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박두> 장외 ‘대선주자 내조’ 열전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2.13 10:02:25
  • 호수 11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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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인 치맛바람이 대선 가른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대선주자 부인들의 외곽 지원이 뜨겁다. 전국으로 활동 보폭을 넓히면서 대선주자들이 지지율 확장에 고심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잠룡부인들의 각양각색 내조 방식이 주목 받고 있다.

대선주자들이 하나둘씩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조기 대선 정국이 무르익고 있다. 동시에 대선주자 부인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특히나 당내 경선을 앞두고 있는 현 시점, 대선주자 부인들은 동분서주하며 전국을 누비고 있다.

너도나도 호남
호남 올인 왜?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며 대세론을 굳히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부인 김정숙씨는 모든 열정을 호남에 쏟고 있다. 그는 매주 토요일 1박2일 일정으로 호남을 방문했고, 스스로 ‘광주 특보’라 부르며 스킨십을 높였다.

그는 배식 봉사, 복지시설 방문, 종교 지도자 만남 등을 통해 호남 민심잡기에 나섰다. 김씨가 호남에 그토록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대선서 호남은 문 전 대표에게 90%에 가까운 지지율을 보냈다. 부산 출신이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호남민들은 전폭적 지지를 보낸 셈이다.

하지만 대선서 떨어진 이후 민주당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친문 패권주의가 득세했다. 자연스레 호남은 2순위로 밀려났고 반문 정서가 확대됐다.


그 결과 지난해 4월 총선서 민주당은 호남에서 단 1석도 차지하지 못하는 굴욕을 당했다. 당시 문 전 대표는 “광주서 지지를 받지 못하면 정계은퇴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광주의 지지를 못 받은 문 전 대표는 난처하게 됐다. 이후 문 전 대표는 “정계 은퇴를 시사할 만큼 호남의 지지를 꼭 받고 싶다는 간절한 뜻”이라고 에둘러 변명했지만 자존심에 난 상처는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탄핵 정국을 지나면서 문 전 대표의 호남 지지율은 반등했다. 김씨의 내조가 호남 민심 회복에 적잖은 역할을 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문 전 대표의 한 측근은 “반문 정서가 완전히 소멸되지는 않았지만 많이 따듯해진 건 사실”이라며 “내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3일에는 거제 명진마을을 찾았다. 김씨는 “거제면 명진마을은 시부모님이 피난 와서 남편을 낳은 곳”이라며 “당시 굉장히 어려운 살림이었는데 마을 사람들이 많은 도움을 줘 연명할 수 있었다고 들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잠룡 부인들 모두 호남 헤쳐모여…왜?
전국팔도 동분서주…영부인 주인공은?

거제 방문길에는 수행원 2∼3명만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4시30분까지 명진마을에 머물던 김씨는 장승포 애광원으로 이동해 원생들을 만난 뒤 저녁에는 지역 내 핵심 활동가들과 식사를 함께한 것으로 알려진다.

김씨의 내조는 ‘현장형 내조’로 불린다. 지난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경선 과정서 대구지역 합동간담회에 참석해 “당을 총선 승리로 이끌 후보, 국민이 가장 사랑하고 원하는 후보가 누구입니까”라고 발표해 이목이 집중됐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선 대선후보 부인 신분으로는 처음으로 북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도 연일 호남에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전남 여수 출신인 김 교수는 방학을 맞아 지난달에만 호남을 4차례 방문했다. 지난 대선과 총선서 외부활동을 자제했던 김 교수의 스타일을 볼 때 정가에선 최근 행보는 의외라는 반응이다.
 

안 전 대표 측도 김 교수의 행보에 대해 “외부 활동을 하지 않던 분이었다. 설 연휴 때 지역구 일부서 약간의 활동은 있었지만, 이번 호남 방문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예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의 광주 1박 2일 일정은 바쁘게 돌아갔다.

지난 4일 배식봉사를 시작으로 지역민 여론을 듣기 위해 송정역 1913시장을 방문했다. 이후 광주문화재단 전통문화관 토요상설공연을 찾아 지역문화예술단체 관계자와 간담회를 갖고, 광주 주요무형문화재 작품 전시관과 공연을 관람하면서 지역 문화계 고충을 살폈다.

