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낙마’ 수상한 MB 동향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2.13 09:51:33
  • 호수 11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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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대통령 만들기' 시작됐다?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MB(이명박 전 대통령)가 현 정부에 불만이 많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탄핵정국에서는 새누리당을 박차고 나왔다. 최근에는 MB계가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 지지에 나서면서 ‘유승민 대통령 만들기’ 작전에 돌입한 모양새다. 본격적으로 가동된 MB의 막후정치는 성공할까.

지난달 26일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국회 헌정기념관서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유 의원은 ‘정의로운 세상을 향한 용감한 개혁’이라는 제목의 출마선언문서 “오늘 국민의 분노와 좌절, 그리고 국가란 무엇인가에 대한 시민의 목소리를 가슴에 담고 제19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다”고 밝혔다.

킹메이커?

유 의원이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 닷새 뒤인 지난달 31일, 그는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이명박 전 대통령 사무실을 찾았다. 이 전 대통령은 유 의원에게 “선거 참모진을 보니 젊고 능력 있는 인재들을 모은 거 같아 믿음이 간다”고 말했다.

비공개 간담회에 앞서 이 전 대통령은 김영우 의원, 진수희 캠프총괄, 민현주 캠프 대변인 등을 가리키며 “(유 의원의)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 아는 사람이 왜 이렇게 많나. 전부 아는 사람들이네”라며 ‘친이(친 이명박)계’ 의원들의 캠프 참여를 반긴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해 말 이 전 대통령은 새누리당 탈당을 전격 선언했다. 정치권은 탄핵으로 국민의 지탄을 받는 새누리당과 선 긋기에 나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야권 일각에선 이 전 대통령에 대해 “차기 정권이 내 손안에 있는 것 같나”며 견제했다.


이 전 대통령은 본인의 행보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하며 “전직 대통령이 이만큼 했으면 오래 했다. 그러니 정치색을 없앤단 뜻이 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은 정치색을 없애기보다는 MB계를 중심으로 한 세결집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지난달 19일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을 만난 자리서 “지난 10년간 세계평화와 가난한 나라 사람들을 위해 봉사해오셨다. 그 경험을 살려서 대한민국서 열심히 일해 달라”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이 전 대통령의 녹색성장 정책을 치켜세우며 화답했다.

정치권은 두 사람의 만남을 두고 이 전 대통령이 반 전 총장을 지원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반 전 총장 캠프의 한 축이 MB계 사람들로 채워졌다는 점도 이러한 추측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반 전 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이 전 대통령의 행보에도 제동이 걸렸다.

지난해 9월 이 전 대통령은 <월간조선> 인터뷰서 “차기 정권을 반드시 내 손으로 창출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 당시 해당 발언의 배경에는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서운함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박 대통령이 임기 중 역할을 맡기지 않은 부분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 이 전 대통령의 한 측근에 따르면, 그가 관찰하는 인물은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세 명이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김 의원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되기엔 약하다’는 평가를 내렸고, 오 전 시장에 대해서는 ‘뭔가 약점이 있다’고 본 것으로 알려진다.

유승민 의원에 대한 이 전 대표의 평가가 나온 것은 없지만 최근 행보를 보면 앞으로 보다 진일보된 밀월관계가 예상된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이다.

친이계 유 캠프 집결 ‘신 밀월’
보수정권 재창출…유일한 대안?


우선 유 의원은 보수 정통성 확립과 외연확장이라는 과제가 남았다. 보수진영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다크호스로 떠오르면서 유 의원의 공간은 좁아진 모양새다. 아울러 황 권한대행이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 새누리당 소속으로 나올 것이 예상되기 때문에 유 의원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창당 초기 새누리당을 앞지르는 지지율을 바탕으로 보수 제1당을 기치로 내세운 바른정당은 현재 새누리당 지지율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대선주자인 유 의원의 지지율은 한 자릿수에 머물러 있다. 즉, 유 의원 입장에서는 현 양상을 극복할 반전카드가 필요한 셈이다.

과거 이 전 대통령과 유 의원은 2007년 대선서 각을 세운 바 있다. 당시 유 의원은 박근혜캠프 정책메시지단장을 역임하면서 이 전 대통령 저격수 역할을 맡았다. 2007년 2월, 이 전 대통령의 대운하 정책에 대해 “낙동강 바닥을 파고 시멘트를 발라 운하를 만드는 방식으로 21세기 한국경제를 살린다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거짓말”이며 원색적으로 비판했다.

