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박두> 장외 ‘대선주자 내조’ 열전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2.13 10:02:25
  • 호수 11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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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인 치맛바람이 대선 가른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대선주자 부인들의 외곽 지원이 뜨겁다. 전국으로 활동 보폭을 넓히면서 대선주자들이 지지율 확장에 고심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잠룡부인들의 각양각색 내조 방식이 주목 받고 있다.

대선주자들이 하나둘씩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조기 대선 정국이 무르익고 있다. 동시에 대선주자 부인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특히나 당내 경선을 앞두고 있는 현 시점, 대선주자 부인들은 동분서주하며 전국을 누비고 있다.

너도나도 호남
호남 올인 왜?

각종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며 대세론을 굳히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 부인 김정숙씨는 모든 열정을 호남에 쏟고 있다. 그는 매주 토요일 1박2일 일정으로 호남을 방문했고, 스스로 ‘광주 특보’라 부르며 스킨십을 높였다.

그는 배식 봉사, 복지시설 방문, 종교 지도자 만남 등을 통해 호남 민심잡기에 나섰다. 김씨가 호남에 그토록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대선서 호남은 문 전 대표에게 90%에 가까운 지지율을 보냈다. 부산 출신이라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호남민들은 전폭적 지지를 보낸 셈이다.

하지만 대선서 떨어진 이후 민주당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은 친문 패권주의가 득세했다. 자연스레 호남은 2순위로 밀려났고 반문 정서가 확대됐다.

그 결과 지난해 4월 총선서 민주당은 호남에서 단 1석도 차지하지 못하는 굴욕을 당했다. 당시 문 전 대표는 “광주서 지지를 받지 못하면 정계은퇴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광주의 지지를 못 받은 문 전 대표는 난처하게 됐다. 이후 문 전 대표는 “정계 은퇴를 시사할 만큼 호남의 지지를 꼭 받고 싶다는 간절한 뜻”이라고 에둘러 변명했지만 자존심에 난 상처는 쉽게 회복되지 않았다.

탄핵 정국을 지나면서 문 전 대표의 호남 지지율은 반등했다. 김씨의 내조가 호남 민심 회복에 적잖은 역할을 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문 전 대표의 한 측근은 “반문 정서가 완전히 소멸되지는 않았지만 많이 따듯해진 건 사실”이라며 “내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3일에는 거제 명진마을을 찾았다. 김씨는 “거제면 명진마을은 시부모님이 피난 와서 남편을 낳은 곳”이라며 “당시 굉장히 어려운 살림이었는데 마을 사람들이 많은 도움을 줘 연명할 수 있었다고 들었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잠룡 부인들 모두 호남 헤쳐모여…왜?
전국팔도 동분서주…영부인 주인공은?

거제 방문길에는 수행원 2∼3명만 동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4시30분까지 명진마을에 머물던 김씨는 장승포 애광원으로 이동해 원생들을 만난 뒤 저녁에는 지역 내 핵심 활동가들과 식사를 함께한 것으로 알려진다.

김씨의 내조는 ‘현장형 내조’로 불린다. 지난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경선 과정서 대구지역 합동간담회에 참석해 “당을 총선 승리로 이끌 후보, 국민이 가장 사랑하고 원하는 후보가 누구입니까”라고 발표해 이목이 집중됐다. 지난 2012년 대선에선 대선후보 부인 신분으로는 처음으로 북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도 연일 호남에 집중하고 있는 모양새다. 전남 여수 출신인 김 교수는 방학을 맞아 지난달에만 호남을 4차례 방문했다. 지난 대선과 총선서 외부활동을 자제했던 김 교수의 스타일을 볼 때 정가에선 최근 행보는 의외라는 반응이다.
 

안 전 대표 측도 김 교수의 행보에 대해 “외부 활동을 하지 않던 분이었다. 설 연휴 때 지역구 일부서 약간의 활동은 있었지만, 이번 호남 방문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예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교수의 광주 1박 2일 일정은 바쁘게 돌아갔다.

지난 4일 배식봉사를 시작으로 지역민 여론을 듣기 위해 송정역 1913시장을 방문했다. 이후 광주문화재단 전통문화관 토요상설공연을 찾아 지역문화예술단체 관계자와 간담회를 갖고, 광주 주요무형문화재 작품 전시관과 공연을 관람하면서 지역 문화계 고충을 살폈다.