지역 곳곳을 살피면서 민심 챙기기에 나선 김 교수는 오는 17일에 전북을 방문해 20일까지 3박4일 일정으로 민심 행보에 나설 예정이다. 김 교수가 여수 출신이라는 점에서 벌써부터 ‘여수댁’이라는 애칭이 생기는 등 지역 민심의 반응도 좋다. 안 전 대표의 ‘호남 사위’ 이미지가 강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내가 지키고
대신 싸운다

‘사이다’ 발언으로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 이재명 성남시장의 부인 김혜경씨도 호남행에 동참했다. 설 연휴 이후 첫 방문지로 광주를 택한 김씨는 세월호 광주시민상주모임 피케팅을 시작으로 광주공원 무료 배식봉사, 국립 5·18묘지 참배, 광주 트라우마센터 방문, 양동시장 방문 일정을 소화했다.

그는 호남과 광주에 대해 “올 때마다 맘씨 좋은 시댁을 찾은 듯 편안한 느낌”이라며 “남편의 정치 성향과도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어서 자주 찾고 싶은 마음이 늘 간절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2006년 5·31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2008년 총선, 2010년 지방선거, 2014년 지방선거, 이번 대선까지 5번째 이 시장을 내조하고 있다.

그는 2010년 지방선거 과정서 “2006년 5·31선거 끝나고 많이 힘들었다. 6개월 정도 두문불출했을 정도다”고 말해 선거운동의 고됨을 밝혔다.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이 시장 선거운동의 노하우를 밝혔다.

그는 “처음 선거 때는 경로당에 가서 남편 사진을 일일이 보여주며 이 사람이 누구라고 한참 설명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서 편하다”며 “일 잘하는 사람으로 인정받고 있어 시민들이 남편을 많이 홍보해준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남편 이 시장과 각을 세운 안희정 충남지사를 겨냥한 듯한 발언으로 관심이 집중됐다. 김씨는 남편 이 시장에 대해 “과한 면도 있지만 원칙에 위배되거나 불의한 세력에 관해서는 단호하다”며 “남편은 중도 코스프레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용하던 아내도 갑자기 박차고 나가
현장형·그림자형
·우렁각시형 제각각


또 김씨는 “남편은 당장의 지지율을 위해 할 말을 참지 않을 것”이라며 “약속을 꼭 지키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설 이후 지지율 급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부인인 민주원씨도 내조 경쟁에 합류했다.

안 지사와 고려대학교 동문으로 고등학교 교사 출신인 민씨는 안 지사가 도지사에 당선된 뒤 언론, 정치권의 접촉을 피해왔다. 다만 지역사회서 봉사활동을 하는 ‘그림자 내조’를 이어왔다. 최근 서울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등 ‘현장형 내조’로 기조를 바꿨다.

김씨는 지난달 22일부터 본격적인 내조에 나섰다. 안 지사의 대선 출마 선언 회견에 참석한 민씨는 “남편이 왕자병이 있다”며 입담을 과시했다. 그는 “안 지사에게 자기 얘기를 허심탄회하게 하라고 조언했다”며 “어디까지 갈지 걱정이지만 선을 잘 그어달라. 오래오래 끝까지 밀고 당겨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봤으면 좋겠다”고 지지자들에게 당부했다.

대선주자 부인들 중 가장 극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는 사람은 국민의당 안 전 대표 부인인 김미경 교수다. 그간 김 교수는 그림자 내조를 했을 뿐 전면에 나서기를 꺼려했다. 최근에는 호남에 얼굴을 비치며 스킨십 강도를 높이는가 하면 여성당원 간담회에 참석해 안 대표 자랑을 늘어놓는 팔불출(?)로 변신했다.

지난 8일 기독교연합봉사회관서 열린 국민의당 여성당의과의 간담회에 참석한 김 교수는 대전을 언급하며 포문을 열었다.

그는 “대전은 안 전 대표와 인연이 깊다. 대전서 국민의당을 창당하면서 시작했고, 오래전 카이스트 교수 시절 원촌동에 살았다”며 “대전이 지리적으로 중심이고 교육적으로 앞서가고 과학 안보적으로도 앞서가는 명실상부한 중심이라고 생각한다”고 명예대전시민 안 전 대표의 생각을 전했다.


대학 선배인 안 전 대표에 대해 “의대에서 처음 만났는데 본과 3학년 때 남편과 무의촌 봉사하면서 알게 됐다. 남편이 먼저 시험 공부를 도와주겠다고 해서 같이 도서관을 다니며 친해졌다”며 “철수와 영희처럼 다녔다”고 웃음 지었다.