껄끄러운 과거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의 밀월행보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 의원 입장에선 본인이 내세우고 있는 프레임인 ‘보수후보 단일화’론을 이루기 위해서는 이 전 대통령의 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진수희 전 의원을 자신의 대선캠프 총괄로 둔 점은 주목할만하다. 진 전 의원은 이명박정부서 보건복지부장관을 지냈고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이명박 후보를 도운 이력이 있다.

유 의원은 진 전 의원에 대해 “우리 캠프의 제일 큰누나로 전반적으로 부드럽게 조정해주실 분”이라고 평했다. 캠프 대변인 역할을 맡은 민현주 전 의원과 박정하 전 청와대 대변인은 이명박정부서 각각 춘추관장, 대변인을 맡은 바 있다. 유 의원은 이명박정부서 요직을 맡은 이들을 적극 중용하면서 외연확장에 방점을 찍었다.

이 전 대통령도 유 의원을 통해 막후정치 시동을 건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정부 내내 숨죽여 왔던 그가 보수정권 재창출을 통해 힘을 과시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현재 이 전 대통령은 새누리당 탈당으로 인해 새누리당 대선후보를 지지할 명분이 사라졌다. 이 전 대통령 입장에서는 유 의원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중론이다.

옹립 프로젝트

두 사람의 밀월행보에 대해 당내에서는 날 선 공세를 퍼부었다. 바른정당 대선후보인 남경필 경기도지사의 캠프 총괄본부장을 맡은 정두언 전 의원은 지난달 31일, 유 의원의 이 전 대통령 방문을 두고 “일종의 구태”라면서 “새로운 정치를 한다면서 옛날 사람을 만나냐”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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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속 기사> MB사무실 찾는 정치인들

지난해 8월 MB 최 측근은 “지금 대치동 슈페리어타워에는 모든 정보가 집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슈페리어타워는 MB사무실이 입주해 있는 빌딩으로 지난 2013년 5월부터 MB가 입주해 집필을 하거나 접견실로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당시 새누리당 이정현 전 대표는 당대표에 오른 지 사흘 만에 MB를 예방했다. 해당 방문은 이 전 대표가 보수층 결집을 위한 행보로 풀이됐다.


