안의 화제’ 대선주자 딸들의 전쟁

대선주자 자녀 중 가장 큰 주목을 받는 사람은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의 딸 유담씨다. 특히 미모가 탁월해 지난 총선과정에서 여론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유 의원은 ‘국민장인’이라는 별명까지 얻게 됐다. 특히 유 의원이 총선 당시 새누리당에서 나와 무소속으로 출마하며 부침을 겪던 시기 유담씨의 등장은 젊은 층의 지지를 받는 데 큰 도움을 줬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향후 유세 활동에 유담씨가 함께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 의원은 지난 2일 한 방송에 출연에 “딸을 선거에 계속 이용하고 싶진 않다”며 “(딸이) 부담스러워한다”고 말했다. 유담씨처럼 종종 얼굴을 비치며 아버지의 정치활동을 돕는 딸이 있는 반면 아버지의 정치활동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 딸들도 있다.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딸인 다혜씨는 지난 대선에서 아버지의 대선출마를 반대한 것으로 알려진다. 출마하더라도 돕지는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한 것으로 알려진다. 문 전 대표는 딸바보로 다혜씨 말을 존중해 서운한 감정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무남독녀 설희씨도 아버지의 정치활동을 반대한 것으로 알려진다. 설희씨는 과거 ‘이중국적’ ‘호화 유학생활 논란’으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최근에는 최대한 언론 노출을 자제하며 학업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기사 속 기사> 역대 영부인 내조스타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는 ‘활동가형’ 내조를 펼쳤다. 이 전 대통령 재임 중에는 한식세계화추진단 명예회장을 맡는 등 대외 활동에 치중했다. 퇴임 후에는 문화계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는 ‘쓴소리형’ 내조로 불린다. 현안에 대해 가감없이 노 전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한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는 노 전 대통령 유지를 기리고 묘역을 관리하기 위한 재단법인 ‘아름다운 봉하’ 이사장으로 정치 2선에 물러나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는 ‘동지형’ 내조를 선보였다. DJ납치사건 및 사형선고, 6년에 걸친 옥바라지, 망명생활 등 정치적 부침을 함께 겪었다. DJ는 생전 이 여사를 일컬어 “영원한 동반자이자 동지”라고 칭했다. 현재는 고령이지만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으로 남북평화를 위한 활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부인인 손명순 여사는 ‘그림자형’ 내조로 불린다. YS의 정치 역경을 극복하도록 도왔고, 1998년 13대 총선에서는 YS지역구인 부산에서 직접 발로 뛰기도 했다. 지난 2011년 결혼 60주년 회혼식에서 YS는 “그동안 참 고마웠소”라고 말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순 여사는 전형적인 ‘그림자형’ 내조로 불렸다. 고전적인 현모양처 스타일을 고집하며 전면에 나서는 일이 드물었다. 현재는 와병 중인 노 전 대통령을 간호하며 은둔 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여사는 ‘마당발형’ 내조를 선보였다. 이 여사는 새세대육영회와 새세대심장재단을 설립해 유아교육과 심장 수술 방면에 관심을 가졌다.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방한한 뒤 심장병 어린이 2명을 미국으로 데려가 치료해주기도 하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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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 처리됐다. 지급보증을 섰던 롯데건설은 우빈산업이 보유하고 있던 지분을 넘겨 받으면서 49%를 확보했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이 보유한 19.5%는 롯데건설로부터 양도받은 것이다. SPC 빛고을 내에서 롯데건설의 발언권이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이 가운데 1명은 앤유 대표인 정모씨의 아내로 추정된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