뒤에서 묵묵히
각양각색 내조

김 교수는 ‘정치인 안철수’에 대해서는 유독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남편이 정치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대학교서 후학을 양성할 수 있고 IT나 BT 등 전문분야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데 왜 정치를 하느냐고 말렸다”며 “그랬더니 남편이 딸과 비슷한 대학생, 대학원생의 미래를 위해서, 그리고 다음 세대를 위해 좀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어줘야 된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공직에 있는 분들은 공공성을 철두철미하게 지켜야 하기 때문에 만약 안철수가 대통령이 된다면 안철수는 죽어야 되고 대통령만 남아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정말 앞서가는 얘기지만 남편을 보좌해서 퍼스트레이디로 일하게 된다면 공공의 자리이기 때문에 공공성을 지켜야 하고 자리가 원하는 도구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민의당과 통합을 선언한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손학규 의장의 부인인 이윤영씨의 조용한 내조스타일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씨는 ‘우렁각시 내조’라는 수식어로 유명하다. 꼭 나서야 할 때가 아니면 좀체 사람들 앞에 나서지 않아 붙여진 별명이다.

최근 손 의장과 촛불집회에 꼬박꼬박 동행했던 이 여사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도 동행하며 전속 사진사를 자임했다.

바른정당서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주목받고 있는 유승민 의원의 부인인 오선혜씨도 ‘그림자 내조’형으로 평가받는다. 건강 문제로 인해 외부활동에 적극 참여하기보다는 조용히 주변 여론을 유 의원에게 전달하고 조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총선 출마, 대선 출마 등 중요한 자리에는 꼭 참석하면서 지지자들과의 스킨십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진다.

활발한 활동
최근 트렌드

한 정치 관계자는 최근 대선주자 부인들의 내조 열풍에 대해 “조기 대선을 앞두고 잠룡들이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서면서 이와 더불어 부인들도 전면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며 “과거 뒤에서 조언자 역할을 미덕으로 여겼다면 요즘에는 부인들의 활발한 정치활동이 트렌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shs@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장안의 화제’ 대선주자 딸들의 전쟁