지난달 19일에는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귀국길에 오른 지 일주일 만에 MB를 예방했다. 이에 MB는 반 전 총장에게 덕담을 하고, 반 전 총장은 MB의 과거 정책을 칭찬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밖에 테니스 마니아로 알려진 MB는 정몽준 전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유명인사들과 테니스를 치는 장면이 자주 목격되는 것으로 알려진다. 한 목격자는 “이 전 대통령의 표정이 최근 들어 밝아졌다”며 “함께 테니스를 친 분들과 식사하는 모습을 본 적도 있다”고 말했다. <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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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단독] ‘2조 물먹은’ 한양 수상한 계열사와 의문의 돈거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광주 노른자위 땅을 개발하는 사업이 건설사 간의 갈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총사업비 2조여원의 초대형 프로젝트가 양측이 제기한 고소·고발로 표류하는 모양새다. 갈등의 본질은 사업을 좌지우지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의 최대주주 지위가 누구에게 있는지다. 최근 지분확보를 위한 소송 과정서 의문의 돈거래가 포착됐다. 2020년 7월1일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따라 도시계획시설서 도시공원으로 지정해놓은 개인 소유의 땅에 20년간 공원 조성을 하지 않을 경우 땅 주민의 재산권 보호를 위해 도시공원서 해제하는 제도인 ‘도시공원 일몰제’가 시행됐다. 도시공원 일몰제의 도입으로 민간공원 특례사업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관 합작 윈윈 사업 민간공원 특례사업은 민간에 사업시행권을 주고 공원을 조성해 지자체에 기부채납하도록 하는 제도다. 민간 사업시행자는 공원부지 30% 범위서 아파트 건설 등 비공원사업을 진행해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정부나 지자체는 민간 자본으로 공원을 조성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민간 사업시행자는 주택 공급 사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득 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전국 각지서 진행하고 있는 민간공원 특례사업 중 ‘중앙공원 1지구 민간공원 특례사업’의 규모가 가장 크다. 광주시 서구 금호동과 화정동, 풍암동 일대 243만5027㎡에 공원시설과 비공원시설을 건축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비공원시설 부지에는 지하 3층~지상 28층, 39개동 총 2772세대 규모의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다. 총사업비가 2조2000억원에 달한다. 2020년 1월 사업시행사인 특수목적법인(SPC) 빛고을중앙공원개발(이하 빛고을)이 설립되면서 추진되기 시작한 사업은 최근 시행사 지위와 시공권 등을 두고 고소·고발이 난무하고 있다. SPC 설립 시점부터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양과 이후 시공자로 들어온 롯데건설, 지분 다툼을 벌이고 있는 우빈산업, 케이앤지스틸 등이 갈등의 주체다. SPC 빛고을 설립 초기 한양이 30%로 최대주주, 우빈산업(25%), 케이앤지스틸(24%), 파크엠(21%) 등이 주주로 참여했다. 한양이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의 SPC 빛고을 참여를 위한 초기자본 49억원을 댔다. 한양이 우빈산업에 49억원을 빌려주고 우빈산업이 다시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대여해 지분을 분배했다. 이때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콜옵션’ 계약을 맺은 것으로 보인다. 콜옵션은 특정한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만기일 이전에 미리 정한 행사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다시 말해 우빈산업은 언제든지 원할 때 케이앤지스틸의 지분을 회수할 수 있는 조건을 걸어둔 것이다. ‘초대형’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이면 한양-케이앤지스틸 모종의 관계 의혹 SPC 빛고을 주주구성에 변화가 생긴 시점은 컨소시엄 구성 당시 한양이 맡기로 한 시공권이 롯데건설로 넘어가면서부터다.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의 지분 24%를 위임받아 주주권을 행사해 롯데건설과 중앙공원 1지구 아파트 신축 도급 약정을 체결했다. 이 과정서 30% 지분의 한양은 배제됐다. 롯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할 당시 우빈산업에 지분을 위임했던 케이앤지스틸의 태도가 변한 시기는 2022년 5월경으로 추정된다. SPC 빛고을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25억3000만원(대여금 24억원+이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고 나섰다.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빌린 돈을 갚았으니 24% 지분만큼 주주권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자 우빈산업은 케이앤지스틸에 24억원을 빌려주면서 맺었던 콜옵션을 행사하고 49%의 지분을 확보해 SPC 빛고을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우빈산업 내부 사정이 변하면서 한 차례 더 지분구조에 변화가 생겼다. 우빈산업은 대출금 100억원에 대해 채무불이행을 선언하고 부도를 내면서 지급보증 섰던 롯데건설에 보유지분 25%를 넘겼다. 지분양도는 롯데건설이 근질권(담보물에 대한 권리)을 행사해 채무를 대신 갚아주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우빈산업이 빠진 자리에 롯데건설이 들어오면서 현재 기준 빛고을 SPC 지분구조는 한양 30%, 롯데건설 29.5%, ㈜파크엠 21%, 허브자산운용사 19.5%로 재편된 상태다. 허브자산운용사는 롯데건설로부터 지분을 일부 양도받은 것으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는 사실상 롯데건설인 셈이다. 나뉜 지분 콜옵션으로? 사업시행권과 시공권을 두고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이 궤를 같이 하면서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쟁점은 우빈산업과 케이앤지스틸이 가진 지분이 최종적으로 누구의 소유냐는 것이다. 두 회사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움직이느냐에 따라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바뀔 수 있다. 케이앤지스틸은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을 갚았으니 24%에 대한 주주권이 자사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양은 SPC 빛고을 설립 과정서 우빈산업에 49억원의 출자금을 대여하면서 맺은 특별약정을 내세웠다. 