지역 곳곳을 살피면서 민심 챙기기에 나선 김 교수는 오는 17일에 전북을 방문해 20일까지 3박4일 일정으로 민심 행보에 나설 예정이다. 김 교수가 여수 출신이라는 점에서 벌써부터 ‘여수댁’이라는 애칭이 생기는 등 지역 민심의 반응도 좋다. 안 전 대표의 ‘호남 사위’ 이미지가 강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내가 지키고
대신 싸운다

‘사이다’ 발언으로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 이재명 성남시장의 부인 김혜경씨도 호남행에 동참했다. 설 연휴 이후 첫 방문지로 광주를 택한 김씨는 세월호 광주시민상주모임 피케팅을 시작으로 광주공원 무료 배식봉사, 국립 5·18묘지 참배, 광주 트라우마센터 방문, 양동시장 방문 일정을 소화했다.

그는 호남과 광주에 대해 “올 때마다 맘씨 좋은 시댁을 찾은 듯 편안한 느낌”이라며 “남편의 정치 성향과도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어서 자주 찾고 싶은 마음이 늘 간절하다”고 말했다.

김씨는 2006년 5·31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2008년 총선, 2010년 지방선거, 2014년 지방선거, 이번 대선까지 5번째 이 시장을 내조하고 있다.

그는 2010년 지방선거 과정서 “2006년 5·31선거 끝나고 많이 힘들었다. 6개월 정도 두문불출했을 정도다”고 말해 선거운동의 고됨을 밝혔다.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선 이 시장 선거운동의 노하우를 밝혔다.

그는 “처음 선거 때는 경로당에 가서 남편 사진을 일일이 보여주며 이 사람이 누구라고 한참 설명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서 편하다”며 “일 잘하는 사람으로 인정받고 있어 시민들이 남편을 많이 홍보해준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남편 이 시장과 각을 세운 안희정 충남지사를 겨냥한 듯한 발언으로 관심이 집중됐다. 김씨는 남편 이 시장에 대해 “과한 면도 있지만 원칙에 위배되거나 불의한 세력에 관해서는 단호하다”며 “남편은 중도 코스프레를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용하던 아내도 갑자기 박차고 나가
현장형·그림자형
·우렁각시형 제각각

또 김씨는 “남편은 당장의 지지율을 위해 할 말을 참지 않을 것”이라며 “약속을 꼭 지키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설 이후 지지율 급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부인인 민주원씨도 내조 경쟁에 합류했다.

안 지사와 고려대학교 동문으로 고등학교 교사 출신인 민씨는 안 지사가 도지사에 당선된 뒤 언론, 정치권의 접촉을 피해왔다. 다만 지역사회서 봉사활동을 하는 ‘그림자 내조’를 이어왔다. 최근 서울 광화문 촛불집회에 참여하는 등 ‘현장형 내조’로 기조를 바꿨다.

김씨는 지난달 22일부터 본격적인 내조에 나섰다. 안 지사의 대선 출마 선언 회견에 참석한 민씨는 “남편이 왕자병이 있다”며 입담을 과시했다. 그는 “안 지사에게 자기 얘기를 허심탄회하게 하라고 조언했다”며 “어디까지 갈지 걱정이지만 선을 잘 그어달라. 오래오래 끝까지 밀고 당겨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봤으면 좋겠다”고 지지자들에게 당부했다.

대선주자 부인들 중 가장 극적인 변화를 꾀하고 있는 사람은 국민의당 안 전 대표 부인인 김미경 교수다. 그간 김 교수는 그림자 내조를 했을 뿐 전면에 나서기를 꺼려했다. 최근에는 호남에 얼굴을 비치며 스킨십 강도를 높이는가 하면 여성당원 간담회에 참석해 안 대표 자랑을 늘어놓는 팔불출(?)로 변신했다.

지난 8일 기독교연합봉사회관서 열린 국민의당 여성당의과의 간담회에 참석한 김 교수는 대전을 언급하며 포문을 열었다.

그는 “대전은 안 전 대표와 인연이 깊다. 대전서 국민의당을 창당하면서 시작했고, 오래전 카이스트 교수 시절 원촌동에 살았다”며 “대전이 지리적으로 중심이고 교육적으로 앞서가고 과학 안보적으로도 앞서가는 명실상부한 중심이라고 생각한다”고 명예대전시민 안 전 대표의 생각을 전했다.