대선주자 자녀 중 가장 큰 주목을 받는 사람은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의 딸 유담씨다. 특히 미모가 탁월해 지난 총선과정에서 여론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유 의원은 ‘국민장인’이라는 별명까지 얻게 됐다. 특히 유 의원이 총선 당시 새누리당에서 나와 무소속으로 출마하며 부침을 겪던 시기 유담씨의 등장은 젊은 층의 지지를 받는 데 큰 도움을 줬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향후 유세 활동에 유담씨가 함께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 의원은 지난 2일 한 방송에 출연에 “딸을 선거에 계속 이용하고 싶진 않다”며 “(딸이) 부담스러워한다”고 말했다. 유담씨처럼 종종 얼굴을 비치며 아버지의 정치활동을 돕는 딸이 있는 반면 아버지의 정치활동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 딸들도 있다.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딸인 다혜씨는 지난 대선에서 아버지의 대선출마를 반대한 것으로 알려진다. 출마하더라도 돕지는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한 것으로 알려진다. 문 전 대표는 딸바보로 다혜씨 말을 존중해 서운한 감정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무남독녀 설희씨도 아버지의 정치활동을 반대한 것으로 알려진다. 설희씨는 과거 ‘이중국적’ ‘호화 유학생활 논란’으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최근에는 최대한 언론 노출을 자제하며 학업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기사 속 기사> 역대 영부인 내조스타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는 ‘활동가형’ 내조를 펼쳤다. 이 전 대통령 재임 중에는 한식세계화추진단 명예회장을 맡는 등 대외 활동에 치중했다. 퇴임 후에는 문화계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는 ‘쓴소리형’ 내조로 불린다. 현안에 대해 가감없이 노 전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한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는 노 전 대통령 유지를 기리고 묘역을 관리하기 위한 재단법인 ‘아름다운 봉하’ 이사장으로 정치 2선에 물러나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는 ‘동지형’ 내조를 선보였다. DJ납치사건 및 사형선고, 6년에 걸친 옥바라지, 망명생활 등 정치적 부침을 함께 겪었다. DJ는 생전 이 여사를 일컬어 “영원한 동반자이자 동지”라고 칭했다. 현재는 고령이지만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으로 남북평화를 위한 활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부인인 손명순 여사는 ‘그림자형’ 내조로 불린다. YS의 정치 역경을 극복하도록 도왔고, 1998년 13대 총선에서는 YS지역구인 부산에서 직접 발로 뛰기도 했다. 지난 2011년 결혼 60주년 회혼식에서 YS는 “그동안 참 고마웠소”라고 말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순 여사는 전형적인 ‘그림자형’ 내조로 불렸다. 고전적인 현모양처 스타일을 고집하며 전면에 나서는 일이 드물었다. 현재는 와병 중인 노 전 대통령을 간호하며 은둔 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여사는 ‘마당발형’ 내조를 선보였다. 이 여사는 새세대육영회와 새세대심장재단을 설립해 유아교육과 심장 수술 방면에 관심을 가졌다.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방한한 뒤 심장병 어린이 2명을 미국으로 데려가 치료해주기도 하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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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표 계승?’ 이재명정부 태양광 로드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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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전 세계적으로 기후 위기가 가시화되면서 에너지 정책은 범국가 차원에서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환경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으로 이재명정부의 에너지 정책 방향이 윤곽을 드러내는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어른거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대통령실은 “국회 기후위기특위에서 활동하는 등 미래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고민해온 3선 국회의원”이라고 소개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성환 의원을 환경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김 후보자는 22대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위원장 한정애, 민주당) 위원으로 활동하며 탈원전·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노력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대선공약 대통령실은 그가 “‘기후 위기는 모두의 생존 위기’라는 대통령의 문제의식을 잘 이해하고 그동안의 입법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문제에 적극 대응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실제 김 후보자는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안’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등을 발의한 바 있다. 이번 김 후보자의 지명으로 이재명정부의 환경 정책이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김 후보자는 지난 24일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기자들을 만나 “재생에너지 기반으로 모든 에너지 체계를 바꾸고 화석연료에 의존하지 않는 재생에너지 중심의 체계를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활용하겠다는 뜻도 비쳤다. 그는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기료가 오른다’는 우려에 대해 “전 세계적으로 균등화발전비용(같은 양의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가장 싼 전원은 이미 풍력과 태양광”이라며 “다만 아직 한국에선 여러 기회 비용, 시간 비용, 금융 비용이 쌓여 상대적으로 비쌀 뿐이다. 실제 요금이 오를 일은 없다. 오히려 그런 식의 접근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전환을 가로막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원전에 대해서는 “각 나라 특성에 따라 원전을 쓰는 나라가 있는데 한국도 탈원전을 바로 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주 에너지원으로 재생에너지를 쓰고 원전을 보조 에너지원으로 쓰는 것이 (이재명정부의) 탈탄소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으로 신설 예정인 기후에너지부 장관으로도 거론되고 있다. 기후에너지부는 분리돼있는 기후와 에너지 관련 부처 업무를 통합한 조직이다. 그는 “기후에너지 문제를 어떻게 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 빠른 시일 내로 큰 방향을 잡겠다”며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조직개편안을 검토하고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신재생에너지로 전환 필요” “원전은 보조 에너지원으로” 환경부 장관 후보자가 에너지 ‘전환’을 예고하면서 일각에서는 문재인정부의 태양광 사업이 떠오른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대선공약으로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내세운 바 있다. 