해당 약정에 한양이 중앙공원 1지구 사업의 비공원시설 시공권을 전부 갖는데 우빈산업이 의결권을 행사한다는 항목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우빈산업이 주도해 롯데건설로 시공사를 바꾼 것은 특별약정에 어긋난다는 설명이다. 광주지방법원은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이 각각 우빈산업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서 모두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주주권 확인 소송서 승소 판결을 받았다. 우리가 SPC 주식을 실제로 소유한 주주라는 뜻”이라고 강조했다. 한양 관계자도 “1심 법원은 우빈산업이 한양에게 490억원의 손해배상금을 지급하고 보유 주식 25% 전량을 양도하라는 판결을 내렸다”고 말했다. 반면 롯데건설은 소송 판결 한 달 전, 우빈산업의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49%)가 됐다고 설명했다. 우빈산업이 한양에 양도할 주식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양은 우빈산업의 ‘고의 부도’를 의심하고 있다. 한양은 1심 법원 판결을 근거로 자사가 지분 55%(한양 30%+우빈산업 25%)의 SPC 빛고을 최대주주라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대법원서 한양에 ‘시공권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놓으면서 시공자 지위는 잃게 됐다. 소송 이겨도 지위 잃었다 최근 SPC 빛고을 지분 갈등서 케이앤지스틸의 역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케이앤지스틸은 상하수도 설비공사 업체로 2003년에 설립됐다. SPC 빛고을에 우빈산업과 함께 참여했다가 현재는 빠진 상태다.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전 대표가 우빈산업과 친분이 있어서 (SPC 빛고을에)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현 사태서 롯데건설과 우빈산업은 이른바 ‘비한양파’로 묶여있다. 두 업체의 지분 이동도 비교적 명확히 드러나 있는 상황이다. 반면 케이앤지스틸과 한양은 두 업체 모두 우빈산업과 소송을 진행하면서도 서로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적(우빈산업)이 같을 뿐 특별히 관계가 있는 업체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한양의 모기업인 보성그룹 계열사에 속한 ‘앤유’라는 업체가 케이앤지스틸에 2022년 4월, 2억원을 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앤유는 이기승 보성그룹 회장의 동생인 이점식씨가 지분 83.6%를 가지고 있는 친족회사다. 전기 조명장치 제조업체로 2007년에 설립됐다. 2022년 기준 매출은 28억2900만원, 영업이익은 3억300만원으로 확인된다. 한양과의 거래를 통해 27억79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앤유는 케이지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주는 과정서 1주일짜리 주식근질권을 설정했다.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이 2억원을 갚지 못하면서 케이앤지스틸의 주식이 전부 앤유로 넘어온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또 1주일 뒤 케이앤지스틸의 대표이사를 비롯해 사내이사 3명 등 4명이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케이앤지스틸 수뇌부가 물갈이된 것이다. 당시 케이앤지스틸의 채무가 수십억원에 이를 정도로 적자가 누적된 상태였다고 해도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배권을 넘겨준 것을 두고 석연찮은 의문이 일었다. 1주일이라는 짧은 주식 근질권 설정도 의문으로 떠올랐다. 보성그룹에 기생하는 ‘앤유’ 푼돈 주고 1주 만 회사 꿀꺽? 더 흥미로운 대목은 같은 해 5월 케이앤지스틸이 우빈산업에 주금 대여금 25억3000만원을 송금한 뒤 주주권을 주장하기 시작했다는 의혹이 동시에 불거진 점이다. 다시 말해 2억원을 갚지 못해 회사의 지분 100%를 앤유에 넘겨주고 한 달 만에 20억원이 넘는 돈을 융통해 SPC 빛고을 지분을 확보하려 했다는 의혹이다. 여기에 우빈산업을 상대로 한 주주권 확인 소송 등에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하면서 수임료에 대한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케이앤지스틸이 지분확보를 위해 사용한 자금 출처가 한양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양 입장서 케이앤지스틸이 가지고 있는 지분을 확보하면 54%로 SPC 빛고을의 최대주주가 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대법원 판결로 시공자 지위는 상실했지만 롯데건설에 넘어가 있는 시공권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분 갈등 구조가 롯데건설과 우빈산업, 한양과 케이앤지스틸로 정리되는 셈이다. 하지만 한양과 케이앤지스틸 모두 두 업체 간 모종의 관계 의혹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한양 관계자는 “앤유라는 계열사가 있는지도 잘 몰랐다. 앤유서 케이앤지스틸에 2억원을 빌려줬다거나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무근이다. 우빈산업서 (1심)소송에 져서 계속 근거 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듯하다. 대응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 광주시가 우빈산업과 결탁해 여러 가지로 유리하게 상황을 봐주고 있다고 판단해 광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광주시는 사업시행자이자 감독관청으로서 해야 할 일이 참 많은데 그런 일을 하지 않아 공모 제도가 다 무너졌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은 광주시의 행정행위에 대해 소송을 제기해 재판이 진행 중”이라고 덧붙였다. 석연찮은 자금 출처 케이앤지스틸 관계자는 한양이 주금 대여금을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 “우빈산업서 하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주주가 들어와 투자가 이뤄지면서 주금 대여금을 갚은 것이다. 우빈산업에서는 (우리가)한양의 위장계열사 아니냐, 대표이사 선임 과정이 의심스럽다, 자금 출처가 어디냐 같은 의혹을 제기하는데 그건 주주권 확인 소송서 져서 그러는 것이다. 한양이랑 우리랑은 큰 관계가 없는데 자꾸 엮어서 흠집을 내려 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4월 회사가 어려운 시기에 케이앤지스틸 대표로 오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사업이 잘 마무리되면 우리 회사에 300억원 정도의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행이익을 1100억원으로 계산했을 때 우리 회사 지분이 24% 정도니까 그렇게 계산한 것이다. 수익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맡게 됐고, 새로운 주주들도 그 사업성을 보고 투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jsjang@ilyosisa.co.kr>