대학 선배인 안 전 대표에 대해 “의대에서 처음 만났는데 본과 3학년 때 남편과 무의촌 봉사하면서 알게 됐다. 남편이 먼저 시험 공부를 도와주겠다고 해서 같이 도서관을 다니며 친해졌다”며 “철수와 영희처럼 다녔다”고 웃음 지었다.

뒤에서 묵묵히
각양각색 내조

김 교수는 ‘정치인 안철수’에 대해서는 유독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남편이 정치하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대학교서 후학을 양성할 수 있고 IT나 BT 등 전문분야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데 왜 정치를 하느냐고 말렸다”며 “그랬더니 남편이 딸과 비슷한 대학생, 대학원생의 미래를 위해서, 그리고 다음 세대를 위해 좀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어줘야 된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공직에 있는 분들은 공공성을 철두철미하게 지켜야 하기 때문에 만약 안철수가 대통령이 된다면 안철수는 죽어야 되고 대통령만 남아야 된다고 생각한다”며 “정말 앞서가는 얘기지만 남편을 보좌해서 퍼스트레이디로 일하게 된다면 공공의 자리이기 때문에 공공성을 지켜야 하고 자리가 원하는 도구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국민의당과 통합을 선언한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손학규 의장의 부인인 이윤영씨의 조용한 내조스타일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씨는 ‘우렁각시 내조’라는 수식어로 유명하다. 꼭 나서야 할 때가 아니면 좀체 사람들 앞에 나서지 않아 붙여진 별명이다.

최근 손 의장과 촛불집회에 꼬박꼬박 동행했던 이 여사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에도 동행하며 전속 사진사를 자임했다.

바른정당서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주목받고 있는 유승민 의원의 부인인 오선혜씨도 ‘그림자 내조’형으로 평가받는다. 건강 문제로 인해 외부활동에 적극 참여하기보다는 조용히 주변 여론을 유 의원에게 전달하고 조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총선 출마, 대선 출마 등 중요한 자리에는 꼭 참석하면서 지지자들과의 스킨십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진다.

활발한 활동
최근 트렌드

한 정치 관계자는 최근 대선주자 부인들의 내조 열풍에 대해 “조기 대선을 앞두고 잠룡들이 본격적인 대선 행보에 나서면서 이와 더불어 부인들도 전면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라며 “과거 뒤에서 조언자 역할을 미덕으로 여겼다면 요즘에는 부인들의 활발한 정치활동이 트렌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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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속 기사> ‘장안의 화제’ 대선주자 딸들의 전쟁

대선주자 자녀 중 가장 큰 주목을 받는 사람은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의 딸 유담씨다. 특히 미모가 탁월해 지난 총선과정에서 여론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유 의원은 ‘국민장인’이라는 별명까지 얻게 됐다. 특히 유 의원이 총선 당시 새누리당에서 나와 무소속으로 출마하며 부침을 겪던 시기 유담씨의 등장은 젊은 층의 지지를 받는 데 큰 도움을 줬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향후 유세 활동에 유담씨가 함께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 의원은 지난 2일 한 방송에 출연에 “딸을 선거에 계속 이용하고 싶진 않다”며 “(딸이) 부담스러워한다”고 말했다. 유담씨처럼 종종 얼굴을 비치며 아버지의 정치활동을 돕는 딸이 있는 반면 아버지의 정치활동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 딸들도 있다.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딸인 다혜씨는 지난 대선에서 아버지의 대선출마를 반대한 것으로 알려진다. 출마하더라도 돕지는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한 것으로 알려진다. 문 전 대표는 딸바보로 다혜씨 말을 존중해 서운한 감정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의 무남독녀 설희씨도 아버지의 정치활동을 반대한 것으로 알려진다. 설희씨는 과거 ‘이중국적’ ‘호화 유학생활 논란’으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최근에는 최대한 언론 노출을 자제하며 학업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기사 속 기사> 역대 영부인 내조스타일