이를 세부적으로 진행하는 과정에서 태양광 사업이 크게 대두돼 국가 예산이 투입됐다. 문정부는 출범하면서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율을 20%까지 높이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리기 위해 설비를 확충하기로 했다. 태양광, 풍력발전소 등이다. 당시 내용대로면 총 110조원에 이르는 돈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정부는 국가 예산과 공기업, 민간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정부 임기 내내 전국 단위로 태양광 사업을 위한 지원금이 뿌려졌다. 당시 문정부는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함께 탈원전 로드맵을 동시에 진행했다. 일부 원전이 영구적으로 정지됐고 짓고 있던 원전 공사가 중단됐다. 단계적 원전 감축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나온 잡음이다. 특히 태양광 사업을 둘러싼 각종 비리 의혹은 정권이 교체된 이후에도 문정부를 오랫동안 괴롭혔다. 국가 주력 사업이었던 만큼 정권이 바뀐 이후 새 정부의 표적이 된 상황에서 실제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천문학적 예산 투입 윤석열정부는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을 진행했다. 윤정부 국무조정실은 일부 표본만 조사했는데도 불구하고 2000억원이 넘는 돈이 불법으로 사용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전국 12개 지자체와 한국전력, 한국에너지공단을 대상으로 ‘전력산업 기반기금 사업’ 운영 실태에 대한 합동 점검을 벌인 결과 총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기금은 산업자원통상부(이하 산업부)가 전기 요금의 3.7%를 징수해 조성한 돈으로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지원과 보급에 주로 사용됐다. 5년간 투입된 금액은 12조원에 이른다. 1차 조사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지원 사업에서 부적절한 대출과 보조금 부당 집행, 회계 부실 등이 적발됐다. 태양광 사업의 경우 점검 대상의 17%인 1129건에서 1847억원의 위법 대출 등이 확인됐다. 2차 점검에서는 적발 금액이 2배로 늘었다. 국무조정실은 2019~2021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에 쓰인 금융지원사업(1조1325억원) 내역과 2017~2021년 보조금 지원 규모가 컸던 25개 지자체의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사업 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금융지원 사업에서 4898억원, 발전소 주변 지역 지원 보조금 사업에서 574억원, 전력 분야 연구개발 지원사업에서 266억원, 기타 전력기금 사업에서 86억원의 부정 집행 사례가 나타났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신재생에너지 지원금 대부분은 태양광 사업에 쓰였다”며 “가장 규모가 컸던 부정 금융지원 사업 사례 중 99%는 태양광 사업”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태양광 업자들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해 불법 대출을 받았고 가짜 세금계산서로 공사비를 부풀려 지원금을 타냈다. 감사원 조사로 검찰 수사까지 대출을 받은 뒤 세금계산서를 취소, 축소하는 등 탈루가 의심되는 정황도 드러났다. 가짜로 버섯 재배 시설이나 곤충 사육 시설, 축사 등 농림축산업 시설을 만들어 놓고 신재생 시설을 짓겠다고 대출을 받은 경우도 있었다. 농지에 신재생 시설을 지을 때는 용도변경 등 인허가 절차가 필요하지 않고 생산한 전력을 팔 때 받을 수 있는 보조금 한도도 커진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한 마을회는 마을 창고를 짓겠다며 전력기금에서 돈을 받아 부지를 사들였지만 실제 창고는 짓지 않았고 부지는 마을회장이 6촌에게 되팔았다. 지방자치단체의 문제도 드러났다. 한 군은 타낸 보조금을 다 쓰지 못하고 약 24억원이 남자 이를 다른 계좌로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한 시는 보조금을 빼돌려 관용차를 사기도 했다. 감사원 조사도 이뤄졌다. 감사원은 2023년 11월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목표와 이행, 인프라 구축, 관리 등 3개 분야로 나눠 추진 과정과 집행 전반을 들여다봤다. 감사원에 따르면 산업부는 2017년 신재생 발전 목표를 상향하면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검토했지만 막상 후속 조치 이행에는 소홀했다. 감사원은 “톱다운(하향식) 방식으로 내려온 목표에 따라 무리한 계획이라도 수립해야 했다는 이유로 실현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도 면밀한 검토 없이 강행되고 짧은 기간 내 일관성 없이 변경됨으로써 정책 혼선과 신뢰성 저하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윤석열정부서 전반적 점검 8000억 넘는 예산 줄줄 샜다 대통령의 대표 공약이었던 만큼 정부 부처가 이를 맞추기 위해 과도하게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문정부가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야기될 수 있는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감췄다는 지적도 나왔다. 감사원 감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부는 문정부의 국정 과제대로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릴 경우 2030년까지 전기요금을 40% 가까이 올려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당시 청와대의 압박에 12년 동안 10.9%만 오를 것이라고 국민 부담을 축소했다. 태양광 사업의 여파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새만금 태양광 발전사업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은 지난 1월 군산시청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군산시 태양광 발전사업 수주 과정에서 뒷돈이 오간 정황이 포착됐고 이를 검찰에 수사 의뢰를 하면서 시작된 일이다. 당시 군산시장은 군산시가 1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할 때 자신의 고교 동문이 대표로 있는 업체에 특혜를 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업체가 사업자금을 조달하는 금융사가 제시한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는데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계약 체결을 지시했다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앞서 검찰은 새만금 태양광 사업을 주도한 회사 대표를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그는 태양광 발전사업 과정에서 정·관계 인사에게 로비를 해주겠다며 뒷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그의 진술로 비리 의혹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핵심 수사 대상에 올랐던 건설사 대표가 실종됐다가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도 일어났다. 관련 시장은 반응 오는 중 이 대통령이 기후, 에너지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김 후보자가 재생에너지를 언급하면서 관련 시장이 다시 들썩이는 모양새다. 실제 태양광 관련 주가가 오르는 등 주식시장에는 벌써부터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윤정부는 문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통째로 부정하다시피 했다. 반대로 문정부의 정책을 다시 끄집어낸 이정부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