이명박 전 대통령의 부인 김윤옥 여사는 ‘활동가형’ 내조를 펼쳤다. 이 전 대통령 재임 중에는 한식세계화추진단 명예회장을 맡는 등 대외 활동에 치중했다. 퇴임 후에는 문화계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는 ‘쓴소리형’ 내조로 불린다. 현안에 대해 가감없이 노 전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한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는 노 전 대통령 유지를 기리고 묘역을 관리하기 위한 재단법인 ‘아름다운 봉하’ 이사장으로 정치 2선에 물러나있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는 ‘동지형’ 내조를 선보였다. DJ납치사건 및 사형선고, 6년에 걸친 옥바라지, 망명생활 등 정치적 부침을 함께 겪었다. DJ는 생전 이 여사를 일컬어 “영원한 동반자이자 동지”라고 칭했다. 현재는 고령이지만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으로 남북평화를 위한 활동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부인인 손명순 여사는 ‘그림자형’ 내조로 불린다. YS의 정치 역경을 극복하도록 도왔고, 1998년 13대 총선에서는 YS지역구인 부산에서 직접 발로 뛰기도 했다. 지난 2011년 결혼 60주년 회혼식에서 YS는 “그동안 참 고마웠소”라고 말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순 여사는 전형적인 ‘그림자형’ 내조로 불렸다. 고전적인 현모양처 스타일을 고집하며 전면에 나서는 일이 드물었다. 현재는 와병 중인 노 전 대통령을 간호하며 은둔 생활을 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여사는 ‘마당발형’ 내조를 선보였다. 이 여사는 새세대육영회와 새세대심장재단을 설립해 유아교육과 심장 수술 방면에 관심을 가졌다.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방한한 뒤 심장병 어린이 2명을 미국으로 데려가 치료해주기도 하는 등 적극적으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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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선하면…’ 오세훈 다음 시나리오

‘낙선하면…’ 오세훈 다음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오세훈 서울시장이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확정됐다. 하지만 국민의힘에 대한 비판 여론이 큰 가운데 오 시장 자신도 당의 상징색 붉은색을 기피하고 있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사법 리스크 대응과 대권 도전을 위해 당권에 도전할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과연 오 시장은 화려한 레드 카펫을 밟을 수 있을까?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8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확정됐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은 지난 16일부터 이틀 동안 책임당원 50% 투표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 50%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로써 오 시장은 서울시장 5선에 도전하게 됐다. 오 시장은 후보 확정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서울을 내어주면 정권의 폭주를 막을 마지막 제동 장치가 사라지고,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치명적인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당과 충돌 장과 대립 오 시장은 지난달 경선 후보 등록 마감을 2회에 걸쳐 거부했다. 당시 오 시장은 혁신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과 절윤(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대한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명확한 의견 표명 및 실천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선 “장 대표에게 사실상 2선 후퇴를 요구한 것”이란 해석이 이어졌다. 오 시장은 후보 확정 직후엔 MBN <토요와이드>에 출연해 장 대표의 미국 방문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어차피 여기 있어도 역할이 크지 않다”며 “중차대한 시기에 외국에 오래 머무는 것은 고의로 선거에 무관심한 것은 아니겠지만, 결과적으로 후보들에게 짐이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 시장의 발언 이후 주요 언론은 장 대표를 일컫는 보도를 하면서 ‘후보의 짐’이란 표현을 제목에 포함시켰다.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도 지난 22일 YTN 라디오 <김준우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장 대표가 특정 후보를 지원하면, 10표는 붙일 수 있어도 100표는 잃는다”며 “오 시장의 말대로 후보의 짐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 시장의 참모들은 서울시장 선거 준비를 위해 연이어 사의를 표명했다. 김인규 정무비서관 등은 지난달 사직했고, 지난 17일에는 박찬구 정무특보 등이 사의를 표명했다. 오 시장은 지난 19일에는 경선 경쟁자였던 같은 당 박수민 의원과 윤희숙 전 의원을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위촉했다. 오 시장은 “장 대표가 선대위에 들어갈 공간은 없다”며 “중도 확장 선대위로 중도 바다로 나아가 많은 유권자의 마음을 얻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 장 대표와 무관하게 독자적인 선대위를 구성하는 움직임은 부산·대구·경기·경북으로 확대되고 있다. 오 시장이 장 대표와 대립각을 유지하는 이유를 놓고, 일각에서는 사법 리스크를 거론하고 있다. 김건희 국정 농단 특검은 지난해 12월 명태균씨에게 여론조사를 의뢰한 후 비용을 대납하게 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오 시장에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이후 오 시장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조형우)에서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오, 장동혁에 “후보의 짐” 비판…당권 도전 암시? 독자 선대위 구성 예상…대구 포함 각지 번지는 중 오 시장은 지난 3일 진행된 재판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법정에서 나온 증언을 SNS 재료로 활용하면 선거에 굉장한 영향을 미치니 지방선거 이후로 재판을 미뤄달라”고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지난 22일 공판기일에는 오 시장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피고인 신문·결심 등 남은 절차는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지게 됐다. 아울러 오 시장에게는 일각에서 “제2의 사법 리스크가 될 조짐이 있다”고 우려하는 사안도 있다. 오 시장이 야심 차게 추진했지만, 논란이 끊이지 않는 한강버스 사업이다. 지난 14일엔 ㈜한강버스 2025년도 감사보고서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됐다. 여기에는 “유동부채가 유동자산을 초과했고, 순자산은 자본잠식 상태에 있다”며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능력에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있다”는 등 내용이 적혀 있었다. 아울러 ㈜한강버스의 부채 약 1538억원 중 925억원은 서울시 산하 SH공사로부터 빌려온 단기·장기 차입금이라는 사실도 확인됐다. 그런데도 SH공사는 차입금의 만기를 운항 개시일로부터 20년까지 연장해 줬다. 또 ▲선박 보험금 청구권 ▲사업 계좌의 예금 채권 ▲미래 수익권 등도 모두 은행에 담보로 제공했다. 그런데 SH공사는 후순위 채권자로 설정돼 우리은행·신한은행에 대출 원리금이 전액 상환되기 전까지는 대여금을 변제받지 못한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하지만 전체 11명 중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7명인 서울시의회 환경수자원위원회는 서울시·㈜한강버스가 지난달 체결한 업무협약 변경안을 부결시켰다. 여기에는 ▲㈜한강버스의 운항 결손액 ▲선착장 셔틀버스 비용 지원 근거 조항 ▲서울시 요청에 따른 사용 비용 별도 지원 규정이 담겨있었다. 발목 잡을 한강버스 위원회는 전체회의에서 “변경안에 문제가 있으니 부결시켜야 한다”는 뜻을 모아 별도 표결도 하지 않은 채 위원장의 선언만으로 부결시켰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해 10월 “한강버스 사업을 추진하면서 SH공사에 재정적 부담을 끼쳤다”며 “오 시장을 배임 혐의로 고발할 것”이라고 했었다. 당내에서도 논란이 일었다. 윤 전 의원은 지난 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 1차 토론회에서 오 시장의 한강버스 사업을 강하게 비판했다. 당시 그는 “오 시장이 다른 나라에 가서 겉보기만 보고 온 후 한강에 시민의 세금을 뿌려대고 계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감사원도 지난달 국회의 요구에 따른 한강버스 관련 감사 이후 서울시에 “경제성 분석 과정에서 선착장 건설비만 비용으로 반영하고, 선박 구입비는 제외하는 등 위법·부당 사항이 있으니 개선하라”고 요구했다. 오 시장은 이번 서울시장 선거에서 낙선할 경우, 한강버스 사업에 따른 사법 리스크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5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민주당이 서울시의회 과반을 차지하면 행정사무 감사 등을 거친 사법 리스크가 현실이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는 지난 2일 국민의힘의 상징색인 붉은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고 서울 도봉구 쌍문역 인근 쌍리단길을 방문해 눈길을 끌었다. 박 의원·윤 전 의원과 지난 19일 오찬 회동을 할 때는 짙은 녹색 재킷을 입었다. 지난 20일에도 시민 비만율 저감 대책을 발표하면서 서울시 상징 동물인 해치가 그려진 흰색 후드 재킷을 입었다. 넥타이도 붉은색이 사라졌다. 지난 18일 서울시장 후보 선출 직후엔 연두색 넥타이를 맸다. 오 시장으로선 5선에 실패하거나 민주당이 서울시의회 과반을 차지하면 사법 리스크가 현실이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일각에선 “오 시장 자신을 사법 리스크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당권에 도전하지 않겠느냐”고 예상한다. 마이웨이 독자 노선 오 시장은 지난 1996년 15대 총선에 당선돼 4년 동안 국회의원으로 활동한 이후에는 국회 경험이 없다. 오 시장의 ‘서울시장 4선’ 경력은 오 시장의 이미지를 ‘서울시장’으로 굳혔다. 스스로도 부족한 국회 경험이 약점이 될 수도 있다는 걸 잘 아는지 기회가 되면 당권 도전에 나섰다. 본인이 나서지 않더라도 정가·언론에서 먼저 오 시장을 잠재적인 당권·대권주자로 분류하는 사례가 많았다. 오 시장은 지난 2016년부터 잠재적인 당권·대권주자로 분류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새누리당이었고, 친박(친 박근혜)계와 비박(비 박근혜)계의 계파 갈등이 극심했다. 오 시장에 대해선 “뚜렷하게 차기 대권주자가 없는 친박계가 오 시장을 지원할 것”이라는 관측과 “오 시장이 혁신을 내세우면서 독자 세력을 구축할 것”이라는 관측이 공존했다. 그는 당내 역학구조 변화에 적극적으로 끼어들기보다 흐름을 관망하면서 나서야 할 명분과 시기를 신중하게 판단해 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핵심으로 지목된 이후엔 차기 대선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후 바른정당으로 옮겼지만, 출마하지 않았다. 오 시장이 유일하게 직접 당권 도전에 나섰던 시기는 지난 2019년 2월 자유한국당 대표 선거였다. 당시 그는 “박 전 대통령을 극복하자”면서 당내 중도·개혁 보수 선두 주자임을 알리려고 노력했다. 당시 승자는 자유한국당 황교안 전 대표였으며 오 시장은 2위에 머물렀다. 다만, 국민 여론조사에선 황 전 대표를 앞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는 평을 들었다. 이는 여전히 오 시장이 당권 도전에 무관심하진 않을 것이라고 보는 근거로 작동한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 정치권 일각에서는 “오 시장이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지 않고 당권에 도전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오 시장은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확정됐다. 그러자 그의 당권 도전 가능성을 두고 변형된 예측이 나왔다. 우여곡절 5선 도전 결과는? 한강버스에 명태균 리스크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지난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 시장이 후보 선출 직후 기자회견에서 녹색 넥타이를 맨 것에 대해 “국민의힘을 장동혁 대표의 빨간색이 아닌 자신의 초록색으로 만들겠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 정원오 서울시장 후보가 아닌 장 대표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이기면 서울시장이 되는 것이고, 지면 당권에 도전하겠다는 건데, 이미 서울시장 선거는 포기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고 의원의 주장은 “오 시장이 서울시장 선거를 가장한 차기 당권 다툼에 돌입했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이변이 없는 한, 제22대 대선은 오는 2030년 3월에, 제10회 지방선거는 오는 2030년 6월에 치러진다. 일각에선 이 시간대를 두고 “오 시장이 당권 도전에 나서야 할 이유를 제공한다”고 보고 있다. 예정대로라면, 오 시장이 서울시장에 당선돼 5선 임기까지 소화할 경우, 임기 만료 직전 자연스럽게 대선에 출마할 수 있는 명분과 시기를 제공한다. 만약 오 시장이 차기 대선에 도전한다면, 부족한 국회 및 정당 운영 경험도 채워야 한다. 이 때문에 고 의원은 “낙선하면 당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예측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무리 당선 가능성이 없는 선거에 출마한다고 하더라도, 낙선을 미리 결론 내린 후 앞으로의 행보를 결정하는 정치인은 없다. 오 시장도 5선을 염두에 두고 장 대표와 대립하면서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출마했고, 당심도 그를 후보로 밀어줬다. 따라서 “오 시장이 서울시장 5선과 당권 및 대권 도전을 동시에 시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예측도 있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하시모토 도루 전 오사카 부지사가 오사카유신회·일본유신회를 창당한 사례가 있다. 현재도 요시무라 히로후미 오사카 부지사는 일본유신회 대표를 겸임하고 있다. 다만 이는 일반적인 자유민주주의 국가 체제에선 흔히 보기 어려운 형식이다. 이는 자치권이 상대적으로 강한 일본 정치 풍토와 지역 기반 인물 중심 정치가 뿌리 깊은 오사카의 정치적 특성이 결합한 결과물이다. 떨어져도 레드 카펫 하지만 오 시장이 눈여겨볼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어려운 모델이다. 오 시장이 대권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당권 장악을 통해 부족한 국회 경험을 채우면서 레드 카펫을 깔려고 할 가능성이 있다. 사법 리스크가 현실이 되면 당이라는 배경은 필연적으로 필요하다. 과연 오 시장은 화려하게 레드 카펫을 밟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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